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피트석'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2.22 <그냥 Just Stories> - 박칼린
  2. 2010.04.29 뮤지컬 <미스 사이공> - 2010.04.25. PM 6:00 성남아트센터
읽고 끄적 끄적...2011. 2. 22. 06:23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감독 박칼린.
<남자의 자격 - 하모니> 덕분에 이제 그녀는 유명인사가 되버렸다.
칼린리더십이 나올 정도니까...
뮤지컬 오케스트라 피트석에서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건 든든함이었다.
첫느낌 참 강력했었는데...
아마도 이국의 모습때문에 더 그랬겠지만.
그녀가 에세이를 냈다.
<그냥 Just Stories>
재미있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건!
그것도 누군가 직접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걸 들여다보는 건!



박칼린.
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그래서 태생부터 이미 다양성을 몸에 담고 태어난 아이.
그녀도 말했다.
...... 어린 시절의 나를 형성한 것은 다양성이었다. 다양성은 내게 '그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이것이 바로 내 삶의 규칙인 '균형과 중심'을 가져다주었다. 중심이라는 가치는 어떤 것에 있어서도 한쪽으로 치우치치 않고, 선과 악, 남과 여, 흑과 백을 동시에 지닐 수 있는 에너지와 음양의 조화를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생각해왔다. 수많은 다양성과 우리에게 존재하는 모든 것의 중심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이 나에겐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나는 음악과 무대를 통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 아닌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정과 생각, 색깔과 향을 담을 수 있는 창작이란 '선한 해위'에는 이 중심이라는 가치 없이는 보편성을 지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

책을 읽으면서 폭푹감동까지는 아니지만 잔잔한 그녀의 이야기 속에
열정과 행복,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한 아름다운 충성심(이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을 느낄 수 있었다.
충성심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주종의 관계나 도제의 관계와는 다른 표현이다.
자발적인 집중력과 완전한 몰입이라고 할까?
그녀의 눈은 참 예리하고 정확하고 그리고 끈기있다.
그녀의 귀는 눈보다 10배쯤은 더 예민하고 정확하다.
그리고 그건 그녀의 일에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필요한 요소다.
그녀는 그러니까 잘 갖춘 음악감독이다.
공연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훔치고 싶도록 부러웠던 제 3의 감각을 그녀는 가지고 있다.
작년에 <남자의 자격>으로 그녀가 소위 인기스타가 됐을 때
솔직히 많이 걱정스러웠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뮤지컬 음악감독이니까...
왜 그런 감정 있지 않은가?
자신이 너무 좋아하고 아끼는 뭔가를 다른 사람에게 절대 보여주고 싶어하지않는 그런 아주 아이적인 소유욕 ^^



단상(短想)같은 글들이 의외의 울림을 준다.
박칼린의 inner circle 전수양, 오민영, 최재림 세 명의 동지들과의 인연도 애뜻하고
그녀가 diamonds in the rough라고 말한 박준면, 김선영, 정선아의 아름다움 반짝임에도 공감했다.
100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하는 배우라고 평가한,
누가 "발견"하거나 누구의 손에서 '개발'되는 사람이 아닌
스스로 모든 걸 다 하고 있는 "조승우"와의 첫 만남도 재미있다.
<의형제>라는 뮤지컬에서 "더벌이" 역으로 나온 조승우를 보고 <명성황후>의 고종역에 캐스팅 했다는 그녀.
몇 년이 지난 후에 조승우가 그녀에게 고백했단다.
"사실 그날 공연한 사람 나 아니었음. 더블이었던 형이었음"
읽으면서도 나 역시도 당황스러웠다.
따지고 보면 인연(캐스팅)이라는 건 다 정해져있다는 게 정말 맞는 말 같다. 
그리고 그녀의 뮤지컬 <아이다>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녀가 <아이다>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것 같다고...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았다.
그녀에겐 <아이다>같은 전생의 기억이 흔적으로 남아 그녀의 모든 생애을 따라다니고 있다는 것을...
(나도 바래본다. 그녀가 그 사람과 언젠가 만나지기를...)

