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4. 3. 08:33

<M.Butterfly>

일시 : 2014.03.08. ~ 2014.06.01.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무대미술 : 이태섭 

연출 : 김광보

출연 : 이석준, 이승주 (르네 갈리마르) / 김다현, 전성우 (송 릴링)

        손진환, 정수영, 유성주, 이소희, 빈혜경

제작 : 연극열전

 

2012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초연 당시 정말 인상깊게 관람했던 작품.

다시 올려지길 나 역시도 바랐는데 무려 2년만에 앵콜이 결정됐다.

조금만 흥행에 성공헤도 바로 앵콜무대가 올려지는 요즘의 추세를 생각하면 앵콜까지 시간이 참 오래 걸린 셈이다.

초연이 워낙 인상적이라 그때 배우들을 다시 볼 수 있길 은근히 바랬는데 공개된 캐스팅은 김다현만 제외하고는 완전히 뉴페이스였다.

르네 갈리마리에 이석준, 이승주, 그리고 송 릴링에 전성우.

서운함과 동시에 와~~우! 를 연발하게 하는 캐스팅이라 망설임없이 예매했다.

이석준-전성우, 이승주-전성우 페어로...

(김다현 송 릴링은 이번에도 pass~~)

이 작품은 1986년 실제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브루시코'와  중국 경극 배우 '쉬 페이푸' 사이에서 일어난 세기의 로멘스(?)이자 스파이 사건.

두 사람의 이 기묘한 관계는 무려 20년 동안 이어졌다.

(어쩌다보니 요즘 내 관극의 화두가 '기묘(奇妙)"가 되버렸다)

작품 속에서 송 릴링은 르네 갈리마르에게 이렇게 말한다.

"중국 경극에서 남자가 왜 여자 역할을 대신하는지 아세요?

 어떤 여자가 진짜 여자다운지 남자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죠"

르네 갈리마르는 그 말의 의미를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진실보다 자신의 환상을 지켜내는 일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나를 속인 건 나의 욕망"

르네의 마음이 나는 또 어쩌자고 이렇게 이해되고 공감될까?

 

이석준의 갈리마르.

후반부로 갈수록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에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초연의 김영민과는 또 다른 르네다.

환상 속에 머물기를 선택한 남자.

그리고 스스로 M.butterfly가 되어 영원히 그녀를 지켜내는 남자.

매일밤 머릿속에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연극을 만들어내는 것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었다.

당연하지 않나!

그녀를 만나서, 그녀를 사랑해서 인생의 모든게 완전히 바뀌어버렸으니...

"나는 상상 그 자체요. 그리고 그 상상 안에 영원히 머물겁니다!"

나는 이 대사가 르네의 최후변론처럼 들렸다.

그의 선택을...

나는 인정한다. 이해한다. 동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네의 자살장면은 너무 아프더라.

(이석준도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 보는 내내 안스러웠다)

이석준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섬세함과 다른 치밀함이 보인다.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는 느낌.

그러니까 배우 이석준이 내겐 <M.Butterfly>인 셈이다.

그래서 이석준이 연극 무대에 서면 나는 짜릿하다.

<스테디 레인>도 그렇고 <M.Butterfly>로 더 그렇고.

이석준이 김광보 연출의 새로운 뮤즈(?)가 됐음을 인정하게 된다.

(나야 너무나 좋지!)

개인적으로 배우 이석준이 연출에 도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는데

드디어 연극 <섬걸즈>에서 연출을 한단다.

게다가 정상윤이 이석준이 했던 남자 주인공을 한다니

이 작품 여러가지로 관람할 맛이 나겠다!

 

송 릴링 전성우.

사실 캐스팅에 이름이 올랐을때 좀 걱정했었다.

아직 소년의 느낌이 강한 전성우가 역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런데 이 녀석.

무대 위에서 참 진심이더라.

한참 선배인 이석준의 서포트를 받는 게 아니라 송 릴링 장면에서는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았다.

법정장면은 담담하면서도 너무 슬펐고

전체적으로 감정 컨트롤도 잘해서 놀라웠다.

(생각보다 여장이 어울리지 않은 것도 놀라웠고...)

화장을 지우고 남자의 모습으로 서있을 때는 전성우 특유의 미소년 느낌이 강했는데

개인적으론 그게 작품 속에선 나쁘지 않았다.

그것 역시도 르네의 상상이었을테니까...

몰입과 집중으로 작품을 꽉꽉 채워내는 배우의 모습을 보는 건

역시나 큰 기쁨이고 행복이다.

이 녀석과 이승주가 만나게되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숭주가 출연하는 연극은 어쩌다보니 거의 다 봤는데 

볼때마다 놀랐다.

SBS 공채탈렌트라는 타이틀이 있어서

그냥 잠깐 연극무대에서 연기수업을 받는가보다 생각했는데

그를 TV에서 본 기억은 전혀 없다.

본인 스스로도 연극이 자신과 잘 맞는단다.

혹시 이 배우의 정체가 궁금해 예매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무대를 너무나 잘 알고 아는 만큼 책임질 수 있는 배우라고.

