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7. 29. 07:49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7월 18일 첫공을 보고나서 안타까웠었다.

류정한의 연기와 노래는 나쁘지 않았지만

작품 속의 드라큘라에게 매혹과 관능이 아닌 징징대며 울어대는 찌질한 아이가 느껴져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건 내가 생각하는 "드라큘라"의 이미지와는 달라도 너무 많이 달랐기에!

그래서 더이상의 티켓팅을 없겠구나 생각했다.

일주일이 지나 공연장을 찾으면서도 작품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조정은 미나와 류정한 드라큘라의 하모니를 보게 됐다는 기대감이 훨씬 컸다.

그랬더랬는데... 그랬더랬는데...

정말 몰랐다.

이 작품이 내게 이렇게까지 엄청난 반전을 안길줄은...

나는... 나는... 드라큘라는 믿지 않는다.

이건 단시 오래된 이야기일 뿐이라고,

전설이 되버린 저주받은 사랑이야기일 뿐이라고...

 

관능의 불꽃은,

내가 누군가의 앞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낄때 격렬하게 타오른다 

그렇다.

류정한의 드라큘라를 보면서

내 육체는 뜨겁게 타올랐고, 내 오감은 일시에 집어삼켜졌고, 결국 뇌수까지 철저히 파먹혔다.

성적인 감각 그 이성을 뛰어 넘는 관능의 힘은 너무나 집요하고 또 강렬했다.

숨이 저절로 멈춰지는 희열와 맞먹을만큼.

게다가 그 희열는 어쩌자고 거부할 수 없게 매혹적이며 잔인하게  매력적인가!

우습다.

<트와일라잇>의 로버트 패트슨에게도 흔들려본 적 없는 내 심장이

그가 보여준 사랑, 그 불가능의 가능 앞에 빠르게 요동친다.

400년이라는 먼 길을 걸어온 자의 긴 시간이 느닷없이 내 가슴 속을 후려친다.

깊고, 깊고, 깊은 그리움이 만든 불멸의 생,

그 불멸의 생이 지금 내게 묻는다.

그대는 그대의 생이 아직도 찬란하다고 믿는가?

그대는 지금 어떤 기쁨과 어떤 가슴떨림으로 살고 있는가?

내가 감당하지 못할 질문을 던져대는 이 작품을 나는 또 어찌해야하나!

견뎌야할까? 모른척 해야할까?

 

그 격정의 시간 속에...

그러나 류정한은 없었다.

오직 400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온 "드라큘라"만이 있을뿐.

(나는 그 오랜 시간을  결코 "저주"라 말하지 않으련다!)

"신선한 피"는 점점 변화되는 드라큘라의 모습을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그대로 보여준다..

삼엄한 경고를 선언하는 도입부 루마니아어 대사부터 압권이더니

권위적이면서 위압적인 시작과 조금씩 부드러워지면서도 날카롭고 강해지는 후반부의 표현은

넘버 한 곡을 그대로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들어버렸다.

고백컨데 나는 이 넘버에서 그의 J&H 잔상을 보게될까봐 걱정했었다.

그런데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우에 불과했다.

"confrontation"이 맞긴 하지만 J&H의 confrontation과는 완전히, 확실히, 분명히 다른 또 하나의 "confrontation"이 탄생되는 순간이다.

목소리톤의 변화와 높낮이, 섬세한 손끝의 표현과 표정들,

격양되고 확장되는 액팅과 "내 사랑 미나!"에서의 무시무시한 타이밍까지.

내가 본 건 냉혹한 분노였고 뜨겁게 불타오르는 열망이었다  

그런데 그런 잔혹한 피의 파괴를 서슴치 않는 드라큘라가..

유일한 사랑 미나 앞에서는 너무나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결국 "Loving You Keeps Me Alive" 앞에서 나 역시도 함께 우루루 무너져내렸다.

"그 이름만 속삭여도 심장이 떨리는 사랑"이라니...

(또 다시 내게 묻는다. 너는 단 한 번이라도 그런 사랑을, 그런 사람을 가져본 적이 있느냐고!)

그 마음이 너무 아파 통곡처럼 눈물이 흘렸다.

조용한 울음 끝을 다스린다는게...

이렇게까지 힘들고 고통스런 일이 될 줄은 

정.말.몰.랐.다.

어쩌짜고 뭘 이렇게까지 표현하고 마는가!

