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8. 20. 08:25

<아리랑>

 

일시 : 2015.07.11 ~ 2015.09.05.

장소 : LG아트센터

원작 : 조정래 <아리랑>

대본, 연출 : 고선웅 

작곡, 편곡 : 김대성

안무 : 김현

무대디자인 : 박동우

조명디자인 : Simon Corder

의상 : 조상경

음악감독 : 오민영

출연 : 서범석, 안재욱(송수익) / 김우형, 카이(양치성)

        윤공주, 임혜영(방수국) / 이창희, 김병희(차득보)

        김성녀(감골댁), 이소연(차옥비), 류창우, 정찬우, 최명경 외

제작 : 신시컴퍼니

 

뮤지컬 <아리랑>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덕분에 프리뷰 관람으로 끝낼 생각이었던 이 작품을 한 번 더 볼 수 있게 됐다.

안그래도 프리뷰 이후에 손을 봤다는 부분이랑 다른 캐스팅이 궁금했었는데 잘 됐다.

그리고 날짜도 8월 15일.

광복절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왠지 좀 다르게 다가왔다.

이벤트 당첨이라 좌석을 기대를 안했는데 좌석도 7열 통로석이라 보기에 딱 좋았다.

그리고 확실히...

공연은 두 번째 관람이 진짜이긴하다.

특히 고선웅 작품은 첫인상은 그다지 친절한 편이 아니다.

이 작품도 처음 봤을 때 조정래의 원작을 너무 가볍게 표현한건 아닌가 싶었는데

두번째 보니 꼭 그랬던건만은 아님을 알았다.

다 이유가 있더라. 양치성이 나오는 부분들은 특히 더.

원작과 뜬금없이 달라 당황스러웠던 결말의 판타지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죽은 자와 산 자가 모두 함께 어울어지는 판타지는.

도피나 비극이 아닌 치열한 희망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우리 민족은 슬퍼도 울고, 아파도 울고, 기뻐도 울고, 가슴이 미어져도 울고,

한스러워도 울고, 막막해도 울고, 행복해도 운다.

그렇게 울다 울다 지치면

그 힘으로 다시 일어나 한 발 짝 앞으로 나가는게 우리 민족이다. 

떠날질 수도, 잊혀질 수도 없으니까.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니까.

그 절실한 간절함이 순간순간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죽지 말어... 죽지 말어...

(그래, 누구도 죽지 말아야만 한다!)

 

이 작품,

주조연뿐만 아니라 앙상블까지 배우 모두가 너무 정성이라 아름답다.

특히 양치성 김우형은 내가 지금껏 본 그의 출연작 중에서 <미스 사이공> 다음으로 좋았다.

악역인데 정말 다 내려놓고 배역을 충실하게 표현하더라.

방수국은 임혜영보다 윤공주에 더 몰입이 잘됐고

차득보는 김병의가 훨씬 내 취향에는 맞았다.

기대를 많이 했던 이창희는 "아의 아리아"에서 미상스러울 정도로 발란스가  안맞더라.

송수익 서범석은... 뭐 두 말 할 필요도 없고!

극 중간 중간 BGM처럼 깔리는 "아리랑"도 참 좋았고

특히 해금 소리가 너무 애잔했다.

(이 작품 덕분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해금을 다시 시작하게 될 것 같다.)

 

사실 초대권이라 갈까 말까를 두고 고민했고

가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일부러 찾아가길 잘 했다.

첫관람으로 끝냈으면 이 정도로 두루두루 정성이 담긴 작품이란걸 몰랐을거다.

최고는 아니지만,

김성령의 말대로 아직까지는 부족한게 많은 작품이지만 

최선의 작품이긴 하다.

그거면 됐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3. 13. 08:27


<드림걸즈>


일시 : 2015.02.26. ~ 2015.05.25.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 극본 : 톰 이언 (Tom Eyen)

작곡 : 헨리 크리거 (Henry Kreger)

안무,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차지연, 박혜나, 최현선 (에피) / 윤공주, 박은미, 유지 (디나)

       김도현, 김준현 (커티스) / 최민철, 박은석 (지미)

       이승원, 유승엽 (씨씨) , 난아 (로렐), 이종문, 김웅곤 외

제작 : OD뮤지컬 컴퍼니 (주)

 

<드림걸즈>는 영화를 워낙 재미있게 봐서 그런지

2009년 뮤지컬로 올라왔을때 오히려 챙겨볼 마음이 안생겼던 작품이다.

일종의 선입견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흑인 R&B 소올을 우리나라 배우들이 과연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리고 솔직이 영화에 출현했던 배우들의 노래 실력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귀기(鬼氣)가 느껴질 정도로 시종일관 무시무시한 가창력이었고 표현이었다.

한동안 "Listen"에 푹 빠져 살기도 했었는데...

스토리를 보강해서 재공연 된다는 소식을 듣고 영화 생각이 많이 났다.

그래서 쇼뮤지컬이 내 취향이 아님을 알면서도 이번엔 한 번 보자고 생각했다.

딱 한 번 볼거라 아무래도 캐스팅 선택에 신경이 쓰이더라.

에피를 최현선과 차지연 둘 중 누구로 해야하나 고민하다 결국 초연 에피 차지연을 선택했다.

(지미까지 최민철이었다면 더없이 좋았을텐데.... 요건 좀 아쉽긴하다.)


결론은...

이번에도 역시나 쇼뮤지컬은 나랑은 도무지, 당췌 안 맞는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고 왔다.

차지연 에피, 윤공주 디나, 난아 로렐 다 노래를 잘한다는건 깨끗하게 인정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거다.

시종일관 끝없이 강강강강(强强强强)의 연속이다.

한 명만 그렇다면 상관없는데 세 배우 다 최대출력을 사용하니 

듣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가 질려버리더라.

"나 잘 하지!"

"어때 죽이지!"

"엄청 높게 올라가지!"

"이 정도면 정말 끝장이지!"

........................

개인적으론 몇몇 장면에서 견뎌내질 못하고 귀를 막기까지 했다.

(질러대는 소리들이... 꼭 무차별적인 폭력... 같았다...)

드림걸즈인데,

드림도, 걸즈도 내겐 별 감흥이 없더라.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니까....)

세 여인이 너무 쎄다보니 오히려 남자 배우들 연기가 더 눈에 들어오고 실제적으로 다가왔다.

김준현은 전작 <마리앙투아네트> 오를레앙 공작과 캐릭터가 겹쳐지긴 했지만

야심으로 가득한 커티스를 아주 잘 표현해줬다0.

극 초반과 후반의 커티스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고

특히 김준현 특유의 말투나 표정이 배역과 아주 딱 맞아 떨아졌다.

박은석은 캐릭터 탓이긴 했지만 좀 과하다는 생각을 했고

차라리 지미가 아니라 커티스를 했었으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승원 씨씨는 <드라큘라>에 이어 칭찬받아 마땅하고

특히나  "family"를 부를 때는 미성이 참 돋보이더라.

