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11. 24. 05:44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해외토픽에서 이 뉴스를 본 게 선명하다.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었다.)
요제프 프리츨이라는 73세의 노인이
24년간 자신의 친딸을 밀실에 가두고 성폭행해온 사건이었다.
게다가 딸은 감금당한 채로 아버지의 아이까지 낳았다고 한다.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희대의 사건!
엠마 도노휴의 소설 <ROOM>은 바로 이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특별한 엄마와 아들이 있다.
하루종일 두사람은 재미있는 놀이를 하면서
이 세상 어떤 부모자식의 관계보다도 사랑스럽고 친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처음에 두 사람의 이런 관계 때문에 이 소설은 오히려 평화스럽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아마도 아이의 눈으로 쓰여졌기에 더 그랬으리라.



그런데 사실은 두 모자가 생활하는 곳은
뒷마당 헛간에 철제로 만들어진,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밀실(Room)이다.
외부세상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오래된 TV 뿐이고
매주 일요일 그녀를 강금한 올드 닉이란 인물이 필요한 물품을 가져다 준다.
그만 알고 있는 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삐릭 삐릭...
아이의 다섯살 생일에 엄마는 말한다.

난 열아홉 살이었는데 그가 날 훔쳤어.
그가 나한테 잠드는 나쁜 약을 먹였어.
일어나 보니 난 여기 있었단다.
우린 여기서 나가야 해! 그것도우리 힘으로!

두 사람은 탈출계획을 짜고 드디어 어렵게 어렵게 성공한다.
다섯 살 어린 아이는 엄마가 세운 계획을 실행하면서 (물론 중간에 작은 실수들이 있었지만)
엄마와 자신의 생명을 구한다.
작은 방이 세상의 전부였던 아이는 이제 텔레비젼 밖의 세계가 진짜라는 걸 하나씩 알게 된다.
아이는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데에도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바람이 빰에 닿은 느낌조차도 낯설게 받아드릴만큼 
외부 세계를 경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그들은 당연의 세간의 이목에 집중된다.
7년간 납치되어 강금당한 채 강간과 폭행을 당한 여자!
그리고 죽이고 싶도록 증오스러운 납치범의 아들을 낳은 여자!
그러나 그 아들 잭 때문에 고통의 시간을 버텨내고 탈출을 계획한 여자!
세상으로 겨우 탈출에 성공한 엄마에게 세상은 묻는다.
"단 한 순간이라도 아이의 머리를 베개로 눌러버리고 싶지 않았나요?" 
누군가는 그녀에게 스톡홀름 신드롬(Stockholm syndrome)을 의심한다.
인질이 범인에게 동조하고 감화되는 비이성적인 심리 현상을 뜻하는 스톡홀름 신드롬!
감금되어 있는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무책임하게 아이를 낳았다는 비난의 말도 듣는다.
여자는 말한다.
"난 사람들이 우리가 끔찍한 일을 겪은 유일한 사람들인 양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온갖 방식으로 감금돼 있어요"
힘들었을까?
엄마는 치료와 보호를 받고 있던 클리닉에서 한웅큼의 약을 삼킨다.
꼼짝도 하지 않고 자고만 있는 엄마를 보며 아이는 말한다.
"엄마가 없어졌어요"



