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9. 28. 08:48

 

<M. Butterfly>

 

일시 : 2017.09.09. ~ 2017.12.03.

장소 : 아트원씨어터 1관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연출 : 김동연

출연 : 김주헌, 김도빈 (르네 갈리마르) / 장율, 오승훈 (송 릴링) / 서민성, 권재원 (툴롱/판사)

        황만익, 김동현 (마크) / 송영숙 (친/스즈끼) / 김유진 (헬가), 강다윤 (소녀 르네)

제작 : 연극열전

 

사실 관람 순간까지도 좀 걱정됐다.

일종의 편견이긴한데

<에쿠우스>와 이 작품은 김광보 연출에 익숙한 상태라

개인적으로 다른 연출가에 대한 심리적인 거리감 같은게 있다.

아마 이 작품도 <프라이드>와 <킬 미 나우>의 김동연 연출이 아니었다면 그냥 넘겼을지도.

게다가 르네역의 김주헌은 내겐 너무 낯선 배우라

찌질과 처절을 어가는 르네를 어떻게 감당할지도 걱정됐다.

(그런데 이 배우... 프로필 사진과 실제 모습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외형이 아니라 느낌이...)

 

전체적인 느낌은,

"어?...좀 이상하네 -> 괜찮아지네 -> 괜찮네 -> 좋네" 

딱 이런 과정이었다.

인터뷰에서 밝혔듯 김주헌은 연기할 때 에너지가 과한 편이었다.

그래서 초반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극중극이라는 형태가 그 과함을 결국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들더라.

개인적으론 지금까지의 르네 중에서 가장 강하고 드라마틱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김동현 연출이 왜 김주현이란 배우를 르네로 선택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마담 버터플라이를 만나 스스로 마담 버터플라이가 된 르네.

결국 나를 속인건 나의 욕망이 아니라 나의 믿음이다.

그걸 김주헌 르네는 처절하고, 확고하게 보여줬다.

그래도 이번 <M버터플라이>의 최고 수훈은 송 릴링 "장율"이다.

지금껏 내가 본 송 중에서 최고의 송이다.

<프라이드>를 보면서도 신예라는게 믿기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송 릴링의 실제 인물인 쉬 페이푸의 진술 그대로 남자와 여자 모두를 매료시켰다.

“그냥 여성을 표현해야 하는 것을 넘어서 송 릴링이 표현하는 여성, 남자에게 완벽한 여성을 표현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그 부분을 계속해서 고민해나가고 있다”

그의 고민의 결과는... 진심으로 아름다웠다.

 

스물 여덞 장율.

이 배우의 다음 모습이 궁금해진다.

자신의 이상 혹은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는 예술가의 집념.

이 녀석에게서...

마담 버터플라이가 보인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4. 27. 08:19

<M.Butterfly>

 

일시 : 2015.03.11. ~ 2015.06.0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무대미술 : 이태섭 

연출 : 김광보

출연 : 김영민, 이석준, 승주 (르네 갈리마르) 

        김다현, 정동화, 전성우 (송 릴링) / 빈혜경, 김보정 (르네)

        손진환, 유연수 (똘룽) /  유성주, 한동규 (마크) 

        정수영, 이소희

제작 : 연극열전

 

공연 시작 초반부에 세 명의 르네를 다 확인했고 두 명의 송을 확인했다.

(정동화 송까지 확인할지는 아직 고민중이다.)

이번 엠나비는 김다현의 재발견이다.

김다현의 여장 역할은 비주얼이나 연기, 연류(?)에서 모두 대한민국 최고라 할 수 있기에

개인적으론 큰 기대감이 없는 편이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잘 할거라라는게 훤히 보이니까 일부러 캐스팅도 피했었다.

그런데 이번 삼연 엠나비의 김다현 송은 정말이지 발군의 실력이다.

때로는 도도하고, 관능적인 여자였다가 어느 순간 아주 철저하게 영리하고 책략가가 된다.

특히 "변신" 이후의 김다현 송은 매 장면이 압권이다.

그야말로... 매혹, 그 자체더라.

김다현이 이 정도까지 매력적이고 매혹적인 배우였구나... 다시 생각했다.

일종의 "절정"이었다고 해두자!

 

그리고 르네.

재연때 이석준 르네에게선 해설자의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 르네는 그때와는 또 완전히 다르더라.

