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 7. 08:40

<베르테르>

일시 : 2013.12.03. ~ 2014.01.12.

장소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원작 :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극본 : 고선웅

연출 : 조광화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임태경, 엄기준 (베르테르) / 전미도, 이지혜 (롯데)

        이상현, 양준모 (알베르트) / 이승재, 최성원 (카인즈), 최나래 외

제작 : CJ E&M (주). 극단 갖가지

 

맙소사!

아무래도 엄기준은 이젠 연기만 해야 할 것 같다.

예전에 <몬테크리스토> 초연 이후론 그의 뮤지컬 무대는 기피해왔는데 그래도 "베르테르"는 아니겠지 하고 예매를 했었다.

솔직히 임태경보다 엄기준의 기대치가 월등히 높았다.

이제 이 작품은 더 이상 "반가운 나의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엄기준의 베르테르는,

다행히 연기는 좋았다.

순수하기도 했고, 절망적이기도 했고, 허무하기도 했고, 벅차기도 했다.

딱 베르테르의 느낌 그대로였다.

그런데...

노래를 부를 때는 왜 그 지경까지 되버린걸까?

누군가의 그러더라.

방금 전에 아주 신 레몬을 다섯개 정도는 먹고 나온 사람 같다고.

금방이라도 침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소리에

소리는 단 한 번도 터져나오지 못했고

호흠은 곧 인공호흡기라도 필요할 듯한 짧고 급박했다.

보는 내내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엄기준이라는 배우가 이랬던가.

과거의 그의 무대를 떠올리면서 너무 많이 안타까웠다.

나이 탓이라고 하기엔 이유가 너무 구차하다.

아무래도 엄기준은 이제 TV 브라운관이나 영화쪽에서의 활약상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

소리가... 소리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이 망가졌다.

그건 뮤지컬배우에겐 너무 절망적인 상태 아닌가!

엄기준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는 있는 걸까?

 

전미도 롯데는 이지혜만큼 조증은 아니라서 보기에 편안했지만

2막에서 베르테르와의 재회를 시작으로 점점 복잡해지는 감정을

거친 숨소리 하나로만 표현한 건 많이 아쉽다.

(이번 관람은 여기저기 거친 숨소리들로 제대로 사태가 났다 ㅠㅠ)

양준모 알베르트는 노래보다는 연기가 훨씬 좋더라.

이상현 알베르트가 젠틀하면서 귀족적이었다면

양준모는 알베르트는 자신의 분노를 최대한 누르면서

롯데를 위해 어떻게든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깊은 사랑이 보였다.

타이틀의 두 베르테르가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해서 그런지 이번엔 알베르트 쪽으로 훨씬 더 마음이 기운다.

뭐 사실 그게 현실이기도 하고...

 

이번 관람에서 가장 눈에 띄였던 배우는 카인즈 최성원.

매번 카인즈가 이상하게 변질(?)됐었는데

최성원은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카인즈에 가장 근접한 모습을 보여줬다.

노래와 감정표현도 좋았고 연기도 괜찮았다.

이 녀석이 좀 쑥쑥 컸으면 좋겠다.

소극장 공연들도 몇 작품 봤는데 다 괜찮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번 <베르테르>에서 "카인즈"를 건졌으니... ^^

 

무대, 의상, 조명, 엔딩, 커튼콜도 예전같은 감성은 아니었지만

음악 하나는 정말 좋았다.

특히나 음악감독 구소영의 건반과 거의 듀엣으로 연주되던 바이올린 소리는 참 이쁘더라.

(연주자가 남자분이시던데....)

커튼콜.

등지고 앉아있던 베르테르.

임태경도 그렇고 엄기준도 그렇고 참 없어 보이는 중년의 뒷태더라.

솔직히 여기서 그나마 있던 감성이 놀라서 달아났다.

중년의 뒷태에 앞에는 가당치도 않은 커더란 해바라기 조끼.

베르테르가 베르테르이기를 포기한 의상이었노라 말하고 싶다.

게다가 죽창처럼 해바라기를 둘고 줄줄이 서있는 앙상블들.

이건 정말이지 감성이라는게 끼어틀 틈을 여간해선 안 준다.

해바라기 농장과 자매결연이라도 맺으셨나...

무대에도, 장면에도, 의상에도, 오케스트라 피트석에도

너무 노골적으로 해바라기를 들이대니 참 당황스럽더라.

 

2012년도에 유니버셜 아트센터에 이에

베르테르가 내게 참 색다른 경험을 자꾸 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경험...

정말이지 이제 그만 하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12. 06:15

<김종욱 찾기>

일시 : 2007.10.23. ~ 2012.03.31.
장소 : 대학로 예술마당 1관
출연 : 정동화, 윤현민, 임강희, 소유진, 임기홍, 최연동

작품자체도 좋기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정동화 배우 때문에 다시 본 뮤지컬이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서 너무 인상 깊어서...
정동화, 임강희 임기홍.
캐스팅도 나무랄데가 없다.
정동화는 이 작품이 처음이지만 임강희는 과거에 여자 주인공을 했었고, 임기홍이야 멀티맨의 정석으로 이 작품의 공헌도가 이미 엄청나다.
그러니까 새로 김종욱이 된 정동화만 잘해주면(?) 된다는 뜻이다.
(본인 입장에서는 이게 조금이라도 부담감이 됐을까?)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구성과 음악이 참 탄탄한 착장 작품이다.
2007년부터 시작됐으니까 이제 나이도 제법 먹었다.
지금까지 김종욱 19명, 사랑이 두려운 여자 17명, 멀티맨 17명이 출연했다.

오만석, 엄기준을 시작으로 신성록, 정상윤을 거쳐 정동화, 윤현민까지
왠만한 남자 배우들이 이 작품을 통과의례처럼 지나왔다.
조금은 소심하고 찌질한 캐릭터와 댄디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는 재미. 
<지킬 앤 하이드>처럼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개의 역은 아니지만
유별나게 차이나지 않으면서도 확실히 다르게 두 인물을 표현해야 한다는 거.
배우로써는 한 번 쯤 해봄직한 배역인 것 같다.
이 작품도 10년쯤 되면
학전의 <지하철 1호선>처럼 역대 울연 배우들이 다 모여 이벤트 공연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번 시즌 6 공연에서는 라이브 밴드가 직접 무대 뒤에서 연주를 하는데 그것도 너무 좋았다.
소극장 공연이 라이브 반주가 변해간다는 건 정말 좋은 방향인 것 같다.
계속 라이브 연주를 해주면 좋겠는데 시즌 6에서만 한정적으로 한다니까 좀 서운하다.



