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1. 10. 21. 05:29
왕복 비행 시간을 빼면 터키에 머물렀던 시간은 고작 9일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고작"이란 단어는 그리움과 아쉬움, 되돌아가고픈 열망의 다른 표현이다.
그래, 처음엔 순전히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 때문이었다.
(아직도 처음으로 읽었던 그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을 선명히 기억한다.)
터키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나라인지도 전혀 모르면서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 한 사람 때문에 그곳을 꼭 가리라 소망했고 계획했다.
9월로 일정을 잡고 비행기 티켓을 구입한 게 6월 말.
마치 전혀 여행갈 계획이 없는 사람처럼 아무 준비없이 일상에 허덕였다.
주변의 질문이 시작됐다.
"가긴 거는 거야?"
"페키지 여행으로 다시 알아봐!"
"아무것도 안 알아보는 거야?" ...
그닥 사교성이 풍부한 인간도 아니고 외국어에 능통한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본능적인 길찾기 감각이 있는 것도 아닌 나를 사람들은 점점 더 불안해하며 바라봤다.
"한국에서도 여행 잘 안 다녀본 사람이..."
결정적인 말에 조금씩 마음이 뜨끔한 것도 사실이다.
철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데로 만족할만큼의 준비!
하고 싶었다.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출발하기 일주일 전에 배낭을 사면서 뭘 믿고 내가 이러냐 싶어 웃음도 났다.
인터넷 터키 배낭여행 동호회에 가입하고(그것도 달랑 한 군데만)
<프렌즈 터키> 한 권 보면서 대략의 루트만 잡았다.
터키 배낭여행 설명회에서 왠만한 책 한 권의 계획서를 가지고 온 사람들을 보면서 
거기서 나눠준 프린트 한 장만 들고 있던 나는 심하게 무안하기까기 했다.
아는 게 없어 질문도 못하는 내게 사람들이 말했다.
"배낭여행 많이 다녀보셨나봐요..."
차마 "아니요"라는 대답도 못하겠더라.
그 순간 생각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터키는 배낭여행 초보자들에게 넉넉하고 따뜻한 나라였다.
동양 여자에 대한 과도한 치근댐이 있기 하지만
(피에르로티 올라가는 길에 계속 추근대며 쫒아오는 남자를 향해 급기야 버럭 화를 냈다)
대체적으로 따뜻했고 다정했다.
손가락으로 책 속의 지명을 짚어주는 어설프고 서툰 여행자에게
그들은 매번 친절하게 길을 알려줬고
심지어는 가던 길을 멈추고 정류장까지 동행해주기도 했다.
터키의 길 속에 빠져버린 이유가
사실은 이런 사람들의 도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길 위에서 어쩌지 못하고 헤매고 있으면 거침없이 누군가가 다가와 도와줬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곳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서라도 알려줬다.
한국에 돌아와서 내내 그들의 도움이 고맙고 그립다.
지금도 눈 감으면 내가 걸었던 그 길들이 선연하다.
터키는 내겐 "길"이었다.
참 많이 행복하게 걸었고, 걸으면서 행복한 길이 보여주는 풍경들에 전율했고
그 길의 마디마디를 가슴에 담았다.
그 길 위에서 또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했었는지...
터키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얻은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놔버리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어쩌면 이 결론을 위해 오랜기간동안 여행을 되새김질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확실히 그랬다.
이제 난 좀 편해지련다.
그리고 나 혼자 단단해지리라.
 



초롱초롱한 별빛 같은 아이들의 눈빛에 눈부셨고
내내 빠져 있던 길 위에 주인처럼 떠있던 달을 보면서 황홀했다.
터키에 도착했을 땐 아주 작은 손톱달에 불과했는데 
어느새 떠나는 날 배웅하는 달은 만월에 가까워있었다.
달의 이지러짐과 가득참을 눈으로 매일 쫒으면서
나는 비워서 채워지기로 다짐했다.
그래, 이제 다 비우자!
앞으로 절대 다시는 채워질 수 없다고해도
비어있음으로 나는 고요하고 평온해지리라!

