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6. 26. 08:10

<Mozart>

일시 : 2014.06.11. ~ 2014.08.03.

장소 : 세종문화회관대극장

대본,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편곡 : 실버스터 르베이 

연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임태경, 박은태, 박효신 (볼프강 모차르트)

        김소향, 임정희, 정재은 (콘스탄체 베버)

        박철호, 이정열 (레오폴드 모차르트)

        민영기, 김수용 (콜로라도 대주교)

        신영숙, 차지연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배해선, 임강희 (난넬 모차르트)/ 이경미, 김현숙 (체칠리아 베버)

        조성지, 박형규 (쉬카네더) / 윤펠릭스, 곽이안 (아마데)

        김초은, 최민주 (어린 난넬), 황만익(아르코백작)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초연, 재연, 삼연에 이은 임태경의 네번째 "Mozart".

그의 말처럼 완성된 모차르트를 보여줘야 할 책임감이 막중하다.

어쩌면... 이번이 그의 마지막 "모차르트"가 될 수도 있을테니까...

늘 그랬지만 이번 캐스팅도 참 쟁쟁했다.

요즘 정말 무서운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박은태와

<엘리자벳>의 "토드"로 엄청난 호평을 받은 박효신까지...

이정도면 반칙 아닌가 싶을 정도로 노래 잘하는 배우들 총집합이다.

 

임태경의 네번째 모차르트.

솔직히 임태경 출연작은 로딩이 끝난 후반부에 보게 되는데

<모차르트>라면 초반도 봐도 나쁘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확실히 잘하더라.

지금껏 내가 본 임태경의 모차르트 중 최고였다.

예전과 비교하면 연기도, 딕션도, 그리고 움직임까지도 좋아졌다.

어쩡쩡한 걸음걸이, 확신없는 움직임, 명확히 표현되지 않는 감정들, 대사들...

적어도 이번만큼은 이런 단점들이 안보였다.

섬세한 소리고 섬세한 연기였다.

여전히 연기보다는 노래가 훨씬 좋지만 이제 임태경은 배우가 다 됐다.

단지 나이때문인지 힘에 겨워하는 모습은 어쩔 수 없더라.

숨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서 놀랐다.

(그걸 보면서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 새삼 절감했다. 아... 드라큘라...)

"나는 나는 음악"과 "사랑하면 알 수가 있어" 두 곡은

확실히 임태경이 최고다.

1막 가발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가발을 벗은 은발의 머리는 파격적이고 확고해보였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모차르트> 최고의 한 수는

모차르트가 가발과 옷을 벗어던지고 장면이 아닌가 싶다.

"이제 두 번 다시 천재로 살진 않겠어!"

아버지로부터 길들여진 천재성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길을 가겠다는 모차르트의 절규,

그 절규가 다행스러우면서도 너무 아프고 안스러웠다.

 

이번 시즌은 장단점이 확연히 구분되는 변화다.

무엇보다 아마데와 모차르트의 관계가 더 명확하게 드러낸 연출은 확실히 좋다.

덕분에 모차르트라는 인물 자체도 그 어느때보다 살아났고 드라마틱해졌다.

전체적으로 연출은 예전보다 훨씬 밀도감이 있지만

의상과 무대는 과하다.

베버네 가족과 아르코 백작, 쉬카네더가 천박하게 바뀐 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고

특히나 콘스탄체는 정체가 뭔지 정말 모르겠다.

(내 눈엔 포주처럼 보이던데...)

오랫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김소향은 기대보다 훨씬 아니었고

박철호 레오폴트는 아들에 대한 사랑이 전혀 안느껴지는 사무적인 아버지였다.

민영기 콜로라도에게서는 무시무시한 권력자의 포스가 느껴졌고

난넬은 배해선보다 임강희쪽이 더 괜찮더라.

세종 1층 R석 D-1에서 관람했는데 1층의 음향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3층 B석에서 관람했을 때가 음향이 100만배는 더 좋았던 것 같다

(이게 말이 되나? 가격 차이가 얼만데....)

음향이 바뀐 무대를 더 적응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두루두루 혼을 쏙 빼놓는 느낌!

이게 100% 배우의 연기때문이라면 더없이 행복했겠지만

그게 아니라 참 막막하다.

