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2. 14. 09:16

<명동 로망스>

일시 : 2014.02.08.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대본 : 조민형

작곡 : 최슬기

연출 : 김민정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진상현(장선호), 원종환(박인환), 박호산(이중섭)

        안은진(전혜린), 손종학(경찰), 박범정(마담)

주최 :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홀

 

작년에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 공모 포스터를 보고 이번에는 어떤 창작품들이 나올까 궁금했었는데 최종 다섯 작품이 선정이 되 프리프로덕션 공연을 시작했다.

2월 5일부터 3월 3일까지 단 하루 2회 공연의 행운(?)을 거머쥔 작품은

<Airport baby>, <명동 로망스>, <난쟁이들(Dwarfs)>, <카인과 아벨>,

<X-Wedding> 이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앞의 세 작품 관람신청을 선착순으로 받았는데 

제일 궁금했던 <명동 로망스>에 운좋게 당첨됐다.

(덕분에 오래 전에 예매해뒀던 연극 하나를 취소했다.)

몇 달 전 김재범이 "그리다"와 "생명수"를 부르는동영상을 봤었는데

느낌이 참 좋아 기대가 됐던 작품이다.

정식공연이 아니라 100% 완성도를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과연 이 작품이 상업작품으로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주게 될지도 궁금했다.

 

2014년 현재와 모더니즘으로 대표되던 1955년으로의 시간여행.

흥미로운 소재이긴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뻔한 모습만 보이고 성급하게 끝낼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명동 로망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다. 

워크샾 공연에서는 연습기간도 짧고 무대셋트도 빈약하긴 했지만

이야기 구성 자체는 아주 좋았다.

중간중간 깨알 재미를 주는 장면도 과하지 않으면서 이야기 속에 잘 스며들어 있었고

무엇보다 넘버들이 아주 좋더라.

이번 워크샾 공연에서는 캐스팅이 살짝 어색하긴 했지만

이야기를 조금만 더 보강하고

적절한 배우들을 캐스팅한다면 상업작품으로서 성공적인 작품이 충분히 될 것 같다.

가령 선호는 조금 더 소년의 느낌이 들었면 좋겠고

그런 선호에게 고스트페인터를 거래하는 사람은 친우가 아니라 선배로 설정하면 좋겠다.

이중섭은 개인적으론 박호산보다 김재범의 표현이 훨씬 좋더라.

김재범은 시대를 잘못 만난 불운한 천재의 세기말적인 우울과 예술가가 갖는 천진함이 느껴졌었는데

박호산은 가난한 노동자의 무력과 노곤함이 강하게 느껴져서 좀...

그래서 후반부에 함께 떠나자는 선호에게

돌아가 너만의 그림을 그리라는 장면이 강하게 다가오지 못했다.
그림에 대한 이중섭의 아득하고 간절한 그리움도 깊게 느껴지지 못했고...

특히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재 박호산의 목상태가 좋지 못해 노래도 많이 흘들렸다.

그리고 1955년과 어울리는 노래도 몇 곡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예를 들면 윤심덕과 김우진이 주인공인 뮤지컬 "글루미데이" 처럼.

그냥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 ^^

그렇지만 김재범 이중섭은 꼭 보고 싶긴 하다.

 

근데 사실 제일 걱정스럽고 궁금한건,

이 작품이 실제 공연될때

관객들이 3인의 예술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거다.

물론 황소의 화가 이중섭을 모르리야 없겠지만

박인환과 전혜린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날도 이중섭 말고는 마담이나 경찰처럼 가상인물이라 생각하는 관객도 꽤 되던데...

그렇디면 그들에게 이 작품은 단시 시간여행을 하는 환타지에 불과할텐데...

그런 의미에서 윤심덕과 김우진은 오히려 유명인인 셈이다.

어쩌면 <명동 로망스>를 두고 우리가 걱정해야 할 건

작품 자체가 흥망성쇄가 아니라

관객들의 취약한 현대사알지도 모르겠다.

자칫 하다간 역사속 실존했던 인물이 환타지 속 가상의 창조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뭐라고 또 다시 별 걱정을...

더 나아가기 전에 이쯤에서 오지랖 후기를 끝내야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2. 20. 08:08

<살짜기 옵서예>

일시 : 2013.02.16. ~ 2013.03.31.

장소 :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

각색 : 이희준

연출 : 구스타보 자작, 김민정

음악감독 : 권혁준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 E&M

출연 : 김선영(애랑) / 최재웅, 홍광호 (배비장)

        송영창, 박철호 (신임목사) / 김성기, 임기홍 (방자)

        김재만, 원종환 (정비장), 박범정, 진상현 외

 

우리나라 최초의 뮤지컬이었단다.