배우 정원영은 신인도 아니고, 얼굴도 꽤 알려졌는데 너무 이 배역, 저 배역에 다 써먹더라.

카드 돌려막기도 아니고...

차지연은 배역 때문에 일부러 살을 찌운것 같은데

요리연구가 빅마마 포스가... (ㅠ.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넘버는

"Listen"eh "One night only"도 아닌 "Steppin' to the bad side"

솔직히 말하면...

김준현의 공이 크다.

야비한 커티스가 멋져보였던건 비단 나 뿐만은 아니었을듯.

그나저나 텅 빈 객석 2층 보니 

오디의 초연 실패작 <닥터 지바고>가 떠오르더라.

이 작품도 혹시 <드림걸즈>처럼 다시 올라오게 되는건 아닐까?

(그렇다면 손을... 아주 많이, 전폭적으로 봐야 할 것 같은데)

아마도 이번 <드림걸즈>도 오디컴퍼니에 짭짤한 수익을 남기진 못할 것 같은데...


쇼뮤지컬은,

여러모로 참 험난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2. 17. 08:48

<노트르담 드 파리>

일시 : 2014.02.03. ~ 2014.02.11.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원작 : 빅토르 위고

대본 : 뤽 플라몽동

작곡 : 리카르토 코치인테

연출 : 질 마으

출연 : 홍광호, 윤형렬 (콰지모도) / 바다, 윤공주, 문혜원 (에스메랄다)

        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그랭그와르) / 문종원, 조휘 (클로팽)

        민영기, 최민철 (프롤로) / 김성민, 박은석 (페뷔스)

        이정화, 안솔지 (폴뢰르 드 리스)

주최 : (주)마스트엔터네인먼트

 

세종문화회관 8일간의 앵콜 공연 두번째 관람.

마지막 서울 공연이었고, 지방 공연에 개인 스케쥴로 참여하지 못하는 마이클리의 마지막으로 그랭그와르로 무대에 서는 날이었다. 

솔직히 정말 몰랐다.

내가 오리지널팀이 아닌 라이센스 <NDP>에 이렇게 빠지게 될 줄은...

막공의 클로팽과 에스메랄라가 조휘와 바다였다면 최고의 마무리였겠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이런 캐스팅의 <NDP>가 다시 올라오까 싶어 가슴 끝이 살짝 찡해왔다.

분명 첫관람을 했을 때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이 보여 실망을 했었는데 어쩌다 내게 이런 반전을 안겨준걸까?

윤형렬 콰지모도.

이 배역때문에 허리까지 망가졌다고 하는데

참 미안한 부탁이지만 할 수 있을때까지 콰지모도를 해줬으면 좋겠다.

정말 절절하고 간절하고 애뜻하다.

게다가 체격까지 커서 홍광호 콰지모도보다 훨씬 괴기스럽게(?) 보여 역할과도 딱 어울린다.

분장도 홍콰지보다 확실히 더 추해보였고

무대 위에서의 표정은 자신을 다 버리고 오로지 콰지모도로만 서있더라.

음색도 정말 좋고... 

그가 부르는 "불공평한 세상"은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최고의 넘버라고 생각한다.

이 노래 한곡 안에 이 작품의 모든 내용이 전부 다 들어있는 것 같아서...

단 윤형렬이 불렀을때만!

내한공연 때 제롬이 불렀던 버전을 제일 좋아했었는데 순서가 뒤짚어졌다.

이 넘버만큼은 윤형렬 콰지모도가 진정한 갑이다.

 

목소리 상태가 최악이었던 문종원 클로팽을 제외하면

배우들과 댄서들 모두 마지막 투혼을 불태우더라.

문종원은 연극 <스테디레인>의 여파였을까?

고음이 전멸했고 초반에 무리해서 질렀던 몇몇 부분은 듣기 민망할 정도로 참혹했다.

몇 번 시도하다가 본인도 어쩔 수 없었는지 그냥 낮춰 부르더라.

김성민 페뷔스의 악몽이 재현되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그래도 배역 자체가 솔로파트가 적고 대부분 떼창에 묻히는 부분이라 그런대로 재앙은 모면했다.

반대로 그랭그와르 마이클리의 목소리는 정말 좋더라.

맑음과 청아함도 참 다양하다는 걸 느끼게 해줬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스스로도 감정이 복받쳤는지 마지막 커튼콜에서 울컥하더라.

근데 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무대를, 작품을, 배우라는 자신의 직업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구나 싶어서...

 

몰랐엇는데 막공의 여운이 참 깊다.

어쩌면 한동안 "NDP앓이"를 하게 되지도 모르겠다.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이 추진중이라는 소문도 조금씩 들리던데

성사된다면 참 좋겠다.

가능하면 예전 멤버들 그대로...

리사르와 멧, 나디아와 로랑의 모습도 보고 싶지만

로디 줄리앙의 클로팽과 미쉘 영강님의 프롤로는 정말이지 다시 한 번 꼭 보고 싶다.

 

<NDP>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는 중독.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빠져나오는 건 애초부터 쿨하게 포기했다.

더 깊게 빠지지 않는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그것도 점점 힘들어질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2. 10. 09:16

<노트르담 드 파리>

일시 : 2014.02.03.. ~ 2014.02.11.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원작 : 빅토르 위고

대본 : 뤽 플라몽동

작곡 : 리카르토 코치인테

연출 : 질 마으

출연 : 홍광호, 윤형렬 (콰지모도) / 바다, 윤공주, 문혜원 (에스메랄다)

        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그랭그와르) / 문종원, 조휘 (클로팽)

        민영기, 최민철 (프롤로) / 김성민, 박은석 (페뷔스)

        이정화, 안솔지 (폴뢰르 드 리스)

주최 : (주)마스트엔터네인먼트

 

세종문화회관 8일간의 앵콜 공연 소식을 듣으면서도사실 홍광호 콰지모드도 재관람은 예정에 없었다.

그런데 그가 <미스 사이공> 25주년 영국 공연에 투이로 캐스팅이 됐단다.

한동안 홍광호를 한국 무대에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서운하기도 하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도 같아 뒤늦게 관람을 결정했다.

덕분에 블루스퀘에에서 좀처럼 인연이 안닿았던 최민철 프롤로와 박은석 페뷔스를 드디어 볼 수 있게 됐다.

 

살이 많이 빠진 홍광호는 그래선지 확실히 예전보다 볼룸이 살짝 줄었다.

그런데 그게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좋았다.

지금껏 내가 봤던 홍광호 콰지모도 중에서도 최고였고,

지금껏 내가 본 홍광호 작품 중에서도 최고였다.

예전에 홍광호 콰지모도의 "belle"을 듣고 있으면

그가 프롤로와 페뷔스의 소리까지 다 잡아먹어 솔로처럼 느껴졌었는데

이날 공연은 발란스가 너무나 잘 맞았다.

