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8. 30. 08:23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오종혁, 박영수, 신성민 (나-네이슨)

        정상윤임병근, 이동하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드디어 기대했던 정상윤, 오종혁 페어의 <쓰릴미>를 봤다.

좋은 자리는 꿈도 안 꿨었는데 왠일인지 두번째줄 가운데 자리가 예매됐다.

(예매하면서도 혼자 깜짝 놀랐다 )

어쩌다보니 벌써 일곱번째 관람이고, 시즌2는 네번째 관람이다.

시즌2의 키워드는 배우 정상윤!

최고의 네이슨을 보여줬던 정상윤이 역할을 바꿔서 시즌2에서는 리처드로 무대에 선다. 

네이슨을 속속들이 너무나 잘 아는 리처드의 등장!

목격"의 이유가 너무나 충분했다.

오종혁이 정글로 떠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두 페어의 시작이 뒤로 밀린게 야속할 정도다.

게다가 회차도 그리 많지 않아 사람의 근성을 쓰릴하게 자극한다.

 

공연장 입구에서 어셔에게 피아니스트가 누군지 물었다.

신재영이란다.

혼자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신재영과 정상윤은 서로 호흡을 공유하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의 연주와 연기를 읽으면서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정상윤과 신재영이 만나면 훨씬 더 집중이 잘돼고 감정이입도 잘된다.

그러니 오늘 공연...

기대해도 충분히 좋겠다!

 

정상윤과 오종혁.

일단 두 배우 모두 너무나 영리했다.

특히 시간의 공백을 이용한 건 다른 페어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몇몇 장면에서 두 배우 전부 대사 사이의 텀을 일부러 길게 끄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좋았다.

오종혁 "나"는 정상윤 "그" 앞에서 천진한 아이 같다.

"그"가 곁에 있어만 준다면 뭐가 됐든 다 감수하면서 행복을 느낄 그런 사람처럼 느껴진다.

극이 진행될수록 오종혁의 "나"에 점점 폭풍 몰입된다.

초반엔 목소리톤이 너무 작아 주춤했는데 의도적이었던 것 같고

후반부로 갈수록 강단있고 집요하고 간절해진다.

"Nothing like a fire"에서 표정도 좋았고 감정도 좋았고 마지막 장면 미소도 아주 좋았다.

"My glasses"에서는 정상윤에게 밀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주 짱짱하고 팽팽했다.

"정글의 법칙" 때문에 쌔까맣게 탄 모습만 빼면 전체적으로 아주 좋았다.

법을 공부하는 뛰어난 인간"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왜소하고 볼품없는 농촌총각처럼 보여서...

(솔직히 이건 대략 난감하더라)

 

나는 이 작품에서 타자기 소리를 많이 의식하는 편인데

정상윤은 확실히 타자기라는 소품을 의도적으로 잘 이용한다.

아마도 협박편지 줄 수까지 계산해서 타자기를 움직이는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런 디테일에 신경쓰는 배우가 의외로 적다.

이 작품만해도 단 한 번도 타자기 줄을 바꾸지 않는 배우들이 꽤 많다.

계약서도 그렇고, 협박편지도 그렇고 분명 한 줄이 아닌데...

게다가 정상윤의 타자기 소리는 일종의 대화같다.

감정과 상황를 계산한 리듬이라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정상윤의 리처드.

이마를 보여서 그런지 살이 좀 찐 것 같은 둔한 느낌이라 솔직히 처음엔 놀랐다.

(왜 "리처드"는 가르마를 타서 꼭 이마를 훤히 보여줘야만 하는 걸까? 이거 좀 탈피하면 안될까???)

연기도 기대와는 다르게 의외로 평범하게 가는구나 싶었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정상윤의 진면목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젠틀한 싸이코를 보는 느낌.

살짝 중년의 포스가 풍기긴 했지만 감정도 표정도 아주 좋았고 목소리톤과 움직임은 은근히 섹시하다.

(<쓰릴미>에 농촌총각과 섹시한 중년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의 표현이 너무나 좋았더라는...)

그동안은 몰랐었는데 정상윤의 "fear"를 들으면서

"그"가 "나"를 이용만 했던 게 아니라 진짜 사랑도 했었구나 알게 됐다.

정상윤의 "fear"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두려워하는 모습을 끝까지 보이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겨있다.

그 장면에서 정상윤 "그"가 보여준 눈물!

이건 아무래도 기억에 아주 오래 남을 것 같다.

한 번도 생각한적 없었다.

"fear"에서 "그"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게 되리라는 걸. 

확실하다!

이건 "나"의 일방적인 감정이 아니었던거다.

"그"의 동조와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던거다.

어쩌면...

이 작품에서 정말 비극적인 인물은 "그"인지도 모르겠다.

정상윤, 오종혁!

이 두 사람이 <쓰릴미>를 완전히 다르게 보고 느끼게 만들었다.

 

신재영의 피아노 연주는 정말 끝장이었고

신재영과 정상윤 두 사람은 서로 교감하는게 확실히 맞는 것 같다.

이날도 이 둘은  제3의 배역을 만들어냈고

그 제3의 배역은 때로는 해설자로, 때로는 지켜보는 시선으로 충실히 작품에 참여했다. 

오정혁, 정상윤, 신재영.

이 세 사람이 이번 시즌 최고의 <쓰릴미>를 내게 선사했다.

(피아니스트도 배우들처럼 스케쥴을 미리 공지해주면 정말 좋겠다.)

다시 이 셋이 만드는 <쓰릴미>를 보고 싶은데 문제는 내 시간이 없다는 거!

아마도 정상윤은 다음 시즌에도 "그"로 출연할 게 확실하니 다음번을 기다려보자.

 

<쓰릴미>는 정상윤이고, 정상윤은 <쓰릴미>다.

적어도  이건 내게 있어선 완벽한 공식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8. 2. 08:31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오종혁, 박영수, 신성민 (나-네이슨)

        정상윤임병근, 이동하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쓰릴미 > 2차팀 공연이 시작됐다.

그리고 세 쌍의 페어 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박영수-임병근의 첫공.

좀 로딩이 된 후에 볼까 고민하다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

둘은 임병근이 몇 년 전 탈단을 하긴 했지만 서울예술단 동기다.

그래서 이 둘을 "예술단 페어"라고 부른단다.