1966년 초연 당시 패티김이 재주 기생 애량역을 했었고,

4일간 7회 공연을 하면서 1만 6천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단다.

그러니까 지금 애랑과 배비장으로 출연하는 세 명의 배우들들 포함해서 출연하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패티김의 애랑을 못봤을거라는 뜻이다.

첫창작뮤지컬이라지만 고전도 이런 고전이 없다.

사실 프리뷰 첫째날 저녁공연을 보기 위해 예술의 전당을 향하면서도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엘리자벳> 이후 오랫만에 무대에 서는 김선영과

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인 최재웅이 아니라면 아마도 눈도 주지 않았을 작품이었을거다.

1966년에 만들어진 공연이라니...

어쩐지 심하게 촌발이 날려줄 것 같고,

자꾸  MBC 마당놀이 <배비장전>이 떠오르면서 대략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면 어쩌나 싶었다.

(가령 앞에 나가서 덩실덩실 어깨춤을 춰야 한다는...)

일단 두 명의 배우와 협력 연출가 구스타보 자작을 믿어보자 했다.

김민정 연출이 드라마 구조와 대사, 의상에 주력하고

구스타보 자작이 주로 무대를 담당했다는데 인적으로 구스타보의 무대 색감을 참 좋아한다.

이쁘다 곱다는 표현보다 뭐랄까, 사람을 평온하고 아늑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회상과 추억으로 시간과 인물을 자연스럽게 이행시키는 매력이 있다.


김선영 애랑.

그동안 무대를 온 몸으로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했다는 그냥 팍팍 느껴진다.

본인 스스로도 "단연코 내 공연 인생 최고의 작품이자 캐릭터"라며 강한 애정을 보이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관능적이고 고혹적이라 놀랐다.

정말 기생처럼 배비장뿐만 아니라 관객 모두를 완벽하게 후려냈다.

"지킬 앤 하이드"때부터 그녀의 뻣뻣한 몸놀림은 늘 세인의 지적 대상이었는데

(춤이라고 확실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이 막막한 심정....)

수포동 폭포 장면과 배비장과의 합방 직전(?)에서의 춤사위는 정말 일품이었다.

숨죽이게 은근하고 은밀하면서 기품있는 우아함까지 느껴진다.

색(色)에는 영웅도 없다고 방자가 그러던데

그녀, 정말 작정한듯 무대를, 관객을 아주 제대로 홀렸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여왕의 귀환이다!

 

최재웅 배비장.

이 남자, 여간해선 사람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생각해보니 딱 한 번 있기는 했다. <광화문연가>에서...

 그래도 그때 조성모에게 받았던 충격이 워낙 해비톤급이여서...)

진지와 우울, 시니컬 전문배우인 최재웅이 이런 해학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나혼자만의 기우였다.

목소리톤과 표정, 액팅 전부 좋았다.

자칫하면 과장스런 표현이 될수도 있었을텐데 선을 잘 지켰다.

그러면서 개구멍 장면을 포함한 여러 장면에서는 관객들에게 확실한 큰웃음도 준다.

감정과 딕션이 끔찍할 정도로 좋아서 보면서 내내 감탄했다.

최재웅 버전의 "살짜기 옵서예"는 또 얼마나 좋던지!

작품 속에서 "살짜기 옵서예"를 애랑과 배비장이 여러번 부르는데

편곡이 달라서 그런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솔직히 이 곡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었다.

요즘 계속 입에서 흥얼거리고 있다.

(사람들이 언젯적 노래를 지금 부르냐며 뭐라고 한다.

 심지어 그런 노래도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대략 난감해지면서 내가 너무 오래 살았구나 싶어진다.) 

 

방자 김성기!

워낙에 발음이 뭉개지는 분이라 일부러라도 요리조리 해 임기홍의 방자로 보려고 했는데

안 봤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

임기홍이야 워낙에 이런 역할이 이골이 난 배우라 안 봐도 잘 할거라는 걸 아는데

김성기씨는 의외의 발견이었다.

사투리의 힘이 좀 컸겠지만 발음도 비교적 정확한 편이었고

무엇보다 너무나 맛깔스럽고 능청스런 방자 연기를 선보였다.

50을 바라보는 김성기의 방년 19세 방자 연기라!

부담스럽다고?

아니다, 이게 은근히 매력적이고 꽤 중독성있다!

 

원종환 배우는 애랑에게 앞니가 뽑히는 장비장으로 나와 깨알같은 재미를 주더니

기생점고 장면부터는 여장을 하고 기생으로 나와 더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기생군무를 도대체 얼마나 연습을 한걸까?

