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10. 1. 05:49
정말 백만년만에 읽어본 문예지다.
그냥 눈에 보이길래 잡았던 책인데 뭐랄까... 좀 신선했다.
우리나라에서 월간 문예지가 잘 되나? 하는 생각도 좀 해보고.
시, 수필, 소설에서부터 작가 평론, 서예까지 다양한 부분들이 실려있다.
처음 읽어 본 건데
기독교적인 색채가 아주 강하다.
본격적인 문예지라고 하기에는 좀 종교적인 게 사실이다.
(종교적인 게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도 기독교인이다. 약간 삐딱이긴 하지만...)



맨 발로 봄 길을 걸어가고 있다
윤정구

파래김 몇 장 구워 조선간장에 찍어 먹다가
화롯불에 파래김 구워 주시던 어머니가 생각났다
까마득한 옛날 옛적에는 우리 모두
파래김 흔들거리는 바닷속에 살았다더라
짭짜름한 파래향기 고향냄새 같지 않으냐
입이 크느라고 입가가 헐고
자라느라 얼굴에 버짐도 몇 송이 피웠던
까까머리 소년은 파란 파래김 바라보며
아득했던 옛날 일을 떠올리려 애를 썼다
그때에도 책 읽는 대신 파래 숲을 헤치며
숨바꼭질하기를 좋아하였을까
파래 숲 그늘 속에 종일 놀기만 하였던가
짭짜름한 고향냄새 파릇한 어머니 냄새
아득히 바다 바라보이던 고향마을에는
소나무그늘이 반쯤 봄 길을 덮었는데
까까머리 소년이 맨발로 걸어가고 있다



마음을 잡았던 시 한 편이 있어 옮겨본다.
제목과 몇 부분이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읽는 순간 마음을 다독거리는 평온함이 느껴졌다.
요즘 아이들은 "버짐"이라는 걸 알까? 그런 생각도 잠깐 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얼굴에 하얗게 버짐 핀 아이들이 한 반에 그래도 꽤 있었는데...
버짐을 없애기위해서
얼굴에 까만 갱엿을 붙였다 뗐다 하기도 했다.
어린 마음들이 고민하지 않았을까?
붙일 것인가 먹어버릴 것인가가...
어르신들이 들으면 웃으시겠지만
내가 초등학교 때만 해도 맘껏 군것질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많았던 건 아니었다.
빈 병이 어느정도 모이면 지나가는 강냉이 장수에게 팔아서
소쿠리 가득 강냉이를 담아 오는 것도 행복이었는데...
5형제을 밥상 앞에 앉혀놓고
우리 엄마도 그랬다.
짭조름하게 기름장을 해서 구운 김이 아니라 연탄불에 척척 구워낸 김을 조선 간장에 내주셨다.
그것도 한 사람장 2장씩만.
그걸 아껴 먹겠다고 밥보다  훨씬 작게 김을 잘라 밥 위에 올려 먹었었다.
나중에 밥을 다 먹고 조금씩 뜯어먹던 남은 김의 고소함은 또 얼마나 맛있던지... 
재미있다.
시 한 편으로 내가 잠시 옛날의 나로 되돌아갔다.
번데기 앞에 주름잡는 격이겠지만 어쩌면 이런게 나의 듦의 원칙인지도 모르겠다.
과거로 향햐는 눈이 깊어진다는 거...
갑자기 입 안에 침이 고인다.
단내나는 식욕이 지금 막 시간을 거슬러 입 속에 가득 고이는 중이다.
꿀~~~꺽!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8. 4. 06:41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헤르타 뮐러.
스웨덴 한림원은 그녀를 선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응측된 시와 진솔한 산문으로 박탈당한 삶의 풍경을 그녀내는 작가" 라고.
(정말로 그녀의 글 속엔 이 모든 게 다 들어있다. 시, 산문, 그리고 그림까지...)
그녀는 비밀 경찰의 눈을 피해 남편이자 동료 작가인 리할트 바그너와 함께
조국 루마니아를 떠나 독일로 망명했다.
이로써 루마니아는 위대한 유산인 그녀를 잃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녀의 작품에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낯선 시선" 이라고...
헤르타 뮐러가 200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않았다면
나는 과연 이 작가를 알 수 있었을까?
그런 이유로 나는 지금 한림원의 선택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1944년 여름 붉은 군대가 루마니아를 깊숙이 점령해 들어가고
파시즘을 신봉하던 독재자 안토네스쿠는 체포되어 처령당했다.
소련에 항복한 루마니아는 그때까지 동맹국이었던 나치 독일을 향해 급작스레 전쟁을 선포했다.
1945년 1월 소련의 장군 비노그라도프는 스탈린의 이름으로,
나치에 의해 파괴된 소련의 "재건"을 위해
루마니아에 거주하는 독일인들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루마니아에 살던 1세에서 45세 사이의 독일인은 남녀를 불문하고 빠짐없이 소련의 강제수용소로 유형을 갔다.
헤르타 뮐러의 아버지 또한 이차대전 당시 나치 무장친위대로 징집되었다가 돌아왔고,
어머니는 우크라이나의 강제수용소에서 오 년간 노역했다고 한다.
수용소 이야기...
또 다시 안네의 일기의 반복이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생각을 완전히 내려놓게 된다.

