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슈이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3.20 <요노스케 이야기> ,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2. 2009.12.29 달동네 책거리 78 : <오 해피데이>
읽고 끄적 끄적...2010. 3. 20. 06:09
일본 소설 두 권을 읽다.
한 권은 성장소설, 그리고 한 권은 추리소설.
요시다 슈이치의 <요노스케 이야기>
18살 요노스케가 대학생활을 하기 위해 도쿄에 홀로 올라온다.
이야기는 엽기적이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한 청년의 이야기다.
뜻하지 않게 삼바 동아리를 가입하고
뜻하지 않게 부자집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고
뜻하지 않게 무언가에 휘말리게 되는 우리의 일상과 비슷하다.
요시다 슈이치의 <페러이드>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에 손에 잡았다.
일본의 성장소설은 성적이고 가벼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잔잔하고 평범하다.
세상 누군가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그런 평범함.
그러나 그 안에도 특별함은 있다.



예전에 이 책이 처음 출판됐을 때
마치 이수현을 주인공으로 쓴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었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이수현 사건은 하나의 포인트다.
이수현과 요노스케가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고 사망하게 되는 사건.
(책의 의도는 정상적이었는데, 우리나라 출판사의 홍보는 다분히 비정상적인 형태였던 것 같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었노라 말하고 싶다.)
이 책의 의도는 그러니까
누군가의 삶이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바꿔놓는다는 사실이다.
보트 피블을 직접 목격하고 난민캠프의 일을 하게 되는 사람.
예기치 않은 임신으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생활인으로 뛰어든 젊은 부부,
고급 파티걸이엇다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사람,
그리고 요노스케 본인까지도...
살아간다는 건, 성장한다는 건 늘 그랬던 것 같다.
평범하지만 그래도 작은 진실을 품고 있는 책이다.



야마구치 마사야가 1989년에 쓴 추리소설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며칠 전에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그만 실수로 삭제해버렸다.
 꽤나 인상깊게 읽은 책이라 나름 수다를 좀 떨었었는데... 무지 아깝다.
 다시 쓰려니 어쩐지 김빠진 맥주를 들여다 보듯 난감하다)
20년도 더 된 소설인데 그 참신함과 기발한 상상력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책의 제목은 은유적인 의미로 쓰인 게 아니다.
실제로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다들 버젓히 죽었던 시체들이다.
거기다가 방부처리까지 한 순도 100% 시체들이다.
쉽게 "좀비"를 떠올리면 된다.
(시신의 방부처리 작업를  "앰바밍"라 하고, 그걸 하는 사람을 "앰바머"라 부른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다)
황당한 소설이라고 생각되는가?
그러나 읽고 있으면 더이상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작가 아바구치 마사야는
일본 본격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참신한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는데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단지 이 한 권만으로도 충분히...  )



Memento Mori!
"영원"을 꿈꾸는 인간에게 주는 경고의 말,
"Remember, You must die!"
소설 속에서 허스 박사라는 인물의 입을 통해 읽는 이에게 경고장을 전달한다.
" ...... 삶과 죽음은 표리일체(表裏一體), 삶을 생각하는 일은 죽음을 생각하는 일,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삶을 생각하는 일, 우리도 다들 살아 있는 시체라네. 되살아난 신체들은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는 게댜. 삶과 현세에 아무리 집착한들 언젠가는 이렇게 티끌이 디고 만다고 말일세. 이게 바로 20세기의 '메멘토 모리' 아니겠나. 우리 모두 집행유예 중인 시체에 지나지 않는다네......"
그리고 시체는 말한다.
"그저 '죽음'을 알기 위해 다시 살아온 듯한 기묘하고도 짧은 생애였구나!"라고...