늘 느끼는거지만 임기홍의 멀티맨은 참 대단하다.
신혼이라서 그런가?
안 그래도 넘치는 에너지와 끼가 예전보다 훨씬 넘친다.
뭐랄까 안정된 자의 여유가 느껴진다고 할까?
<못말리는 영애씨>도 병행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체력적으로 그저 놀라울 뿐이다.
(저질체력을 가진 사람이 늘 꿈꾸는 로망이 아닐 수 없다.)
에너지와 열정, 그리고 자기만의 멀티맨 캐릭터 구축에 관해서는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참 똑똑하고 현명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주연은 아니지만 극에 없어서는 안되는 감초로써 독보적인 존재감을 주는 배우다. 
그래서 나는 <김종욱 찾기>의 진정한 주인공은 임기홍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엄청난 순발력과 재치,
노래도 그 정도면 참 맛깔나게 잘 한다.
게다가 짧은 기럭지에 믿기지 않는 유연성까지...
어쩌다보니 임기홍 찬양 일색이 되버렸지만 암튼 좋은 배우라는 뜻 ^^
(내가 임기홍을 처음 본 게 2005년 한전아트홀에서 류정한이 지저스로 나왔던 <갓스펠>이라는 뮤지컬이었는데...)



정동화의 김종욱은 나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론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앨빈만큼 적역은 아니었던 것 같다.
<SOML>를 먼저 보지 않았다면 잘한다고 생각됐을 것 같긴 하다.
이 작품에서도 역시 표정과 딕션이 선명하고 명확하다.
<SOML>의 뽀그리 머리를 어떻게 하고 나오나 걱정했는데 그것도 손을 잘 본 것 같다.
아쉬움이 있다면 김종욱이 아닐 때 조금만 더 찌질했으면 하는 바람 정도!
두 캐릭터가 너무 차이가 없는 것 같아서...
그래도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배우 중 한 명임에는 분명없다.
다음 작품이 세종M 씨어터에서 4월부터 공연될 연극열전 4 <M버터플라이>란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재해석 작품인데
르네 역엔 김영민, 전노민이 더블 캐스팅
송 릴링 역에 김다현과 더블 캐스팅이 됐다.
개인적으로 김영민, 정동화 페어를 기대 중이다.
잘 하겠지! ^^
"믿어! 믿으면 다 되게 되있어!"

* 이 날 여간해서는 안 하기로 다짐한 '하루에 공연 2개 보기'를 했다.
  <백야>와 <김종욱 찾기>
  피곤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활력을 받고 돌아왔다.
  다행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10. 00:31
2011년 일순위를 장식한 나의 공연 레퍼토리는 바로 뮤지컬 <김종욱 찾기>
한때 뮤비컬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금발이 너무해, 빌리 엘리어트. 라디오 스타...)
이 작품은 정확히 그 순서를 역행한다.
오만석, 엄기준, 오나라, 전병욱이 초연멤버였던 <김종욱 찾기>는
창작뮤지컬로 대학로 소극장에서 꾸준히 자리를 잡아가더니
급기야는 영화로 만들어지는 나름의 성과를 이뤄냈다.
제대한 공유의 첫 복귀작으로 화재가 되기도 한 영화 <김종욱 찾기>
반듯한 차도남(그야말로 김종욱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공유의 찌질한 연기와
가녀리고 청순한 이미지가 강한 임수정의 털털한 연기가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였다.
영화 덕분에 뮤지컬까지 찾아볼 생각도 다하고...



이창용, 정운선, 임기홍.
작년 여름 <The story of my life> 이후에 오랫만에 이창용의 무대를 보는 것도 기대됐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 뮤지컬계 최고의 멀티맨(절대 과장 아니다) 임기홍을 본다는 게
이 뮤지컬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실제로 날짜를 정할 때 고려한 게 이 두 사람이 만나는 날이었다.
남녀노소를 넘나드는 1인 23역의 임기홍!
바로 옆집에서 <금발은 괴로워> 멀티맨까지 병행하고 있을 정도로
멀티맨에 관한한 독보적인 존재다.
이런 존개감를 갖는다는 거,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비록 주연이 될 기회는 줄어들겠지만
나름대로 치열한 뮤지컬계에 이렇게 확고한 자기 위치를 만들었다는 게 참 대단하다 싶다.
무대 뒤에서 바쁘기는 또 얼마나 바쁠지...
수시로 옷을 갈아입고 등장하느라 멀미가 나지 않을까?
아마도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도 많을 것 같다.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
운명은 멀리 있지 않단다.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이 운명일 수 있다는 조금은 낮부끄러운 명제가 이 뮤지컬의 골자다.
줄거리보다는 상황 전개가 독특하고 재미있다.
특히나 남자 주인공이 완전히 구별된 1인 2역을 연기해야 하기에 
연기력없이 섣불리 도전하기에는 좀 힘든 캐릭터다.
찌질남과 차도남!
이제 뮤지컬 3년차인 이창용은 캐릭터를 잘 만들어서 참 잘 하더라.
솔직히 김종욱일 때 그의 톤에 살짝 가슴이 설래기까지 했다.
부지런히 그리고 성실히 자신의 캐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이창용은
확실이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는 신예이긴 하다.
<이블데드>의 좀비루돌프의 비약의 발전이라니...
임수정이 영화에서 여주인공을 하는 바람에 정운선의 건강미 넘치는 모습은
좀 안스럽긴 했지만 노래와 발음, 표정 연기가 참 좋았다.
뮤지컬이 소위 말하는 원조인데 임수정 덕분에 여주인공 이미지에 선입견이 생기는 건 아닌지
솔직히 조금은 걱정스럽다.



유쾌하고 즐거운 뮤지컬이다.
조금만 (사실은 많이) 어렸다면 아마 더 재미있었을텐데
혼자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웃으면서 봤다.
운명이니 첫사랑이니...
이제는 참 가물가물하다.
그런게 있나 싶기도 하고...
어디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가 있으면 의뢰라도 해볼까?
나조차도 진즉에 잊어버린 내 첫사랑을 찾아달라고..
어쨌든 그 첫사랑이 내 운명은
결코 아니었던 모양이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8. 08:36
솔직히 내가 이 걸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잭 더 리퍼>와 함께 이상하게 끌리지 않았던 공연 <삼총사>
그런데 이걸 내가 봤다.
그것도 2010년 마지막 공연으로...
그리고 그 이유는 순전히 캐스팅 때문이었다.
달타냥 김무열, 아토스 서범석, 아라미스 민영기, 황제와 추기경 이정렬에 밀라디 서지영까지...
그러고보니 김법래씨에게 또 미안해진다.
한동안 이 양반 작품을 하도 안 봐서...
포르토스가 김법래였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뭐 김진수도 나쁘진 않았다.
(개그맨보다는 공연 배우로 자리를 잡아가는 김진수는 아무래도 방향전환을 잘 한 것 같다)



공연을 보다 보면
관객이 즐기게 되는 작품이 있고
배우가 즐기게 되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확실히 출연하는 배우들이 즐기면서 하는 작품인 것 같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그 즐김은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한 번 관람이라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겠지만
중간중간에 그날의 상황이나 출연 배우에 따라 애트립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게 자주 여기 저기에서 빵빵 터진다.
거기에 소위 아이돌 스타가 공연하는 날이면
관객의 호응도는 아마도 콘서트장을 방불하지 않을까?
(아이돌 스타와 엄기준까지 제거하니 다행스럽게도 개인적으로는 선택의 폭이 많이 좁아졌다)
줄거리와 내용은?
뭐 그게 중요한가?
달타냥의 대사가 <삼총사> 내용을 통째로 담고 있다.
"정의는 반드시 살아있다!'