책 속의 주인공은 17살에서 22살까지 5년 동안
독일인의 러시아 수용서에서 강제노동을 하고 있는 상태다.
벌건 양배추스프와 아침에 배급되는 자그마한 빵으로 하루를 연명하면서
밤새 배고픔을 먹어야 하는 생활.
그가 하는 모든 일에는 배고픔이 담겨져 있다.
책 속에서 주인공은 말한다.
"나는 나 자신을 훔친 도둑이었고 단어들이 불시에 나를 덮쳐 붙잡았다" 라고...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잃고 수용소에 갇히게 될 때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될까?
바보가 되든, 아니면 체념을 하든, 혹은 깨달은 자가 되든....
그러나 이 책은 다른 선택을 한다.
그리고 단어 선택 하나하나조차도 감탄스럽다.
책 장을 넘길수록 믿어지지 않을 만큼 묘한 편안감에 빠져든다.
수용소 이야기를 이렇게 편하게 읽어도 되는 건가 싶어 미안한 마음마저도 든다.
책의 언어는 몹시. 몹시.
아.름.답.다.
줄을 바꿔 짧게 나열하면 그대로 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될 만큼.
그러나 무기력하거나 허물어져 있지도 않다.
"너는 돌아올거야"
떠나는 그에게 남긴 할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그는 생각한다.
"두고 봐, 간단한 계획이지만 오래 버틸테니까."
그 다짐은 아주 건조하고 낯선 언어로 다가온다.
수용소에서 바라보는 모든 사물에 대한 시선이 시적이고 낯설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상황인데도 때론 몽환적일만큼 아름답다.
읽으면서 순간순간 섬득함마저 갖게 된다.
이런 감정을 갖는게 과연 정당한가???



주인공 소년은 청년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돌아왔을 때 그가 느끼는 것 또한 "낯섦" 그것이다.

... 수용소로 가기 전 우리는 십칠 년을 함께 지냈고 문, 장롱, 탁자, 양탄자 같은 커다란 물건들을 공유했다. 접시와 컵, 소금통, 비누, 열쇠 같은 작은 물건들도 그랬다. 창과 전드의 빛도. 그러나 지금 나는 다른 사람이었다. 우리는 서로 더이상 우리가 아님을. 다시는 그렇게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낯선 존재가 된다는 것은 분명 부담이지만, 믿을 수 없이 가까운 거리에서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었다. 내 머리는 트렁크 안에 있었고, 나는 러시아식으로 숨을 쉬었다. 나는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낯선 냄새를 풍겼다. 하루 종일 집 안에 있을 수가 없었다. 침묵을 떠나기 위해 일이 필요했다. 나는 스물두 살이었지만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숨그네>는 인간의 숨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그네처럼 가쁘게 흔들리는 것을 상징하는 제목이라고 한다.
스웨덴 한림원이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그녀를 선정하지 않았다면
헤르타 뮐러의 책은 결코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았을 거다.
(노벨상 수상으로 올해 그녀의 책이 2권 출판됐다. <숨그네>와 <저지대>
 내게는 더없이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시의 옷을 입은 비극"
숨그네를 말하는 또 다른 이름이다.
헤르타 뮐러는 말한다.
"...... 상황은 처참했다. 문자는 아름다웠다. 나는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처참함을 고발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내 문학의 명예였다 ......"