끔찍한 범죄를 이야기하는 아이의 시선은
신비스러울만큼 사랑스럽다.
범죄이야기를 이렇게 읽어도 되는 건가?
죄책감이 들 만큼 아이는 사랑스럽고 순수하다.
엄마를 병원에 남겨두고 외할머니집에서 생활하게 된 아이는 생각한다.
...... 네 살 때는 텔레비전에 있는 모든 것이 그냥 텔레비젼인 줄 알았지만, 다섯 살이 되자 엄마는 텔레비전 안의 많은 것들이 진짜 물건들의 그림이고 밖의 세상도 정말 진짜라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이제 바깥세상에 나와 보니 그중에 많은 것들이 진짜가 아니었다 ......
아이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말한 것에 불과하지만
이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범죄를 보는 우리의 심리에는 어느 정도 관음의 시선이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끔찍한 범죄일수록 더 자극적이게 묘사하고 폭로하려는 심리.
어쩌면 이게 스톡홀름 신드롬보다 더 잔인한 인간심리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자극적인 범죄 자체에 세상의 시선이 집중되는 사이
피해자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에 이야기의 촛점을 맞췄다고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세상은 또 얼마나 상습적으로 일어나던지...
성범죄 관련에서는 항상 이런 역치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안타깝게도 더욱 더.

엄마의 시선과 힘...
어떤 상화에서도 이해되지 못할 만큼 강한 것 같다.
세상이 한 아이를  범죄자의 핏줄로 보는 동안에도
엄마의 눈에는 단지 사랑스럽고  반드시 지켜야할 자신의 아들일 뿐이다.
올드 닉이라는 범죄자의 손아귀에서 간신히 벗어난 엄마는
이제 세상이라는 더 큰 손아귀로부터 아들을 지켜내야 할지도 모른다.
차라리 밀폐된 좁은 방이 아들을 지키기가 훨씬 더 쉬웠을까?
그래도 엄마는...
결국은 자신의 아들을 지키고 보호해내지 않을까?
아들과 홀로 독립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 스스로도 그 희망과 의지가 결코 꺽이지 않으리라 안심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시선"과 "모정"에 가슴이 뻐근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2. 26. 06:02
 <희망을 여행하라> - 이매진피스 임영신, 이혜영


희망을 여행하라

혹시 “공정여행(Fair Travel)"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그럼 “공정무역(Fair Trade)"이란 단어는요?

공정무역(Fair Trade)이란 상품의 최초 생산자에게는 지속적인 자립을 도울 수 있는 정당한 가격이 지불되고, 소비자에겐 윤리적이고 건강한 제품을 구입하게 하는 새로운 글로벌 지원사업을 말합니다. 여기서 윤리적인 제품이란 아동노동을 착취하지 않고, 환경도 파괴하지 않는 그런 제품을 뜻하죠. 제품을 공급하는 나라는 대부분 제3세계 국가로 빈곤과 낮은 교육 수준, 열악한 환경의 공격을 받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공정무역 제품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고, 얼마 전에는 홈쇼핑을 통해 공정무역 커피가 판매되는 걸 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공정무역의 대표 브랜드(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를 꼽자면 우리가 잘 아는 “아름다운 가게”를 들 수 있습니다.

공정여행은 우리가 아는 공정무역과 넓게는 그 의미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정여행(Fair Travel)이란 우리가 여행에서 소비하는 돈이 그 지역과 공동체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여행을 말합니다. “여행”이라는 행위를 통해 여행지의 숲이 지켜지고, 그 곳의 사라져가는 동물들이 살아나고 나아가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경험하는 여행입니다. 더불어 여행자와 그 여행자를 맞이하는 원주민이 서로를 성장시키는 여행이죠.

“여행”을 준비할 때 우리는 제일 먼저 “어디로” 떠날지를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정여행을 실행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를 먼저 생각한다고 하네요. “어떻게”하면 그곳의 자원과 사람, 그리고 환경을 덜 파괴하는 여행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행의 들뜸과 흥분보다는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여행이죠.

관광과 공정여행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고 합니다. 관광은 여행을 상품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소비”하는 행위이지만 공정여행은 “관계”에 그 시선을 맞춥니다. 그곳 원주민들과의 관계, 환경과의 관계, 재화의 공정한 분배에 대한 관계...

  

이제 여행에도 “페어플레이”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여행을 단지 “관광”과 “쇼핑”의 이벤트로 끝낼 것인가 아닌가는 온전히 여행자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책임감을 강조한 의미죠.

