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2. 16. 08:14

 

<레베카>

 

일시 : 2016.01.05. ~ 2016.03.06.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류정한, 민영기, 엄기준, 송창의 (막심 드 윈터) / 김보경, 송상은 (나)

        신영숙, 차지연, 장은아 (덴버스 부인) / 최민철, 이시후 (잭 파벨) / 김희원,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종문, 허정규 (줄리앙 대령) / 이정화(베이트리체), 정수한 (가일스), 윤선용 (프랭크 크롤리), 김순택 (벤)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솔직히 말하면 난 이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뮤지컬보다는 오히려 원작이,

그리고 원작보다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가 훨씬 더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이번 시즌도 그냥 넘길 생각이었는데

뒤늦게 류정한이 막심으로 합류하게 돼서 이렇게 관람까지 이어졌다.

딱 한 번만 관람할거라 캐스팅 선택이 신중해지더라.

막심과 덴버스 당연히 류정한, 신영숙이고,

잭 파벨은 예술단을 나온 후 행적이 묘연했던(?) 이시후 배우로

"나" 지금까지 출연한 배우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송상으로 선택했다.

 

결론은,

괜찮은 선택이었다.

송상은 "나'는 김보경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확실히 더 풋풋하고 애띤 느낌이었고

잭 이시후는 다른 모든걸 떠나 다시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게 좋더라.

(물론 조금 더 비열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었고...ㅋㅋ)

김희원도 작품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했줬고

신영숙 덴버스과 류정한 막심은 비교 불능하게 탁월하다.

누군가는 이런 표현을 하더라.

두 사람은 넘사벽들이라고.

격하게 공감한다.

나 역시도 이 두 배우 때문에 이 작품을 본거니까 ^^

이쯤되면 두 배우가 못해낼 배역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사심 담은 캐스팅 제안을 해보련다,

류정한 헤드윅과 신영숙 이츠학!

살짝 낮설긴 하겠지만,

이 캐스팅이 실현되면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겠다.

그런데 더 중요한건,

류정한, 신영숙 두 배우 모두 한 치의 의심없이 매우, 심하게, 너무 잘 할 것만 같다.

아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최초로 50대의 헤드윅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쓰고 나니 정말 그래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스멀스멀...)

 

* 레베카로 시작해서 헤드윅으로 끝을 맺은

  내가 생각해도 심각하게 뻘쭘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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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5. 1. 8. 07:52

 

<Promise 2015>

 

부제 : 아름다운 약속, 내일을 기약하다

일시 : 2014.12.31.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출연 : 임태경, 민영기, 옥주현, 신영숙, 임혜영, 전동석

지휘 : 구모영

오케스트라 : Asian Classical Players(ACP)

주최 : (재)세종문화회관

 

사실은...

볼 수 없는 콘서트였고 보면 안되는 콘서트였다.

저녁 10시 30분 공연이 아니라면 그냥 날려버렸을 콘서트.

세종문화회관을 향하면서 스스로 그랬다.

'내가 지금 제정신은 아닌거지....'

표를 날리려다 몸이 좀 좋아지는 것 같아서 목도리에 털모자 마스크까지 칭칭 동여매고 3층 좌석에 앉았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다사다난한 한 해.

특히 올 해는 몸이 이래저래 고생을 많이 했다.

독립해서 혼자 살기를 시작하기도 했고...

이제 독거생활도 6개월이 넘어서 독거생활이 자리를 잡았다.

(물론 정리는 안됐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콘서트였지만

생애 최초로 가본 제야콘서트라는데 의의를 두려고 한다.

ACP의 클래식한 연주는 참 좋았지만

리허설이 충분하지 않았는지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어수선했다.

대형 모니터 덕분에 3층에서도 배우들 얼굴이 너무 잘보여서

1층 VIP나 R석을 예매한 사람들은 속이 좀 쓰렸겠다.

선곡된 곡들이 어떤 작은 테마로 부분부분 묶였다면 좋았을텐데

참 뜬끔없는 구성이더라.

출연진이 너무 좋아서 기대를 많이 했던게 탈이었나보다.

솔직히 기억에 남는 곡은... 거의 없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도 한 몫 했을테지만...)

 

앞으로 제야콘서트를 예매할때는

절대 부화뇌동하지 않고 신중하게 선택해야겠다는 교훈 하나를 얻었다.

그래도 뭔가 하나는 얻었으니 이 또한 의미있는 콘서트였다 하겠다.

나는 나는 음악 (뮤지컬 "모차르트") - 전동석

Once upon a dream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 임혜영

The winner takes it all (뮤지컬 "맘마이마") - 신영숙

Time to say goodbye - 민영기, 신영숙

온 세상이 내 것이었을 때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 옥주현

Gethsemane (뮤지컬 "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 - 임태경

황금별 (뮤지컬 "모차르트") - 신영숙

사랑이야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 - 옥주현

신이여 (뮤지컬 "레베카") - 민영기

대성당들의 시대 (뮤지컬 "노트르담드파리") - 전동석

The prayer - 옥주현, 전동석

The impossible dream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 임태경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6. 26. 08:10

<Mozart>

일시 : 2014.06.11. ~ 2014.08.03.

장소 : 세종문화회관대극장

대본,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편곡 : 실버스터 르베이 

연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임태경, 박은태, 박효신 (볼프강 모차르트)

        김소향, 임정희, 정재은 (콘스탄체 베버)

        박철호, 이정열 (레오폴드 모차르트)

        민영기, 김수용 (콜로라도 대주교)

        신영숙, 차지연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배해선, 임강희 (난넬 모차르트)/ 이경미, 김현숙 (체칠리아 베버)

        조성지, 박형규 (쉬카네더) / 윤펠릭스, 곽이안 (아마데)

        김초은, 최민주 (어린 난넬), 황만익(아르코백작)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초연, 재연, 삼연에 이은 임태경의 네번째 "Mozart".

그의 말처럼 완성된 모차르트를 보여줘야 할 책임감이 막중하다.

어쩌면... 이번이 그의 마지막 "모차르트"가 될 수도 있을테니까...

늘 그랬지만 이번 캐스팅도 참 쟁쟁했다.