세 명의 르네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정리하면,

김영민이 환상이 유일한 현실이 되버린 르네라면

이숭주는 현실에서 환상으로 넘어가는 르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석준 르네는...

현실을 거절하는 르네더라.

이상하다.

이석준 르네가 보여준 결말이 나는 절망이나 끝이 아닌 "구원"처럼 느껴졌다.

놀라운 속도가 일시에 허물어졌고,

그 다음엔 가슴 속이 후련헤졌다.

내 머릿속에 있던 나비가 날아가는게 보였다.

가슴을 꿰뚫어 산 채로 벽에 꽃아놓았던 바로 그 나비가!

 

나는,

르네의 선택을 지지한다.

그것도 아주 전적으로...

 

* 작품을 보는 내내 기형도의 시 "빈집"이 떠올랐다.

  기형도와 르네.

  두 사람은 아마도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쌍둥인지도 모르겠다.

 

 

빈    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빡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4. 17. 08:12

<M.Butterfly>

 

일시 : 2015.03.11. ~ 2015.06.0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무대미술 : 이태섭 

연출 : 김광보

출연 : 김영민, 이석준, 승주 (르네 갈리마르) 

        김다현, 정동화, 전성우 (송 릴링) / 빈혜경, 김보정 (르네)

        손진환, 유연수 (똘룽) /  유성주, 한동규 (마크) 

        정수영, 이소희

제작 : 연극열전

 

"매혹 자체가 제국주의다"

연극 속 그네와 송의 대사는 정말 사실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대사들이, 의미들이, 그 겉잡을 수 없는 느낌들이 자꾸 떠올랐다.

그래서 결국 참지 못하고 르네가 송을 찾아간 것처럼 고작 삼일만에 <엠나비>를 찾아갔다.

즉흥에 가까운 선택을 하면서 생각했다.

나는 왜 매번 이 작품에 이렇게까지 맥을 못출까?

왜 이렇게 끌려다닐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에쿠우스>, <엠나비>, <레드>, <프라이드>

생각해보니 나를 속수무책으로 건드린 연극들에게선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나"에 대한 이야기라는거.

그리고 "너"에 대한 이야기라는거.

그래서 나는 이 연극들에게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거라고...

그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깊은 내면의 아픔을 공감하고 마침내 견뎌내는거.

그게 내가 감당해야할 몫이라고...

 

 

전성우는 비밀을 품고 있는 송이다.

너무 조심하고 있어서 그게 오히려 발각의 징후처럼 보여 내내 불안했다.

관계에 대한 진실 보다도 스파이로서의 의무와 책임이 더 많이 부각되더라.

그래서 자신의 남성을 르네에게 보여줄 장면도 르네를 조롱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정말 그렇다면... 르네는 참 불쌍한 사람이구나...) 

이승주 르네.

나는 이 패기넘치고 뚝심있는 젊은 배우가 정말 좋다.

그래서 한 작품이 끝나고 나서 다음 작품에 대한 소식이 없으면 혼자 전전긍긍 한다.

혹시라도 이 좋은 배우를 브라운관에 뺏기게 되는건 아닐까 싶어서...

사실 2014년 재연에서 르네에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걱정을 많이 했더랬다.

지금까지 연극무대에서 성실하고 든든하게 이력을 쌓아오긴 했지만 

이승주라는 이지적인 배우에게 이 역할이 과연 어울릴까 싶었다. 

그런데 결론은... 비루한 내 오지랖이더라.

이승주 르네는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르네다웠다.

삼년만에 돌아온 김영민은 처음부터 환상에 살고 있는 르네처럼 보인다면,

이승주는 현실에서 환상으로 점점 사라지는 르네다. 

김영민 르네의 결말은 자발적인 선택같은데

이승주 르네의 결말은 어쩔 수 없는 절망이 부른 파국이다.

그래서 더 절박하고 침혹하다.

내내 그게 마음에 쓰이더라

어쩌면... 내가 대상포진 때문에 육체적으로 많이 아파서였는지도 모르갰지만

날카롭게 찔러대는 육체적인 통증에 이 작품의 내적인 통증까지 겹쳐지니 견디는게 많이 힘들었다.

쓸데없는 짓을 했구나... 잠깐 후회도 했다.

 

상관없다.

스스로 나비부인이 된 르네의 이야기는

어차피 처음부터 끝까지 내겐 다 후회다.

마담 버터플라이가 될 용기 따위,

전혀 없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