누구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을 겁니다. 나를 무한한 자유와 행복감에 빠져들게 하는 여행이 어쩌면 현지인에게 피해를 주고 고통을 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현지인 포터를 동반한 트레킹에서 그들의 싼 인권비에 놀라면서도 그 인권비의 얼마가 그들에게 돌아가는지, 그들의 등짐을 보면서 진기명기를 보듯 감탄만 했는지도 모릅니다. 코끼리 등에서 별천지를 구경하면서 그들의 머리를 내리찍은 따거의 고통을 가늠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코끼리의 가죽은 아주 단단해서 전혀 아파하지 않는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코끼리의 이마에는 새로운 생채기에서 새로운 핏줄기가 흐르고 있다는 걸 등 위에 올라탄 우리는 결코 보지 못합니다.

우리는 가이드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고 신뢰하는 착한 여행객이니까요...

“여행”은 다른 문화를 단지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며 경험한다는 것은 그 문화에 대한 존중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 이유로 누구든 타인의 공간을 방문할 때는 예의를 지켜야만 하죠. 우리가 그들보다 더 잘 사는 나라이기에 그 나라를 함부로 다룰 이유가 전혀 없다는 말입니다.

기억할 수 있을까요?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일본인을 상대로 한 “기생관광”의 핵심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인이 동남아시아의 미성년자 성매매 관광의 최대 수요국으로 부상한지 오래죠. 이런 통계를 보면 어쩐지 여행이 범죄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미성년자 성매매는 확실히 불법행위죠.)

그렇다면 “여행”을 통해 우리가 원했던 건 정말 무엇이었을까요?


이 책 <희망을 여행하라>는 여행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책임을 묻는 책입니다.

여행을 구경을 하는 관광으로만 즐길 것인가 아니며 사람과 자연을 만나 배움을 얻고 함께 관계를 맺는 소통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이죠.

꼭 전쟁과 외교로만 나라가 지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국의 문화를 잃는다면 삶의 역사를 잃게 되는 것이죠. 우리 역시나 문화를 잃었던 과거가 있습니다. 우리가 끝끝내 문화를 지키고 보전해 나갔던 건 결국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진보”에 대한 강한 희망이었습니다. 

지금의 거대 기업의 관광산업을 보고 있으면 과거 식민지 문화의 거대 부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행을 통한 인권 유린, 아동노동 착취, 환경 파괴는 결국 그 나라 문화를 파괴하고 급기야는 삶의 터전까지 파괴하기에 이르죠.

관광산업에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삶의 터를 빼앗기고 멸종의 위기에 처해있는 부시맨과 마사이족들. 그들은 지금 다국적 기업의 관광산업 볼거리로만 그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신께 올렸던 신성한 제의는 관광지의 이벤트로 아무런 믿음과 기원 없이 매일 밤 끝없이 부활하고 있죠.

이제 관광지가 된다는 것은 삶의 존엄과 더불어 진실의 기록과 기억마저 삭제해 나가야 하는 냉혹한 정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먹고, 마시고, 버리고, 그리고 떠나는 여행!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모든 여행도 이 과정의 반복은 아니었을까요?


리얼리티 투어, 에코 투어. 대안 여행, 윤리 여행. 공동체에 기반을 둔 여행...

“관광객”은 단지 구경하기 위해 여행하는 사람이고 “여행자”는 만남과 배움을 위해 여행하는 사람이라고 이 책은 말합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피스보트(Peaceboat) 그리고 학생 안식년으로 알려진 영미권의 갭 이어(Gap Year)는 이런 공정여행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82년 일본 역사교과서에서 일본의 아시아 군사침략을 “진출”로 표현한 것에 대해 세게 곳곳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을 때, 이제까지 자신들이 배워 온 역사가 진실인가 하는 의문을 품은 일본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렇다면 현지에 가서 우리들의 눈으로 확인해 보자'고 생각했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 것이 피스보트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피스보트는 1년에 네 차례 지구를 가로지르는 여행을 하는 일본의 NGO 단체로 벌써 2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죠. 피스보트는 이제 일본과 아시아의 역사를 넘어 지구의 환경, 인권, 여성, 분쟁, 빈곤문제 등 다양한 세계의 모습을 직접 만나 그곳 사람들에게 듣고, 배우며 여행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교류, 연대, 자원봉사, 구호활동 까지도 펼치고 있죠.