요즘 정말 무서운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박은태와

<엘리자벳>의 "토드"로 엄청난 호평을 받은 박효신까지...

이정도면 반칙 아닌가 싶을 정도로 노래 잘하는 배우들 총집합이다.

 

임태경의 네번째 모차르트.

솔직히 임태경 출연작은 로딩이 끝난 후반부에 보게 되는데

<모차르트>라면 초반도 봐도 나쁘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확실히 잘하더라.

지금껏 내가 본 임태경의 모차르트 중 최고였다.

예전과 비교하면 연기도, 딕션도, 그리고 움직임까지도 좋아졌다.

어쩡쩡한 걸음걸이, 확신없는 움직임, 명확히 표현되지 않는 감정들, 대사들...

적어도 이번만큼은 이런 단점들이 안보였다.

섬세한 소리고 섬세한 연기였다.

여전히 연기보다는 노래가 훨씬 좋지만 이제 임태경은 배우가 다 됐다.

단지 나이때문인지 힘에 겨워하는 모습은 어쩔 수 없더라.

숨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서 놀랐다.

(그걸 보면서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 새삼 절감했다. 아... 드라큘라...)

"나는 나는 음악"과 "사랑하면 알 수가 있어" 두 곡은

확실히 임태경이 최고다.

1막 가발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가발을 벗은 은발의 머리는 파격적이고 확고해보였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모차르트> 최고의 한 수는

모차르트가 가발과 옷을 벗어던지고 장면이 아닌가 싶다.

"이제 두 번 다시 천재로 살진 않겠어!"

아버지로부터 길들여진 천재성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길을 가겠다는 모차르트의 절규,

그 절규가 다행스러우면서도 너무 아프고 안스러웠다.

 

이번 시즌은 장단점이 확연히 구분되는 변화다.

무엇보다 아마데와 모차르트의 관계가 더 명확하게 드러낸 연출은 확실히 좋다.

덕분에 모차르트라는 인물 자체도 그 어느때보다 살아났고 드라마틱해졌다.

전체적으로 연출은 예전보다 훨씬 밀도감이 있지만

의상과 무대는 과하다.

베버네 가족과 아르코 백작, 쉬카네더가 천박하게 바뀐 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고

특히나 콘스탄체는 정체가 뭔지 정말 모르겠다.

(내 눈엔 포주처럼 보이던데...)

오랫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김소향은 기대보다 훨씬 아니었고

박철호 레오폴트는 아들에 대한 사랑이 전혀 안느껴지는 사무적인 아버지였다.

민영기 콜로라도에게서는 무시무시한 권력자의 포스가 느껴졌고

난넬은 배해선보다 임강희쪽이 더 괜찮더라.

세종 1층 R석 D-1에서 관람했는데 1층의 음향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3층 B석에서 관람했을 때가 음향이 100만배는 더 좋았던 것 같다

(이게 말이 되나? 가격 차이가 얼만데....)

음향이 바뀐 무대를 더 적응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두루두루 혼을 쏙 빼놓는 느낌!

이게 100% 배우의 연기때문이라면 더없이 행복했겠지만

그게 아니라 참 막막하다.

3층 맨 앞에서 오글과 함께 관람한 박은태는 다시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데데

1층 맨 앞에서 본 임태경 모차르트는 그런 생각이 안든다.

순전히 음향때문에!

이거 참 아이러니 아닌가????

 

우리나라 최고의 공연장이라는 세종문회화관.

그런데 1층의 음향은 정말이지 미스테리다.

아무래도 세종은 3층 관람만이 정답인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6. 13. 07:56

<Mozart>

일시 : 2014.06.11. ~ 2014.08.03.

장소 : 세종문화회관대극장

대본,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편곡 : 실버스터 르베이 

연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임태경, 박은태, 박효신 (볼프강 모차르트)

        김소향, 임정희, 정재은 (콘스탄체 베버)

        박철호, 이정열 (레오폴드 모차르트)

        민영기, 김수용 (콜로라도 대주교)

        신영숙, 차지연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배해선, 임강희 (난넬 모차르트)/ 이경미, 김현숙 (체칠리아 베버)

        조성지, 박형규 (쉬카네더) / 윤펠릭스, 곽이안 (아마데)

        김초은, 최민주 (어린 난넬), 황만익(아르코백작)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All new Mozart"

4번째 공연되는 <모차르트>는 새로운 작품이 될거라고 했다.

무대와 의상이 완전히 바뀔거고

새롭게 추가된 곡이 있고 기존의 넘버들도 가사와 편곡이 많이 달라질거라고도 했다.

그래도!

<모차르트>는 <모차르트>겠지, 뭐가 달라질까?

....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많이 달라졌다.

일단 인정부터 하자.

뭐가 어찌됐든 공들인 흔적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돈 들인 흔적은 역력하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은 이 작품을 쇼뮤지컬쪽으로 분류해도 무방하다 싶을 정도다.

사실 지금까지 <모차르트> 무대가 좀 황량하고 밋밋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바뀔 줄은 몰랐다. 

너무 과한게 아닌가 싶을만큼 낯설다.

(익숙함이란, 사람을 이렇게 당혹스럽게 만드는구나...)

 

본공연을 예매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프리뷰까지 찾아본 건,

순전히 박은태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

그의 모차르트는 노래도 연기도 딕션도 감정도 너무나 좋았다.

특히나 넘버 한 곡 한 곡의 감정이 다 살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예전 버전에 대한 향수에 빠졌었는데

어느틈에 박은태 모차르트에게 완벽하게 사로잡혀 버렸다.

갈수록 모차르트의 고통이 그대로 전달돼서 조금씩 조금씩 힘들어지기도 했다..

확실히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박은태란 배우를 다른 영역으로 이끈 모양아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아주 매혹적이더라.

스스로 가발을 벗어던지는 모차르트의 모습도 엄청난 파격이었는데

그게 박은태의 파격적인 짧은 머리와 또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더라.

(모차르트가 자아를 찾는 이 장면이 작품 자체에도, 박은태라는 배우에게도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다.)

모차르트와 분신 아마데와의 관계도 예전보다 표면화가 잘 됐고

편곡은 조금 더 락적인 요소가 가미됐다.