인간은 불사의 영원한 생명을 잃은 대신 각각의 개별성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 개별성은 성(性)을 통해 그 생명을 분열, 증식한다.
그러니까 성(性)의 대가가 바로 죽음이라는 뜻이다.
"에로스와 데스는 형제"
죽은 시체와 살아있는 여자가 끌고 다니던  분홍색 영구차에 적혀있던 이 문구는
그러니까 참 정당하고 의미심장한 조합인 셈이다.
추리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장례의식에 대한 역사와 차이,
최후의 심판날에 죽은 자도 다시 살아 하늘로 들림을 받으리라는 기독교적 맹신.
죽어서도 재화에 집착하는 시체의 모습들까지
하나하나 전부 인간의 이면에 대한 보고서같다.
책을 읽는 동안 시체들이 너무나 인간적이라 심난했다.
좀비 세계에서의 고민도 행위들도
참 인간들만큼이나 이기적이고 치열하다.
괸해 내 옆의 사람을 한 번 쳐다보게 된다.
저 사람이 인간일까? 시체일까? (^^)

* 악마가 죽어가는 사람에게 거는 다섯 가지 유혹의 덫 (책에 나오는 내용)
 ① 신앙에 대한 의심
 ② 자신의 조에 대한 절망
 ③ 이승의 재화에 대한 집착
 ④ 영혼의 구원에 대한 회의
 ⑤ 스스로를 위대하다고 보는 교만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2. 29. 06:12
 <오 해피데이> - 오쿠다 히데오


 오 해피데이


오쿠다 히데오, 요시다 슈이치, 시마다 마사히코!

이 세 사람들이 바로 현재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중년 남성 작가입니다.

세 명의 작가 모두 이력이 특이하고 글 쓰는 스타일도 다르죠. 우리나라에 상당히 많은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세 명 모두 얼마 전 신작을 발표했습니다.

오늘은 이 세 명의 작가 중 가장 연장자인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오 해피데이>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1959년 출생한 오쿠다 히데오는 기획자, 잡지 편집자, 카피라이터, 구성작가 등으로 일하다가 불혹의 나이에 소설가로 등단했습니다.

무림의 고수까지는 아니지만 산전, 수전, 공중전을 어느 정도 경험하고 본격적인 글을 쓰기 시작한 셈이죠.

그의 매력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유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중그네>, <인더풀>, <면장 선거>...

이 일련의 시리즈 제목만 들어도 웃음이 절로 나지 않나요?

환자보다 더 정신병자 같은 엽기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사계절 육감적인 핫팬츠 차림으로 비타민 주사를 엉덩이에 힘차게 내리꽃는 간호사 마유미.

이 등장인물을 가지고 3년 동안 무려 3권의 책을 쓴 작가죠.

오쿠다 히데오의 장점은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은 이야기로 뻔뻔하게 탈바꿈시킨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거 혹시 내 이야긴가?”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죠.

머릿속으로 급행열차가 지나가거나, 혹은 이유없이 기분이 가라앉아 땅이라도 뚫을 기세인 사람이 읽으면 기분을 UP 시키는데 즉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죠.

(어쩐지 애들은 가~~ 애들은 가~~~라고 말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


<오 해피데이>는 일상의 묘한 부분(?)에서 특이한 행복감에 빠져 있는 6명의 남녀가 6편의 옴니버스 속에 등장합니다.

인터넷 경매 싸이트 옥션에 중독된 42살 전업 주부 노리코.

물건 구매자가 상품평에 좋은 말을 써 주면 그녀는 변비도 사라지고 눈가에 주름도 사라집니다. 젊어졌다는 주위의 찬사도 듣다 보니 없던 자신감도 마구 샘솟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만 있다 돌아오던 학부모 간담회에서 꽤나 날카롭고 예리한 질문을 던져 학교 관계자들을 쩔쩔매게 만듭니다. 뒤따라 이어지는 꿀 먹은 주변 아줌마들의 선망의 시선들...

옥션 아이디처럼 그녀에게 비로소 “Sunny Day"가 찾아 온거죠.

급기야 남편이 아끼는 한정판 텐테이블을 일종의 응징(?)으로 옥션에 올리기에 이릅니다.

옥션을 통해 젊음을 되찾고 자신감을 얻는 주부라...

어쩐지 좀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녀의 고백은 정곡을 찌릅니다.

“ ...... 타인에게 칭찬받은 적이 없는 주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칭찬 하나에도 기뻐한다. 그리고 그런 충족감을 느끼고 싶어 매번 옥션에 참가하게 된다..... ”

좀 뜨끔한 부분 아닙니까?


14년 동안 근무했던 회사의 도산하는 바람에 36살 유스케는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됩니다. 다행히 아내가 결혼 전 다니던 회사에서 재취업하라는 제안을 받게 되고 유스케는 아내의 자리, 전업 주부가 되기로 결정하죠.

