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2. 12. 07:58



<유도소년>


일시 : 2015.02.07. ~ 2015.05.03.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대본 : 박경찬, 이재준

연출 : 이재준

출연 : 홍우진, 박훈, 박해수(경찬) / 차용학, 박성훈, 김호진(민욱)

       정연, 박민정, 박보경(화영) / 오의식, 박정민, 임철수(요셉)

       윤여진, 조현식, 신창주(태구) / 우상욱, 양경원, 이석(코치)

제작 :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극 <유도소년>

"간다 10주년 퍼레이드"로 작년에 공개된 이 작품은 소극장 연극으로 이례적인 흥행돌풍을 일으켰었다.

매 공연때마다 매진이 계속됐고 결국 2주 연장 공연까지 돌입했었다.

그러나1

그래도 내 표는 없었다는거!

다시 앵콜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이번엔 꼭 봐야지 했는데

여기에 박해수 배우까지 가세한다니 봐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망설임없이 프리뷰 박해수 첫 공연을 예매했다.

음....

정직하게 말하자!

아무리 강력한 자기최면을 걸어도 박해수를 고등학생으로 보는건 많이 힘겨운 일이더라.

(뭐 늙수구래한 고등학생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하지만, 이게 또 "간다" 작품이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진선규도 고등학생을 연기하는데 박해수 쯤이야 충분히 애교라고 할 수 있지 않나?

그리고 철없는 무모함, 오기, 좌절, 신속한 포기(?)를 연기하는 모습이 

몸만 큰 아이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간다의 작품은 배경이 거의 과거라서

배우의 나이듦(?)이 이젠 묘한 매력으로 받아들여지더라.

특히나 배우 이석과 김호진의 연기가 참 맘에 들었다.

박보경은 어머니역은 참 맛깔스러웠는데 화영 역은 전체적으로 살짝 오버스런 느낌이었다.

임철수와 신창주 콤비의 코믹한 연기도 과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 작품은

스토리보다는 음악이,

음악보다는 상황이

상황보다는 배우가,

배우보다는 연출이 훨씬 더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직픔 전체에 흐르는 7080 노래들이 내 시간의 태엽을 뒤로 돌려놓더라.

그게 "간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신해철의 노래때문에 작품과 상관없이 많이 아팠다.

또 다시 실감되더라.

내 위태로운 젊은날을 위로해준 유일한 사람이 이제 없다는게.

그래서 <유도소년>을 다시 보는 일은 아무래도 없을 것 같다.

잠깐이지만 과거의 시간속으로 들어가는게 너무 아파서...


젊은 날의 파이팅은...

이제 모두 끝났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0. 14. 07:56

<The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1958년 - 이명행 (필립) / 박은석 (올리버) / 김소진 (실비아)

        2014년 - 정상윤 (필립) / 오종혁 (올리버) / 김지현 (실비아)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10월 9일 단 두 차례 공연된 연극 <The Pride> 특별공연.

1958년과 2014년의 필립, 올리버, 실비아를 출연배우 전부가 시대별로 나눠서 공연하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다.

미치도록 보고 싶은 공연이었는데...현실은 예매 참폐였다.

특공표를 구한다며 사방팔방 소문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 당일까지 표가 없어서 혼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완전히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날 <구텐버그> 낮공연을 보고 무작정 아트원씨어터를 찾았다.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혹시나 현매로 관람할 수 있을까 싶어서...

티켓창구가 열릴때까지 2시간  이상를 기다렸다.

(다행히 가방 속에 "가우디"에 대한 책이 있어서 그걸 읽다보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기다리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이 작품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구나.

그렇게 오랜 시간을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걸보니.

다행히 내 간절함이 닿았나보다.

마지막 남은 현매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처음 든 생각은 다행이다...

그 다음엔 편안하고 따뜻해졌다.

날... 기다리고 있었구나...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특별공연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안하리라.

단지 고맙다는 말은 꼭 해야겠다.

필립, 올리버, 그리고 실비아!

당신들은 정말 정말 좋은 사람들입니다.

1958년의 당신들도, 2014년의 당신들도 언제나 한결같이 좋은 사람들이예요.

아파하는 나를 위해 당신들은 코가 깨지면서까지 나를 수면 위로 올려줘 숨을 쉬게 해줬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나의 핑크돌고래들.

 

* 이번 특별공연에는 두 통의 편지가 등장한다.

  1958년과 2014년 필립이 쓴 편지.

  2014년 편지는 극중에서 필립이 직접 읽지만

  1958년의 편지는 쓰는 모습만 보여주고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었다.