(바뀐 가사는 낯설지만 편곡의 변화 자체는 나쁘지 않더라)

박은태의 넘버 표현력은...

백만번을 칭찬한대도 오히려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나요"는 감정이입의 절정을 보여준다.

마치 <프랑켄슈타인>의 "난 괴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아파하던 2막 마지막 모습은 어찌나 처철하던지...

예전의 박은태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투사적인 의지로 활활 불타올랐었는데

(그래서 그게 오히려 독이 되기도 했지!)

지금의 박은태는 신성한 내림굿을 받듯 역할 그 자체를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고통스럽고 힘들었겠다.

덕분에 나는 또 황홀했다.

 

 

우려했던 임정희 콘스탄체는 의외로 잘 어울려서 놀랐고

기대했던 김수용 콜로라도는 초반에 가사 전달이 살짝 안 된걸 빼면 나쁘지 않았다.

민영기가 묵직하고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콜로라도였다면

김수용은 현명하게도 시니컬하고 신경질적인 콜로라도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게 본인의 음색과 아주 잘 맞아떨어졌다.) 

모차르트와의 듀엣곡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에서 

박은태의 음색과 합쳐지면서 서로 짱짱하게 버티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신영숙도의 "황금별"은 말 할 필요도 없고

배해선과 이정열도 지금까지 두 사람이 보여준 난넬과 레어폴드 중 가장 좋았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다 좋았던건 물론 아니다! 

너무 경박하게 바뀐 베버의 딸래미들과 쉬카네이더에 식겁했고

2막 첫곡 "여기는 빈"에서 정체불명 무도회 의상에 또 한 번 식겁했다.

삼류 양아치같은 아르코백작은 품위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때때로 너무 가벼워서 깜짝 놀랐다.

"난 예술가의 아내라"는 콘스탄체가 어찌나 몸을 비틀던지 예술가의 아내가 아니라 마치 창부처럼 느껴졌다.

(안 그래도 옷도 참 그렇던데....) 

모차르트의 꿈 속 장면에서는

난데없이 칼질하며 무대를 돌아다니는 콜로라도 대주교에 놀랐고

러시아 민속춤 유사한 동작을 하는 아부지 모습에도 놀랐다.

"나는 나는 음악"과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황금별" 처럼 가사를 그대로 두는게 더 좋았을 것 같고

확 바뀐 무대도 이상하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역시나 너무 화려하다는 거.

무대 자체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화려함을 견디기가 힘들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또 봐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감정선이 예전보다 명확해서

모차르트의 마음이 훨씬 더 잘 이해되기 때문에...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건,

참 가슴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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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3. 7. 26. 08:27

<두 도시 이야기>

일시 : 2013.06.18. ~ 2013.08.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제임스 바버

음악감독 : 강수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서범석 (시드니 칼튼)

        카이, 최수형 (찰스 다네이) / 최현주, 임혜영 (루시 마네뜨)

        신영숙,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 / 김도형, 김봉환 (마네뜨박사)

        임현수, 배준성, 김대종, 박송권, 김덕환, 전국향 외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벌써 네번째 관람이 되버렸다.

변명을 하자면,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최상의 캐스팅이었다.

류정한, 최현주, 카이, 김도형, 신영숙.

내가 그토록 바랐던 초연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는 날.

김도형과 카이의 듀엣, 류정한과 카이의 듀엣, 카이와 최현주의 듀엣.

그리고 류정한, 카이, 신영숙, 최현주의 솔로곡.

어들이 부르는 넘버 한 곡 한 곡은 전부 다 완벽한 하나의 작품이다.

그 이야기 속의 숨겨진 단어 찾기!

오늘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이 작품을 이야기하련다.

나는 이제부터 "단어"를 추적하려고 한다.

내 머릿속에만 봉인되어 있던 단어들에 대한 추적.

그걸 기록하려고 한다.

 

류정한이 표현하는 찰스 다네이는 "절제"다.

결코 전소(全燒)되어질 수 없는 슬픔의 끝을 그는 품고 품고 또 품는다.

염세와 숭고함 사이의 그 교차되지 않는 막막한 폐허의 땅에 직접 발자국을 꾹꾹 새기며 길을 낸다.

길을 만드는 사람.

아! 이 작품을 류정한이란 배우는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그의 여정 속에서 나는 그걸  절실히 느꼈다.

게다가 그가 보여준 "절제" 속엔 "미(美)" 이상의 것이 담겨있다.

한 사람의 모든 것이 달라지는 몇 번의 순간들, 순간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깨끝이 턱턱 무너졌다.

 

최현주 루시를 보고 있으면 루시의 "견고"함에 매번 놀라게 된다.

그리고 그 견고함을 표현하는 방법은 온기가 실감될 정도로 따뜻하고 다정하다.

류정한 시드니의 결핍이 "삐딱함"으로 표현된다면

최현주 루시의 결핍은 모든 걸 인정하고 이해하는 포용의 형태다.

둘은 reflection의 가사처럼 정말 다른 세계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인데...

납득되어질 수 없는 다른 세계 사람을 최현주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류정한과 최현주.

두 사람의 표현방식은 묘하게도 상호보완적이다.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시드나와 루시를 보고 있으면

마치 이 두 사람이(배우 말고) 샴쌍둥이처럼 느껴진다.

온전한 삶을 위해서 한 사람의 희생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샴쌍둥이...

나는 과연 그 둘 중 누구를 선택할 수 있을까???

 

카이의 찰스는 "선함"의 다른 이름이다.

찰스의 모든 선택은 강직함에 가까운 "선함"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세계가 무너질거란걸 아는 절박함에도

선함을 위한 찰스의 선택은 너무나 단호하다.

그래서 도저히 막을 수 없다.

그게 루시일지라도...

그건 세상에 자신의 선함을 기필코 보여주겠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야만 한다는 일종의 당위성의 표현이다.

타인이 받을 상처과 아픔을 지켜보는 게 너무나 아픈 게 찰스다.

찰스의 선택은 그래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세상을 향해서다.

부드러운 선함이 강함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

카이의 찰스를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신영숙의 마담 드파르지는 쌓이고 쌓인 "한(恨)"이다.