처음부터 같이 연습했던 동갑내기 친구가 만드는 <쓰릴미>라!

작품 자체의 설정과는 아주 딱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박영수가 "나"인 것도 임병근의 "그"인 것도 확실하고 정확하다.

재미있는 건,

이 둘은 예상되어지면서도 또 명확하게 예측을 하기 힘든 페어라는 거다.

뭔가 반항적인 소년의 이미지가 강한 박영수와

잰틀하고 선한 느낌의 임병근.

과연 이들은 어떤 나와 그를 보여주게 될까?

 

첫공이라는 위험수는 분명 있었지만 둘의 조합은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일단 두 배우 다 눈빛이 너무 좋다.

2인극은 아무래도 무대에서의 액팅에 한계가 있어

배우가 보여주는 눈빛과 표정에 관객이 더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배우들의 2인극을 보는 건 가히 고문에 가깝다.

감정없는 얼굴로 시종일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배우를 보고 있으면 난감하다.

이 둘은 뭐랄까?

치열함은 좀 떨어지지만

표정과 눈빛, 그리고 손끝의 디테일은 아주 좋았다.

설정인지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반에 박영수와 임병근의 템포가 서로 어긋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박영수의 템포가 조금 더 빠르다.)

그러다 중반 이후부터 템포가 비슷해지면서

후반부에서는 그 템포가 역전이 된다.

시종일관 불안한 눈빛을 보이던 박영수의 네이슨이

"난 뛰어난 인간이야. 결국 널 이겼쟎아!"라는 대사와 함게 리처드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후반부 장면은 압권이다.

둘 사람의 몸기울기가 역전되는 장면도 잘 표현했고.

(분위기, 파워, 그 동안의 모든 시간들이 송두리째 역전되는 느낌이랄까!)

그동안은 잘 몰랐었는데 임병근의 양쪽 눈크기가 서로 다르다.

그런데 그게 리차드를 표현하는데 플러스효과를 준다.

살짝 야누스적인 느낌을 준다.

박영수도 쌍커플없는 두툼한 눈이 어눌하면서 소심해보여 배역 자체와 잘 어울렸다.

"넌 나를 배신할거야! 난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넌 내가 원하는 대로 절대로 하지 않은 걸!"

"contract" 장면 대사 중 박영수가 이 부분의 너와 나를 완전히 반대로 해버렸다.

결정적인 대사실수라 보면서 깜작 놀랐는데 정작 본인은 당황하지 않고 잘 넘기더다.

혹시 첫공이라 너무 긴장해서 틀렸다는 걸 몰랐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ㅅ" 발음이 부정확한건 아무래도 사투리톤 때문인 것 같고

연습벌레니까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 믿는다.

아무래도 "ㅅ"발음은 뮤지컬 배우들의 숙제인 모양이다

그런데 사실 이 녀석!

무대 위에서 너무 열심이라 "ㅅ" 발음 따위 기꺼이 무시할 수 있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자신의 길을 우직하게 나아가는 보고 있으면 

지금도 그렇지만 지금 이후의 모습을 더 믿고 기다리게 만든다.

이 녀석, 확실히 무서운 녀석이다!

 

첫공이라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겠지만

아직까지는 소품과 무대 활용에 여유가 없다.

현재는 텍스트를 숙지하고 체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중반 이후에 보면 아마도 두 사람의 <쓰릴미>에 불꽃이 튀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지금 계속해서 "계획(The plan)" 중이고 "I try to think" 중이다.

분명한 건,

이 녀석들은 점점 진화할거란 사실이다!

확실히!

 

그래서 나는 아주 많이 기다려진다.

8월 이후 이 녀석들과의 재회가!

 

* 확실히 피아니스트는 신재영일때가 훨씬 느낌이 좋다.

   연주하면서 계속 배우들에게 시선을 놓치 않는 모습이 호흡을 함께 가지고 가려는 의도같다.

   이런 신재영도 두 사람의 첫공은 많이 궁금했나보다.

   다른 날 보다 유난히 열심히 관람(?)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19. 08:23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정상윤, 전성우 (나-네이슨) / 송원근, 이재균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인터파크에서 메일로 <쓰릴미> 15,000 원 할인권을 보내왔다.

그냥 날리는 게 아까워 덕분에 정상윤과 송원근 페어를 재관람했다.

6월 1일에 봤으니 거의 한 달 보름만의 재회다.

처음 봤을 땐 무대가 낯설어 어색했었는데...

그래도 대체적으로 그 후에 봤던 전성우, 이재균 페어보다는 확실이 둘의 조합이 더 탄탄하고 좋았다.

좀 걱정은 했는데 다행히 다시 본 무대는 처음처럼 낯설진 않았다.

그런데 아마 그게 2층의 효과(?)가 아니었을까 싶다.

2층에서 보니 사각링의 높이감이 1층처럼 난감하게 느껴지진 않더라.

확실히 배우들의 동선도 소극장임에도 불구하고 1층보다 2층에서가 훨씬 보기가 좋았다.

나와 그의 끝없는 부딪침과 어긋남들.

극의 전개에 따라 두 인물의 보여주는 몸의 거리감을 보는 것도 확실히 재미있긴했다. 

파아니스트의 연주도 2층에서 더 극적으로(사실 더 크게) 울린다.

그러나 곽혜근의 연주 호흡은 여전히 숨가쁘다.

그 숨가쁨이 피아니스트 본인도, 배우도, 관객도 자꾸 쫒기게 만든다.

이게 피아니스트의 의도된 연출이라면 아주 매력적이었을 것 같은데 곽해근은 그렇지 못하다.

극을 성실히 따라가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그래도 배우에게 눈길도 자주 주지않고 오로지 피아노와 엄청난 사투를 벌인다.

(신재영 피아니스트의 배우를 향한 "제 3의 눈길"이 좀 그리워졌다.)

 이 작품은 로맨틱만 연주가 반드시 필요한 장면도 있는데 그런 발란스 조절을 아직까지 곽혜근은 못하고 있다.

속전속결!

피아니스트 곽혜근에게서 받는 느낌은 딱 그랬다.

(그가 <쓰릴미> 제 3의 배우로 당당하게 작품을 주도하는 날이 오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정상윤의 "나"는 확실히 내 취향이다.

특히 처음과 마지막 정상윤이 부르는 넘버는 그 느낌 차이가 정말이지 엄청난다.

