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10. 29. 08:32

<영웅>

부제 : 누가 죄인인가!

일시 : 2012.1016. ~ 2012.11.18.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대본 : 한아름

작곡 : 오상준

안무 : 이란영

연출 : 윤호진

제작 : 에이콤인터내셔날

출연 : 김수용, 임현수 (안중근) / 김도형, 이희정 (이토 히로부미)

        홍기주, 리사 (설희) / 송상은, 이수빈 (링링)

        황만익, 박송권, 김영철, 정의욱,민경옥, 장기용, 김덕환,

        윤선용, 김영완 외

 

일단 정말 착한 가격이라서 놀랐다.

어쨌든간에 뮤지컬 <영웅>은 매번 재공연될때마다 다시 챙겨보게 되는 작품이다.

초연때 느낀 감동이 엄청나서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도 매번 애정과 관심을 담뿍 담고 관람하게 된다.

안무도 환상적이었고, 무대 셋트도 획기적이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뮤지컬 넘버가 가슴속으로 그대로 파고들었다.

(적어도 이 작품을 보는 순간만큼은 누가 뭐래도 나는 조국을 위하는 애국자로 빙의된다!)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한 뒤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칠 땐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아

가슴대신 손바닥이 터져라 박수를 치게 된다.

류정한, 정성화, 양준모 세 명의 안중근이 전부 내겐 깊은 감동과 인상을 남겼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새롭게 만난 또 한 명의 안중근 김수용.

정말 기대를 많이 한 배우라서 일찍부터 예매를 하고 기다렸었다.

배우 스스로도 이 역할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기도 했지만

지끔껏 뮤지컬 배우로서 김수용이 쌓아온 역량과 이력 역시 안중근이라는 배역을 충실히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김수용 안중근은,

비장하고 진지했다. 

그는 연기도, 노래도 정말이지 최선을 다했고 열심이었다.

단지 그의 얇고 가벼운 목소리가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묵직하고 깊이있게 표현하기엔 부족했다.

"장부가"나 "누가 죄인인가"같이 점점 힘이 실리는 넘버가 진중하게 살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고음부에서 간간히 루케니 발성으로 넘버를 소화하는 것도 약간 이물감이 느껴졌고...

인물과 작품에 아주 비장하게 접근은 했지만 특유의 음색때문에 

어쩔수없는 괴리감 같은 게 느껴졌다.

그래도 배우가 무대 위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에 충실한 모습을 보는 건 역시 아름답다.

 

어쩌면 내게 <영웅> 초연의 이미지가 너무 깊게 각인됐는지도 모르겠다.

외무대신(윤선용)은 군인이 아니라 간신배 같았고 눈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같다.

전체적으로 너무 과장된 인물이 되어 버렸다.

목소리는 너무 기름져서 뭐랄까 느끼한 바람둥이 같은 이미지였다고나 할까?

김내관(김덕환)의 목소리톤은 내관이 아니라 거의 왕의 포스였다.

2막 법정장면에서는 그 목소리가 나쁘지 않았는데

1막에서는 아이다 아버지와 자꾸 중첩이 돼서 혼자 난감했다.

조도선(박송권)은 노래가 너무 불안했고,

대사톤과 노래를 부를 때의 톤이 완전히 달라서 개인저으론 좀 이상했다.

(조휘의 미니미처럼 느껴지기도 하고...그러기엔 노래가...)

유동하(김영철)도 노래와 감정이 좀 부족했다.

교도소 장면에서 수의를 전달하는, 너무나 해맑던 간수의 표정도 충격적이었고...

그래도 가장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던 캐스팅은 설희역의 리사였다.

1막 등장부터 삽겹살로 이제 막 회식을 끝내고 나온 것 같은 기름진 입술을 보면서 혼자 기겁했었다.

뮤지컬을 그래도 꽤 많이 했는데도 설희의 넘버를 하나도 살리지 못했다.

거의 재앙 수준의 대참사다.

노래와 대사, 연기 다 심각했다.

특히 본인이 그렇게 자신있어하는 고음부분은 특별히 더 절망적이었다.

(오죽했으면 기차에서 제발 빨리 뛰어내렸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을까!)

참 미안한 말이지만 링링역의 이수빈이 리사보다 오히려 몇 수 위로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좀 막막하고 답답했다.

그래도 조마리아(민경옥)은 절절한 노래는 역시나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민경옥의 절절함과 간절함은 여전하다.

정말 안중근 어머니라고해도충분히 믿겠다.

(민경옥 이분 때문에 이번 시즌 <영웅>을 보면서 위로받았다)

 

그냥 좀 답답하고 안스러웠다.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는 작품이라서 심난한 마음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여전히 <영웅>은 좋은 작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번 시즌 앙상블들은 정말이지 최고로 환상적이었다.

추격장면의 역동성과 긴박감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사생결단으로 무대를 채우던 앙상블을 보면서 진심으로 감동했다.

