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1.21 <김남주의 집> - 김남주
  2. 2010.12.15 <올리브 키터리지>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2
읽고 끄적 끄적...2011. 1. 21. 06:35
본인이야 조심스럽게 그리고 한자 한자 정성을 다해 써내려갔겠지만
내가 볼 때는 그냥 유명한 연예인의 집이다.
솔직히 부럽다느니, 나중에 이렇게 살아야겠다느니 하는 생각보다는
현실감없고 괴리감 많은 드라마 속 주인공의 삶같다.
일반적으로 나같은 평범한 월급장이들은
침대 하나를 주문해서 이태리 장인이(시크릿 가든도 아니고...) 만들어서 보내올 때까지
8개월 넘게 기다리지도 못하거니와
현관문을 바꾸기 위해 도 몇 달을 기다릴 여력도 없다.
시간도 시간이겠지만 제일 중요한 건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혼자 당황했던 부분들이 상당했다.
가령 이런 부분들.
"아이  물건을 사기 좋은 곳은 일본, 다양한 음반을 살 수 잇는 곳은 런던과 파리,
 옷이나 구두는 뉴욕, 빈티지 제품은 런던이다."
이런 자세한 설명을 읽으면서 이 곳을 모두 다녀오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 중에 얼마나 될까 생각했다.
여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할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라는 표현에는 민망해지기까지 하다.
그러면서 다행이다 싶었다.
사람이 아니라 여자라고 표현해서...
까닥했다간 사람도 아닐 수 있었는데 암튼 지금은 여자만 아니면 되는 거니까...



남편 김승우, 두 아이과 집에 대한 애정과 사랑은 일반적인 엄마들과 다르지 않다.
라희, 찬희에 대한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관심과 걱정은
아마도 그녀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좀 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시적이고 스타일리시하기로 유명한 그녀의 개인적인 패션 아이템들은
소위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 천지였다.
(이건 내가 그쪽으로 완전히 문외한이라 솔직히 내세울 건 아니다)
일반인이 프라다의 카디건을 그것도 여러벌 가지고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이며
베라왕 웨딩드레스를 입어볼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인가!
외국에 나가 상들리에를 10개 사올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김남주가 즐거 찾는 숍"이라는 마지막 부분은 개인적으론 별천지에 가깝다.
살면서 지금까지 청담동이라는 곳을 한 번도 가본 적조차 없는 나로서는
음... 좀... 낯설어서...
그녀가 저렴하다고 표현할 때는
그 "저렴"이 내가 생각하는 "저렴"과는 천지차이일 것 같아 슬쩍 겁이 나기도 했다.
꼭 물건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 이런 곳들을 다녀보는 게 좋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까지 그런 여력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어쩌면 게으른 변명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김남주의 집>은
그래서 내겐 <연예인의 집>일 뿐이다.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꿈꿀까?
역전의 여왕이 되길?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2. 15. 06:11
2007년 코맥 매카시의 묵시론적인 소설 <로드>
2008년 주노 디아스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에 이어
2009년 퓰리처상 수상한 엘리지베스 스트라우트의 세번째 소설 <올리브 키터리지>
퓰리처 상은 미국인 작가에 의해 쓰여진 작품 중
미국적 삶을 다룬 작품에 수여되는 상이다.
<로드>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을 읽으면서는
미국적 삶이라는 부분에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이번 소설은 이해가 됐다.
사실은.... 꼭 미국적 삶뿐만은 아니다.
어쩌면 내 이야기, 우리네 가족사와 동일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말했다.
"읽기는 쉽고 잊기는 어려운 소설" 이라고...
평범한 일상의 에피소드들,
그러나 그걸 에피소드라는 한 단어로 몰아넣기에는 어쩐지 미안하다.
사소한 일상을 어느날 꼼꼼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그 곳에서 뜻밖의 일들과 숨겨진 진실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이름을 살짝 우리 엄마나 할머니 이름으로 바꿔도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일상.
그 일상의 단편들이 내내 가슴에 담긴다.
참 별 일도 아닌데...



미국 뉴일글랜드 지역 해변 마을.
여기에 한 가족이 살고 있다.
수학교사인 올리브 키터리지와 그녀의 남편 헨리 키터리지.
족부의학 전문의인 아들 크리스토퍼 키터리지.
그리고 그 주변에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
가족과 이웃 이야기에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는 건,
그만큼 내가 외로워서일까? 아니면 이것도 일종의 향수일까?
하나하나의 일상이 어쩌면 그렇게 우리네 모습과 똑같은지 읽으면서 많이 웃었다.
비밀스럽게 소근대는 뒷담화같은 지인과의 대화가 있고.
함께 이웃하며 살거라 여겼던 아들은 결혼과 동시에 멀리 이사를 가버리고
(그래서 아들은 키워봤자 아무 소용 없다고 하는가 보다. 서양이든, 동양이든... ^^)
재혼한 아들의 집을 찾은 엄마는 마음과 다르게 아들과 다투고.
남편과는 의외의 장소(병원)에서 과거 일 때문에 싸우고...
그 남편은 또 어느날 뇌졸증으로 쓰러져 요양원으로 들어가고 ...
심난한가?
결코 그렇지 않다.
13편의 일상은 절묘하게 내 일상과도 거의 완벽하게 닮아있다.
어쩐지 안도감이 생긴다.
내가 평범한 인간이라는 걸 인증받은 것 같아서...



어쩌면 나도 더 나이를 먹게 되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약속을 잡을 땐 일부러 점심이 아닌 저녁 시간으로 잡으려 할지도.
점심은 헤어지고 나면 아직 하루가 많이 남지만
저녁약속이 있으면 종일 고대하게 된단다.
은퇴하고 홀로 남은 사람에겐 어쩌면 누군가와의 사소한 한끼 식사 약속이
가장 절실하고 소중한 이벤트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지도...
일상이라는 너무나 평범한 시간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일상이 결코 쉬은 삶은 아니라고 말한다.
책의 마지막에 변역가 권상미도 한 마디 보탠다.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은 하지만
그걸 존중해야 겠다고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노라고...

속으로 뜨끔했었다.
사실 퓰리처상이라는 수식어엔 별 감흥이 없었지만
평범한 일상을 이렇게 보석같이 만들어 낸 재능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엘리자베스 스투라우트!
어쩌자고 날 꿈꾸게 만드는가!
...... 작가가 되겠다면 포기하지 말며,
포기할 수 있다면 포기하되,
포기할 수 없다면 계속 글을 쓰고,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필사하며
습작을 게을리 하지 말라 ......

그녀는 42살에 첫 장편 <에이미와 이사벨>을 발표했고
아직까지도 육필 원고를 고집하는 조금은 고루한 사람이다.
처음 읽은 소설이었지만 자꾸 우리나라 "박완서"와 겹쳐진다.
작가 박완서가 쓴 일상 역시도 얼마나 활홀하고 정직하더냐.
묘하게도 이 두 사람에게선
세월의 연륜과 깊이와 함께 파릇파릇한 새싹에게서나 느껴질 참신함까지 철철 넘친다.
이 두 세계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지금 마냥 신비로워 하는 중이다.
내게는 지금 이 느낌이 시크릿 가든이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