정말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민영기.
이 사람 언제쯤 내 타는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까?
극중 극인 오페라 장면의 짧은 부분만으로는 내 오랜 갈증이 도저히 해소될 수 없다.
이러다 조만간 민영기 금단현상에 시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제발 민영기스러운 작품으로 한번쯤 컴백해주길...
기복없이 늘 최선을 다하는 서범석의 아토스는 탁월했다.
유준상과 아토스와 싱크로율이 서범석 아토스 때문에 상당히 모호해졌다.
뭐 그렇다고 그걸 굳이 확인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역시나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서지영은 노래와 대사 전달력 모두 뛰어났다.
확실히 연륜과 무대 경험은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서지영은 실력보다 과소평가되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앞으로 더 자주 무대에서 본인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길 기원한다.
김아선의 무대도 오랫만이라 반가웠고...
김아선, 김우형 두 오누이 요즘 참 분발하신다.
김아선이 <지킬 앤 하이드> 초연때 김소현과 엠마 역 더블 캐스팅이었는데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쨌든 재미있다.
두 오누이가 <지킬 앤 하이드>로 바통 터치하더니 이젠 완전 결별이다.(ㅋㅋ)
공연 속에 여러 차례 나오는 검투장면은 솔직히 좀 멋있더라.
합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부상도 만만찮을 같은데 연습을 얼마나 한 건지 대단들하다.
맨 앞 줄에서 보면서 많이 움찔움찔했다.
(참 실감나데~~~ 실수도...ㅋㅋ) 
어쨌든 2010년 마지막 날을 <삼총사>가 재미있고 유쾌하게 마무리해줬다.
그래도 두 번 보게 될 작품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앰뮤지컬컴퍼니 작품은 이상하게 잘 안 보게 된다.
기관총으로 난사하듯 하나의 캐릭터에 무수한 배우를 캐스팅하고
거기다 꼭 아이돌 스타 한둘씩 넣는 스타 마케팅으로 공연장을 콘서트장으로 환골탈태시킨다.
덕분에 작품의 집중력과 완성도가 떨어지고
앙상블은 그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느라 적쟎이 고생중일테다.
더군다나 달타냥은 아예 4명이나 되고 아이돌스타 규현과 제이까지 있다.
(그런데 솔직히 난 이들이 누군지 모른다... 격세지감이랄까???)
그것도 6개월을 넘기는 장기공연도 아닌데..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아이다>의 원캐스팅은 이변이랄 수도 있겠다.
마무리가 좀 이상해지긴 했지만
조만간에 <아이다>도 꼭 챙겨봐야겠다.
그러나... 성남은... 정말이지 참 멀다... 쩝!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0. 4. 06:08


나무 액터스와 악어 컴퍼니가 기획한 "무대가 좋다" 시리즈 2탄 <클로져>
이미 대학로에서 장기 공연을 여러번 했던 작품이라 신선할 것까진 없다.
단지 문근영이라는 국민 여동생이 스트립퍼라는 파격적인 성인 연기로 연극에 데뷔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엄청난 티켓전쟁을 만들어낸 문제작 되시겠다.
엄기준, 문근영 출연분은 수초만에 매진이 돼서
헛손질 몇 번에 황량한 자리만을 확인해야만 했다.
솔직히 많이 놀라긴 했다.
조승우의 <지킬 앤 하이드>를 보는 듯 했다.
(조승우도 10월이면 제대라는데 다들 서로 잡으려고 혈안이 되겠구나 싶다.)
워낙에 엄기준을 제외하고 생각했던지라
(이 사람 나랑 참 안 맞는다)
문근영, 이재호 춮연분은 다행스럽게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문근영 앨리스, 이재호 댄, 진경 안나, 배성우 래리.
내가 선택한 casting.
솔직히 말하면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긴 했었다.
내가 진짜 보고 싶었던 건 최광일 래리였지만
배성우도 워낙에 <Closer>에서 래리 역을 오래 했던 사람이라
뭐 나쁘진 않더라.
(정말 오래전 이야기긴 한데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란 뮤지컬에서 그는 참 안 어울렸었다...)
안나 역의 진경이야 워낙 연기를 잘하는 여배우라 선택의 고민이 전혀 없었고
(여전히 나는 연극 <이>의 녹수에는 그녀만한 사람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신인 이재호의 댄도 나쁘지는 않았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한 뉴페이스라는데
첫 작품에서 그야말로 기라성같은 배우들과 만난 셈이다.
행운이면서 불운이기도 했겠다.
꼭 그런 심정이지 않았을까?
"나만 잘하면 돼!"
표정연기가 많이 어색하고 다소 어린애스러운 액팅 부분이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목소리 톤이 맘에 든다.
목소리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탈렌트 정찬의 이미지와 많이 겹쳐진다.
더불어 TV 연기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혼자 해봤다 



개인적으론 이런 노골적인 대사들이 오가는 연극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겠지만
어쩐지 앨리스라는 역이 문근영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불량 청소년, 엄마 화장을 몰래 하고 나온 어설픈 문제아 쯤으로만 여겨지니
아무래도 국민 여동생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력하지 않나 싶다.
따지고 보면 문근영이라는 배우의 나이가  이제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귀여운 여고생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으니 말이다.
아마도 문근영에게도 국민 여동생의 이미지가 오래 간다면
배우로서는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영리한 배우니까 자신의 이미지를 잘 만들어 가겠지만 노파심에 한 마디 ^^
물론 연극 <클로져>에서 문근영의 연기가 나빴다는 뜻은 아니다.
순간적인 몰입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도 좋았고 딕션 또한 정확했다.
표정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좀 거슬리긴 했지만.



