읽고 끄적 끄적...2010. 11. 29. 06:34
아마도 전 인류는 비틀즈에게 큰 빛을 지고 있는 것 같다.
비틀즈만큼 문학적으로, 예술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 현대 예술가가 또 있을까?
<마왕>, <사신치바>른 쓴 젊은 일본 추리작가 이사카 코타로도
그런 의미에서 비틀즈에게 빛을 지고 있는 셈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몇 년 전 개봉했던 <테이큰>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딱히 비슷한 내용도 아니었는데...
폭발 사건을 기준으로 시간을 되돌아가 전개된다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황금 자장가!
비틀즈는 이 노래 속에 어떤 평온을 남겨뒀을까?
각자 흩어진 비틀즈 맴버들이 만든 최후의 곡.
그러나 모든 맴버가 함께 모여 부르지 못하고 폴 메카트니에 의해  모자이크처럼 이어 붙여진 노래. 
노래는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메틀리처럼 녹음되버리고 말았다.



비틀즈와 함께 이 책의 상징적인 존재로 등장하는 "오스왈드"
존 F 케네디를 암살한 것으로 알려진 오스왈드.
그러나 그는 단지 누명을 쓰고 희생된 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과연 범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소설의 주인공 아오야기 마사하루는 지금 오스왈드가 되어 도망 중이다.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총리 암살범으로 몰려서...
증거 자료로 나오는 비디오 녹화 화면에는 분명히 그의 얼굴이 담겨있다.
사방이 다 그를 주목하고 그를 추적한다.
"너 오스왈드가 될거야!"
친구는 그에게 이런 말을 남기면서 좌우간 도망치라고 말한다.
2년 전 아이돌 스타의 스토커를 우연히 잡아서 매스컴의 화제가 됐던 택배기사 아오야기 마사하루.
그러나 이 모든 사건도 역시 누군가에 의해 계획된 것이었다면?
그 후 지하철역에서 치한으로 몰린 사건까지도...
8년만에 찾아온 친구는 그에게 말한다.
"너를 치한으로 체포하려는 게 아니라 현장을 사람들에게 목격시키는 게 목적" 이었다고.



성형수술로 마사하루와 똑같은 얼굴의 누군가를 만들어낸 거대 조직.
그 조직을 피해 도망다니는 마사하루와의 대결은.
초라하면서도 집요하고 허술하면서도 절대적이다.
몇 번의 검거와 탈주를 거듭하면서 그들은 마사하루에게 말한다.
"지켜세웠다가 버리는 게 세상 사람들의 취미야!"
매스컴과 정부의 정보조작은,
평범한 한 사람을 어마어마한 암살범으로 만들어내기에 충분하고도 남다.
"적은 상당히 거대한 놈들이예요. 규모도, 태도도"
우연히 만나 도움을 받게 된 연쇄살인범 기루오도 말한다.
책 속에서는 그 거대조직이 왜 주인공을 범인으로 만들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나와있지 않다.
하긴, 명확했다면 주인공 역시도 도망치는 데 이유와 목적이 명확했겠지.
도주에 성공한 마사하루는 가짜를 만들어낸 성형외과 의사에게
스스로 다른 얼굴로 만들어 줄 것을 부탁한다.
얼마후 경찰은 마사하루의 시체가 항구에서 떠올랐다는 발표를 한다.
가짜 마사하루가 본의 아니게 비극을 맞이한 셈이다.
뭐 모종의 음모는 전부 비극이긴 하겠지만...

인간의 최대 무기는 습관과 신뢰란다.
이야기 속에서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사람들도
전부 습관과 신뢰에 의해서 마사하루가 범인이 아닌 걸 알아차린다.
책을 읽다 자수 생각했다.
새상에 얼마나 많은 오스왈드가 만들어졌을까를...
음모에 맞서는 방법은
똑같은 음모로 대처하는 것이 유일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또 모르지.
어느 틈에 나 자신도 누군가에 의해 오스왈드가 되고 있는 중인지도...
왠지 뒷골이 섬득해진다.
그러다가 에이, 설마!
내가 뭐라고....
를 생각하니 왠지 다행스럽기도 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2. 3. 06:17

 <가만히 거닐다> - 전소연


가만히 거닐다

그랬던 적이 언제였나 생각해봤습니다.

“가만히” 무언가를 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솔직히 말해서 제목에서 느껴지는 심한 질투감이 이 책을 손에 잡게 했습니다. 표지에 담긴 사진도 한몫을 했다는 말도 함께 전합니다.

가만히 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한 사람과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또 한 사람, 그리고 약간은 몽롱한 느낌을 주는 그런 나른함까지.

오래 쳐다보니 마치 사진을 찍은 사람이 바로 나인 것만 같은 느낌도 듭니다.