남자 배우가 끼어있다는 사실조차도 처음엔 몰랐을 정도다.

게다가 의외로 기생한복과 가채가 너무나 잘 어울린다.

세상에나!

심지어 은근히 요염하고 섹시하기까지 하다.

 


보고 난 느낌!

이 작품 제발이지 롱런했으면 좋겠다!

배우, 무대, 노래, 연출, 영상, 조명, 의상 전반적으로 너무너무(X100) 좋다

(정말 오랫만이다. 이렇게 두루두루 만족스러워던 작품!)

특히 의상의 색감과 디자인은 정말 압권이다..

옆주름 가득하던 두루마기는 "must have" 아이템에 포함시켜야 할 것 같고.

주인공을 비롯한 기생들의 한복과 가채도 너무나 예쁘다.

무대 디자인도 유치하지 않으면서 은근했고

특히 유채꽃밭 가득하던 무대는 당장 제주도로 날아가고싶게 만들 정도다.

적절하게 선을 지켜서 사용한 제주 사투리도 거부감이 없었고

(배우들이 제주 사투리로 대사를 했다면 아마도 자막이 필요했겠지.

"어어도사나" 중간에 소리꾼이 잠깐 매기는 소리 한대목도 너무 좋았다.

(너무 짧아서 아쉽기까지...)

무대 중간에 투명한 막이 있어서 찾아봤더니 아크릴판 200여개를 격자 무늬틀에 끼워서 만들었단다.

이게 거울효과를 만들어서 무대를 실제보다 더 크고 깊어 보이기 한다.

연기자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춰보이는 것도 특이했는데

아마도 전체적으로 입체감을 풍부하게 살리기 위한 의도된 무대 연출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무대에 영상을 띄우서 배경으로 이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에서는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작품이 시작되길 기다리면서 앉아 있었는데 무대 영상에 보이는 배머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게

내가 꼭 배를 타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제주도 모습도 꼭 배 위에서 점점 커지는 걸 지켜보는 것 같은 실제감이 있다.

팔랑거리는 나비와 홀로그램을 이용해서 죽은 부인이 등장하는 장면은 좀 아니었지만

(부인님께서 꼬리 9개 달린 구미호처럼 등장하셔서 관객들이 좀 웃었다.)

전체적으론 꽤 좋은 무대 영상이었다.

3D 맴핑을 이용해서 돌하르방의 눈과 입매를 변화시켜 다양한 얼굴 표정은 보여준 것도 신선하고 재미있엇다.

(관객들 반응도 괜찮았고...)

오랫만이다!

이렇게 유쾌하고 즐겁고, 풍성하게 작품을 본 게!

 

원래 계획은,

프리뷰로 한 번만 관람하는 거였는데.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홍광호 배비장과 임기홍 방자가 궁금한 것도 못참겠지만

무대와 노래가 너무 눈에 밟혀서...

창작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정말 잘 만들었다.

여러가지로 정성과 노력이 등뿍 담긴게 정말 눈에 보인다.

그러니 어찌 아니 이쁠까!

정말이지 롱런해서 우리나라 대표 뮤지컬로 우뚝 섰으면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6. 13. 07:48

<풍월주>

 

부제 : 바람과 달의 주인

일시 : 2012.05.04. ~ 2012.07.29.

장소 : 컬처스페이스 엔유

극본 : 정민아

작곡 : 박기현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성두섭, 이율 (열) / 김재범, 신성민 (사담)

        구원영, 최유하 (진성), 김대종 (운장어른)

        원종환 (궁곰), 임진아, 신미영 (부인들)

 

<풍월주> 두 번째 관람.

열과 사담은 지난번과 같은 성두섭, 김재범이었고 진성여왕만 최유하로 관람했다.

 

첫번째 관람 이후 리딩공연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아서 다시 찬찬히 살펴보고 싶었다.

두 번을 봤는데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호불호를 결정하기에 참 애매하다.

조금은 위험하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소재인데 풀어나가는 과정이 너무 유치한 것도 같고.

여성팬만을 겨낭해 수입을 올리자는 상업성 농후한 작품인 것도 같고.

그러면서도 넘버와 대사는 꽤 잘 나왔고.

(노골적인 성적 묘사도 꽤 있지만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남자 기생들 아닌가...)

무대와 의상은 정체불명이지만 그래도 이해불가의 정도는 아니고.

조명의 색감과 극의 마무리는 꽤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딩 공연때만큼의 감성과 애절함이 본공연에서는 좀처럼 느껴지진 않으니

의외로 미스터리다. 이 작품!

