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4. 29. 09:12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이 이토록 아름다운 아유는,

건축물이 주는 신비함과 그 건축물 사이를 연결하는 그림같은 중정(Patio)이 주는 평온함에 있다.

그야말로 진정한 힐링의 장소.

모든 사람들은 꿈꾼다.

....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

인간이 꿈꾸는 정원의 파라다이스.

그 이상향이 알함브라 궁전이다.

색색의 그림이 그려진 자갈길을 걷는 것도,

안개비에 젖은 촉촉한 흙길을 걷는 것도,

붉은 흙으로 단단하게 마감된 포장된 길을 걷는 것도,

이곳에서는 모두 다 꿈길이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는게 그대로 꿈이 되는 곳.

알함브라의 파티오.

 

 

티오로 나가기 전 궁전 가장 안쪽에서 "어빙의 방"을 만났다.

버려진 알함브라 궁전을 세상에 알린 사람이 바로 미국의 작가 워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이다.

어빙은 스페인 주제 공사로 이곳에 와서 그라나다에 3개월을 머물면서

<알함브라 이야기> 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세인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 스페인 정부는 알함브라 궁전을 국가 지정물로 지정하고 복귀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이곳까지 와서 이렇게 감탄과 찬사를 연발할 수 있었던게

전부 미국 작가 어빙 덕분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이 방의 정체도, 어빙의 존재도 잘 모르는지 그냥 지나쳐간다.

어빙의 방 앞에 작은 조각상이라도 하나 만들어놨으면 좋았을텐데...

사람들의 무관심이 많이 아쉽더라.

 

 

 

린다하라의 중정(Patio de Lindaraja)는

카를로스 1세가 부인 이사벨을 위해 만든 중정이라는데

그래선지 아담하고 아가자기한 것이 단정하고 소박한 정취가 있다.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조용히 혼자 숨어있기에 딱 정당한 곳.

저 분수 한켠에 걸터앉아서 오래동안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햇빛 좋은 날은

물과 햇빛에 반사된 무지개도 만날 수 있겠다.

그야말로 꿈같은 유토피아로구나...

 

린다하라 중정을 지나 색자갈이 곱게 깔린 또 다른 정원으로 향했다.

레하의 중정(Patio de Reja).

알함브라의 중정 중 가장 작은 이곳은 바닥 돌의 패턴이 너무 예뻐서

2층 회랑 위에서도 한참을 바라봤고 내려와서도 한참을 서있었다.

저 무늬들이 꼭 말을 하는 것 같다.

언제 다시  오겠느냐고...

 

대답했다.

 

"아니요!

 돌아가서도 내내 이곳을 떠나지는 못할 것 같아요..."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5. 4. 23. 07:48

메수아르 정원을 지나 들어선 곳은

나스르 궁전의 핵심 코마레스궁(Palacios Comares).

궁전 북쪽 주량 현관은 반원형 아치와 가느다란 열주들이 도열해 있고

가운데 긴 연못 주변엔 "천국의 꽃"이라고 불리는 아랴야네스 나무가 심어져 있다.

그래서 정원 이름도 아라야네스 파티오(Patio de los Arrayanes)

이 나무가 향수, 로션, 약용으로 쓰이는 허브라는 말에.

지나가면서 손으로 잎을 문질러 향을 맡아봤는데 내 코엔 흔한 허브향 ^^

아라야네스 정원은 물, 대기, 식물을 모티브로 만든 전형적인 그라나다식 정원이란다.

이곳이 알함브라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고

인도의 타지마할에 영감을 준 곳이기도 하다. 

눈 앞에 펼쳐지는 화려한 데깔코마니.

물을 경계로 위 아래 두 개의 건축물이 내 눈을 훔친다.  

고대에서 현대까지를 통틀이 이들만큼 물을 잘 이용한 민족이 과연 또 있을까?

물에 비친 잠영(潛影)이 너무나 황홀해 넋을 놓고 머물렀던 곳.

성수기에는 사람 머리로 빽빽해서 사진찍는게 불가능할 정도라는데

지금은 2춸이라 그나마 관광객이 적은 편이란다.

사람 한 명 없이 혼자서 이 풍경을 바라보는 방법은

정녕 엽서를 앞에 놓고 보는 것밖에는 없는 모양이다.

 

 

코마레스탑 안쪽은 모카라베스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종유석으로 장식된 대사의 방(Salon de Embajadores)이 있다.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가득한 금빛 천장은

"알라"를 상징하는 기하학 무늬로 수천개의 나무 조각을 하나하나 짜맞춘 것이란다.

방에 들어섰더니 극강의 아름다움에 숨이 저절로 멈춰졌다.

그건 가히 폭력에 가까운 탐미(貪美)였다.

황홀경을 선사하는 이곳은

이슬람의 마지막 왕 보압딜이 카톨릭왕에게 그라나다를 넘겨준 치욕의 장소이기도 하다.

과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데

아름다움은 결국은 결국 그렇게 종말을  맞았다.

 

그러나 나는 황금빛 천정 아래에서,

신의 위대함을, 종교의 절대성을 뼛속까지 실감했다.

그리고 이 위대한 경이를 만든 사람들을 장인정신 그 너머에 있는 존재들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들에겐 이슬람 왕조의 멸망 조차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으리라.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신과 함께 있었으므로...

그들에게 신은,

추호의 의심도 없이 살아있다.

지금 이 시간까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