책을 보면서 이런 동질감을 대면해야 한다는 건 확실히 당황스러운 일이죠.

1979년생 전소연.

본명보다 티양(Teeyang)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는 여자, 몇 번의 사진전과 그녀 이름의 책 몇 권까지 가지고 있는 엘리스같은 여자 전소연.

그녀가 교토와 오사카를 여행하고 책을 낸 2009년 그 시간에 저 역시도 간사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내려 고베로 향하고 있었죠.

그녀처럼 가만가만 여행하지 못했고 발바닥에 불이 난 것처럼 매 시간을 서두르며 최대한 많이 보리라 다짐했던 수다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늘 부르튼 발과 낯선 장소에서의 잠이 달았을리 없었고 5일 동안 밤마다 불면과 피곤과 한판 대결해야하는 고단한 시간들의 연속이었죠.

그래도 아직 선명한 기억이 있습니다.

“Welcome to KANSAI"

그 문구 밑에 동그랗게 담겨있던 간사이 지역의 모습들.

허둥거리던 여행자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했던 또렷한 기억.


흔히 도쿄의 번잡함을 벗어나 한적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원하는 이들이 선택하는 곳이 바로 간사이지방이라고 합니다. 이국적인 풍경과 전통적인 일본의 모습을 함께 담고 있는 곳, 그러면서 일상의 편안함까지 느낄 수 있는 곳 간사이.

간사이에서 그녀는 여행이 아닌 생의 빈틈을 찾아 차분한 한걸음 한걸음의 산책을 시도합니다. 기억을 걷는 듯한 그녀의 표정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일상처럼 잔잔하고 사소하게 머무는 여행, 그리고 사소한 시선 하나로 일상이 충만해지는 그런 여행을 하고 있는 그녀의 호흡은 깊고 단정했습니다.

낯선 누군가를 보던 시선은 어느새 책과 잘 어울리는 손을 가지고 있던 당신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고 그렇게 기억 속을 서성이다보면 어느새 울렁증이 멀미처럼 찾아오죠.

속도를 줄인 여행이 주는 긴 여운...

“...... 어쩌면 여행지를 선택하는 일은 운명과도 같다. 시기적절하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그곳에 가야지’라는 생각이 스미게 되면 그곳에 가야 하는 운명이 되고 마는 것이다...... 어떻게든 마련하고 싶은 내 생의 빈틈은 ‘산책’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때로는 ‘여행’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행은 단순히 낯선 지역으로 가서 다른 일상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공간에 가서 일상을 천천히 다시 만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산책과도 같은 매력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산책을 기록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녀의 기록은 “오전-오후-저녁-밤새벽”의 이름을 달고 일상의 하루를 꼭꼭 집어내 일기를 쓰듯 적어갑니다.

몰래 훔쳐본 누군가의 일기에서 나를 만나는 기분이란,

때론 섬뜩하기도 하고, 때론 다행이다 싶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합니다.

그래 적어도 기다림을 잔인하고 버겁게 여기는 게 나 뿐만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

그리고 그 느낌들이 고스란히 풀어진 사진들.

“......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나와 당신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야기가 시작될 때까지 나는 당신을 지켜볼 것이고 가끔씩 미소를 보내기도 할 것이다. 당신과 나와의 거리는 가까워지거나 혹은 멀어질 것이다. 그러나 가깝고 먼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당신이 내 뷰파인더 안에 있느냐 없느냐이다. 당신 주변을 서성거리던 나는 호흡을 멈추고 셔터를 누르게 될 것이다. 당신과 나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결정적인 순간은 불과 몇 초 안에 찾아온다. 그러니 타이밍을 놓치지 말자. 사랑이든 사진이든 타이밍이 문제다..... ”

그녀가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보면 어딘가  엘리스의 나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을 것만 같습니다.

촘촘하지도 않고 오히려 어딘가 엉성해 보이기까지 한 그녀의 사진.

그 비어있는 여백이 그녀의 산책과 아주 많이 닮아 있어 보는 내내 따뜻했습니다.

뷰파인더로 세상을 만나는 일은.

늘 손끝을 떨리게 만드는 흥분이며 분주함입니다.

그 작은 뷰파인더 안에서 찍는 사람의 눈은 그러나 더 많은 걸 보고 더 많은 걸 알아챕니다. 그리고 기록을 다짐하죠.

그녀가 찍은 기록들을 보면서 그 밑에 하나하나 나의 기록들을 적어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요. 사진.

“찰칵” 소리와 함께 그대로 고정되는 한 세계.

그러나 찍힘으로해서 다시 새롭게 시작되는 또 한 세계.

사진을 찍으면서 저는 항상 방금 전의 세계와 지금의 세계를 생각합니다.