(도대체 너의 정체는 확실히 뭐냐?)

 

<풍월주>가 성두섭, 김재범이 아니었다면 과연 지금같은 성공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니었으리라.

그런 점에서 어쨌든 이 작품은 성두섭, 김재범에게 일종의 빚을 진 셈이다.

물론 이율, 신성민을 안 보고 이렇게 말한다는 게 모순이겠지만

일단 비주얼상으로 이율 열은 남자기생을 할 만한 꽃미남과는 아닌 것 같고.

(게다가 "뮤지컬계의 비"로 일컬어지는 성두섭과 비교하면 안스럽게도 더욱 그렇다.)

사랑과 우정을 오가는 오묘한 분위기를 표현하기에 사담 신성민의 이력은 아직 얉다.

첫번째 관람때에도 성두섭조차도 연기 기복이 심해서 좀 걱정스러웠었는데...

다행히 이번엔 무난한 열을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음색과 모습, 자세가 두루 성두섭에게 잘 맞는 배역이다.

("밤의 남자"에서 춤을 조금 더 잘 췄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김재범 사담은,

더도 덜도 말고 딱 사담같다.

본인은 이런 유약한 이미지로 굳어지는 게 싫어서 처음엔 사담역을 고사했다는데

뭐 이런 쪽으로 일가를 이루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최유하 진성은,

극의 후반부엔 참 절절하더라.

구원영이 약간 광적이고 독선적인 여왕을 표현했다면

최유하는 가사말 그대로 그저 한 남자를 바라는 한 여인으로 진성을 표현했다.

그래서 열이 스스로 선택한 죽음에 그렇게 고요히 통곡할 수 있었으리라.

운장어른 김대종, 궁곰 원종환도 배역에 잘 어울린다.

시종일관 희극적인 인물인 궁곰이 사담의 죽음에서

애타는 절규로 비극적 표현을 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원캐스팅으로 가는 운장어른 김대종은 6월 22일부터 시작되는 <전국노래자랑>에도 출연하는 모양이다.

과연 두 작품 중 어느 작품에서 빠지게 될지 살짝 궁금해지긴 한다.

그래도 자칭 운루의 CEO로 관객과의 대화에서 사회자 역할까지 도맡아 했었는데...  

차기 운루 CEO가 지금 열심히 칼춤을 연마중이려나????

(그렇다면 이번엔 그럴듯한 칼춤을 보게 되길 개인적으로 희망한다. 김대종은 칼춤은 아무래도 좀 둔탁해서...)

 

개인적으로 <풍월주>는 스토리보다는 빛, 색, 음(音)이 화합과 조화가 마음에 든다.

작품의 분위기에 따라 조명이 바뀌는데 그 색을 따라가면 참 묘한 느낌에 빠진다.

그리고 애절한 장면에 흐르는 해금의 선율도 썩 잘 어울린다.

여기에 선의 조화까지 이루어졌다면 참 좋았을텐데 조금 아쉽다.

그리고 프리뷰 공연 때는 사담이 죽고 난 후에 열이 오열하며 부르는 노래가 있는데

본공연에서는 이 노래가 빠졌다.

너를 죽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열의 처참한 고백과 후회를 담은 노래였는데

그전까지는 동성애보다는 좀 특별하고 각별한 우정을 보여준 두 사람이

이 부분에서 사실은 깊은 사랑이었음을 드러내준다.

나름 반전이라고 생각하는 노래였는데 왜 뺐을지 의문이다.

이 노래를 맞물리면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의 장난스런 희롱 장면이 더 애뜻하게 다가왔을텐데 아쉽다.

 

성두섭 열과 김재범 사담은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의 정도가 참 지극하다.

커튼콜까지 그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좀 짠한 마음도 든다.

확실히 배우에 의해 배역이, 작품이 상당 부분 힘을 얻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두 사람이 빠진 <풍월주>는 사실 좀 맥이 빠지는 느낌이다.

아게 비록 잘 모르는 사람이 갖는 기우에 불과할지라도...

 

* 몰랐는데 커튼콜에서 성두섭 열이 상의를 바꿔입고 나온다.

  상의에 달린 휘장이 처음엔 회색이었는데 나중엔 붉은 색으로 변해있다.

