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시야마'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2.10.10 Shop at Japan
  2. 2012.10.05 탠류지(天竜寺)와 대나무 숲 1
  3. 2012.10.04 아라시야마 (Japan)
  4. 2012.09.28 잠시...
여행후 끄적끄적2012. 10. 10. 08:30

사실 일본에 여행갈때마다 꼭 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

일본 전통이 가득한 가게(?)들이 모여있는 길을 걸어가는 것.

가능하다면 대대로 대물림된 가게들을 보고 싶은 바람도 있었다.

예전에 청수사에 갔을 때 그 길이 잊혀지지 않았었다.

상업적인 냄새가 살짝 풍기긴 했지만 첫대면이 좀 신기하고 신선했다.

비록 태풍때문에 그 바람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래도 짧은 일정 속에서도 눈에 담긴 곳이 몇 군데 있어서 카메라에 담아봤다.

 

일본의 부채 가게.

내 눈엔 오로지 부채만 파는 가게가 있다는 게 좀 믿겨지지 않았다.

(부채만 팔아서 유지가 가능해? 사는 사람도 별로 없던데...)

앙증맞기도 하고 고급스럽기도 해서 기념으로 사볼까 하고 가격을 보고 놀랐다.

수작업으로 만든 부채라는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심지어 기백만원하는 부채도 있다.

이런 고가의 부채라면,

부채만 팔아도....

충분히 유지되겠디...

 

아라시야마에서 들어갔던 찻집.

입구부터 고풍스러웠었는데 안에 들어가니 거의 목조로 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약식 기모노를 입고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도 일본스러웠고

내부는 좀 어두웠지만 벽 한 면이 통창으로 되어 있어 창가쪽은 햇살이 충분히 들어온다.

한 공간에 분리된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는 것처럼 느껴져 혼자 살짝 신비로워했다.

쏟아지는 햇살을 보니 실제로 몽환적이기도 했고... 

일본이라는 나라는,

좁은 공간을 참 잘 활용하는 것 같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작은 공간들에 사연이 있을 것 같아 귀를 기울이고 싶다.

어쩌면 나 혼자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는지도...

 

일본 기모노를 파는 가게가 있어서 잠깐 들어가봤다.

옷걸이(?)에 걸려있는 걸로는 도대체 어떻게 제거 옷이 되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마치 입어보는 사람이 있어서 이해를 했다.

와! 기모노라는 옷.

정말 엄청나게 복잡한 옷이다.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힘겹다.

그래도 옷 자체는 생김이나 문양이 퍽 예술적이다.

하나쯤 갖고 싶긴 했지만 아마도1년 365일 옷걸이에 곱게 걸려만 있을거다.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만족 ^^

 

  

와관상 전혀 꽃집 같지 않은 꽃집이랑,

(flower란 단어가 있음에서 불구하고 도대체 저 가게는 뭘 파는 곳일까 궁금했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베이커리 가게.

이건 식성(?)과 관련된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미학적인 즐거움이다.

이쁜 빵이나 케익을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마구 좋아진다.

거기에 금방 구은 빵냄새까지 가세를 하면 그야말로 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 그득이다.

반짝 날씨가 좋았을 때 걸어다니다

절인 오이를 나무젓가락에 꽂아서 시원한 얼음물에 담궜다가 파는 걸 봤다.

적쟎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등산할 때 수분보충하려고 오이를 가지고 가는 건 많이 봤지만

절임 오이라니...

그것도 뭐 핫바처럼 나무젓가락까지 끼워서...

먹어볼 마음까지는 안 들지만 뭐 생각해보니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짤짤하니 맛있을 수도...

 

이번 일본 여행은 거의 허당의 수준이라 기록할만한 내용도 없긴 하지만

어쨌든 다음 여행을 기대케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그대로 다행이지 않나!

내내 집에만 있었던 건 아니고 색다른 걸 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여행가서 태풍을 정통으로 겪는 것도 결코 흔한 경험은 아닐테니까.

지진 아닌 것도 다행이고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2. 10. 5. 08:23

아라시야마에도 일본스럽게 크고 작은 절들이 여러 곳 있다.

그 중에서 아라시야마에서 가장 큰 천룡사(텐류지, 天龍寺)를 찾았다.

이 절은 1339년에 지어졌고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본당과 정원은 따로 있고 예전에 불경을 보관했던 창고 천정에 커다란 용이 그려져 있어 천룡사라고 한다.