최민철 프롤로와 박은석 페뷔스의 소리까지도 아주선명하고 짱짱하게 들리더다.

세 사람의 소리가 합쳐지니 웅장하면서도 참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진정한 Belle이었다.

홍광호 콰지모도는 예전에는 클래식한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거칠고 투박한 모습을 어느 정도 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아마도 <미스 사이공>의 "투이"라는 역을 준비하면서 소리에 변화가 오지 않았나 싶다.

윤공주 에스메랄다와의 "새장 속의 새"도 발란스가 잘 맞았고

분노뿐이었던 "불공평한 세상"을 부를 땐 드디어 절망의 감정이 드러났다.

확실히 달라졌다... 홍광호가...

그렇다면 그는 영국에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게 돌까?

아마도 발전된 모습을 기대해도 충분히 좋으리라.

(내가 홍광호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니... 참 고무적인 사건이긴 하다.)  

 

처음 본 박은석 페뷔스는 김성민보다 전체적으로 훨씬 더 좋았다.

일단 비쥬얼이 군인스러웠고 노래도 깨끗했고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1막 마지막 곡은 김성민의 표현히 더 좋다.

박은석 페뷔스는 너무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민영기때문에 한번도 최민철 프롤로는 본의아니게 항상 선택에서 열외가 됐었는데

드디어 세종에서 보게 됐다.

좋았다.

한동안 최민철의 연기가 밋밋하게 느껴졌었는데 아주 좋더라.

특히 2막에서 에스메랄다와의 감옥 장면은 연기도 노래도, 표정도 짱짱했다.

요근래 최민철의 출연작 중에서 가장 좋았던 역할이며 작품.

윤공주는 초반에 소리가 완벽하게 트이지 않았지만

"아베마리아"부터는 괜찮았고 2막으로 갈수록 점점 좋아졌다.

특히나 윤공주는 윤형렬보다는 홍광호 콰지모도와 목소리톤이 잘 어울려서 듀엣이 듣기가 참 좋았다.

조휘는 몸이 살짝 무거워보였는데 "기적의 궁전"에서부터 완전히 자기 페이스를 찾아서 다행이었다.

확실히 문종원보다는 조휘 클로팽이 더 괜찮다.

자유로운 집시의 느낌도 더 많이 들고 노래도 불안하지 않고 딕션도 좋다.

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귀신같이 잘 아는 배우.

 

댄서들이 일부 바뀌어서 그런지 블퀘만큼의 감동을 받진 못했지만

기존 댄서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좋더라.

어떻게 저런 몸놀림이 가능할까? ... 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저 사람들 등딱지에는 아마도 오래 가는 건전지 "에너자이저"가 수십개씩 끼워져 있을거다.

저건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냐...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마지막 앵콜송을 부르며 무대 위에 서있는 24명의 배우들과 댄서들.

그들은 정말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있었다.

객석에서 보고 있는 나에게까지 다 보일 정도로.

진심으로 부러웠다.

살면서 이런 벅찬 감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걸 생각하니 또 맹렬한 질투심에 휩싸인다.

 

<노트르담 드 파리>

이 작품은 정말 사랑이다.

보길 참 잘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13. 13:28

                                     <Notre Dame De Pari>

 

  - 2013.10.12. PM 3:00 -                        - 2013.10.12. PM 7:00 -

 

홍광호, 윤형렬 (콰지모도)                         홍광호, 윤형렬 (콰지모도)       

바다, 윤공주 (에스메랄다)                         바다, 윤공주 (에스메랄다)

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그랭그와르)          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그랭그와르) 

문종원, 조휘 (클로팽)                              문종원, 조휘 (클로팽)

민영기, 최민철 (프롤로)                            민영기, 최민철 (프롤로)

김성민, 박은석 (페뷔스)                            김성민, 박은석 (페뷔스)

이정화, 안솔지 (폴뢰르 드 리스)                  이정화, 안솔지 (폴뢰르 드 리스)

 

어쩌다 보니 종일반 관람을 했다.

3시 공연은 1층 5열에서, 7시 공연은 3층 1열에서.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가 서로 다른 캐스팅이라 욕심을 부려봤다.

프랑스 오리지널 무대가 너무 깊게 인식되어 있어서 망설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라 외면한다는 게 사실상 쉽지는 않다.

처음에 봤을 때 댄서들 때문에 좀 실망했었는데

이날 공연을 보면서는 정말 깜짝 놀랐다.

"저 사람들 미친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났다.

(아무래도 처음 봤을 때 내가 오리지널 무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아주 고집스럽게 관람했던 모양이다.)

맨발로 무대를 누비던 여자 댄서들의 테이핑된 발목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14명의 남녀 댄서들과 아크로바틱을 담당하는 5명의 사람들이

이 라이선스 공연을 살아있게 만드는 진정한 공로자들이고 진정한 예술가들이란 생각을

이제서야 진심으로 하게 됐다.

페부스의 "괴로워"에 믿을 수 없는 몸의 움직임을 보여준 5명의 남자 댄서들이

이어지는 "벨"에서 한 사람씩 조용히 등장하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땀에 흠뻑 젖은 그들의 상반신은 보석처럼 빛나더라.

클로팽이 죽는 장면에서 댄서들의 표정도 잊혀지지 않는다.

절망에 빠진 집시들의 울부짖음과 군인들의 조롱기 가득한 얼굴.

그야말로 그들 하나하나가 몸이 표현하는 언어의 자음과 모음 그 자체였다. 

"bell"이란 감탄사를 에스메랄다가 아닌 이들에게 선사하고 싶어질만큼

진심으로 아름다웠다 모습이었다.

첫관람의 무례함에 대해서 홀로 얼마나 많은 반성을 했는지...

 

윤형렬 콰지모도.

정말 좋다.

5열에서 치아까지 분장한 그의 모습을 보는 건 큰 즐거움이자 감동이었다.

사실 윤형렬의 작품을 보면서 크게 감동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이날은 가슴이 뭉클했다.

특히 2막 후반부의 "불공평한 이 세상"과 마지막 곡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노래 한 소절 한 소절에 슬픔과 아픔이 뚝뚝 묻어난다.

묵직한 저음이 콰지모도라는 역에 정말 잘 어울렸고

감정과 연기적인 표현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윤형렬 콰지모도 때문에 다시 한 번 이 작품이 보고 싶어졌다.

 

홍광호 콰지모도.

일단 체격이 너무 작아서 흉측한 괴물의 느낌보다는 못난이 인형같은 느낌!

원작을 읽은 나로서는 자그마한 홍광호의 체격이 어쩐지 콰지모도라는 역할에 이입이 잘 안됐다.

이것도 체격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대를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게 좀 가볍게도 느껴졌고...

(좋게 표현하면 천진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쩐지...)