시작과 끝,

그리고 다시 새로운 시작.

2층이라 정상윤의 표정을 섬세하게 볼 수 없다는 게 정말 너무 안타까웠다.

확실히 정상윤의 "나"는 여유도 있고, 긴장감도 적당하고, 슬픔도 있고, 시니컬하다.

(최재웅 "나"의 시니컬만큼은 아니지만)

이렇게 내게 거의 완벽한 "나"를 각인시킨 정상윤이 이제 "그"를 한단다.

과연 어떤 "그"가 만들어질까? 

"나"를 너무나 잘 아는 "그"의 등장!

이건 상상만으로도 쓰릴하다.

(예전에 김우형이 나와 그, 둘 다 하긴 했지만 "그" 만 봤으니 pass!)

 

송원근의 "그"는 정상윤 "나"에 비하면 약할 수밖에는 없었는데

그동안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단단해졌고 쎄졌고 강해졌다.

예전엔 정상윤의 리드에 따라가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동등한 입장에서 주고 받는 게 보인다.

소위 말하는 케미가 아주 좋아졌다.

조금만 더 오래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텐데 이제 그만이라니 아쉽다.

(송원근도 아쉬워할까???)

그래도 이 작품이 송원근에겐 다른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들었으니

뮤지컬 배우로선 참 다행이다.

차기작은 뭐가 될지 기다려지기도 하고...

(정상윤과 비교해도 이렇게 얼굴이 작은 송원근이 "오로라 공주"에서는 어쩜 그렇게 팡팡하게 나오는지...

 일반인은 TV에 얼굴 나오는 거 절대로 주의하자! ^^)

 

오늘 쓰릴미 2차팀 2차 티켓팅이 있다.

1차 티켓팅에 비하면 크로스 캐스팅이 많은 편이다.

1차에는 박영수-임병근, 신성민-이동하 캐스팅을 예매했다.

1차에 회차가 별로 없었던 정상윤-오종혁 페어는 오늘 2차 티켓팅을 노려볼 생각이다.

크로스 캐스팅은 일단 세 팀을 다 본 후에 결정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론 1차때보다 2차의 기대감이 크다.

서로 나잇대가 비슷한 배우들끼리 만나서 치열한 모습을 목격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감을 버릴 부분(연출과 무대)은 깨끗히 버리고,

기대할 건(배우, 배우들 간 케미, 조명) 또 열심히 기대하고!

<쓰릴미>를 대하는 냐의 자세!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6. 7. 08:30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정상윤, 전성우 (나-네이슨) / 송원근, 이재균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드디어 <Thrill Me>가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정상윤의 "나"를 볼 수 있게 됐다.

2011년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네번째로 공연이 올려졌을때 김재범과 장현덕 공연을 보고 맘을 접었었다.

그래서 그 이후에 들어간 정상윤의 "나"까지 접어야 했다.

그 이후에 연출가의 망언(?)때문에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좋은 작품이 구설수에 오르는 걸 보는 건 참 아픈 일이었다.

결국 2011년 공연은,

작품은 작품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관객은 관객대로 온통 상처뿐인 공연이 되버렸다.

아마도 <쓰릴미> 역사상 가장 thrill한 사건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시 돌아온 <쓰릴미>가 그래서 걱정스러웠다.

한때 나는 이 작품을 1년 365일 매일 공연하는 전용극장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딱 <그날들>의 강태을 심정 ^^)

2008년 충무아트홀 초연 공연을 빼고는 매번 관람했는데

그때마다 정말 좋은 작품이구나 수없이 생각했었다.

다시 신촌 스테이지로 돌아온 <쓰릴미>는 일본의 스텝들이 대거 참여했다.

연출, 조명, 그리고 무대 디자인까지.

쓰릴미의 미묘한 질감은 쿠라야마 타미야는 도대체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냈을까?

배우들은 과연 그걸 또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했을까?

궁금했다. 아주 많이...

 

혼자 정했던 첫관람의 원칙이 있다.

꼭 정상윤의 "나"를 먼저 보겠다는 원칙!

개인적으로 <쓰릴미>에서 "나"를 가장 잘 표현한 배우가 정상윤이라고 생각한다.

찌질하면서도 은밀하고 그러면서도 어떤 때는 저돌적이고 치밀한 "그"를 배우 정상윤은

특유의 섬세함 연기와표정으로 정말 잘 표현한다.

그래서 내겐 쓰릴미와 정상윤은 일종의 동의어 관계인 샘이다.

다시 돌아온 <쓰릴미>의 정상윤 네이슨은,

역시나 너무 좋았다.

더 섬세해졌고, 더 남성적이었고, 더 치밀하고 완벽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한숨과 함께 옅은 미소를 띄우며 마지막 "쓰릴미"로 되뇌는 정상윤의 나.

끔찍하게 매력적이다.

다만 송원근 "그"와 미묘하게 발란스가 안 맞는게 아쉽다.

송원근 "그"가 결코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 보여지는 이미지 때문일까?

송원근의 얼굴이 너무 작고 아이들스러워서 오히려 "그"보다는 "나"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두 배우가 비슷한 연령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상연하 페어를 보는 느낌이다.

(당연히 정상윤이 연상이고, 송원근이 연하)

정상윤은...

이 작품에 남다른 예정이 있는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연기가 가능할까?

그가 "아니, 아니, 아니"를 세 번 반복하는 장면은 소름이 돋는다.

목소리톤과 감정이 전부 다 다르고 게다가 뭔가 조여오는 느낌은 점점 상승된다.

아! 도저히 피할 수 없겠구나... 라고 체념하게 만든다.

정상윤.

아주 압도적이었고, 주도적이었다,

<쓰릴미>의 "나"는 확실히 그가 갑이고 진실이다.

(그런데 정상윤 손, 괜찮을까?)

 

송원근의 그는,

나쁘지 않았다.

어려운 작품이고, 처음 그 역할을 한다는 걸 감안하면

작품 해석도 좋았고, 인물도 잘 만들었다.

단지 그가 너무 아이돌스러운 외모를 가졌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아이를 유괴하는 장면은 엄청나게 스타일리시하다.

이렇게 스타일리시한 사람이 유괴를 하면 금방 범인으로 지목돼 곧 잡히고 말 것 같다. (ㅠㅠ)

그리고 "그"가 바닥에 눕는 장면은 난감하다.

