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5. 2. 16:20

 

<세일즈맨의 죽음>

 

일시 : 2017.04.12. ~ 2017.04.30.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원작 :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연출 : 한태숙

출연 : 손진환, 예수정, 이승주, 박용우, 이문수, 이남희, 민경은, 이화정, 이형훈, 김형규, 최주연

제작 : 예술의 전당

 

이 작품은 나이가 들어서 보는게 이해하는게 용이하다.

이론적인, 표면적인 이해가 아닌 몸과 마음의 이해도 모두가 나이를 먹을수록 훨씬 진중하게 다가온다.

한 십 년 전 쯤인가!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땐 지금 만큼의 절절함은 없었다.

슬프다.... 안됐다.... 의 감정이었는데

지금은 치명적인 통각으로 묵직하게 자리 잡는다.

 만약 나이를 더 먹어서 또 이 작품을 보게 된다면

공연 내내 울먹이다 결국엔 통곡으로 끝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작품을 보고 나오는데,

마음 깊숙한 곳에 커다란 바위덩어리 하나가 같이 따라 나왔다.

 

아서 밀러는 결말을 꼭 이렇게 비극적으로 만들어야 했을까?

세일즈맨의 죽음이 아닌,

세일즈매의 좌절, 혹은 절망이었으면 견디기가 좀 수월했을텐데...

과거에세 보낸 현재의, 아니 미래의 청사진 같다.

비참하다.

너무...

 

점점 허물어지고 일그러지는 저 얼굴.

이건 연극이 아니다.

픽션이다, 사실이다. 진실이다.

그래서 또 다시 비참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2. 10. 07:57

 

<시련>

 

일시 : 2015.12.02.~ 2015.12.28.

장소 : 명동예술극장

대본 : 아서 밀러 <시련>

번역 : 김윤철  

연출 : 박정희

출연 : 이순재, 이호성 (댄포스), 이문수, 정재진, 지현준, 최광일, 채국희, 정운선, 김정호 외

제작 : 국립극단

 

아서 밀러의 <시련>은 실제로 일어난 살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1692년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에서 벌어진 "세일럼 마녀재판"

당시 종교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이주한 이민자들은 무고한 사람들을 마녀로 몰아

총 25명을 교수형 시켰다.

집단의 광기가 만들어낸 잔인한 살육의 현장.

그리고 그 비이성의 광기에 정면으로 맞서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겠노라 결단하는 한 사람.

존 프락터가 처형장으로 쳐연히 그러나 당당히 걸어가던 마지막 장면은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된 순교자의 발걸음이었다.

 

이 작품은 인간의 모든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거짓을 숨기려는 욕망,

진실을 감추려는 욕망,

진실을 밝히려는 욕망,

거짓을 말하려는 욕망,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려는 욕망,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욕망,

권위를 지키려는 욕망,

신념을 지키려는 욕망,

나의 욕망, 너의 욕망,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욕망.

 

작품을 보는 내내 이 모든 위선들과 욕망들에 화가 치밀고 넌덜머리가 났다.

과거 청도교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일처럼 느껴져 숨이 막혀왔다.

마녀사냥... 마녀사냥... 마녀사냥...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는 과연 어느 누가 존 프락터처럼 행동해줄까!

마녀를 만들어 삿대질하는 손가락들로 가득한 세상이다. 

 

"당신은 악마를 보았습니까?"

내게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말이 없다.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침묵으로 동조하는 악마에 불과할 뿐이니까...

 

저이는 이제 자기의 고결함을 되찾으신 거예요.

하나님께선 그걸 제가 다시 빼앗는걸 용서치 않으실 겁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26. 08:11

<아버지> 

일시 : 2012.09.07. ~ 2012.09.30.

장소 :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원작 : 아서 밀러 <세일즈멘의 죽음>

연출 : 김명곤

제작 : (주)아리인터웍스

출연 : 이순재, 전무송 (아버지) / 장은풍, 판유걸 (아들)

        차유경, 전선아, 문영수, 고동업, 계미경,

        우지순, 권재진, 설현석

 

2005년 남산예술극장에서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이 공연됐었다.

