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8. 25. 13:49

 

<3일간의 비>

 

일시 : 2017.07.11. ~ 2017.09.10.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대본 : 리처드 그린버그 (Richard Greenberg)

연출 : 오만석

피아노 : 김희은

출연 : 최재웅, 윤박 (워커 & 네트) / 이명행, 서현우 (핍 & 테오) / 최유송, 이윤지 (낸 & 라이나)

제작 : (주)악어컴퍼니

 

개인적으로...

나는 배우 오만석보다 연출 오만석을 더 좋아한다.

연출자이 시선뿐만 아니라 배우의 시선까지도 함께 담겨있어서일거다.

이 연극도 가령 연출자의 시선으로만 봤다면,

지금과 같은 각색이 나오진 못했을것 같다.

아마 원작 그대로 작품을 올렸다면 지루했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니까 각색의 좋은 예, 연출의 좋은 예라 하겠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1인 2역.

익숙한 패턴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뭔가가 있다.

이런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할 것 같다.

템포로 표현하지면 아주 느리게...에 해당하는 lento다.

강약으로 따지면 약...약...약...약...의 느낌.

난 참 좋더라.

여백으로 가득한 네트의 일기장처럼.

 

비어있는 곳은,

사실 비어있는게 아니다.

그 속에 더 많은 진실들이 담겨있다.

나는 1960년의 네트, 테오, 라이나도 슬프지만

1995년의 워커, 핍, 낸은 더 슬프다.

세대와 세대는 정말 끊어질 수 없는건가?

우리 모두는 전 세대와 뒷 세대에 연결되어 있다는 말.

믿고 싶지 않지만 인정을 안할 수도 없다.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

무언가를 기다리지도 말고, 무언가가 되지도 말고

그냥 "나"로 존재하자고.

generation의 종말.

비장한 구호처럼 들리겠지만 사실은 그게 평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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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7. 6. 13. 13:00

 

<프라이드>

 

일시 : 2017.03.21. ~ 2017.07.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b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배수빈, 정상윤, 성두섭 (필립) / 오종혁, 정동화, 박성훈, 장율, 박은석 (올리버)

        임강희김지현,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5월 3일 시원하게 날려버린 1막에 대한 연극열전 측의 보상.

그 당시만 해도 마지막 캐스팅이 미공개 상태라

공개된 회차 중에서 제일 보고 싶었던 이명행, 박은석, 김지현을 선택했다.

(티켓 잡기 정말 어려운 캐스팅들.)

다행히 열전 측에서 잡아준 좌석이 최상의 위치라 정말 좋았다.

작품 좋고, 캐스팅 소중하고, 좌석 환상적이고...

행운이구나 싶었다.

 

체중이 많이 불은 박은석의 모습이 처음엔 낯설었는데

역시나 박은석 올리버는 명불허전이다.

1958년의 올리버는 더 간절하고 진실해졌고

2017년의 올리버는 더 귀여워지고 사랑스러워졌다.

개인적으로  박은석 올리버의 1막 1장을 좋아하는데

오랫만에 다시 보니 꿈같았다.

조명이 조금씩 어두워지면서 "속삭임"에 대해 말하는 장면.

순수함과 신비감이 공존하는 장면.

게다가 이번엔  대사 사이 사이 여백을 줘서 여운이 더 깊었다.

마치 코린트만 위에 올리버와 나란히 서서 올리버가 듣는 목소리를 함께 듣고 있는 것만 같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내가 만나는 그런 느낌.

일종의 전율이 훓고 지나간다.

 

이명행 필립의 2막 진료실 장면은 너무 아프다.

아파서 미치겠다.

몸 안에 힘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들릴듯 말듯한 작은 목소리,

중간 중간 입술이 바짝 마를 정도로 타들어가는 음성

이명행은 1958년의 필립의 상태를 목소리 하나로 그야말로 다 표현해낸다.

거짓과 진실 앞에서의 고통을 대변하는 울음까지.

겪어야 하는 필립도,

봐야만 하는  나도,

견디는게 너무 힘들다.

 

길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잃었다면 꼭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찾은 길은

절대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 인생, 어떤 식으로든 의미있는, 아니면 최소한 그걸 찾으려는 노력,

그래서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

진실한 삶...