그 이후 "나"가 대사할 때 "그"의 모습이 너무 애매해져 버린다.

인물도 아니고, 배경도 아니고, 상황도 아니고, 심리도 아니고...

(이건 배우가 감당할 몫이 아니라 순전히 연출이 감당할 몫이다!)

만약 송원근 "그"가  정상윤 "나"가 아닌 다른 "나"를 만난다면!

송원근의 말대로 이 작품은 그의 터닝포인트가 되고도 남겠다.

정상윤이 좀 애매해지긴 하는데 크로스 캐스팅을 기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중반 이후 새로운 캐스팅이 발표된다고 하니 그것도 기다려보고!

 

무대를 2층으로 분리한 건 좋았는데

사각의 링을 연상시키는 메인 무대는 너무 낯설다.

그와 나를 졸지에 피튀기며 사생결단으로 싸워야하는 파이터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아서...

게다가 바닥과 높이도 꽤 있어서 배우들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이 몰입도를 방해한다.

그 메인 무대의 바닥이 슬라이딩으로 열리는 건 개인적으론 최악이었다.

차라리 메인 무대가 아예 좌우로 확 벌어지면서

가운데 공간을 완전히 들어냈다면 좋았을텐데...

직선으로 교차하면서  조명은 정말 좋았다.

인물의 심리에 따라 배우의 얼굴에 조명을 바로 비춰서 명암의 효과를 살린 건 기가 막히다.

소리의 효과를 위해 일부러 바닥을 나무로 처리한 것도 신선하다.

개인적으로 2010년 무대에 올해 조명을 적용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빛과 소리.

이 둘의 절묘한 조화가 이번 공연 표현의 핵(核)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무지 남성적이고 치열하고 저돌적이었다.

(사각의 링은 그런 의미였을까???)

 

피아니스트 신재영.

조금 삐걱대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멋진 스토리텔러의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

2층에 있는 피아노의 위치가 좀 애매하긴한데

오히려 그 위치가 제 3의 인물(파아니스트)이 둘의 관계를 훔쳐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였나?

문득 피아니스트도 인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그곳에서는 지금 두 개의 진술이 함께 진행되는 중인거다.

음성으로만 들리는 두 사람에게 하는 가석방을 위한 심의 진술과

피아노 선율로 상징되는 제3의 인물에게 고백하는 진짜 진실.

story in story.

아니, 어쩌면 정말 그런지도....

 

여전하구나,

이 작품!

나를 또 다시 thrill하게 만들 작정인가보다

Thrill M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5. 23. 08:10

<풍월주>

 

부제 : 바람과 달의 주인

일시 : 2012.05.04. ~ 2012.07.29.

장소 : 컬처스페이스 엔유

극본 : 정민아

작곡 : 박기현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성두섭, 이율 (열) / 김재범, 신성민 (사담),

        구원영, 최유하 (진성), 김대종 (운장어른),

        원종환 (궁곰), 임진아, 신미영 (부인들)

 

유투브에 올려진 리딩 공연을 보고 찌릿했었다.

정상윤, 김태한, 김지현이 열과 사담, 진성여왕으로 참여했었다.

(이 캐스팅이 실현되길 정말 진심으로 원추했건만...)

실제 무대가 다 갖춰진 공연이 아닌 단지 대본을 들고 느낌있게 맞춰보는 리딩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투브를 통해 본 이 작품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입소문 때문이었을까?

CJ문화재단에서 후원하는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선정작 <풍월주>는

2012년 가장 보고 싶은 신작 창작 뮤지컬로 선정되기까지했다.

실제로 프리뷰 공연은 티켓오픈 5분만에 매진되는 진기록까지 일어났다.

(나도 정말 어렵게 프리뷰 티켓을 거머줬었다. 그런데 날려버렸다. 조카들때문에...ㅋㅋ) 

<블랙메리포핀스>와 함께 무지 기대했던 작품 중 하나였는데 드디어 대면했다.

 

관람한 후 느낌은,

리딩 공연 때의 분위기가 개인적으로 훨씬 더 좋았다.

소극장에 3층 무대를 설치해선지 동선도 복잡해졌고 덕분에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정적이고 고요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음악도 국악기를 조금 더 많이 활용하면 좋았을 것 같다.

(리딩 공연에서는 상당히 한국적으로 느꼈었는데...)

리딩 공연보다는 전체적으로  현대적이고 세련됐다고나 할까?

음악, 의상, 무대 전반적으로 "퓨전"이다.

(또 다시 내가 싫어하는 불명의 퓨전사극의 등장이다.)

그리고 정상윤이 불렀던 "열의 노래"가 본 공연에서는 빠진 것 같아 아쉽다.

느낌이 정말 좋은 곡이었는데...

 

사담 김재범은 역시나 연기와 노래 너무 좋았고 감정표현도 아름다웠다.

감정과 상황에 따라 목소리톤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김재범 배우도 참 여전히 열심이구나 싶었다.

이 사람이 열을 했어도 참 좋았겠다는 생각도 했다.

구원영 진성과 김재범 사담이 부르는 "내가 아니면, 네가 아니면"은 참 불쌍하고 가련하더라.

열 성두섭은 무대에서 처음 봤는데 일단 비쥬얼과 무대에 서 있는 자태가 참 좋았다.

아직 이율이 무대에 오르지 않아 혼자서만 공연을 끌고와서 그런지 간혹 피로감이 보인다.

그래도 후반부에 갈수록 감정몰입이 점점 안정적이라 좋았다.

대사전달과 딕션도 참 좋고 인물에 대해서도 애정을 가지고 세세히 잘 준비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춤도 전수받고, 일부러 붓글씨도 배웠다고 하더라.

(1층 관객은 무대 높이 때문에 붓글씨가 안 보이지만 2층 관객은 잘 보이기때문에 일부러 학원에 다녔단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처음부터 인물가 극에 깊게 빠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연륜이 조금 더 쌓이면 점점 더 좋은 배우가 되리라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

(그러니 이제 아이돌스럽고 하이틴스런(?) 작품은 슬슬 피하는 게 어떨지...)

마지막 장면,

운루가 하얀 천으로 덮이면서

죽은 열과 사담이 만나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연출의 힘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이 작품를 동성애 코드로 자꾸 홍보하는 모양인데

(한국의 "쓰릴미"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절대 공감할 수 없다!!!)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면 사랑보다는 오히려 남자들의 진하고 순수한 우정에 가깝다.

