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1. 4. 08:33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10.10. ~ 2014.11.09.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본 : 낙 디어 (Nick Dear)

연출 : 조광화

무대 : 정승호

출연 : 박해수(Creature), 이율(Victor Frankenstein)

        정영주(De Lacey & Madam Frankenstein)

        박지아, 전경수, 이현균 외

제작 : 연극열전, 예술의전당

 

꼭 한 번은 더 보고 싶었다.

아마도 인간의 오만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인간만이 "유일"하다는 생각,

그 유일함에 대한 집착은 인류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나는...

이 유일함이라는 오만함이 광적인 종교의 맹신보다 더 무섭다.

그건 또 다른 광기이자 파멸의 시작이기에...

세기말보다 더 세기말적인 이 시대에

인간답다는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가치인지 전혀 모르겠다.

그럴수만 있다면,

차라리 인간이 아니고 싶다.

 

 

괴물에 의해 창조된 또 다른 창조물의 들숨과 날숨이 나를 옭아맨다.

계속되는 질문의 시작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인간인가?

나는 살아있는가?

나는 누구에 의해, 무엇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나는 만들 자가 있다면,

내의 창조주는 나를 버렸는가? 아니면 보호하고 있는가?

 

태(胎)의 버려짐은 태(態)를 바꾼다.

그리고는 결국,

멸(滅)을 향해 치닫는다.

구원할 길이 없다.

 

파라다이스는,

사라졌다.

영원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0. 15. 08:01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10.10. ~ 2014.11.09.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본 : 낙 디어 (Nick Dear)

연출 : 조광화

무대 : 정승호

출연 : 박해수(Creature), 이율(Victor Frankenstein)

        정영주(De Lacey & Madam Frankenstein)

        박지아, 전경수, 이현균 외

제작 : 연극열전, 예술의전당

 

올해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공연계의 핫이슈다.

올초 엄청난 폭풍을 몰고왔던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그랬고

조광화 연출의 이 연극도 그렇고...

배우 박해수와 조광화의 만남만으로도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충분히 컸다.

그런데 실제로 내 눈 앞에서 확인한 모습은,

그 기대감마저 훌쩍 뛰어넘었다.

원작을 충실하게 따르는듯하면서 원작과 완전히 다른 결말을 이끌어가는 충격적인 반전.

마치 불시에 급소를 가격당한 느낌이더라.

인간만이 유일한 존재여야 한다는 오만은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안겼다.

자신이 만든 창조물의 창조물이 된다!

그것도 과거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창조물이라면... 

그걸 우리는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

"넌 인간이 아니야, 넌 단지 내가 만든 실험실의 동물일뿐이야!"

빅터가 괴물에게 했던 말은 빅터의 "원죄"가 되어 되돌아왔다.

빅터의 파라다이스와 창조물의 파라다이스는...

빅터도 창조물도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를 먹어버렸다.

결과가... 참혹하다.

되돌릴 수가... 도저히 없겠다.

 

박해수의 연기는 정말이지 모든걸 압도할만큼 엄청나더라.

그야말로 말 그대로 괴물같았다.

그래선지 상대적으로 이율 빅터의 균형감이 살짝 무너지긴 했지만

솔직히 그걸 느낄 겨를이 없었다.

박해수가 보여준 괴물은 인간의 탄생과 성장 과정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창조된 괴물이 냈던 첫소리,

괴성에 가깝던 그 소리가 나는 꼭 "엄마"를 찾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건 야수성보다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에 가까워 더 안스럽고 아팠다.

빗소리, 새의 날개짓과 소리를 흉내내는 모습은 천진함의 극치였고...

이런 괴물의 모든 성장 과정과 변화를 보여준 박해수 모습은,

정말이지 접신의 경지였다. 

솔직히 경외감까지 느껴지더라.

이 작품이 갖는 여운은.

배우 박해수에게도, 나에게도 꽤 크게 작용하겠구나...

공연장을 나오는 마음끝이 묵직했다.

 

한 번 더 예매한 상태인데,

다시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괴물의 마지막 대사,

그걸 다시 들어야 한다는게 솔직히 너무 두렵고 무섭다.

 

어리석은 인간아!

왜 그렇게 생각해!

인간만이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늬가 숨이 끊어지면,

난 널 다시 살려낼거야!

온전하게 너의 기억을 그대로 가진,

나를 만들어낸 그 실체를 다시 살려낼거야!

늬가 숨이 끊어지면,

나에게 잘못을 빌고 날 너의 동반자로 인정해줄때까지 계속 살려낼거야!

날 버린 널, 그 원죄를 후회할때까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