이번 시즌 <영웅>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가 붜래도 바로 이들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12. 19:32
어쩌다보니 막공까지 보게 됐다.
보기전까지도 우여곡절이 있었고
토월극장에 도착해서도 우여곡절이 있어서 앞의 10분 정도를 놓치고 말았다.
그것도 1층 자리는 앉아보지도 못하고 2층 구석에서... (ㅠ.ㅠ)
막공과 현충일이라는 날짜가 시너지 효과를 만들었는지
지난번과는 또 다른 공연 분위기라 좀 놀랐다.
특히나 앙상블들의 눈빛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비장감과 사명감이 묘하게 뒤섞인 눈빛.
(근데 그 모습이 참 이쁘더라)

 


2층 좌측 구석 자리이긴 했지만
무대와 조명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단지 스크린은 시야장애가 많이 있어서 아쉬웠다.
고종황제(강신일)가 눈물 흘리는 장면은 그래도 잘 보이는데
이토히로부미(송영창)는 완벽하게 가려저서 아예 보이지 않고 
마지막 부분의 안중근 얼굴이 클로즈업 되듯 보이는 부분도 무대 셋트에 가려져 아쉽다.
역시나 단지동맹 부분은 가슴을 찡하게 만들고
스크린에 비치는 손가락과 이름들 위로 굵게 떨어지며 퍼지는 핏방울의 모습은 숙연함 이상이었다.
이 부분에서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치던 뜨거운 박수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일종의 집단최면 상태 같았다)
송일국의 발성이 여전히 아쉽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래도 잘 만들어진 작품임에는 이견이 없다.


한때는 첫공과 막공을 열심히 찾아서 보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기력이 딸려서... ^^)
굳이 막공을 찾아서 보겟다 작정하고 본 건 아니지만
오랫만에 본 막공은 애뜻한 심정을 갖게 한다.
그리고 역시나 막공의 묘미는 마지막 커튼콜이 주는 미묘한 여운에 있다.
이날도 윤석화 연출까지 무대에 나와 그간의 감회를 간략하게 이야기하더라.
(참 오랫만에 본 윤석화의 모습이다.)
어쩐지 연출이 아니라 배우로서의 무대를 그리워하는 것 같아 좀 짠한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우여곡절 끝의 관람이긴 했지만
역시나 좋은 작품은 좋은 느낌을 남기는 것 같다.
나는 이 연극이 진화라는 말보다 진하고 깊게 성숙하는 그런 작품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어쩌면 오래오래 두고 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나도 역시나 한국 사람이니까...
그리고 나도 역시나 옛사람들에게 두고두고 갚아야 할 빚이 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5. 29. 17:21


2010년 작년이 안중근 서거 100주년 되는 해였다.
기념적인 의미였는지 어떤 나름대로의 사명감이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2009년부터 안중근 의거와 관련된 괜찮은 작품들이 많이 창작됐다.
뮤지컬 <영웅>과 연극 <나는 너다>가 바로 그 대표적인 작품들.
특히 이 작품 <나는 너다>는 월간 객석이 제작을, 한동안 학력위조로 세간의 비난을 받았던 윤석화가 연출로 복귀하는 작품이라 이목을 끌기도 했다.
거기다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후손 송일국의 첫 연극무대 도전이기도 했고...
생애 첫 연극데뷔인 송일국은 극 중에서 안중근과 그의 아들 안중생 1인 2역을 감당해야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았다.
초연에 출연했던 연극계의 대모 박정자가 조마리아역을, 그리고 뮤지컬과 연극에서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배해선이 초연에 이어 안중근의 아내 역으로 나온다.
그러니까 송일국이 무대 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이 작품의 성패가 달라진다고 하겠다.
(어깨 참 무겁겠다)

연극 <나는 너다>
예술의 전당 명품연극 시리즈 그 두번째 작품으로 선정돼 다시 토월극장에 올려진 작품.
예술의 전당 명품연극 시리즈(솔직히 이 타이틀! 참 맘에 안 든다...)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연극을 선정해 더욱 밀도있는 공연으로 업그레이드해 선보인다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다.
뭐 작년에 이 작품을 보지 않아서 얼마나 업그레이드됐는지 개인적으로 알 길은 없지만...

영웅은 어떤 모습이여야 하는가?
영웅의 아들도 영웅이이어야 하는가?


연극은 질문을 던지고 또 남긴다.
호부견자(虎夫犬子)
호랑이같은 아비, 개같은 자식
동양평화를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친 민족의 영웅 안중근.
그 아비의 둘째 아들이었지만 매국노로 낙인 찍혀 비참하게 일생을 마친 아들 안중생!
연극은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곳에서 아들 안중근이 끝없이 헤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몽환적인 안개와 황량하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곳.
영웅 안중근의 아들은 왜 그곳에 버려져 방황하고 있는가!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의 둘째 아들 안준생.
사람들은 그가 아비가 저격한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굴욕적으로 절을 했다며
친일파ㆍ변절자라 욕하고 몰아세운다.
일본군에게 독이 묻은 과자를 받아온 사람도 그이고
그 과자를 형에게 먼저 줘서 피를 토하며 죽게 만든 이도 그라고 손가락질한다.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입에서 반복되는 단어는 오직 하나, 치욕!
아들 안중생은 절망과 두려움, 절규 속에서 묻는다.
"나라가 망했으면 망한 대로 살지... 왜 집안을 망치고 자식을 망칩니까?
 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아들의 오래고 거친 절규에 아비는 드디어 답을 한다.
"나는 너다! 
 바로 너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건
품 안에 뭔가를 숨기고 있는 스크린 속 안중근의 모습이다.
암전이 되면 스크린 속의 안중근은  불시에 몸을 움직여 품에서 브라운 권총을 꺼내든다.
"대한독립 만세!"와 함께 들리는 7발의 총성.
(시작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연극은 영웅 안중근의 삶에 춧점이 맞춰지기보다는 
안중근의 죽음을 통해 겪게되는 가족들의 삶에 촛점이 맞춰진다.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 후
그의 가족들은 혹독한 심문을 받는다.
어머니 조마리아는 아들에게 말한다.
항소하지 말고 의연하게 죽음을 선택하라고...
아들이 죽은 후 어머니는 홀로 괴로워하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모성에 괴로움이다.
아들이 사실은 항소하하고 말해주길 바란 건 아니었을까?
어미의 욕심이 그런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건 아닐까?
연극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깊고 그리고 안타깝다.