그 둘 사이의 간극은 짧지만 이젠 점점 더 차이가 생기고 멀어질 세상.


여행은...

그러니까 어쩌면 보기 위해 떠나는 것도, 비우기 위해 떠나는 것도, 그래서 다시 채우기 위해 떠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계속 사는 거죠.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짧게 또는 길게 그것도 아니라면 기약 없이 살아가는 것.

기다림을 지우기 위해 나 자신을 조금씩 잃어버리면서 다시 또 살아가는 것.

어디에도 하염없이 나를 기다릴 마음 한 조각 흘리지 않고 살아가는 여행.

오랜 불면이 시작되면 저는 습관처럼 여행을 꿈꾸게 됩니다.

그 꿈이 만든 많은 생각들이 또 잠을 엉키게 하네요.

솔직히 한동안 낯선 여행지를 홀로 방황하는 독서가가 되는 건 아닐까 싶어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허덕이며 관광지를 읽어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죠.

그녀가 혹은 그가 다녀온 곳을 저는 꿈꾸고 싶지 않습니다.

빈틈을 향한 산책같은 여행도 그 끝은 있을테죠.

내 불면의 밤들을 그들이 차곡차곡 다독이며 위로합니다.

이제 조만간 불면의 산책도 제자리로 돌아와 잠을 청하게 되지 않을까요?

봄이 오면,

나른한 햇빛 속으로 졸음같은 산책을 떠나야겠습니다.

아마도 발걸음도 꾸벅꾸벅 졸게 되지 않을까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1. 4. 05:45
 <노서아 가비> - 김탁환 

 
노서아 가비: 사랑보다 지독하다


유난히 추운 날씨와 어머어마한 폭설이 계속 이어지고 있네요.

뭐가 됐든 따뜻한 OO거리가 절실해지는 그런 날씨죠.

따뜻한 방에서 따뜻한 먹거리를 놓고 따뜻한 이야기를 듣거나 아니라면 차선책으로 따뜻한 책을 읽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 그다지 신빙성은 없으나 왠지 그럴싸하게 들리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죠.

몇 년 전 베스트셀러가 됐던 파리의 조선 궁녀 이야기 <리심>을 기억하시나요?

오늘은 신비로운 조선의 궁녀 리심을 이야기 속에서 재창조했던 팩션소설가 김탁환의 따뜻하고 재미난 책 <노서아 가비>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진하거나 혹은 달콤한 한 잔의 커피를 준비한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야기 디자이너 김탁환, 그가 커피 디자이너인 조선 최초의 여자 바리스타를 <노서아 가비>에서 창조해냈습니다.

잠깐 소설가 김탁환에 대해 소개하자면 직장인처럼, 심지어는 고시공부하듯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사람으로 유명하죠.

매일 무슨 일이 있어도 원고지 50매 분량의 글을 그것도 꼭 아침에 쓰기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소설은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쓰는 것이라고 종종 말하기도 하죠. 스스로 소설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10년 동안 40여권의 책을 쓴 작가 김탁환!

그는 글씨기도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생일대의 대작을 꿈꾸며 열심히 숫돌에 칼날을 가는 게 아니라면 다작을 하는 게 소설가로서의 본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작의 소설 노동자 김탁환의 글들은 거기다 재미까지 상당합니다. 박진감도 넘치고 재기발랄하고 무엇보다도 상상력이 풍부하죠.

그야말로 “이야기꾼”입니다.

그런 그가 <노서아 가비>에서는 경쾌한 여자 사기꾼을 등장시켜 유괘 상쾌 통괘한 사기극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노서아 가비>의 시작은 그러니까 황현의 <매천야록>에 있는 기록에서부터입니다.

고종황제의 아관파천 시절 엄청난 부와 권력을 움켜쥐고 있다가(그렇다면 그가 어느 쪽 사람인지 감은 잡히시겠죠?) 몰락한, 그 몰락을 견디지 못해 실제로 왕이 마시는 노서아 가비에 치사량의 아편을 넣은 김홍륙이란 사내에 대한 기록.

이 실제 사건이 소설 <노서아 가비>가 태어나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죠.

실제로 고종황제는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 커피(노서아 가비)를 처음 접하게 됐고 그 이후로 엄청난 커피 마니아가 됐다고 합니다. 그 덕에 불면의 시간들을 견뎌내야 했지만 사실 그 당시에 고종에게 숙면의 희망은 아무래도 요원한 일이긴 했을 겁니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 낭인의 야만의 칼날을 피해 제 나라에서 이국의 공사관에 몸을 의탁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고종, 그 처지를 생각하면 커피로 인해 불면이 됐노라 말해야 그나마 덜 비참하지 않았을까 혼자 처량한 상상마저도 하게 됩니다.