스산하고 음산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파열음과 ㅅ발음 강조하던 트란실베니아 성에서의 음색과

미나 앞에서 아이같은 해맑아 오히려 아팠던, 그 묘한 여운이 남던 음색까지.

그는 과연 알고 있을까?

그의 드라큘라가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모든 혈관의 피를 멈추게 했다는걸.

"가끔 열정에 휩싸이다보면 스스로 통제가 안돼요..."

그래, 드라큘라의 말은 옳다.

통제라니...

그게 가당키나 한가!

 

 

조정은 미나.

보호본능과 모성애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그녀의 음색은

놀라울정도로 현악기와 흡사했다.

그래서 "Please Don’t Make Me Love You"는

마치 꿈결처럼, 물처럼 스며들어 몽환적인 느낌까지 안긴다.

카이 조나단의 "Before The Summer Ends" 의 조용한 흐느낌은 그대로 적막이더라.
류정한, 조정은, 카이.

클래식하고 우아하고 아주 섬세한 조합.

나는 이들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아! 그리고 드라큘라의 "The Longer I Live"

그 느낌은 감히 표현도 못하겠다.

때로 어떤 것은 설명하려면 할수록 본질에서 점점 멀어지기에...

단지 말할 수 있는 건,

눈과 귀만큼 매혹적이고 매섭고 무서운건 없다는 것 뿐.

 

<드라큘라>

정직히 말하면 이 작품은 완벽하지 않다.

드라큘라의 넘버를 제외한 다른 노래들은 가사번역도 적절하지 않고 운율도 흔들린다.

특히 반헬싱과 드라큘라의 대결 장면의 액션은 에니메이션스러웠고 가사는 너무나 정직(?)했다.

앙상블의 활용도는 심각하고,

그나마 몇 번 나오지 않는 앙상블도 산만하기 그지없다.

곳곳에 지킬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기법과, 기시감이 느껴지는 장면, 넘버도 많다.

하지만 난 이 작품을, 류정한이라는 배우를 더 많이 사랑하고 믿기로 했다.

그의 표현과 연기가 정답이라 주장하려는건 물론 아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연기와 표현은 충분히 설득력 있었다.

가상의 혹은 미지의 존재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현실화하는 일.

배우가 무대 위에서 그걸 보여줬다면 정답 따위는 필요없다.

눈이 보는 것, 귀가 듣는 것.

오로지 그게 전부다.

 

이런 말...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류정한이란 배우와  동시대를 살아낸다는 건

조나단이 미나를 만난 것보다 더 벅찬 축복이다.

배우로서 그의 끝없는 도전과 원숙함을 지켜보는게 나는 너무나 행복하다.

그건 그의, 그리고 나의 나이듦을 간단없이 무시하게 만들만큼 완벽한 즐거움이다.

한 단 번의 눈길로 4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엘리자벳을 알아본 드라큘라의 마음을.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백만명이 목소리를 낸다해도 나 역시 배우 류정한의 목소리만큼은 여지없이 알아챌테니까!.

그가 "망각"되는 날들이 과연 올까?

언젠가 그럴수 있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절대 아니다.

아마도 나는 그가 파파할아버지가 돼 백발의 머리로 작품 속에 단 한 장면 출연한다고해도

파파할머니의 모습으로 기쁘게 공연장을 찾게 되리라.

그렇게 그는 언제까지나 무대 위에서 불멸의 생을 이어가리라.

어쩌면 그는...

정말 뱀파이어가 아닐까?

 

나는 이제 내가 한 말에 스스로 반기를 들려고 한다.

나는... 나는... 드라큘라를 믿는다.

어쩔 수 없다.

배우 류정한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대... 불멸의 삶을, 불멸의 사랑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배우 류정한의 무대를 보라.

그곳에 당신이 찾는 불멸의 삶이, 불멸의 사랑이 있다.

늘 그렇듯

이미 오래전부터 그곳에 항상 있었다.

Life After Life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22. 07:52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드디어 <드라큘라>를 봤다. 그것도 류정한 첫공을...

프랭크 와일드 혼과 데이비드 스완, 그리고 류정한.

이 세 사람만큼 소위 잘 먹히는 조합이 또 있을까?

류정한 벰파이어라...

드디어 온갖 캐릭터를 섭렵하고 벰파이어로 또 다시 정점을 찍게 되려나? 

아주 도도하고 관능적인 드라큘라를 보게 될 것 같은 기대감.