Everything and anything's possible!
이걸 위해 그녀는 하루하루  정열을 다해 살아가나보다.
그 정열과 열정으로 잘라도 아프지 않은 손톱과 발톱 또 머리카락까지 아파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섬득하도록 무섭고 끔찍하도록 아름다운 열정이다.

열정은 참으로 동적인 거다. 그리고 참으로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뭔가를 향해 질주하게 만드는 힘, 육신이 지쳐도 계속 달리게 하는 힘, 어떤 비판 속에서도 영혼을 불사르게 하는 힘. 열정은 끊임없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달리게 한다. 그 어떤 목적에 다다를 때까지 우리를 채찍질 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 무엇을 향해 이 모든 지식을 안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걸까.
모든 것 끝에 남는 게 이거 하다다. 퀄리티(quality), 즉, 어떤 질, 그 '무엇'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한 질'의 것인지가 그 존재의 생명력이다. 언급했듯이, 모든 것은 다양한 양상으로 존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균형 속에서 살아남는 것은 결국 퀄리티뿐일 것이다.


나는 무대에 서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까지도 전부 존경스럽과 부럽다.
발칼린의 말대로 "약속과 신뢰의 공간"인 무대!
공연중인 무대는 조금의 오차도 결코 용납하지 않는 그런 공간이란다.
잔혹하고 냉혹한 시선과 평가가 뒤따르는 곳이지만
그곳은 매순간, 일 분 일 초 조차도 정교하게 움직여야만 하는 절대적으로 살아있는 무엇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곳에서 필요한건 "최고와 최선"일 뿐이라고...

...... 내가 얘기하는 최고와 최선은 단순히 눈앞의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다. 그것은 어마어마한 생명력과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가진 '열정'이란 감정 속에 깊숙이 박혀 있는 것이다.
최고와 최선은 늘 언제나 그 정도가 향상되는 것이고, 이것을 향하여 달리는 일에는 열정이란 것만이 필요할 뿐이다. 우리 모든 삶의 일 속에 최고와 최선이 불명히 있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상태가 있다. 나는 삶을 표현하기 위해 음악과 무대를 선택한 것 뿐이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이상 나의 전부를 넣어 그것을 표현하고 싶다. 몸속의 세포 하나하나가 하고 있는 일에 감동을 받기를 바란다. 그 세포들이 지지고 볶으면서 거대한 에너지가 발산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노력과 에너지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가장 뜨거운 곳에 있어야 한다. 한 발짝이라도 거기서 물러난다는 것은 결국 무언가 하나를 포기했다는 것을 증명한 것과 다름없다. 가장 뜨거운 곳에서 물러난다는 것, 그것은 이미 살아 있다는 것에서 멀어지는 일이다 ......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귀에는 내내 <아이다>가 꽃혀있었다.
덕분에 "박칼린"도 "아이다"도 더 잘 이해가 됐고 아름답게 느꼈다.
이 둘의 궁합은...
참 절실했구나 절감하면서...

아! 나도 구름투어 한 번 하고 싶다.
꼭 누구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4. 29. 06:37

처음엔 고양시 아람누리를 찾아갔었다.
5년 전 놓쳤던 <Miss Saigon>이 다시 공연된다 했을 때도 사실 난 좀 무감했었다.
충무아트센터의 음향이 개인적으로 믿음직스럽지 않아
아람누리를 찾았을 때까지도...
(솔직히 말하면 4대 뮤지컬이라니 한 번은 봐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결국은,
고양시를 거쳐 성남까지 찾아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일부러 김성기, 김보경, 마이클리의 casting을 선택했다.
더블 캐스팅이니 다른 팀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굳이 이 팀을 다시 선택한 건 고양시에서 느꼈던
전율에 가까운 감동이 잊혀지지 않아서였다.
오케스트라 피트(OP)석에 좋은 자리가 있어 다행히 예매를 할 수 있었다.
얼굴 표정을 아주 자세히 볼 수 있겠구나 내심 기대하면서도
혹시나 MR 반주로 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다행이다. 음악감독 김문정이 피트에 자리하고 있다 ^^)
그리고 이들은 나를 또 다시 아프게 만들었다.