이 피스보트의 가장 큰 매력은 승객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자주기획”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자주기획”이란 승객들 스스로 세미나나 스터디를 만들어 토론도 하고 공연 기획 등을 통해 승객들에게 의미있는 공연을 그들 스스로 보여주는 일련의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피스보트에 탑승한 600여명의 세계의 젊은이들은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고민을 나누고 다른 사람에게 배우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하며 소통하게 됩니다. 하나의 진정한 지적 페스티벌이라고 할 수 있죠.

“Gap Year"는 영국과 미국의 대학들이 실시하고 있는 제도로 신입생이 입학 전 1년간 입학을 유보하고 세상을 경험한 후 공부를 시작하도록 하는 방법이죠. 영국의 윌리엄 왕자가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에 들어가기 전 1년간 입학을 유보하고 갭 이어의 시간을 가져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갭 이어의 목적은 자신이 살아가야 할 세계를 이해하고, 이제부터 하게 되는 학문에 대한 진정한 목적과 의미를 찾는 자기배움의 일환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인 휴학과 근본적인 차이는 학교가 직접 제도를 마련해 대학시절 전에 세상을 경험하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과 경험을 권장하는 공교육의 일부라는 사실이죠.

우리가 아는 취업을 위한 하나의 스팩용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책은 요즘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소위 해외봉사에 대한 위험성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결단과 뚜렷한 목적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단지 취업에 필요한 가점을 얻기 위한 하나의 필수코스가 됐다고 꼬집고 있죠. “해외연수”나 “외국어능통”조차도 이제는 흔한 스팩이 되어 버렸다는 뜻입니다. 해외봉사같은 스팩을 하나 가짐으로 글로벌 인재, 희생정신, 책임의식에 대한 홍보효과를 기대한다는 엄중한 지적이기도 하죠.

그들에겐 이것 또한 “관광”의 한 형태에 다르지 않습니다.

“시선의 폭력”이라고 이 책은 말하네요.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반성” 그 이전의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반성‘이나 ”각성“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로구나 하는 처절함. 이건 분명 생존과의 사투라는 생각.

“공정함”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공정함이 여행으로 스며들 때, 그 여행은 이미 배움과 이해를 넘어 소통과 관계의 세계로 우리를 진화하게 만듭니다.

여행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은 “진화”를 보고 있나요, 아니면 “파괴”를 보고 있나요?

몰랐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죠.

“진화”의 반대말이 “파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공정여행자가 되는 10가지 방법>


1. 지구를 돌보는 여행 : 비행기 이용 줄이기, 1회용품 쓰지 않기, 물을 낭비하지 않기

2.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여행 : 직원에게 적정한 근로조건을 지키는 숙소, 여행사를 선택하기

3. 성매매를 하지 않는 여행 : 아동 성매매, 섹스관광, 성매매 골프관광 등을 거부하기

4.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 :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음식점, 가이드, 교통시설 이용하기

5. 윤리적으로 소비하는 여행 : 과도한 쇼핑 하지 않기, 공정무역 제품 이용하기, 지나치게 깎지 않기

6. 친구가 되는 여행 : 현지 인사말을 배우고 노래와 춤 배우기, 작은 선물 준비하기

7.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 : 생활 방식, 종교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기

8. 상대를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는 여행 : 사진을 찍을 땐 허락을 구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는 여행

9. 기부하는 여행 : 적선이 아니라 나눔을 준비하자, 여행 경비의 1%는 현지의 단체에!