성량이 크고 좋다는 게 솔로곡에서는 확실히 돋보였는데

"Bell"에서는 민영기 프롤로와 김성민 페뷔스 목소리까지 전부 잡아먹는게 흠이다.

성량으로치면 민영기도 남부럽지 않지만 그래도 그는 다른 배우들과 발란스를 조절을 잘한다.

아마도 경험탓이겠지.

아니면 정말 성량 조절이 안 되는건지도...

홍광호의 작품을 볼 때마다 개인적이고 성량 조절을 잘 안되는게 항상 불만이었는데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내 취향은 역시 윤형렬 콰지모도!

 

에스메랄다는 개인적으로 윤공주가 노래도 춤도 더 좋았다.

바다는 기교가 여전히 넘치는 것 같아서...

그래도 마이크가 문제가 생겼을때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니 이젠 정말 노련한 뮤지컬 배우가 다 됐구나 싶었다.

윤공주 에스메랄다는 요근래 본 윤공주 작품 중에서 제일 좋았다.

예전만큼의 기량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 실망하는 중이었는데

에스메랄다다라는 역할이 배우로서 윤공주의 터닝포인트가 된다면 참 좋겠다.

"살리라"를 부르는 윤공주의 모습을 보면서 그럴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깨끗하고 힘찬 윤공주의 고음을 참 오랫만에 들었다.

 

문종원 클로팽은 과했던 아바타 분장이 약해져서 다행스러웠고

민영기 프롤로는 자신만의 프롤로를 잘 만들어냈다.

2막에서의 민영기의 뿜어내는 감정표현은 정말 좋았다.

프롤로 신부도 참 힘들었겠구나... 감정이입 되버렸다.

표정도 아주 좋았고...

마이클리의 한국어 발음은 어색한 부분이 아직 많긴 하지만 고음은 역시나 참 매력적이다.

특히 무반주로 부르는 커튼콜의 "대성당의 시대"를 듣고 있으면

이 노래 전체를 무반주로 듣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정말 깨끗한 고음을 가진 배우...

(<벽뚫남>에서 그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3층이 1층보다 음향이 더 좋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확인한 결과 사실이다.

1층에서 잘 안들렸던 가사가 3층에서는 잘 들려서 깜짝 놀랐다.

댄서들의 움직임과 조명을 보기에도 3층이 정말 좋고...

그동안 2번의 관람에서 이 조명들을 못봤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좀 억울해질 정도다.

단백하면서도 스토리와 인물들에 정확하게 포인트 맞춰진 멋진 조명이다.

어떤 화려함과도 견주지 못할 정도로 압권이다.

에스메랄다의 "살리라"에서 객석으로 쏟아지는 조명도 아주 드라미틱하다.

 

도대체 첫관람에서 나는 뭘 봤던걸까?

여행의 피곤이 덜 풀렸던걸까?

프랑스 오리지널 공연만큼 황홀한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번 라이선스 공연도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다.

회전문을 도는 심정...

충분히 알겠다!

 

<Notre Dam De Pari>

확실히 최고의 명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31. 08:34

<Monte Cristo>

일시 : 2013.06.07. ~ 2013.08.04.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대본, 작사 : 잭 머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임태경, 엄기준, 김승대 (에드몬드 단테스/몬테크리스토)

        윤공주, 정재은 (메르세데스) / 최민철, 조휘 (몬데고)

        박철호, 조원희 (파리아 신부) / 백주희, 김상아 (루이자)

        조성지, 장대웅 이정화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배우 임태경.

과거 크로스 오버 테너로서 그가 들려줬던 연주때문일까!

이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나는 왜 여전히 놓치 못하고 있는 걸까?

적어도 뮤지컬 무대에서만큼은 과거의 그 모습을 놓아버려야 하는데 그게 참 안 된다.

나는 그의 첫뮤지컬이었던 <불의 검>도 비교적 아주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그의 연기는 형편없이 어색한 초등 연기였다.

그러나 그가 노래를 부르면 민망한 발연기마저도 잊어버릴 정도의 반전이 있었다.

"그대도 살아주어"에서의 청명함과 고요함,

그리고 고음으로 갈수록 깨끗해지는 그의 소리는 확실히 아름다움 그 이상이었다.

그리고 세종문화회관 콘서트에서 받았던 충격.

그의 연주는 나를 일으켜세우는 힘이었다.

"You raise me up" 이라는 그의 격려를 들으며

비로소 나는 다시 "Nella fantasia"를 조금씩 그려갈 수 있었다.

확실한 위로였고, 다시 없을 믿음의 격려였다.

그때 알았다.

그의 연주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걸.

이게 내가 아직까지도 그를 놓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뮤지컬 배우로서 임태경은 로딩이 많이 늦은 편이라 중반부까지도 사실 불안해서

<몬테크리스토>는 아예 작정하고 후반부로 예매를 했다.

그리고 내 선택은 확실히 옳았다!

물론 그의 연기가 탁월했다거나 환상적이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에드몬드 단테스라는 인물은

오직 메르세데스와 아버지, 그리고 선원으로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글은 쓸 줄도 모른다.

글을 모르면 고귀할 수 없다리거 단정적으로 말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적당히 망가질 줄도 아는 조금은 순박한 인물이여야 하는데

임태경의 에드몬드는 여전히 황태자스러운 고귀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박철호 파리스와의 감옥 장면이 잘 살지 못했다.

이미 너무나 우아해서 파리스의 교육 따위는 필요없는 귀공자처럼 보였으니까...

이 장면에서 에드몬드와 파리스와는 약간은 과장된 쫀쫀한 텐션을 보여줬어만 하는데 그렇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박철호 혼자 용쓰는 느낌이랄까!

루이자의 해적선에서도

한 인물이 두 인물 처럼 표현했어야 했는데 별 차이가 없다.

이 장면은 에드몬드가 본격적으로 다른 인물이 되겠다고 작정하는 중요한 장면인데

여전히 너무나 우이힌 황태자 포즈다.

과연 언제쯤 나는 배우 임태경이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망가지는 걸 보게 될까?

"황태자"라는 영광스런 호칭은 적어도 뮤지컬 배우 임태경에겐 하나의 족쇄다.

(제발 과감하게 깨버리길!!!)

윤공주와의 호흡은 괜찮은 편이었는데

함께 부르는 것보다 "언제나 그대 곁에" 처럼 앞뒤로 주고 받는게 훨씬 듣기 편했다.

"지옥송"은 여전히 고음에서 터져주지 못해 좀 답답하다.

("지옥송"은 임몬테보다 오히려 조휘 몬데고가 훨씬 좋았다.)

류정한은 이 장면에서 마이오네트를 조정하는 주술사 같았는데

임태경은 그런 카리스마는 확실히 약하다.

조금은 사악하고 비열하면서 섬득한 복수의 칼날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놈의 기품을 끝끝내 놓치 못한다.