글은 소제목에 따라 아주 잘게 부서져 있다.
어떻게 이런 제목들을 가지고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쓸 수가 있었을까?
명아주, 시멘트, 손수건과 쥐, 슬래그 벽돌, 지팡이, 공책...
직물적인 것들이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목격하는 건 심지어 경이에 가까웠다.
마치 일기를 읽는 것 같기도, 아름다운 산문시를 읽는 것 같기도 한,
그러면서 아주 잘 만들어진 거부감 없는 예술영화를 감상하는 것 같기도 한 소설.
그래, 확실히 아름다운 건 분명 힘이다.
그리고 헤르타 뮐러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아름답고 강한 무기의 소유한 작가다.
찾아봐야겠다.
그녀의 또 다른 강한 무기가 세상의 어떤 것을 막아서고 아름답게 정화시키는지...

<숨그네>를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나는 그녀의 <저지대>를 눈독들이기 시작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6. 9. 05:40



오랫만에 합정동 양화진 문화원 목요강좌를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탐이 나는 강연이었는데 들을 수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사람을 귀하게 가꾸는 글쓰기>
김용택 시인이 정한 제목을 가만히 발음해본다.
왠지 마음 속에 따뜻한 훈김이 올라오는 것 같다.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님은 청바지에 회색 자켓을 입고 강연장에 올라섰다.
자그마한 키에 건강하게 그을린 얼굴,
꼭 동글동글하고 단단한 차돌을 마주한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동네 어른을 뵙는 것 같은 친근함까지...
개구진 표정과 재미있는 입담 속에는 그가 38년 동안 가르쳤다는 초등학생의 순수가 그대로 묻어났다.
진심으로 부러웠고 그리고 오랫만에 넉넉했다.
아이들의 시를 소개하는 모습에서는 꼭 개울가의 반짝이는 물빛 같은 눈빛이었다.
나도 모르게 꺄르르 꺄르르 햇살처럼 따라 웃게 된다.



시인은 중고등학교 때까지 교과서 이외에는 어떤 책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대신 영화는 참 많이 봤었다고...
이번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이야기하면서
주인공 윤정희에게 시를 가르치는 문화센터 시인 강사  "김용탁"이 바로 자신이었노라며  해맑게 자랑(?) 하신다.
귀여운 홍보성 멘트와 함께...
이제는 퇴임을 했지만 자신이 가르친 학생이 어른이 되어 낳은 아이들까지 가르친 38년의 교편 이야기는
그 어떤 역사보다 생생하고 다정하다.
(시인 김용택은 덕치 초등학교에 붙박이 선생이었다. 
 규정 때문에 1~2년 타학교로 전근을 가기도 했지만 항상 다시 덕치 초등학교로 돌아왔단다.)
"하는 짓이 지 애비랑 똑같다"는 진리를 자신은 정말 많이 목격했다며 웃으신다.
어떤 때는 아이를 향해 무심코 그 아이 부모의 이름을 부를 때도 있었단다.
그럴 때면 자신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그는 덕치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쳤단다.
시인이 말한 초등학교 2학년의 특징에 모두들 무릎을 치며 공감했다.
정직하고 진실함이 통하는 시기
  -->그래서 무엇을 하든 진지하고 열심이란다. 
       운동회에 달리기만 봐도 고학년은 1,2,3등만 열심히 달리는데 2학년은 심지어 꼴등까지도 열심히 달린다면서...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일을 고자질하는 눈과 입모양이 또 얼마나 진지한지 모른다고...
세상을 늘 새롭게 보는 눈을 가진 시기
   --> 그래서 그 아이들의 눈엔 세상이 늘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신비롭게 보인단다.
손에 아무것도 없어도 놀 땅만 있어도 행복한 시기
   --> 창밖으로 운동장을 바라보면 어쩜 저렇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잘 노나 싶단다
시인은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한 가지씩 숙제를 내준다고 한다.
일주일동안 자신의 나무를 한 그루씩 정해서 자세히 보고 글을 써오라고.
아이들이 한 그루의 나무를 "끝까지 자세히 보게" 되면 드디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되기 시작한단다.
나무를 통해 아이들은 신비함을 깨닫게 된다고...
그러면서 시인은 신비함과 신기함의 차이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신비함이 사라지면 신기함만 남는다"고...
그런데 이 말의 속뜻은 꽤나 정곡을 찌른다.
자신의 배우자에게 신비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느냐고 청중을 향해 질문한다.
아마 없을 거라고...
"저 인간 왜 저러나~~~" 하는 신기함만 남지 않았느냐고...



