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2. 14. 09:16

<명동 로망스>

일시 : 2014.02.08.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대본 : 조민형

작곡 : 최슬기

연출 : 김민정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진상현(장선호), 원종환(박인환), 박호산(이중섭)

        안은진(전혜린), 손종학(경찰), 박범정(마담)

주최 :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홀

 

작년에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 공모 포스터를 보고 이번에는 어떤 창작품들이 나올까 궁금했었는데 최종 다섯 작품이 선정이 되 프리프로덕션 공연을 시작했다.

2월 5일부터 3월 3일까지 단 하루 2회 공연의 행운(?)을 거머쥔 작품은

<Airport baby>, <명동 로망스>, <난쟁이들(Dwarfs)>, <카인과 아벨>,

<X-Wedding> 이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앞의 세 작품 관람신청을 선착순으로 받았는데 

제일 궁금했던 <명동 로망스>에 운좋게 당첨됐다.

(덕분에 오래 전에 예매해뒀던 연극 하나를 취소했다.)

몇 달 전 김재범이 "그리다"와 "생명수"를 부르는동영상을 봤었는데

느낌이 참 좋아 기대가 됐던 작품이다.

정식공연이 아니라 100% 완성도를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과연 이 작품이 상업작품으로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주게 될지도 궁금했다.

 

2014년 현재와 모더니즘으로 대표되던 1955년으로의 시간여행.

흥미로운 소재이긴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뻔한 모습만 보이고 성급하게 끝낼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명동 로망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다. 

워크샾 공연에서는 연습기간도 짧고 무대셋트도 빈약하긴 했지만

이야기 구성 자체는 아주 좋았다.

중간중간 깨알 재미를 주는 장면도 과하지 않으면서 이야기 속에 잘 스며들어 있었고

무엇보다 넘버들이 아주 좋더라.

이번 워크샾 공연에서는 캐스팅이 살짝 어색하긴 했지만

이야기를 조금만 더 보강하고

적절한 배우들을 캐스팅한다면 상업작품으로서 성공적인 작품이 충분히 될 것 같다.

가령 선호는 조금 더 소년의 느낌이 들었면 좋겠고

그런 선호에게 고스트페인터를 거래하는 사람은 친우가 아니라 선배로 설정하면 좋겠다.

이중섭은 개인적으론 박호산보다 김재범의 표현이 훨씬 좋더라.

김재범은 시대를 잘못 만난 불운한 천재의 세기말적인 우울과 예술가가 갖는 천진함이 느껴졌었는데

박호산은 가난한 노동자의 무력과 노곤함이 강하게 느껴져서 좀...

그래서 후반부에 함께 떠나자는 선호에게

돌아가 너만의 그림을 그리라는 장면이 강하게 다가오지 못했다.
그림에 대한 이중섭의 아득하고 간절한 그리움도 깊게 느껴지지 못했고...

특히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재 박호산의 목상태가 좋지 못해 노래도 많이 흘들렸다.

그리고 1955년과 어울리는 노래도 몇 곡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예를 들면 윤심덕과 김우진이 주인공인 뮤지컬 "글루미데이" 처럼.

그냥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 ^^

그렇지만 김재범 이중섭은 꼭 보고 싶긴 하다.

 

근데 사실 제일 걱정스럽고 궁금한건,

이 작품이 실제 공연될때

관객들이 3인의 예술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거다.

물론 황소의 화가 이중섭을 모르리야 없겠지만

박인환과 전혜린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날도 이중섭 말고는 마담이나 경찰처럼 가상인물이라 생각하는 관객도 꽤 되던데...

그렇디면 그들에게 이 작품은 단시 시간여행을 하는 환타지에 불과할텐데...

그런 의미에서 윤심덕과 김우진은 오히려 유명인인 셈이다.

어쩌면 <명동 로망스>를 두고 우리가 걱정해야 할 건

작품 자체가 흥망성쇄가 아니라

관객들의 취약한 현대사알지도 모르겠다.

자칫 하다간 역사속 실존했던 인물이 환타지 속 가상의 창조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뭐라고 또 다시 별 걱정을...