그래선지 2막의 복수 장면도 조금 밋밋하게 느껴졌다.

음밀하고 은산하게 진행되다 결국엔 통쾌하게 마무리 되길 바랬는데...

(갈듯 갈듯하다 결국 못간다. 왜 그럴까?)

걱정했던 액션 장면은 상대 배우들과 합도 잘 맞았고, 몸을 쓰는 건 예전보다 아주 좋아졌다.

단지 그 장면 뒤에 너무 힘겨워하는 모습을 아낌없이, 솔직하게 드러내주셔서 그게 좀...

(이해한다! 불혹을 넘겼으니 그도 힘들긴 했을 거다!)

"ㅅ" 발음의 정확도와 "O자 다리"는 이제 눈감아주기로 했으니까 넘어가고

전체적으로 표정과 눈빛은 놀라울만큼 좋아졌다.

이러니 사람 참 애매할 수밖에...

솔직히 모르겠다.

8년이면 경력이 적은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 배우로서 그에 대한 결론을 못내리겠다!

게다가 크로스 오버 테너로서의 그의 연주에 대한 희망은 도저히 못버리겠다.

그는 내겐 지독한 현재진행형의 딜레마다!

 

이번 관람에서는 조휘 몬데고에게 가장 많이 놀랐다.

초연과 재연때는 최민철 몬데고가 훨씬 좋았는데 이번에 완전히 역전됐다.

몬데고 입장에서 본다면 그의 사랑은 세상에 다시 없는 지고지순한 순애보다.

연민과 안스러움이 느껴지는 몬데고!

조휘의 표현 속에는 악해질 수밖에 없는 몬데고의 이유와

사랑을 위해 어떻게든 진실을 숨겨야만 햤던 지독한 목적이 보인다.

그래서 그의 "지옥송"이 임몬테보다 짧지만 오히려 더 처절하고 강하게 느껴졌던 건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조휘는 매작품마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발전하는 배우다.

차기작 <NDP>의 클로팽을 기대 안 할래야 도저히 안 할 수가 없다.

 

김상아 루이자는 노래와 연기 모든 면에서 백주희보다 느낌이 좋았고

(그래도 역시 춤은 약하다.)

자코프와 알버트도 예전 캐스팅보다 훨씬 좋았다.

예전 자코프는 대본을 아주 성실히 또박또박 읽어서 당황스러웠는데 이번 자코프는 그래도 연기를 하더라.

알버트는 아이돌그룹 비투비의 서은광이라는데 누군지 전혀 모르겠고

외형은 살짝 개그맨 양상국을 닮았다.

너무 상꼬마 같은 이미지라 "자네같이 잘생긴 청년이..."라는 몬테의 대사에 혼자 팡 터졌다.

(물론 속으로!)

"오, 여자!" 넘버는 확실히 신현묵 알버트보다 좋다.

뮤지컬 첫데뷔라는데 한 장면 한 장면을 열심히 하는게 눈에 보여 참 이쁘더라.

(보면서 살짝 이모 미소 번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번 관람은 작품 자체보다 배우들의 표현에 더 집중해서 봤던 것 같다.

아마도 <JCS>와 <두 도시 이야기>의 여파겠지만

예전만큼 이 작품의 스토리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확실히 <몬테크리스토>와 <레미제라블>은 원작이 갖는 힘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범접하기 힘든 고전의 위대함!

이건 절대 무시될 수 없을 것 같다.

 

고전(古典)은 언제나 나를 고전(苦战)케 한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6. 26. 08:28

<Monte Cristo>

일시 : 2013.06.07. ~ 2013.08.04.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대본, 작사 : 잭 머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임태경, 엄기준, 김승대 (에드몬드 단테스/몬테크리스토)

        윤공주, 정재은 (메르세데스) / 최민철, 조휘 (몬데고)

        박철호, 조원희 (파리아 신부) / 백주희, 김상아 (루이자)

        조성지, 장대웅 이정화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류정한의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두 도시 이야기>와 출연이 겹쳐지면서 전반부에 10회 공연을 그야말로 폭풍처럼 달렸던 그의 마지막 공연날이었다.

딱 한 번 보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에 두 눈을 질끈 감고 막공을 예매했었다.

확실히 현명한 선택이었다.

안 그랬다면 또 다시 몇 번씩 보는 기질이 발동됐을테니까.

(제발 <두 도시 이야기>도 제어가 가능해야할텐데...)

 

류정한의 세번째 몬테크리스토.

표정과 눈빛이 이뤄낸 완벽한 하모니였다.

이 남자, 어쩌자고 이렇게 점점 더 세밀해지고 섬세해지나!

이렇게되면 그의 시드니는 또 한 단계 진화를 하게 될텐데...

익숙함은 새로움을 부른다.

적어도 지금의 류정한이라면!

그는 "몬테크리스토"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컨트롤했다.

그러면서도 순간순간 에드몬의 본모습을 잃지 않는다.

아니 잃을 수 없다.

그래서 그가 보여주는 몬테는 강인한 눈빛 속에서도 늘 충돌과 혼돈이 뒤섞인다.

망설임과 단호함.

그 사이에서 스스로 무게중심을 정확히 옮기겨가 류정한을 보면서

나는 또 다시 그의 여우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제 근느 배우로서 배역에 편안히게 스며든다.

하지만 연기는 치열해지고 섬세해졌다.

예전의 그와 지금의 그는 확실히 좀 달라졌다.

이쪽도, 저쪽도 다 좋다. 

오랫동안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길들여졌다.

그의 연기 방식과 변화에.

불만은 없다.

미안한 발언이지만 나는 배우 류정한에 관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공정성을 잃을 준비가 되어있다.

 

1막 마지막곡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은 역시나 류정한 버전이 최고다.

감정몰입의 극대화.

이 넘버는 그렇다.

기교보다는 감정의 폭발에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곡인데

(그렇다고 삑사리의 향연이라는 그릇된 방식으로 분노를 표시하는 걸 절대 반대!)

역시나 영리하게 잘 표현했다.

4명의 인물들을 완벽하게 마리오네트화시키는 능력이라니...

게다가 2막 "덫/더 많이 더 높이"는

메이스트로 류가 지휘하는 세기말적인 "악의 교항곡" 같았다.

"하루 하루 죽어가"는 처연했고

"과거의 내 모습"은 회환으로 가득찼다.

액션은 좀 힘들어하는 게 보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그가 보여진 감정연기와 표정, 눈빛은 지금껏 봤던 몬테크리스토 중에서 가장 좋았다.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한 배우의 진중한 책임감과 작품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은근히 작품운이 따라주지 않는 윤공주.

그녀의 메르세데스는 1막보다 2막이 훨씬 좋다.

나 혼자만 느낀건지는 모르겠지만 목소리톤과 호흡이 예전과는 어딘지 달라졌다.

살짝 이질감이 느껴졌다.