세상에 한 사람이 한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만큼 아름답고 신비한 게 없다는 말이
왠지 가슴끝에 뜨끔하고 뭉끌하게 걸린다.
지금껏 나는 아름답고 신비한 사람을 신기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던 것 아닌지...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에 곁에 있는 사람에게 잘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서로의 일상을 존중하라는 당부도 전했다.
우리나라 부부들의 기념일 마지막 장식은 거의가 "싸움"이란다.
그게 다 안 하던 짓을 하니까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라고...
"이 인간이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저러나...." 
그 마음이 결국 싸움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다들 공감 백배의 표정들이었다)
결국 "생각이 사람을 바꾼다"면서
대통령의 생각이 나라를 바꾸고, 교장의 생각이 학교를 바꾸고
목사님의 생각이 교회를 바꾸고, 가장의 생각이 가정을 바꾼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세히 봐야" 한다는 말도 전한다.
자세히 봐야 이해가 되고, 이해가 돼야 내 것이 되고, 내 것이 돼야 인격이 된단다.
그리고 인격이 만들어지면 드디어 관계가 맺어진다고 말한다.
관계는 당연히 갈등을 만들 수도 있는데 이 갈등을 아름다운 조화로 만들어 낼 줄 알아야 한단다.
관계의 악화가 오면 한 쪽으로 쏠리는 쏠림현상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그 가장 대표적인 게 본인은 "교육의 양극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인은 자신은 "항상 지금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결국 사람을 귀하게 가꾸는 글쓰기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나를 가장 귀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은
평생공부, 예술적 재능을 키우는 일,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늘 놓치 않겠노라고...
이미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였지만 
이 말을 마친 시인의 모습이
내겐 누구보다 젊고 건강한 청년으로 보였다.



김용택 시인이 들려준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시도 옮겨본다.
너무 귀엽고 그리고 다들 정말이지 명작이다. ^^

<여름>
이제 눈이 안 온다
여름이니까

<쥐>
쥐는 나쁜 놈이다.
먹을 것을 살짝살짝 가져가니까.
그러다 쥐약먹고
 죽는다.

<뭘 써요? 뭘 쓰라구요?>
시써라
뭘써요?
시 쓰라고.
뭘 써요?
시 써서 내라고!
내.
제목을 뭘 써요?
니 맘대로 해야지.
뭘 쓰라고요?
니 맘대로 쓰라고.
뭘 쓰라고요?
1번만 더하면 죽는다.
뭘 쓰라고요?
이 녀석아!
장난하냐!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3. 19. 22:09




Today, I received flowers

              - Paulette Kelly (폴레트 켈리)

Today, I received flowers from my husband.

Today was not a special day neither my birthday.

Last night I had my first argument with him.

He spat out curses at me and I felt a pang of sorrow.

I know that he felt what he has done

but I know he will fail to keep his word.

Because he sent me flowers today.


Today, I received flowers from my husband.

even though today was not a special day

neither our wedding anniversary.

Last night he pressed my against the wall

and he started to strangle me.

It was nightmarish time.

I could not believe his conduct.

I was awakened by my every muscle

and nerve ache with bruise.

He must feel really sorry for me.

Because he sent me flowers today.


Today, I received flowers from my husband.

even though today was not Mother's Day

neither any special day.