이 용 그림이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용그림이란다.

천정에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어 어느 방향에서 보든지 용과 눈이 마주친다.

웅장하고 신비하다는 느낌보다는 민화에 가까운 친근한 느낌이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겠지만 개인적으론 우리나라에 사찰에 그려져있는 용이 더 위용있는 것 같다.

뭐 그림의 위용만으로 불경이 지켜지는 건 아니겠지만...

 

600앤의 입장료를 내면 텐류지 본당과 정원을 둘러볼 수 있다.

(천룡을 보는 것도 물론 별도의 입장료가 있다)

본당을 들어서면 커다란 달마도가 방문객을 맞는다.

눈이 부리부리하긴 하지만

일본 사찰 그림들은 전체적으로 귀엽성있고 좀 민화적인 것 같다.

일본의 사찰과 성(城)을 다니면서 늘 부러웠던 건

관람객들이 신발을 벗고 직접 내부를 걸어서 관람할 수 있다는 거다. 

창경원이나 경복궁 내부를 신발을 벗고 걸어다닌다고 상상해보라.

이거 참 경이로운 일 아닌가!

 

8~7년 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사찰과 성을 다니면서 정원을 많이 봤었는데 고요하고 단정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바닥이 마치 그림이 그려져있는 듯해서 어떻게 만들었을까 마냥 신기했었다.

텐류지 정원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자연상태 그대로 유지되어 있어 오히려 신선했다.

물과 나무는 아무래도 일본 정원의 정수인가보다.

물 아래 비치는 반영(反影)은 참 고즈넉하다.

이상하게도 나는 물을 경계로 아래의 세상이 더 아름답고 진짜같다.

카메라가 자꾸 물 속으로 잠수하려는 걸 참아내느라 좀 힘들더라.

날씨가 화창했다면 좋았을텐데...

 

열려있는 문을 통해 보는 세상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도

그대로 풍경이 비치는 모습도 한결같이 아름답다.

이런 집에서 실제로 살 수 있다면

평생을 대문 안 풍경만 보고 살아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정말 딱 내 스타일인데...)

 

텐류지 뒷편에 있는 대나무숲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라는데

하늘을 향해 일직선으로 쭉쭉 뻗는 수많은 대나무를 보니 섬득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아마 날씨가 흐려서 더 그랬겠지만)

바람에 쓸리는 대나무 소리도 너무 좋았고

좌우로 대나무를 거느리며 산책로를 걷는 즐거움 역시 특별했다. 

 

참 오랜 시간을 걸었음에도 피곤하지 않았던 건

이런 운치있는 길들이 눈과 맘의 피로를 풀어줬기 때문일거다.

여행지에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나는 참 잘 걷는다.

걷는 동안은 이상하게도 피곤함이나 배고픔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걷는 것과 보는 것은 때론 같은 감각이 된다.

그리고 결국은 포만감으로 채워진다.

그래서 내 여행의 모든 내용은 전부 길이다.

 

아라시야마.

그 길에 찍혀있을 내 발자국을 생각하며...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2. 10. 4. 08:09

3박 4일 짧은 일정으로 일본 고베를 다녀왔다.

(금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월요일 오후에 돌아왔으니 실질적으로 2박 3일 정도의 시간이었다.)

일정 자체도 짧았는데 고맙게도(?) 태풍까지 일본 본토를 강타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거센 비바람때문에 우산을 쓰는 게 무용지물이 될만큼 끔찍한 날씨였다.

덕분에 제대로 다녀온 곳이라고는 토요일에 다녀온 아라시야마가 전부.

그나마 이 곳도 빗방울이 떨어져 서둘러 돌아와야만 했다.

결국 계획했던 청수사, 금각사도 보지 못하고 조카랑 오목, 엉터리 바둑, 윷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아라시야마.

교토의 서쪽에 위치한 산인데 벚꽃이 필 때와 단풍이 들 때 장관을 이루는 곳이란다.

호츠강에 비치는 산 모습은 벚꽂과 단풍이 아니더라도 상당한 운치와 여운이 있었다.

역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돌아다닐 수도 있고

보트를 타고 호츠강 주변을 구경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튼튼한 다리로 걷는 걸 택했다.