그래선가?

진성여왕의 질투가 좀 빈약해졌다.

전체적으로 진성여왕이라는 인물 자체의 임펙트도 너무 약해진 것 같고 아쉽다.

이래저래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그래선지 리딩 공연때의 정상윤, 김태한, 김지현 캐스팅으로 <풍월주>가 공연됐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된다.

정상윤은 <블랙메리포핀스>와 겹쳐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깁태한과 김지현이 빠진 건 좀 의문이다.

그렇다고 열심히 하고 있는 지금의 캐스팅에 실망했단 의미는 아니다.

너무 기대감이 컸던건지도 모르지만 왠지 2%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다.

어쩌면 기대감 때문에 혼자서 너무 살벌하게 <풍월주>를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아직 시작이다!

<풍월주>는 방금 시작된 신생의, 미완의 작품이다.

그러니 남겨진 가능성 또한 아직 무궁무진하다.

기꺼이 아낌없는 박수와 애정을 보내자.

그러기에 충분한 아름답고 가능성 있는 작품이다.

 

                                                        <2012 풍월주>

 

                                        <2012 풍월주- 내가 아니면, 네가 아니면>

 

 

* 너무나 좋았었던 2011년  리딩 공연 영상

 

                        <너의 뱃속까지 - 정상윤, 김태한>

 

                          <열의 노래 - 정상윤>

 

                            <밤의 남자 - 정상윤>

 

                         <앞날 - 정상윤, 김지현>

 

                 <내가 아니면, 네가 아니면 - 김태한, 김지현>

 

                           <열과 진성 - 정사윤, 김지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5. 16. 06:21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2.05.08. ~ 2012.07.28.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

대본, 연출, 작곡 : 서윤미

안무 : 안영준

프로듀서 : 김수로

제작 : 아시아브릿즈컨텐츠

출연 : 정상윤, 장현덕 (한스) / 강하늘, 전성우 (헤르만)

        임강희, 송상은, 정운선 (안나)

        김대현, 윤나무 (요나스)/ 추정화, 태국희 (메리 슈미트)

 

 

젊은 연출가 서윤미가 대본에 작곡, 연출까지 한 창작 초연 뮤지컬.

김수로 프로젝트 3번째 작품 <블랙메리포핀스>를 보다.

일단, 와~~우!

탄성 한 번 질러주고!

정말 오랫만에 괜찮은 창작 뮤지컬을 본 것 같아 흐뭇하다.

<풍월주>와 더불어 오랫동안 기대했던 작품인데 일단 두 작품 중 하나는 합격이다.

(아직 <풍월주>는 안 봐서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기대치를 넘어선다.

배우들의 엄청난 몰입도에 놀랐고 음향이나 음악, 조명, 무대에도 놀랐다.

물론 <쓰릴미>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이 보이는게 흠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선전이고 놀라운 발전이다.

초연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탄탄하고 괜찮다.

와 ~ 우!

 

 

첫장면을 그림자 놀이로 연출한 것도 묘한 신비감을 준다.

아쉬움이 있다면 첫장면 뒤에 한스가 타자기를 칠 때까지 약 1분 30초나 되는 긴 시간 동안 발생한 막막한 공백이다.

바닥에 떨어진 커튼을 치우고 무대를 준비하는데 소요되는 그 대책없는 긴 시간.

단지 무대 소음만이 지배하는 이 시간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차라리 아무 소리 없이 극도의 침묵으로 채웠다면 긴장감이 극대화됐을텐데...

커튼은 자동장치같은 걸로 처리하면 안될까?

배우들이 주섬주섬 말아서 챙겨들어가는 게 어쩐지 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무대 소음들을 기꺼이 참아낼 수 있을 만큼 괜찮은 작품이다.

네 모서리에 놓여진 네 개의 의자와 사각의 중앙 무대로

배우들이 연기할 때 떨어지는 조명도 색감과 활용도가 훌륭하다.

세세한 부분까지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게 눈에 보인다.

배우들의 손동작들은 마치 수화(手話)같다.

분명이 눈으로 보는 동작인데 온전히 "말"로 들린다.

한스와 헤르만 두 사람의 손동작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때때로 숨막히는 긴장감이 느껴져 보면서도 온 몸이 찌릿했다.

어떻게 저런 표현 방법을 생각했을까?

 

얼마전 장안의 화재를 남기며 성황리(?)에 끝난 <쓰릴미> 때

무지 기대했던 장현덕 배우에게 많이 실망했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는 다시 긍정적 마인드로 방향전환하기로 했다.

(솔직히 <쓰릴미>때와는 전혀 다른 배우 같다)

극의 무게중심을 잘 잡아가고 절제와 흥분 등 감정표현에 넘침이 없이 대체적으로 성실했다.

장현덕 배우보다 더 놀라웠던 배우는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헤르만 전성우와 안나 송상은.

무대에서 처음 본 전성우는 뭐랄까 야누스적이면서 중성적인 매력이 있었다.

딕션과 노래도 좋았고 특히 미성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배우들과 장면과의 타이밍도 너무 좋았고, 손동작할 때의 느낌은 정말이지 너무 섬세해 아름다웠다.

미성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신비스런 느낌도 있고...

다른 작품을 하게 되면 꼭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다섯 배우 중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지금 살짝 고민중이다. <밀당의 탄생>을 볼 것인가 말 것인가를...)

<스프링에워이크닝>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던 송상은 안나.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표현이 대담하고 엄청난 몰입도를 보인다.

후반부에서는 마치 무대 위에서 안나가 실제로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는듯 긴박하고 절박했다.

너무나 안타깝고 안스러워서 그 모습 보고 있는 게 힘들 정도다.

아버지 송영창 연기력을 물려 받았을까?

송상은의 다음 작품 <번지점프를 하다>도 기대가 된다.

메리 슈미트 태국희는 처음에 조금 페이스를 못 잡았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좋아졌다.

한스와의 대면이나 유언장 장면에서는 목소리 하나로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해서 놀랐다.

아직까지 정체파악(?)이 어려운 요나스 윤나무는 아무래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객적은 소리지만 막내인데도 요나스가 다른 형제분들에 비해 좀 노안(?)이신 것 같다.

 

<블랙메리포핀스>

아마도 꽤 여러번 보게 될 것 같다.