그 당시 영화감독으로 한창 유명세를 떨치고 있던 장진이 연출로 나섰었고, 배우진도 화려했다.

전무송, 전양자, 박상원, 민성현이 아버지, 어머니, 두 아들로 출연했었다.

개인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겨져 있는 작품이다.

특히 전무송, 전양자의 두 사람의 연기는 정말이지 너무 좋았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한국적(?)으로 각색한 연극 <아버지>

지난 4월에 대학로에서 공연됐던 작품이 이번에 재공연됐다.

얼마전 드라마 "각시탈"에도 모습을 비췄던 배우 김명곤이 재공연에서도 연출을 맡았다.

대한민국에서 아버지로 산다는 것!

연극은 지난하고 피로한 이 땅의 아버지라는 삶을 짙은 비극으로 그려낸다.

 

“너희 아버진 돈도 많이 벌지 못했고, 신문에 이름이 난 적도 없지만 훌륭한 가장이다.

 평생토록 방방곡곡 다니면서 회사 물건을 팔아줬는데 이제는 나이 먹었다고 폐물 취급을 한단다.

 너희 아버진 폭풍 속에서 항구를 찾고 있는 조각배 같은 분이셔.”

 

극 중 어머니의 대사가 가슴을 친다.

이 땅은...

청년도, 아비도, 그리고 여자도(심지어 아직 어린 아이들조차도) 모두 살기 힘든 땅이 돼버렸다.

뼈아프게 슬프다.

해체되고 부서지는 이 땅의 모든 것들이.

 

대배우 이순재의 연기는...

감히 뭐라고 운을 때지 못할만큼 엄청난 존개감이었다.

1935년생, 77세라는 연세가 도저히 믿기지 않을만큼 어마어마했다.

열정적이었고 동작과 대사 하나하나가 꼼꼼했다.

마이크를 쓰지 않는 연극무대에 자신의 소리를 끝자리 관객에게까지 전달시켜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만 생각해서 모든 대사를 버럭버럭 큰소리 치며 할 수는 없지 않는가)

간혹 묻혀버리는 대사들도 있긴 했지만

연세와 공연장 환경을 생각하면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단지 보면서 좀 이물감이 느꼈던건,

다른 배우들과의 발란스면에서 연세가 너무 많지 않았나싶다.

(아들이 아니라 마치 손주 같아서...)

출연한 배우들 전부 다 연기를 잘했지만 특히 아들 동욱역의 장은풍의 연기는 돋보였다.

너에겐 배짱이 있어서 무슨 일을 하던 다 잘할거라며 비행기를 태우던 아버지.

그러나 그런 아들은 자신의 인생이 시간당 4천 5백원짜리 싸구려 불량품이라며

자신이 이렇게 된 건 순전히 아버지때문이라고 소리친다.

우연히 목격한 아버지의 불륜 현장.

세상에서 가장 위대했던 아버지는 이제 아들에게서 남아있지 않다.

한 순간에 무너져버리고 끝장나버리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아들의 오열은...

비참했다.

그런 아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아버지.

2억 3천의 보상금이 아들에게, 

남겨진 가족들에게 과연 새 삶을 선사할 수 있을까?

 

연극 속에서 아버지가 죽은 형에게 읽어주는 마종기의 시는...

이 작품 전체를, 이 사회 전체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씁쓸하고 참담한 시다.

이 시대의 모든 며루치떼들의 비명이 귓속에서 펄떡댄다.

생으로 잡혀 온몸을 비틀며 꾸덕꾸덕 말려지는

이 땅의 모든 아버지가 눈물겹다.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

                                    - 마종기

 

(아내는 맛있게 끓는 국물에서 며루치를

하나씩 집어내 버렸다. 국물을 다 낸 며루치는

버려야지요. 불썽도 없고 맛도 없으니까요.)

 

며루치는 국물만 내고 끝장인가.

뜨겁게 끓던 그 어려운 시대에도

며루치는 곳곳에서 온몸을 던졌다.

 

(며루치는 비명을 쳤겠지. 뜨겁다고,

숨차다고, 아프다고, 어둡다고.)

 

떼거리로 잡혀 생으로 말려서 온몸이 여위고

비틀어진 며루채때의 비명을 들으면.