그런데 이 남자! 여기서 유토피아 비슷한 걸 발견합니다.

유치원 다니는 아들의 도시락을 싸고, 매끼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에 빨래, 다림질까지...

집안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재미를 느끼고 더 잘하고 싶어져 요리책도 사고 일의 노하우도 하나씩 터득하고, 매일의 식사 메뉴를 생각하는 등 주부의 일상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죠.

한 입만 베어진 체 남겨진 아들의 도시락 속 반찬을 보면서 남자는 생각합니다.

“ ...... 자신이 만든 반찬이 맛없다는 것은 설 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세상 여자들은 자신이 만든 반찬에 내려지는 심판을 어떻게 견뎌 낼까? ...... ”

성실한 전업 주부가 된 남자는 사물을 보는 시각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죠.

비록 놀이터에서 만난 노인에게 <역경을 이겨내기 위한 50가지 명언>이라는 책과 함께 동정의 눈길을 받기도 하지만 다른 시선을 경험하게 하는 역할 바꾸기라면, 그리고 그 자리가 당사자에게 "happy”하다면 기꺼이 응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내와의 별거로 혼자 남게 된 38살 마사하루는 자신의 집을 점차 남자들의 로망인 꿈의 아지트로 만듭니다.

아내는 잘 꾸며진 남편의 집을 방문하고 충격을 받습니다. 여자를 끌어들인 것보다 더 큰 충격이었다고 아내는 말하네요. 함께 산 8년의 세월에 싹 무시된 기분이었다고...

남자에게 진짜 자기 방이 필요한 것은 삼십 대가 지나서라고 책 속의 남자들은 말합니다. 번듯한 집도 있고 CD나 DVD, 오디오 세트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그걸 즐길 수 있는 내 공간이 없다는 게 서글프다는 거죠.

그런데 둥지를 짓는다는 건 또 여자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하다네요. 그래서 달랑 하나밖에 없는 집을 남자의 왕국으로 만들 수는 없는 거라고, 집이란 여자들의 성역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던 사실입니다. 서른을 넘긴 남자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걸 말이죠. 곰곰 생각해보면 구구절절 맞는 말인데도 말이죠.

사람들은 누구나 “우리 집에 놀려와!”라고 말할 수 있는 아지트를 소망한다는 거.

딱 내 이야기다 싶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부업 일거리를 가져다주는 10살 연하의 남자를 꿈속에 등장시켜 은밀한 즐거움을 누리다 그야말로 헛물만 켜게 된 전업 주부가 등장하는가 하면, 남편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겠다며 사표를 낼 때마다(아내는 그런 남편을 “성실한 한탕주의자”라고 표현하더군요) 묘하게도 놀라운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게 되는 일러스트 아내 이야기, 젠체하면서 환경과 미래를 생각한다고 으스대는 로하스 예찬자를 삐꼬는 소설을 쓴 소설가도 등장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로하스 예찬자 중엔 아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편은 가정의 평화라는 절대절명의 생존(?)을 위해 아내의 침묵 속에서 거친 현미밥을 꼭꼭 씹어 삼기며 출판사에 전화를 합니다.

“그 원고 제발 파기해주세요~~~” 라고...


6개의 에피소드 하나하나 읽다 보면 재미도 있지만 은근히 짠한 마음도 듭니다.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 모두가 그대로 내 삶의 모습이고 당신 삶의 모습이기 때문이죠.

“모든 주부는 언제나 혼자다!”

<오 해피데이>는 그러니까 늘 혼자인 주부를 향한 작은 위로와 다독거림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따지고 보면 주부가 “오 해피데이!”라고 말 할 수 있다면 가정 역시도 절로 “오 해피데이!”스러워지는 거 아닌가요?

가정이 “happy”해지면 사회도 "happy”해지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역시 “happy”해지고... (정치도 “happy”해질거라는 공상만화스러운 전망은 차마 못하겠습니다.)

세상의 숱한 주부들에게 어쩐지 한 번 묻어 보고 싶어집니다.

“지금 행복하세요?” 라고 말이죠.


Oh! Happy한 당신의 모든 Day를 위하여~~~

Bravo~!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