10. 행동하는 여행 :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행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0. 7. 06:27
오랫만에 참 좋은 여행서를 봤다.
여행서라기 보다는 사색서라고 해야 하나?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사람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꿈꾸게 하는 그런 책.



여행의 기쁨과 흥분만 생각했었지
그 여행으로 인한 자연과 환경의 파괴
그리고 현지인의 고통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
엄청난 일을 하고 다니면서 좋아했었구나...
끔직한 반성을 공포처럼 느끼게 만든 내용.



여행은 “리얼리티 투어”다

“리얼리티 투어”는 인권, 환경, 지속가능한 개발, 예술과 문화, 평화, 여성, 종교, 노동과 경제 등 9개의 주요한 주제를 가지고 세상을 만난다. 만남은 이해를 낳고, 이해는 변화를 낳고, 변화는 행동을 낳은 것! 국가와 국가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지역과 공동체가 만나는 새로운 국제화의 물꼬를 여행으로 트고 있는 것이다. 바로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다.

 

Fair Travel(공정여행)이란 우리가 여행에서 쓰는 돈이 그 지역과 공동체이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여행, 우리의 여행을 통해 숲이 지켜지고, 사라져가는 동물들이 살아나는 여행,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경험하는 여행, 여행하는 이와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가 서로를 성장하게 하는 여행, 쓰고 버리는 소비가 아닌 관계의 여행이다.




공정한 무역으로서의 여행(Fair trade in Tourism)
지속가능한 관광의 핵심개념으로 우리가 여행할 때 쓰는 돈이 다국적기업을 통해 회수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개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그 지역에 뿌리 내리고 살아온 원주민의 권리가 보장되며(그들이 관광산업에 참여하든 하지 않든), 동등한 관계 속에서 협의와 조정이 가능한 평등성이 보장된 개발과정의 정의까지 내포한 보다 깊고 넓은 의미에서의 공정성을 추구하는 여행이다.




 <공정여행자가 되는 10가지 방법>

1. 지구를 돌보는 여행 : 비행기 이용 줄이기, 1회용품 쓰지 않기, 물을 낭비하지 않기

2. 다른 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여행 : 직원에게 적정한 근로조건을 지키는 숙소, 여행사를 선택하기

3. 성매매를 하지 않는 여행 : 아동 성매매, 섹스관공, 성매매 골프관광 등을 거부하기

4.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 :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음식점, 가이드, 교통시설 이용하기

5. 윤리적으로 소비하는 여행 : 과도한 쇼핑 하지 않기, 공정무역 제품 이용하기, 지나치게 깎지 않기

6. 친구가 되는 여행 : 현지 인사말을 배우고 노래와 춤 배우기, 작은 선물 준비하기

7.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 : 생활 방식, 종교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기

8. 상대를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는 여행 : 사진을 찍을 땐 허락을 구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는 여행

9. 기부하는 여행 : 적선이 아니라 나눔을 준비하자, 여행 경비의 1%는 현지의 단체에!

10. 행동하는 여행 :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행


여행에도 페어 플레이가 필요하단다.
여행을 "소비"의 시선으로 보는 게 아니라
"관계"의 시선으로 볼 때 진정한 책임여행이 시작된다고.
"어디로" 떠날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를 먼저 생각하는 여행.
"관광객"은 구경을 하기 위한 사람이고 "여행자"는 만남과 배움을 위해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여행을 하면서 즐거워 했던가!
앞으로 여행을 준비한다면
아마도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지게 되지 않을까?

포터의 몸을 짓누르는 무거운 짐과 형편없는 노동의 댓가
코끼리의 이마를 찌르는 따거의 고통
리조트의 화려함에 희생된 비정규 노무자가 된 현지인들.
삶의 터를 잃고 생계의 위협마저 받고 있는 그들,
결코 싼 여행이 횡재가 아님을 절감하게 하는 무서운 책이다.