사랑의 첫번째 조건은 타협이란다.
처음 본 낯선 사람에게 사랑에 빠질 수 있다면,
그 사람을 곁에 두고 또 다른 낯선 사람과 사랑에 빠지지 않을거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그래서 앨리스는 안나에게 이런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 유혹에 넘어간거야" 라고...
사랑은 타협이기도 하지만
무언의 룰을 지키지 않을 때에는 대가를 치뤄야 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랑에 필요한 두번째 조건은 어쩌면 "정의"가 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유가,
"그 사람에겐 내가 필요하지 않아서" 라고 말하는 댄도
그런 댄을 "집요하게, 이해를 못 할 정도로" 사랑하는 앨리스도
그래서 모두 다 낯선 사람들일 뿐이다.
앨리스는 안나에게 묻는다
"왜 그랬어요?"
그리고 래리는 안나에게 묻는다.
"왜 하필 그 자식이야?"
그리고 극의 마지막엔 안나의 입을 통해 또 하나의 질문이 던져진다.
"우린 왜 그랬을까?"



연극과 영화의 느낌은 당연히 다르겠지만
이 작품은 특히나 차이가 난다.
연극이 훨씬 더 가볍다고나 할까?
문근영이 아니었다면 솔직히 챙겨보지 않았을 작품이다.
참 많이 대학로에 올려졌는데도 매번 초지일관 외면했었는데...

혹시 한 눈에 반하는 낯선 사람과의 사랑을 찾고 있는가?
그렇다면 타협과 정의의 룰을 반드시 지킬 것을 조언한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를 무시할 때 그 결과는
연극에서처럼 누구에게도 해피하지 않기에...
선택했다면,
타협하라!
그리고 반드시 정의롭게 행동하라!

내게 연극 <클로져>는 두개의 화두를 남겼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7. 13. 06:39

"연극열전"처럼 계속 이어지는 시리즈 연극 기획물이 하나 더 생겼다.
"무대가 좋다"가 바로 그 주인공.
착한 글레머(?)라며 요즘 주가가 한창 상승 중인 연기자 신세경이 홍보대사다.
다양하고 좋은 연극이 활성화를 위해서
개인적으로는 이런 기획들이 더 많아진다면 좋겠다.
야심차게(?) 준비한 "무대가 좋다"가 선택한 첫 번째 작품 <풀 포 러브>
일단은 출연진이 무지 화려하다.
나무 엑터스(그래서 출연진이 거의 나무 엑터스 소속 탈렌트들이다)와
거대기업 CJ 엔터테이먼트, 악어컴퍼니가 손을 잡고 기획했단다.
남자 주인공 에디 역에 박건형, 한정수, 조동혁
여자 주인공 메이 역은 김정화와 김효진
이 심각한 이야기의 원인 제공자인 아버지 역엔 남명렬.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이의 새 남자 친구 역의 박해수까지...
브라운관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해도 정말 과언이 아닌 프로필들이다.
거기다가 2년 6개월만에 뮤지컬 무대에서 연극으로 복귀한 조광화 연출작.
어쨌든 조금은 기대를 하게 만들긴 했다.



Fool for Love
이복남매인 주인공 에디와 메이.
뭐 이 정도까지만 이야기해도 대충 감이 잡히는 내용이다.
"너를 찾아 4,000 킬로미터..."
에디는 자신을 떠난 이복동생이자 연인인 메이를 찾기 위해 4,000 킬로미터를 달려 
드디어 이곳 모텔을 찾아왔다.
메이는 새로운 직장도  남자 친구도 생겼다며
더 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떠날 것을 종용한다.
포스터엔 "격정적인 사랑의 광시곡!"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치명적인 끌림, 사랑과 증오, 우정과 질투 모든 것을 보여주는 연극이라는 해외언론평도 있다.
그런데 어쩌지?
보고 난 솔직한 심정은 Fool이 된 것 같다.
해외에서는 그랬는지 몰라도
내가 본 연극에서는 격정은 없고 단지 코믹만 있더라.
도대체 에디는 왜 4,000 킬로미터를 쉬지않고  달려왔을까?
고작 이렇게 농담따먹기나 하려고???
껄렁함을 넘어 멘탈이 수시로 이탈한 것 같은 에디와
시종일관 고음역대의 소리를 그야말로 바락바락 질러대던 메이.
(개인적으로 정말 듣기 싫은 소리영역이라 무지 괴로웠다)
이들의 목적이 고문인가 싶기도 했다.
어쩌면 그렇게 포스터의 느낌과 완전히 동떨어지는지...
마치 공갈빵을 손에 쥔 기분이다.
이 허무한 배신감을 뭐라고 표현할까?
그래도 뮤지컬이긴 하지만 무대경험이 많은 박건형과 김정화마저도 이런 시츄에이션이니
조동혁, 한정수, 김효진의 만남도 진지하게 걱정스럽다.



배두들의 톤을 들으면 내가 다 민망하고 절박해진다.
부족한 연습기간이 턱없는 흠으로 자주자주 드러난다.
급기야는 사소한 것들까지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어쩌자고 여주인공의 치마는 침대보와 똑같은 천이고
(그 모텔에 투숙하려면 동일한 유니폼이라도 입어야 하는 건가!)
황당하고 학예회스럽던 음향과 시작과 끝에 나오는 극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던 중얼중얼 거리는 노래.
(그런데 더 황당한 건 이 연극이 사실은 그 노래 분위기 같아야 했다는 사실이다)
오렌지빛 조명은 불안하고 뭔가 자극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해서 처음엔 좋았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이상하게 집창촌은 연상시켜 점점 불편해졌다.
차라리 대놓고 코믹 연극이라고 했으면 나는 유쾌하게 하하 웃으며 잘 봤다고 말할 수 있었으리라.
이례없이 길게 줄을 서가면서 표를 찾고
오랫만에 꽉찬 연극 객석을 보면서 흐뭇했었는데
찜찜한 기분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배우들의 명성에 실려 흥행에는 성공하겠지만
결코 좋은 평가를 받기에는 어려운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래도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이복남매의 사랑이라는 소재도 한 몫을 했겠지만...
보고 난 느낌은 대략 난감이다.
혹 모르지.
아직 시작이니고 9월 12일까지 한다니까 그 사이에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연...)
스스로 연극 첫 무대가 감격스러웠는지 박건형은 시종일관
극의 분위가와 어울리지 않게 소풍나온 아이처럼 어이없이 천진하다.
덩달이 시리즈도 아닌데 김정화까지도...
보물찾기까지 끝나고 소풍이 마무리가 되면 그제야 분위기 파악이 될라나?
제발 그랬으면...