백민정의 마담 드파르지가 살의에 가까운 독기를 보여줬다면

신영숙은 자의든, 타의든 오래 참고 견딘 사람이 갖는

감히 깊이조차 가늠할 수 없는 절망과 슬픔이다.

그녀의 버텨온 이유는 결코"복수"뿐만은 아닐거다.

그래선가!

그녀의 최후는 오히려 편안했다.

오래고 긴 한의 굴레에서 비로소 벗어난 것 같아서. 

(그런데 신영숙, 몸이 안 좋아 보인다. 혹시 어디가 아픈건가???)

그리고 나를 너무나 많이 감동시켰던 <두 도시 이야기>의 앙상블들.

확실히 이들이 이 작품의 진정하고 주인공이다.

이들은 마치 지구상에 이 작품 하나밖에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들같다. 

그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집중과 몰입은 일종의 광기였다.

"미쳐야 미친다!"

그래, 아무래도 이 말은 진실인 모양이다.

 

어쩌면 마지막 관람이라는 현실감이

나를 더 감상적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 작품 때문에 나는 잠시 꿈을 꿀 수 있었다.

잠시 숨을 쉴 수 있었다.

비록 잠깐뿐일지라도

나는 오랫만에 평온했다.

그거면 됐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24. 08:30

<두 도시 이야기>

일시 : 2013.06.18. ~ 2013.08.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제임스 바버

음악감독 : 강수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서범석 (시드니 칼튼)

        카이, 최수형 (찰스 다네이) / 최현주, 임혜영 (루시 마네뜨)

        신영숙,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 / 김도형, 김봉환 (마네뜨박사)

        임현수, 배준성, 김대종, 박송권, 김덕환, 전국향 외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원래 <두 도시 이야기>는 류정한 찰스 다네이 이외의 다른 캐스팅은 볼 마음이 전혀 없었다.

(너무 고집스런 편애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한 장의 사진을 봤다.

눈가에 눈물이 가득한 서범석의 커튼콜 사진.

그리고 카이와의 "Let her be a chile"를 동영상으로 봤다.

느낌이... 좋았다.

둘의 목소리는 꽤 잘 어울렸다.

그래서 서범석 찰스 다네이를 한 번 보기로 했다.

가능하면 카이와 서범석 캐스팅으로 보고 싶었는데 캐스팅이 예의치가 않았다.

다 포기했다.

서범석, 임혜영, 최수형, 백민정, 김봉환.

거의 무모한 컈스팅이었지만 삼성카드 1+1 이벤트에 좌석도 좋아서 그냥 가기로 했다.

<레베카> 이후에 많이 좋아졌다는 임혜영도 궁금하기도 했고...

그런데 주말을 지나고 출근했더니 인터넷에 <두 도시 이야기>가 전례에 없는 대박을 치고 있었다.

작품 때문이 아니라 사인회 운운한  배우 백민정의 SNS 때문에...

배우의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급기야 일요일 저녁 공연의 배우가 신영숙으로 교체됐다.

파장이 크겠다.

작품에게도, 배우에게도...

<쓰릴미>와 <라카지>의 보이콧 사태도 다시 회자되면서 공연계가  뒤숭숭해졌다.

개인적으로 SNS을 기피하고 안 하는 입장이라 잘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서로 다 조심은 해야 될 것 같다.

공연 후, 에너지가 다 소진한 상태에서의 사인회.

배우에게 너무 힘들고 피곤하고 피하고 싶은 이벤트일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페이크가 됐든, 철면피가 됐든 숨길 수 있어야 했다.

그건 수고와 힘듬은  배우들끼리 술자리에서 안주 삼아 이야기하고 흘려보냈어야 했다.

그리고 이 한 번의 사건으로 배우 백민정을 마녀사냥하듯 몰아치는 것도 과히 보기 좋지는 않다.

걱정스러웠는데 결국 백민정과 임혜영에게 징계 비슷한 조치가 취해졌다.

백민정 6회 출연 정지, 임혜영 3회 출연 정지!

참 여러 사람이 상처받고 아프게 됐다.

워낙에 애정하는 작품이라 공연 전체의 사기가 떨어지거나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런데 그녀는 왜 그랬을까?

어려서, 뭘 몰라서 그랬다고 하기엔 19년 차라는 그녀의 경력이 민방하다.

더불에 이정열까지도 욕을 먹고 있는 것 같아 참 씁쓸하다.

여러가지로 안타깝다.

어쩌다보니 재공연 세 번 관람 전부 마담 드파르지가 백민정이었다.

신영숙과 비교해서 대등할 수는 도저히 없었겠지만

세 번 관람 중 그래도 이날 공연의 제일 좋았았는데...

(이날 너무 몰입해서 그런 발언을 했을까??? 그래도!!!!)

뭐 좋은 이야기도 아닌데 이제 이 이야기는 그만~~~!

 

서범석의 시드니.

너무 깊다.

배우의 개인적인 깊이감이 엄청나서 급기야 관객이 시드니의 감정에 스며들 여유조차 안 준다.

남주 주인공이 아니라 마지 비련의 여주인공을 보는 느낌이다.

이건 염세가 아니라 일종의 기벽에 가까운 중독이다.

게다가 모든 노래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Reflection은 환상속에 너무 빠져 비애가 절망이 느껴질 틈이 없었고

I can't recall은 벅찬 감격과 설렘이 아닌 곧 폭발할 것 같은 과도한 격정이 앞선다.

Let' her be a child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통곡하는 느낌이고...

난감하다.

다가가서 달래줘야 하나???

이런 시드니를 본다는 건...

솔직히 많이 당혹스럽다.

내가 생각하는 시드니는 "슬픔"이 전부가 아니다.

시드니라는 인물은,

비록 간절히 바랬던 한 여인의 사랑은 얻지는 못했지만

루시의 가족을 통해 더 큰 사랑을 알게 된 사람이다.

그가 그렇게 변할 수 있었던 건 "슬픔"이 아닌 "보고픔" 그것이었다.

어린 루시가 아빠를 보고 싶어했던 그 마음.

루시가 죽음이 예정된 남편을 온 가족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보고 싶어했던 그 마음.

찰스가 시드니에게 루시를 부탁하면서까지 보고 싶어했던 그 마음.

그리고 그들이 행복를 죽어서라도 보고 싶어했던 시드니의 그 마음.