그의 고급스런 목소리로 듣게 될 "Fresh bood"와 "Life after life", "The Longer I Live"가 정말 너무 궁금했다.

혼자 미리 그려본 그림만으로도 기대감은 충분히 올려갔다.

음색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연기력도 그렇고.

아주 클래식하면서 도발적인 작품이 탄생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첫공을 본 느낌은...

솔직히 많이 당황스럽고 엄하다.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일단 류정한 드라큘라와 정선아 미나의 조합은

음색도, 연기도, 전체적인 조화도 생각보다 훨씬 더 어울리지 않았다.

루시같은 미나. 아주 도발적인 미나랄까?

정선아는 아무래도 지고지순한 역는 살짝 비켜가야할 듯.

애절하고 간절하고 절망적인 느낌이 전혀 없다.

특히 "Please Don’t Make Me Love You"가 깊게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루시를 정선아가 했다면 배우도, 배역도, 작품도 훨씬 잘 살았을 것 같은데...

게다가 정선아 루시는 카이 조나단과도 그다지 어울리지 않더라.

미나에게선 루시가, 조나단에게서는 미나가 느껴져 혼자 혼란에 빠졌다.

조나단이라는 역할 자체는 카이와는 아주 잘맞았고 

조나단의 넘버도 카이의 음색과 아주 잘 어울렸다.

"Before The Summer Ends"는 참 애잔하더라.

1막의 상반신 노출장면 때문에 살을 너무 많이 빼서인지 카이의 얼굴이....

(솔직히 너무 많이 빈해보이더라..)

 

문제의 드라큘라.

데이비드 스완은 왜 드라큘라를 이렇게까지 찌질하게 만들었을까?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안다는 연출가인데 적어도 이번만큼은 살짝 비켜간 모양이다.

한국인이 비극을 좋아하긴 하지만 비극에 찌질함이 가미되는건 정말이지 극도로 싫어한다.

거부하지 못한 강한 매혹과 신비스런 공포가 느껴져야 하는 드라큘라가

마치 엄마를 잃은 아이같이 너무 징징댄다.

특히 울며불며 미나에게 애정을 구걸하는 기차역 장면은...

내가 생각하는 "드라큘라"의 이미지와 전혀 매칭이 안된다.

(소위 말하는 민폐 캐릭터다.)

개인적으로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개리올드만 주연 <드라큘라> 매니아라 비교를 자꾸 하게되는데

영화와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좀 오래된 영화지만 이 영화 강력 추천한다.

 아주 매혹적이고 은밀하고 아름답고 도도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정한의 넘버 소화력은 참 좋았다.

"Loving You Keeps Me Alive"는 초반엔 너무 징징거려 거부감이 있었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류정한 특유의 애절함과 간절함이 가슴 속으로 빠고 들었다.

"The Longer I Live"는 나조차도 온갖 고민에 사로잡히게 만들더라.

아쉬움이 있다면 "Fresh bood"이 더 강렬했으면 하는 바람.

전반과 후반이 극명하게 달랐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캐릭터 자체가 너무 찌질한게 문제지 류정한의 넘버 소화력이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4중 텐테이블 무대와 바닥으로 쓰러지는 관은 시선을 잡아끌었지만 플라잉신은 솔직히 낚시다.

(배우 입장에서는 아득한 높이이긴 했겠다.)

그리고 다른 배역들은 다 괜찮은데 유독 드라큘라 의상이 참...

꼭 그렇게까지 "I'm Dracula"스러운 복장이어야 했을까???

중세시대 백작의 러블리한 모습까지 꼼꼼히 챙겨주시고...

개인적으론 아주 덴디하거나 모던한 의상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작품을 보면서 느낀건,

프랑크 와일드 혼도 그렇고 데이비드 스완도 그렇고

자신들의 과거 작품들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는 거다.

이 작품도 기시감이 너무 많이 느껴졌다.

뮤지컬 넘버는 프랑크 와일드 혼의 전작들이 전부 소환됐고

연출은 데이비드 스완의 적작들이 여기저기 출몰해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번안은 도대체 누가 하셨는지...

대사 번안은 그런데로 괜찮은데

넘버 번안는 너무 심하게 꾸역꾸역 밀어 넣었더라.

단어나 문장도 최상의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고...

감수를 조금 더, 여러 명이 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솔직히 이 작품.

현재까지는 "와! 좋다~~~~"는 아니다.

