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1. 10. 4. 05:48
아름답고 행복했던 "길"의 기억을 안겨줬던 카파도키아를 떠나 출발한 곳은
하얀 석회층의 도시, 목화의 성 파묵칼레.
8시에 출발한 매트로 야간버스는 10시간을 후에 데니즐리(Denizli)에 도착했다.
워낙에 호객행위가 많고 버스회사에서 운영하는 세르비스가 많디 않다고 해서
메트로 세르비스를 호객차량으로 오인해 약간의 언성(?)이 오갔다.
나중에 티켓을 확인해보니 데즈즐리가 아니라 파묵칼레까지 가는 버스가 맞았다...
도착해서 칼레호텔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메뉴에 신라면이라고 써있어서 주문했는데 먹어보니까 확실히 신라면은 아닌 것 같고...)
주인이 한국인이라  한국음식을 많이 파는 숙소겸 음식점인 칼레호텔.
음식점 메뉴판도 한글로 귀염성있게 써있다. (닭볶음탕, 수제비, 비빔밥, 신라면 등등등)
한국인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숙소으로 유명하다.
칼레호텔 테라스에서 보는 석회층의 일몰도 아름답기로 소문이 났고...
게다가 이곳에서 파묵칼레 입장료를 사면 2TL 할인된 가격인 18TL에 살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세계문화유산 관강지 입장료를 그냥 호텔겸 음식점에서, 그것도 10%나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니...
정말 이게 가능한가???
원래 일정은 파묵칼레에서 1박을 하고 셀축,에페스로 넘어갈 계획이었는데
여차여차해서 그날 바로 이즈미르에서 비행기로 이스탄불에 가야만 했다.
그래서 일단 파묵칼레라는 버스회사에서 이즈미르행 버스를 예약(42TL)하고 짐을 무료로 맡겼다.
(데니즐리에도 짐보관소가 있긴한데 3TL의 보관료를 받는다.)
이곳 사장님이 자기 부인이 일본인라면서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이라고 대답하니 "안녕하세요?" 라며 무지 해맑게 인사를 하셨다.
(칼레호텔에서 일하시는 나이 지긋한 터키 아주머니가 이분 누님이시라고.)
어쨌든 아침도 든든히 먹고, 버스표도 예약하고, 짐도 맡기고,
간편한 복장과 마음으로 석회층을 향해 올라갔다.



파묵칼레의 볼거리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새하얀 석회층(Travelten)과
고대 로마 시대 유적지인 히에라폴리스(Hierapolis).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고고학 박물관과 카클륵 동굴, 일몰도 보고 싶었는데...
이런 조급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새하얀 석회층의 신비는 바쁜 여행자의 발길을 붙들기에 충분했다.
신비감으로 가득한 이곳의 나이는 무려 1만 4000년 정도라나!
지하에 있는 석회 성분의 따뜻한 물이 땅 위로 솟아나와 언덕을 흐르면서 1만 4000년 동안계속 쌓여
지금과 같은 거대한 석회 언덕이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지금은 석회층 보호와 온천수량 감소로 출입을 일부 통제하고 온천수도 소량만 내보내고 있다는데
낯선 여행자의 눈엔 그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온 것 같다.
(그렇다면 과거엔 이것보다 더 많은 물이 흘렀다는 의미? 와~~~)
이곳에서 나오는 물은 칼슘과 이산화탄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예전엔 카펫과 비단을 직조할 때 표백제로도 쓰였다니 참여러가지로  다재다능하신(?) 온천수가 아닐 수 없다.



한참을 보고 있으니 순간 시간과 공간의 감각이 모호해진다.
새하얀 눈밭 위에서 비키니를 입은 사람을 보고 있다는 신비감에 가까운 착각!
한쪽은 분명 하얀 설원인데, 살짝 고개만 돌려서 초록빛 나무들이 무성한 곳이 눈 앞에 보이고...
신발을 벗고 올라가면서 이 믿어지지 않는, 대단히, 엄청나게 신비한 나라를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온천수가 고인 연못(?)엔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수영복 천지인 곳에서 꽁꽁 싸매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우습기도하고 살짝 민망하기도 하더라.
(햇빛 알러지만 아니었으면, 나도 비키니를 입었을까? 글쎄... 그건... 아무래도... ^^)
석회층을 올라갈 때 썬크림과 물, 선글라스가 필수라는데
선글라스는 과감히 포기하고 가방에 넣어버렸다.
아무래도 선그라스를 끼면 색을 제대로 볼 수 없으니까...
대신 모자를 있는데로 푹 눌러쓰고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이곳에서 넘어지면 정말 대형사고다 싶어 무지 조심했다)
꼭대기에 올라가서 신발을 신고 내려다본 모습은
내가 방금 지나온 곳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비감이 가득했다.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석회층!
내게 또 다른 색다른 느낌의 길과 걸음을 안겨준 곳이다.