송일국의 연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괜찮았다.
너무 비장미가 풍겼다는 걸 제외하면...
몰입을 너무 깊게 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단점처럼 느껴졌다.
동작과 표정이 조금 부자연스럽다.
결국은 안중근이 안중생과 다르지 않고
안중생이 안중근과 다르지 않다 말하면서
그 융합과 포용이 잘 표현되지는 못한 것 같다.
둘의 연결성을 찾지 못한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스크린으로만 등장하는 고종황제 강신일과 이토 히로부미 송영창의 연기는
극 속에서 꽤 깊이감을 준다.
특히나 "영웅은 어디 있는가!" 절규하는 고종의 눈물은
깊은 울림과 함께 절망과 회한을 안긴다.
(역시 강신일씨 연기 잘한다)
가슴을 찡하게 하는 감정적인 부분도 많고
시간을 되돌아보며 성찰하게 만드는 부분도 적절히 잘 구성된 것 같다.
스크린을 이용한 무대도 과하지 않고 적당했고
주,조연 이외의 배우들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특히나 배우 한명구의 딕션과 발성은 귀에 그대로 꽃힌다.
(얼마전에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하기도 한 명배우 ^^)


단점을 꼽으라면,
이승과 저승의 중간쯤 되는 곳을 표현한 무대와 의상 정도!
(거의 넝마주의 수준이었다. 꼭 이렇게 표현해야 했을까?)
의도는 충분히 알겠는데 표현이 너무 지저분했다.
(지저분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어서 나 역시도 참... 막막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론 꽤 완성도 있는 작품이다.
놀라울 정도로 색다른 시도였고 참신한 해석이었다. 
좋은 연극으로 발전해서
오래오래 무대 위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 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7. 05:57
1년 만에 다시 보게 된 뮤지컬 <영웅>
참 작년에 이 작품때문에 폭풍눈물 많이 흘렸었는데...
공연 보면서 잘 우는 편이긴 하지만 <영웅>만큼 시작부터 마음을 아프게 했던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첫 곡 "단지동맹"에서부터 어떤 묵직한 것들이 시종일관 가슴팍을 때린다.
안중근 역에 트리플 캐스팅된 정성화, 양준모, 신성록.
내가 보고 싶었던 캐스팅은 양준모 안중근이었다.
그리고 2010년의 마지막 날 정말 백만년만에 국립극장 대극장을 찾았다.
(예전에 <불의 검>과 <라만차>가 초연 됐을때 출근도장 찍던 곳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초연의 무대가 훨씬 마음에 들지만
양준모 안중근은 인상적이고 진심으로 다가왔다.
아주 진지하고 책임감있게 안중근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아름답고 참 이쁘더라.
조심성있으면서도 어떤 묵직한 사명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오페라의 유령> 팬텀을 병행하는 힘든 스케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안중근이라는 배역에 얼마나 애정과 깊은 존경을 담고 있는지가 보여서
그 모습 자체로도 깊게 감동적이었다.
대사 하나하나를 얼마나 꼭꼮 씹어 야무지게 전달하던지...
그리고 그의 노래는,
늘 느끼는 거지만 참 거침없고 시원하다.
때로는 겁없이 덤비는 당당함이 느껴지기도...
재판 장면 "누가 죄인인가?" 에서의 당당함과 결의가 느껴졌고
"동양평화"를 부를 때는 목소리가 아득하고 잔잔하면서도 은근한 힘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부가"
스스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점점 감정을 이입하는 모습과 
흔들림없이 크라이막스를 향하는 엄청난 성량에는
절로 깊은 탄성을 나오더라. 
물론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가령 1막의 왕웨이의 죽음에 절규하는 부분)
혼자서 너무 격하게 감정을 폭발시켜서 당황스럽긴했지만
연기적으로 더 다듬어지고 세공되면
확실히 꽤 괜찮은 그리고 오래동안 무대에 남을 배우가 되리라 기대된다.
30대 초반인 그에게는 앞으로의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고
그 기회를 양준모는 영리하고 성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갈 배우임에 틀림이 없다.
<영웅>이 다시 공연된다고 했을 때
아무 망설임없이 양준모 안중근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점점 커지는 그에 대한 믿음과 확신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이번에도 그는 역시나 그 믿음에 성실하게 보답했다.
점점 나는 그의 성장과 발전이 궁금해진다.
그러니 기다리고 지켜볼 밖에... 



이상은 설희는 여전히 김선영 설희를 무지 그립게 했다.
<명성황후>에서는 오히려 이태란보다 더 좋았었는데
이 공연에서는 여러가지로 안습인 모습이여서 안타깝다.
(김선영은 확실히 독보적인 아우라가 있다)
전체적으로 군무신들이 더 역동적으로 변했지만
장면 구성은 개인적으로 초연때가 훨씬 좋았다.
특히 설희와 이토의 장면은 뭉턱 짤려져 한 곳에 모여졌다.
극의 흐름을 위한 조치였겠지만 아련함과 감정변화를 보여주기엔 초연의 방식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굳이 설희의 흔들리는 마음을 황후까지 들먹이며 다잡는다는 설정이
어쩐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이미 이상은의 목소리가 충분히 비장한데
가사까지 너무 비장해주셔서 다리 위에서의 노래가
마치 설희의 장부가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재앙 수준이었던 김내관과 최재형.
아무래도 이 두 사람을 배우 장기용 한 사람이 연기한 건 불상사가 아닌가 싶다.
목소리가 너무 중후해서 구별이 안되고
그리고 목소리만으로는 내관이 곧 임금이시다. ^^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는 역시나 명불허전이고
(조휘가 살이 좀 많이 쪘더라... 얼굴이 훤한것이 달덩이 같아서...)
어머님 조마리아 민경옥은 또 여지없이 날 울렸다.
아마도 안중근 어머님이 살아오신대도
이 분에게 안중근 엄마 하라고 자리를 내주시시지 않았을까?
인간적인 이토 조승룡의 목소리도 여전히 너무 좋았고...
(조승룡의 '청년 장준하"를 못 본 건 정말이지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작년에 조승룡과 더블이었던 이희성 이토는
분노 게이지가 자주 상승되셔서 은근히 혈압 걱정을 했었는데...