배우들의 연기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혼란스럽고 괴리감마저 느낀다.
마치 두 개의 채녈을 수시로 돌리고 있는 느낌이랄까?
스토리 진행자(?)처럼 환상의 존재로 등장하는 아버지 역의 남명렬의 투혼이
오히려 눈물겹기까지하다.
(그런데 나는 극 중간에 그가 침대 밑에서 등장하는 그 말도 안되게 코믹한 모습이 너무 싫다)
그리고 그닥 존재감 있는 배역이 아닌 박해일의 모습까지도...
(이 사람 어디서 봤지? 생각했는데 목소리 듣고 기억했다. 뮤지컬 "영웅"에서 선생님으로 출연했던 배우)
나무 엑터스 김동식 대표는 계속 "무대가 좋다"에 소속 배우들을 출연시킬 계획이고
공연은 어찌됐든 대박을 칠 것이다.
그렇다면 기왕 대박 칠 거,
좀 치열하고 제대로 대박을 치면 좋겠다.
"연극열전" 역시나 연예인을 기용해 흥행에 어느 정도 성공을 하긴 했지만
"무대가 좋다" 기획보다는 그래도 더 괜찮았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됐다
다음 공연될 연극은 얼마전까지 공연됐던 <클로져>다.
안전하게 가겠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미 문제작이 될 전망이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과 요즘 TV와 영화까지 진출해 맹활약중인 배우 "엄기준"이 주인공이란다.
벌써 홍보 문구는 "문근영 스트립 댄서 되다!" 뭐 대략 이런 난감한 멘트로 시작된다.
티켓 오픈하면 이건 뭐 전쟁터가 따로 없겠구나 싶다.
혹시 "무대가 좋다"가 노린 게 바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라인업으로 나온 작품 중 소위 울겨먹는 작품이 상당하다.
(풀포러브. 클로져, 프루프, 트루웨스트, 댓페이스, 아트, 거미여인의 키스, 3일간의 비)
"무대가 좋다"라는 말이 과연 누구를 향해 좋은 건지
점점 궁금해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5. 12. 06:27
원래 예정대로라면
5월 2일 류정한의 몬테크리스토를 다시 보는 거였는데
1박 2일로 함평 나비축제를 다녀오느라
엄기준의 몬테크리스토로 계획이 수정됐다.
몬테크리스토(엄기준)와 아베 파리아(이용근)을 제외하면
다른 캐스팅은 4월 21일과 동일하다.
(차지연 메르세데스는 아무래도 나랑 인연이 없는 모양이다)



배우 엄기준을 무대 위에서 보는 건 정말 오랫만이다.
생각해보니 그의 무대를 본 건 거의가 다 소극장, 중극장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엄기준"을 이야기할 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를 빼놓을 수는 없겠다.
엄기준과 조정은의 페어는 아름답고 그리고 아팠다.
그에겐 딱 "베르테르"의 감성이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사실은 조금 기대를 했었다.
그가 그토록 좋아하는 <지킬 앤 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 작품 <몬테크리스토>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고 TV 연기자로 변한 그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가 됐을지도 궁금했다.
지금까지 내가 봤던 엄기준의 작품들은...
괜찮았다. 그에게 썩 잘 어울렸었다.
카르멘, 젊베슬, 어쌔신, 그리스. 사랑은 비를 타고...
(쓰고 보니 그의 최근 작품은 거의 못 본 상태다. 그래서 더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깜짝 놀랐다.
엄기준이라는 배우가 이랬었나???
1막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나는 당황스러웠다.
류정한의 첫공때 나는 무대때문에 화가 났었지만
적어도 그 무대에 서 있는 배우때문에 화가 나지는 않았었다.
엄기준의 몬테크리스토는 유니버설아트센터의 소음과 번잡함 만큼이나
어색하고 그리고 확실히 부족했다.
(나는 아마 그도 느끼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의 딕션은 때때로 명확하지 않게 뭉겨졌으며 표정은 그로테스크하게 과장됐다.
(무대와 너무 가까이 앉았다고 나는 나 자신을 책망했다. 좀 멀리 앉지 그랬느냐고...)
뮤지컬 넘버들을 너무 힘겹고 부르던 모습과
심지어 고음을 과감하게(?) 뭉턱 짤라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다 민망했다.
엄기준은 메르세데스(옥주현)에겐 단지 연하남처럼 유약했으며
빌포트(조순창)에게는 당당하지 못한 그야말로 겁먹은 죄인의 모습이었고
스승 파리아(이용근)에게는 제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는 찌질이에 불과했다.
엄기준의 단테스라는 인물은 결코 몬테크리스토로 변해 복수를 할 수 있는 위인이 아니다.
이런 느낌이었으니 극이 진행될수록 어리둥절할 수밖에...
(쓰고 보니 내가 다 참담하다...)
원래 엄기준이란 배우가 그랬던가?
나는 자꾸 이 질문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옥주현은 첫공때보다 확실히 훨씬 더 좋았다.
첫공때는 나는 메르세데스의 감정에 단 한번도 공감할 수 없었는데
두번째에는 그녀의 눈물이 아팠다.
(그렇다고 100% 공감은 아니다)
이날 무대에서 그 누구보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던 배우는
바로 몬데고 "최민철"이었다.
첫공때 나는 그가 자리를 잡고 있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타까웠고 그의 방황(?)의 이유가 궁금했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그가 이 뮤지컬의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1막에서 단테스가 불렀던 복수를 다짐하는 노래(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의 일부를
2막에서는 몬데고가 부르게 되는데
솔직히 말해서 두 사람의 모습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관객들의 박수소리도 많이 차이가 났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겠다.
최민철의 몬데고는 표정과 톤, 그리고 액션도 아주 적절했다.
그가 무대에서 자기 자리를 찾은게 나는 몹시 반가웠다.
(역시 최민철 ^^)



첫공때 조원희의 아베 파리아가 과장이 너무 심하고 코믹해서 못마땅했는데
이용근의 파리아는 더 코믹하더라.
그래도 죽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긴 했다.
(조원희때는 너무 힘차게 사망하셔서 ^^;;  많이 당황스러웠는데...)
무대 소음은 여전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공연이었다.
스크린도 첫공 때처럼 실수도 없었고 어색하지도 않았다.
(첫공때는 단테스가 자루에서 빠져나올 때 화면 전환이 늦었었고
 다른 부분에서도 타이밍이 정확하지 않았었는데...)
결국 문제는,
단테스이자 몬테크리스토였던 "엄기준"이었다는 건데...
오랜 뮤지컬 배우로서의 그의 내공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에게 이제부터는 TV 연기자로서의 재능만을 기대해야 하는 건가???
간절히 그의 come back을 외치고 싶다.
"Come back! Mr. Um. Please!"