여러번 보면 부족한 점이 하나 둘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괜찮은 작품이라는 사실 하나는 여전히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이로써 오랫만에 버닝할 작품 하나 추가됐다.

화이팅!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21. 05:41

 

“ 2007년 토니상 작품상 포함 8개부문 수상,11개부분 노미네이트”
" 2008년 그래미 최우수 뮤지컬쇼 앨범 상"
" 2009년 한국 뮤지컬 대상 남우 주연상, 남우 조연상, 앙상블상 수상, 9개부분 노미네이트"
" 2010년 더뮤지컬어워즈 최우수 외국 뮤지컬상, 남우 조연상 수상, 4개부분 노미네이트"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세운 기록들이다.
우리나라에 초연됐을 당시에 과연 성공한 작품이 될 수 있을까 궁금했었는데
<헤드윅>만큼이나 매니아층을 만들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래서 2011년 이제 와서야 재공연 되는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김무열(멜키어), 조정석(모리츠)은 뮤지컬계에서 이 작품 덕분에 완저히 입지를 굳건히 굳혔고
김유영(벤들라) 역시도 연극과 뮤지컬을 종횡무진 누비는 중이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1891 독일이 배경이다.
섹스, 자위, 임신, 낙태, 동성애, 자살 등의 파격적인 내용때문에
1900년대 처음 공연됐을 당시에 공연을 금지시키기까지 했단다.
"에이, 뭐 얼마나 그렇다고..."
라고 생각하면서 공연장을 찾았다.




casting : 윤현민(멜키어), 정동화(모리츠), 벤들라(송상은),
             게오르규(최재림), 성인 남자(송영창), 성인여자(이미라)


2011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가장 큰 특징은 new face의 등장이라는 점이다.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워낙 초연의 임팩트가 강해서 관객들의 기대치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있었다.
그래서 아이돌이나 뮤지컬 바닥에서 인지도 있는 누군가가 캐스팅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번 캐스팅 발표는 파격적일 정도여서 놀랐다.
멜키어 역을 맡은 야구선수 출신의 윤현민은 <김종욱찾기>에 이어 이번이 고작 두 번째 작품이고
심지어 벤들라 역의 송상은은 첫 뮤지컬 데뷔다.
모리츠 정동화는 꽤 여러 작품에 출연하긴 했지만
이 작품만큼 인지도를 가지는 작품은 별로 없었던 것 같고
어쨌든 아직까지는 무대 위에서 존재감이 확실한 배우는 아니다.
유명세로 따지자면 "남자의 자격"으로 이름이 알려진 최재림이 단연 으뜸이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가장 큰 매력이
 잘 짜여진 계획된(?) 즉흥성을 보여주는데 있다는데 그런 면에서 일단 캐스팅은 압권이다 싶다.


이 작품을 보기 위해선 객석에 입장하기 전
촬영기기 및 녹음기 반입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검색대를 지나가야 한다.
그리고 무대석 관객은 소지품을 전부 맡기고 한 장소에 모여 단체로 입장한다.
<쓰릴미>에 이어 두번째 무대석 관람이었는데
배우들의 표정을 온전히 볼 수 없지만
현장감과 생동감, 긴장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꽤 괜찮았다.
내 바로 옆에 앉은 배우가 열심히 노래하는 모습을 쳐다보는 것도 독특한 관음이더라.
(순간 고민이 되긴 했다. 대놓고 볼 것인가 시크하게 볼 것인가...ㅋㅋ)
그래도 멜키어의  전위적인(?) "The Mirror-Blue Night"을 정면에서 볼 수 없다는 건
무대석의 가장 큰 단점이랄 수 있겠다.
아크로바틱을 연상케 하는 격동적인 안무와
무대 위에서 직접 연주되는 신나는 비트의 음악을 바로 옆에서 듣는 건 엄청난 짜릿함이고...
"블라블라블라"나 "totally fucked"에서는 저절로 몸이 움직여지더라.
(엄청난 몸치에 박치인데도 불구하고...)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음악 역시도 신선하고 역동적이고 파격적이고 다양하다.
첫 곡 " mama who born me"부터 확실히 사람을 홀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열심히 감정을 잡으면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순간 정말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그렇다.
관객 입장에서 보기엔 확실히 신나고 역동적이지만
배우 입장에선 엄청난 집중과 에너지가 필요한 작품인 것 같다.
특히나 1인 다역을 소화하는 성인 남자, 여자 역의 송영창, 이미라에게 박수를 보낸다.
젊은 배우도 하기 힘든 멀티맨을 어쩜 그렇게 다 다른 감정과 특징으로 연기 하던지...
젊은 배우들이 이들의 모습을 보면 도저히 열심히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송영창은 주인공 벤들라로 첫 뮤지컬 무대에 서는 딸 송상은과 함께라서 느낌이 참 남다르겠다.)


워낙 초연의 배우들이 훌륭하고 열정적으로 작품을 만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신인의존도가 너무 높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대를 꽉 채우는 충족감이나 깊이, 배우들의 표현은 아무래도 조금 아쉽다. 
초연만큼의 성공은 좀 힘들 것 같다는 게 솔직한 느낌.
직설적인 대사와 적나라한 묘사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됐던 작품이지만
지금 시대는 이것보다 더 적나라한 상황을 수시로 접할 수 있으니
그다지 파격이라고 할 수 없겠다.
(그래서 공연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멜키어 윤현민의 노출 연기는 좀 놀랐다.
그것도 무대석 우측에의 목격은.... 쩝!

멜키어, 벤들라, 모리츠.
이 아이들
참 안스럽다.