 

내가 멀리서 속삭일께요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모두 괜찮아 질거예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3. 28. 08:21

 

<수탉들의 싸움>

 

일시 : 2017.03.10. ~ 2017.04.09.

장소 : 아트원씨어터 3관

극본 : 마이크 바틀렛(Mike Bartlett)

번역 : 이인수

연출 : 송정안

출연 : 이태구(존), 이명행(M), 손지윤(W), 선종남(M의 아버지)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2014년 두산아트센터에서 이 연극을 처음 봤었다.

그 당시 캐스팅은 박은석, 김준원, 손지윤, 선종남이었고

박은석 때문에 예매했는데 김준원을 발견(?)한 계기가 됐던 작품.

게다가 네 명의 파이터(?)들의 사생결단 싸움이 꽤 흥미롭게 재미있었다.

이번엔 이명행이 M을 한다니 더 볼만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공이 울리고...

존은 링 안에 이미 올라가있고

M은 탐색하듯 경기장 주변을 가볍게 뛰다 훌쩍 링 안으로 올라간다.

파이트~~~ 시작!

 

그런데... 이게 또 요상한게...

초연때는 박은석 존이 징징댔는데

이번엔 M이 훨씬 더 찡찡댄다.

김준원 M이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었다면

이명행 M은 그야말로 질투로 눈이 뒤집힌 화신 같다.

존 역시도 초연의 박은석은 결정장애자에 가까웠는데

이태구 존은 저울 위에 두 사람을 올려놓고서 누가 연인으로 더 좋을지 열심히 측정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사실 좀 혼란스러웠다.

아무래도 초연보다 쉽게 접근한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초연의 박터지는 느낌이 훨씬 좋았는데...

의상도 이번에 너무 대놓고 게이스러워 좀 그랬다.

 

초연이 참 그립다.

M의 파란색 셔츠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6. 22. 08:41

 

<갈매기>

 

일시 : 2016.06.04. ~ 2016.06.29.

장소 : 명동예술극장

극작 : 안톤 체흡

번역 : 오종우

연출 : 펠릭스 알렉사

출연 : 오영수, 이승철, 이혜영, 이창직, 이정미, 이명행, 박완규, 박지아, 황은후, 강주희, 김기수, 정찬호

제작 : (재)국립극단

 

2012년에 명동예술극장에서 이혜영이 출연한 <헤다 가블러>라는 연극을 봤었다.

그때 이혜영이라는 배우가 보여준 카리스마는 정말 대단했다.

무대에서 연기하는 그녀의 온 몸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너무 매혹적인 모습이라 연극이 끈난 후에도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아있었다.

나를 사로잡았던 그녀가 <갈매기>의 아르까지나로 다시 무대에 선단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열일 재쳐놓고 이 작품을 볼 이유가 충분했다.

솔직히 말하면...

개인적으론 "안톤 체흡"의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작품 전체에 안개처럼 깔린 우울함도 그렇고

모호한 허무주의적인 결말도 사람을 은근히 지치게 한다.

특히 이 작품은 더 그렇다.

(하지만 안톤 체흡의 갈매기가 깃털같은 가벼워지는건 또 너무나 싫고!)

 

요즘 연극도 뮤지컬처럼 외국 연출가와의 협업이 꽤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 작품도 2014년 <리처드 2세>로 호평을 받았던 펠릭스 알렉사가 연출을 맡았다.

루마니아 출신 연출가.

루마니아라도 그다지 밝은 성향은 아니라 혹시나 바닥을 뚫는 우울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실상 작품은 내가 지금껏 본 <갈매기> 중에서 가장 가벼웠다.

그리고 균형감도 너무 많이 기우뚱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아르까지나(이혜영)에게 너무 포커싱이 됐더라.

그래서 뜨레플레프는 끝까지 철딱서니 없는 미숙한 아들이 되버렸고.

니나의 존재감도 종잇장처럼 한없이 얇야졌다. 

(연기가 좀... 그렇기도 했고)

압권은 중간중간 소린이 부른 기예란의 "백세인생"이었다.

그야말로 헐~~~~ 이다.

(이 노래를 왜 넣은거지? 웃자고? 헐....)

그 와중에 뜨리꼬린 이명행의 연기는 참 좋았거...

(아르까지나가 밀어서 짐더미 위에 넘어지는 슬램스틱은 빼고...)

