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3. 7. 06:15
3월 1일 다시 성남아트센터를 찾았다.
한 번 더 보자 생각했었고 시간 여유도 제일 괜찮아서...
매번 생각하지만 성남은 정말 너무 멀다.
그러나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서울에서 공연됐다면...



역시 <AiDA>의 시작 장면은 참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이건 멋지다라는 의미로 표현할 수는 도저히 없을 것 같다.
박물관의 고대 무덤 앞에서 다시 만나는 라다메스와 아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함께 매장되면서 그들은 말했다.
"다음 세상에서도 절 찾으실건가요?"
"네가 어디에 있든지 나는 널 찾을거야!"
따지고보면 참 유치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인데...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똑같지만
그 느낌은 사뭇 너무나 많이 다르다.
그리고 공연을 보기 전과 보고 난 후의 느낌이 또 다르고...
묘한 매력이라기보다는
누군가 한번쯤 장난으로라도 생각했을 전생을 품게 한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다 사랑 이야기란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지난번 관람때는 라다메스 김우형의 목소리가
러브테마를 부를 때 감미롭지 않아서 조금 안스러웠는데
이제는 느낌을 잘 찾은 것 같다.
김우형,
배역도 잘 따라주자만 참 무던히 좋은 작품을 잘 선택해서 잘 만들어가는 것 같다.
<지킬 앤 하이드>가 아닌 <아이다>의 라다메스를 선택한 건
내가 보기에도 탁월하고 현명한 선택이지 싶다.
그리고 누비아 공주 아이다,
이날은 옥주현의 목상태가 별로 안 좋은듯 몇몇 곡에서 고음을 깨끗하게 올리지 못하더라.
음을 낮춰 부르기도 하고...
그래도 원캐스팅으로 지금까지 공연하고 있는건 대단한 집념과 애정
그리고 철저한 자기관리임에 분명하다.
라마메스는 원캐스팅이 그리 무리라는 생각이 안 들지만
아이다는 솔직히 말하면 잔인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옥주현은 3월 27일 아이다가 끝나면 바로 충무아트홀로 넘어가 <몬테크리스토> 메르세데스에 투입된단다.
차지연과 바통터치를 하는 셈.
좀 걱정되긴 한다.
너무 혹사하는 건 아닌지...
작품에 대한 애정이 이 모든 겻들을 과연 감당하고도 남게 하는 건지...
거기다가 매일 라디오 방송까지 2시간하면서...
아마도 그녀를 슈퍼우먼으로 등극시켜야 할 것 같다.