                                                   2010. 05.04. 몬테크리스토 커튼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4. 26. 05:44


일    시: 2010.04.21. ~2010.06.13.
장    소 : 유니버설아트센터
작    곡 : 프랭크 와일드혼 /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casting : 몬테크리스토 백작(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메르세데스(옥주현, 차지현)
             아베 파리아(조원희, 이원근),
             몬데고(최민철, 조휘),
             빌포트(조순창), 당글라르(장대웅), 
             알버트(김승대, 전동석) 그 외...


<2010.04.21. casting>

몬테크리스토 : 류정한 / 메르세데스 : 옥주현
아베 파리아   : 조원희 / 몬데고       : 최민철 
알버트          : 김승대

첫공을 아무 망설임 없이 선택한 건
오로지 이 사람,
뮤지컬 배우 "류정한" 때문이었다.
조금 쉬고 싶었는데 뮤지컬 넘버가 너무 좋아  휴식기를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는 작품.
그리고 무엇보다 <지킬 &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이니
그로서도 역시 탐나지 않을 수 없었겠다.
<영웅>에 이어 <라만차> 서울 공연과 지방 공연을 다니느라 참 지쳤을텐데...
그를 또 다시 불러들이는 무대 때문에
그의 매니아들 역시 또 다시 기꺼이 좌석쟁탈전을 준비한다.
(클릭이 빠른 자, 가까이서 그를 보리니...)



개인적으로는 옥주현의 뮤지컬 무대를 처음 봤다.
감정연기도 나쁘지 않고 노래도 잘 하는 건 정말이지 충분히 알겠다.
그런데 이상하지?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약간 들떠있고 그리고 숨소리가 너무 크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의 어머니를 보는 것 내겐 좀 당황스러운 모습이다.
(그냥 내내 여자이기로 선택한 거라면 할 말이 없지만...)
오랫만에 본 최민철의 무대는 아직 중심을 잡지 못하겠다.
캐릭터 설정을 그렇게 한건지,
아니면 그가 현재 좀 방황(?)하는 중인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올려진다고 했을 때
일부러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완역본 5권을 찾아 읽었다.
(내가 생각해도 정성이 갸륵하다)
그런데 원작을 괜히 본건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원작과는 느낌이 참 많이 다르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3인의 몬테크리스토 (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그런데 이 사진들 다들 좀 심하시다... ^^


알렉상드르 뒤마의 결말은 메르세데스와 에드몽 당테스의 헤피엔딩이 아니다.
당테스는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다시 배 위에서 길을 떠난다.
그의 곁에는 메르세데스가 아닌 다른 여자가 있다.
지조없는 남자라고?
아니! 원작을 읽으면서 나는 그 결말이 몹시도 좋았다.
그리고 그가 모렐 선주의 아들 막시밀리앙에게 남긴 편지의 마지막 구절이
결국 이 이야기의 모든 걸 대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뮤지컬에서는 몬테크리스토의 아들같은 존재인 막시밀리앙이 등장하지 않는다)

"...... 인간의 지혜는 오직 다음 두 마디 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는 이 문장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냈다.
극의 내용에 맞게 조금 더 극적인 문장으로 말이다.

"......정의는 갖는 자의 것, 사랑은 주는 자의 것...."

그러니까 이 뮤지컬의 주제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연하지!
정의로 사랑을 통합하긴 힘들겠지만
사랑으로 정의를 통합하긴 훨씬 더 드라마틱 할테니까...


                    연출가 : 로버트 요한슨                         메르세데스 옥주현, 몬테크리스토 류정한

뜬금없는 배역과 내용에 원작을 읽은 나로서는 처음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너무 과하게 코믹한 설정으로 나오는 파리아 신부,
(원작에선 이 사람은 현자, 석학자의 이미지였는데.... 쩝!)
이프 감옥에서 탈출에 성공한 당테스를 구출하는 배가 해적선이라는 설정,
거기다가 그 해적선의 선장인 루이스 밤파가 여자로 나오는 장면
그리고 원작에 없는 이름 "발렌타인"까지...
(이건 너무 달콤하쟎아~~~)
참 많은 창조적 과정으로 거쳐서 뮤지컬이 탄생된 셈이다.
여기에 당테스와 몬테고가 뮤지컬에서처럼 친구 사이가 아니라
몬테고가 메르세데스의 사촌오빠로 원작엔 나온다면 좀 놀라울까???
(뭐, 18세기엔 근친의 성행했으니까...)
그리고 알버트는 몬테크리스토의 아들이 아니라
몬데고의 아들이 맞다고 말한다면...
(에이. 그만 할란다~~)


                                                                               2장의 사진 출처 : 건승정한 ^^
뭐 어쨌든 좌우지간,
작품 자체는 확실히 나쁘지 않다.
문제는 공연장이 아주 확실하게, 너무도 완벽하게 나쁘다는 거다.
왜 하필 "유니버설아트"냐고 고개를 저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공연장의 열악한 조건이 공연의 감동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반감시킬 수 있는지
절실히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나, <삼총사>와 <살인마 잭>을 모두 넘겼다. 유니버설아트라서...)
내 귓 속에는 아직도 삐그덕거리며 완전 100% 수동으로 설치되던 
무대셋트들의 소음으로 가득하다.
(열심히 무대 설치하는 사람들에게 당신 발소리 무지 크다고 말한다면 내가 죽일년인가?
 암튼 출연료는 제일 많이 주어야 할 것 같아. 어쨌든 제일 많이 무대에 등장하니까...)
이 공연장의 총체적이고 절대적인 난국이
빠른 시간 안에 해결되길 나는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몬테크리스토가 고향으로 돌아와 처음 연회를 여는 장면에서
(정확히 말해서 빨간색 망토를 휘날리며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장면)
살짝 미스코리아 Feel이 느껴지는 건 나 혼자만이었을까?
(여러분! 아름다운 밤이예요~~~)
아무튼 이 작품을 위해서
마흔이 넘은 몸을 이끌고 멋지게 힘준(?) 복근을 보여준 류정한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잘하면 머지 않아 화려한 "액션 히어로"로 등극하지 않을까???
결투 장면은 정말 실감나더라.
(그것도 매번... 이 뮤지컬, 칼싸움 정말 여러번 나온다)
배우들이 하나하나 정확하게 동작을 맞추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을까를 생각하니 대단하다 싶다.
저러다 다치는 건 아닌가 솔직히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그만큼 실감이 난다는 뜻 ^^
이 상태로 가다간 조만간 배우 류정한 배에도 멋진 리얼 초코릿 복근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

 
                                                       류정한, 차지연 <언제나 그대 곁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 15. 13:16
오만석,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
초연때 4명의 헤드윅을 다 봤었다.
여장이 가장 예뻤던 건 역시 김다현 (여자보다 더 예쁘다. 꽃다현... 이기적이더라...)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송용진 헤드윅이었노라 나름데로 결론을 맺었다.
조승우 헤드윅은 숱한 여성들의 비명소리에 묻혀 입만 댓발 나왔던 기억...
(대부분 제 뭐래니? 하고 옆엔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관객들이여! 제발 타이밍에 맞춰 소리를 지르든 떡실신을 하시든 하라!)
오만석 헤드윅은 심야 공연이라 심신이 피로한 중에  
오만석 손 잡겠다고 내민 누군가의 손에 뒷통수 얼얼했던 기억이 새롭다.
(아프긴 했지만 덕분에 정신 하나는 바짝 들더라...)
그래도 오만석의 "The origin of love"는 정말 눈물나게 아름답고 서글프더라.