예상을 전혀 못했는데 

전체적으로 극이 너무 가벼웠고 당황스러웠고

니나와 뜰레플레프가 배경이 되버려서 놀라웠다.

게다가 무대도, 영상도, 무대 효과도 여러모로 적응하기가 쉽지 않더라.

처음부터 끝까지 아르까지나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혜영이 전부인 <갈매기>였다.

그래서 균형감이 무너진,

낯설어도 한참 낮선 안톤 채흡의 <갈매기>였다.

 

It's over!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4. 8. 08:27

 

<보도지침>

 

일시 : 2016.03.26. ~ 2016.06.19.

장소 : 수현재씨어터

대본 : 오세혁 

무대 : 남경식

연출 : 변정주

출연 : 송용진, 김준원(사회부기자 김주혁) / 김대현, 안재영(잡지 편집장 김정배) / 이명행, 김주완(변호사 황승옥)

        에녹, 최대훈(검사 최돈결) / 장용철, 이승기(판사 송원달) / 김대곤, 강기둥(남자) / 이봉련, 박민정(여자)

제작 : LSM Company

 

어쩌다 이 작품이 이런 폭풍의 눈이 되버렸을까?

작품 자체에 대한 논란이라면 차라리 다행일텐데

(그럴 경우 어디까지나 성향의 문제이고 개인의 선택의 문제일테니까.)

제작자의 말실수(?)로 인해 첫날부터 엄청난 몸살을 알고 있다.

보이콧이나 불매운동까지는 아니지만 표를 취소한 사람들의 수가 상당하다.

개인적으로 좀 납득이 안되는 건,

문제가 됐던 멘트는 꽤 일찍부터 태켓판매 상세정보에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공연개막 막바지에 이렇게 크게 이슈가 됐는지 모르겠다.

물론 제작자가 잘했다는건 아니다.

작품에 대한 지나친 애정과 자부심을 표현하는 방식에 확실히 문제는 있었다.

그런데 그걸 문제 삼고 싶었다면 그 멘트가 공개된 초반부터 시작됐어야 했는데

내 기억에 그때는 아주 조용했다.

왜?

그때는 상세정보는 읽지 않고 예매를 했었나???

(작가를 믿고? 연출을 믿고? 출연배우를 믿고? .... )

현재는 문제가 된 발언은 삭제가 된 상태고, 제작자도 사과를 하긴 했지만 

논란의 여지는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솔직히 이쯤 되니 걱정이 되더라..

이러다 신작 연극 한 편이 꽃도 못피워보고 깔끔하게 사라져버리는건 아닌가 싶어서...

그러기엔 변정주 연출도, 배우들도 너무 아깝고 또 아깝다.

 

이 모든 논란을 뒤로 하고 어쨌든 나는 계획대로 이 작품을 보러 갔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답을 찾기로 했다.

결론만 말하면,

작품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좋지도 않았다.

뭐랄까, 아주 불편하고, 불쾌하고, 찜찜하고, 두루두루 개운하지 못한 느낌.

이유를 찾아봤다.

일단 대본.

요근래 내가 본 연극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첫연극 데뷔인 에녹의 불안한 딕션을 제외하면 7명의 배우 모두 훌륭했고 충실했다.

(특히 김대곤의 활약은 눈부시다 못해 눈물 겨웠다. 진심으로 뭉클했다.)

연출의 문제인가"

과거와 현재가 오버랩되는 작품은 자칫하면 산만해지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니 변정주 연출은 오히려 그 장면정환ㅇ르 기막히게 메끄럽고 자연스러워 표현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뭐였을까....

너무 과하게 fight 했다는거!

후반부로 달려갈수록 인물들 모두가 소리 지르고, 흥분하고, 격양된다.

의도적인 연출이라는건 알겠는데 보는 나조차도 진이 빠진다.

숱하고 치고 받는 "말(言)" 속에 균형을 잃었다.

게다가 뭔가 끊임없이 가르치는 훈장질은 과하게 일방적이다.

교창선생님께 불려가 두 손 모은채 2시간 넘는 일장 연설을 듣는 느낌.

난감했고 피로했다.

그래서 그 좋은 대사들이 점점 힘을 잃었다.

육탄전을 방불케하는 난타였다.

 

나란 인간은,

워낙 "말"이라는것 자체도 싫어하지만,

고성이 오가는건 특히나 견뎌내질 못한다.