지금까지 나는 여행에서 무었을 꿈꾸었던건가!
그리고 그 꿈이라는 게 얼마나 큰 파괴였던가!
내가 남긴 흔적들이 무섭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2. 23. 05:51
 <압구정 다이어리> - 정수현


 압구정 다이어리



“한국형 칙릿 소설”이란 광고 타이틀을 한때 달고 있던 소설입니다.

한국형 칙릿이라...

대략 난감한 표현이란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어쩐지 모든 칙릿 소설은 “섹스 앤 더 시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그야말로 몹쓸놈의 선입견이죠.)

뭐 배경이 한국이고, 주인공도 한국인이고, 그리고 주된 등장인물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3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니 한국적이긴 합니다, 게다가 방향치와 길치를 위해 압구정과 청담동 일대의 유흥거리를 첫 장에 상세한 지도까지 그려가면서 아주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아마도 이 책을 읽고 그 곳에 찾아간 사람 있진 않을까 싶습니다....)

설마 길을 잃고 헤매지 않을까 걱정하는 한국적인 노파심(?)의 노출(?)이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먼저, 작가 정수현...

시트콤으로는 유일무이하게 시즌5까지 만들어질 만큼 엄청나게 성공한 “논스톱”의 작가였다네요.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책 앞면에 있는 작가의 얼굴 보면서 혼자 혼란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네요. 물론 얼굴로 글을 쓰는 게 아님을 알지만 생김이 너무 참하고 그야말로 수줍게 보여 “어라! 정말 이 사람이 쓴 게 맞아?”하는 의문이...

방송작가 경험의 영향이겠지만 일단 대사나 상황은 통통 튑니다.

그런데 이 “튐”이 일상적인 우리네의 방향과는 좀 달라 (사실 저와는 너무 많이 달라)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 동네가 정말 이래?”하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4차원의 세계를 경험하는 기분입니다.

이거, 은근히 SF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제겐 다가옵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압구정 단어들과 클럽 용어들, 그리고 수많은 명품 브랜드 이름들에 집 한 채의 가격을 호가하는 자동차들...

연예인들이 지나가도 우루루 몰려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촌스러운 짓을 하는 사람들도 없고, 헬스장을 가기 위해 뷰티샾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제이로(제니퍼 로페즈)가 디지인한 30만원짜리 운동복을 걸치고 우아하게 셋팅한 머리를 날리며 런닝머쉰 위를 “S라인”으로 밟아주시는 그녀들이 사는 곳.


그녀들의 이름은,

지현, 유라, 지안...

어쩐지 그녀들의 “넬라판타지아”를 우리가 엿보고 있다는 도발적인 쾌감도 살짝 듭니다.

압구정의 문화(?)라면 이런 “엿보기의 교차와 연속”도 포함되지 않을까요?

오래전에(정말 오래전이네요...) “오렌지족”이니, “야타족”이니 하는 말들이 생겨났을 때 제게 압구정이라는 지명은 넓은 의미의 관음증처럼 느껴졌더랬습니다.

언제부터 압구정동이 신상의 물결에 휩쓸려 부나비처럼 날아드는 된장녀들의 양성소가 되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그 지명의 신세도 좀 안타깝긴 하네요.

그게 다 “들여다보는”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라 좀 뜨끔한 구석도 있습니다.

압구정을 바라보던 시선은 급기야 청담동으로 대표되는 럭셔리 고립지역까지 탄생시키기에 이릅니다.

그릇된 “살롱 문화”는 우리나라에 수많은 부티끄를 탄생시키고 그리고 고부가가치(?) 사업인 력서리 명품 거리를 탄생시키죠.

그 거리의 사람들은 명확히 분류됩니다.

예쁜 여자는 텐프로거나 연예인이고, 괜찮은 남자는 호스트거나 정말 청담동 도련님이거나....