일단 류정은, 조정은, 카이 조합으로 한 번 더 봐야 분명히 알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미나의 이미지는 딱 "조정은"이다.)

이 세명의 클래식한 조합을 보게 된다면 

확실히 다른 느낌을 받을거라고 생각된다.

일단은 조금 더 기다려보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31. 08:31

<소서노>

일시 : 2014.03.24. ~ 2014.03.29.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극본 : 이희준

작곡, 음악감독 : 김길려

무대미술 : 이태섭 

안무 : 김혜림

연출 : 정혜진

출연 : 조정은 (소서노), 박영수 (주몽), 김도빈 (유리),

        이시후 (연무발), 박석용 (주렴) 외 서울예술단 단원

 

난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시리즈를 정말 좋아한다.

그것도 그냥 좋아하는게 아니라 몸서리치게 좋아하고 몸서리치게 아낀다.

작품의 퀄리티가 고저가 유난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서울예술단만의 뚝심과 가무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것에 무한 신뢰감이 생간다.

처음엔 가무극이라는 용어가 참 낯설었다.

"뮤지컬"이라는 말 대신 굳이 "가무극"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의아했지만

작품을 보고는 이해했다.

서울예술단 가무극 시리즈는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물론 좋지만

전문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춤이 주는 감동 또한 엄청나다.

오래동안 함께 작업한 사람들만이 갖을 수 있는 유대감과 결속력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덕분에 전문 댄서가 아닌 연기 전문 단원들까지 몸쓰는 솜씨가 애사가 아니다.

그래서 어느새 이렇게 "믿고 보는 서울에술단"이라는 수식어까지도 생겼다.

나도 이 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믿고 보는 서울예술단!

 

<레미제라블> 이후 오랫만에 조정은의 무대를 봐서 아주 반가웠다.

가냘픈 목소리가 이 역에 잘 어울릴까 싶었는데 의외로 부드러운 단호함이 강한 인상을 남겼고

칼을 가지고 몸을 쓰는 장면도 그렇게 많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과거에 서울예술단 단원이었던 그녀도 참 감회가 남달라겠다.

문득 조정은, 민영기의 서울예술단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최고의 로미오와 최고의 줄리엣... 그래서 그 둘의 마지막 공연은 봐서 다행이다.)

 

이 작품은 1막과 2막의 느낌이 확 다르다.

1막은 신화적 인 요소를 살렸다는데

다소 유치하고 살짝 아동극스럽다.

서울예술단 가무극 특유의 역동적인 춤도 기대보다는 아니었고

처음에 신기하던 무대 효과도 반복이 되다보니 어딘지 빈곳이 자꾸 보이더라.

(특히 빗방울 떨어지는 장면...)

무대가 과하게 크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와이어씬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틀 올리고 빼버렸단다.

개인적으론 현명한 판단이었지 싶다.

2막은 그래도 1막 보다는 괜찮았다.

서울예술단 특유의 춤과 타악기 연주도 만족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볼 수 있었고

특히나 조정은의 후반부 연기와 노래에 살짝 뭉클해지기도 했다.

박영수 주몽과의 듀엣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듣기가 좋았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배우 박영수는 서울예술단 작품을 할 때가 가장 돋보이는 것 같다.

서울예술단  F4의 모습도 역시나 보기 좋았고

고미경과 박석용의 조연 서포트도 언제나처럼 참 좋더라.

전체적으로는 기존의 작품보다는 조금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5월에 공연될 <바람의 나라>와 시대적으로 흐름이 연결돼서 개인적으로는 의미있게 봤다.

(와우~ 드디어 <바람의 나라>가 돌아온다~~~~~나... 이 나라에서 내내 살고 싶다...)

 

그냥 작품과는 별도로 서울예술단은 작품은 

저꾸 애정과 믿음이 간다.

솔직히 대한민국에서 이만한 뚝심과 자존심으로 

이렇게 꾸준히 창작품을 만들어내는 에술단은 없지 않나!

그러니 알뜰살뜰 아껴줘야만 한다.

그래도 된다.

서울예술단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8. 7. 08:35

<엘리자벳>

일시 : 2013.07.26. ~ 2013.09.07.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대본 : 미하엘 쿤체

작곡, 편곡 : 실버스터 르베이 

연출 : 로버트 요한슨

협력연출 : 박인선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옥주현, 김소현 (엘리자벳) / 민영기, 이광용 (프란츠 요제프)

        김준수, 박효신, 전동석 (토드)

        이지훈, 박은태 (루이지 루케니)

        김이삭, 노지훈 (황태자 루돌프) / 이정화 (대공비 소피)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주)마스트엔터테인먼트

 

이 작품은 너무나 유혹적이고 매혹적이다.