 


 
<Spring Awakening OST>

01. Mama Who Bore Me
02. Mama Who Bore Me (Reprise)
03. All That's Known
04. The Bitch of Living
05. My Junk
06. Touch Me
07. The Word Of Your Body
08. The Dark I Know Well
09. And Then There Were None
10. The Mirror-Blue Night
11. I Believe
12. Don't Do Sadness/Blue Wind
13. The Guilty Ones
14. Left Behind
15. Totally Fucked
16. The Word Of Your Body (Reprise)
17. Whispering
18. Those You've Known
19. The Song Of Purple Summer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3. 24. 06:35
볼까 말까를 정말 많이 고민하다가
어찌어찌 막공으로 본 <천국의 눈물>
50% 할인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냥 지나쳤을 뮤지컬이다.
그리고 브래드 리틀이 출연하지 않았다면
50% 할인의 유혹이 아무리 강렬했더라도 결코 보지 않았을 작품이다.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가 세계진출을 목표로 만든 야심작 <천국의 눈물>
출연진과 스탭진은,
이보다 더 할 수 없을만큼 화려하고 완벽한 드림팀이다.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
<스위니토드>의 연출가 가브리엘 베리
무대 역시도 세계적인 무대 디자이너 데이비드 갈로가 맡았다.
그리고 JYJ 의 시아준수가 남자 주인공 준을, 
역시나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이 제임스 대령을
개인적으로 노래와 연기 잘 하는 여배우라고 생각하는 윤공주의 린까지...
티켓파워야 엄청났다.
1층 전석이 좌석 등급 구분없이 13만원이라는 파렴치한 가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표는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김준수가 출연하는 회차만 그랬지만... 어쩐지 씁쓸하다...)
덕분에 김준수 회차가 아닌 날도 티켓 예매하기가 힘들었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이렇게 슈퍼스타급의 아이돌이 캐스팅되면
예매 날짜를 따로 했으면 좋겠다.
(농담 아니다. 예매하기 정말 힘들다....)


개인적으로 <쓰릴미>때 정상윤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기대가 컸는데
아무래도 그는 소극장 무대가 더 적절한 것 같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라울을 보면서도 무지 속상했었는데...그랬더랬는데...)
연기는 괜찮은데 노래가 솔직히 많이 약하다.
감정 몰입이 되면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1막에서는 많이 흔들리더라.
2막에서 린이 떠났다는 걸 알게 된 후 부르는  "can you hear me"는
슬픔을 절제하고 감내하는 느낌까지 들어서 좋았다.
막공이라서 "준" 역할이었던 김준수와 전동석이 중간중간 액스트라처럼 출연하기도 했다.
그래서 1막이 전체적으로 붕 뜨고 산만해져버린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 공연에서 배우들의 애드립 출연을 보는 것도 막공의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긴 한데
이게 "김준수"가 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아무래도 주연배우보다 그가 나올 때 더 큰 함성이 나오니까.
(자주 콘서트장 분위기 연출되더라...)
거기다가 현해탄을 건너온 일본팬들이 김준수의 공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지 환호하더라.
쓰나미때문에 일본이 난리가 났다는데,
아무래도 김준수는 그 쓰나미조차 이겨버리는 것 같다.
커튼콜 때 김준수 보겠다고 뒤에서부터 앞으로 100m 달리기하듯 달려나오는 수많은 인파를 보면서
이러다 지진나는 건 아닌지 진심으로 걱정스러웠다.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본사람들이 자꾸 와서 인사를 하더라.
(뭐지 싶었는데 아무래도 김준수 부모님이었던 듯 싶다)


음악은, 역시나 프랭크 와일드 혼 작품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에 넘버마다 강렬한 크라이막스가 있다.
메인 테마라고 할 수 있는 "Can you hear me"는 여러번 나옴에도 불구하고
들을 때마다 매번 감탄하게 된다.
브래드 리틀이 장렬하게(?) 자살하면서 부르는 "whithout her" 역시도 강렬하다.
그런데 만약 이 노래를 만약 다른 사람이 불렀다면...
매번 이 사람의 무대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브래드 리틀의 존재감은 가히 압권이다.
궁금하다.
왜 브래드 리틀은 이 공연에 참여하게 됐는지...
그가 친구 프랭크 와일드 혼에게도 함께 하자고 했다는데...

 



세계 진출을 위해 만든 작품이라는데
솔직히 이 상태로 세계 진출하면 죄송하지만 욕먹을 것 같다.
어째든 <미스 사이공>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무엇보다 스토리가 진부하고 그리고 지루하다.
(따지고 보면 진부한걸로 치면 <미스 사이공> 스토리도 만만치 않은데...)
일단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 존재감없이 사망한다.
결국 마지막에 흰 옷 입은 귀신들만 수두룩 등장하는 꼴이 되버리니 일종의 살풀이처럼 느껴졌다.
또 다시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된다.
만약 김준수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천국의 눈물>이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 물음 앞에 자신있게 "Yes!'라고 답하기는 막막할 것 같다.


무대 연출이 좋았다는 사람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실망했던 게 무대였다.
경사진 무대와 군인들이 전쟁터로 떠나는 장면에서 블랙홀같이 연출한 부분은 좋았는데
나머지는 너무 스크린으로만 해결하려고 한 것 같다.
특히나 수시로 저 혼자 들락날락하는 문짝은 어이없기까지 했다.
(이 공연의 최다 출연자는 그 문짝이 아닐런지....그래도 색은 3가지 정도 되더라...) 
제작비가 어마어마했다는데 그 돈은 다 어디에 쓰고 그 넓은 무대를 황량한 벌판을 만들어놨는지...
수시로 등장하는 스크린에 비쳐진 그림자도 신선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러기엔 너무 많이 남발했다)
1막 앤딩의 "이렇게 사랑해 본 적 없어요"에서의 조명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덩그라니 놓여있던 침대와 두 배우를 정신없이 비추는 시골 변두리 노래방같던 조명이란...
(이 노래 애절하고 절절한 노래 아닌가?  그런데 트롯트에나 어울린 이 정체불명의 조명은 뭐냔 말이다.)
2막에서 학예회 무대같던 비행기 뒷모습은 급기야 안스럽기까지 하더라.
미국으로 간 린과 쿠엔이 공원에서 이야기 나눌 때,
옆에서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여성인권(?) 시위 비슷한 걸 하는 장면은
80년대 코미디 같았다.
(늬들 정체가 뭐냐???)
이 부분 너무 부끄러워서 내 고개가 절로 숙여지더라.
짝퉁도 이런 짝퉁이 없는 것 같아서...
정말 외치고 싶었다.
"양키! 고잉 홈!" 이라고....



                         - 정상윤 "준"과 이해리 "린" -



 
                               - 김준수 "준"과 윤공주 "린" -




충격이 좀 크긴 했지만
어쨌든 고민했던 <천국의 눈물>을 봤다.
세계진출을 준비한다니 걱정이 태산이다.
(내가 뭐라고...)
그 전에 이 좋은 넘버들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제발 손 좀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특히 무대는 더 많이...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6. 21. 05:41
<The story of my life>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보다 먼저 예정되어 있던 작품.
오랫만에 류정한의 무대를 대극장이 아닌 작은 극장에서 만나게 됐다.
<쓰릴미>에 이은 또 다른 이인극.
그리고 오디(OD) 컴퍼니 대표 신춘수의 두 번째 연출작.