Last night I was beaten badly again

and it was more severe than before.

If I move away form him, what would happen?

How can I take care of my children?

Who makes money?

I am afraid of him but I fear to leave from him.

He must feel really sorry for me.

Because he sent me flowers today.


Today, I received flowers from my husband.

Because today was a very special day.

Today was my funeral ceremony.

Last night, he eventually killed me

by using his violence.

If I left from him earlier with my bravery,

I could not receive flowers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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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봤을 때는 참 낭만적인 시로구나 생각했더랬죠.

남편에게 꽃을 받았다니...

그런데, 이 시...

참 아프죠?

세상엔 받아선 안 되는 꽃도 있다는 걸 알게 한 시였습니다.

도화선이라는 말 아시죠?

흑인 운동의 도화선은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고 당당히 앉아 있었던 한 여인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걸 혹시 아시나요?

마찬가지로 이 시 한편이 미국의 가정폭력 문제를 표면화시켰습니다.

정말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걸 절감하게 하는 시죠.

폭력이라는 거,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힘이라는 모든 무거움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했던 시였습니다.


힘이라는 거,

내게서 나와 내게로 닿는 힘,

내게서 나와 다른 이에게 닿는 힘,

그리고 다른 이에게서 나와 나에게 와 닿는 힘.


그것들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을 것 같아요.

살리는 힘,
혹은
죽이는 힘....


내게서 나와 나를 살리는 힘   -  내게서 나와 나를 죽이는 힘.

내게서 나와 당신을 살리는 힘 -  내게서 나와 당신을 죽이는 힘.

당신께 나와 나를 살리는 힘   -  당신께 나와 나를 죽이는 힘.


나에게 어떤 형태로든 힘이 있다면,

죽이는 힘이 아니라 살리는 힘이길 간절히 기도하게 됩니다.

내 힘에서 비롯돼, 
내가 알면서도 줬던 상처, 혹은 모르고 줬던 상처들...

그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아는 사람들, 혹은 모르는 사람들께 미안한 마음이 생깁니다.

어쩌면 이 시는 가정폭력뿐 아니라 내면의 자아폭력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 자신에게 이런 꽃을 보내는 일이
살면서 내내 없기를  간절히 그리고 더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살면서 정말 좋은 꽃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길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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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제 생일이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지난밤 처음으로 말다툼을 했지요.

그리고 그는 잔인한 말들을 많이 해서

제 가슴을 아주 아프게 했어요.

그가 미안해 하는 것도

말한 그대로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도 전 알아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우리의 결혼 기념일이라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요.

지난밤 그는 저를 밀어붙이고는 제 목을 조르기 시작했어요.

마치 악몽 같았어요.

정말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지요.

온몸이 아프고 멍투성이가 되어 아침에 깼어요.

그가 틀림없이 미안해 랄 거예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어머니날이라거나 무슨 다른 특별한 날이 아니었어요.

지난밤 그는 저를 또 두드려 팼지요.

그런데 그전의 어느 때보다 훨씬 더 심했어요.

제가 그를 떠나면 저는 어떻게 될까요?

어떻게 아이들을 돌보죠?

돈은 어떻게 하구요?

저는 그가 무서운데 떠나기도 두려워요.

그렇지만 그는 틀림없이 미안해할 거예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어요.

바로 제 장례식날이었거든요.

지난밤 그는 드디어 저를 죽였지요.

저를 때려서 죽음에 이르게 했어요.

제가 좀더 용기를 갖고 힘을 내서 그를 떠났더라면

저는 아마 꽃을 받지는 않았을 거예요....

* 이 시는 EBS 지식채널을 통해서 처음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으로 출판됐을 때 다시 봤구요.
   참 많이 아팠던 기억에 지금도 찡~~ 울립니다.

지식 e SEASON 1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2. 11. 06:25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 석 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오늘은 시 한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미 이 시를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예요.

함석헌 선생님은 1901년 평안도에서 태어나서 1982년 타계하실 때까지 시인으로, 종교인으로, 사회활동가로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일제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지식인의 삶이라는 거...

어쩌면 우리는 전혀 알 수 없기에 유토피아적으로 느끼는 부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

어떠세요?