  지이선 작가가 쓴 편지라는데 김동연 연출 트윗에 그 내용이 올라왔더라.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서 전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올리버. 올리버. 올리버....
이 편지는 당신에게 쓰고 있지만, 당신은 받지 못할 겁니다. 난 지금 그저 견디기 위해,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매일 이렇게 당신에게 부치지 못할 이 글들을 썼다 지우고, 찢고, 태웁니다. 어떤 날은, 아예 쓸 수 없습니다. 그런 날이 가장 고통스러워요. 당신의 이름, 올리버 핸쇼, 그 이름을 차마 종이 위에 쓰지도 못할 만큼 내가 나약해진 순간이니까요. 무엇보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당신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를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편지에서 조차, 사랑이란 단어는, 당신 이름 앞에 붙여 쓰지도 못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어리석은 내게 미안해하지 말아요. 나는 당신이 내 이름을 처음 부르던 그 순간을, 잊기 위해 평생 노력할 겁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내가 당신 이름을 처음 부르던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해주길 바라는, 나를.. 날 용서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 편지를 또 다시 버리는 나를 용서하지 않기를.
                                                                     ......................................   필립으로부터,1958
 
올리버에게.
아프리카의 혹독한 건기가 지나고, 밤새 비가 온 다음 날. 난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이 거대한 대륙에서는, 모든 것이 소중하고 귀해서, 나는 단 한순간도 너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이 곳에서 가장 귀한 것들을 전부 너에게 가져다주고 싶어. 메마른 땅에 고인 한 줌의 물, 죽은 나무에 핀 한 송이의 꽃, 뜨거운 햇살에 스치는 작은 바람. 그리고 지금 내 앞의 무지개. 지구 반대편에서 간절히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 목소리, 그게 나의 지도임을, 나는 매일 느껴. 그러니, 올리버, 니가 필립, 이라고 부르면 난 언제나 돌아볼 준비가 되어 있어. 그리고 나도 너의 이름을 부를게. 올리버. 올리버. 사랑하는 나의 올리버. 
                                                                     .....................................     필립으로부터, 2014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3. 07:40

<슬픈 대호>

일시 : 2012.08.01. ~02.12.09.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대본 : 민복기

연출 : 민복기

출연 : 문천식(강대호), 이중옥(심대호), 공상아 (멀티)

제작 : (주)이다엔터테이먼트, 극단 차이무

 

극단 차이무와 이다엔터테이먼트기 합작으로 연극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것이 차이다"라는 이름으로 전부 3편의 연극이 올려진다.

그 첫번째 작품인 <슬픈 대호>

나머지 두 작품은 예전에 했었던 <거기>, <늙은 도둑 이야기>

세 편 모두 새롭게 선보이는 신작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신작이 한 편이라도 있어줘서 다행이다.

"연극열전", "무대가 좋다"의 흥행에 자극을 받았는지 차이무와 이다가 손을 잡고 프로젝트를 시도한 건 참 고무적인 일이다. 

연극 <아트> 이후에 오랫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문천식이 사채에 시달리는 시계방 주인 강대호를,

극단 차이무의 이중옥이 대통령후보를 테러한 후 시계방 주인을 인질로 잡은 심대호 역으로 나온다.

다른 이유로 막장 인생을 살고 있는 두 대호의 이야기는

보는 내내 참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차이무식 코메디와 풍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작푸인긴 하지만

기존의 <늙은 도둑 이야기>와 내용이나 형식이 너무 유사해서 신선한 느낌은 거의 없다.

가끔은 차이무에 바라게 된다.

유쾌하고 즐거운 작품도 가끔 해주면 좋겠다고...

2006년 박근혜 테러 사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한민국의 고질병 사채문제.

거기다가 BBK나 4대강, 대국민 사과문, 독도방문 등 MB의 또라이행각을 수시로 비웃어주는 이 작품은

보면서 그냥 유쾌하고 재미있게 볼 수만은 도저히 없다.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가 못내 안스러워서...

특히나 차이무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당췌 희망을 꿈꾸기가 힘들다.

극의 대사처럼 세상은 점점 편해지고 살기 좋아지는데 왜 나는 더 살기가 힘들어질까...를

내내 우울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살다보면 다른 길도 보여야 하는데 일관성있게 한결같이 늘 외길만 보이는 삶.

타인의 삶을 침흘리며 부러워하기도 기운이 빠진다.

 

두 남자의 연기도 나쁘진 않았지만

특히 여러 배역을 정말 너무 완벽히 수행한 여배우 공상아의 활약에 박수를 보낸다.

가히 여자 임기홍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문천식, 이중옥 두 배우는 그래도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연기를 하면 되지만

공상아 배우는 매번 다른 상황에 전혀 다른 배역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거라 만만찮았을 것 같다.

심지어 앵커로 등장할 때도 상황이 전부 다르던데 참 대단하더라..

관객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상당하고...

정말 배우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아무나 해서는 안되는 천업(天業)이라는 게 이해가 된다.

인질과 인질범 전부 사살시키는 결말은 너무 허무해서 개인적으론 적쟎게 당황스러웠다.

좀 무책임한 결말 아닌가?

물론 이 작품의 결말 해피할수야 없겠지만 일종의 허무개그를 본 느낌이라 영 찜찜했다.

(강대호는 해피한 결말인건가? 자살이 아니니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테니까.)

대본을 쓸 때 민복기는 어떤 생각을 했던걸까?

공연장을 나오면서 문득 그게 궁금해졌다.

 

<슬픈 대호> 때문에 좀 슬퍼졌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