 

시원하고 맛있는 국물을 마시면서

이제는 쓸려나간 며루치를 기억하자.

 

(남해의 연한 물살, 싱싱하게 헤엄치던

은빛 비늘의 젊은 며루채떼를생각하자.

드디어 그 긴 겨울도 지나고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1. 5. 06:13
숙제처럼 읽었던 두 권의 책.
소모임에서 추천한 책이라 조금은 의무감에서 책을 폈다.
나라는 사람에게서 제일 부족한 것이
어쩌면 인문적 사고와 철학적 사고인지도 모르겠다.
매번 이런 책을 읽을 땐
왠지 뒤가 찜찜한 느낌...
뭔가 빙빙 돌려서 같은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있는 것 같은 막막함.
이 사람에게 계속 질문을 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알려주는 것만 고맙게 받아야 하는 건가?
사실은... 아직 선택을 하지 못했다.



<문학의 숲에서 리더의 길을 묻다>
8권의 소설 속 문제적 주인공들에게서 성공한 리더 혹은 성공하지 못한 리더의 모습을 찾고
그들의 이유와 특징을 꼽아준다.
소개된 8권의 책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은 단지 2권 뿐이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과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내가 알지 못하는 주인공에 대한 분석은
홀로 막막했고 암담했다.
굳이 꼭 그 책들을 읽어야만 본문을 이해햘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수박의 겉만을 열심히 본 기분이다.
그 느낌은 살짝 참담했음도....



세상 모든 사람들은 전부 리더를 꿈꿀까?
아직도 리더의 자리는 소수의 선택받은 자의 자리일거라고
대부분의 사람은 생각한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을 어쩌면 평생 육화된 체험으로 이해하며 살지 못할지도...
리더의 삶은,
"긍정과 소통"의 깊이에 있는 건 아닐까?
예전에 학교다닐 때 배웠던 운동에너지 공식
" E=MC2 "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공식이다.
리더의 에너지는 질량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그들의 가진 지식과 소통의 정도에 비례하고 판단의 제곱에 비례한다...
그 값에 따라 타인에게 리더의 에너지가
명확히 전달되고 확산되어야 한다는 나는 생각한다.
에너지를 잃은 리더는 더이상 리더일 수 없다는 게 내 좁은 소견.
좀 억지스런 대입일까???
사실 아직 나는...
"리더의 길"보다 "문학의 숲"이 더 모호하고 난해하다.
그 끝나지 않는 신비감이 때론 날 지치게도 하고 기운차게도 한다.



<클루지>
독특하고 신선해서 처음엔 재미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끝까지 그 느낌이 유지되지 않아 안타깝다.
인간의 "진화"라는 게
꼼꼼히 따지고 계획되어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우연과 비합리, 불완전한 해결책에 의해 이루어졌단다
전적으로 클루지(kluge)스럽게...
결국 인간의 진화라는 것은 땜장이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때 그때 자투리를 모야 조립한 것이 인간 진화의 진실이라고...
어쩐지 색동저고리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이쁘고 귀엽긴한데,
이미 나이든 사람에게 입으라고 하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당혹감...



kluge :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그러나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

우리의 신념은 변덕스런 기억에 의해 조종받은다.
우리의 기억은 클루지의 모음이며 그것의 단점은 신뢰성이다.
기억은 항상 기억하는 사람의 편의에 의해
왜곡되고 간섭되고 오염된다.
그리고 이것은 사건과 시간의 불일치까지 가져온다.
신념 = 기억 능력 + 추론 능력 + 지각 능력
결국 "신념"은
우리가 "참"이라고 아는 것이 아니라
"참"이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숱한 "클루지"을
다양한 방법으로 "통찰"함으로써 효과적인 "개선"을 배워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의 "진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결론내리면서도
자연과학의 인문적 해석은
역시나 어럽다... ^^

<클루지를 이겨내는 13가지 제안>

 1.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라.
 2.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3.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4.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마라.
 5.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6.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7.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마라.
 8. 언제나 이인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
 9.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10.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11.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
12. 우물을 파되 한 우물를 파라.
13.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