뮤지컬 <The story of my life>는
앨빈과 토마스의 오랜 우정을 그린 이야기다.
어렸을 때부터 절친한 사이인 두 사람이 어른이 되면서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결국 어떻게 끝을 맺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란다.
단 두 명의 캐릭터가 작품 전체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배우의 힘과 연출의 묘미가 요구되는 그런 작품이다.
드라마틱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고 아주 잔잔한 작품.
관객들도 사건보다는 두 사람의 감정의 변화를 따라가는 게 주요하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죽은 친구의 송도문을 쓰며 추억을 되살리는 토마스 역은
류정한과 신성록이,
토마스의 기억 속에서 살아나는 그의 오랜 친구 엘빈 역은
이석준, 이창용이 더블 캐스팅이다.
그리고 신춘수의 첫 번째 브로드웨이 프로듀싱 작품으로,
한국 공연에서는 그가 연출까지 직접 한단다.
남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이인극...
어쩐지 꽉찬 무언가를 만나게 될거란 기대감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연배인 류정한/이석준 페어가 궁굼하다.
초반에는 두 사람의 페어가 별로 없는 게 불만이라면 불만... ^^ 



신춘수 연출은 이 작품이
“뮤지컬 흐름에 반대되는, 대세를 거스르는 작품”이 될거라고 말했다.
대세를 거스르는 작품?
(요즘 대세는 그럼 뭐지???)
그 말의 뉘앙스가 참 궁금하다.
이인극의 묘미는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분위기에 따라 같은 이야기라도
관객들에게 천차만별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매회가 그래서 새로울 수 있는 게 이인극.
무대를 두 사람만에 의해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배우간의 호흡과 교감이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배우 류정한이야 이미 무대를 자기 페이스대로
그야말로 요리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 나올 거라는 기대를 이미 하게 만든다.
물론 한 사람의 역량만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이미 50%는 먹고 들어가는 셈(^^)



배우 류정한은 이 작품을 두고
"내가 잃어버렸던 것을 찾는 작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남다르게 다가왔다는 뜻.
처음엔 대본을 읽어봐도 모르겠더니 이젠 점점 심도있게 다가온단다.
그리고 너무 좋은 작품이 될 거란 생각도 든다고...
뭔가 밋밋한 모습이지만 그게 이상하게도 더 매력적인 작품이란다.
이 점이 나 또한 기대하게 되는 점.
시간에 따른 심리묘사의 치밀함을 보는 건 
눈으로 확인될 수 없는 촘촘한 그물망을 보는 것 같아서...
그 안에서 보여지는 감정의 과감한 결단을 만나는 것 또한
엄청난 발견이고 기쁨이다.
그리고 아마도 오랫만에 이 작품이
내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지 않을까!!!


 
 
친구 엘빈 켈리가 죽고난 후 토마스 위버는 그를 위해 송덕문을 써 가면서
다시 친구와의 우정을 떠올린다!
한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생활에 바빠
서로의 진실된 깊은 우정을 잊고 지냈던 두 남자의 이야기,
감정선에 사계절이 다 들어있다는데
그 느낌이 어떤건지 실제로 확인하고 싶다.
감정에 담긴 사계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3. 13. 06:14
이미 네 번을 본 <오페라의 유령>을 다시 보기로 한 건
순전히 한 사람 때문이었다.
라울 정.상.윤.
배우 홍광호가 2월 27일 마지막으로 라울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리고 3월 14일 홍광호가 세계 최연소 팬텀으로 데뷔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나는 다른 이유로 다행이다 싶었다.
나는 팬텀이 윤영석이든 양준모든,
크리스틴이 최현주든 김소현이든 상관이 없었다.
드디어 인연이 닿게 된 정상윤 라울이 궁금하고 반가웠을 뿐.
그게 다섯번째 <오페라의 유령>을 본 이유의 전부였다.



처음으로... 처음으로...
오페라의 유령을 보면서 졸음과 싸웠다.
꼭 정상윤 라울의 부족함만을 꼬집으려는 건 아니다.
극의 시작인 경매 장면부터 이상하게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
그건 처음이 주는 낯섬 때문이 아니라 (만약 그런거였다면 나는 기꺼이 참았을 것이다)
지금껏 잘하고 있던 익숙한 것들의 틀어짐같은 묘한 어긋남이었다.
급기야 보는 내내 스스로를 책망했다.
"너무 많이 봤어! 너무 많이 봤어!"라고...
어쩌다 나는 <오페라의 유령>을 보며 쏟아지는 잠과 싸워야 했을까?
그래도 그 전까지는 나쁘지 않았었는데...



<쓰릴미>의 "나"였던 정상윤을 생각한다.
그때 그가 얼마나 빛나고 철저하게 아름다웠는지를...
그의 표정의 변화를 보는 건 즐거움이었고
순간적인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는 걸 보는 건 짜릿함이었다.
그랬었는데...
그랬던 그가 보여준 라울은,
찌질이는 아니었지만 존재감이 흐릿하다 못해 사라지기까지 한다.
멀쩡한 허우대에 멀쩡한 기럭지에 멀쩡한 톤을 가지고 있는 그는
왜 라울임에도 불구하고 끝내 실종되는 팬텀으로 스스로 변해버렸을까!
팬텀의 사라짐에 익숙해있던 나는
무대위에 뻔히 서있는데 보이지 않는 라울을 보며 진심으로 당황하고 어리둥절했다.
"라울"이 "팬텀"을 꿈꿨던가?



<오페라의 유령>을 보면서 이럴 수도 있구나...
색다른 경험이라고 자위하기엔 너무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8년을 기다려온 뮤지컬이라는 말이 이날만큼은 무색하게 느껴졌다..
무대 위에 있는 그들도 느꼈을까?
익숙함에 길들여진 그들도 제발 느꼈기를...
장기공연의 절반을 지나온 <오페라의 유령>
유종의 미를 기대하는가?
그렇다면 당신들은 변해야 한다.
이러다가는 진심으로 유령으로 남겨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유령이 된 <오페라의 유령>이라...
생각만으로도 참 씁쓸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