3층 맨 앞에서 오글과 함께 관람한 박은태는 다시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데데

1층 맨 앞에서 본 임태경 모차르트는 그런 생각이 안든다.

순전히 음향때문에!

이거 참 아이러니 아닌가????

 

우리나라 최고의 공연장이라는 세종문회화관.

그런데 1층의 음향은 정말이지 미스테리다.

아무래도 세종은 3층 관람만이 정답인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3. 6. 08:16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 (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이번엔 무대와 조명 등 전체적인 느낌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3층을 예매했다.

그리고 LG아트 3층 맨 앞줄은 이 모든 걸 보기엔 정말 환상적이다.

안전바(bar)가 시야를 가리는 것도 아니고

높이도 충무아트홀이나 세종처럼 낭떨어지의 아찔함이 아니라 좋다.

그리고 공연장 3층에서 듣는 음악과 음향, 배우의 소리는 뭐랄까 기본을 생각케 만든다.

공연장의 기본과 배우의 기본 두 측면 전부를!

 

류정한 막심, 김보경 나, 신영숙 덴버스, 최민철 잭, 이경미 반 호퍼

개인적으로 이 작품 최상의 조합이라고 생각하는 캐스팅이다.

그리고 이 캐스팅으로 <Rebecca> 관람을 마쳤다.

자체 막공이었던 셈 ^^

비록 3층 관람이었지만 네 번의 관람 중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이 제일 좋았다.

(지휘자가 김문정이 아닌 건 아쉽지만...)

그리고 매번 불안한 목소리로 무대에 올랐던 김보경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된 건 정말 다행스럽다.

내내 이런 답답함으로 막이 내려지는 건 아닌가 솔직히 걱정스러웠다.

 

이번 관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덴버스 신영숙!

개막 초반에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과장된 액팅이 완전히 줄었다.

(아무래도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첫관람때 신영숙 덴베스가 발코니 장면에서 이정현의 "와!' 퍼포먼스를 선보여서 얼마나 놀랐던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거의 광속으로 움직이던 신영숙의 눈동자와 과도한 꺾기춤(?)을 추던 그녀의 팔을...

눈 앞에 펼쳐지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에 혼자 당황했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찬사를 듣고 있는 옥주현 덴버스보다도 그녀가 더 좋았던 건,

신영숙은 철저한 로얄심으로 가득찬 덴버스를 아주 잘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로얄심으로 똘똘 뭉친 덴베스가 레베카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배신감에 무너지는 모습이라니...

덴버스는 모든 걸 파괴해버리고 싶었을거다.

그래서 멘덜리 저택을 불태워서라도 모든 흔적이 없어지길 바랬던 거고...

신영숙은 이런 전체적인 느낌을 아주 잘 표현했었다.

옥주현 덴버스는 "내가 레베카다!' 딱 그 느낌이라 보면서 많이 불편했다.

 

이날 신영숙은의 덴버스는,

레베카에 대한 범접할 수 없는 로열심이 똘똘 뭉치다못해

레베카와 자신으로만 구축된 완벽한 세계를 창조한 일종의 창조자 같았다.

그러면서도 현실을 완벽히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목소리 톤도 그런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잘 표현한다.

도도한 게 아니라 레베카 이외의 것에는 무감하다는 느낌!

노래 부를 때와 대사 할 때의 목소리도 옥주현처럼 1인 2역으로 느껴지지 않아 개인적으론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넘버 소화력과 표현력!

과도한 액션을 제거하니 목소리에 표현력이 훨씬 더 풍성해졌다.

방향 수정, 정말 탁월히 잘했다.

(이래야 신영숙지!)

 

류정한 막심은.

특별히 나빴던 것도, 그렇다고 썩 좋았던 것도 없었다.

단지 많이 힘겨워 한다는 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몬테크리스토>나 <두 도시 이야기>가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처음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가 막심이란 배역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다른 걸 모두 다 제거하고 류정한이 표현한 막심 하나만 보고 말하면

솔직히 말해서 갈라쇼 같다.

지금껏 해왔던 모든 배역들이 총망라되어 등퇴장을 반복한다.

뭔가 새로운 캐릭터로 짠하고 나타나기 힘든 나이가 되버리긴 했지만

배우 류정한에게 뭔가 배역의 탈출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보트보관소에서 레베카가 죽는 장면을 표현할 땐 좀 과장스러웠다.