그래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연출과

내가 무지 사랑하는 배우들이 총출동 한대도

이 작품은 보고 있기가, 아니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

이게 토론이래도, 재판이래도, 연극이래도.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1. 13. 07:51

 

<거미여인의 키스>

 

일시 : 2015.11.07. ~ 2016.01.31.

장소 : 신연아트홀

원작 : 마누엘 푸익 <거미여인의 키스>

번역, 연출 : 문삼화

무대 : 황수연

출연 : 송용진, 정문성, 김선호 (발렌틴) / 이명행, 최대훈, 김호영 (몰리나)

제작 : (주)악어컴퍼니, (주)극단 단비

 

2011년에 이 연극이 처음 올라왔을때

연출도 배우진도 나쁘지 않았고 또 개인적으로 2인극을 너무 좋아해서

개막하면 소위 말하는 회전문을 돌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작품이 올려졌을땐 딱 두 번을 봤다.

(최재웅-정성화, 김승대-박은태) 

초반과 중반부는 정말 좋았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몰리나와 발렌틴의 정사장면이 이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차라리 과감하게 파격적이었다면 좋았을텐데 두 번을 봐도 그 장면이 코믹하게만 느껴졌다.

이 작품이 다시 올려진다는 소식과 함께 출연진이 공개됐을때 고민했었다.

이들 중 이명행, 송용진 페어를 먼저 확인하게는 되겠지만 

혹시나  이명행에게서 "푸르른 날에"의 오민호가 또 소환되는건 아닐지 지레 걱정스러웠다.

그랬더랬는데...

이 연극,

첫공부터 나를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이렇게 강렬하게 자리잡아도 되나 싶을 정도다.

 

문삼화 번역과 연출은 2011년때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정확했다.

그리고 이명행, 송용진 두 배우의 연기는 .., 와~~  진심으로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연극과 영화, 원작 소설까지 다 봤지만 단연코 이번 시즌 거미여인이 최고다.

심지어 조명까지 대사를 하고 연기를 한다.

첫공이었음에도 마치 오랫동안 장기공연된 작품을 보는 것 같은 아름다운 착각.

2시간 내내 숨 한 번 제대로 못 쉬고 이야기속에 빠져들었고

암전되는 짧은 시간조차도 무대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뭐가 됐든 사랑이고, 뭐가 됐든 진심이다.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아프고,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였나....

울컬울컥 울음을 참아내는게 힘들었다.

보면서도 여러번 가슴을 쓸어내려야했고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손발이 저릿저릿했다.

그런 작품이 있다.

보고 난 후엔 오래된 몸살처럼 내 몸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작품.

<푸르른 날에>가 그랬고, <프라이드>가 그랬고  

그리고 지금 이 작품이 그렇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멀리해야만 할 것 같다..

나이, 성별 그리고 다른 어떤 것들 다 떠나서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믿는다는게 가능할까?

만약 가능하다면 그건 사랑일까?

그 대답이 지금까지도 나를 아프게 한다.

 

몰리나! 대답해줘!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이지혜 작곡가의 말대로 출중한 연기력을 지닌 초스타 배우는 없지만

구멍이라고 할 배우도 없어서 내내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역시나 김태한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고

유제윤 진기한과 김솔 김다혜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더 데빌>에서 코러스였던 김다혜의 성장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젊은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그야말로 "무한동력" 그 자체였고

서로 서로 밀고 끌어주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살짝 워크샾 공연같은 느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0. 13. 08:04

<만추>

 

일시 : 2015.10.10 ~ 2015.11.08.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원작 : 김지현, 김태용 

각색 : 장우성 

연출 : 박소영

음악감독 : 이진욱

출연 : 이명행, 박송권 (훈) / 김소진, 김지현 (애나)

        고훈정, 이민아, 김정겸

제작 : HJ컬쳐(주)

 

솔직히 말하면 영화 <만추>를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본 것 처럼 느껴지는건 현빈과 탕웨이의 스틸컷과 토막 토막 소개되는 영상들을 너무 많이 접해서일거다.

처음 이 작품이 연극으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캐스팅까지 다 끝나고 엎어지는건 아닌가 걱정했었다.

(공교롭게도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가 했던 역할이 이 작품의 "훈" 이명행 배우다...)

어찌됐든 무사히 공연이 올라가서 일단은 다행이다.

사실 고백컨데...