당연한 일이겠지만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5시에 기상해서 책을 읽고 여행기를 쓰고
6시 40분에 출근해서 하루종일 이쁘고 사랑스런 태아들을 검사하며 웃는다.
여전히 퇴근후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10시쯤에 집에 돌아오면 다시 책을 보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12시가 넘으면 그때서야 겨우 침대로 향한다.
그래도 내겐 이제 희망이 있다.
터키에 다시 가겠다는...
그래, 다시 돌아가리라!
그리고 그때는 아주아주 오래 그곳에 있으리라.
그래도 된다면,
그곳에서 오래오래
뿌리내리고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09. 2. 5. 06:35


입구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 놀이기구를 잘 못 타는 저로서는
이런 테마파크가 하나쯤 있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물론 미쿡께서 허락해야 가능하겠지만요...ㅋㅋ


입구를 들어서면
커다란 파란색 지구본이 보입니다.
마치 지구를 방문하는 외계인처럼 느껴졌어요.
물보라 아래로 왠지 수퍼맨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첫번째 간 곳은
<슈렉> 에니메이션 3D 관
조카들이 엄청 좋아했습니다....라고 말하기엔
제가 너무 좋아했습니다.
머리털나고 첨으로 본 3D라 엄청 신기했습니다.
의자가 막 움직이고, 말이 달려들고,
슈렉이 침을 뱃는 장면에선
물이 얼굴에 튀기도 했습니다.
왠지 좀 찝찝한 것이....


딱따구리 상영관도 갔었는데
별로 사람들이 많지 않더라구요.
어쩐지 우리의 딱따구리께서
살짝 퇴물된 느낌이라 서운했습니다.
내부도 다른 곳에 비하면 좀 초라했고,
조만간 다른 캐릭터에게 자리를 뺏기진 않을지....
(울 조카예요...이쁘죠? ㅋㅋ --- > 근데 이 꼬마 아가씨도 딱따구리가 젤 재미없었다고 합디다....)


조카놈이 엄청 좋아했던
터미네이터 관입니다.
3D 상영도 재미있었고
일본여자 직원의 퍼포먼스 비슷한 것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멀리서 온 사람 손들라고 해서
손들고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센쓰~~~
(일본말은 알아들었냐구요? 에이... 무슨 그런 서운한 말씀을... 울 언니가 귀에다 소근소근....ㅋㅋ)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했던
스파이더맨 관입니다.
건물도 영화 셋트장 그대로 만들었고(모든 건물이 그렇긴 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신문사 견학하는 느낌입니다.
놀이기구를 타면서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건데
많이 무섭긴 했지만 재미있었어요.
울 조카 왈,
"사람들 아무도 소리 안 지르는데, 이모만 질렀어~~~"
살짝 식겁했슴다...아~~~ 놔~~!


남자 조카에게 젤 보고 싶어했던 <쥬라기 공원>곳인데
(그 놈이 공룡 박사인지라....)
안타깝게도 내부 보수중이라 당분간 문을 안 연다는...
살짝 서운해하는 것 같더니
금방 잊고 또 놉디다.
아이의 집중력은 3초 라더니....


오랫만에 만난 ET도 반가웠습니다.
여전히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캐릭터더라구요.
마지막에 ET 가 지구를 떠나기전
사람들 이름을 한번씩 불러주는데
꼭 제가 드류 베리모아가 된 기분 ㅋㅋ
"moon" 이라고 합디다...


각 건물마다 빼먹지 않고
해당 캐릭터 상품관이 있었구요.
오지명 닮은 ET보고 많이 웃어더랬습니다.
하나씩 사서 좋아라하는 조카들이에요.
이모도 하나 좀 사주지....


점점 어두워 지면서
조명이 하나씩 밝혀지니까
또 색다른 느낌이더라구요.
사실 노약한 심신으로
다리가 후달리는 하루였지만
솔직히 재미는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놀이동산 테마파크 보다는
확실이 더 괜찮은 곳이었어요.

나중에 일본 여행하시게 되면
한번 들러보세요.
강추합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 10. 14:55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1,2> - 현각

 

책 이미지

 

오늘은 좀 색다른 책을 소개해 드리려구요.

개인적으로 여러번 읽었던 책이고, 그리고 제가 즐겨 사람들에게 선물했던 책 중 하나였는데 현재는 절판이 돼서 여러 가지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책입니다.(절판된 이 책이 우리 병원 도서관에 있답니다.^^)

1964년 태어난 현각이라는 스님이 2002년에 출판한 <만행>이라는 책입니다.

현각(폴 뮌젠이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아직 수도자가 되기 전이니까 ^^)은 카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전형적인 엘리트 미국인입니다. 그리고 예일대를 졸업하고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석학들이 모인다는 하버드 대학원을 졸업한 그야말로 수재 중 한 사람이죠.

독실한 카톨릭 가풍에 형제도 꽤 많습니다. 게다가 형제들 모두 엄청난  엘리트들입니다. 부모님들은 그가 한국에서 구도자의 길을 가겠다고 했을 때 실망했다고 합니다. 부모는 그가 오히려 신부가 되길 바랬다고 하더군요.