고종의 러시아 공사관 피접 시절 그가 마실 러시아 커피를 내리던 여성 바리스타 따냐!

역관의 집안에서 태어나 러시아어와 전각(篆刻) 기술에 능했던 따냐(최월향=안나).

그녀 나이 19세, 그녀의 가족은 청나라 연행길 수행 역관이었던 아비가 천자의 하사품을 가로채 달아나다 불의의 죽음을 당했다는 전갈을 듣습니다.

외동딸이 노비가 되는 걸 막기 위해 그 어미는 청나라로 딸을 피신시키죠.

이제부터 최역관의 딸 최월향이 따냐로서의 삶이 시작됩니다.

혹한의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생존 방법은 “사기”였습니다.

조선인 사내 이반(=김역관=김종식=정도령)과 함께 유럽의 귀족들에게 러시아 숲을 팔아치우는 사기로 돈을 벌던 따냐는 어느 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황제 니꼴라이 2세의 대관식에 통역관으로 위장해 참석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조선 사신들(민영환)이 러시아 귀족들에게 치욕을 당하는 걸 모면하게 해 주죠.

어쨌든 그게 인연이 되어 조선으로 되돌아온 그들은 한 명은 역관으로, 한 명은 바리스타로 러시아 공사관, 고종의 곁에 들어가게 됩니다.


혹시 “사기꾼의 철칙”을 아시나요?

“...... 사기꾼은 진실해서는 아니 되고 정직해서는 아니 되며 일이 끝난 후 같은 곳에 머물러서도 아니 된다. 쓸모가 없으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버려야 한다. 이것이 항상 바람처럼 가볍게 움직여야 하는 사기꾼들의 철칙이다 ......”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따냐는 이반에게서 “국상”이라는 두 글자를 들었을 때, 이미 이반과 자신의 게임이 시작된 것을 알게 됩니다. 따냐는 뱃속에 이반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 하더라도 쓸모가 없으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버려야 하는 것이 사기꾼의 삶이기에 고종 황제의 독살함으로써 조선 전체를 러시아에 팔아넘기려고 했던 이반의 마지막 대박 계획을 수포로 만들어 버리죠.

따냐의 이런 행동은 아비를 죽게 한 이반에 대한 복수심에서 비롯된 것도, 고종과 조선이라는 조국을 위한 충성심에서 비롯된 것도 아닙니다. 그 이유는 자신 역시도 어쩔 수 없는 사기꾼이기 때문이라고 말하죠.

여러 가지 경우의 수 중에서 그 어느 인정에도 기울지 않고 정확히 사기꾼의 논리에 따르는 것, 그것이 거대한 협잡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기꾼의 자세라며 그녀는 마지막 말을 남깁니다.

"아이는 아이고 사기는 사기죠."


고종은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경웅궁으로 환궁을 하게 되고 따냐에게 계속 자신의 커피를 준비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또 유쾌하게 고종의 제안을 거절하죠.(참 쿨하기도 하시지!!)

따냐를 향한 사랑만은 진심이었노라 말하는 이반은 결국 수레에 사지가 묶여 찢기는 거열형을 당하게 되고 그렇게 조선인 최초 여자 바리스타 따냐는 다시 조선을 떠납니다.

러시아를 거쳐 뉴욕에 정착한 따냐는 “따냐의 문학까페”를 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어쩐지 전 이 부분에서 혼자 유쾌하게 웃고 말았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땅, 그 광활한 러시아를 무대로 유럽 귀족들에게 30여개의 숲을 팔아치웠던 은여우 따냐가 이제야 최고경지인 무림고수들만의 사기의 세계로 발을 들어놓은 것 같아서 말이죠.

모든 문학은 일종의 “사기 행각”과 다름이 없기에...

새로운 세상에서 펼쳐질 조선 바리스타 따냐의 뉴욕 사기극이 이제 막 시작될 것 같아 왠지  어설픈 상상력을 동원하게 됩니다.

“책”이란 깊고 깊은 타짜의 세계, 그 세계가 매번 제게 중독과 금단현상을 반복하게 만드니 아무래도 참 고약하긴 합니다.

그래도 <노사아 가비>를 읽는 동안은 전적으로 유쾌하고 즐거웠노라 고백할 수밖에는 없네요.

어떠세요?

희대의 개화기 사기극 한 편!

유쾌 상쾌 통쾌하게 시작하는 한 해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따뜻하고 달콤한 커피 한 모금을 입 안에 담고, 한 손에는 진하고 독한 러시아 커피(노서아 커피) 한 잔을 펼쳐보는 풍미.

이제 두 향기를 혼합시키는 바리스타의 마지막 브랜딩 작업은 오롯이 당신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