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09. 7. 5. 16:50
그의 "연산"을 보다
2006년 "공길"이었던 박정환
그가 2009년 "연산"이 되어 그 무대 위에 서 있다.



"박정환"
나는 배우로서 그의 곤조(?)가 좋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는 큰 무대에 어울리는 배우가 아니라고.
그런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무대 가까이에서 그의 모습을 한번 제대로 지켜보라고.
뚝뚝 떨어지는 그의 땀을 보고 있으면
나 역시도 배우 박정환 못지 않는 곤조가 생긴다.
작은 무대조차 채우지 못하는 허접한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데.....
적어도
배우 박정환 만큼 관객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이도 없다는 믿음!
그리고 확신!


     <2009 연극 이 "연산" 박정환>        <2006 연극 이 "공길" 박정환>

그가 이제 "연산"이 되어 산단다.
3년 전 "공길"을 살았던 그가....
배우 "김내하"의 스포트라이트에 어쩌면 그의 "연산"을
연륜의 부족, 혹은 내공의 부족을 따지며 걱정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연산을 하기엔 그의 목소리가 너무 가늘다는 지적도...
그러나 배우 "박정환"은
내게 있어서는 무한한 신비다.



내가 아는 배우 박정환!
뮤지컬 배우로써의 박정환
그리고 연극배우로써의 박정환
그 둘은 동전의 양면이자 두 얼굴의 사나이,
또 다른 지킬과 하이드다.
그런 이유로 그 역시
천상 "광대"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그는
자기 놀이판을 잘 찾아낸다.



365일 그에게 잠시라도 쉬는 날이 있을까?
아마도 그의 몸판을 뒤집으면 등쪽 어딘가에 건전지 넣는 곳이 나오지 않을까?
가끔 이런 황당한 공상까지도 하게 만들 만큼
그는 바쁘다. 그리고 치열하다.
그래서 아름답다.
적어도 나는 그가 큰무대를 아쉬워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확신 한다.
판을 갈고, 판을 열고, 판을 키우는 천상 광대!



그리고 나는 무대 위,
그의 손끝을 읽는다...
"연산"을 말하는 그의 손끝은
섬세했으며 슬펐다. 그리고 너무 약해 공길이 아니더라도
품고 위로해줘야 할 것만 같았다.
공길을 정면으로 안는 그의 연산은,
왠지 죽은 자의 평온을 보는 것 같아 서러웠다.
공길과 닿은 그 손끝.
그의 "연산"을 그렇게 나는 손끝으로 읽어나갔다.



뮤지컬 배우 박정환은 에너지가 넘쳐나고  탄력 가득한 공을 쥐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연극 배우 박정환은 이상하게 항상 슬프다.
슬픔처럼 잡스러운 게 없다는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잡스러울까???
가끔은 궁금하다.
뮤지컬을 할 때와 연극을 할 때 
본인 스스로도 다름을 느끼는지...



연극과 뮤지컬을 번갈아 가는 그는
왜 지치지 않을까?
특히 그가 초연멤버로 스타트를 끊는 소극장 뮤지컬들을
대견하게도 자리를 잘 잡아 장기공연에 들어간다.
<길 위에서> , <오디션>, <형제는 용감했다>, <영웅을 기다리며>
초연맴버는 아니더라도 <미스터 마우스>, <빨래> ...



그리고 그의 연극들
<즐거운 인생>, <아가멤논>, <칠수와 만수>,  <미친키스> , <이> ...
편애는 아니지만
나는 연극배우로써의 박정환을 더 많이 담고 있다.
이상하지?
그의 뮤지컬을 더 많이 봤는데도....
뮤지컬 속에서 배우 박정환은 자유롭지만
연극 속에서 배우 박정환은 충실하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든다.
뭔가 조심성 있게 근본에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 조심성이 시선이나 손끝 같은 아주 사소한 것에 묻어날 때면,
이 사람을 새롭게 만나게 된다.



"연산"으로 그가 "길을 부를 때면
자꾸 그 연산 안에 담겨 있는 "길"이 보여 서글프다.
그러니 나 또한 함께 잡스러워질 수 밖에...
이제 내가 연산이 되어 그에게 묻는다.
" 길아!, 이상하지?
  돌아서면 이내 늬가 사무치니..."



'배우"란 저주받은 존재란다.
그 위대한 "업"을 알고 그 "업" 위를 끝없이 걸어나갈 그!
배우 박정환!
그가 나는 내내 천상 광대였음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30. 06:08


연극 <이(爾)>
작.연출 : 김태웅
2009. 06.09 ~ 07.08.
대학로예술극장대극장 (구 아르코시티극장)
평일 : 8시      토요일 : 3시, 7시            일요일 : 4시
출연 : 김내하/박정환 (연산) , 정원영 (공길), 진경/이화정 (녹수), 이승훈 (장생), 정석용 (홍내관)




<爾> 볼 때면 왜 항상 맘이 아플까?
난폭함을 가장한 갓난쟁이 연산의 슬픔도
연산을 휘두르다 비참한 최후를 맞는 녹수도
끝끝내 자신을 버리지 않는 왕을 둔 공길도
그리고 그런 공길을 품는 장생의 마음도
모두 다 서글픔이고 안타깝다.