고음도 많이 흔들리고 불안하다.

그래도 김보경과의 듀엣곡들은 지금껏 본 중에서 가장 좋았다.

딕션는 3층에서 끔찍할만큼 선명하고 정확했고...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아마도 이번 관람을 자체 막공으로 결정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 더 보면 그만큼 혼란이 가중될까봐!

왜냐하면 류정한은 여전히 내겐 최고의 뮤지컬 배우이기 때문이다.

내게 <Rebecca>는 여러모로 쓰릴러긴 하다!

끙!

 

* 추신 : 배우 류정한의 일탈을 간절히 희망하며!

           (드라마로의 일탈 말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 28. 09:06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어쩌다가 전혀 예정에도 없던 레베카를 보게 됐다.

그것도 다행스럽게 지난번과 캐스팅이 겹치는 배우가 단 한 명도 없다.

(오호라, 비교 살짝 할 수 있겠다~~ ^^)

과장됨없이 우직하게 직구로 승부하는 오만석의 막심이 좀 궁금하기는 했었다.

그리고 호평을 세레모니를 받고 있는 옥주현 댄버스도.

 

오만석 막심,

노래는 좀 약한 편이이지만

예상했던 그대로 우직하게 감정선을 잘 따라가면서 연기했다.

댄버스의 넘버 못지않게 변조와 리듬 변화가 많은 막심의 넘버가 아무래도 그에게는 조금 벅찼던 모양이다.

소위 말하는 삑사리도 여러번 났던 것 같다.

그래도 2막 보트보관소 장면에서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흔들리는 눈빛과 급변하는 감정의 변화를 오만석답게 잘 표현했다.

딕션 역시나 예술이었고!

(이 장면에 나오는 막심의 그 긴 넘버, "칼날 같은 그 미소"가 정말 어려운 노래구나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임혜영 나와 나란히 있는 서 있는 모습은 카차이가 별로 안나서 그런지 별로 이뻐보이지 않는다.

그냥 동년배 친구처럼 느껴져서...

류정한 막심을 보면서도 너무 젊게 설정된 게 아쉬웠는데

오만석 막심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원작에서는 나와 막심과의 나이 차가 상당히 많은 걸로 나오는데

우리나라 라이선스 공연에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라이선스에서도 설정은 그게 맞는 것 같은데...

왜냐하면 막심의 넘버에 분명히 나온다.

"넌 너무 어려...." 라는 부분이!

(중후한 느낌의 막심은 오로지 유준상에게만 기대해야 하는 건가!)

 

옥주현 댄버스.

세간의 칭찬처럼 잘한다.

그러나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다.

<엘리자벳>에서 루돌프의 관을 부여잡고 통곡하던 장면을 기억한다면

그 장면의 목소리 그대로 옮겨온 게 옥주현 댄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발란스가 영 안맞는게, 

얼굴 이쁘고 몸매도 좋고, 대사할 때 목소리도 젊은 댄버스가

기이하게도 노래할 때만 목소리에 나이든 티를 사정없이 팍팍 낸다.

그런 설정이 음산하고 으스스하긴하다.

흡사 다중인격같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옥주현이 표현하는 댄버스라는 인물은 명백히 스릴러의 주인공 맞다!

"내가 조선의 왕후다"가 아니라 "내가 레케카다!"

뭐 대략 이런 느낌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난감했다.

우리나라 라이선스에서는 아무래도 댄버스를 너무 강력하고 너무 쎄게 표현한 것 같다.

주종이 완전히 뒤바뀐 느낌이 드는게 영 찜찜하다.

레베카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댄버스의 충성심이 느껴지지는 게 아니라

조물주가 창조물에 대해 갖는

일종의 궤도이탈된 소유권 주장 같은 게 느껴진다.

(이런 표현... 나도 참 어이 없다!)

 

임혜영 나는 너무 밋밋해서 존재감 자체가 흐려진다.

하긴 이렇게 막강한 조물주 앞에서 어느 누가 기를 펼 수 있을까!

(여러모로 이 작품의 진정한 피해자 되시겠다!)