역대 헤드윅의 모습들로 꾸며진 포토존은 어딘지 모르게 신선하게 느껴진다.
사진을 보니 개인적으로
송창의, 엄기준, 조정석의 헤드윅이 어땠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뮤지컬 <헤드윅>
OST는 정말 너무나도 환장하게 좋은데 초연 이후 왠지 안 보게 된 뮤지컬.
(아무래도 악을 쓰며 방방 뛰기에는 기력이 너무 처절했던게지...)
윤도현의 가세로 새롭게(?) 불이 붙은 헤드윅을 다시 보게 된 건
순전히 최재웅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나는 왜 항상 최재웅, 박정환에 여지없이 끌려다닐까???)
최재웅에게 헤드윅 가발이?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무거운 가발 때문에 살짝 처진 눈꼬리가 더 내려가는 건 아닌지 솔직히 걱정스러웠다.



군대에서 열심히 대본 읽고 있을 조승우가
절친 최재웅에게 권한 뮤지컬이란다.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 이어 이 남자, 참 친구 말 잘 듣는다 싶다.
(뭐 결론적으로 따지자면 나쁜 선택은 아니었지만...)
은근히 조승우라는 배우, 캐스팅 디렉터를 해도 되겠다 싶다.
의외의 발견 이츠학 최소영에 놀라다.
노래도 잘하고 무엇보다 사람이 그렇게 긴 다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확실히 너무나 이기적이다. ^^



최재웅의 헤드윅은...
생각보다는 헤드윅(?)스럽지 않았다.
목소리 톤의 변화가 별로 없었고 관객들과 소통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
엥그리 인치 밴드는 오랫동안 헤드윅을 해 왔기 때문에
완벽에 가깝다.
간혹 최재웅 헤드윅이 이질감 느껴지는 존재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오히려 헤드윅일 때의 최재웅보다
토미 노시스일 때의 최재웅이 훨씬 괜찮다.
그래도 그만의 표정과 감정표현들은 상당히 괜찮은 부분들도 많이 있었다.
모호한 느낌...
헤드윅의 존재가 원래 그렇긴 하지만...
어쩐지 그에겐 헤드윅이 딱 적합한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그의 변화는 놀랍다.
나는 그가 헤드윅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헤드윅을 무대에서 연기하기 위해
배우들은 엄청난 메이크업에 무거운 가발을 쓰고, 몸의 털을 밀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는다.
그리고 마지막 토마토를 으깨는 장면을 위해서는 
피나는  몸만들기가 필수!
군살없는 몸매에 매끄러움까지 갖춰야 하는 난코스가 남자 배우들을 기다린다.
이런 도전만으로도 어쩌면 <헤드윅>은  욕심이 생기는 배역이리라.



여자가 되어야 하는 남자와,
남자가 되어야 하는 여자의 이야기
헤드윅은 확실히 참 괜찮은 작품임은 분명하다.
아름다운 OST의 향연과 그리고 심장을 울리는 엄청난 비트.
내노라 하는 국내 유명 세션으로 구성된 라이브 밴드 엥그리 인치의 연주
공연장 안은 콘서트장이 되어버린다..
거기다 연민과 안스러움, 슬픔과 허무함까지.
충격적인 내용들이 반복되다가도
어느 순간 유머 또한 잃지 않고 톡톡 튀어나온다.

문제는 그러니까 그거다.
헤드윅을 누가 하느냐...
최재웅!
그의 선택은 모호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좀 방황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7. 06:09



스티븐 손드하임의 문제작 <암살자들>
2005년도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관람 후 머리가 복잡하고 어지러웠다.
내 손에 한 자루 총이 들려있었다면 어쩌면
가차없이 대통령을 향해서가 아니라 내 머리통을 향해 쏘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던 기억도... ^^
엄기준, 오만석, 최재웅, 송영규, 박정환, 최민철, 김무열, 오세준, 홍윤희, 한혜숙...
지금은 정말 엄청난 배우들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 출연했던 뮤지컬 <어쌔신>
내용이 어쨌든 간에 일단 별들의 전쟁이라고 생각했었다.
당대 뮤지컬 좀 한다는 남자 배우들이 모두 참여했던 작품 <어쌔신>
그리고 나는 <어쌔신>을
명성과 출연진보다도
보고 난 후 곱씹을수록 묘하게 점점 더 좋아졌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손드하임의 매력은 내게는 그렇다.
두고두고 소처럼 오랜 되새김질을 하게 만드는 사람
<스위니토드>를 보면서도 <컴퍼니>를 보면서도 그랬다.
<어쌔신>과 달랐다면 두 작품은 모두 보면서 바로 느낌이 왔었다는 것.
하지만 어쨌든 손드하임의 작품 모두는 내게 곱씹을수록 더 깊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2005년 공연 포스터>              < 2009년 포스터>

--> 개인적으로 2005년도 포스터가 맘에 든다.
       2009년도 포스터는 너무 소란스럽고 수다스럽다. 

<2005년/2009년 어쌔신 Casting>

존 윌크스 부스    : 엄기준(2005) - 강태을(2009)                 찰리 귀토        : 송영규(2005) - 김대종(2009)
새뮤얼 비크        : 오만석(2005) - 한지상(2009)                 레온 촐고즈     : 최민철(2005) - 이   석(2009)
쥬세페 장가라     : 박정환(2005) - 이창용(2009)                 존 헝클리        : 김무열(2005) - 김대명(2009)
리넷 스퀴키 프롬 : 한혜숙(2005) - 임문희(2009)                 사라 제인 무어 : 홍윤희(2005) - 최혁주(2009) 
오스왈드 & 발라디어 : 최재웅(2005)  - 최재웅, 이경수(2009)



역대 미 대통령을 암살한 9명 모두를 한자리에 불러 모으다...
이 발상 자체만으로도 지극히 매력적이다.
징하게 살 맛 나는(?) 지금의 우리 현실을 향해
유쾌한 한방을 날리는 개운함이라는 말도 꼭 해두자.
"대통령을 겨냥한 총구"라니...
무모할지라도,
상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은가? 