이 모든 "보고픔"을 "슬픔" 하나만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 서범석은 시드니는...

홀로 이 슬픔 속에 너무 깊이 빠져버렸다.

개인적으로 나는 배우 서범석의 연기과 노래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그가 새로운 작품을 하면 일부러 챙겨서 보는 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배우가 감정에 너무 빠져버려 배역을 의도만큼 충분히 표현해내지 못했다.

게다가 대사는 마치 대본을 읽는 것 처럼 어색하다.

도대체 왜지?

서범석이 왜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거지?

당혹스럽다.

아무래도 그가 감정 컨트롤에 실패한 것 같다.

마지막 대사는 울음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나는 내가 했던 그 어떤 일보다 가치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난 내가 알던 어떤 휴식처보다 더 평온한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이 대사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아주 당당하고 확신에 찬 상태에서 했어야 했다.

눈 속에 눈물이 담겨도 절대로 대사 속에는 눈물이 담겨서는 안된다.

그러나 서범석의 대사는 단어 하나하나가 그대로 통곡이었다.

단어 끝이 선명하지 않고 흐려졌다.

어떻게든 버텨내길 바랬는데...

아주 의연하게 빛나는 별빛이길 바랬는데... 

 

임혜영 루시도 작년 보다는 확실히 좋아졌다.

그러나 그녀가 보여주는 루시는 사랑과 보호를 받고 자란 귀한 외동딸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순수한 사랑스러움에 최현주 루시가 품는 강인함까지 갖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선지 그녀의 "Without you"에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잃어야 하는 것과 지켜야 하는 것 사이에서의 번민과 그래도 견디겠다는 결정에 대한 힘이 부족하다.

루시가 갖는 내면의 굳건하고 강인한 힘.

그걸 표현하지 못한 건 영 아쉽다.

최수형 다네이는 연기와 노래에 전체적으로 힘이 빠져서 그전보다 훨씬 좋았다.

투사같던 이미지가 줄어드니 사랑에 빠져버린 한 남자의 모습이 오롯이 보인다.

과거의 기억과 함께 봉인된 김봉환 마네트 박사도

부성애가 비로소 살아났다.

다행스럽다.

그리고 브라스가 활개치던 오케스트라의 경박함도 거의 사라져서 좋았다.

 

시드니의 첫등장은 류정한 방식이 확실히 더 좋았고

(도대체 왜 바뀐거지????)

2막에서 로리와 시드니와의 대화장면은 솔직히 아주 절망적이었다.

"내가 자네 아버지가 아닌 건 정말 하늘에 감사할 일"이라니????

시드니가 은밀한 결심을 하는 의미심장한 이 장면이

이 대화때문에 숭고함이 코믹으로 유체이탈되는 느낌이다.

(제발 허무개그같은 이 장면은 삭제됐으면...)

앙상블의 힘은 역시 참 좋다.

 

사실 서범석 시드니에 대한 기대감으로 관람을 결정했던건데...

그래도 다행이다.

기대했던 이외의 것들에서 좋은 느낌들을 받았으니.

그걸로도 괜찮다.

<두 도시 이야기>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3. 6. 08:16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 (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이번엔 무대와 조명 등 전체적인 느낌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3층을 예매했다.

그리고 LG아트 3층 맨 앞줄은 이 모든 걸 보기엔 정말 환상적이다.

안전바(bar)가 시야를 가리는 것도 아니고

높이도 충무아트홀이나 세종처럼 낭떨어지의 아찔함이 아니라 좋다.

그리고 공연장 3층에서 듣는 음악과 음향, 배우의 소리는 뭐랄까 기본을 생각케 만든다.

공연장의 기본과 배우의 기본 두 측면 전부를!

 

류정한 막심, 김보경 나, 신영숙 덴버스, 최민철 잭, 이경미 반 호퍼

개인적으로 이 작품 최상의 조합이라고 생각하는 캐스팅이다.

그리고 이 캐스팅으로 <Rebecca> 관람을 마쳤다.

자체 막공이었던 셈 ^^

비록 3층 관람이었지만 네 번의 관람 중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이 제일 좋았다.

(지휘자가 김문정이 아닌 건 아쉽지만...)

그리고 매번 불안한 목소리로 무대에 올랐던 김보경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된 건 정말 다행스럽다.

내내 이런 답답함으로 막이 내려지는 건 아닌가 솔직히 걱정스러웠다.

 

이번 관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덴버스 신영숙!

개막 초반에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과장된 액팅이 완전히 줄었다.

(아무래도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첫관람때 신영숙 덴베스가 발코니 장면에서 이정현의 "와!' 퍼포먼스를 선보여서 얼마나 놀랐던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거의 광속으로 움직이던 신영숙의 눈동자와 과도한 꺾기춤(?)을 추던 그녀의 팔을...

눈 앞에 펼쳐지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에 혼자 당황했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찬사를 듣고 있는 옥주현 덴버스보다도 그녀가 더 좋았던 건,

신영숙은 철저한 로얄심으로 가득찬 덴버스를 아주 잘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로얄심으로 똘똘 뭉친 덴베스가 레베카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배신감에 무너지는 모습이라니...

덴버스는 모든 걸 파괴해버리고 싶었을거다.

그래서 멘덜리 저택을 불태워서라도 모든 흔적이 없어지길 바랬던 거고...

신영숙은 이런 전체적인 느낌을 아주 잘 표현했었다.

옥주현 덴버스는 "내가 레베카다!' 딱 그 느낌이라 보면서 많이 불편했다.

 

이날 신영숙은의 덴버스는,

레베카에 대한 범접할 수 없는 로열심이 똘똘 뭉치다못해

레베카와 자신으로만 구축된 완벽한 세계를 창조한 일종의 창조자 같았다.

그러면서도 현실을 완벽히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목소리 톤도 그런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잘 표현한다.

도도한 게 아니라 레베카 이외의 것에는 무감하다는 느낌!

노래 부를 때와 대사 할 때의 목소리도 옥주현처럼 1인 2역으로 느껴지지 않아 개인적으론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넘버 소화력과 표현력!

과도한 액션을 제거하니 목소리에 표현력이 훨씬 더 풍성해졌다.