  그냥 그런 작은 디테일의 변화가 뭔가 최후까지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7. 5. 00:02


솔직히 말하면 박정환이라는 배우가 출연한다고 해서 선택한 뮤지컬이었다.
딱히 기대를 했던 것도 아니라 만약 재미가 없어도 그만이라는
상당히 껄렁한 마음으로 선택한 공연이었다.
<총각네 야채가게>라는 제목은
홍보성 이미지가 너무 강한 것 같아 오히려 눈에 거슬리기까지 했다.
그래서 보고나서 실망하게 된다고해도
주말마다 공연장을 떠도는 내 몹쓸 습성을 탓하리라 은근히 강짜를 부르기도 했었다.
어! 근데 이 작품,
껄렁했던 처음 마음이 미안해질만큼 너무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박정환, 원종환, 오의식, 이주훈, 김동현
5명의 꽃미남(?)들의 연기도 상당히 괜찮았고 노래도 다들 썩 잘한다.
캐릭터들의 성격은 전부 다 다르지만 은근한 일체감이 있고
배우 한명 한명에게 할애되는 시간도 제법 착하다.
여자 주인공(홍기주)은 노래가 많이 불안하긴 했지만 대사톤과 느낌은 좋았다. 
그리고 숙대 나온 여자분(김세인 ^^)은 정말 여러 면에서 눈에 띄더라.
무대 셋트는 귀염성있게 알차게 만들어졌고
배우들은 그 무대 구석구석을 또 알차고 야무지게 이용한다.
유치하리라 생각했던 내용은 그래도 재미있게 교훈적(?)이었고 
유머러스한 포인트들도 난잡하지 않게 잘 배치되어 있다.
애드립이었는지, 계획된 연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애드립쪽이 맞는 것 같다)
탁탁 치고 받는 대사가 너무 재미있어 쉴새 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진지한 부분에서는 엄청난 몰입으로 분위기를 바꿔낸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은...
꽤 잘 만든 소극장 뮤지컬이라는 생각.



스텝들을 찾아봤다.
작가 : 이재국 (극작가, 공연기획자.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연출 : 김한길 (춘천 거기)
작곡 : 김혜성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작사 : 정  영 (남한산성, 스프링 어웨이크닝, 바람의 나라)
음악감독 : 구소영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뮤지컬 라디오 스타)
안무 : 한승훈 (사랑한다면 춤을 춰라, 뮤지컬 빨래)
괜찮는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은 구성이긴 하다.
"오징어송(?)"이나 "가락시장 칼잡이" 같은 노래는
가사의 임팩트도 강하고 장르도 넘나들며서 독특한 재미를 준다.
자칫 잘못하면 무지 산만한 작품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꽤 공을 들여서 만든 작품이라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소극장 공연의 매력은,
땀을 흠뻑 쏟으며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을
바로 눈 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것과
실수를 애드립으로 바꿔 오히려 더 재미있게 만드는 걸 보는 재미에 있다.
(단, 과유불급(過猶不及)에 항상 주의해야만 한다)
그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이 주는 황홀경이 어쩌면 관객을 메번 홀리는 건지도.
그 세계에 빠지면 참 약도 없다는데...
동반되는 지름신은 또 어이할꼬!!!



개인적으론 배우 박정환은 제대로 알고 싶다면
꼭 그의 소극장 작품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가 대극장형 배우가 못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함께 연기하는 후배들을 독려하며서 열심히 이끌어가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는 건
(아무래도 대극장에선 그런 섬세함을 목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관객으로선 상당히 아름답고 이쁜 모습이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도 그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보지 않았을 공연이다.
박정환이라는 배우를 통해 이렇게 또 다시 알찬 소극장 뮤지컬을 알게 됐으니
매번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뮤지컬과 연극을 번갈아 가며 무대에 서는 배우 박정환의 부지런한 모습을 보면
그에게 배우의 삶은 그냥 일상이구나 싶다.
그래서 그가 출연한 소극장 작품들은 대부분 자리를 잘 잡게 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투박한 그의 섬세함이 한몫 했으리라는 게 내 짐작.
그의 대사끝이나 동작의 끝, 심지어 대사 후의 입매의 끝에서 느껴지는 투막한 섬세함은
묘한 여운과 함께 은근한 동참을 선동한다.
그렇게 선동하며 무대 위에 서 있는 배우 박정환이 그래서 나는 참 좋다
그리고 크든 작든 그의 무대를 보는 건 매번 어김없이 기대된다.



엔딩 커튼콜을 보면 박정환 뿐만 아니라 출연하는 배우 모두가  
얼마나 이 공연 자체를 충분히 즐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행복하겠구나 싶은 부러운 생각도...
솔직히 좀 샘이 나는 모습이기도 하다.
배우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이 특별하고 뿌듯한 특권이...



                                                         상품이 아니라 즐거움을 파는 총각네 야채가게 ^^
                                                         꿈을 꾸는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파이팅!!!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