세계 4대 뮤지컬의 하나인 <Miss Saigon>의 시작은 작은 사진 한 장에서였다고 한다.
대본과 가사를 쓴 알랭 부브리(Alain Boublil)와
음악과 대본을 만든 클로드-미셸 쇤버그(Clude-Michel Shonberg)는
우연히 잡지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됐단다.
조그만 베트남 소녀가 호치민 공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깊은 절망과 슬픔으로 딸을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의 시선이 보인다.
어머니는 지금 자신의 딸을 아버지에게 보내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다시는 그녀는 딸을 못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문제의 사진>

두 사람은 이 사진을 보고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마치 자신이 그 아이의 엄마인 것처럼,
자신의 어린 자식이 영원히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것처럼 괴롭고 아팠단다.
그리고 프랑스 군인과 일본 게이샤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한 편의 프랑스 소설 <Madame Chrysanthemum>,
마지막으로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헌신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까지...
이렇게 한 장의 사진과 한 편의 소설, 한편의 오페라는
세기의 뮤지컬 <Miss Saigon>로 다시 태어난다.



두 번째 관극은 첫 번째 놓첬던 부분들을 보게 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게다가 OP석에서 본 그들의 얼굴 표정과 작은 연기 하나하나는
성남까지 찾은 수고를 대번에 날려주고도 남는다.
확실히 마이클 리의 발음은 5년 전 공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고
(물론 완벽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의 감정 몰입은 지금 생각해도 역시 대단하다)
김보경의 킴은 어머니로서 더 강해졌다.
따지고 보면 고작 20살 어린 나이의 엄마인건데...
2주간의 짧은 크리스와의 사랑은
킴을 3년간 버티게 했고 그리고 그 3년의 시간은 그녀 인생의 모든 시간이기도 하다.
스무 살의 나이로 평생을 표현해야 하는 어려움을 그녀 김보경은
때로는 순수하게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가슴 아프게 때로는 강인하게 연기해냈다.
알 것 같다.
왜 뮤지컬 여배우들이 <Miss Saigon>의 킴을 꿈꾸는지...
그건 완벽하게 배역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일거다.
그렇다면 그녀 김보경은,
확실히 "킴"을 이해하고 있고 "킴"과 이미 동일화되어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킴과 크리스 뿐만 아니라
이 팀들의 무대가 나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황홀하다.
(이런 유치한 표현밖에 쓸 수 없다는 게 정말 너무나 억울하다)
김성기 엔지니어도, 김선영 엘렌도, 이경수 투이도 나를 완전히 몰입시킨다.
첫 번째 관극 때 안타깝게도 나는 이경수 투이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 관극에서는 그의 목소리와 연기 역시도 섬뜩하다는 걸 느꼈다.
(어느 순간 그는 나를 완전히 압도해버렸다)
투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킴을 향한 변하지 않는 사랑은 또 얼마나 절절한 순애보인지...
투이 이경수의 목소리에 담긴 격정과 분노를 나는 어이없게도 이제야 이해했다. 
투이와 크리스가 교차되면서 시작되는 헬기장 장면은
이 날도 여지없이 나를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생각만으로도 옴 몸이 아득해지도록 아프고 잔인한 기억이다.
또 다시 묻게 되는 질문 하나.
도대체 당신들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죠?



어쩌지?
이 팀들 고스란히 다시 또 보고 싶다.
나는 조만간 충무아트센타를 다시 기웃거리게 되지 않을까?
"아마도"가 아니라 "확실히" 말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