확실히 <영웅>는 나에게 자족과 그침을 힘겹게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일부러 느즈막히 관람했다.
나름데로 지름신을 피해보고자.
그리고 지금 열심히 자중하는 중이다.
그런데 솔직히 좀 힘들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10. 19. 05:51


어제 제 16회 한국 뮤지컬 대상 시상식이 KBS홀에서 열렸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인물들이 수상했다.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건 남우주연상이 <미스 사이공>의 엔지니어 김성기가 아니라
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정성화였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그는 올해 2관왕의 영예를 안은 셈이다.
그리고 역시나 뮤지컬 <영웅>이 최우수작품상, 연출상을 비롯해서 6개 부분의 타이틀을 거머줬다.
올해 12월에 다시 국립극장에서 공연이 될텐데 힘이 많이 실리겠다.
개인적으로 난 이 작품이 항상 대성공이길 기원한다.
귀여운 4명의 완소남 "빌리"들도 김준수와 함께 나란히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예상했던 최민철이 몬테크리스트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목소리, 표정 그리고 체격 조건이 참 좋은 배우다. 그리고 독특한 목소리 톤까지...
언젠가 최민철이 하는 <스위니토트>를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 제16회 한국 뮤지컬 대상 수상자(작) 명단

▲최우수작품상=영웅(연출 윤호진)
▲남우주연상=정성화(영웅)
▲여우주연상=최정원(키스미케이트)
▲남우조연상=최민철(몬테크리스토)
▲여우조연상=정영주(빌리 엘리어트)
▲남자신인상=김준수(모차르트) 김세용 이지명 임선우 정진호(빌리 엘리어트)
▲여자신인상=차지연(서편제)
▲인기스타상=김준수 정선아(모차르트)
▲연출상=윤호진(영웅)
▲극본상=한아름(영웅)
▲특별상=성남아트센터
▲앙상블상=키스미케이트
▲베스트외국뮤지컬상=빌리 엘리어트
▲기술상=김유선(모차르트)
▲무대미술상=박동우(영웅)
▲작곡상=김동성(남한산성)
▲안무상=서명구(올댓재즈)
▲음악상=피터 케이시(영웅)



                      <남우주연상 정성화>                                    <여우주연상 최정원>


                     <남우조연상 최민철>                                 <여우주연상 정영주>


                          <남자신인상 짐준수>                                   <여자신인상 차지연>
 

                                                  <남자신인상 빌리들 ^^>


                                        <제 16회 한국 뮤지컬 대상 수상자들>

다채로운 수상 소감들도 재미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는지 종이에 소상소감은 적어온 정성화는 
"관객들이 기대한 것은 배우 정성화의 기량보다 안중근 의사의 기량이었다” 라는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최민철은 오랫동안 기다렸던 2세 탄생을 알렸고
아이의 이름을 아무래도 "최몬테"로 지어야 할 것 같다며 기뻐했다.
그 정도로 그에게 특별한 경험과 기억에 남긴 작품이라는 뜻이겠지!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빌리 엘리어트>에서도 발레 선생님이 된 정영주는
(이러다 발레 선생 전문 배우 되겠다... ^^)
수상소삼에 타블로를 언급해서 이슈가 됐다.
"타블로! 나는 당신을 믿어요! You are real!"
강력한 신인상 후보였던 차지연과 김준수는 역시나 수상자가 됐고
귀여운 빌리 4명이 신인상을 함께 받았다.
4명의 빌리들의 축하 무대는 많은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단다.
김준수는 <모차르트>라는 뮤지컬 한 편으로 뮤지컬 어워즈에 이어 정성화처럼 신인상 2관왕이 됐고
거기다가 인기상까지 받으면서 그야말로 한 편의 뮤지컬로 올 해 상복이 터진 셈이다.
거기다 뮤지컬 콘서트까지 성황리에 마쳤으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고작 뮤지컬 한 편 했을 뿐인데...)
왜 아이돌을 대형 뮤지컬에 꼭 섭외하려고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이들로 인해 벌어지는 티켓 전쟁이 나는 정말이지 무섭다 ^^

