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6. 8. 9. 08:26

정말 정말 개인적인 생각인데....

스플리트 통합티켓 가격은 아무래도 억지스러운 느낌이다.

통합티켓 1의 경우 성 도미니우스 대성당과 주피터 신전, 납골당을 볼 수 있고

통합티켓 2는 여기에 종탑 전망대와 성당 보물관이 두 곳이 추가된다.

그런데 성당 보물관은 입구가 막혀있어 아예 못봤고

혹시 내가 입구를 못찾은건가? 어쩌면 그럴지도...

주피터 신전과 납골당은 솔직히 입장료를 받기엔 너무 하다 싶게 휑하다.

(통합티켓이 아니면 입구에서 개별적으로 구입해야만 한다.)

사실 주피터 신전은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감이 엄청났다.

검은색 신상(神狀)도 신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좀비스러워서 보고 있기가 좀 그랬다.

 

 

저렇게 클로즈업하니 본격적으로 좀비스러운 게 진정한 호러물 같다.

그래도 신 중의 신 주피터신데... 이렇게 괴기스러울수가!

(저 손가락... 어쩔거야...)

개인적으로 주피터 신전에서 제일 인상적인건 둥그런 황금빛 천장과

천장에서 벽으로 이어지는 부분의 문양들이었다.

실제로 조각한건지 아니면 착시효과를 이용한 그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원래 이 근처에는 주피터 신전 외에 두 개의 신전이 더 있었단다.

땅의 여신 시빌리를 위한 신전과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위한 신전.

두 신전은 없어졌는데 주피터 신전만 남아있는걸걸 보니 가장 중요한 신전이엇던 모양이다.

실제로도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자신을 주피터라고 부르기도 했다니

신상에 자신의 외형을 투사해서 제작했을지도 모르겠구나 싶었다.

(뭐가 됐든 좀비스러워....)

신전 앞에 있는 이집트에서 가져왔다는 검은 스핑크스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글루미하다.

 

 

열주광장 정면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황제의 알현실이 나온다.

이곳 천장은 원래 막혀있었는데 붕괴된걸 복구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버렸다.

덕분에 천연의 울림이 생겨 작은 음악홀 기능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곳엔 클라파 (Klapa)라는 달마티아 지방의 아카펠라 팀이 공연도 하고 CD로 판매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화음이... 형편없었다.

아카펠라 음악을 워낙 좋아해서 괜찮으면 CD를 구입하려고 했는데

너무 아마추어라서 포기했다.

(왠지... 스플리트는 점점 공갈빵같다.)

 

 

대성당 아래에 있는 납골당.

그래도 뭔가 있을 줄 았았다.

미라를 보게 될거라 기대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엿한 석관 몇 개라도 있을 줄 알았다.

아니면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히스토리라나 계보라도.

근데 정말 특별한게 없더라.

있는거라곤 붉은 옷을 입은 여신상(?)과 무덤이 있었던 자리에 놓여진 돌들 뿐.

뭔가 계속 속고 있는 느낌.

 

이쯤되니 스플리트의 정체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

관리도 보수도 턱없이 허술하고

심지어 내 눈엔 방치에 가까워 보이기까지 한다.

아무래도 호불호를 떠나 정체파악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알다가도 당췌 모를 곳,

스플리트.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8. 8. 08:27

우여곡절끝에 스플리트의 게스트 하우스 "러브크로아트아" 도착한건

오후 2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1박 2일 일정이긴 하지만 다음날 오전 떠나야해서 마음이 조급하다.

그래도 해가 길어졌다는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던지... 

작년 스페인, 이태리 여행때는 오후 6시만 돼도 어두워서 거리에 사람들이 없었는데 

여기는 오후 8~9시까지도 미명이 남아있어 늦게까지 돌아다닐 수 있어 좋았다.

심지어 더 늦은 시간까지도 사람들이 가득해서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언제 잠을 잘까??? 궁금하기도 했다.

 

 

스플리트 은의 문에 있는 흔한 시장 풍경.

이른 아침이 아니라 파장 분위기이긴 하지만

탐스럽고 선명한 색의 과일과 야채들을 보니 입 안에 침이 고인다. 

그래, 결정했어!

오늘 저녁메뉴는 여기서 산 과일과 야채들이다!

오랫만에 신선함 과일을 배터지게 먹을 생각에 미리부터 흐뭇했다.

 

 

점심으로 조각피자(10kn)를 먹고 입구에서 초코렛젤라토(10kn)를 사서 열주광장으로 들어섰다.

광장 주변을 따라 빙 둘러진 계단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있다.

그냥 돌바닥에 앉아있는 사람도 있고 방석에 앉아있는 사람도 있었는데

알고 봤더니 방석은 주변 음식점과 카페에서 사용하는 야외좌석이었다.

방석 위에 앉아있으먄 종업원이 와서 주문을 받더라.

고대유적지가 그대로 영업장이되는 스플리트의 흔한 풍경이라니!

낯설기도 하고, 부럽기도하고 기분이 참 묘하더라.

일단은 통합티켓을 사기 위해 매표소를 찾았다.

두 종류의 통합티켓 중 종탑까지 올라갈 수 있는 티켓(45kn)을 구입했다.

 

 

성 도미니우스 대성당.

입구 가까이에는 검은 스핑크스 상이,

입구 왼쪽엔 기독교 성인들을 등에 업고 있는 사자상이 지키고 있다. 

성 도미니우스는 로마시대 달마티아 지방의 주교로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기독교 박해로 참수를 당한 성인이다.

이곳은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자신의 무덤으로 만든 곳인데

결국은 자신이 핍박한 사람에게 그 자리를 내줬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 하겠다.

(황제의 시신은 사라져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유해가 안치던 무덤 앞엔 커대란 황금빛 제단은 달마티아 지방에서 가장 뛰어난 예술작품이라고.

성당 2층 보물관은 보수중인지 입구가 막혀있었고

성당 한켠도 투명가림막으로 막아놓고 한창 보수작업중이었다.

(난 또 그게 뭐라고 한참을 서서 구경했다.)

 

 

고백컨데 나는 종탑 덕후다.

그래서 무슨일이 있어도 종탑이란 종탑은 내 두발로 꼭 올라간다.

자다르에선 시간이 안맞아 대성당 종탑을 못올라갔었는데

드디어 스플리트에 와서 이번 여행의 첫 종탑을 올라갔다.

....

종탑이라면 나도 꽤 올라가 본 사람인데

여기 종탑은 내가 올라가본 종탑 중에서 단연코 제일 무서웠다.

높이 자체는 57m라 높지 않았지만 좁은 계단 사이사이로 까마득한 바닥이 그대로 내려다보여

한걸음 한걸음 위로 올라갈수록 다리가 저절로 덜덜덜 떨려왔다.

무서움을 떨치려고 혼자 계속 중얼거리면서 올라갔더니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자꾸 쳐다본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할 수 없다.

내가 무숴워 당장 죽을 것 같은니 이상한 사람이 되는것쯤은 아무 상관 없다.

어찌어찌 떨리는 다리를 끌고 겨우겨우 종탑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와... 그랬더니,  

또 이렇게 풍경이 보란듯이 기다리고 있다.

비록 다시 내려갈 일이 까마득하고 아득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눈 앞에 보이는 풍경에 최선을 다하는 걸로!

 

결론은 하나다.

종탑은 무조건 오르고 볼 일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