방향 수정, 정말 탁월히 잘했다.

(이래야 신영숙지!)

 

류정한 막심은.

특별히 나빴던 것도, 그렇다고 썩 좋았던 것도 없었다.

단지 많이 힘겨워 한다는 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몬테크리스토>나 <두 도시 이야기>가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처음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가 막심이란 배역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다른 걸 모두 다 제거하고 류정한이 표현한 막심 하나만 보고 말하면

솔직히 말해서 갈라쇼 같다.

지금껏 해왔던 모든 배역들이 총망라되어 등퇴장을 반복한다.

뭔가 새로운 캐릭터로 짠하고 나타나기 힘든 나이가 되버리긴 했지만

배우 류정한에게 뭔가 배역의 탈출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보트보관소에서 레베카가 죽는 장면을 표현할 땐 좀 과장스러웠다.

고음도 많이 흔들리고 불안하다.

그래도 김보경과의 듀엣곡들은 지금껏 본 중에서 가장 좋았다.

딕션는 3층에서 끔찍할만큼 선명하고 정확했고...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아마도 이번 관람을 자체 막공으로 결정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 더 보면 그만큼 혼란이 가중될까봐!

왜냐하면 류정한은 여전히 내겐 최고의 뮤지컬 배우이기 때문이다.

내게 <Rebecca>는 여러모로 쓰릴러긴 하다!

끙!

 

* 추신 : 배우 류정한의 일탈을 간절히 희망하며!

           (드라마로의 일탈 말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 25. 08:30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류정한의 출연만으로도 참 많이 기대하고 기다렸던 작품이다.

그러지 않으려고해도 어쩔 수 없다.

내게 뮤지컬 배우 류정한은 현빈이고 장동건이고 차승원이다.

더불어 그는 내게 뮤지컬이라는 신세계를 거침없이 일시에 활짝 열어준 원흉(?)이기도 하다.

김선영과 더불에 나의 무한신뢰를 받는 절대지존 류정한!

원작도 열심히 찾아 읽었다.

유투브를 통해서 공연 실황도 여러번 반복해서 봤다.

히치콕의 영화는 일부러 안봤다.

(너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그런데 문제는...

공연을 관람해야 하는 당사자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거! 

몸상태가 별로이다보니 집중력도 정말 최악이었다.

횡설수설이겠지만 그래도 봤으니 몇 가지 끄적이련다.

 

류정한 막심.

역시나 믿음만큼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를 보여줬다.

그런데 이상한 건,

어딘가 제자리 걸음을 걷는 듯한 느낌!

막심이란 인물을 여우같은 류정한이 아직 충분히 찾아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위니토드>, <몬테크리스토>, <두 도시 이야기>, <지킬 앤 하이드> ...

지금까지 그가 연기했던 이 모든 인물들이 여기저기 섞여서 등장한다.

조금 혼란스러웠다.

특히 2막 보트보관소에서 과거의 일을 아내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표정과 액션에서 그답지 않게  오버스러웠다.

분노와 증오의 폭발이 아니라

극도의 시니컬과 싸이코델릭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길 바랬는데...

막심이란 역이 그에게 지금 혼란을 주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신영숙 덴버스.

당연히 잘한다. 그것도 너무나 잘!

그게 문제다.

너무 잘한다는 거.

덴베스가 과도하게 강하다.

만약 이 작품이 현실 세계라면  덴버스는 현실 세계 저 너머에 있는 환상이다.

결코 섞일 수 없는 두 세계가 무대 위에 함께 있는 듯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완전히 다른 세계의 완전히 다른 사람.

덴베스라는 인물 자체가  레베카의 세계만 인정하고 그 속에서만 사는 사람이긴 하지만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져서...

2막 초반 "레베카"에서 신영숙이 보여준 연기는

이정현의 "와!"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였다.

노래는 정말이지 지배적이고 압도적이였는데 액팅때문에 코믹하게 보여졌다.

눈동자가 그려진 부채를 떠올린 건 비단 나뿐이었을까?

막심도 그렇지만 덴버스 역시도 너무 젊게 설정한 건 정말 아쉽다.

(어쩌나, 옥주현은 더 젊고 게다가 어찌됐든 더 예쁘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건 한 집안의 집사가 아니라 한 나라의 여왕이 갖는 포스다.

만약 내가 멘덜리의 집주인이라면 이렇게 도도하고 안하무인한 집사는 절대로, 절대로 안 쓴다.

개인적으로 덴버스라는 인물이 여자 자베르 같은 느낌이길 살짝 바랬었는데...

(현실과 이상은 언제나 다르더라.)

 

"나" 김보경은 나(극중의 "나"가 아니라 정말 나)처럼 컨디션이 엉망이라게 단번에 보였다.

그런 상태에서 그 정도의 연기를 보일 수 있었다는 건

배우로서 엄청난 집중력을 가졌다는 뜻이라라.

김보경의 "나"는 확실히 사랑스럽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성숙하고 단단한 여자가 되는 모습도 잘 표현했다.

그래도  2막 덴버스와의 듀엣(문제의 레베카)에서는

김보경 "나"의 목소리가 한 톨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기를 쓰고 열심히 불렀는데 립싱크가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들려야 했던 거 아닐까?

연출자의 확고부동한 의도였다면 할 말은 없고...

오랫만에 <아이 러브 유>, <해어화> 때의 모습을 보여준 이정화는 보는 건 너무 큰 즐거움이자 기쁨이었고

(그녀의 솔로곡과 나와의 듀엣곡은 정말이지 너무 멋졌다)

프랭크 박완의 연기와 노래도 정말 좋았다.

살짝 기대했던 잭 파벨 에녹은,

레베카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려는 중요한 장면에서

경박하고 화려한(?) 댄스를 선보임으로써 

스릴러물을 쇼뮤지컬로 탈바꿈시키는 신공을 발휘했다.

금방이라도 무대 저 뒷쪽에서 금발의 코러스걸들이 우루루 쏟아져나올 것 같아 문이 열릴 때마다 매번 불안했다.

최나래 반 호퍼 부인은 의외로 너무 잘 어울려 놀랐다.

이런 류의 연기에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이경미를 따라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녀만의 반 호퍼를 확실히 보여줬다.