윤공주는 메르세데스를 아주 강하고 단호는 여인으로 표현했다.

옥주현과 비슷하게 가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언제나 그대곁에"는 힘이 느껴진다.

사랑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주는 힘.

무엇으로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한 여자의 힘.

그래선가?

윤공주 메르세데스는 몬데고에게도 에드몬드에게도 너무 강하다.

앞부분과 뒷부분은 조금 더 서정적으로 표현하면 더 좋았을텐데...

박철호 아베 파리아는 무대를 완전히 휘어잡았다.

연기, 표정, 타이밍 모두 아주 기막혔다.

자칫 잘못하면 코믹하게만 보여질 수도 있었는데

극의 포인트를 살리면서도 적절한 선을 잘 유지했다.

파리아 신부가 죽는 장면은 가슴이 찡해져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백주희 루이자는 해적선 장면은 아주 좋았는데

(해적들의 디테일한 연기도 깨알 재미를 선사했다)

2부 카니발 장면은 좀 밋밋했다.

한지연 루이자같은 섹시함과 은밀함이 없어서였을까?

뭐가 됐든 첫인상이라는 건 쉽게 잊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앙상블은 노래는 전체적으로 좀 약했지만 연기적인 면에서는 디테일이 더 강화됐다.

의도적인 연출이었던 것 같은데 성공한 것 같다.

그리고 복수 장면에서 몬테크리스토의 개입이 더 많아진 것도 훨씬 좋았다.

LERROM international이 "morrel"이라는 의미였다는 것 이번에 보고야 알았다.

예전 버전에서도 좀 그렇게 해주시지...

(나, 예전에 이게 도대체 뭔 뜻인가 싶어  lerrom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봤더랬다.ㅋㅋ)

알버트와 발렌타인의 "아름다운 거짓말"이 없어진 건 좀 아쉽다.

억박(?)이 주는 묘한 매력이 있던 곡이었는데...

그래선지 둘의 비중도 예전보단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따지고보면 이 둘은  에드몬드와 메르세대스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서 제일 불쌍한 인물 몬데고.

최민철의 몬데고는 단연 최고다.

"역사는 승리자의 것"에서 반전처럼 변하는 그의 목소리와 얼굴 표정을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나쁜 놈 소리가 절도 나온다.

(당글라스와 빌포트보다 훠~~얼~~~씬 더 나쁜놈!)

몬데고 버전의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은 몬테의 버전과는 또 완전히 다르다.

다 잃은 자의 처연함과 끝을 내겠다는 극단의 복수심이 뒤섞인 최후의 일격!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최민철의 캐릭터.

 

지방공연이 남아있긴 하지만 류정한의 몬테는 이걸로 끝이다.

본인은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몰라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무리하게 출연을 결정했다는데

아무래도 류정한에게서 몬테를 떠나보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EMK가, 그리고 관객들이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됐다.

그러니 아직까지는 그의 다음 "지옥송"을 기다려봐도 좋지 않을까?

 

* 류정한 막공이라 넘버가 끝날때마다 관크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류정한 팬들은 깔끔하다.

   이들의 매너는 정말이지 인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공연 중에는 적정선의 환호를 보내고

   커튼콜에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 갈채를 쏟아 붓는다.

   (사진 찍는 사람도 없고!)

   뮤지컬 시장이 커지면서

   특정 팬들의 과도한 환호성이 작품의 흐름을 깨는 걸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이럴 때마다 어쩔수없이 눈살을 찌푸려진다.

   그런데 적어도 류정한의 팬들에게선 이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

   문득, 임태경 몬테 관람이 두려워지는 건 왜일까???

   (경험상 여기 관크가 제일 쓰나미급이다... 벌써부터 무섭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28. 06:07

 

뮤지컬 <카페인>

 

장소 : 컬처스페이스 엔유

일시 : 2012.02.02. ~ 2012.04.15

출연 : 윤공주, 김지현(김세진) / 정상훈, 김산호 (강지민)

작곡 : 김혜영

연출 : 성재준

음악 : 원미솔

 

아마도 좀 우울했던 모양이다.

하긴 언제 안 우울했던 적이 있었던가!

통쾌까지는 아니지만 유괘 상쾌한 뭔가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뮤지컬 <카페인>

2008년 초연된 이후로 자리를 잘 잡은 소극장 창작뮤지컬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소극장용 창작뮤지컬이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뮤직 인 마이 하트>, <영웅을 위하여>, <형제는 용감햇다>, <김종욱찾기>,

<왕세자 실종사건> 같은 작품들은 보면서도 참 재미있고 좋았었다.

(생각해보면 이 작품들 말고도 더 있는 것 같은데...)

오히려 대극장용 창작품보다 실망도 훨씬 덜 했던 것 같다.

 

이 작품들 중 몇 개는 중극장에서 재공연된 작품들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소극장에서 공연될 때는 참 장하고 기특한 맘까지 들었었다.

소극장 공연은 배우들의 개인역량에 따라 극의 재미가 달라진다.

그래서 기본기없은 배우가 패기만 가지고 서기에는 부담스러운 자리기도 하다.

관객들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민첩하게 대처하는 배우들의 애드립을 보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선 찌질한 주연보다 잘키운 멀티맨이나 조연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도장찍힐 수도 있다.

 

뮤지컬 <카페인>

2008년 초연됐을 때부터 입소문이 났던 작품이긴 했는데 "사랑 운운" 하는 게 좀 멋적어 안 봤던 작품이다.

바리스타 세진과 소몰리에 지민의 좌충우돌 사랑 만들기!

내 기억이 맞다면 연기자 김지영이 제작자로 나섰었고.

뮤지컬 배우인 남동생 김태한이 남자 주인공 소몰리에 강지민을 했었다.

그 이후에 연기자 강지환이랑 SS501 김형준도 했었던 것 같고...

암튼, 초연된지 5년이 지났으니 뒤늦게 찾아본 셈이다.

솔직히 이번에도 윤공주만 아니면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나는 대극장에서 본 윤공주 작품에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별로 없다.)

 

사실은 윤공주, 김산호 캐스팅을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윤공주, 정상훈 캐스팅으로 봤다.

약간 코믹한 조연과 멀티맨으로 주로 활약했던 정상훈.

그의 에드립과 감칠맛나는 연기야 두 말 할 필요조차 없지만

아무래도 노래가 좀 약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이런 개인적인 사견은 확실히 선입견이고 기우였다.

강지민, 강정민 두 역할 다 너무 잘 어울렸고

중간중간 터뜨린 애드립은 관객들을 초토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노래도 그 정도면 나무랄데가 없고...

(노래도 연기도 못하는 뮤지컬 배우님들아! 제발 각성 좀 하자!)

안경에 토끼이빨을 끼고 강정민을 연기할 때도 딕션이 너무 정확해 연습량을 얼마나 했는지 가늠된다.

