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5. 12. 07:54

<내 아내의 모든 것>

일시 : 2014.05.05. ~ 2014.06.29.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연출 : 양정웅

무대 : 전경란

영상 : 김장연

출연 : 류현경, 심은진 (정인) / 김재범, 전병욱 (두현)

        김도현, 조휘 (성기) / 송형은, 이나영

제작 : 수필름

 

2012년도였나?

류승룡, 이선균, 임수정 주연의 동명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었다.

그때 류승룡의 뻔뻔하고 느물한 카사노바 연기에 얼마나 웃었던지... 그리고 잠깐이었지만 류승룡의 난타를 영화로나마 볼 수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그게 또... 살짝 코믹한 카사노바 역할이 의외로 류승룡에게 너무 잘 어울려서 깜짝 놀랐었다.

그렇더라도!

이렇게까지 연극을 챙겨보게 된 건 순전히 출연배우들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김재범때문.

역시나 이런 찌질한 역할은 김재범이 제격이다.

개인적으로 이선균보다 훨씬 더 좋더라.

김재범은 로코물을 연기할 때 가볍게만 연기하는게 아니라 묵직한 뭔가를 하나 던져준다.

코믹한 장면도 아주 맛깔스럽게 잘 살리고 타이밍도 무지 좋더라.

김도현 성기와의 밀땅도 아주 재미있었고...

 

솔직히 말하면 카사노바역은 조휘로 보고 싶었는데

프리뷰 캐스팅이 안맞아 김도현으로 봤다.

그런데 이게 대박이더라.

아주 오랫만에 김도현을 무대에서 본건데

(작품은 끊임없이 계속 하는 배우긴한데 이상하게 안챙겨보게 되더라)

그야말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온 몸으로  "성기"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캐릭터에 딱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자칫하면 과장된 표현으로 일관될 수도 있었을텐데 절절하게 잘 연기했다.

두 남자배우들의 맞춤연기때문인지 정인역의 류현경이 아무래도 살짝 밀리는 느낌.

후반부에 정인이 우는 장면은 솔직히 많이 어색하더라.

멀티맨 송형은과 멀티걸 이나영의 다방면에 걸친 활약은 눈부셨고

공연 시작 전과 중간중간 라이브 피아노연주와 노래를 부른

나이 지긋하신 재즈뮤지션도 인상적이었다.

(얼굴이 알려진 분이시던데 성함이 당췌 생각안나서...)

드라이브 장면과 샌드 아트 등 무대 영상도 괜찮았고

마지막에 영화처럼 앤딩크레딧이 올라가는것도 특이하더라.

무엇보다도 섹슈얼로 일관되거나 닭털같이 가볍기만 한 로코물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연극 속에서 만나는 영화적인 기법도 꽤 흥미롭고 재미있었고!

재관람 의사가 강력하게 생기는건 아니지만

한번쯤 일부러 찾아봐도 괜찮을 작품.

 

때로는 이런 발랄한 "유쾌함"이 명약이 되주더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2. 12. 08:16

<로맨티스트 죽이기>

부제 : 2012 국립극단 삼국유사 프로젝트

일시 : 2012.11.24. ~ 2012.12.09.

장소 : 백성희장민호 극장

극작 : 차근호

무대감독 : 변오영

무술감독 : 이국호

연출 : 양정웅

출연 : 한윤춘(김달), 전중용(임종), 정승길(도화), 오민석(진평왕),

        이승주(비형), 이국호, 김남중, 성민재, 계지현, 김도완, 풍성호,

        권신우, 송준석, 이창규, 영인

 

<루시드 드림>의 차근호 작가와 <한여름 밤의 꿈> 양정웅 연출의 만남!

삼국유사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은 정말 마지막답게 끝장이었다.

2시간 동안 나는 완전히 다른 세상 속에서 황홀하고 또 황홀했다.

이로써 9월 <꿈>으로 시작된 3개월간의 삼국유사 프로젝트 대장정도 모두 끝났다.

<꿈>, <꽃이다>, <나의 처용은 밤이면 양들을 사러 마켓에 간다>, <멸>, <로맨티스트 죽이기>

이상하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니 내가 뭐라고 가슴 한 켠이 휑~~하다.

황홀했고, 경외감이 들만큼 엄청난 여행이었다.

이 여행의 종착지였던 <로맨티스트 죽이기>

이 작품은 삼국유사 "도화녀와 비형량" 설화가 그 모티브란다.

작품의 거대함과 묵직함은 가히 언급하기 힘들 정도의 묵시론이었다.