최나래가 이경미와 더블을 하게 되는 날이 오다니...

(혼자 격세지감에 빠지기도 했다.)

분량이 적긴 하지만 선우재덕의 줄리앙 대령도 괜찮았다.

파티 장면에서 그 개구진 표정도 인상적이었고...

"나"의 스케지를 무대 영상으로 보여주는 건 아주 좋았는데

그걸 제외한 다른 영상 효과는 전체적으로 좀 엉성하고 조잡했다.

특히 화재 장면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요즘 무대 효과가 얼마나 발전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 이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아마도 다 내려놓고 백지상태로 다시 봐야만 할 것 같다.

그러니 다음번 관람때는 제발이지 몸 상태가 지금처럼 최악이 아니기만을 바래보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1. 19. 08:57

<황태자 루돌프>

부제 : 세계를 뒤흔든 위험한 사랑

일시 : 2012.11.09. ~ 2013.01.2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작곡 : 프랭크 와일드 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천정훈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안재욱, 임태경, 박은태 (황태자 루돌프)

        옥주현, 최유하, 김보경 (마리 베체라)

        민영기, 조휘 (타페 수상)/박철호, 류창우(프란츠 요제프 황제)

        신영숙 (라리쉬 백작부인), 오진영 (스테파니 황태자비) 외 

 

<몬테크리스토>,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 프랭크가 와일드 혼의 또 다른 작품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

연출도 <몬테크리스토>의 로버트 요한슨이 직접 맡았다.

그래선지 <엘리자벳>, <몬테크리스토>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배우들이 중복되서 그런지 오스트리아 황족의 족보가 마구 뒤엉키는 듯한 말도 안되는 황당한 필~~이... (쩝!)

뭐, 그냥 그렇다는거다.

전작에서는 루돌프의 엄마(엘리자벳)였던 옥주현이 이 작품에서는 루돌프의 연인으로 나오고

루돌프의 아빠(요제프)였던 민영기는 루돌프의 정치적인 라이벌(?) 타페 수상으로 나온다.

초연 작품의 캐스팅이 공개될때마다

결정적인 주인공을 하는 배우는 결국 몇몇에 지나지 않는구나 싶아 씁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 중에는 내년 초에 시작되는 <레베카>에 쉬지 않고 바로 들어가는 배우들도 꽤 있다.

아무리 배우라지만 이 짧은 기간동안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인물에서 빠져나올 시간이 과연 충분할지 걱정된다.

쓸데없는 기우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원래 계획은 임태경, 김보경, 민영기 캐스팅으로 한 번만 보려고 했는데

삼성카드 1+1 행사가 있길래 박은태, 옥주현, 조휘 캐스팅으로 <루돌프>를 첫관람했다.

보면서는 그다지 크게 감동받지 않았는데

(솔직히 1막 보면서는 내 취향은 아니라고까지 생각했다)

이상하게 보고 난 후에 뮤지컬 넘버와 대사들이 계속 머릿속에 떠오른다.

 

프레더릭 모턴의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도 읽었는데

뮤지컬이 책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감성적으로 만들어졌다.

책에서는 마리 베체라와 두돌프의 동반자살이 허무주로 인한 비관적 선택으로 읽혔는데

뮤지컬 속에서는 죽음도 불사하는 순수한 사랑으로 표현됐다.

(그래야 이야기가 되겠지만...)

여타 뮤지컬에 비해 대사 분량이 상당히 많아서

주연 배우들이 노래뿐만 아니라 섬세함 감정표현 등 연기적인 요소가 많이 필요한 작품이다.

루돌프 박은태는,

확실히 연기보다는 노래가,

노래도 듀엣보다는 솔로곡이 훨씬 돋보인다.

(확실히 박은태는 그랭그와르나 루케니 류의 해설자역을 할 때가 압권인 것 같다) 

그래도 확실히 과거의 연기보다는 많이 감성적이고 섬세해졌다.

세 명의 루돌프 중 가장 젊어서 치열한 혁명가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기사를 봤는데

글쎄 그런 전투적인(?) 느낌을 받기엔 그가 보여주는 모든 게 너무 너무 곱다.

솔로곡은 "The Steps of Tomorrow "이

마리와의 듀엣곡은 "I Was Born To Love You" 가 훌륭했다.

옥주현 마리 베체라는 아주 사랑스럽고 모성애가 가득한 인물이었다.

1막은 이쁜척을 한다는 느낌이 다소 있었는데 2막부터는 주도권을 거의 쥐고 있어서

<황태자 루돌프>가 아니라 <마리 베체라>로 느껴질 정도였다.

타페 수상과의 듀엣곡 "The writing's on the wall"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스테파니 황태자비와의 듀엣 곡 "It will be me"에서는 애잔한 대립이 느껴졌다.

"Only Love"는 정말 너무나 사랑스럽고 따뜻했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옥주현,

이제 정말 여우가 됐나보다.

 

타페 수상의 조휘는 그야말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노래와 대사, 감정와 연기 전부 아주 적격이었다.

라리쉬 백작부인(신영숙)과의 듀엣곡 "Fear And Desire"은 불꽃이 튀는 느낌이었고

2막의 첫곡 "The Master of The Strings"는 악의 화신처럼 교활하고 잔혹했다.

차근차근 케리어를 쌓아가는 배우 조휘의 미래가 문득 두렵다.

오진영 스테파니도 두 번의 "It will be me"를 각각의 분위기에 맞게

슬픔과 애증으로 가득한 분노를 잘 표현했다.

(지금껏 내가 본 오진영 중에서 최고였다)

신영숙은 역시나 명물허전이다.

특히 1막의 "Pretty Little War"는 신영숙의 또 다른 면모를 보게 했다.

요제프 황제 박철호는 힘을 빼면 더 좋을 것 같고

빌리 굿 역의 이상민 목소리를 오랫만에 들어서 반가웠다.

<넥스트 투 노멀> 이후 무대에서 못봐서 궁금했었는데...

배우들은 앙상블까지 전체적으로 호흡도 좋고 발란스도 좋다.

무대 셋트도 좋았고, 음향도 울림없이 잘 잡은 것 같다.

전체적으로 번역도 아주 깔끔하다.

