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문의 비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10.14 <열녀문의 비밀> - 김탁환
  2. 2010.02.08 <열하광인 1,2> - 김탁환
읽고 끄적 끄적...2010. 10. 14. 05:54
소설 노동자 김탁환의 백탑파 시리즈 그 두번째 이야기다.
시리즈 세 개가 모두 상,하 권 2권씩으로 되어 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가 <방각본 살인 사건>
두 번째가 이 책 <열녀문의 비밀>
그리고 그 마지막이 <열하광인>이다.
순서를 좀 많이 뒤바꿔서 읽긴 했지만 (열하광인 -> 방각본 살인 사건 -> 열녀문의 비밀)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깈탁환, 참 재미있게 잘 쓴다.
특히나 책 속에 나오는 고어(古語)들을 보는 재미도 유별나다.
요즘 정은궐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KBS에서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다소 과한 제목으로
드라마가 되는 걸 보면서
백탑파 시리즈는 왜 안 되나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현재 영화 촬영 중이라고 한다.
주연은 연기본좌로 불리는 "김명민" (사실 기대가 무지 된다)
<조선명탐정 정약용>이란 안 어울리는 가제로 오달수, 한지민 등이 출연한단다.
(책에는 정약용은 이름도 안 나온데 주인공은 정약용이다. 어쨌든...)
정은궐의 남장 여자 시리즈 소설이 다소 하이틴 로맨스 같다면
김탁환의 소설은 조금 더 역사적이고 꼼꼼하다.
재미야 물론 당연히 있다. 김탁환인데...



영정조의 시대는 조선의 르네상스일뿐만 아니라
소설가에게도 다양한 스토리텔리의 보고다.
김탁환 역시도 이 보고에서 백탑파 시리즈로 참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백탑파(白塔派)는 영정조 시대 탑골 백탑 아래 모여 시문을 공부하고 경세를 논한 서얼 지식인 그룹이다.
정조대왕 전까지는 서얼 출신이라는 신분적인 한계로 인해 등용되지 못했던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백동수, 김진, 이명방...
정조의 정치 개혁과 문화 혁신이 아니었다면
이들 역시도 조선이라는 철저한 신분제 유교국가의 서러운 미물에 지나지 않았을테다.
백탑파 시리즈의를 쓰면서 김탁환은 핵심 주제가 "혁신"이라고 말했다.
이 책 역시도 조선시대 남편을 따라 죽는 "종사"(從死)를 열녀로 칭송하던,
지금으로선 어이없던 시대에 대한 조롱과 그 이면의 비밀을 파해진 책이다.
역시나 전작처럼 의금부 도사 이명박이 서술자로 나오고
사건 해결을 하는 이는 명탐정 화광 김진.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고 끝까지 반전의 묘미를 준다. 
규장각 검서관 중에서 가장 먼저 관직을 받은 이덕무.
그가 적성 현감이 되어 내려갈 즈음에 열녀 정려 품신으로 검서관들은 한창 바빠진다.
전국에서 올라온 서찰을 읽고 열녀를 선별해 그 진위 여부를 파악하라는 어명이 내려진 것이다.
너무나 완벽한 "열녀적성김씨전"을 읽게 된 검사관들은
그 완벽함이 오히려 기이해서 적성군 임 참판의 종사한 며느리 김씨를 조사하기 위해 적성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이명방을 만나게 된 계목향이란 기생은
김아영과 언니, 동생하는 사이며 둘이 함께 <백투색전>이라는 소설을 짓는 중이었노라 말한다.
결코 김아영은 스스로 자결할 사람이 아니라는 말도...
사건을 전말을 하나씩 알아갈수록 연관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그리고 청상과부 김아영은 임신 중이었다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드러난다.
열녀라는 이름으로 죽음을 강요하는 조선 양반들의 추악함을 보며
열녀란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열녀인가 잠시 생각하게 한다.
지금은 효부니, 열녀니 하는 말들이
코메디의 소재로도 쓰이지 못할 만큼 낯설어졌지만
예전 조선시대는 참 이런 명분으로 타인의 삶을 좌지우지 했었다는 걸 생각하면
참 어이없고 우습기까지 한다.
(이런 책을 읽으면 솔직히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다는 안도감이 들긴 한다)