개인적으로는 <만추>라는 작품 자체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대신 출연배우에 대한 기대는 요근래 올라온 연극 중에서 최상이었다.

그래서 창작 초연의 첫공을 아무 망설임없이 예매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연기로만 놓고 보면 이명행, 김지현 두 배우는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이상할 정도로 안어울린다고 느껴지는건,

순전히 현빈과 탕웨이 탓이다.

그런 생각까지 들더라.

아무리 연기 잘하는 배우가 나서서 훈과 애나를 한대도 결국엔 어색하게 느껴질거라고...

(현빈과 탕웨이가 아예 연극의 주인공으로 나온다면 혹 모르겠지만...)

게다가 전체적으로 너무 산만하고 어수선했다.

무대 크루들은 주인공들보다 더 자주 들락거리며 무대를 셋팅했고

그들이 내는 소리와 분주함은... 솔직히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잦은 암전은 극의 흐름 까지도 수시로 깍뚝깍뚝 썰어댔다.

2층의 무대로 그다지 현명하게 활용하지 못했고

특히 과도한 자막처리도 극의 흐름을 방해하더라.

개인적으론 애나가 훈에게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장면만 자막을 썼으면 애잔함이 더 많이 드러났을것 같다.

(애나 가족이 중국어로 싸우는 장면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진건 비단 나 혼자뿐이었을까???)

그리고 두 번의 정체불명의 춤사위.

이 장면은 아예 전문무용수가 나와서 우아하게 표현하는게 좋을것 같다.

표현의 의도는 알겠는데 배우들의 춤이 심하게 엉성해 보면서 참 난감하더라.

이명행과 김지현 배우에 비해 고훈정 배우가 어리고 키가 작아서

김지현-고훈정, 이명행-고훈정이 함께 하는 장면들도 발란스가 어색했다.

내가 영화 <만추>를 안봐서 영화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체적으로 분주하고 수선스럽고 산만했다.

(원래 무지 감성적이어야 하는거 아닌가????)

중간중간 라이브로 연주되던 음악은 정말 좋았다.

음악은 정말 만추(滿秋)더라.

 

연극에 이런 표현...

좀 당황스러울지 모르겟지만

이 작품은 눈을 감고 아예 귀로만 감상하는게 훨씬 더 좋더라.

듣는 연극!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하나의 장르였던 라디오 드라마처럼...

아무래도 연출의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

더불어 가지고 있는 표는...

조용히 내려놓게 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9. 11. 07:55

 

<아버지와 아들>

 

일시 : 2015.09.02. ~ 2015.09.25.

장소 : 명동예술극장

원작 : 이반 투르게네프

극작 : 브라이언 프리엘

연출 : 이성열

출연 : 오영수, 남명렬, 김호정, 이명행, 윤정섭 외 

제작 : 국립극단

 

러시아의 3대 문호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 <아버지와 아들>이 연극으로 올라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안톤 체흡보다 쉽웠지만 안톤 체흡만큼 매력적이진 않았다.

그런데 배우들의 힘이 정말 너무 좋았다.

러시아 작가의 작품들은 일단 등장인물 이름부터 머리가 아프다.

나였다면 등장인물들 이름을 외우는 것만으로도 한나절이 걸릴지도 모른다.

 

러시아 작품을 읽을 때는 개인적으로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등장인물 이름이 너무 어려고 심지어 길기까지 해서 각인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주요 인물들은 따로 애칭을 만들어 기억한다.

물론 본래 아름과 비슷한 애칭으로... 

그래도 고마운건 이 연극은 등장인물 이름이 고색창연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고생을 덜했다.

사실 이 작품은 이명행과 남명렬, 김호정 배우때문에 선택했는데

의외로 비자로프 윤정섭 배우에게 더 많이 몰입했다.

이명행의 아르까디나는 꼭 <푸르른 날에>의 오민호 같았고

거의 모든 인물들이 시종일관(?) 여기 저기 흔들리고 휘둘려서 개인적으론 난감했다.

 

혁명을 꿈꾸는 니힐리스트 바자로프.

낭만적인 사랑은 허무라고 주장하던 그가

절망적으로, 미친 듯이, 말도 안되게,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지독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안타깝게도 딱 그만큼의 지독한 절망에도 함께 빠진다.

그 절망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다.

그 사랑을 이루던가, 아니면 완벽한 파멸을 실현하던가!