내겐 너무 치명적일만큼...

토드의 세계는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구원처럼 보인다.

그의 품에 안기면

정말 그가 완벽하게 위로해줄것 같다.

그리고 자유로워질 것 같고, 모든 싸움도 끝날 것 같다.

그가 나를 더 나은 현실 속으로 인도해줄것 같다.

tod... tod... tod...

그가 엘리자벳이 아니라 나를 선택하게 할 순 없는걸까?

진심으로.

 

박은태 루케니.

솔직히 나는 박은태의 무대를 보면 늘 아쉬웠다.

특유의 웅웅거리는 딕션도 그렇고

차고 나올 것 같으면서 제자리 걸음만 계속라는 그의 연기력은 항상 2%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남겼다.

그런데 확실히 <JCS>의 "지저스"가 그에게 약이 된 모양이다.

쉼없이 바로 루케니로 무대에 선 그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변해 있었다.

워낙 해설자에 적합한 배우이기도 하지만

작품 전체를 완전히 손 안에 쥐고 흔드는 느낌이랄까?

연기도 훨씬 더 여유로워졌고 자유스러워졌다.

그야말로 물만난 고기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너무 수월하고 깨끗하고 올라가서 오히려 부담스러웠던 고음도 훨씬 듣기 편해졌다.

프롤로그부터 시선을 확 잡더니 극이 끝날 때까지 그 집중도를 흩으러뜨리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도, 그리고 관객까지고 완벽히 손아귀에 쥐고 흔들었던 박은태.

"밀크"는 조금 더 버라이어티해서 혁명적은 느낌이 감소됐지만

다른 넘버들은 완벽한 난장의 판을 벌렸다.

딱 이 시점에서 그가 <NDP>의 그랭그와르를 다시 한다면!

<NDP>의 캐스팅에 그가 빠진 게 점점 더 서운해지려고 한다.

<NDP>가 4년 만에 다시 작품을 올리면서 설마 박은태에게 love call을 안했을까!

절대 안 그랬을텐데...

아마도 그랭그와르의 1순위는 초연부터 함께 했던 박은태였을거다.

박은태 스스로가 마이클리와 다시 같은 작품에서 만나는 걸 피했을지도...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 ^^)

그래도 <엘리자벳>의 루케니를 봐버려서 그런지

그의 그랭그와르 부재는 영 아쉽고 아쉽다.

그렇다면 <NDP>를 고사하게 만든 그의 차기작은 도대체 뭘까?

절정의 기량으로 들어선 그가 설마 휴식기를 선포하면서 흐름을 깨진 않을 것 같고...

(기다리면 답이 나오겠지!) 

 

tod(죽음) 박효신!

사실 나는 오장육부로 노래하는 소몰이파의 가수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필에 너무 충만해서 가사전달도 약한 것 같고...

그런데 박효신이 이렇게 내 뒷통수를 제대로 내려칠 줄은 정말 몰랐다.

R&B의 영향이겠지만 일단 숨소리를 너무나 잘 이용한다.

강약조절도 좋았고 액팅의 디테일도 놀랄 정도로 좋았다.

특히 손의 움직임엔 정말 놀랐다.

과도한 소몰이 창법도 어느 정도 자체했고 눈빛은 압권이었다.

박효신 tod는 대단히 매력적이었고, 섬세하게 섹시했고. 충분히 유혹적이었다.

초연때 류정한 tod를 보면서는 못느꺘었는데

박효신을 보니 확실히 tod는 엘리자벳보다 더 어린 배우가 해주는 게 맞는 것 같다.

제대 후 앨범 작업까지 미루면서 결정한 박효신의 선택은 탁월했다.

새로 추가된 엘리자벳과 토드의 듀엣은 가사 전달이 별로였지만

다른 넘버는 비교적 가사도 잘 들리고 표현력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노래를 잘불러도 호흡이 딸리는 거친 숨소리를 듣게 되면 예민해지는데

박효신은 숨소리를 일부러 조절하면서 교묘하게 잘 이용하더라.

호흡도 아주 충분하다.