사진은 많이 흔들렸지만 일부러 찾아본 캐스팅이다.
최재웅의 오스왈드!
얼마 전 계원예고때부터 절친이었던 조승우와 함께 촬영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한 최재웅.
(그의 "뇌전"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의 다음 영화를 나는 기대한다...)
초연때 그의 목소리는 그 숱한 별들 앞에서도 귀에 속속 들어왔었다.
그때 이 사람이 출연하는 작품은 꼭 챙겨봐야지 혼자 다짐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의 작품을 참 많이 안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무대가 좋다. 
느긋한 믿음감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더불어 나 또한 너무 느긋해져서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놓쳐버린 그의 작품들이 숱하게 많다... ^^;;)
그런 그가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게 뮤지컬 <헤드윅>이다. 
당연히 나는 이번에도 그의 <헤드윅> 역시나 무지 궁금하다.
(헤드윅은 초연 때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 오만석 4명의 캐스팅를 전부 봤다. 그 이후엔? 안 봤다. 어쩌다보니...)
물론 무지 이쁘겠지... 그럼 다른 것들은?


          <오스왈드 & 발라디어 : 최재웅>                     <존 윌크스 부스 : 강태을>

프레스콜 사진 속에 담긴 그의 얼굴은 좀 불안했다.
그래도 무대 위에서 확인해야 옳은 거라 느긋하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찾게 된 신촌의 The Stage
전체적으로 극은 초연때보다도 너무 많이 가벼워지고 코믹해졌다.
초연때 거부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름데로 쉽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었을까?
좀 아쉽다.
아니 사실은 너무 많이 아쉽다.
블랙 코미디같은 날선 예리함과 이유있는 비꼼이 사라졌다.
초연의 기억을 미련맞은 소처럼 너무 오래 곱씹었던가?
장난기 넘친 발라디어에 순간 멈칫하다.
그러나 최재웅의 오스왈드는 오히려 더 깊어졌다.
이게 바로 그의 진면목이구나...
하나의 극 속에서 그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두 가지의 인물로 등장한다.
<어쌔신>의 대표 주인공을 사람들은 존 윌크스 부스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바로 오스왈드가 진짜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이야기는 오스왈드의 선택에 의해 귀결되기에...
그의 선택이 없다면 결코 8명의 암살자들 모두가
시공을 초월해 한자리에 모일 수 없을테니까... ^^



스티븐 손드하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만든 사람이라고 하면 다들 무릎을 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류(어쌔신, 스위니토드)의 손드하임 작품들이 훨씬 좋다.
뭐 인간 자체가 우중중하고 전체적으로 조증모드라서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초연의 무대와 다르게
무대 양 편으로 피아노 두 대가 놓여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배우들...
<쓰릴 미> 때도 그랬지만 단지 피아노 하나만으로
극을 전개시킬 수 있다는 게 신비스럽다.
그리고 더 신비한 건,
피아노 하나만으로도 그 느낌이 충분히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음악에 익숙한 사람에겐 어쩌면 너무 단조롭게만 들려 심심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들에게 살짝 말해주고 싶다.
원래 암살은 단조롭고 은밀한 거라고...
비겁하게 숨어서 조용히 숨을 죽이며 기다리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결정적으로 더 비겁하게 몸을 숨기고 한 지점(가슴팍 또는 머리통)을 향해 총을 쏘는 거라고...
준비동작이 화려할수록
발각의 위험은 오히려 증가한다.



레온 촐고츠의 이석, 찰리 귀토의 김대종, 새무얼 비크의 한지상
세 명이 눈에 띈다.
레온 촐고츠의 촛점 없던 멍한 눈빛과
(이석씨의 성공적인,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다이어트에 박수를...)
환상에 빠져 자신만의 "케세라세라" 의 세계에 빠져있던 찰리 귀토.
두 사람은 초연의 느낌보다 개인적으론 더 맘에 든다.
그리고 초연시 오만석의 했던 새무얼 비크 역을 했던 한지상.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던가.
아마도 그는 군생활 중 후회는 없겠구나 싶다.
적당한 광기와 빈정거림, 그리고 번특이며 굴러다니던(?) 눈동자.
상당히 파격적으로 나오는 인물 새무얼 비크(대사의 대부분이 욕설 같은 느낌이라서... ^^';;)
한지상은 대체로 두려움 없이 잘 해낸 것 같다.
한동안 그는 금단현상에 시달리겠구나... 무대 위의 시간들이 그리워서..
아쉬웠다면 하얀 옷의 산타...
어두운 극의 분위기와 선명하게 대비되기에 그리 어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쩐지 산타는 빨간색이여야 맞는 것 같다.
(습관이란 이렇게 무섭다. ^^)



존 윌크스 부스 강태을.
개인적으로 엄기준의 존 윌크스 부스도 맘에 들진 않았지만
강태을의 부스는 너무 코믹스럽다.
(이 사람이 요즘 뮤지컬계의 꽃미남이라고 불린다. 나는 딱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이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던걸까?
무대 위에서 제일 이해가 안 가는 인물이었다.
코믹해도 "신념"과 "확신"은 있어야 하는데 그의 부스에게선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더 사격장 주인 같았다면 내 답답함이 이해가 될까?
그리고 리넷 스퀴키 프롬의 임문희.
그녀에게 미안하지만 실망했다는 말 또한 남겨두자.
역 자체가 상당히 "똘기" 흐르는 배역이긴 하지만
그렇게 극심한(?) 백치미까지 소유한 보기드문(?) 인물은 절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2005년 빨간 산타 복장의 오만석 새무얼 비크>

놀이동산의 페러이드를 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소극장 도전은 참 좋았는데
그 의도만큼 작품이 잘 나와주지 않은 것 같다.
오랫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했었는데
결론은 기대한 것 보다 너무나 많이 아쉽다.
또 다시 미련한 소가 될 작정을 했었는데 돼새김할 게 별로 없다.
텅 빈 위를 들여다보는 미련한 소의 당혹감이라니...

중요한 건,
"정조준"이다.
정확한 목표를 향해 정확한 조준을 해야만 정확히 꿰뚫을 수 있다는 사실.
그런데 그들의 조준은 아무래도 좀 빗나간 것 같다.
목표물을 향해 잘 발사된 총알마저도
옆의 총알에 의해 궤도를 이탈하고 만다.
결국은,
방향을 잃은 총알 세례까지 피해야하는 
황당한 슬랩스틱 코믹버전 총격전을 본 기분이다.
공연이 끝나고 지상으로 복귀하는 어깨가
왠지 뻐근하고 묵직하다.

"그래, 결코 총질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