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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8 <빨간 장화> - 에쿠니 가오리 1
  2. 2009.05.06 중국 써커스
읽고 끄적 끄적...2010. 9. 8. 06:31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묘하게 서정적이다.
물가에 앉아 아주 천천히 작은 돌멩이를 던진 다음
역시나 아주 천천히 그 흔들림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
흔들림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부러 무심하게 다시 돌을 던지고 또 다시 기다리는 느낌.
일상같기도 하고
일상과 완전히 별개인 것 같기도 한 상황.
철저하게 현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느낌.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더불어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의 2010년 신작 <빨간 장화>를 읽다.



결혼 10년차를 넘긴 부부 이야기에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신비감은 완전히 사라졌을테고 아이조차 없어 서
두 사람의 일상은 낮잠같은 무료함과
10년의 세월이 남긴 익숨함에서 오는 편안함이 있으리라.
딱히 둘 사이에 가슴 설렐 일도 없을테고
침묵과 별반 다름없는 수다를 조용조용 내뱉는 아내와
응! 어! 같은 건성의 의성어로 대꾸하는 남편.
아내는 남편은 전신주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점점 커지고 불가사의해지는 남편.
"어째서 나는 이 사람과 있으면 피곤해져 버릴까?"
결혼 10년을 지나온 아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하게 되는 질문이 아닐까?
점점 현실의 남편보다 동일이지만 가상의 남편에게 더 많이 보호받고, 더 많이 의존하게 되는...
책의 아내 히와코는 그런 관계를 "불협화음"이라고 표현했다.
함께 있을 때보다 따로 떨어져 있을 때 남편을 더 좋아하게 된다는 아내의 유머러스한 독백은
진심인 동시에 진실이기도 하다.
이 부부,
위험할까? 삐걱댈까?
그래서 끝장을 보게 될까?



매년 크리스마스때마다 남편이 선물한 빨간 장화 모양의 과자!
3~4년이 지난 후 아내는 남편에게 말한다.
이제 빨간 장화 과자는 그만 선물하라고...
역시나 남편은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돌아오는 크리스마스때마다 어김없이 빨간 장화를 선물로 사온다.
그러니까 이 "빨간 장화"는 상징적인 의미다.
"어째서 당신하곤 말이 통하지 않는 거야?"
(이 질문을 아내는 남편에게 했을까? 정답은 아니다. 어차피 남편은 듣지 않을테니까...)
남편 앞에서 끝없이 일상의 이야기하면서도 점점 외로워지는 아내.
세상 대부분의 아내들은 그래서 혼자하는 수다에 지치게 되면 생각하게 된다.
"외로운 건 그만하고 싶어..."

그러나 결말은 역시 일상이다.
남편과의 불협화음을 고백하던 아내 역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불협화음이긴 하지만 단조로운 화음과 견주면 이 또한 얼마나 매력적인가...라고.
어쩌면 결혼생활이란 건 정말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디에나 있는 막(幕)에 싸여 있는 듯한 느낌.
함께 하는 외로움이 주는 불안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든 것에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지독한 아이러니.
에쿠니 가오리의 이번 소설이 그렇다.
일상을 가만히 들어올러 잠시 흔들어 본 후에(그것도 아주 조금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묘한 편안함이 있다.
그 편안함은 유쾌하기도 행복하기도 슬프기도 홀가분하기도 하다.
특별한 사건이나 이벤트 없이도 서정적인 글을 쓰는 작가.
마치 내가 10년의 결혼생활 속에 지금 막 쉼표를 찍고 있는 소설 속 여자같다.
복잡했지만,
측은했지만,
안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편해지기도 한다.
에쿠니 가오리...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5. 6. 23:22
신기하다. 놀랍다. 대단하다....
이런 감탄보다
가슴이 아린게 먼저다.



1가구 1자녀 호적제인 중국은
특히 딸을 낳을 경우
그리고 다자녀일 경우
호적에 올리지 않아 무호적자가 많다고 한다.
물론 돈이 있다면
호적에 올라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버려지기도...
그렇게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다보니
국가에서 수용해 서
어릴 때부터 혹독한 훈련을 통해
써커스를 익히게 해 관광상품화한다.
사연을 들으면
이 아이들...
보는 게 다 절절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국가가 수용한 이 아이들은
여전히 무호적자이다....

중국은....
거대한 아이러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