"마지막 춤"과 "내가 춤추고 싶을 때"는 옥주현 엘리자벳과의 발란스도 너무 좋다.

서로의 목소리가 마치 은밀히 끌어안는 느낌이랄까!

정말 엘리자벳과 토드처럼.

김이삭 루돌프와의 "그림자는 길어지고"도 나쁘지 않았고...

(그래도 이 넘버는 류정한과 전동석이 정말 최고의 박빙이었지!) 

전체적으로 목소리톤도 배역 자체와 너무 잘어울렸고 특히나 노래 부를 때 소리가 아주 좋았다.

몰랐는데 박효신,

가수로도 배우로도 멋진 가능성과 실력을 갖춘 사람같다.

앞으로도 계속 뮤지컬 무대에서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옥주현 엘리자벳.

박은태 루케지처럼 절정의 기량을 보였다.

연령대가 너무 넓어 자칫하면 어색할 수 있는데 초연때보다 훨씬 느낌이 좋았다.

특유의 이뻐보이려고 하는 것도 많이 줄어들고...

(아무래도 <레베카>의 힘이 크지 않았을까?)

솔로곡 "나는 나만의 것"도 좋았고 토드와의 듀엣도 좋았다.

민영기 요제프와의 듀엣은 환상적이더라. 

특히 2막 후반부 "행복은 너무 멀리에"는 두 사람 다 감성이 절절해서

이번 관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다.

루돌프의 관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도 정말 좋았다.

(옥주현에게 어머니의 감성을 보게 되다니!)

이젠 뮤지컬 배우로서 옥주현은 도저히 인정을 안할래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느새 옥주현은 여우가 다됐다.

그것도 아주 현명하고 똑똑한 여우.

 

대공비 소피는 초연때는 이정화보다 이태원이 훨씬 좋았었는데

(권위와 완고의 차이라고 할까?)

이번에 좀 연기에 변화를 줘서 그런지 딱 맘에 들었다. 

민영기 요제프는 그야말로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역시나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게다가 더 그윽해지고 깊어졌다.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하차하게 된 윤영석의 아쉬운 마음은

아마도 리틀 윤영석 예담이가 충분히 위로해주지 않았을까?

아빠 닮아 목소리도 좋고, 연기도 잔망스럽게 잘한다. 

(그게 아이의 욕심인지, 부모의 욕심이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초연때보다 더 좋았지만

사신들은 너무 화려해져 부담스럽다.

그래선지 "그림자는 길어지고"에서는

비밀스런 음모와 결단의 모습이 아닌 화려한 퍼포먼스가 먼저 보인다. 

(제일 기대했던 장면인데 아쉽다.)

 

원래 <엘리자벳>은 한 번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지금 살짝 재관람을 고민중이다.

뜬금없이 이지훈 루케니가 궁금해져버렸다.

그가 해설자로서 극 전체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도,

밀크와 키치 같은 파격적인 넘버를 어느 정도까지 감당해내는지도 궁금하다.

아마도 이 작품이 이지훈의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쉽지 않은 작품에 더 쉽지 않은 인물을 선택한 이지훈의 이유!

그걸 한 번 목격해보고 싶어졌다.

 

역시나,

질문들은 던져졌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 23. 08:34

<Jekyll & Hyde>

일시 : 2013.01.08. ~ 2013.02.09.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연출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원미솔

제작 : CJ E&M, (주)오디뮤지컬컴퍼니

출연 : 윤영석, 양준모 (지킬/하이드), 정명은, 이지혜 (엠마)

        선민, 신의정 (루시), 김봉환(덴베스), 김정민(어터슨)

        이석(글로솝), 강상범(세비지, 풀), 김태문(주교)

        정현철 (스트라이드, 스파이더), 김기순 (비컨스필드/기네비어)

 

양준모만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 작품을 다시 보진 않았을거다.

뮤지컬 배우 양준모.

이 사람만큼 자기 이력을 충실히 쌓아가는 배우가 또 있을까?

<스위니토드>, <영웅>, <팬텀 오브 디 오페라>, <지킬 앤 하이드>에 이어 곧 개막될 창작 뮤지컬 <아르센 루팡>까지...

나열해보니 남자 뮤지컬 배우의 로망인 작품들을 두루 섭렵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건,

대단한 작품들의 주인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준모라는 배우 자체는 큰 인기를 얻거나 세간의 이목을 받지 못했다는 거다.