처음 읽었을 때 제겐 파동이 오는 것 같았습니다.

잔잔한 새벽, 고요한 수면 위에 던져지는 아주 작은 돌맹이의 파동....

맘에서 시작되서 머리가 쨍~~해질 정도로 아름다웠고 그리고 슬펐고, 그리고 사랑스럽고 희망찼습니다.

정말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도 더불어 할 수 밖에 없었
구요...

저에 대한 소망과 희망을 꿈꾸게 했던 귀한 시여서 꼭 소개하고 싶었어요 ^^

 

보너스 팁 하나!

혹 대학로를 가시게 되면 보물 찾기 한 번 해 보시겠어요?

KFC 아래쪽 보도를 걷다보면 공연 포스터와 노점판매대 사이에서 이 시를 적은 비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만약 대학로에서 누군가를 만날 약속을 하셨다면...

이 시가 적힌 비를 보시고 상대방에게 한번 웃어주세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믿음직스런 미소가 되지 않을까요?

어쩌면...

그 사람을 가진 당신이 바로 당신일지도 모릅니다... 


                               
                              <대학로에 있는 함석헌 시비>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8. 12. 21. 21:35


내겐 그렇다.
책들이 가득한 곳이 바로 판타지아.
나의 영원한 이상향.



눈 오는 오후
영풍 문고 다녀오다.
책 앞의 사람들...
뒷 모습까지도 정겹다.



소설 부문 베스트 셀러 목록을 보다.
와~~~
주제 사라마구의 책이 2위를 할 수도 있구나..
영화의 영향력이라고 해도.
다행스럽고 즐겁다.


시 부문 베스트 셀러도 살짝 살펴보고...


비소설 부문은 역시...
미국 역사를 새롭게 쓸 버락 오바마의 책이 올라와 있다.
그와 관련된 책이 서가에 그야말로 쫙~~~ 깔려 있다.
(사실 나 역시도 그가 참 궁금하다)


국내 베스트 셀러 작가들의
짧은 말들...
다른 곳에서 만났으면
어색했을텐데.... ^^


가끔 궁금하다.
김 훈님은 <밥벌이의 지겨움>을 정말 느꼈을까? ^^


이제 고인이 되어
더 이상, 어떠한 글도
발표하지 못 할 이청준 님의 말까지...


신경숙...
지금 참 행복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에게서 엄마를 불러냈으니까....


출입구 쪽에선
신경숙의 책과 관련해서
이벤트를 벌이고 있었다.
트리를 장식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엽서들..


엄마에게 보내는 엽서...



그냥 맘이 촉촉해졌다.
서점 안이 엄마 품 같은 느낌...
편안하고 따뜻한 온기.


요즘 한창 빠져있는
내 환상의 일등 공신
르 클레지오의 책들...
순간 욕심쟁이가 되고도 싶었는데... ^^


폴 오스터..
당신 여기서 만나니 정말 반가워요~~~


한국 문단의 국민 어머니 박완서님....
당신이 잉태한 자식들이 여기 가득하네요.
당신 속으로 난 자식들은,
어쩐지 따뜻하고 다정해...
한 번씩 쓰다듬게 된다는 거 아세요?



기욤 뮈소...
한국에 꼭 와보고 싶어지겠어요.
이렇게 당신 책이 사랑받고 있으니...
어쩐지 셈이 나네요.



순간 철렁한 느낌.
<아름다운 마무리>라...
솔직히 고백하면 아직은 못 할 것 같다.
법정 스님의 맘 속 처럼 그렇게 청명하고 고요할 자신...
아직은 없으니까...


이쁜 카드들도
축복을 써 줄 누군가을 기다리고 있고.


2009년 열심히 준비하고 계획하라고
다이어리들이 말을 건다.
글쎄...
정말 그래야만 하겠지!!!


거대한 환상의 보고을 뒤로 하고..
그 환상의 조각 3개를 품고 돌아오다.
벌써부터 맘이 설래는 건...
책들이 일제히 말을 거는 듯.
음....
지금부터는 오직 선택의 시간.
This is the moment~~~~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