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4. 5. 08:27

 

<윤동주 달을 쏘다>

 

일시 : 2017.03.21. ~ 2017.04.02.

장소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극본, 작사 : 한아름

작곡, 편곡 : 오상준

연출 : 권호성

출연 : 박영수, 온주완 (윤동주) / 하선진, 송문선 (이선화) / 김도빈(송몽규), 조풍래(강처중), 김용한(정병욱)

제작 : (재)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의 <윤동주 달을 쏘다>는...

말을 잃게 만드는 작품이다.

제목만 들어도 이미 가슴이 무너지고,

울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매번 눈물을 줄줄 흘리게 만든다.

이 작품엔 9편의 윤동주 시가 나오지만

단 한 편도 넘버의 가사로 사용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작곡자 오상준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동주의 시 안에 음악적 선율이 내포돼 있어 시는 독백과 낭독으로 표현하고 음악은 시의 감성과 비슷하게 표현했다"라고.

그의 말에 100%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이 내가 아는 지금까지 서정적이라고 생각한 윤동주의 시가

얼마나 처절하고 가슴 아픈 시인지 처음 알게 됐다.

이 작품은...

감상을 말하는것 조차 부끄럽게 한다.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

박영수가 서울예술단을 떠나면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세 배우의 조합은,

역시나 아름다웠고 든든했다.

배우들도 나도 인물에 동화돼

순간순간 치고 올라오는 감정들로 아팠고, 슬펐고, 힘들었지만

이 모든 것들이 다 좋았다.

 

올 해로 네 번째 무대가 오른 박영수는 대체불가 윤동주였고

이 엄청난 작품에 뛰어든 온주완 역시 진심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적이었다.

쉽게 할 수 없는 작품이고,

쉽게 할 수 없는 인물인데

두 배우 모두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솔직히 말하면,

뮤지컬이라고는 고작 <뉴시스> 한 작품을 했을 뿐인데

온주완이라는 TV 배우가 이 어려운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의심했었다.

그런데 디테일까지 깨알같이 적어논 그의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랐고

실제 그의 무대를 보고 그의 진심을 단정하게 인정했다.

욕심으로 나선 작품은 아니라는걸... 알았다.

이 작품을 수락하고, 연습을 하면서

폭풍같이 휘몰아치는 감정들과 마주했을 온주완을 생각하니 뭉클하다.

서울예술단을 나가는 박영수도,

객원배우로 처음 참여한 온주완도 이 작품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다음 시즌에도 이 두 배우를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꼭 그래주면 좋겠다.

 

<윤동주 달을 쏘다>

잊혀지지도,

보내지지도 않는 작품.

꼭 견텨야 한다.

제발 견뎌 주어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3. 29. 07:59

 

<윤동주, 달을 쏘다>

 

일시 : 2016.03.20. ~ 2016.03.27.

장소 :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극작, 작사 : 한아름

작곡, 편곡: 오상준

연출 : 권호성

출연 : 박영수(윤동주), 김도빈(송몽규), 조풍래(강처중), 김용한(정병욱) / 하선진, 송문선(이선화)

제작 : (재)서울예술단

 

조카들과 함께 봤다.

말년 휴가 나온 조카녀석 때문에 원래 예매했던 좋은 좌석은 이 녀석에게 양보하고

토월극장 3층에 올라가서 봤다.

토월 3층은 처음 올라가봤는데 1열 난간의 시야방해가 2층보다 훨씬 심각하더라.

그리도 군무와 조명을 조망하기엔 나쁘지 않았다.

주말 4회 공연의 시작이라 배우들의 컨디션 조절이 관건이겠다 생각했는데

"팔복(八福)"을 듣자마자 다른 생각 다 버리고 또 다시 몰입하게 되더라.

일단 무엇보다 조카들이 감동적으로 본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친숙한 윤동주의 시들을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받아들인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개인적으론 2막 도입부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왼편으로는 윤동주가 책상 밑에 웅크리고 앉아서 시를 쓰고 있고

무대 뒷편에는 "참회록'이 한줄씩 쓰여지는 장면.

첫공때는 오페라글라스로 윤동주의 표정을 보느라고 이 장면을 완벽히 놓쳤었다.

뭔가 이분되는 공간이 주는 서글픔이

그당시 지식인의 좌절과 아픔을 대변하는것 같아서 절절하게 다가왔다.

윤동주로 분한 박영수는,

아무래도 이 작품과 인물에 특별한 의무감 혹은 책임감이 가진 모양이다.

저러다 정말 기절이라도 하는건 아닐까 걱정될만큼 극강으로 감정을 이입시킨다.

덕분에 2막 후반부는 객석의 관객조차도 버겁고 무섭다.

폭풍같은 고요함이 휩쓸고 지나간다.

뜨거운 불길이 날카로운 얼음조각처럼 심장에 박혀온다.

또 다시 감당하기가... 힘들어지더라.

이번에도 역시 오래 삭힌 통증이 눈물로 흘러 나왔다.

배번 처음처럼 나를 무너지게 하는구나. 이 작품은...

