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0. 5. 07:44

<에쿠우스>

 

일시 : 2015.09.04. ~ 2015.12.01.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극본 : 피터쉐퍼

번역 : 신정옥 

연출 : 이한승

출연 : 안석환, 김태훈 (다이사트) / 남윤호, 서영주 (알런)

        박서연, 유지은 (질) / 유정기, 서광일 (프랑크) / 차유경, 이양숙

        노상원, 은경균, 조민교, 김태완, 임동현, 김재훈, 김성호 

제작 : 극단 실험극장

 

<에쿠우스>는 2005년 김영민 알런, 남명렬 다이사트로 처음 본 이후 재공연될 때마다 한 번씩은 꼭 봤던 작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05년만큼의 강렬함을 그 이후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해 점점 더 갈증만 커져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솔직히 이번 시즌 <에쿠우스>는 그냥 넘길 생각이었다.

10대 알런 서영주도, 유인촌 아들 남윤호 알런도 그다지 끌리지 않았지만

2014년과 다이사트 박사가 동일해서 좀 망설여졌다.

김태훈 배우가 기대보다 좀 별로여서...

그런데...

역시 <에쿠우스>는 도저히 외면이 안되는 작품인가보다.

결국 봤다.

알런이 좀 고민이 되긴 했는데 평이 좋은 남윤호로,

다이사트는 딕션과 톤을 무시할 순 없어서 2014년 그대로 김태훈을 선택했다.

 

결론은,

좋았다.

특히 다이사트 김태훈이 2014년과 너무 많이 달라서 깜짝 놀랐다.

딕션과 템포도 너무 좋았고 전체적인 톤과 연기가 미치도록 좋았다.

2014년에는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력이 흐려졌었는데

이번 관람에서는 전혀 그렇치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다이사트에 몰입하고 공감하게 만들더라.

뭐랄까, 작품 전체에 김태훈의 아우리가 작용하는 느낌.

심지어 내가 알런인것처럼 느껴지더라.

(실제로 알런에게 최면을 거는 장면에서는 나도 그대로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다)

남윤호 알런은,

딕션이 선명하지 않았고 템포가 살짝 빨랐다.

그래도 1막 마지막 장면인 하하의 들판은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다.

순식간에 휘몰아치는 폭풍 같더라.

 

그리고 이 작품의 숨은 주인공 너제트 은경균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더불에 말(馬)로 분한 여섯 명의 배우들에게도. 

이들이 표현한 "하하의 들판"은 압권이었다..

마치 주술에 걸리는 느낌이었고.

심지어는 섬득한 귀기(鬼氣) 비슷한 것까지도 느껴졌다.

이 작품을 볼 때마다 말 역할을 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늘 안스러웠는데

이날은 전혀 그런 생각이 안들만큼 모든 것들을 압도했다.

이 일곱 명의 배우들이야말로 정말 가치있는 배역이었음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알런도, 다이사트도 아무 소용이 없겠더라.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데 다이사트의 대사가 이 날 따라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이런 터무니없는 일 가운데 내가 마냥 생각해 보는것은 말에 대해서 입니다.

 소년이 아니라 말..."

 

나의 열정은...

파괴되었는가!

그렇다면 나는 구원이 된 것인가!

커다란 말머리를...

내가 지금 뒤집어 쓰고 있다.

어쩌면 당분간 에쿠이테이션 상태에 머물게 될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4. 4. 08:06

<EQUUS>

 

일시 : 2014.03.14. ~ 2014.05.17.

장소 :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극본 : 피터쉐퍼

번역 : 신정옥 

연출 : 이한승

출연 : 안석환, 김태훈 (다이사트) / 지현준, 전박찬 (알런)

        이은주, 김지은 (질) / 유정기, 김상규 (프랑크)

        차유경, 이양숙, 노상원, 은경균 외

제작 : 극단 실험극장

 

창단 45주년이 된 극단 실험 극단의 대표 레파토리 연극 <에쿠우스>

2005년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처음 봤던 <에쿠우스>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게 시작이었다.