 
                                              <4명의 귀여운 빌리들의 환상적인 축하무대>

개인적으로는 몇몇 아쉬운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김성기, 조원희, 박은태, 정상윤)
<영웅>의 6관왕은 나 역시도 깊게깊게 축하한다.
올 연말에 정성화를 비롯해서 양준모, 신성록 등 새로운 안중근과 함께 막이 오를 뮤지컬 <영웅>
이번 포스터가 좀 많이 맘에 안 들긴 하지만 아마도 다시 한 번은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양준모 안중근이 무지 궁금해서...
일단 비쥬얼은 확실히 독립운동가 같긴 하다.
안중근 같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해 동안 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 모든 수상자와 수장작들에게 모두 모두 축하를...
그리고 <미스 사이공> 엔지니어 김성기씨!
잊지 마세요!
당신 올해 최고였어요!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6. 8. 05:52
어제 저녁 7시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제 4 회 뮤지컬 어워즈 시상식이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배우들이 주연상을 받아서 덩달아 기분이 좋다.
창작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할을 했던 "정성화"가 남우주연상을
세계 4대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서 킴 역할의 "김보경"이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와~~~우!
이 날 정성화는 소감을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단다.
사실 그는 매년 소감을 준비했었다며 4년만에 꺼낸다고 말해 주변에 폭소를 자아냈다. 
“오늘 이 자리는 믿음 때문에 가능했다”며 소감을 밝힌 그는
자신을 믿고 끝까지 지원해준 제작자와 스태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개그맨에서 조연급 연기자로 특별한 존재감 없이 연기하던 정성화.
감회가 남다르지 않았을까?
개그맨이라는 타이틀이 그에게 배역의 한계를 줬을테고 그걸 부수기 위해 무지 노력해야 했을테니까...
포기하지 않고 멋지게 이겨낸 그이기에 개인적으로 이 상의 의미가 더 특별하리라 생각된다.
배우 "정성화"는 실제로 무대 위에서 참 열심이고 진지하다.
진정성이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그에게 뮤지컬 "영웅"에서의 "안중근" 역은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줬을 것이다. 
여우주연상의 그녀 "김보경"
그녀의 무대를 봤다면,
아무도 그녀의 수상에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뭐 실제로 토를 다는 사람도 없긴 하다)
그 작은 체구 어디에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신비스러울 따름이다.
지금 겨우겨우 참고 있는데 그녀의 "킴"을 또 만나고 싶어서 미치겠다. (^^)
두 사람 모두, 나를 참 징글징글하게 울렸던 괴물들인데...

                   남우 주연상 : 정성화(영웅)                여우 주연상 : 김보경(미스 사이공)

작년 뮤지컬 대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조정석이
"스프링어웨이크닝"으로 또 다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모차르트"에서 "황금별"을 정말 멋지게 불렸던 남작부인 "신영숙"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두 사람도 내가 예상했던 수상자들 ^^
조정석의 데뷔작 "호두까기 인형"을 봤던 게 언제적인지...
참 이 사람도 너무 동안이다 싶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보이면 아마도 역할의 폭이 더 넓어질텐데...
그래서 나는 그의 나이듦을 따라가 보는 게 참 재미있고 특별할 거라 생각한다.
(이미 서른을 넘긴 나이긴 하지만...)
소위 말하는 상 복 없는 배우 "신영숙"씨는 수상이 너무 늦은 감이 있긴 하다.
여우주연상을 받았더라도 손색이 없는 실력파 배우.
두 사람에게도 축하의 박수를...


    남우 조연상 : 조정석(스프링어웨이크닝)                   여우 조연상 : 신영숙(모차르트)

남자 신인상은 예상했던 그대로 "모차르트"의 김준수(시아준수)가 받았다.
예상했던 인기상까지 거머줘서 2관왕의 영예을 안았으니 첫 뮤지컬 데뷔 치고는 엄청난 성과라고 하겠다.
하긴 김준수 때문에 업무가 마비된 세종문화회관이었으니...
(대극장 완판남이 드디어 나왔다는 사실...)
여자 신인상은 댄스뮤지컬 "컨택트"에 나왔던 발레리나 "김주원"
꼭 보고 싶었던 공연인데 안타깝게도 놓치고 말았었는데...
그녀의 수상은 좀 의외의 결과였다.
(아마 본인도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
개인적으로 미스코리아 출신 "이하늬"가 받을거라 예상했었는데...


            남우 신인상 : 김준수(모차르트)                     여우 신인상 : 김주원(컨택트)

<명성황후>를 만든 에이콤에서 안중근 의거 100주년 기념으로 만든 뮤지컬 <영웅>. 
예상대로  최우수 창작뮤지컬상과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주요 6개 부문을 석권했다. (짝짝짝!)
에이콤은 1995년 명성황후 시해 100주년을 맞아 뮤지컬 <명성황후>를 제작하더니
이번에도 역사적 사실을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멋지게 만들어냈다. 
(이런 시도들은 정말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그리고 뮤지컬 "영웅"은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한대도 정말 잘 만든 작품이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뭉클하고 아프다...
 작년 겨울에 이 작품때문에 눈발을 헤쳐가며 눈물바람으로 LG아트를 얼마나 드나들었던지...)
<영웅>의 윤호진 연출의 소감이 재미있다.
“올해가 명성황후 15주년이다. 명성황후의 옥동자 <영웅>이 태어난 것 같다”
뮤지컬 <영웅>은 내년 8월말부터 두 달간 LA 공연을 시작으로 해외진출이 시작된단다.
<명성황후>같은 성공을 해외에서도 이룰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최우수창작뮤지컬상 "영웅"                    최우수외국뮤지컬상 "스프링어웨이크"

 -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수상자 -

▲ 최우수창작뮤지컬상 = '영웅'
▲ 최우수외국뮤지컬상 = '스프링어웨이크닝'
▲ 베스트리바이벌상 = '오페라의 유령'
▲ 소극장창작뮤지컬상 = '스페셜레터' '연탄길'
▲ 연출상 = 윤호진(영웅)
▲ 안무상 = 강옥순(금발이 너무해)
▲ 무대미술상 = 박동우(영웅-무대디자인)
▲ 조명음향상 = 구윤영(영웅-조명디자인)
▲ 작사작곡상 = 추민주, 민찬홍(빨래)
▲ 극본상 = 추민주(빨래)
▲ 음악상 = 피터케이시(영웅-편곡자)
▲ 남우주연상 = 정성화(영웅-안중근 역)
▲ 여우주연상 = 김보경(미스사이공-킴 역)
▲ 남우조연상 = 조정석(스프링어웨이크닝-모리츠 역)
▲ 여우조연상 = 신영숙(모차르트!-발트슈테텐남작부인 역)
▲ 남우신인상 = 시아준수(모차르트!-볼프강모차르트 역)
▲ 여우신인상 = 김주원(컨택트-노란드레스 역)
▲ BCLOUN.G 남우/여우 인기상 = 시아준수(모차르트!)/ 정선아(모차르트!)