조카들과 떨어져 관람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식민지시대를 산다는게 어떤 건지 나는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자신의 나라를 지배한 그 나라에서

유학생의 신분으로 버텨내는 고난 역시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다.

어떤 절망적인 감정을 덧붙인데도 다 부질없는 미사여구일 뿐이다.

작품 속에서 윤동주는 함께 갇힌 송몽규에게 말한다.

"몽규아! 먹어야 한다. 먹고 버텨야 한다!"

나는 한 번이라도 그래 본 적이 있었나!

버티기위해 차갑게 식어버린 한 덩어리 차디 찬 밥을 씹어 삼킨 적이 있었나...

 

부끄러운 호사(好事)가 한 둘이 아니다.

살아있으면 살아야 하는건데...

잉여(剩餘)도 이런 잉여가 없고

부끄러움도 이런 부끄러움이 없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죽는 날까지...

부끄러움이 없기를...

한 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3. 24. 08:33

 

 

<윤동주, 달을 쏘다>

 

일시 : 2016.03.20. ~ 2016.03.27.

장소 :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극작, 작사 : 한아름

작곡, 편곡: 오상준

연출 : 권호성

출연 : 박영수(윤동주), 김도빈(송몽규), 조풍래(강처중), 김용한(정병욱) / 하선진, 송문선(이선화)

제작 : (재)서울예술단

 

<윤동주, 달을 쏘다>는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레파토리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작품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당연히 <바람의 나라>)

2012년 초연은 몰라서 못봤고

2013년 재연으로 올라왔을때는 뒤늦게 박영수 막공을 봤었다.

그때 이 작품을 고작 한 번 보고 끝내야 한다는게 얼마나 아쉽고 후회되던지...

그래서 서울예술단 레파토리가 공개될때마다 이 작품을 기다렸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삼연이 올라왔다.

게다가 이번 윤동주는 객원배우 없이 박영수 혼자 원캐로 채운단다.

원래 계획은 막공 하루 전인 토요일 낮공을 조카녀석들과 같이 보는거였는데

한 번으로 끝내면 분명히 후회될 것 같아서 뒤늦게 첫공을 예매했다.

공연기간은 짧고, 이번이 지나면 언제 또 다시 올라올지 기약도 없고...

2016년 들어서 왠만하면 재관람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이 작품이 백만년만에 재관람 의지를 불태우게 만들었다.

 

결론은,

첫공을 봐서 참 다행이다.

첫공이라 다소 어수선하고 무대잡음도 많았지만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 동갑내기 세 배우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무대도 2013년보다 신경을 많이 쓴 것 같고

영상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커튼콜에 무대 뒷편에 커다랗게 투사된 윤동주 시인의 모습은 사람을 숙연해지게 하더라.

박영수는 연기는 확실히 더 깊어졌고,

영화의 영향이 컸겠지만 송몽규가 초연, 재연때는 안썼던 안경을 썼고

전체적인 느낌도 훨신 더 단단하고 견고했다.

이시후의 뒤를 이은 강처중 조풍래는 낯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1막 북간도로 떠나는 장면에서 "정말 듣고 싶다, 네 시~~~!"라고 외치는데

그 울림이 너무 크고 깊어서 뭉클했다.

 

윤동주의 시와 산문으로 작품을 만들겠다는 아름다운 생각,

제일 먼저 한 사람은 과연 누굴까?

시와 산문을 이렇게 적절한 곳에 배치한 미학을 넘어 존경심까지 생길 정도다.

게다가 한아름, 오상준 콤비가 만들어낸 넘버는 하나 하나  너무 아름답고

이 넘버를 배우들은 또 이렇게 순수하고 아름답고 간절하게 부른다.

비중의 크고 작음을 게의치 않고 한 장면 한 장면 미친듯이 춤추고 노래하는 단원들도 미치게 아름답고!

(심지어 객원 아역까지도)

이 작품은 어쩌자고 이렇게 시작과 끝이 다 감동이냔 말이다.

개인적으로 워낙 애정하는 작품이라

이젠 왠만한 티는 티로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적어도 이 작품에 관해서는,

냐는 앞으로도 쭉 객관적이지 않을 생각이다.

 

아름답고 뭉클하고 간절한 작품.

<윤동주, 달을 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5. 13. 08:33

<윤동주 달을 쏘다>

일시 : 2013.05.06. ~ 2013.05.12.

장소 : CJ 토월극장

극본, 작사 : 한아름

작곡 : 오상준

미술 : 윤정섭

무대디자인 : 최수연

연출 : 권호성

출연 : 김수용, 박영수 (윤동주)/김형기, 이사후, 김백현, 하선진 외

        서울예술단원

 

이 작품...

참 나쁘다.

그리고 너무나 못됐다.

그래서 울컥울컥 설움이 복받친다.

설움보다 더한 눈물과 참혹함으로 도무지 말을 할 수가 없다.

모든 장면이 고통스러웠고, 모든 장면이 황홀했다.

이 좋은 작품을...

이 좋은 내용을...

어쩜 그렇게 고작 일주일만 무대에 올릴 수 있으냔 말이다.

