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9. 14. 09:37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3.08.01. ~ 2013.09.27.

장소 :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대본,작곡,연출 : 서윤미

프로듀서 : 김수로

출연 : 김재범, 이경수, 박한근 (한스)

        김성일, 윤소호 (헤르만) / 문진아, 이하나 (안나)

        김도빈, 최성원 (요나스) / 홍륜희, 최정화 (메리)

제작 : 아시아브릿지켄턴츠

 

프리뷰 이후에 다시 본 <블랙메리포핀스>

일부러 김재범 한스와 홍륜희 메리를 빼고 전부 다른 캐스팅으로 선택했다.

김재범과 김성일이 합이 워낙에 좋아서 다시 볼까 했었데 윤소호와의 느낌도 어떨지 궁금해서 선회했다.

지난 두 번의 관람은 시야장애석이어서 디테일한 모습들을 몰 수 없었는데

이번 관람은 1열 가운데여서 무대와 배우 모두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일단 뒤에서 관람했을 때보다 무대가 훨씬 깊이감 있었고

조명의 색감과 다양한 조도도 훨씬 풍부하게 보여서 놀랐다.

(이건 완전히 원근법을 무시하는 관점인데...)

가장 좋았던 건 배우들의 손동작을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것!

김재범과 윤소호, 김도빈은 키가 서로 비슷해서 마주보는 장면의 시선도 훨씬 편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두번째 관람했을 때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았던건 왜였을까?

프리뷰 공연이 중반기 공연보다 더 노련하고 완숙하게 느껴졌다면???

 

일단 김재범 한스는 더 깊어졌다.

트라우마에 대한 강박감도 아주 잘 느껴졌고,

그 강박을 버티내기위해 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절박함도 여실히 보여졌다.

연기도 표정도, 디테일과 타이밍도 모두 정말 좋았다.

그러나 헤르만과의 합은 윤소호보다 김성일과 더 격렬하고 치열하고 따뜻하다.

김재범때문이 아니라 윤소호가 어딘지 좀 이상하다.

이 작품에서 깊게 개입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

대사가 종종 꼬이고 표정도 가끔 애매했다.

(헤르만과 윤소호는 확실히 잘 안맞는 것 같다)

그리고 안나역의 이하나.

<완득이>에서 참 인상깊게 봤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전체적으로 빠르다.

대사와 감정 모두.

그래도 몸으로 표현하는 부분은 문진아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고 좋았다.

김도빈 요나스는.

일단 막내처럼 보이지는 않아서...ㅠ.ㅠ

멀리서 봤을 때는 요나스의 움직임과 얼굴 표정이 안 보여서 몰랐었는데

혼자서 아주 할 일이 많은 어려운 역할이라는 걸 실감했다.

확 드러나지 않지만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

성실한 표현이었고 무던한 노력과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능숙함과 완벽함과는 별개의 문제긴 하지만..)

홍륜희는 메리는 너무 깊어졌다.

어머니를 뛰어 넘는 힘겨운 모성애.

이 악몽에서 제일 먼저 구원해야 할 사람이 메리여야만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이번 관람은 좀 애매하고 이상했다

김재범을 제외한 모든 배우에게서 위태함과 다급함이 느껴져서...

나쁘진 않았는데...

어딘지 낯설다.

 

* 김재범이 연극 <연예시대>를 한단다.

  "동진"도 나쁘진 않지만

   개인적으론 그가 <번지점프를 하다>의 "인우"를 해주길 은근히 바랬었는데...

   그랬다면 깊은 감정의 끝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도 김재범 덕분에 <연애시대>를 다시 보게 생겼으니 그것도 나쁘진 않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블메포>의 커튼콜 참 엄숙하다.

배우들의 표정도 그렇고....