이 두 사진을 같이 놓고 보니까 참 느낌이...
공연 전체의 분위가가 이 두 장의 사진 속에 다 담겨있는 것 같다.
역전된 상황이 주는 애뜻함과 묘한 감정.
그냥... 뭐... 그렇다는 거지...
여전히 정선아는 여우같이 무대 위에서 혼을 빼놓더라.
난 정선아의 다음 모습이 궁금하다.
렌트, 지킬 앤 하이드, 해어화, 드림걸즈, 아이다...
어쩌면 그녀가 정형화된 인물로만 보여질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잠깐 하게 된다.
그러나 여우같은 배우니까 아주 현명하게 다음 작품을 선택하지 않을까!
<아이다>는 확실히 볼 거리도 화려하고 들을 거리도 다양하다.
스토리 역시 탄탄해서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요소가 많다.
색과 빛(조명)의 조화름 보여주는 무대는 가히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스크린을 이용하는 무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쩐지 스크린은 좀 고민없이 너무 쉽게 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물론 제작한 사람이 이 말을 들으면 피를 토하겠지만)
좀 구식이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나는 고전적인 의미의 무대에 더 감동을 느끼고 집착하게 된다.
그렇다고 <아이다>가 구닥다리 무대 매커니즘을 구현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내가 본 공연 중에서 거의 최상위에 꼽히는 환상적인 무대다.
스크린을 이용할 생각을 안 했다는 게 솔직히 하도 대견하고 고마워서...
참 괜찮은 작품 <아이다>에게  개이적은 욕심을 보인다면,
액션 장면이 좀 더 적극적이고 과감했으면 좋겠다는 거다.
1막에서 아이다가 라다메스의 부하를 인질로 잡는 장면도 그렇고
2막에서 메랩이 죽는 장면도 그렇고...
좀 애들 장난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삼총사>나 <몬테크리스토>에 길들여진 눈과 귀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장면들은 너무 유(游)하지 않나?
나만 그런건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2. 8. 05:54
2005년 LG아트센터 초연 당시 참 많이 망설이다 지나친 공연이었다.
장장 8개월이라는 대장정이었는데...
옥주현, 문혜원이 아이다 더블 캐스팅이었고 라다메스는 이석준과 이건명.
조세르는 이정열, 성기윤, 암네리스는 배혜선, 유채정이었다.
솔직히 옥주현이라는 가수에 대한 선입견때문에 <아이다> 관람을 포기했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제와서 <아이다>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원캐스팅이라는 매력때문이기도 하다.
국내협력 연출자인 박칼린은 극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원캐스팅을 고집했다는데 
정말이지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이돌까지 가세하면서 더블에 트리플, 쿼드까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요즘은
관객뿐 아니라 앙상블들에게도 죽을 맛을 안겨준다.
그런 의미에서 3개월이 넘는 공연 기간을
김우형, 옥주현, 정선아, 문종원 원캐스팅으로 끌고간다는 게 결코 쉬운 결정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세상에 정말 이런 사랑이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 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내던지는 그런 사랑.
하긴 라다메스도 "Not me"에서 스스로 인정하더라.
자신도 몰랐다고, not me ~~ not me ~~
Every Story is A Love Strory.
암네리스 정선아의 노래로 시작되는 아이다는 확실히 오프닝부터 귀를 확 끌어잡는다.
초연의 배혜선의 암네리스를 보지 못해서 알 수 없지만
정선아의 암네리스는 탁월한 선택이다.
싱크로율 100% 그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원시원한 가창력과 거침없는 철부지 공주 연기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녀가 "롸~~다~~메~~스"를 외칠때면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고 귀엽던지...
그런 그녀가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비밀스런 사랑을 목격한 후 "I Know The Truth"를 부르는 모습은
"My Strongest Suit"를 부르는 철없고 화려한 공주의 모습과는 또 완전 딴판이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암네리스 참 불쌍한 여자구나...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보듬어주고 싶었다.



옥주현의 아이다는 전체적으로 아주 훌륭했다.
감정선이 실린 노래들도 너무 훌륭했고 딕션 역시나 정확했다.
(도대체 누가 이 역할을 옥주현과 더블로 하고 싶을까?)
연기적인 면에서 조금 더 완숙해진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옥주현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이 조금씩 열리는 느낌이다.
"Dance Of The Robe"에서 누비아 백성들을 향해 다짐하며 부르는 격정적인 보컬과
"The Gods Love Nubia"는
거룩하고 신비로움에 제의적인 느낌까지 갖게 한다.
(내 몸은 찢겨져도 내 혼은 불타올라~~)
2막 사막의 무덤에 생매장 되기 전에 부르는 "Elaborate Lives"
1막에서 라다메스가 메인으로 부르는 이 노래를 2막에서는 아이다가 메인으로 부른다.
애절하고 절절하고 그리고 안타까운 옥주현의 목소리는 모든 감정들을 하나씩 하나씩 쏟아낸다.
천천히 물이 흐르고 그 물에 다시 몸 전체가 천천히 젖어드는 것 같이 아득해진다.
(나 또 울컥했다. 이 부분은 정말 슬프더라)
누비아 동포를 위해 라다메스를 잊겠다고 결심하면서 부르는 넘버 "Easy As Life"
옥주현은 아이다의 심정을 그대로 담아 노래한다.
<아이다>라는 뮤지컬을 통해 지금 나는 비로소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의 옥주현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상당히 충실하구나, 그리고 배역에 정말 깊이 몰두하고 있구나가 진심으로 느껴진다.




<지킬 앤 하이드>, <미스 사이공> 등 굵직한 작품을 많이 한 김우형의 라다메스.
라다메스를 맡은 배우는 4~5시간씩 매일 운동을 해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일단 그런 점에서 김우형은 축복받은 몸이다.
(물론 본인은 부단히 노력해서 만든 몸이겠지만)
"Fortune Favors The Brave"를 부를 때는 괜찮은데
안타깝게도 아이다와 듀엣을 부를 때는 목소리가 거칠어서 감미롭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단점이다.
소리를 쥐어짜면서 부른다고 느낀 건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거다.
1막에서 아이다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Elaborate Lives"가 더 절절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아담 파스칼과 헤더 헤들리의 듀엣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다행히 후반부에 옥주현 목소리가 덧입혀지면 격정적인 러브테마가 된다.
옥주현의 힘인지, 두 사람의 발란스인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가사처럼 정말 안타까웠던 "Radames' Letter"에서 김우형의 쥐어짜기는 좀 안습이었다.
(짧지만 정말 중요한 넘버였는데...)






