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 7. 08:43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

 

일시 : 2014.12.05. ~ 2015.04.04.

장소 :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극작 : 크리스토퍼 듀랑

연출 : 오경택

출연 : 김태훈, 서현철 (바냐) / 황정민 (소냐), 서이숙 (마샤)

        김찬호 (스파이크), 김보정 (니나), 임문희 (카산드라)

제작 : (주)연극열전

 

이미 종료된 연극이 좀 민망하지만 최대한 간략한 느낌만 적어보자.

솔직히 말하면 작품에 대한 기대보다 배우에 대한 기대감으로 예매했던 작품이다.

김태훈, 황정미, 서이숙, 그리고 김찬호.

게다가 아주 오랫만에 무대에서 보게될 임문희도 반가웠다.

출연 배우들의 바로 전작들도 다 좋았고 연기력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배우들이라 뭐가 됐든 후회는 안할게 분명하니까...

제목도 요상한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는

그러니까 안톤체흡에 대한 오마주이자 헌정작이라 하겠다.

등장인물들 이름도 모두 체흡의 작품 속 인물들 이름 그대로다.

극 중간중간에 체흡의 4대 장막극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자매>, <벚꽃동산>의 장면들과 대사들이 튀어나온다.

그래서 안톤체흡에 익숙한 사람들은 숨은 그림찾는 재미가 꽤 쏠쏠했을것 같다.

개인적으로 <세자매> 빼고는 다 봐서 그런 패러디들이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유쾌, 상쾌한 작품이긴 하더라.

그러면서 아주 노골적을 솔직해서 때로는 통쾌하기도 했다.

스파이크는 역할 자체가 발연기하는 설정이라 과장된 몸짓과 표정이 아주 재미있었고

반대로 카산드라는 연기가 너무 과해서 눈에 살짝 거슬렸다.

그래도 어쨌든 세 시간 정도의 런닝타임이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다.

 

관람하고 나오는데 상반되는 두 가지 생각이 들더라.

하나는 이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이 작품... 참 밋밋했겠다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배우들이 최상의 캐릭터는 분명 아니라는거다.

개인적으론 마샤는 얼마전 <미스 프랑스>를 했던 김선경이 딱이었을것 같고

바냐도 조금 더 코믹하고 덜 지적인 느낌의 배우였다면 좋았겠다.

(서현철 바냐는 못봤지만 적역이지 않았을까 싶다,)

카산드라는 <데스트랩> 한세라가 했어도 좋았을것 같고...

그래도 오랫만에 안톤체흡의 추억에 잠길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안톤 체흡은...

참 어렵고도 재미있는 사람이다.

아마도 안톤 체흡은 연극게의 영원한 노스탤지어로 남을 것 같다.

지구가 멸망할때까지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17. 07:36

<IVANOV>

일시 : 2014.07.10. ~ 2014.07.20.

장소 :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극본 : 안톤 체흡

번역, 연출 : 강태식

출연 : 남성진(이바노프), 권성덕 (샤벨스키), 장보규(레베제프)

        이주실(아브도찌야), 전국향(지나이다), 손종학(보르낀)

        배해선 (바바끼나), 김태한(리보프). 김홍택(꼬스이)

        서숙영, 문지영(안나) / 박그리나, 김수현(쌰사) 외

제작 : 극단 체 

 

안톤 체흡 서거 110주년 기념 헌정 공연 <이바노프>

예상대로 안톤 체흡의 작품은 어럽다.

그리고 아주 적나라하고 솔직하다.

너무 솔직하다보니 때론 몰염치의 끝을 보는 느낌이다.

무기력한 치열함으로 따지자면 정말이지 안톤 체흡을 따라올 작가는 없다.

"난 더 이상 산다는 것이 지친다..."

잉여인간의 고백은 그의 최종 선택만큼이나 처절하고 무책임했다.

그래서 나는 그가 가엾지도 안스럽지도 않다.

폐경기 여성의 막을 길 없는 벽덕을 떠오르게 해 오히려 화가 났다.

 

이 작품.

그 당시 러시아의 시대 상황을 안다면 도움은 되겠지만

이해하는데 난해하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햄릿>이후 5년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남성진의 연기는 예상보다 훨씬 좋았고

(솔직히 손발 오그라드는 연기를 보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너무 잘하더라)

권성덕, 장보규, 이주실, 손종학 등 중견 연기자의 탄탄한 연기는 빛을 발했다.

그리고 이들의 발성 자체는 확실히 다르더라.

매형과 한 무대에 선 김태한도 참 잘했다.

안나 서숙영과 싸사 박그리나가 오점을 남기긴 했지만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두 여배우의 발성은 솔직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특히 박그리나 쌰사는 더.

(너무 듣기가 싫어서 고성에서는 귀를 막기까지 했다.)

개인적으로 이바노프 역의 남성진은

앞으로도 계속 연극 무대에서 볼 수 있다면 좋겠다.

 

배우들 연기 외에 암울한 조명도 참 좋았고

특히 음악과 음향효과의 섬세함에 많이 놀랐다.

무대셋트는 살짝 빈약했지만 깊이감 있게 사용한 건 인상적이었고

음악과 음향이 작품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더라.

 

평이 살짝 안 좋아 걱정했는데

개인적으론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안톤 체흡의 작품을 이해한다는 건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일종의 로망이다.

햄릿보다 더 찌질하고 무책임한 이바노프의 선택.

그건 도피였을까? 탈출이었을까?

나는 그걸 "완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때론 죽음으로 완성되는 삶도 있다.

 

그걸 비난한 자격... 

적어도 내겐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