까닥하다가는 못 볼 수도 있었단 말이다.

정말 죽도록 달리고 달려서 겨우 에술의 전당에 도착해서 착석했다.

작년에도 입소문보다 짧은 3일이라는 공연기간 때문에 이 작품을 놓치고 말았었다.

그래서 올해에는 절대로,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이 나이에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런데 어쩌나!

이 작품때문에 아직 나는, 내 마음은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달을 쏘기 위해서,

전속력으로!

그리고 누군가 자꾸 내게 묻는다.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

"사람!"

 

서울예술단의 작품은,

정말이지 아름답고, 처연하고, 그리고 고결하다.

게다가 한아름 작가와 오상준 작곡가의 만남은 뭉클한 감동과 함께 파도같은 희열을 안겨준다.

이 작품은... 이 작품은...

도저히 말로 표현하지 못하겠다.

너무나 죄스럽고 너무나 송구스럽고 너무나 안타까워 

나는 여러번 고개를 숙였다.

또.로.록.

눈물이 떨어진다.

내가 감히 울어도 되나 싶어 나는 또 고개를 숙였다.

윤동주의 시가 이렇게 가슴을 치고 들어올줄은 몰랐다.

청년 윤동주로 분한 박영수의 입에서 낭독되는 시들은 그대로 절규였고,바람이었고, 희망이었다.

시가 모든 것이 될수 있다는 걸,

그 시가 또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아프게 아프게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았다.

"시(詩)"라는 단어가 이렇게 서럽고 아프고 눈물나게 참혹한 아름다움이라는 걸

예전엔 몰랐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내가 지금껏 알고 있었던 윤동주의 시를 완전히 다시 새롭게 알았다.

서시도.

비 오는 날의 인사도.

참회록도,

별 헤는 밤도...

다 아프고 아프고 아픈 시다.

 

뮤지컬 넘버들이 주는 감동은 정말 엄청난다.

윤동주의 솔로곡 "내가 잊었던 것들"과

이선화와의 듀엣곡 "얼마나 좋을까?

친구들과 헤어지면서 부르던 노래 "시는 무엇인가"

형무소에서 송몽규와의 듀엣 "먹고 버텨야 한다"

혼몽한 정신으로 마지막 절규처럼 부르는 마지막 넘버 "달을 쏘다"까지

모든 넘버들이 하나같이 깊은 울림과 떨림이 있다.

이런 작품.

다시 또 만날 수 있을까?

윤동주가 후쿠오마 형무소에서 생채실험 주사를 맞는 장면은

차마 바라볼 수가 없어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흑인영가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사이에 몽규와 동주가 나누던 짧은 대사는

무딘 칼로 살을 저며내는 아픔이었다.

오늘은 언제고, 내일은 언제지?

고통스러운 건 오늘이고, 평온한 건 내일이 아닐까?

내일도 고통스런 태양이 뜨면 어쩌지?

서서히 의식을 잃는 윤동주를 보면서

눈물흘리는 것도 죄스러워 나는 참고 참고 또 참았다.

윤동주를 연기한 박영수는

도대체 이 장면들을 어떻게 견뎌낼까?

아무래도 이 작품 끝내고 나면 이 녀석 참 많이 힘들어지겠구나...

안스럽고 안스럽다.

박영수라는 녀석!

탄탄한 기본기를 가진 엄청난  배우가 될 것 같다.

표정도, 연기도, 노래도, 딕션도, 목소리 톤도 배역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20대 청년 안중근의 풋풋함과 젊은 고뇌, 그리고 비탄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이 역할을 노련하게 표현했다면 과연 지금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묘한 필모그라피를 갖고 있는 배우다.

연기할 땐 김재범과 정상윤의 섬세함을 떠올리게 하고

노래부를 때는 임태경의 부드러움과 깊이를 떠올리게 한다.

ㅅ발음이 살짝 부정확한 것까지도 임태경과 유사하다.

그러나 연기나 감정표현 면에서는 확실히 임태경보다 훨씬 좋다.

아직 어린 배우라는 걸 생각하면 그의  미래가 무서울 정도로 기대된다.

또 다시 반복해야만 하겠다.

이 녀석을 주시하자!

 

오랜시간 함께 작업을 한 서울예술단원들이 만들어내는 합(合)은 아름답워서 황홀했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어쩜 그렇게 정성껏 연기를 하던지!

한 사람 한 사람 전부 정성껏 곱게곱게 씀다듬고 보듬어 주고 싶었다.

무대도, 영상도, 음향과 효과도 너무나 좋았다.

일주일이라는 공연 기간이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원망스러울수가 없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곁에 있어주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더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무사의 마음으로

시리고 차가운 저 달을 쏠 수 있게...

 

좀 더 탄탄한 갈대로 화살을 삼아

무사의 마음으로

무사의 맘으로 달을 쏜다.

통쾌하다

부서지는 저 달빛이

우습구나

쪼개지는 저 그림자

오늘도 내일도 나는 무사의 마음으로

너를 쏜다

시를 쓴다

삶이 쓰다

달을 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