최민철 잭 파벨은 에녹처럼 화려한 퍼포먼스로 이 작품을 쇼뮤지컬화 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스러웠다.

(에녹의 표현이 내겐 또 다른 스릴러였는데...)

예전에 비해 살이 좀 붙은 게 느끼히고 간사한 느낌을 더 살려주는 것 같다.

(그런데 좀 빼셔야 할 듯... 그러다 둔한 느낌으로 둔갑할 것만 같은 우려가...)

이경미 반 호퍼 부인은 역시나 물 만난 고기라 뭐 달리 할 말도 없고

줄리앙 대령 정의갑도 목소리 톤과 연기 다 괜찮았다.

(이 사람 앞으로 공연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확실히 이 작품은,

댄버스와 막심에 의해 호불호가 좌우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다행히 첫번째 관람보다는 호(好)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나도 참 이상은 하다.

별로 좋은 소리 안 썼는데 호(好)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하니...

암튼 그렇다!

어느틈에 내 취향의 개스팅도 확실히 만들어고!

2차 티켓오픈이 되면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류정한-신영숙-김보경-최민철" 캐스팅이 있는지를.

없으면 미련없이 PASS~~!

 

* 29일에 "류정한-옥주현-김보경-에녹"으로 세번째 관람이 예정되어 있다.

   엘리자벳이 환생한 옥댄버스 때문에 벌써 걱정이다.

   제발 이것 하나만 그녀가 기억해준다면 감사하겠다.

   당신은 결코 "레베카"가 아니라는 사실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27. 06:17

 

나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연주하는 임태경을 참 많이 좋아한다.
처음에 그가 "크로스오버 테너"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를 이야기하면서 1집 앨범을 냈을 때
그냥 "팝페라"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혼자 투덜거렸었다.
그런데 확실히 그의 연주는 임형주의 연주와는 분명 다르다.
열심히 임태경의 연주에 푹 빠져 있을 때 그의 뮤지컬 데뷔 소식을 들었다.
김혜린의 동명 만화로 만든 창작뮤지컬 <불의 검> 주인공으로 이소정과 함께 공연한다는...
참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였지만
뮤지컬 첫도전이라는 풋풋함과 그리고 무조건 열심히 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 건 뭐 그닥 나쁘지 않았었다.
"그대도 살아주오"는 또 얼마나 절절하던지...
그런데 이상한 건,
나는 그의 연주를 들으면 여전히 감동을 받고 위로와 휴식을 받지만
뮤지컬 작품을 보면서는 좀처럼 감동을 받거나 동화되지 못한다는 거다.
그래서 그 이후엔 애써 찾아보지 않았고
몇 번 본 후에는 급기야 이 사람 예전처럼 연주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마저 생기고 말았다.
(스위니토드, 로미오와 쥴리엣, 초연된 모차르트 ...)
뮤지컬이야 안 보면 그만인데 예전같은 그의 연주를 더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게 일단 지독한 불만이었다.
목소리를 다리와 바꾼 인어공주가 되는 건 아닌가 싶어 안타까웠다.
그러기엔 그의 연주가 너무 아깝고 또 아까웠다.



성남아트센터에서 다시 <모차르트>가 올려진다고 했을 때
솔직히 나는 그 먼 곳까지 찾아가 보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파격적인 수요일 낮공연 할인(R석 40%)이 아니었다면 분명 찾아보진 않았을거다.