참 종교라는 거...

우리가 "베리타스"라고 말하는 진리을 추구하기 위해 희생과 고행, 그리고 절제를 향해 그것도 기쁜 마음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희생과 끔찍한 전쟁이 수반되기도 하는 종교적인 분쟁...


개인적으로 전 기독교인이지만 이 책은 거부감이 느껴지는 내용이나 불교를 강요하는 교리를 해석한 책은 아닙니다.

그냥 개인적인 고백을 담은 책, 그렇지만 그 개인적인 고백들이 누구나 고민하고 공감했던 내용들이며 그래서 혹은 어떤 이유였든 심각하고 처절하게 고민했던 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책을 읽은 어떤 분은 최루성 글이란 표현을 쓰더군요.

눈물샘을 극도로 자극하는 것도 아니고, 펑펑 울게 만드는 엄청난 감동적인 사건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 책은 확실히 그렇습니다.

사람을 울게 만드는 아니 눈물이 촉촉히 스며들게 만드는 책입니다.

많이 혼란스럽고 힘들었을 때 만났던 책이었고, 그래서 저에게는 제 살점같은 느낌이 드는 너무 애뜻한 책임을 고백하게 되네요.


이 책은 현각 스님의 지나온 삶이 마치 여행기처럼 서술되고 있습니다. 미국 뉴저지주 중산층 가정에서 시작하여 예일대학과 하버드대학원, 다시 뉴욕, 파리, 보스턴을 경유해 중국의 남화사를 거쳐 한국의 화계사와 계룡산 신원사에 오기까지 계속되는 한 인간의 고민의 행보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죠.

책에는 그의 전생에 대한 언급도 잠깐 나옵니다.

이상하게 한국과 관련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그...

아직 스님이 되기 전에 한 노스님에게 들었다고 하네요.

그가 전생에 조선독립군이었는데 죽으면서 다음 생에는 큰나라에 태어나 조선을 위해서 일하겠노라는 다짐을 하면서 죽었다는....

이 부분이 전 참 천진하게 들렸고 그래서 이 분이 지금 이렇게 구도자의 길을 천진하게 가는구나 조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먹먹한 가슴을 안고 사는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구나... 많이 위로 받기도 했구요(어쩐지 저의 고백서 같네요..)


현각 스님은 자신의 삶 전체를 만행의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숭산 큰스님의 강연을 듣고 스님이 되는 과정을 ''오직 진리를 찾아 떠나는'' 만행의 또 다른 행로라고 말하죠.

특히 중산층 미국인의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약혼자와 헤어지면서 한국불교의 파란 눈의 승려가 될 때까지 겪었던 내용들을 서술할 때는 너무나 인간적이라 차라리 승려가 되지 말라고 말리고 싶기까지 했습니다.

그의 눈에 비친 숭산 큰스님의 삶을 읽는 것 또한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세계 4대 성불로 알려졌던 숭산 큰스님은 1927년 태어나서 1994년 11월 30일 입적한 분으로 우리나라에서보다는 외국에 더 많이 알려진 분입니다.

그 분이 쓰신 <선의 나침반>이라는 책은 모든 불교 수행자들이 꼭 찾아 읽는 책이라고 하네요(현각스님은 이 책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했답니다)

폴이 스님이 되겠다고 했을 때 숭산 큰스님이 물었다고 하네요.

“형제는 있느냐?”고...

있다고 대답하자 다행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자신은 외아들이라서 어머님이 많이 힘들어 하셨다고... 하지만 폴 당신에겐 형제가 있으니 그 얼마나 다행이냐고..

모든 것을 초월한 큰스님의 입에서 나온 말이 전 너무 파격적으로 들려 사실 멍해지는 느낌마저도 있었답니다.

깨달은 사람도 출가 전의 일이 가슴에 담아있구나 싶어서....


현각 스님은 만행이 특별히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만행은 ''순간순간 우리의 마음을 열어 주는 모든 것''이라고 말하죠.

그 분은 또 말합니다.

"걷고 이야기하고 먹고 차를 마시고 사람을 만나고 시장에 가는 모든 것. 뺨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질주하는 차를 바라보는 것. 친구와 악수하며 감촉을 전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수행이고 만행(萬行) 이다."라고....
내 주위가 얼마나 만행할 것 투성인지....
비록 부족함일지라도
이제서야 알게 되
그 "앎"에 의해 평온합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