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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27 Turkey - 예니 자미 (Yeni camii)
  2. 2011.10.19 터키 25 : 예니 자미(Yeni Camii), 뤼스템 파샤 자미
여행후 끄적끄적2013. 11. 27. 08:15

이스탄불 자미 중에서 공사기간이 가장 길었다는 예니 자미.

한때 재정적인 문제때문에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는데 시기만도 무려 56년이란다.

그대로 멈춰버린 자미 앞에서 그 당시 사람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말 그대로 꿇어 엎드려 참회로 용서를 비는 순간의 연속이었을까?

아니면 자미에 쏟아부은 재정과 인력에 대한 원망의 눈빛이었을까?

예니 자미를 보면서

터키의 그 숱한 자미들이 모두 종교적인 신념에 의해 자발적으로  지어진 걸까를 생각케했다.

서울의 밤하늘을 수놓는 빨간 십자가들도 떠올랐고!

그래도 터키의 자미들은 수다스럽거나 유난스럽지는 않다.

고요하고 조용하고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

 

이집션 바자르 옆에 있는 예니 자미는 

내부와 외부가 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내부는 조용하게 엎드린 신도들로 묵직하면서도 정갈한 경건함이 흐르고 

외부의 계단에는 한담을 나누는 사람들의 친근한 여유와 일상의 평온이 가득하다.

사람들 옆에서 열심이 모이를 쪼고 있는 비둘기들.

그대로 엽서의 한 장면이 되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그려졌다.

이집션 바자르의 번잡함과 예니 자미의 고요함.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두 건물은 그러나 묘하게도 서로 형제처럼 잘 어울린다.

마치 사람들의 삶과 거리를 두는 종교는 단지 이상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속(俗)과 성(聖)은 어쩌면 다른 게 아닐지도...

 

이슬람 자미 내부에 그림 장식이 거의 없다.

항상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그게 우상 숭배에 대한 경계 때문이란다.

인간이 신의 형상을 그리는 것 자체를 불경이라고 생각했던거다.

신에 향한 불같은 단호함과

범접할 수 없는 신성(神性)의 확고함이 자미 내부에까지 영향을 끼친거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런 금기는 구상이 아닌 추상과 기하학적인 문양이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자미 내벽을 장식하는 타일이나 아라베스크 꽃무늬,

코란 문자와 창문 장식의 화려함과 세밀함을 보고 있으면 정말 신의 손길이 느껴질 정도다.

특히나 자미 천정으로 햇빛이 비치면 빛 하나만으로도 자미는 그대로 성소가 된다.

자미에 들어가기전에 세족(洗足)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상과 가까운 곳에 일상처럼 자리잡은 camii.

종교란 사실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깊게 파고 들지 않으면서도 내내 함께 동행하며 위로해주는 것.

너무 많이, 너무 멀리 가버린 우리의 종교가 떠올라

저절로 몸이 동그랗게 말린다.

 

마치 내 몸이 하나의 자미가 되는 것 같다.

더 바라지 말고, 더 기다리지 말라고 신이 내게 말한다.

그렇게 하겠노라 대답해야 했었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10. 19. 05:23
터키여행에서 길과 함께 내 눈을 많이 사로잡았던 건
이슬람 사원인 "자미(Cammi)"였다.
유명하고 큰 규모의 자미부터 어디를 가든 보였던 이름 모르는 동네의 조그마한 자미들까지
그 독특한 모양과 건물을 보고 있으면 묘한 아우라가 느껴지기도 했다.
터키어로 "꿇어 엎드려 경배하는 곳"이라는 의미의 자미(Camii)
둥근 천장의 돔과 뽀족하고 긴 첨탑의 미나레.
모든 걸 감싸안는 대지같은 둥금과 뭔가를 향해 매섭게 찌르는 날카로운 예리함.
건물을 보고 있으면 포용과 통찰,
지성과 이성의 조합이란 생각이 든다.



이집션 바자르 바로 옆에 있는 예니 자미(Yeni Camii)는
이스탄불의 자미 중 가장 오랜 공사시간이 걸렸단다.
메흐메트 3세의 어머니이자 술탄 셀림 2세의 부인이었던 사피예의 명으로 짓기 시작했는데
건립 도중 술탄이 세상을 떠나면서 재정적 문제가 겹쳐지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비운을 겪었다.
중단된 기간만도 무려 56년!
그러다 메흐메트 4세에 의해 1663년에 비로소 완공되었다.
완공기념 개막 기도회 때는 술탄과 술탄의 어머니, 재상, 많은 학자들이 참석했는데
축하의 의미로 금으로 된 동전을 시민들에게 뿌렸다고 한다.
묘하게도 술탄 아흐메트 1세 자미(블루 모스크)를 떠올리게 한다.
월요일의 자미는 한산했고 세족을 위한 수돗가의 빈자리는 문득 평화로웠다.
자미 내부는 쏟아지는 햇빛으로 보석처럼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조용하고 고요한 자미 내부의 이방인도 그 움직임이 조심스럽고 잔잔해진다.
평화로웠고 그리고 따뜻했다.




이집션 바자르 입구 오른편에 위치한 뤼스템 파샤 자미(Rustem Pasa Camii)
자미 아래가 전부 상점이라 입구를 찾기위해 조금 헤맸다.
상점들 사이로 조그만 통로가 보여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거짓말처럼 자미 마당이 나왔다.
(1층의 상가 임대료로 자미 유지비믈 충당하고 있다니 상점들을 보면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자!)
뤼스템 파샤 자미는 쉴레이만 대제 당시의 재상 뤼스템을 기리기위해 1561년 미마르 시난이 건립했다.
술탄이 뭐 재상까지 친히 기념할까 싶었는데 이 사람이 쉴레이만 대제의 사위란다.
사위가 도대체 얼마나 이뼜길래 장인어른이 이런 엄청난 자미를 지었을까???
'파샤'란 단어도 오스만 제국의 고관을 지칭하는 뜻이란다.
사윗님께서도 장인어른에게 무지 감격해서 처갓집 말뚝에 골백번 절을 했겠다 싶다.
(이런 단순 무식하고 아주 관념적인 상상이라니...)
뤼스템 파샤 자미는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타일이 유명하다.
정원의 외벽과 내부 기둥, 벽에 사용된 꽃모양의 타일은
타일의 명산지 이즈닉에서도 최고급으로 치는 제품이었다고 한다.
특히 사원의 남동쪽에 있는 '토마토 레드'라 불리는 붉은색 타일은
현대의 기술로도 만들기 힘든 당대의 명품이었라고...
복장규정이 엄격하다는 에윕 자미도 반바지 입고 들어갔었는데
이곳은 입구에서 아저씨 한 분이 치마를 건네주셨다.
왠지 발걸음을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자미에 대한(정확히 말하면 종교에 대한) 터키인들의 경건함과 신성함을 보노라면
꿇어 엎드려 동그래진 돔같은 몸피에서 깊은 신뢰감마저 느껴진다.
그래서였을까?
마지막 일정에서까지 굳이 자미를 찾았던 건,
아마도 자미가 주는 신뢰감과 아우라를 기억에 담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정화(精化)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었는지도...
터키는 내겐 길의 나라다.
그리고 동시에 신성한 자미의 나라다.
그래서 터키는 내겐 두 개의 신성(信性)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