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0. 4. 8. 06:26
2010. 04. 03. PM 2:00 Casting
앤지니어 : 김성기 / 크리스 : 마이클 리 / 킴 : 김보경
존 : 김우형 / 엘렌 : 김선영 / 투이 : 이경수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캣츠>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불리는 작품들.
이 중에서 <레미제라블>만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모두 라이센스 공연이 이루어졌다.
(조만간 <레미제라블>도 라이센스 공연이 성사되지 않을까 싶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
4년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라이센스 국내 초연됐을 때 참 많이 관람을 망설였던 작품이다.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다음에..." 였다. 
그때 주연배우들의 기자회견 장면이 아마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주인공 크리스 역의 "마이클 리"...
브로드웨이에서 <미스 사이공> 투이 역으로 데뷰했다는 그는 놀랍게도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경악했다.
그런 그가 한국어로 노래를 해야 하고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는 게 "장난"처럼 느껴졌다.
<미스 사이공>의 희극 버전이 탄생되는구나 싶었다.

 
                                                                              <미스 사이공 킴과 크리스>

그리고 뒤늦게 "마이클 리"가 부른 뮤지컬 넘버를 듣게 됐다.
"Why god why?"
솔직히 고백하는데 전율이 일었다.
그의 한국어 발음은 분명 문제가 많았지만 감정이 그대로 담긴 그의 목소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름답고 깨끗했다.
킴과의 듀엣곡 "Sun and Moon"과
"The last night of th world"를 듣고는 후회했다.
4년 전에 그래도 한 번쯤은 보지 그랬느냐고...



고양 아람누리 무대에서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또 놀랐다.
너무 작은 체격이라서...
그의 작은 몸에서 나오는 목소리의 힘은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를 엎드리게 해서 등판을 열면 에너자이저한 밧데리가 우루루 쏟아질지도 모르겠다고 상상할만큼 ^^) 
맑고 깨끗하고 그러면서도 거침없는 목소리. 
그의 고음은 불안하지도 힘겹지도 않았다.
소위 말하는 타고 난 목소리다.
그런 그가 원래는 스탠퍼드 대학의 우등생이었단다.
의대생이었던 그는 3학년 때 뉴욕으로 건너가 <미스 사이공> 오디션을 봤고
투이 역으로 꿈에 그리던 브로드웨이에 무대에 서게 된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렌트, 왕과 나 ...
브로드웨이 대표작에서 한창 활약하던 그는 우연히 친구를 통해 한국에서의 미스 사이공 공연 소식을 듣게 됐단다.
그래서 싱가포르 투어 중 하루를 비워 오디션을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았단다.
미국에서는 백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크리스.
그는 크리스가 되어 그렇게 4년 전 한국 뮤지컬 무대에 섰다..
<미스 사이공>이 그의 뮤지컬 무대 첫사랑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마이클 리.
2005년 초연가 달라진 점이라면,
그의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1살짜리 아들이 생겼다는 것.
그래서 더 성숙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공연 후 무대 밖에서 우연히 보게 된 그의 모습은
참 귀엽고 그리고 순수해보였다.
(젠틀한 꼬마 신사 같았다고나 할까? ^^)



킴의 "김보경"!
작은 몸의 그녀가 나를 얼마나 이리저리 끌고 다니던지...
그녀에게 제대로 휘둘리고 난 후의 느낌은 황홀할 정도였다.
그녀에게도 운명이 되어 버린 <미스 사이공>,
4년 전 그녀는 뮤지컬 <아이다>의 앙상블이었다.
한국 오디션 당시 외국 연출자는 한국에는 `킴`이 없다는 소리까지 했을 정도로 캐스팅에 난항이었다고 한다.
오디션에 지원조차 하지도 않았던 그녀는 <아이다>를 본 연출자에 의해 오디션 기회를 잡았고
수백 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고 앙상블에서 주연이 되는 신데렐라의 행운을 얻었다.
모든 뮤지컬 여배우들이 꿈꾸는 역할 "킴"으로...


전쟁의 화염 속에 가족을 잃고 창녀가 되야 했던 17세 킴의 여리고 순수한 목소리부터
떠난 크리스가 돌아올 것을 굳게 믿으며 부르는 노래  "I still believe"
3살 된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치리라 다짐하는
"I'd give my life for you"까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시간도, 희망도, 그리고 절망도 묻어있었다.
그녀는 확실히 "킴" 그 자체였다.
헬기장 장면에서 나는 그녀 때문에 가슴이 찢어졌고
호텔에서 크리스의 아내 "엘렌(김선영)"과의 만남에서는 함께 가슴이 무너졌다.
킴의 대사처럼 나 역시도 "숨을 쉴 수 없었"다...
할 수 있다면 내가 저 철조망을 뚫고 그녀를 헬기 안쪽으로 보내주고 싶었는데...