더 나아가기 전에 이쯤에서 오지랖 후기를 끝내야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10. 11. 06:32
오늘은 시간 여행이다!
개인적으로 박물관이나 옛 궁궐터를 오래 걸어다니며 보는 걸 정말 무지 좋아한다.
아마도 그게 "길"의 연장선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의 길을 뚜벅뚜벅 내 두발로 걸으면서 넘나든다는 건,
늘 생각하는거지만 참 뭉클한 축복이고 행복이다.
(그래서 꿈꾸는 여행 중의 하나가 "유럽 박물관 투어"다.)
더더군다가 이스탄불이 너무 이쁜 건,
술탄 아흐멧에서 한 정거장만 걸어가면
(트램따라 걸어가는 이 길도 참 이쁘고 재미있다)
고고학 박물관과 고대 동방 박물관, 도자기 박물관 세 곳을 한꺼번에 볼 수가 있다.
요금은 통합 입장료로 10TL.
일단 들어가면 모두 한 곳에 모여있어 티켓을 다시 보여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고고학 박물관!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곳.
그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 석관이 있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그런데 알려진 것과 달리
이 석관의 주인이 알렉산더가 아니라는 설도 있다.
BC 333년 알렉산더가 이수스에서 페르시아를 물리친 뒤 이브달로니모스를 왕으로 만들어줬는데
이 석관이 바로 그 사람의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브달로니모스는 알렉산더의 후견으로 왕이 된 사람이라
자신의 관에도 평생의 은인인 알렉산더의 모습을 새겨넣은 것이라고.
(어느게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암튼 분홍빛을 띠는 대리석은 무지 아름답고 조각들의 정교함에 내 손이 다 떨릴 정도다.
조명과 명암, 채도의 배려가 눈에 띈다.
어두운데도 유난스럽지 않게 돋보이는 석관은
조각의 작은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보여지도록 전시되어있다.
우리나라 박물관에서 반사광때문에 가오리눈이 된 적이 많아서
이런 배려를 보니 참 민망하게 감동적이기까지했다.



이곳은 유난히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들이 많다.
처음엔 신기해하면서 이곳저곳 매혹되서 들여다 봤는데
또 나 혼자라 등골이 서늘해져 버렸다.
급기야는 대리석상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달려오는 듯한 어처구니 없는 착각까지도...
이 현실적인 비현실감이란!
(어이없겠지만 경험할 당시엔 무지 섬득하더라)



고대 동방 박물관!
고고학 박물관 바로 앞에 있는 건물로
터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각지에서 출토된 고대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벽화들과 청동상, 스핑크스와 미라를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
무덤에서 출토된 것들이 대부분인듯.
역시나 좀 무섭긴 했지만 귀염성있는 청동상들이 가끔씩 나타나줘서 다행스러웠다.
아주 오래된 유물인데도 조각의 표정이 다양해서 보면서 많이 놀랐다.
아무래도 고대 사람들이 지금 우리보다 표정이 훨씬 더 풍부하고 밝았던 것 같다.



왼쪽편이 위치한 도자기 박물관은 처음에 입구를 못 찾아 혼자 헤매고 있었다.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손가락으로 바로 옆을 가르킨다.
길치는 또 민망한 표정으로 "thank you!'를 연발할 수밖에...
(하필 그렇게 찾던 입구가 바로 앞에 있을걸 뭔지. 에효~~)
이곳엔 12~20세기까지 셀주크, 오스만 제국의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다.
그 중에서 16세기 이즈니크 도자기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전시품이라는데
가사 및 살림에 문외한인 나는 거의 눈뜬 장님 수준이다.
그래도 이쁜 그릇(이게 딱 내 수준이다)을 봐서 나쁘진 않았다.
이 그릇들에 밥 먹으면 정말 맛있겠다는 무지 원초적인 생각도 잠깐! ^^
전시실이라는 느낌보다는 집을 개조한 것처럼 느껴졌는데
(문턱이랑 창문의 위치도 그렇고...)
술탄의 별관으로 쓰였던 곳이란다.
1472년에 건립됐다는데 그렇다면 보존을 상당히 잘 한 것 같다.

시간을 들여서 보자면 아마 한나절로도 모자라겠지만
여행자의 눈은 가능하면 많은 것을 담고 싶은 욕심이라
고작 반나절로 이 멋진 시간 여행을 마무리했다.
나중에 이스탄불에 다시 가게되면
이번에는 꼭 해지는 오후에 이곳을 찾아보리라!
지는 해를 받은 대리석들이 어떤 빛을 띄는지 꼭 보고 싶어서...
차가운 돌의 따뜻한 끌림.
그걸 다른 시간의 품에서 꼭 한 번 확인하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