알런의 김영민과  다이사트 남명렬에 그야말로 꽃히게 된 게.

그리고 연출 김광보 작푸을 챙겨보게 된 게.

그래서 알런을 했던 조재연이 연출과 다이사트로 출연했던 2009년 공연도 챙겨봤다.

(그때 내가 본 캐스팅은 알런은 류덕환, 다이사트는 송승환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작품은 매번 내게 충격을 준다.

2005년에는 완벽한 매혹이었고,

2009년에는 남창(男娼)같던 말들때문에 충격적이었고

공연이 끝난 후 말들 연기했던 배우들이 그 복장 그대로 벽에 줄지어 서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저급할 수가 없더라.

누구 머릿속에서 나온 기획인지를 놓고 정말 엄청나게 씹었었다.

그리고 2014년 세번째 본 <에쿠우스>는 아쉽게도 많이 부산하고 산만했다.

심지어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든 장면들도 있어 많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나 이 작품 정말 좋아하는데...)

에매할때부터 성인인증 절차가 있어서 노출 수위가 짐작은 했지만

실제로 공연 전에 경고성 멘트도 하더라.

무대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서 몰래 촬영을 할 경우 조치가  취해질거라고.

 

지현준 알런.

본인이 배우로서 할 수 있는 모든걸 총동원해서 정말 미친듯이 연기한다.

그러데 나는 정말 미안하게도 37세의 지현준이 17세의 알런으로는 도저히 감정이입이 되지 않더라.

일단 보여지는 모습이 소년의 느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조숙을 넘어 조로(早老)했고

목소리도 일부러 소년스럽게 내려고 애쓰다보니 부자연스러워서

정신 이상이 아니라 정신지체처럼 보였다.

놀라운건 2005년 김영민 알런을 볼 땐 분명 소년의 이미지를 강하게 느꼈었다.

영화 <은교>에서 박해일 이적요에게 감정이입이 될 수 없었던 것처럼 지금의 알런도 딱 그렇다.

필사적으로 표현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어쩔 수 없는 이질감때문에 낯설었다.

 

다이사트 김태훈.

나쁘지는 않았지만  다소 과하게 흥분하는 장면들은 의외였다.

알런의 격렬한 정열을 부러워하다못해 불같은 질투에 빠진 사람 같다.

그래서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한 장면들이 오히려 약하게 느껴진다. 

2005년 남명렬이 보여줬던 다이사트.

아마도 내겐 그 모습이 가장 정답에 가까웠던 것 같다. 

나는 <에쿠우스>를 보면서 한없이 심각해지는 가라앉는 것도 싫지만

코믹하게 웃는 것 더 싫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 장면들이 너무 많다.

알렌의 아버지 역이던 김상규는 사투리톤이 너무 많아서 객석이 큭큭 웃었고

알런이 바닷가에서 처음 말을 보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기수는...

개그콘서트의 한 장 면 같아 절망적스러웠다.

알런이 최면상태에서 말을 타는 걸 재연 장면은 너무나 어수선하고 산만하다.

(2005년에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충격적이라 할 말이 없었는데...)

중간에 인터미션 때문에 이야기가 댕강 잘리는 것도 너무나 싫다.

어딘지 치열함은 줄어들고 원시성만 강조된 듯한 느낌.

 

아쉽다. 아쉽다. 너무 아쉽다.

워낙 애정이 깊은 작품이라 더 많이 아쉽다.

다이사트 박사가 세상과 단절된 알런의 자아를 되찾아 주려고 노력했듯

나의 <에쿠우스>도 본래의 자기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고통과 싸워 자신의 세계를 찾았으면 좋겠다.

 

* 온몸을 던져 열연을 보인 배우들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왜냐하면 그들은 충분히 아름다웠기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