일테면 뮤지컬의 첫 주연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기대했던 것 보다 훠~~~얼~~~씬 괜찮았다.

윤공주와 듀엣과 잘 어울렸고 무엇보다 고난이도의(?) 춤도 너무 잘 춰서 놀랐다.

만능 엔터테이너 정상훈!

(이제 브라운관의 정상훈보다 무대 위의 정상훈이 더 익숙하고 친근하다. 정성화처럼)

 

끝에서 두번째 여자 바리스타 세진 역을 윤공주.

역시 윤공주는 공주다!

캐릭터 표현, 표정과 노래, 춤도 정말 여우같이 잘하더라. 

단지 좀 아쉽다면 비주얼에 너무 신경을 안쓴 것 같아서 그게 좀...

최소한 포스터 이미지 정도의 비주얼은 보여줬어야 했는데

조금 심하게 말하면 만사 귀찮은 권태기 주부 같은 비주얼이었다.

아무렇게 대충 묶은 퍼머머리.

그래도 사람의 기분을 읽고 커피를 준비하는 나름 섬세한 바리스탄데...

(그래서 끝에서 두번째 여자가 된건가?)

어쨌든 더 늦기 전에 봐서 다행이다 싶다.

당췌 이런 연예 뮤지컬은 점점 보기가 힘겨워져서...

관객 반응도 괜찮은지 연장 공연 스케쥴도 올라왔다.

김산호의 연기도 궁금하긴한데 

그걸 확인하려고 일부러 다시 보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사족이긴한데,

윤공주가 요즘 담보상태인 것 같아 좀 안타깝다.

작품 선택을 잘 못하는 건지,

(그렇다고 이 작품을 잘못 선택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아니면 예전만큼 작품 섭외가 안 들어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재능에 비해 소위 빵 터져주질 못한다.

이러다 불운의 캐릭터가 되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스럽다.

좀 지켜봐야 겠다.

배우 윤공주의 멋진 부활을!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1. 11. 15. 06:27
어제 14일 서울 울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17회 한국 뮤지컬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솔직히 말하면
올해는 양적으론 풍족했지만 질적으로 이거다 싶은 작품은 거의 없었다.
재공연되는 대작들이 많았고
(재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초연보다 턱없이 부족했던 작품들도 꽤 있었다.)
주인공들도 중복되면서 어쩐지 재탕, 삼탕같은 껄끄러운 느낌도 많았다.
이젠 주요배역이 더블 캐스팅만 되도 감지덕지할 정도.
한 배역에 너무 많은 배우들의 이름이 올라가서
작품이 모자이크처럼 조각조각 나눠지는 것 같아 심지어 언찮기도 했다.
좀 부끄럽고 민망했겠다.
시상식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남우주연상 김우형                                    여우주연상 조정은

남녀 주연상은 <아이다>의 라다메스 장군 김우형과 <피맛골 연가>의 홍랑 조정은이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아이다>의 정선아가 받지 않을까 싶었는데 조정은에게 돌아갔다.
유학후 활발히 활동하는 조정은.
그동안 무대가 많이 그립긴 했을거다.
다행히 작품운도 따라주고 연기와 노래도 여배우 중에선 괜찮다.
탁월하게 뛰어난 건 아니지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이게 얼마나 큰 장점인가!)
수상소감에서 조승우을 언급했다.
조승우, 최재웅, 조정은.
계원예고 3인방이 요즘 참 무대 위에서 열심인 것 같아 보기 좋다.
뮤지컬 데뷔 6년만에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김우형도 본인 스스로 많이 놀란 모양이다.
남자 후보자들 중에는 올 해엔 딱히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
후보자 중에서 가장 유력하긴 햇다.
그래도 왠지 부족한 이 느낌은 도대체 뭐지?
(아마도 <아이다>에서 긁어대듯 노래를 부르는 그의 생목에 놀라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남우신인상 박은태                             여우신인상 송상은

                       남우조연상 이건명                             여우조연상 구원영

<피맛골 연가>의 김생 박은태의 남자 신인상은 너무 중고 느낌이라 여러모로 민망했고
그래서인지 여우 신인상을 수상한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송상은은 너무 이른 느낌이다.
신인 아닌 사람의 신인상과, 정말 생초보의 신인상 수상이라...
(어쩜 이렇게 기울기가 급경사를 이루는지...)
어쨌든 송영창은 딸래미가 큰 상을 받아서 무지 좋았겠다.
더구나 딸의 첫 데뷔작에 부녀가 나란히 출연해서 감회가 더 남다를지도 모르겠다.
남녀 인기스타상은 작년에 이어 김준수와 셋트 플레이어가 되는 것 같다.
하긴 누가 그의 인기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왠지 윤공주과 끼워팔기 식으로 보여 좀 안스럽긴했다.
(미리부터 노곤해진다. 이 아이돌님 덕분에 <엘리자베스> 예매가 참 힘겨워지겠구나 싶어서)
남녀 조연상은 이건명과 구원영의 품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구원영의 여우 조연상 수상은 탁월했고
이건명의 남우조연상 수상은 <렌트>와 <틱틱붐>, <갬블러> 같은 작품들이 생각나면서 시간의 흐름을 절감케 한다.