이승주의 작품을 보고 나면

어느새 그가 당신의 M.butterfly가 되어 있을 거라고.

 

이승주 르네와 전성우 송 릴링.

아직 확인하지 못한 두 사람의 무대가

지금 내겐 진실을 품은 환상이다.

 

M. Butterflay!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5. 21. 06:00

<M.Butterfly>

 

일시 : 2012.04.24. ~ 2012.06.06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

연출 : 김광보

출연 : 김영민(르네 갈리마르), 김다현, 정동화(송 릴링)

        손진환, 정수영, 한동규, 이소희, 김보정

제작 : 연극열전

 

개인적으로 김광보 연출을 무지 좋아해서 그가 만드는 작품은 꼭 챙겨보는 편이다.

게다가 그가 연출하는 작품에 김광보의 뮤즈(?)라고 할 수 있는 김영민까지 출현한다면 그 작품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must see" 해야 할 필수 항목이 된다.

실제로 이 작품을 연출하기로 결정한 후 김광보 연출도 "르네 갈리마르" 역에 김영민을 가장 먼저 떠올렸단다.

김광보, 김영민.

역시 환상의 콤비다.

<내 심장을 쏴라> 이후 2년만에 네번째 연극열전이 선택한 두번째 작품에서 이 콤비가 다시  만났다!

작품을 보기 전부터 솔직히 나는 충분히 매혹당했다.

 

연극 <M.Butterfly>는 프랑스 외교관과 중국 경극 배우 사이에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986년 전직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는 자국의 법정에 서게 된다.

죄명은 그가 사랑한 중국 경극 여배우에게  국가 기밀을 유출한 협의다.

그런데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그가 사랑한 여자가 사실은 중국의 스파이었고 남자였다는 사실이...

작품이 공연될거란 소식을 들었을때

과연 스파이 송 릴링 역을 누가 하게 될까 궁금했었다.

꽃다현으로 불릴만큼 이쁜 배우 김다현의 캐스팅은 예상했었지만

배우 정동화는 개인적으로 좀 의외의 캐스팅이었다.

그래서 그 의외의 캐스팅을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해설자이자 작품의 중심 인물은 르네 길마르.

자칫하면 어수선하고 산만하게 느껴질 인물은 김영민은 역시 멋진 집중력으로 감당해냈다.

철없이 떼쓰는 소년의 이미지와 지적인 청년의 이미지가 묘하게 겹쳐지는 아우라를 지닌 배우 김영민.

특히 후반부 르네 갈리마르가 감옥에서 깨진 거울을 보면서 얼굴에 화장을 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그 대사들, 그 감정들.

스스로 자신이 사랑한 버터플라이가 되는 모습이 눈물이 날만큼 처연했다.

나는 정말이지 무대 위에서 빛나는 김영민 특유의 선량한 눈빛과

무심한듯 감정을 담는 말투가 너무나 좋다.

이야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다가도

어느 틈에 빈틈없이 작품 속을 꽉 채우는 그 엄청난 존재감이 믿어지지 않는다.

르네 갈리마르가 송 릴링에게 치명적으로 매혹당한 그 이상의 매혹이다.

김영민의 몰입과 집중을 보면서 나는 갈리마르가 이해됐다.

그에게 송 릴링은 그저 자신이 사랑한 한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송 릴링 정동화.

솔직히 그의 여장 모습은 그가 인터뷰에서 말 한 것처럼 다분히 트렌스젠더적이었다.

때론 미안하지만 섬득할만틈 괴기스럽기도 했다.

(외모로 따지자면 김영민이 훨씬 더 이쁘고 얼굴 선도 더 고혹적이다)

일부러 여성스럽게 내는 목소리는 어색하고 몸짓은 작위적이었다.

사실 조금 실망하려는 중이었다.

역시 김다현 송 릴링으로 볼 걸 그랬나 싶었다.

그런데 2분 간의 변신 후 정동화의 모습은 너무나 압도적이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 녀석의 복근도 한 몫 했을테지만

솔직히 정동화의 송 릴링은 황홀했다.

그런 작품이 있다.

앞부분에 비해 뒷부분이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이야기가 느슨해지는 작품이 있는가하면

처음엔 그저 밍밍하고무난하다 후반부에 극적으로 강렬해지는 작품이 있다.

김영민, 정동화의 <M.Butterfly>이는 후자에 속하는 작품이었다.

(두 사람 참 잘 만났다.)

정동화의 마지막은 여자의 맨얼굴을 처음 보는 것 같은 낯섬과 신비감이 있었다.

역시 멋지다, 이 녀석!

그리고 두 배우의 조합은 내겐 묘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서로 신뢰하는 눈빛을 보면서 관객 입장에서 진심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두 배우뿐만 아니라 정수영, 손진한, 한동규, 이소희, 김보정의 열연도 감동적이었다.

처음보다 보면서 점점 괜찮았던 작품.

그리고 보면서보다 보고 난 후가 더 괜찮았던 작품.

가볍지만 진중한 작품.

우수꽝스럽지만 심오한 작품.

<M.Butterfly>는 내게 그랬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