날은 많이 흐렸지만 강 위에 비치는 주변의 모습을 보는 건 은은한 즐거움이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도 은근했고...

아라시야마의 상징적인 구조물이 토게츠교(渡月橋)라는 다리인데

달을 건너는 다리라는 뜻이란다.

산 위에서 보면 다리 전체 모습이 반달 같이 보인다는 언니의 자상한 설명 ^^

(산 위에까지 올라가서 확인할 생각은 없어서 믿기로 했다)

예전에는 전부 목조 다리였다는데 지금은 부분적으로 콘크리트로 보수가 된 상태다.

그대로 유지 보수가 됐다면 장관이었겠지만

아무래도 그랬다면 건너가는 건 꿈도 못 꿨을테다.

다리를 건너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마치 산림욕을 하는 기분이었다.

꽤 오랜 시간 둘러보면서 많이 놀랐던 건

쓰레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공공의식,

정말 대단하고 무섭다.

 

인력거로 관광객을 태우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온 몸이 쌔까맣다.

시종일관 웃으면서 중간중간 인력거를 멈춰서 주변의 관광지를 설명해주는 모습도 이채롭다.

체구도 자그마한 사람들이 두 명의 사람을 태우고 뛰어다니는 게 또 마냥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봤다.

빠른 속도로 뛰어가는 모습이 꼭 닌자 같다.

(남자들도 힘든 일일텐데 심지어 여자가 두 명을 태우고 달리는 모습도 봤다.)

내려오는 길에서 한 칸짜리 전차가 다니는 곳을 지나다가

족욕을 할 수 있는 온천이 있어 잠시 들렀다.

500앤의 입장료를 내면 작은 수건을 주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물어 들어가기 전에 발을 씼을 수 있는 시설도 되어 있고

여자들을 위한 탈의 공간도 되어 있어 이색적이었다.

오랫동안 걸어서 발이 피로했었는데 잠시었지만 따뜻한 물 속에 두 발을 담그니 피로가 스르르 풀렸다.

돌아오는 길 아라시야마 역사에 불이 들어왔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등이라 카메라에 담아봤다.

 

이 날은,

많이 걷기도 했지만 일본 전차도 참 많이 탔다.

왕복 6번을 갈아타면서 아라시야마를 다녀다.

우리나라 열차와 많이 달라서 그걸 보는 재미도 솔솔했다.

그런데 사람들 참 조용하더라.

신기하다.

일본 사람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2. 9. 28. 08:06

아주 짧게 일본을 다녀오려 한다.

사실은 혼자서 교토로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또 다시 고베다.

짧은 일정이라 어디 다닐만한 여유도 없고

당장 언니네 필요한 것들이 있어 겸사겸사 다녀오기로 했다.

 

어제 저녁에 집에서 짐을 싸면서 좀 막막했다.

홍합, 황태, 김, 고등어 꽁치 통조림에 멸치...

고춧가루, 고추장, 춘장에 이러저러 잡다한 것들도 캐리어는 터질듯 빵빵하다.

오늘 저녁에 출발해서 10월 1일 오후 3시에 돌아오는 짧은 3박 4일.

캐리어는 거의 장기 여행자 수준이다.

엄마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로 캐리어의 빈 곳을 찾아낸다.

그런 엄마를 보는 게 처음엔 막막했는데 점점 재미있고(?) 귀여우시다.

이것 저것 더 챙겨 넣으려고 안달하는 엄마를 보면서

딸이라는 존재가,

자식이라는 존재가 참 미안했다.

 

그래, 이번 여행은 "전달자"의 역할을 충실히 시행하는 걸로 행복해하자.

짧은 일정이지만 얼마나 다행인가!

찾아갈 언니가 있어 간사이 공항으로 마중도 나와주고,

달콤하고 이쁜 조카도 다시 볼 수 있고.

바라바리 짐을 챙겨주는 엄마도 있고,

나쁘지 않은 여행이다!

아니 오히려 좋은 여행이다!

 

일본에서 실제로 어딜 갈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이틀이라

고베 중심 몇 군데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금각사와 청수사 그리고 아라시야마를 다녀올 예정이다.

 

여행이 길든 짧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좋은 기억을,

눈 속에, 마음 안에, 머리 속에 얼마나 깊이 담을 수 있냐가 중요하다.

편안하게 그 짧은 순간을 온전히 즐기자.

카르페 디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