이날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도 찾아온 관객이 무지 많았는데

양준모라는 배우 자체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어 보였다.

심지어 "양준모가 누구야?" 라는 소리도 꽤 많이 들었다.

늘 궁금했다.

왜 유독 양준모라는 배우는

그가 출연한 대단한 작품에도 불구하고 늘 가려진 듯한 느낌인지...

오디 대표 신춘수의 말은 그런 의미에서 언급의 가치가 꽤 있어 보인다.

"준모는 오디션에 항상 참여했는데 좋은 성과를 보였지만 외모 때문에 좀 망설였다"

실제로 이날 본 양준모 지킬(하이드 말고)은 흡사 강호동을 떠올리게 만드는 비쥬얼이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강호동 때문에 관람하면서 당황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혹시 나만 이런 인상을 받은걸까???)

맨 앞 줄이 아니라 차라리 좀 뒷자리에서 볼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양준모의 지킬은...

뭐랄까?

개인적인 느낌은 성급하고 조급했다.

그건 긴박감이나 휘몰아치는 속도감과는 다른 의미다.

지킬을 속히 끝내버리고 관객들에게 자신의 무기인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하이드을

빨리 보여주고 싶어하는 배우의 심정이 읽혀졌다.

쓰나미급의 충격을 자신하듯.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그래서지 지킬이 끝없이 보채는 강박증이 앓는 어린 애처럼 보인다.

컨디션이 별로라는게 눈에 확연히 보이기도 했지만

지킬의 그 숱한 넘버들을 기대보다 잘 소화하지 못했던 것 같다.

몇 년 전에 새롭게 추가된 "I need to know"는

제대로 부르는 한국 배우를 아직까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이 넘버를 처음 들은 게 하필이면 브래드 리틀의 내한공연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기존의 넘버들과 약간 다른 비트라 아직 익숙하지 않아선지

매번 들을 때마다 어색한 게 영 친숙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alive"라는 넘버는 심장을 쥐고 흔드는 게 아니라

망치로 머리에 일격을 가하는 듯한 강력한 충격이길 바랬는데 좀 무난했던 것 같다.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양준모였건만!)

그래도 확실히 지킬 보다는 하이드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특히 "confrontation"의 파워는 역대 최고였던 것 같다.

(여기에 스킬이 조금만 더해졌다면 금상첨화였을텐데...)

심지어 배우 자신도 그 파워를 감당하기가 힘들었는지 흔들리는 모습이 살짝 보였다.

그런데 그런 배우의 흐름이 극의 흐름과 비슷해서 나쁘지 않았다.

"Dangerous game"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건 선민 루시.

하이드가 쳐놓은 거대한 거미줄에 갇힌 루시의 모습이 너무 안스러우면서도 무지 섹시했다.

일종의 주도권이 전복되는 경험을 한 셈이다.

선민이라는 배우를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본건데 놀라울 정도로 노련했다.

김선영 루시가 지금껏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선민도 만만치 않다.

춤은 누가 봐도 훨씬 앞서고, 가창력이나 감정 표현도 수준급이다.

배역에 한계가 있는 목소리라는 게 안타까울 정도다.

 

매번 이 작품이 올라올때마다 앙상블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4개월동안 지방공연을 돌고 서울로 입성해서 그런지 앙상블의 합은 정말 잘 맞는다.

몇몇의 대사톤은 좀 거슬리지만

호흡과 발란스는 정말 좋았다.

오랫만에 초연멤버 김정민 어터슨을 만난 것도 좋았고

(개인적으로 어터슨은 김정민 해석이 제일 좋다.)

스파이더 정현철은 예전 표현 방식으로 다시 돌아갔으면 좋겠다.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하이브리드 하하를 보는 것 같아서...

배우 김기순도 비콘스필드 부인은 좋은데 기네비어일 때는 너무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

뭐 그래도 프롭스만큼의 오버는 아니었고.

정명은 엠마는 양준모가 노안(죄송 ^^)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연상연하 커플을 보는 느낌이었다.

노쇄한 엠마라니?

당혹스럽다.

그래도 루시와의 "In his eys"는 꽤 괜찮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은 주조연 보다 앙상블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런 말을 남기면서도 참 씁쓸하다...)

너무 애정이 깊어서,

너무 많이 알아서,

그리고 너무 많이 좋아해서

이제는 이 작품을 편하게 관람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려놓을 때가 온 것 같다.

This is the moment!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