발진디푸스에 전염돼서 사망하긴 했지만 비자로프의 죽음은 확실히 후자의 가깝다.

니힐리스트에게 사랑이라니...

자신이 그토록 경멸한 단 하나의 무모한 열정에 그렇게까지 삶 전체가 휘둘려버리다니...

비극이 예견되긴 했다.

 

그런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왜 이렇게까지 유아적인가!

아들을 숭배하는 아비도 유아적이고

아들과 친구같은 아비도 유아적이고

결투를 신청하는 빠벨도 유아적이고

발진디푸스에 전염된 비자로프를 찾아간 안나도 유아적이고,

죽은 비자로프의 신념을 뒤따르겠노라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 아르까디나도 유아적이다.

덕분에 깊고 멈출 수 없는 우울에 빠져버린 사람은 다름 아닌 "나"다.

그래도 체홉은 이렇게까지 우울하지는 않았는데...

 

<아버지와 아들>

어렵지 않은 작품이지만.

결코 이해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그런데 그게 바로 세대고, 삶이고, 사랑이니 난들 어쩌겠는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5. 8. 07:52

 

<푸르른 날에>

 

일시 : 2014.04.26.~ 2014.06.08.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극작 : 정경진

각색, 연출 : 고선웅

출연 : 김학선, 정재은, 정승길, 이영석, 호 산, 이명행, 조윤미, 조영규,

        채윤서, 유병훈 이정훈, 김명기, 견민성, 김성현, 손고명, 남슬기,

        홍의준, 김영노, 강대진, 김민서

제작 : 남산예술센터, 신시컴퍼니

 

5월이다.

송착식의 노래처럼 정말 눈이 부시게 푸르른 5월이다.

그리고 그 5월보다 더 푸르고 피보다 더 붉은 연극 <푸르른 날에>가 돌아왔다.

매번 이 작품을 보고 난 뒤엔 가슴을 치며 후회하면서 왜 또 다시 이곳에 왔다.

어쩌자고... 어쩌자고

또 뭘 그리 견뎌보겠다고...

그래도 한 번은 봐야겠다고. 한 번은 더 견뎌보겠며 더듬더듬 자리를 찾아 앉았다.

2011년 남산예술센터 초연 당시 사전예매 120석으로 시작한 작은 연극 <푸르른 날에>는

2012. 2013, 2014년 전석 매진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2015년 지금,

5년 동안 이 작품을 함꼐 해 온 초연 배우 19명의 마지막 고별 무대가 시작됐다.

이 작품은,

소위 말하는 회전문이 불가능한 작품이다.

한 번 보는 것만으로 이미 강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서기 때문에

한 시즌에 두 번을 관람하는게 내 경우엔 도저히 불가능하다.

 

"명랑하게 과장된 통속극"

혹자는 이 작품이 5.18 민주화항쟁은 너무 가볍게 다뤘다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명량만화 같은 한없는 가벼움 속에

뼈를 바수고 살점을 뜯어내는 처절함을 느낀다.

농담을 하려는게 아니라 진담을 표현하기 위해 말을 틀어 변화를 줬다는 고선웅 연출의 변이

그래서 나는 충분이 이해된다.

 

"농담을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본질이라는 거예요. 연극의 본질은 농담이에요. 농담을 통해서 그 진실을 보여주는 거죠. 자기가 직접 겪은 것이라도 무대에서 정확한 에너지를 갖지 못하면 그건 경험한 게 아니에요. 연극은 철저하게 허구화되어 있지만, 그것을 보면서 그 누구도 '그건 허구잖아' 이런 얘기를 할 수 없게 만들죠. 단원들에게도 이렇게 얘기합니다. 정말 가슴 아픈 얘기지만 우린 행복하게 연극을 하자고요. 가슴 아파하면서는 연극을 할 수가 없어요. 거기서 어떻게 말을 해요. 가슴이 아프고 뼈가 저린데... 그것을 뛰어넘는 연극적 접근이 필요해요. 그렇게 슬픈 연극일지라도 연습하다가 재미없으면 말아야죠. 슬퍼도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작품을 보는 내내 너무 많이 아프고 아팠다.

심지어 한바탕 실껏 웃는 장면에서조차 혼자 주책맞게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내가 신경쓰였는지 옆자리 모르는 분께서 내 손에 휴지를 쥐어줬다.