뮤지컬을 좋아하는 내게는 이 수상자들이 참 다행이고 반갑다.
추카추카~~~~
(빠져들면 안 되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 6. 06:36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00주년 되는  
2009년 10월 26일 시작했던 뮤지컬 <영웅>
개인적으로 2009년 공연 관람 마지막을 좋은 작품으로 마감했다. ^^
<영웅>은 2009년 12월 31일 그 대단원(?)의 막이 내려졌고
나는 12월 27일 나의 네 번째 관람이자 마지막 관람을 끝냈다.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왠지 슬프다.
 이 초연 멤버들을 고스란히 다시 모아서 재공연을 할 수는 있을까???)
폭풍같이 몰아치던 눈발을 뚫고 찾아간 LG 아트센타
폭설로 길이 엉망이 됐지만 늘 그렇듯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날씨 탓인지도 모르지만 왠지 무겁게 가라앉은 느낌.
마지막을 향안 작은 준비처럼 느껴졌다.


     안중근 : 류정한          이토 : 이희성            설희 : 김선영             링링 : 전미도

류정한의 안중근은 확실히 볼 때 마다 점점 더 강해지고 부드러워진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류정한의 아우라를 최대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작품.
길고 오랜 시간을 무대 위에 살아온 그에게
첫 창장 뮤지컬 도전은 새로웠고 그리고 성공적이었다.
이희성 이토는 정성화 안중근과 조합이 됐을 땐 너무 강하고 센 느낌에
살짝 거부감이 들었는데 류정한 안중근과 만날 때는
서로 불꽃이 튄다.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체감하다...
김선영...
당신에 대해선 할 말을 잃게 한다.
그녀가 무대 위에 선다면 최소한 실망할 일은 없다.
그녀는 배역에 맞게 아름답고, 그리고 늘 적절하게 빛난다.
간혹 목소리에서 피곤을 느껴졌지만 그것마저도 파란만장한 설희의 한 삶처럼 다가온다.
류정한, 김선영.
더 이상 젊지 않는 그들의 무대는 그러나 항상 그 누구의 무대보다 젊고 신선하다.
그 둘의 조합이 <라만차>에서 다시 이뤄진다니
생각만으로도 흐뭇하고 조급하게 기다려진다.
(개인적으로 오랫만에 보게 될 라만차... ^^)



좋았던 명성황후 시해 장면.
그림자로 표현된 장면의 섬뜩함.
사람의 움직임보다는 조명의 변화가 압권이다.
언어보다 빛이 먼저 그리고 강력하게 말을 걸고
그 뜻을 전달할 수 있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된다.
그래... 그래... 좋은 장면이었어...
(한 켠에서 그 때의 일을 회상하는 설희의 의상은 또 얼마나 곱던지...
 그 고운 한복의 쪽빛이 그대로 눈물처럼 뚝뚝 떨어진다.)



   조도선 : 조휘     우덕순 : 문성혁   유동하 : 임진웅

멋졌던 남자 배우 3인.
세 사람의 목소리는 악기처럼 아름다웠고
하모니는 경쾌하고 즐거웠다.
누군가는 말하더라.
안중근까지 포함해서 이들을 영웅의 F4라고... ^^
17세 유동하를 멋지게 소화했던
73년생 임진웅의 고음은 깨끗하고 높았다.
그가 궁금해 찾아봤더니 "여행스케치" 멤버였다는 이력이 있다.
그랬구나... 그래서 그의 조율과 화합이 귀에 들어왔었구나...



설희보다 더 경국지색이었던 게이샤.
그녀는 존재감이 나는 아직도 신비롭다.
별 대사 없이도 장면마다 눈에 들어오던 그녀.
그리고 라이센스 공연 <돈주앙>에서 돈주앙보다 훨씬 더 멋지고 훌륭했던
까를로스 조휘는 역시 좋은 배우다.
그의 이력도 특이하다.
체육학과 출신의 뮤지컬 배우라...
탄탄한 체격에 멋진 목소리, 그리고 선 굵은 외모까지...
어쩐지 그가 이기적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



뮤지컬 <영웅>에서 끝까지 놓치지 말고 봐야만 하는 장면이 있다면
나는 단연 관람객 기립을 꼽고 싶다.
하얼빈 의거 후 안중근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칠 때의
관객들의 박수는 크고 웅장하다.
그리고 공연 중간중간 이런 현상들이 자주 공유된다.
마치 집단 최면 같다는 생각까지...
그러서인지 일부러라도 나는 커튼콜 때 꼭 기립을 확인하게 된다.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관객들의 모습을 꼭 두 눈에 담고 싶어서...
1층 뒷 줄에서 봤을 때도 관객들은 모두 일어서 뜨겁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1층 맨 앞 OP석 관람때도 뒤를 돌아보면
3층 객석까지도 관객들은 전부 일어서 있다.
"빙의의 현장"이었다고 말해두자.
(딱히 적절한 표현을 할 제간이 별로 없기에...)