                                   최우수 작품상 <셜록홈즈>

특히나 올해 눈에 띄는 선전이라면 레히가 만든 창작 뮤지컬 <셜록홈즈>다.
역시나 3개 부분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안타까운건 이 작품을 라이센스로 아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
아마도 너무 유명한 설록 홈즈 이야기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배우들 실력도 탄탄했고 음악과 구성도 좋았던 작품.
최우수작품상으로 호명되자 홈즈 역을 했던 송용진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잡혔다.
왠지 찡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그래도 끊임없이 창작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제작사 "레히"도 대단하고...
더불어 지금 4년만에 다시 공연되는 레히의 창작뮤지컬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도 대박이 나길 바란다.
한때 정말 좋아했던 뮤지컬인데 오랫만에 다시 공연된다니 감회가 새롭다.
음악과 스토리가 제법 좋은 작품.
17회 뮤지컬 대상 시상식.
뒷말들이 꽤 있을법 하지만 어쨌든 끝나긴 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내년에는 양적인 폭격이 아니라 제발이지 질적으로도 엄청난 쓰나미가 왔으면 하는거다.
요즘 연극은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이 공연되는데
뮤지컬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아쉬운 게 사실이다.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최우수작품상: `셜록홈즈`
▲남우주연상: 김우형(아이다)
▲여우주연상: 조정은(피맛골 연가)
▲남우신인상: 박은태(피맛골 연가)
▲여우신인상: 송상은(스프링 어웨이크닝)
▲남우조연상: 이건명(잭더리퍼)
▲여우조연상: 구원영(광화문 연가)
▲연출상: 김효경(투란도)
▲작곡상: 최종윤(셜록홈즈)
▲음악상: 엄기영(투란도)
▲극본상: 노우성(셜록홈즈)
▲기술상: 권도경(잭더리퍼)
▲무대미술상: 여신동(모비딕)
▲안무상: 오재익(늑대의 유혹)
▲인기스타상: 김준수·윤공주(천국의 눈물)
▲앙상블상: `아가씨와 건달들`
▲베스트 외국뮤지컬상: `스팸어랏`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3. 24. 06:35
볼까 말까를 정말 많이 고민하다가
어찌어찌 막공으로 본 <천국의 눈물>
50% 할인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냥 지나쳤을 뮤지컬이다.
그리고 브래드 리틀이 출연하지 않았다면
50% 할인의 유혹이 아무리 강렬했더라도 결코 보지 않았을 작품이다.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가 세계진출을 목표로 만든 야심작 <천국의 눈물>
출연진과 스탭진은,
이보다 더 할 수 없을만큼 화려하고 완벽한 드림팀이다.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
<스위니토드>의 연출가 가브리엘 베리
무대 역시도 세계적인 무대 디자이너 데이비드 갈로가 맡았다.
그리고 JYJ 의 시아준수가 남자 주인공 준을, 
역시나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이 제임스 대령을
개인적으로 노래와 연기 잘 하는 여배우라고 생각하는 윤공주의 린까지...
티켓파워야 엄청났다.
1층 전석이 좌석 등급 구분없이 13만원이라는 파렴치한 가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표는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김준수가 출연하는 회차만 그랬지만... 어쩐지 씁쓸하다...)
덕분에 김준수 회차가 아닌 날도 티켓 예매하기가 힘들었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이렇게 슈퍼스타급의 아이돌이 캐스팅되면
예매 날짜를 따로 했으면 좋겠다.
(농담 아니다. 예매하기 정말 힘들다....)


개인적으로 <쓰릴미>때 정상윤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기대가 컸는데
아무래도 그는 소극장 무대가 더 적절한 것 같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라울을 보면서도 무지 속상했었는데...그랬더랬는데...)
연기는 괜찮은데 노래가 솔직히 많이 약하다.
감정 몰입이 되면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1막에서는 많이 흔들리더라.
2막에서 린이 떠났다는 걸 알게 된 후 부르는  "can you hear me"는
슬픔을 절제하고 감내하는 느낌까지 들어서 좋았다.
막공이라서 "준" 역할이었던 김준수와 전동석이 중간중간 액스트라처럼 출연하기도 했다.
그래서 1막이 전체적으로 붕 뜨고 산만해져버린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 공연에서 배우들의 애드립 출연을 보는 것도 막공의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긴 한데
이게 "김준수"가 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아무래도 주연배우보다 그가 나올 때 더 큰 함성이 나오니까.
(자주 콘서트장 분위기 연출되더라...)
거기다가 현해탄을 건너온 일본팬들이 김준수의 공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지 환호하더라.
쓰나미때문에 일본이 난리가 났다는데,
아무래도 김준수는 그 쓰나미조차 이겨버리는 것 같다.
커튼콜 때 김준수 보겠다고 뒤에서부터 앞으로 100m 달리기하듯 달려나오는 수많은 인파를 보면서
이러다 지진나는 건 아닌지 진심으로 걱정스러웠다.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본사람들이 자꾸 와서 인사를 하더라.
(뭐지 싶었는데 아무래도 김준수 부모님이었던 듯 싶다)


음악은, 역시나 프랭크 와일드 혼 작품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에 넘버마다 강렬한 크라이막스가 있다.
메인 테마라고 할 수 있는 "Can you hear me"는 여러번 나옴에도 불구하고
들을 때마다 매번 감탄하게 된다.
브래드 리틀이 장렬하게(?) 자살하면서 부르는 "whithout her" 역시도 강렬하다.
그런데 만약 이 노래를 만약 다른 사람이 불렀다면...
매번 이 사람의 무대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브래드 리틀의 존재감은 가히 압권이다.
궁금하다.
왜 브래드 리틀은 이 공연에 참여하게 됐는지...
그가 친구 프랭크 와일드 혼에게도 함께 하자고 했다는데...

 



세계 진출을 위해 만든 작품이라는데
솔직히 이 상태로 세계 진출하면 죄송하지만 욕먹을 것 같다.
어째든 <미스 사이공>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무엇보다 스토리가 진부하고 그리고 지루하다.
(따지고 보면 진부한걸로 치면 <미스 사이공> 스토리도 만만치 않은데...)
일단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 존재감없이 사망한다.
결국 마지막에 흰 옷 입은 귀신들만 수두룩 등장하는 꼴이 되버리니 일종의 살풀이처럼 느껴졌다.
또 다시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된다.
만약 김준수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천국의 눈물>이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 물음 앞에 자신있게 "Yes!'라고 답하기는 막막할 것 같다.


무대 연출이 좋았다는 사람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실망했던 게 무대였다.
경사진 무대와 군인들이 전쟁터로 떠나는 장면에서 블랙홀같이 연출한 부분은 좋았는데
나머지는 너무 스크린으로만 해결하려고 한 것 같다.
특히나 수시로 저 혼자 들락날락하는 문짝은 어이없기까지 했다.
(이 공연의 최다 출연자는 그 문짝이 아닐런지....그래도 색은 3가지 정도 되더라...) 
제작비가 어마어마했다는데 그 돈은 다 어디에 쓰고 그 넓은 무대를 황량한 벌판을 만들어놨는지...
수시로 등장하는 스크린에 비쳐진 그림자도 신선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러기엔 너무 많이 남발했다)
1막 앤딩의 "이렇게 사랑해 본 적 없어요"에서의 조명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덩그라니 놓여있던 침대와 두 배우를 정신없이 비추는 시골 변두리 노래방같던 조명이란...
(이 노래 애절하고 절절한 노래 아닌가?  그런데 트롯트에나 어울린 이 정체불명의 조명은 뭐냔 말이다.)
2막에서 학예회 무대같던 비행기 뒷모습은 급기야 안스럽기까지 하더라.
미국으로 간 린과 쿠엔이 공원에서 이야기 나눌 때,
옆에서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여성인권(?) 시위 비슷한 걸 하는 장면은
80년대 코미디 같았다.
(늬들 정체가 뭐냐???)
이 부분 너무 부끄러워서 내 고개가 절로 숙여지더라.
짝퉁도 이런 짝퉁이 없는 것 같아서...
정말 외치고 싶었다.
"양키! 고잉 홈!" 이라고....



                         - 정상윤 "준"과 이해리 "린" -



 
                               - 김준수 "준"과 윤공주 "린" -




충격이 좀 크긴 했지만
어쨌든 고민했던 <천국의 눈물>을 봤다.
세계진출을 준비한다니 걱정이 태산이다.
(내가 뭐라고...)
그 전에 이 좋은 넘버들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제발 손 좀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특히 무대는 더 많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