민망했지만 눈물이 유난히 멈추지가 않더라.

처음 본 작품도 아닌데 이날 관람은 유난히 몸과 마음이 송두리째 아팠다.

미치지 않으면 미친척이라도 해야 살 수 있는 시대,

살아 남기 위해 자신을 다 버려고 부정해야만 했던 시대.

그걸 지나온 사람들의 삶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무서워서 그랬다는 오민호의 말도

누가 우리를 알아나 줄까? 라는 말도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다 통곡이었다.

 

 

예전에 이명행 배우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푸르른 날에> 또 하신다면서요?"

"네!"

"왜요? 힘들고 아프쟎아요, 하지 마세요..."

반어와 역설로 가득한 짧은 대화에 이명행 배우도 나도 웃었다.

그렇게 웃는것 밖에는 할 수 있는게 없기도 했다.

이번 초연 배우들의 고별무대를 보면서

젊은 날의 오민호를 해보겠노라 나설 배우가 과연 있을까 걱정됐다.

배우니까 할 수 있다...

적어도 이 역할에서만큼은 그 원칙이 적용되지가 쉽지 않을것 같다.

그래서 이명행이라는 배우에게 너무 많이 고마웠고,

그 고마움보다 더 많이 그가 안스러웠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세상.

여전히 한 사람 한 사람을 죽이고, 가족을 죽이고, 지역공동체를 죽여

마침내 사회를, 시대를, 인간을 죽여버리는 세상.

작품의 엔딩처럼 꽃비 날리는 날,

그 시대의 사람들과 지금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꿈처럼 한바탕 웃으며 사진을 찍는 날은

영원히 환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인 모양이다.

 

산다는건,

뭐 대단한 걸 이루기 위해서가 아닌데...

그저 좋은 날을 위해,

좋은 한시절을 위해 사는 것 뿐인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0. 22. 08:22

<The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정상윤 (필립) / 박은석, 오종혁 (올리버)

        김소진, 김지현 (실비아) /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오랫만에 이명행 필립과 박은석 올리버의 <The Pride>를 봤다.

더 깊어졌고, 더 간절해졌고, 더 진실해졌고, 더 짐심이었고, 더 가슴아팠고, 더 슬펐고, 더 행복했다.

눈물은 계속 흐느는데 얼굴엔 미소가 번지는 작품.

한결같이 너무나 내 맘 같은 대사들...

울컥하며 쏟아지는 감정을 추스르는게 매번 더 어렵다.

이 작품을 보고나면 한동안 감정적으로 버텨내가가 너무 힘들다.

특히 1막의 마지막 장에서의 필립과 올리버의 모습은

목을 놓고 엉엉 울어버리고 싶을 정도다.

올리버의 대사가 많이 아파

도저히 삼켜지지 않는다.

 

우리 다시 만나지 않기로 했는데 나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평생을 기다려왔거든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그 확신이 오면 나는 그것을 밀어낼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기 와야만 했어요, 미안해요.

하지만 필립!

당신을 봐야만 했습니다.

우습네요. 난 내가 아는 줄 알았어요.

외로움, 혼자라는거, 난 그게 뭔지 아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지금 알았군요. 외로움이라는거.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었어요.

나는 당신을 너무  사랑하고 있습니다.

당신 얼굴이, 당신 목소리가 들려요

당신이 보고 싶었습니다.

매일, 매순간.

 

1958년의 필립은 불쌍할 정도로 겁장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아는 유일한 사람을 잃었다.

그리고 수치심과 죄의식으로 가득한 끔찍한 삶을 선택했다.

침묵만이 살아남게 할거라는 필립의 말은

올리버의 말처럼 완전히 틀렸다.

 

올리버 : 다시는 당신을 볼 수 없겠죠

필  립  : 우리한테 꼭 필요한 일이예요. 계속 살아가기 위해선!

올리버 :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필   립 : 의미요?

올리버 : 진실하게 살지 않을거면, 이 멍청하고 고통스런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요?

           내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서 내가 누구인지 똑바로 바라볼 수 없다면!

 

진실하게 살지 않을거면...

가슴이 꽉 막혀버렸다.

길을, 지도를,

잃.어.버.렸.다.

 

THE MAP


Who know, the pain.
I'm lost in the dark.
Your mem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Who know, the whisper.
I find in my mind.
Our hist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