그리고...
이제는 막이 내렸다.
다만, 그들의 초연 공연이 계속 진화해서 "명성황후"를 누르는 한국의 대표공연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 수 있을까?
한 나라의 국모도 아닌
일제시대 식민지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 이야기가
외국에서 "명성황후"같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아직 갈 길은 너무 멀겠구나 싶다...
그래도 시도할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지 않을까?
턱없는 일일지라도 조용히 바램을 품어 본다.



안중근!
당신 이곳에서 잠시였겠지만 온전히 살아있었네요.
당신도 봤으면 참 좋았을텐데....
당신의 부활과 영생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2. 17. 13:42
이렇게 봐도 되는 건가?
자금의 압박을 받으면서 중독처럼 다시 찾게 된 뮤지컬 영웅.
개그맨, TV 연기자를 거쳐 성공적으로 뮤지컬 배우의 자리에 안착한 정성화.
그와의 첫 인연을 나는 <영웅>으로 맺었다.



그가 말했었다.
계속 개그맨이나 TV 연기자를 했다면 결코 주인공은 해보지 못했을거라고...
그러나 지금 자신은
돈키호테가 될 수도, 안중근이 될 수도 있으니 너무 행복하다고...
그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우리도 역시 다행이라고...
그를 TV 브라운관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볼 수 있어서...



이토 히로부미의 이희정, 설희의 이상은
조승룡 이토 히로부미와 김선영 설희만을 봤던 나는 궁금하기도 했다.
느낌은...
이희정의 이토는 너무 강하다고 생각했다.
핏발을 세우는 그의 모습에 혹시 혈압이라도 올라가는 건 아닐지 혼자 걱정했더랬다.
같은 인물을 이렇게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그래도 역시 나는 조승룡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이토가 더 좋다.
설희는...
김선영 설희가 더 경국지색(?)이었고 게다가 춤까지 일품(?)이었다고 해두자.
어쩌면 나는 이상은 설희에게서 명성황후같은 강인함과 단단함을 기대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 기대치와는 너무나 많이 어긋난 느낌...
김선영 설희의 여성스러움과 노래가 그리웠다.
17세 소녀 링링의 소냐는 여전히 발육상태 남다른 몸매를 과시했지만
그래도 노래 하나는 절절하다.
표정이 좀 덜 과장스러웠으면 하는 바램.
몸매도 남다른데 표정도 남달라서 간혹 37세 처럼 느껴지기도... ^^


우덕순역의 문성혁과 조도선 역의 조휘
체가구역에서 그들이 만들어낸 아리랑의 신명과 풍류(?)는 정말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어쩌면 풍류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17살 유동하 역의 임진웅님의 커튼콜 때 감격스러워하던 모습...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역의 민경옥님은 매번 사람을 통곡으로 이끈다.
안중근이 환생해서 그녀가 부르는 노래를 듣게 된다면 
아무 망설임없이 "어미니"라고 부를 것 같다.
정말 안중근 어머니의 모습이 이랬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니 먹먹해진다.
"너의 길을 가라"며 정말 등을 떠밀었을 것만 같아서...



커튼콜 때 배우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감격이 담겨있다.
거의 모든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는 무대 위 그들의 가슴은
또 얼마나 벅차고 아득했을까?
<영웅>의 커튼콜을 보면서 나는 또 얼마나 기도했던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아름답게 자리잡아 달라고...


 
누구보다도 감격스럽고 감동스러웠을 안중근역의 정성화.
놀라웠다.
무대 위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바로 코 앞에서 그의 모습을 확인하니 역시나 대단하다 싶다.
노래도 딕션도, 그리고 표정과 연기도 그는 너무나 진지하고 정성스러웠다.
더불어 나는 그의 방향 전환과 그리고 성공적인 안착이
여러 면에서 win win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대사의 강약과 어투에 조금만 더 신경쓴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에겐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아직 그는 시작을 조금 지나왔을 뿐이니까...)
무대 위에서 여우가 되는 법을 아마도 그는 스스로 찾게 되리라.
다른 누구와도 같지 않은 정성화만의 모습을
기어이 찾아낼거라 믿는다.


잊혀질 수도 있는 역사를 이렇게 기억하는 방법이 있다는 거.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선의 방법임을 느낀다.
그저 잠시 동안의 벌떡임일지라도
한 번도 심장이 아리지 않은 것보다는 그래도 나을 것이기에...
<영웅>은 내겐 많은 생각과 말을 하게 만드는 공연이다.
언젠가는 내 거칠고 산발된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보리라 혼자 다짐해본다.
그리고 이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살아 있으라.... 살아 있으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2. 1. 06:02


또 다시 가슴 뜨거워졌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처럼 조용히 눈물 흘렸다.
가슴 속 그 깊이에서부터 어쩔 수 없이 올라오는
뜨거운 마음.
그리고 깊은 감사와 더 깊은 아픔.



류정한 안중근.
이 뮤지컬을 하면서 아마도 그는 누구보다도 뜨거워졌으리라.
그리고 힘겨웠으리라.
하얼빈 의거 당시의 안중근의 나이 31살!
그 나이를 한참 전에 지나온 류정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라를 빼앗긴 경험이,
그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아니 우리로서는
어쩌면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류정한 그는 조금은 그 심정을 알지 않았을까?
그의 눈 속에 그가 겪었을 모든 과정들이 때때로 스친다.
이 사람....
한동안 많이 힘들겠구나 하는 안스러움까지...



주연들도 놀랍지만
앙상블도 너무나 훌륭하고 감동스럽다.
(주연과 조연의 구분이 참 무모하긴 하다)
그 역동적인 추격신이며
재즈댄스를 연상시키는 동작들.
매번 이들은 턱까지 차오는 숨을 참으며
날마다 뛰고 또 뛰리라.
그들의 모습운 분명 또 다른 <영웅>
그 모습이다.