거기다가 4인 4색(임태경, 김준수, 박은태, 전동석)을 내세우는 전 캐스팅을 섭렵할 마음은 애당초 없었고
시간을 맞추다 보니 띵동! 당첨(?)된게 임태경 캐스팅이었다.
(뭐 그닥 선택이라고 할만큼 폭이 넓진 않았지만...)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 때는 임태경과 박은태 두 캐스팅을 챙겨 봤었는데
개인적으론 박은태 모차르트가 더 마음에 와 닿았었다.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 박은태!
 발성과 약간 이상한 딕션, 대사할 때의 성량만 해결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텐데...)
성남 공연은 일단 무대 세트와 음향, 오케스트라가 세종문화회관 때보다 훨씬 웅장하고 좋아졌다.
초연때는 뭔가 빈틈이 많이 보이는 무대라 전체적으로 휑했었고
모든 대사들은 동굴 속에서 웅웅 거리는 것처럼 들렸는데
성남 무대는 충만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빈틈이 보이진 않았다.
특히 조명은 참 좋았다.
그리고 모차르트 임태경!
백만년만에 뮤지컬 무대에 서있는 임태경에게 감동받았다.
도대체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아마도 임태경이 모차르트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예전에는 작품을 따라가기에도 급급하고 허덕였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전체적으로 작품을 끌고 가더라.
어색했던 감정표현과 동작도 믿어지지 않을만큼 자연스러웠다.
3월에 있었던 그의 단독 콘서트가 변화의 계기가 됐을까?
뮤지컬 배우로서의 그의 변화와 발전이 나는 놀라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사람... 드디어 배우가 되려나 보다...
어쩌면... 어쩌면...
이제부터 임태경는 연주가 임태경과 뮤지컬 배우 임태경의 두 길을 잘 걸어갈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아무래도 그가 평형과 균형, 그리고 조화를 드디어 뮤지컬 무대에서 찾아낸 모양이다.
그의 모차르트 연기는!
아름답고 섬세하고 그리고 안스러웠다.
정확한 음과 성량, 발음으로 연주하던 넘버들 역시 훌륭하고 아름다웠다.
매장면마다 딱 어울리는 호흡과 감정까지...


내가 초연 캐스팅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던가!
재공연되는 작품에 은근히 초연멤버가 그대로 나오기를 바라고
가능하면 초연멤버가 많이 캐스팅된 날로 선택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무시하진 못할 것 같다.
(실재로 초연보다 재공연이 형편없었던 경우도 꽤 있긴 했다.)
임태경, 신영숙, 서범석, 이경미 초연 캐스팅과
이정열, 에녹, 임강희, 커버이긴 했지만 박혜나 콘스탄체의 호흡은 나쁘지 않았다.
생각보다 박혜나 콘스탄체와 에녹이 너무 잘해서 놀랐다.
캐스팅보드에 혼자 의상없는 사진으로 올라가있던 박혜나는
정선아 콘스탄체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서 주눅들지 않을까 좀 걱정을 했는데
당돌할만큼 너무 잘해내서 놀랐다.
에녹은 다소 과장된 슈카네더였지만 그게 나쁘게 보이지 않더다.
오히려 지금까지 본 슈카네더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군무장면에서 동작을 하나 표현해도 눈에 띄게, 더 크게, 더 힘있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에녹이라는 가수출신 뮤지컬 배우가 멋진 주인공이 될 날이 오겠구나 생각했다.
그만큼 에녹의 밉지 않은 과장된 연기는 열의와 열정, 그리고 노력과 연습의 흔적이 역력하다.
서범석의 레오폴트는 여전히 깊은 인상과 진정성을 안겨준다.
좀처럼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는 배우 서범석!
이 사람의 모든 무대는 언제나 치열하고 아름답다.
(초연때 나는 이 작품이 서범석때문에 "레오폴드 모차르트"로 제목을 바꿔야 한다고까지 생각했었다.)
이정열의 주교는 약간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고
란넬의 임강희는 초연 배혜선의 존재감을 더 부각시켜 안타까웠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의 <모차르트>보다는 훨씬 더 발전된 작품이 나왔다.
다시 그 먼 곳까지까지 찾아가 보게 되진 않겠지만
이번 시즌을 놓쳤다면 아마도 꽤나 후회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이렇게 충만한 느낌, 정말 오랫만이라 아직도 멍하다...)
그리고 임태경의 새로운 모습을 목격한 것 그 자체만으로도
먼 길을 찾아간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앞으로 뮤지컬 배우로서의 임태경의 다음 행보를
나는 조금씩 기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웠다... 정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2. 24. 06:27
처음엔 임태경의 모차르트가 궁금했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점점 박은태 그의 모차르트가 궁금해졌다.
티켓 가격의 압박에서 불구하고 정말 다행스럽게 그의 모차르트를 만났다.
여전히 EMK의 티켓 가격 장난질을 계속됐고
불쾌하고 황당해서 안 보리라 생각했는데
결국은 이렇게 보게 되더라(^^)
참 많은 이야기를 들었었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주인공 4명(임태경, 박은태, 박건영, 김준수) 중에
유난히 그의 노력과 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오디션에서 떨어졌다고 했던가?
<노트담 드 파리>의 한국어 버전 그랭그와르로 무대에 섰던 박은태는
모차르트라는 역할이 너무나 탐이 났고 그리고 너무나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오디션에 탈락한 박은태는 그러나  결국 모차르트가 됐고
이런 역할을 10년 안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단다.
뮤지컬 <모차르트>
썩 훌륭한 작품은 아니지만 어쨌든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극 속에서 모차르트의 비중은 상당하다.
<햄릿>과 <지킬앤하이드>보다 더 많은 분량.
그리고 위의 두 작품보다 더 클라이막스가 적어
배우 스스로도 표현하기가  난해하지 않았을까?
평이함 속에서 천재성과 소위 말하는 "또라이"적인 기질까지 함께 그려내야 한다는 게
분명 쉬운 일은 아닐테니까...
아버지의 죽음으로 감정선에서 너무 극명하게 달라지는 작품.
어찌보면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기도하고 작위적인 냄새까지도 난다.
그래도 뭔가 한 방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의 발로랄까?