어쩌면 <미스 사이공>은 동일한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더 가슴 아파하면서 감동을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전쟁을 비록 겪지 않은 세대라고 할지라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그래도 우리 세대는 전쟁의 절망을 이해까지는 아니더라도 동정하고 가슴 아프게 느끼고 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더 지나도 그렇게 될까?
<미스 사이공>이란 작품의 의미,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나는 여기에 두고 싶다.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전쟁"이라는 단어가 사전 속 의미로만 남기를 희망하면서
이런 작품들을 통해서라도 그 절망을 조금이라도 가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게 구닥다리같은 억지처럼 들리더라도 말이다.
작품 속 비극을 통해서 우리가 "전쟁"의 참혹성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
솔직히 말해서,
<미스 사이공>을 보면서 내가 감동받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너무 "고전"이라고. 지금 시대에 전쟁물이 말이나 되냐고...
그래도 4대 뮤지컬이라니 한 번 보기나 해보자고...
참혹하게도,
나는 완전히 처참한 KO패를  당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KO패를 내내 감사하게 즐기고 있는 중이다.)

오랫만에 무대 위에서 보게 된 김성기씨는
역시나 독특한 존재감을 주는 자신만의 앤지니어를 만들어냈다.
한때 그의 목소리를 내가 얼마나 깊게 깊게 사랑했었는지... (^^)
그의 건강하고 날씬한(?) 모습이 마냥 반갑고 그리고 정답다.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보여주는 멋진 배우 김성기.
그동안 무대가 많이 그리웠겠다. 특히나 <미스 사이공>은 더더욱.
그의 앤지니어를 볼 수 있었다는 건 나에게도 그에게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The American Dream - 앤지니어 "김성기">

마이클 리, 김보경, 김성기, 김선영, 김우형.
그들과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세계를 직접 보고
<미스 사이공>이 세계 4대 뮤지컬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나는 충분히 이해했고 그리고 인정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4대 뮤지컬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덕분에 혼자 무안해지고 말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들과 놀라운 무대 셋트들.
(3D 헬리콥터 장면은 정말 사람이 그 속에 타서 신기했다.)
철조망 신의 긴박감과 절망감,
퇴폐적이고 끈적거리는 클럽의 불빛,  피난민들의 허름한 수용소.
커다란 호치민 흉상 앞에서의 군무들까지.
하나하나의 장면들이 전부 기억에 선명하고 그립다.



어쩌나...
또 다시 깊게 절망하고 싶다. 
너무 그리워서 이제 어쩌나...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 16. 06:12
대물 김윤희, 가랑 이선준, 걸오 문재신, 여림 구용하
전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서 대과에 급제한 잘금 4인방의
규장각 이야기다.
뭐... 재미는 있다.
조선시대 남장 여자의의 출사기가 어찌 아니 재미있을쏘냐.
문제는 다른 게 없다는 거...
(재미라는 것도 전편보다는 솔직히 좀 떨어진다)



성균관이나 반촌에 대한 이야기.
규장각 검서관의 이야기가 새롭고 흥미롭긴 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가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그 이상을 기대하는 건 이기심인가? 재미에 충실한 소설도 솔직히 보기 드문데...)
가난한 집안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남장을 하고
동생의 역할을 해야만 했던 절세미인 김윤희는
어쨌든 난 놈(?)이다.
대물에 변강쇠라는 전설적인 별칭까지 선사받고
비밀을 알고 있는 사형들과 정조의 엄청난 보호와 보살핌 속에
꽃 중의 꽃으로 화한다.
(진정한 신데렐라 탄생기... ^^)
뭐 어쨌든...



아마도 작가 정은궐은
이 4인방에 김윤희의 동생 김윤식까지 포함한
5인방의 이야기를 새롭게 청나라에서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흔히 말하는 "열린 결말"로 책이 마무리 되기에...
그리고 미처 정히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아마도 머릿속에서 아우성치며 소란을 피우겠지.
유리창 거리 이야기를 해주면 좋으련만...