스크린을 이용한 무대는
아름답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분분히 흩어지던 벛꽃잎들,
달리는 기차를 향해 쓸리듯 날아가던 눈발들...
빨강과 파랑의 조명 효과가 극명했던 게이샤 신,
적절한 검정빛 조명.
그림자로 보여준 명성황후 시해 장면.
법정 선고 장면,
이토를 죽인 이유를 15가지 항목으로 조목조목 정확히 말하던
안중근의 선명한 발언과 피맺힌 절규까지...
그리고  
무대 전부를 활용하는 그 모든 동선에도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누구든 예외없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게 만드는 엔딩 부분
안중근의 마지막,
어머니가 지어준 수의를 입고
두려움을 떨치고
홀로 사형장으로 향해 떠나는 안중근
그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절절한 심정과 고통을 담은 곡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또 다시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무너져야만 한다....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 내 아들 나의 사랑하는 도마야, 떠나갈 시간이 왔구나
         두려운 마음 달랠 길 없지만 큰 용기 내다오.
         내 아들 나의 사랑하는 도마야, 널 보낸 시간이 왔구나
         멈추지 말고 뒤돌아 보지 말고 큰 뜻을 이루렴
         십자가 지고 홀로 걷는 길, 함께 할 수 없어도
         너를 위해 기도하리니, 힘을 내다오.

        천국에 니가 나를 앞서가거든, 못난 이 애밀 기다려주렴
        모자의 인연 짧고 가혹했으니나, 너는 영원한 내 아들
        한 번 만, 단 한 번 만이라도 너를 안아 봤으면
        너를 지금 이 두 팔로 안고 싶구나 .......



* OST를 담은 CD가 12월 드디어 발매된단다.
  12월 10일 공연장에 가면 꼭 장만하리라 .
  그리고 오래 오래 간직하리라
  뭉클하게 아픈 노래들을...
  그러나 너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노래들을...
  그날을 기약하며...

  [CD 1]

  1. Overture

  2. 단지동맹(정천동맹) - 안중근, 단지 11

  3. 게이샤 - 게이샤들

  4. 조선은 보물창고 - 외무대신, 대신들, 게이샤들

  5. 조선 얕보지 말라 - 이토, 대신들, 게이샤들

  6. 이토의 야망 이토

  7. 당신을 기억합니다 - 설희

  8. 가야만 하는 길 안중근, 설희, 김내관, 제국익문사

  9. 비상구는 없다 - 와다, 독립군, 일본군

  10. 배고픈 청춘이여 - 왕웨이,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독립군

  11. 황혼의 태양 - 이토

  12. 이것이 첫사랑일까 - 링링

  13. 추격 1 (연주곡)

  14. 흔들림 없는 태산처럼 왕웨이

  15. 처음 본 순간 - 이토, 설희

  16. 영웅 안중근 : 홍보용 씨디 버전으로 그대로 사용

  17. 그날을 기약하며 -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CD 2]

  18. 오늘의 이 함성이 -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최재형

  19. 출정식 - 이토, 외무대신, 일본

  20. 추격 2 와다

  21. 사랑이라 믿어도 될까요 링링

  22. 내 마음 왜 이럴까 설희

  23. 십자가 앞에서 안중근

  24. 축제음악 (연주곡) - 목소리: 안중근

  25. 누가 죄인인가 -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판사, 기자들, 방청객들

  26. 운명 안중근, 이토

  27. 동양평화 - 안중근, 치바

  28.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 조 마리아

  29. 장부가 안중근

  30. Epilogue (연주곡)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10. 26. 12:27



오늘이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100"이라는 숫자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념적인 의미!
각종 매스컴과 신문보도에서 100주년을 앞다투어 전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걱정이 된다.
우리가 100주년이라는 숫자에만 집중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중요한 건 그 분의 하셨던 일인데...
사실 이런 말을 하면서
무엇보다 부끄러운 건  나라는 인간이다.



1879년 9월 2일 출생
1910년 3월 26일 사망
31살의 나이로(지금의 나보다 너무나 한참 어린 나이다...)
우리나라의 적,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총구를 쐈던 사람.
그는 청춘과 조국을 영원히 남긴 체
고국으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뤼순 감옥에서 사형됐다.
그리고 그의 유해는 아직도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다.



1909년 그는 법정에서 일본에 대한 죄목을 조목조목 들며
누가 진정한 죄인인가를 되물었다고 한다.
이토 히로부미가 명성황후를 살해한 일,
1905년 11월에 한일협약 5개조를 체결한 일,
1907년 7월 한일신협약 7개조를 체결한 일,
양민을 살해한 일, 이권을 약탈한 일,
동양평화를 교란한 일 등
그는 일본의 자행한 만행을 15가지로 제시하며
 법정에서 스스로 자신의 정당성을 밝혔다.



어떻게 자신을 버릴 수 있었을까?
조국이라는 게, 대한민국이라는 게,
그렇게 내 목숨을 버릴만큼 간절하고 절대적인 존재일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삶을 살다 떠난 그분들의 마음을 아마도 나는
골백번 삶을 반복해 태어난다고 해도 결코 깨닫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나란 사람은 <기억>하는 그 단순한 일조차 점차 잊을지도 모르겠다.



전쟁을 경험한 적이 없기에.
내가 직접 느낀 국가적 위기의 존폐감이 없기에...
어느새 나느 부끄러운 후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할 수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그를 기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대한국인 "안중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