배우의 의도였든(근데 과연?), 역량의 부족이었든
임태경의 모차르트가 찌질함의 전형이었다면,
박은태의 모차르트는 그래도 자아의 확립은 좀 되어 있는 것 같다.
늘 아버지의 등 뒤에 숨어 말을 하던 임태경 모차르트가
나는 못마땅하고 답답했는데 
박은태의 모차르트는
과장을 조금 많이 한다면
"이거 너무 아버지한테 막가는 거 아냐?"는 생각이 들만큼 쌈닭스럽다.
아버지(서범석)에게도 그리고 대주교(민영기)에게도...
그리고 다분히 "또라이" 스러운 기질도 보여준다.
박은태라는 배우가
적어도 배역에 대해 겁을 먹고 있지 않다는 건 충분히 알겠다.
그가 의도한 오버스러움과 과장된 웃음소리도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공감되고 이해가 된다.
임태경이 캐릭터를 만들어 가면서 충돌을 했다면
박은태는 캐릭터에 동화되면서 충돌이 생기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그의 충돌은 노래와 연기 사이의 간극으로 낌새를 남긴다.



뮤지컬 <모차르트>,
개인적으로는 스토리의 매력보다 뮤지컬 넘버의 매력이 더 큰 공연이라고 생각된다.
무대는 때로 풍성하기도 하지만 자주 여기 저기 빈 공간을 드러낸다.
마치 동굴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공연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신기한 건,
그 동굴안에 메아리성 에코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게 공연 외적으로 몹시 테러블하고 시끄러운 모차르트를 보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다.



내가 박은태만큼이나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민영기.
결혼 발표로 기쁨이 충만한 상태라는 게 작품에 보여진다.
(억지로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그랬다)
그가 기교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에 문득 겁이 났다.
모차르트와의 논쟁에서 그는 권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민영기의 대주교는 유머러스하고 그리고 전체하는 모습이었다.
대주교가 모차르트에게 품어야 했던
탐욕에 가까운 질투가 그에게선 보이지 않았다.
100% 그의 능력을 보여주지 않은 민영기가
솔직히 나는 좀 밉다.



개인적으로 이경미의 베버 부인 역할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배역을 완벽하게 이해했다는 게 눈에 보인다.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상관하지 않고
경박스럽고 수다스럽고고 속물스러운 베버 부인을 너무 잘 표현해
오히려 나는 정말이지 베버 부인이 몹시 사랑스러웠다.
이 뮤지컬의 액센트 같은 존재.
베버 가족의 신들도 재미있고 그리고 경쾌하다.
5명 모두의 표정과 동작이 너무 재미있어
나도 슬쩍 그 안으로 들어가 가족인 척 하고 싶어졌다.



이제 지방 공연으로 이어질 뮤지컬 <모차르트>
그곳에서도 아마 잡음이 끊이지 않을테지만
이미 티켓은 손익 분기점을 넘은 상태란다.
조만간 또 EMK의 티켓 장난이 시작될 것 같아 좀 걱정스럽긴 하다.
더불어 <몬테크리스토 백작>도 걱정스럽다.
티켓 판매 장난만 하든, 좌석 장난만 하든 둘 중 하나만 해준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