엘튼 존의 음악과 작사가 팀 라이스의 콤비로 탄생한 뮤지컬 <아이다>
두 사람은 <라이온 킹>으로 이미 큰 성공을 거둔바 있다.
<아이다> 역시도 2000년도에 브로드웨이 초연되면서 파란이 되기도 했다.
그해 토니상 작곡상 외에 3개를 차지했고, 그래미 상에서도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했다.
그래서 꼭 뮤지컬을 직접 보지 않고 OST만 듣더라도 넘버들이 전부 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
아담 파스칼과 헤더 헤들리의 보컬은...
참 꿈처럼 달콤하고 아름답다.
헤더 헤들리의 아이다는 뭐랄까 좀 더 강하고 혁명가적인 느낌이고
옥주현의 아이다는 사랑과 동포, 조국애로 끝없이 고민하는,
훨씬 더 모성적이고 여성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막판 비극적인 결말에서 그 슬픔이 더 배가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Easy As Life"는 헤더 헤들리보다 옥주현 버전이 더 애절하고 슬프다.
더불어 아담 파스칼과 옥주현이 "Elaborate Lives"를 부른다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잠깐 ^^




2005년 국내 초연당시 <아이다>는 무대와 의상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브로드웨이 Palace Theater에서 공연되었던 <아이다>의 무대와 의상을
공연이 끝난 후 그대로 한국으로 공수하는 이력을 세워서...
지금은 심심치 않게 그렇게 하고 있지만
브로드웨이 본 무대와 의상을 직접 공수해서 공연한 건 <아이다>가 최초였다,
무대 셋업만도 자그만치 6주의 시간이 걸린단다.
그래서 대극장에서도 선듯 대관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라고...
우리나라에도 5년이 지나서야 성남아트센터가 고마운 결정을 해서
6주간의 무대 셋업을 마치고 <아이다>는 원케스팅의 향해를 과감히 시작했다.
(성남아트센터 음향을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미스 사이공>과 <아이다>를 보면서 선입견이 좀 깨졌다)
개인적으로 옥주현이 몸관리를 계속 잘 해줬으면 좋겠다.
120% 환불의 불운이 다시 없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옥주현이 아니면 <아이다>가 의미가 없을 것 같기 때문에...
놀랍게도 뮤지컬 배우로서의 옥주현의 존재감이 이 정도까지다.
그리고 그건 확실히 이유있는 존재감이다.
(좋겠다. 그녀 ^^)




공중의 수영장에서 2명의 여자가 수영하는 장면,
화려한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My Strongest Suit"는 눈을 황홀케 했다.
3분 30초 동안 4.2초마다 조명이 바뀐다는 "Another Pyramid"
(무대감독은 무래 50여회의 큐싸인을 보내야 한단다)
검정과 붉은색 두 가지 색감만으로도 엄청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게 신비롭기까지 하다.
박물관에서 시작되는 처음과 마지막 모습도 인상적이고
두 연인이 무덤 속에 갇히면서 사각의 틀이 조금씩 작아지는 엔딩 모습도 아련하고 어쩐지 신화적이다.
무대 연출과 매커니즘이 화려함과는 또 별개로 아주 신비롭고 새롭다.
조명과 의상, 무대 배경도 전체적으로 아주 조화가 잘 됐고...
그렇다고 시종일관 엄청난 셋트로 물량공세를 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색채의 향연이 내내 펼쳐지는 것도 아닌데
시선을 끄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
재즈, 팝, 락, 포크송, 블루스, 가스펠까지 아우르는 엘튼 존의 음악도 
그 다채로움이 주는 묘한 조화가 신비감까지 느껴진다.
따지고 보면,
참 그렇고 그런 뻔한 love story일 뿐인데...
그걸 알면서 점점 <아이다>에 현재진행형으로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사람들은 진정한 사랑을 여전히 꿈꾸는 건가?
그래 어쩌면 정말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다 사랑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다>의 처음과 끝이 Every Story Is A Love Story 인 것 처럼 어쩌면 그게 정말 진실인지도...
아이다,
그 뻔하고 뻔한 사랑 이야기가 참 아프다.
성남까지 너무나 멀고 먼 여정이지만 어쨌든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작품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