뭐라고 운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속.수.무.책.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나는 확실히 그런 상태였다.

 

로맨티스트가 꿈꾸는 세상과 리얼리스트가 꿈꾸는 세상!

우리는 어떤 세상을 꿈꾸는가!

그리고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왕족과 귀족의 나라, 그 1500년전 신라가

우리가 사는 이 아비규환의 세상과 똑같은 현재의 모습으로 무대 위에 그려진다.

(게다가 같은 편 같은 왕족과 귀족은 또 자기들끼리 권력을 위해 또 열심히 싸운다.)

감각적인 영상과 심플한 무대.

클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조명과 음악.

그리고 15명의 남자들이 보여주는 현란하고 격동적인 아크로바틱의 세계는 눈을 휘황찬란하게 만든다.

(저건 사람이 할 수 있는 몸놀림이 아니야... 등짝을 열면 분명히 에너자이저가 들어있을거야...)

개인적으로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작품을 싫어하는데

이 작품은 거부감 전혀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봤다.]

 

로맨티스트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단다.

그래서 로맨티스트는 언제나 리얼리스트에게 죽임을 당한단다.

섬뜩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했던 로맨티스트 노무현 대통령이 떠올라서... 

로맨티스트는 수평과 대칭의 세상을 꿈꾸는데

리얼리스트는 수직과 대립의 세상을 꿈꾼다.

리얼리스트의 세계는 그래서 자기 밥그릇이 중요하다.

그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그렇게 기를 쓰고 남의 밥그릇 뺏기에 혈안이다.

그 밥그릇 싸움에 국민들 등짝은 갈라지고 피고름이 흐른다.

명예라는 건 개나 물어가라지!

리얼리스트의 세계에서는 로맨티스트는 도깨비가 될 수밖에 없다.

인간의 탈을 쓴 귀면(鬼面)의 도깨비.

도깨비로 태어나 도깨비로 죽는 이 땅의 숱한 풀잎들의 흔들림이 서럽다.

 

세상엔 세 종류의 인간이 있다.

로맨티스트, 리얼리스트, 그리고 로맨티스트를 가장한 리얼리스트.

김달과 비형, 그리고 도화로 대변되는 그 세계가,

어쩌자고 이 세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가 말이다!

조직폭력단의 비호를 받는 건설사업과 끊이지 않는 통치자의 친인척 비리.

정치와 경제의 오래고 끈질긴 유착관계.

그래서 사보타주(sabotage)가 생존의 필수조건이 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로맨티스트 죽이기>

이 작품은 어쩌면 이 세계를 향한 격정적이고 간절한 외침이자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배우가 무대 크루이기도 했던 이 작품.

아주 의도적인 구성이었다는 걸 작품을 보고 난 후 이해했다.

배우들은 한 번 무대 위로 오르면

공연이 끝날때까지 계속 무대 위에 머무른다. 

양쪽 사이드에 앉아서 무대 크루 역할을 하거나 의상을 교체하면서 다음 장면을 준비한다.

자칫하면 산만해질 수도 있었을텐데 동선과 무대 이용을 참 효과적으로 잘 다듬었다.

밥 딜런의 노래 "Knocking On Heaven's Door"도 끝장날만큼 멋진 활용이자 상징이었다.

(이렇게 멋져도 되는 건가!)

 

배우들의 연기는...

감히 뭐라 말도 못하겠다.

특히 김달 역의 한윤춘 배우는 경외심 그 이상이다.

단지 파격적인 노출을 했대서가 아니다.

왜 한윤춘이라는 배우를 지금에서야 알았나 가슴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완전히 장악했고 끝까지 놓치 않았다.

솔직히 무시무시한 공포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거대하고 위험한 배우, 한윤춘!

김달보다 배우 한유춘이 더 도깨비같다.

 

아무래도 난 도깨비불을 봐버린 것 같다.

오랫만에 제대로 홀렸다...

 

* 비형 역의 배우 이승수도 놀랍다.

  <내 심장을 쏴라!>에서도 인상적이었는데 어느 틈에 이렇게 멋진 배우가 되버렸을까?

  많이 놀랐다.

  이름은 그 이승수가 맞는데 정말 그때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과 연기라서...

  이 작품!

  안 본 사람들은 땅을 치고 후회할거다!

  배우들의 목소리에 홀린 기회를 잃어버린 건 정말이지 애통한 일이 될거다.

  (작품에 나오는 모든 배우들의 목소리... 와... 이건 정말 꿈이다!)

  갑자기 루저에서 승자가 된 듯한 이 승리감!

  정말 두고두고 손에 꼽을 작품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