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3.12 <성녀의 구제> - 하가시노 게이고
  2. 2009.08.29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공선옥
  3. 2009.07.03 띵동~~ 편지왔습니다.
읽고 끄적 끄적...2010. 3. 12. 05:45
또 하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다.
역시나 범죄 스릴러,
특이한 구성이라면 이 책은 처음부터 아예 범인을 명확히 드러낸다.
솔직히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책에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할 끝에
범인이 밝혀져야 하는건데...
누가 범인인지 확실히 알고 있으면서 묘하게 점점 의심을 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제 3의 인물"을 추궁하게 되는 나.
아니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당신이 여자고 얼마 후면 꽤 괜찮은 남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가정하자.
어느날 남편이 될 사람이 당신에게 말을 한다.
"결혼하고 나서 만약 1년 안에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헤어지자!"
보통 일반적인 여자라면 이렇게 말하겠지.
"헤어져! 헤어져! 내가 뭐 아기 낳는 기계냐?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 (^^)
확실히 이 남자의 결혼의 이유, 조건, 목적은 "아기"다.
이 남자에게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는
폐기가능한 대체상품일 뿐이다.
유효기간이 끝났으니 당신은 이제 폐기처분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남자는 대략 이런 살벌한 상황을 아내될 여자에게
지금 예고하고 있는 중인거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는 생기지 않고 (당연하지! 여자는 불임이니까...)
아내는 남편을 살해한다.
독극물을 정수기 필터에 바르고 집을 비운 아내.
그런데 이 일은 아내는 1년 전에 했다.
그리고 1년 동안 아내는 남편이 정수기 물을 마시지 못하게
철저하게 가정적이고 헌신적인 아내의 역할을 수행한다.
냉장고엔 생수가 떨어지지 않았고
남자는 한 번도 직접 물을 끓여 스스로 커피조차도 만들어 마시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남편이라면 죽어도 싸지만(^^)
1년의 과정을 되짚어 나가는 설정은 재미있고 그리고 꽤나 구성이 치밀하다.
물론 너무 작위적인 느낌도 들긴 하지만
하가시노 게이고가 소위 먹히는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납득이 된다.
일단 재미 하나는 확실히 있으니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
그러나 한 가지는 꼭 기억하자.
범죄 소설에서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그 이야기는 결코 재미있어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8. 29. 14:11
성장소설...
그랬던 것 같다.
여자의 성장소설보다 훨씬 더 많이 나왔던 남자들의 성장소설
여기서 굳이 성을 논하는 그런 비상식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오랫만에 만나는 여자 시선의 성장소설이 반가웠다.



완전히 잊고 있었던 그 때
내게도 역시나 있었을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울컨 제목에서 그리움이 밀려온다.



스무살 무렵의 나도 그랬던가?
민주화 항쟁의 도시 광주,
그곳의 스무 살 인생 10며 명,
그들 각자의 길이 나와 닮아있어 어느날은 나를 보는 것 같아 서러웠다.



점점 잊혀져가는 우라나라의 현대사를
조목조목 잊혀진 기억을 들추듯 이야기하는 해금.
과연 우리는 얼마까지 이 기록들을 기억할 수 있게 될까?
어쩌면 이렇게
직접적이고 치열하지 않게
은근히 그러나 집요하게 파고드는 방법이
더 기억의 유효기간을 연장시켜 주지 않을까?



묵묵히 앉아
막 지은 고슬고슬한 밥을
반찬 없이 찬 물에 말아 한그릇 먹은 느낌.
누군가 내 등을 쓸어내린다.
"그리 급히 먹으면 체하는 법인디....."

투박한 그 손길이 그리웠나?
꾸역꾸역 삼킨 울음이 고개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7. 3. 06:26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말>에도 분명 생명이 있고 유효기간이 있다는 생각.
어쩌면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메일"이라는 단어 속에 "편지"라는 단어는
사장되버리지 않을까?
단어의 뜻은 알지만 이미 사용되지 않는 단어의 하나로...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문득 서럽다.



<편지>
가만히 그 단어를 되뇌고 있으면
까닭없이 왠지 슬퍼진다.
예전 박신양, 최진실 주연의
최류성 강했던 영화 <편지>가 생각나서일까?
왠지 강한 햇빛 속에 눈 못 뜨고 서 있는 것 같은 막막함.
그런 날에는
누군가 톡톡 어깨 두드려주는 그런 내용의 편지
한 통 받았으면 힘나겠다....

빨간 편지함.
이제는 각종 영수증과 고지서 혹은 영업 전단지만 담겨 있는 곳
하루 종일
그 안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을 그리움.



쓸 곳도
받을 곳도
이제는 너무 희미해진...
이제 누가 내 속을 <편지>로 읽어줄까?
세상의 모든 편지는
그런 이유로
전부 행운의 편지.

기적처럼 그런 행운 한 번 품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