줄거리를 신경써 따라가지 않아도 금방 금방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김탁환의 소설들이 언제나 그렇듯...
이 사람의 글은 참 묘하다.
가벼우면서도 마냥 가볍다라고 할 수만은 없다.
철저하게 자료를 찾고 고증하면서 무슨 연구 논문 쓰듯 조사를 한고 소설을 쓴다.
이런 모습을 보면 그가  KAIST에 교수였다는 사실이 이해가 된다.
노동자면서 학자이기도 한 소설가! (^^)
그는 "작가의 말" 이런 글을 남겼다.
...... 10년 동안 네 도시를 떠돌며 열한 편의 전작 소설을 썼다. 얻은 것은 소설이요 잃은 것은 전부다. 청춘도 친구도 희망도 기억도 곁에 없다. 어쩌다가, 아, 어떡하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 혼자 걷고 혼자 밥 먹고 혼자 그림자 밟으며 이 소설을 썼다. 현명한 이들은 이렇게 살지 않겠지만, 나는 아직도 올바름으로 돌아오지 않는 일들을 부여잡고 곱씹는다. 편가른다. 윽박지르며 뜯어고치려 든다.......
소설에 전부를 내줬다...고 그는 말했다.
현명하지 못한 소설 노동자 김탁환의 긴 노동은
그 전부를 내주는 것 때문에 가볍지 않게 된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는 전부를 내주고 소설을 얻었다.
나는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얻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줄 것이 없어 민망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2. 8. 06:07
김탁환의 역사소설들은 재미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시대를 담고 있고
그리고 몰랐던 그 시대의 한부분들을 알아가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스스로를 소설 노동자라고 말하는 김탁환,
그가 만들어가는 허구의 세상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얼마전에는 유명한 사진작가 강영호와 함께 흡혈귀에 관한 소설을 출판했는데
그 책 역시도 특이한 경험이지 않을까 싶다.
<99: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라는 제목의 책.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에 이은 백탑파 그 세번째 이야기란다.
김탁환은 "'혁신'이라는 기치를 반성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 ...... 수구와 혁신에서의 양자택일은 이미 낡은 도덕적 틀이다. 이제는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를 더 깊이 따져 보아야 한다 ......"
개혁 군주를 표방하던 정조가 문체반정과 함께
돌연 절대 군주를 꿈꾼 아이러니의 시대를 만날 수 있다.
정조의 문체 반정!
1792년에 개혁 군주 정조는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패관기서와 소품문을 멀리하고
전통적 고문(古文)을 모범으로 삼으라는 명을 내린다. 
뒤이어 당시 젊은 지식인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조선의 문풍을 어지럽히는 대표적인 금서로 규정한다.
이 일로 조선 후기 문예 부흥의 싹은 짓밟혔고,
정조는 점차 개혁 군주의 면모를 버리고 절대 군주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정조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던 백탑파 (이명방, 명은주, 덕천대사, 조명수, 홍인태, 이덕무)
그런데 이들이 이 <열하일기>에 빠져 독회까지 결성한다.
임금의 눈을 피해 마지막 독회를 시도하려는 그들.
한 사람씩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열하광인들...



각 장의 시작 페이지에 번갈아 나오는
정조의 <홍재전서>와 박지원의 <연암집>, <열하일기>의 한 부분들이
마치 서로 대담을 나누는 것 같아 그 부분만 따라 껑충껑충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조선 후기 젊은 지식인들은 그랬단다.
<열하> 이전에 <열하>와 같은 서책이 없었고 <열하> 이후에도 <열하>와 같은 서책은 없었다고...
이 꽉 짜인 동어반복에 숨이 막혀 오는 서책, 그것이 바로 <열하>라고...
사람을 굴복시키게 만드는 책!
책을 읽다가 숨이 막히고 책을 다 읽은 후 그 책 앞에 무릎 꿇었던 책!
열하가 바로 그런 책이란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들이 말하는 굴복의 세계가 부럽고 질투나 어쩔 줄 몰라했다.
매번 굴복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그 세계가 그립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