요즘 괜찮은 소설이 뭐예요?
라고 묻는 사람이 아닌
요즘 재미있는 소설이 뭐예요?
라고 묻는 사람에게 권해줄 이야기.
그런데 사실은,
괜찮은 소설이 필요한 건 바로 "나"다.
누가 좀 대답해줬으면...
이상하게 요즘 자꾸 허기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1. 17. 06:27
칙릿소설이라고 해두자.
모든 여자들은 아니 모든 직장인들은 꿈꾼다.
자신이 신데렐라가 되기를...
누군가 내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큰 프로젝트를 맡김으로써
신분상승을 꿈꾸는...
누군가가 나를 조용히 그러나 긍정적으로 지켜보면서
경영인으로써 비밀스럽게 테스트를 하고며 만족하고 있기를....



조그만 소도시에서 광고일로 성공을 거둔 도로시는
함께 일한 헨리 아저씨의 추천으로 도시에 있는 거대 홍보회사 오즈 컴퍼니에 입사하게 된다.
크리에이티브팀의 새로운 캡틴으로...
빨간 구두를 둘러싼 자존심 싸움 결과
엄청난 자금의 궁핍 속에서 프로젝트를 멋지게 성공시키는 도로시.
그 과정 속에서 그녀는 팀웍의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발휘한다.
자금의 부족을 아이디어와 협업,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간의 우정과 이해로 해결하면서...(정말 동화적인 이야기다...)
급기야 새로운 사장의 자리를 놓고
자금 압박을 해왔던 재무팀의 웨스트와 경쟁을 하게 된다.
당연히 주인공이니까 그녀가 멋지게 승리를 한다.
그것도 또 다른 프로젝트의 최종일과 연례총회일을 정확히 일치시켜서
시각적으로도 엄청난 이팩트를 보여주면서...
(그러니까 일종의 도랑치고 가재잡고... 꿩먹고 알먹고... 식으로 ^^)
그런데...
예상했던 그대로
이 모든 것들이 그녀를 경영인으로 올리기 위한 일종의 도제수업이었던 거다.
웨스트마저도 계획된 내부의 적이었고,
자신을 추천한 헨리 아저씨는 사실은
오즈 컴퍼니의 사장이었던 거다.
이렇게 끝이 났으면 무지 재미없었을 거다.
다행히 그녀는 자신에게 신겨진 유리구두를 벗겠다고 선언하다.
"신데렐라"가 되기 보다는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가 되기로 결정한거다.
자신의 세계에서
직접 허수아비를, 겁장이 사자를, 깡통 로봇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최종 선택이다.
누구나 그런 것 같다.
신데렐라를 꿈꾸기도 하지만 동시에 도로시를 꿈꾸고 있기도...
당신의 현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당신의 모습은?
잠시 일터에서의 내 모습에 대한 고민을 하게 했다.
이 책의 장점을 일단은 "건전함"이라고 해두자.
^^



헨리, 당신이 직원들에게 인간적인 가치를 강조하고, 그들의 능력을 키워주고 그러면서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거 잘 알아요. 당신은 가상의 적을 만들어서 직원들이 서로 협력하고 팀워크를 이룰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어요.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줌으로써 나를 프로로, 인간으로서 성숙할 수 있도록 도왔고,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극한의 상황을 경험하게 해주었어요. 이제 나는 누가 뭐래도 최고가 되었고, 이 모든 게 당신 덕분이에요. 내가 당신을 많이 존경했으며, 평생 존경하리란 것도 잘 아실 거예요. 지금까지 아저씨의 행동이 어떤 악의가 있었던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나는 다른 모델을, 당신이 놓장에서 나에게 가르쳐준 모델을 택하겠어요.
오늘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출근할 때마다 내가 누군가의 거짓말 덕분에 이 자리에 있다는 걸 떠올리게 될 것 같아서예요. 당신과 웨스트 씨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절대 이 자리를 얻지 못했을 테니까요. 내가 가면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서는 동료들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이 회사의 역사에는 지나치게 많은 가짜 인물이, 지나치게 많은 걸림돌이, 지나치게 많은 속임수가 있었어요. 당신 역시 가짜 인물로 인해 현재의 상황까지 이르렀고요. 나도 똑같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나는 빛나는 사람이며,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걸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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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처음으로 속였을 때는 당신의 잘못이다. 그러나 두 번째는 내 잘못이다. - 아랍 속담
      
놀라운 것은 잠시뿐이지만 감탄스러운 것은 영원하다. - 조제프 주버트

성공을 거둔 기업에서는 누군가 한때 용감한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 피터 드러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