이 분류 안에 평범한 사람을 위한 자리는 없습니다.

어찌 감히 “평범함”이 명함을 내밀 수 있겠습니까?

명품 자켓 안에 받쳐 입은 지오다노 셔츠에 기겁을 하면서 “재, 짝퉁이야!”를 외치며 배신감에 치를 떠는 사람들.

외제차들이 쭉 주차되어 있는 곳에 국산 승용차를 몰고 오는 남자를 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전력질주로 도망가는 여자들.

이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귀염성마저 느껴집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간 말종”에 “네가지(?)가 없다 못해 개념도 없는 인간들”이 이 책엔 풍성하게 나옵니다.

그래서 어쩌면 읽을수록 점점 불쾌하고 기분이 상할지도 모르죠.

만약 그렇다면 그 부분까지도 다 느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꼈던 건,

“시선의 횡포” 였습니다.

소설이라 왜곡된 부분도, 사실과 다른 부분들도 물론 많겠지만 결국 비난이나 불쾌감의 시작도 “시선”에서부터 비롯됐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치나 허영으로 대표되는 된장녀를 비난하는 시선 속엔 그녀들의 풍요와 태생에 대한 부러움 담긴 시선이 없었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사람, 몇 명이나 될까요?

혹은 정당한 노력에 대한 보상을 싸잡에 비난하진 않았는지...

“세 치 혀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했던가요?

그러나 그 세 치 혀를 움직이게 만든 건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 시작이었을 테니 원죄를 물어도 눈에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어 갈수록,

이 세계를 비난만 하고 있는 저를 비난하게 되더군요.

어쩐지 몰래 누군가를 살펴보는 제 모습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된통 들킨 기분입니다.

영 뒷통수가 찜찜하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 19. 06:15
 

<붉은 애무> - 에릭 포토리노


붉은 애무 


에릭 포토리노...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프랑스 작가입니다.

이 사람은 작가로써도 유명하지만 2008년 1월 경영난에 허덕이던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지의 회장으로 임명돼 파격적인 구조 조정으로 르몽드지를 구해낸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 보면 확실히 신이 가끔은 불공평하단 생각이 들어요. 

얼마 전엔 (1월 5일) 이 “르몽드”지에 우리나라 보수신문 “조중동”에 대한 상당히 긴 불량의 정면비판 글이 실려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글의 요지는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한국 일간지가 역대 독재정권에 봉사한 댓가로 조세 면책의 특권을 보장받아 왔고 현재도 이들 일간지들이 보수진영과 재벌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꽤 정확한 지적을 하고 있어 오히려 민망하기까지 했답니다.


<붉은 애무>... 제목 참 강렬하죠?

처음 이 책을 알게 됐을 때, 그 제목의 강렬함에 당황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죠. 대중교통 안에서 읽고 있으면 사람들이 좀 쳐다보겠구나...(그런데 실제로 정말 그러던데요~~~)

그 사람들, 어떤 내용을 상상하면서 절 바라봤을까요?

프랑스의 대표적인 립스틱 브랜드명이기도 한 “붉은 애무”는 프랑스어로 잔잔하게 불에 타 들어가는 상태를 뜻한다고 합니다.

불에 타 들어가는 데 잔잔하다니요......

어쩐지 꽤나 치명적일 거란 확신이 들긴 하네요.


이 소설은,

네,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아주 치명적이고 파괴적이기까지 한 사랑이죠.

이렇게 고백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홀로 된 여자의 아들에게는 아이가 될 권리가 없다”라고...

정상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 이름도 모르는 아비와 아이를 짐스러워하는 어미,

그렇게 아이인 적 없이 커버린 한 남자.

어느 날, 그 남자에게 마리라는 여자가 나타납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아이를 낳아서 걸을 때가 되면 아이를 당신에게 주고 떠나겠다...”