터키 여행을 통해서 확실히 알게 된 건,
내가 산이나 바다, 계곡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걸을 수 있는 길.
내 두 발로 도장찍듯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가는 길!
그 "길"의 목록에 이곳 목화의 성, 파묵칼레 석회층 오르는 길도 단단히 한 몫을 했다.
아름다운 길!
Travelten!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23. 06:42

카파도키아는 넓은 지형때문에 그런지 유난히 tour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이 많다.
green tour, red tour, blue tour, rose valley tour, balloon tour, motorbike/scooter tour, turkish night tour 등.
tour를 진행하는 에이전시 사무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이스탄불에서도 카파도키아의 각종 tour를 예약할 수 있을만큼
터키여행의 key point이자 주력관광지다.
실제로 터키 현지인들도 우리가 제주도 여행하듯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특히나 이슬람 명절인 바이람 기간때는 야간버스 구하기도 쉽지 않아 미리부터 예약을 해야할 정도.
나도 역시 바이람 끝난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인지 야간버스 예약이 full이라 카파도키아에서 하루 더 머물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파묵칼레에서 셀축, 에페스로 넘어가지 못하고 바로 이즈미르 공항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전화위복이됐는지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여행하는 특별한 기억을 만들었다.
유명지라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유명관광지같은 번잡함과 과대포장이 느껴지지 않는다.





Rose Valley Tour!
카파도키아의 상징 중 하나인 로즈밸리를 돌아보는 도보 투어.
개인적으로 소박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머물고 있는 이쉬타르 팬션 로스밸리 투어(15TL)가 유명해서
다른 팬션의 여행객들도 개인적으로 많이 참여한다고 해서 더 그랬는지도...
지금은 조금 성격이 달라진것 같은데
예전에는 꽤 넓은 지역을 걸어다니면서 바위 교회 몇 군데도 방문하고 석양을 감상하기도 했단다.
이쉬타르 주인장 파파가 연세가 많아서 지금은 아들과 손자가 대신 진행을 하는데
특별한 설명없이 어둑한 길을 그야말로 묵묵히(?) 올라간다.
(광활한 벌판 위에 주인을 따라 올라가는 소떼같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파파가 예전에 괴레메 야외박물관 직원이어서 이 지역을 소상히 알고 있어
로즈밸리 투어때도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해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특히 높았던 모양인데
아들과 손주는 좀 과묵한 편인듯 ^^
특히 아드님은 정말 묵언수행하시는 분같다.
그래도 풍경 하나만으로도 아쉬울 것 하나 없는 rose valley!



석회와 철분, 황이 함유되어 있어 붉은 색을 띄는 rose valley.
붉은 석양에 더 붉게 물드는 모습은 올라가는 발걸음을 감탄과 경이로움속에 자꾸 멈추게 했다.
저녁 6시 30분에 출발해서 정상에 올랐을 땐 이미 해가 졌지만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나쁘지 않았다.
작은 모닥불을 피우고 참가자들이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도 좋았고
특히나 별이 총총히 뜨는 하늘을 보면서 서로 아는 별자라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그날 우리가 찾은 별자리가 다 맞기는 했을까?
특이하게도 이날 투어는 전부 한국인만 참여해서 더 각별했던 것 같다.
(한국인만 석양에 대한 로망이 있는 건가???)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에페스 맥주와 와인, 과자과 땅콩으로 간단히 배를 채웠고
모닥불이 점점 사위어가면 감자를 묻어두고 기다린다.
붉은 rose valley에서 별과 달을 보면서 먹는 구운 감자 맛은 일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손에 품고 있으면 정말 따뜻하다.
자신의 한국 이름이 "원빈"이라고 말하는 파파 손자때문에 유쾌하게 웃었다.
(과묵한 청년이 어두워지니까 점점 개그 본능을 ^^;;)
낯선 이국땅에서의 한국인과의 저녁 시간!
좋은 추억이었고 좋은 인연이었다.
가장 많이 걷고,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카파도키아.
더 오래 머물르면서
더 오래 걷고, 더 오래 둘러보고 싶은 곳임에 분명하다.
끝나지 않을 터키의 신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