조금만 덜 엄숙했으면 좋겠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1. 21. 00:04

<연애시대>

부제 : 헤어지고 다시 시작된 그들의 연애
일시 : 2011.09.23. ~ 2011.12.31.
장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출연 : 김영필, 주인영, 이상혁, 김나미, 정선아, 김태근
원착 : 노자와 히사시
각색 : 김효진
연출 : 김태형


요즘은 연극이 참 좋다.
점점 가벼워지고 코믹해지면서 엄청난 물량공세와 스펙타클한 무대효과에 힘을 쏟는 뮤지컬에 눈이 피곤했나보다.
지금 현재도 기대했던 뮤지컬 <엘리자벳>의 가격대를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중이다.
VIP석을 넘어 생전 듣도 보도 못한(이런걸 듣보잡이라고 해야하나?) D-class라는 좌석이 탄생했다.
가격은 무려 15만원!
그것도 금,토,일 주말에는 16만원이란다.
이제 대작 뮤지컬은 돈 좀 있는 사람들만 즐기는 상류층의 진정한 귀족문화로 탈바꿈하려나보다.
항간에는 D-class의 "D'가 대박의 준말이라고 비아냥거린다.
불매운동 하자는 말도 있고...
(EMK의 엄청나게 창의적인 high-class 정신에 경의흘 표하는 바이다)
어쨌든 샛길로 빠지긴 했지만 점점 뮤지컬을 본다는게 여러모로 무서워진다.



연극 <연애시대>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손예진, 감우성 주연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었다.
본 적은 없지만 꽤나 인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2권으로 된 소설은 꽤 오래전에 읽었다.
원작자 노자와 히사시는 일본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이자 TV 미스터리 극본가였다.
투박하고 뭉뚝하게 생긴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감성적이고 세심한 글을 썼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더이상 그 이유를 알 길은 없어졌다.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기이기도 한 그가 2004년 6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에...
뭐가 그를 못견디게 했을까?
로맹 가리처럼 문학적으로 모든 걸 이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정리해버린건가?
글쓰는 사람의 죽음, 특히 그게 스스로 선택한 자살이라면.
어쩔수없이 명치끝이 오랫동안 묵직해진다.
이런 연애시대를 꿈꾼 사람이 왜?



도망치는 남자 리이치로(김영필),
그리고 싸우는 여자 하루(주인영).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고 아이를 가졌다.
그러나 그 아이는 살아서 태어나지 못했다.
아기가 사산된 날, 남편은 아내 곁을 지키지 않았다.
(사실 남편은 그날 밤 사산된 아이와 함께 있었지만 아내는 그 사실을 모른다)
도망친 남편때문에 아내는 싸우게 됐을까?
남편은 아내와 싸우지 않으려고 도망쳤을까?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리고 속마음을 숨기면서 서로에게 끝없이 빈정대면서
다시, 아니 계속 사랑하고 그리워하면서 서로를 지켜보고 바라본다.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너그럽게 서로를 배려하게 된 두 사람.
이런 줄거리... 사실 신물 제대로다.
하지만 이 연극은 그렇지 않다.
절대 신물 따위 나지 않는다.
두 시간동안 푹 빠져서 이 신물나는 뻔한 신파를 나는 아름답고 황홀하게 지켜봤다.
연출, 배우, 무대, 극의 전개가 전체적으로 잘 짜여졌다.
배우들의 감정 연기와 몰입이 한 순간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오랫만이다.
6명의 등장인물이 이렇게 완벽하게 무대를 채우는 모습을 목격한 건!
마치 2인극에서나 가능할 그런 집중력이고 몰입이다.
이 연극.
괜찮다. 따뜻하고 다정하다.
툭툭 치고 받는 대사들도 살아있다.
주인공 김영필, 주인영이 11월 중순까지 공연하고 다른 팀이 들어간다기에
서둘러 챙겨봤는데 놓쳤으면 많이 아쉬웠을 뻔했다.
<뷰티플 선데이>의 정선아도, <청춘, 18대1>의 김나미도 배역에 참 잘 어울렸다.
정말 오랫만에 괜찮은 연극배우들이 만든 꽉 찬 빈틈 없는 연극을 만났다. 
풍요로운 포만감에 온 몸이 나른해진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게 "연애"란다.
절대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연애를 하는 사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싸우는 걸 두려워하지 말 것!
함께 싸우면서 그렇게 알아가면서 또 다시 싸우면서...
그리고나면 시간이 더 많이 흐른 뒤 정말 이런 말을 하게 될지 모른다.
"함께 늙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이럴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누구든, 어떻게 살았든
참 제대로 살았다.

이 연극은 오래 고민중인 내게 선택을 남겼다.
고맙다.
충분히 도움이 됐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