실제로 그녀는 정확히 아이가 첫 걸음을 떼는 날  두 사람 곁을 떠나죠.

아이인 적이 없이 자라버린 남자는 이제 자신의 힘으로 어린 아들을 키워내야 합니다.

엄마의 부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 남자...

아직 어린 아이에게 있어 부모의 존재라는 건, 거의 엄마의 존재가 대부분이라는 걸 이 남자는 너무 잘 알고 있었죠.

“엄마 보고 싶어!”

엄마를 찾으며 떼를 쓰는 아들에게 손찌검을 한 남자는 아이에게 말합니다.

“약속할게. 매일 저녁 엄마가 와 있을 거야”

아들을 위해, 이 남자는 그토록 혐오하던 게이샾에 들러 원피스를 사고, 금발의 가발을 사고, 포근하고 따뜻한 2개의 스펀지 공을 사고, 얼굴과 다리의 털을 면도합니다.

그리고 매일 밤 아들에게 선택권을 주죠.

엄마, 아빠 중 누구를 원하는지...


처음엔 밤에만 엄마로 변장했던 남자는 아이의 요구에 따라 점점 낮에도 엄마의 모습이 됩니다. 그리곤 함께 외출을 하고 공원으로 소풍을 가고 그리고 써커스를 보러 가죠.

잠이 깬 아들에게 “엄마 여기 있어, 푹 자!”라고 말하면서 이 남자는 느낍니다.

자신이 점점 엄마로 변한 모습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아들이 3살이 되는 날, 평온하게 유지됐던 두 사람의 가정에 누군가가 찾아옵니다.

그녀... 아이의 진짜 엄마인 “마리”가요.

여자는 말합니다.

“이제 아이를 위해 엄마로 살기로 했다”고... (아내의 역할은 제외하고 말이죠)

그 순간 그 남자는 자신이 방금 잃어버린 모든 것을 떠올립니다. 금발의 가발, 시폰 원피스, 스펀지 공, 머플러......

이제 아이는 일주일의 반은 아빠와, 일주일의 반은 엄마와 생활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는 이제 점점 진짜 엄마를 더 많이 요구하게 되죠.

마리로 변장한 남자를 보며 3살 아들은 웃어버립니다.

그 순간, 남자는 깨닫습니다.

자신이 아버지의 수렁으로 되돌려 보내졌다는 걸......

아들이 마리와 보내게 되는 날이면 남자는 엄마가 되어 마치 아들이 집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다 엿보기가 시작되죠.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남자는 마리 집 창문 맞은편에 주차한 체 자신의 아들과 그 아들의 엄마를 훔쳐봅니다.

그 남자의 눈길....

뭐였을까요?

엄마의 시선? 아니면 아빠의 시선?

어쩐지 참 잔인하기까지 한 시선이라 섬뜩함조차 느껴집니다.

엄마(진짜 엄마)의 손을 잡고 유아원으로 향하던 이른 아침,

남자는 두 사람의 깍지 낀 손가락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때, 갑자기 울린 핸드폰을 받기 위해 엄마가 잠시 잡은 손을 놓은 사이 아이는 콩콩 거리를 뛰어다닙니다.

그러다 돌진해오는 스포츠카에 순식간에 뺑소니 사고를 당하죠.

범인은 밝혀지지 않고...

결국 이 남자는 아들을 잃고 맙니다...


이 남자....

이제 어떻게 될까요?

이제부터 “붉은 애무”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남자의 마지막 모습은, 그리고 마지막 시선은, 그리고 마지막 증거는.....

아빠여야 할까요? 엄마여야 할까요?


책을 덮으면,

마치 독한 술이 목구멍으로 넘어오는 느낌입니다.

잔잔하게 불에 타 들어가는 느낌이네요.

부드럽지만 겉잡을 수 없는 광기.

당신은 지금 누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그 눈길이 진짜 자신의 눈길이라고 정말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