대사도 그렇고 가사도 그렇고 이물감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래선지 11월 21일 임태경, 김보경, 민영기 캐스팅이 점점 궁금해진다.

^^

 

* 비록 공연일지라도 눈으로 보는 사랑이 아직까지는 아름답게 느껴져 다행이다.

 

 

 

Act 1


1 Curtain Up

1A Viennese Specialties
2 An Ordinary Man-Prologue
3 The Men Who We’ve Become-You Never Listen
4 Viennese Specialties
5 Pretty Little War
6 Mary’s Theme
7 Play a Waltz
8 Mary’s Theme Waltz
9 Play a Waltz(reprise)
10 Something More
11 Bird Dog
12 Finish What You Started
13 How Will I Know?
14 The Tra-La-La Ice Skating Song
15 The Moment I Saw You
16 Fear And Desire
17 Only Love

Act 2

 

18 The Master of The Strings(The Way it’s always been)
19 It Will Be Me
20 An Ordinary Man
21 Viennese Specialties(Reprise)
22 New Boy in Town(Fin de Siecle?)
23 The Measure of A Man
24 The Steps of Tomorrow
25 Only Heroes Dare
26 The Writing’s On The Wall
27 It Will Be Me(Reprise)
28 Can I Say Goodbye?
29 Something More(Reprise)
30 Finish What You Started(Reprise)
31 Maintain The State
32 I Was Born To Love You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12. 08:09

<A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시드니 칼튼) /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 (제리 크런처)

        배준성, 임재청, 김용수, 전국향 외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두번째 관람.

시드니는 여전히 류정한이었고, 찰스 다네이는 카이, 루시 마테트는 임혜영이었다. (드파르지 부인은 지난번과 같은 신영숙)

첫번째 관람보다는 나도 여유가 생겨서 인물들의 감정선이 훨씬 잘 느껴졌다.

시드니 칼튼에 동화되서 참 여러차례 울컥했고 실제로 눈물도 제법 흘렸다.

시드니 칼튼 류정한은 프리뷰 공연 때와는 또 다른 해석과 설정을 보였다.

1막의 시드니 칼튼의 모습은 술에 확실이 찌든 모습으로 표현했다.

말투도 살짝 혀가 꼬인 듯 발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딕션은 분명하다)

행동과 눈빛도 프리뷰때보다 훨씬 더 알콜의존적인 인물로 표현했다.

그래서 루시로 인해 변화되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심지어 머리모양도 달라진다.

술에 찌든 칼튼은 소위 말하는 아줌마 파마스런 머리 모양이고

크리스마스밤 루시에게 고백하는 장면부터는 단정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로 등장한다.

그런 작은 변화들로 열심히 캐릭터를

류정한은 한 인터뷰에서 공연을 하면서 못 찾은 부분들이 있다면 열심히 찾아가겠노라 말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아마도 류정한만의 시드니는 계속계속 만들어지지 않을까가 싶다.

그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여실히 느껴지는 칼튼은 그래서 더 아름답고 고결하다.

 

"I can't recall"은 물론이고

1막 결혼식 장면에서 부르는 "If dreams came true"

시드니가 어린 루시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면서 파리의 가스파드 장례식 장면으로 넘어가는 "Little one"

2막에서 찰스 다네이와 부르는 듀엣곡 "Let her be a child"는 정말 가슴 아프고 절절했다.

가사가 정말 가슴이 너무 아프다.

루시가 이러이러한 아이로 자랄 수 있게 도와달라며 기도하는 두사람의 간절한 마음이

하나하나 그대로 가슴에 꼭꼭 박힌다.

아비의 마음과 그리고 모든 걸 버리는 사랑의 마음.

두 마음의 울림은 참 진하고 깊고, 그리고 간절했다

카이와 류정한의 하모니가 주는 여운이 아직까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카이 찰스 다네이는 임혜영 루시 마네트보다 류정한 시드니 칼튼과의 듀엣이 더 멋지고 아름다웠다.

이 작품 속 남자-남자의 듀엣곡들은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난다.

찰스 다네이와 마네트 박사가 1막에서 부르는 듀엣곡 "The promise"도 참 좋다.

특히 김도형(김성기)의 음색과 발란스는 정말이지 너무 좋다.

(그런데 왜 이름은 바꿨을까? 동명이인 때문에?)

 

루시 마네트는 임혜영보다는 최현주가 연기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게 훨씬 괜찮았다.

"without a word"를 너무 숨가프게 부른 임혜영을 보면서 좀 답답했다.

최현주 루시는 강인함이 많이 느껴졌는데

임혜영의 마네트는 가녀린 느낌이 더 강하다.

1막은 그래도 나쁘지 않은 편인데

솔직히  2막은 임혜영이 표현하기엔 좀 벅차보인다.

찰스 다네이는 개인적으로 카이의 해석과 표현이 더 좋다.

전동석은 성품 곱게 자란 도련님 느낌이다.

남한테 나쁜짓 같은 거 차마 맘이 약해서 못하고

불쌍한 사람들 보면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꼭 주머니를 털어서 주고 오는 그런 도련님 ^^

반면 카이의 찰스 다네이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어떤 결기같은 게 있다.

(카이의 해석을 보면서 찰스 다네이가 혁명가가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믹에서 삼촌과의 논쟁도 불꽃이 튀는 느낌이었고

2막 재판 장면에서 사형이 결정된 후에 무릎 꿇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이제 끝이구나... 그런 느낌보다는

죄책감과 비애가 느껴졌다.

그래선지 2막에서 시드니와 부르는 노래는 처연하고 그리고 편안하기까지 하다.

이러기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내게 참 묘한 감정을 그것도 여러번 갖게 한다.

서정적이지만 여성적인 작품이 아니라 남성적이고

그것도 남자들의 감정 변화에 따라 스토리가 전개된다.

게다가 등장하는 모든 남자들이 전부 인상적이고 비중있다.

(하다못해 꼬맹이 가스파드까지...) 

도대체 정체가 뭘까 궁금하다.

 

어쨌든 확실한 건,

내겐 묘한 매력과 끌림이 있는 작품이란 사실이다.

참 오랫만이라 반갑다.

이런 류(類)의 뮤지컬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