2006년 극장 "용"에서 봤던 <이>를
다시 만나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영화와 연극이 비슷할 거란 생각은 그러나 하지 않는 게 좋을 듯....
정말 다른 느낌이다. 물론 근복적인 차이는 아니지만)




아르코시티 극장을 들어서면
내벽이 온통 공연장이다.
약간 올려다보는 눈높이가 오히려 시야를 가리지 않아
기특하다는 생각도...



<이>의 첫 장면은
웅장하기도 하고 왠지 흉물스럽기꺼자도 하다.
문 뒤로 서 있는 커다란 탈과
7명의 무희들이 나와 마치 처용무를 생각케 하는 춤을 춘다.
음산하며 비밀스런 기운까지 감도는 곳



연산은 화로 앞에서 어머니 신주인 듯한 종이를 태우며
그 절절한 마음을 통곡한다.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광기의 한 표현이었을까?
아직 선택이 어렵다.
(역시 이 장면은 2006년 이남희 연산을 생각나게 한다. 충격적이었었는데.....)



희락원 광대들의 한판 굿!
살짝 현실을 꼬집는 위트까지.
같은 풍자가 항상 먹힐 수 있는 현실이 참 싫다.
좀 달라져야 하는 거 아닌가????



차라리 현실이 이런 놀이판이라면
적어도 열심히 박수는 칠 수 있을텐데.....
얼~~~쑤 하면서.



김내하와 더블로 연산을 연기하는 "박정환"
2006년 "공길"이 "연산"으로 돌아오다.
"공길"을 건너 온 박정환의 "연산"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기회가 된다면 보고 싶다는 바램.
4대 공길의 행운을 잡은 "정원형"
오만석, 박정환, 김호영에 이은 공길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탐이 날 배역.
남자이면서 여자인 爾,
슬프게 매력적인, 그리고 모호한 이 사람.



장녹수의 옆을 지키던 또 한 남자(?)
홍내관 정석용,
베토벤 바이러스,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의 감칠맛 나는 연기를 보였던 분.
이 분의 감초연기는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계획된 애드립과 액션인 것 같은데 왜 매번
같은 대사와 몸짓을 해도 처음 보는 것처럼 재미있는거지?
신기해....
(이런 게 내공일까?)



폭군 연산이 궁중광대를 사랑했다는 파격적인 설정!
뭐 요즘 세상엔 이딴 건 파격도 아니긴 하지만...
임금의 자리에 요즘 시대의 인물을 올리면 파격이 될라나?
뭐 워낙에 그 분 자체가 파격이고 별종이라
이딴 것 정도는 파격도 아닐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
참 다양한 종류의 폭군들이 있구나 싶다.



장생의 "이승훈"
이 분의 장생 연기가 나는 너무나 좋다.
(이 분 역시 영화 <왕의 남자>에 나온다. 광대 3인방 ^^)
그가 연산을 향해 거침없이 쏟아붓는 독설들....
"상감인지, 영감인지, 탱감인지...."
"저 대가리로 왕을 해도 될라나 몰라...."
(누군가 뜨끔하겠다.... ^^)
그리고 죽음을 눈 앞에 두고 벌이는 한판 놀이판
"난 내 가슴이 벌렁거릴 때만 살아있다고 느껴!"
산송장처럼 살고 있는 내가
마치 연산이 된 것 같아 뜨끔하다.



"저 놈이 영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난 이 대사에서 "사과하십시오!"가 생각났다.....)
연산을 향해 내뺏는 공길의 말!
왜 나를 버리느냐고 묻는 연산에게
"내가 임금을 버리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버리는 것입니다"라 답하는 공길!
처음으로, 다시 자유로,
물같은 자유로 돌아가는 공길의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나도 함께 눈물을 쏟게 된다.



"현실! 그런 게 있었나!"
공길을 끌어앉고 혼자 앉아 있는 연산은 공길의 손에서 빨간 천을 풀어낸다.
(장생의 눈을 가렸던 바로 그 천)
주위는 이미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있고...
홀로 남아 유언같은 말을 남기는 연산.
"인생 한바탕 꿈! 그 꿈이 왜 이리 아프기만 한 것이냐....."



연기처럼 사라질 불길....
다.... 탔구나....

인생이 정말 한바탕 꿈인 건가?
그 꿈 속에 나 또한  내 놀이판을 잃어버린지 오래.
남는 건,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건가?
다 사라져 재만 남아
마침내 그것도
후~~ 불어 날아가면 그 흔적도 없어질텐데...

묻는 말에 대답할 수 없다.
나를 향하는 대명사,
너 爾!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