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8. 10. 09:03

<Capone Trilogy>

 

일시 : 2015.07.14. ~ 2015.09.29.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원작 : Jamie Wilker

번역 : 성수정 

각색 : 지이선

작곡 : 김경육

연출 : 김태형

출연 : 이석준, 김종태 (Old Man) / 박은석, 윤나무 (Young Man)

        김지현, 정연 (Lady)

제작 : (주)아이엠컬처

 

이석준, 윤나무, 김지현 캐스팅의 <카포네 트릴로지> 세 편을 다 봤다.

이제 남은건 김종태, 박은석, 정연의 "LokiI"뿐.

내가 이 연극의 에피소드들을 이렇게 캐스팅별로 다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그래도 다행인건 재관람없이 한 번으로 끝낼거라는 거!) 

 

어느 페어든 역시나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한데

나는 김종태, 박은석, 정연 페어쪽이 훨씬  더 좋더라.

이석준-윤나무-김지현 페어는

세 편의 에피소드 모두 이석준 배우가 가장 돋보이고 눈에 들어온다.

빈디치의 경우는 특히 더...

각 에피소드마다 분명히 주인공이 따로 있는데 이석준 배우가 주인공처럼 느껴진다는건 

김지현, 윤나무의 존재감이 이석준의 존재감을 당해내질 못하고 있다는 의미일거다.

게다가 더 재미있는건,

이석준 배우는 루카스보다 빈디치에서가 더 매력적이었다.

루카스의 닉 니티는 이석준스러운 역할이라 어느 정도 예상이 됐었는데

빈디치의 루스는 야비한 권력자의 모습이라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평소의 이석준 이미지와는 아무래도 상반되는 느낌이라...)

역시나 가장 매력적은 에피소드는 "Lucifer"였고

루카스의 닉 니티는 이석준보다 김종태 배우의 표현이 개인적으론 더 좋았다.ㄷ

김종태 닉은 말린을 잃으면 모든 걸 잃고 일시에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는데

이석준 닉은 그마저도 이겨낼 사람처럼 보였다.

스스로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조직의 보스... 딱 그 느낌.

그래서 김종태 닉의 슬픔과 아픔에 더 쉽게 동요되고 연민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Loki"는,

김지현 배우뿐만 아니라

네다섯 가지 배역을 수시로 바꿔가며 연기한 이석준, 윤나무 배우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윤나무 배우는 땀을 비오듯 쏟아내더라

(저라다 탈진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만큼)

윤나무 배우도 "빈디치"보다는 "로키"가 훨힌 좋았고

빈디치는 발음과 딕션 때문인지 어른보다는 아이같은 느낌이 강했다.

(복수의 화신인데 아이처럼 느껴진다니...)

그리고 독백과 실제 대사 사이에 묘한 간극이 있더라.

윤나무 배우가 이 작품으로 인생 최고의 캐릭터를 만났노라 말하던데

나는 그게 빈디치가 아니라 "Loki"의 멀티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다.

뭐가 됐든 세 편의 에피소드 모두 다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어떤 에피소드를 보든 절대 후회는 안 될 작품.

그 중 내 추천작은 단연코 "Lucifer"

캐스팅은 필히 김종태-박은석-정연 으로!

그런데... 이 캐스팅의 루시퍼를 보면

결국은 나머지 에피소드들도 다 챙겨보게 될테다.

나처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7. 27. 08:29

<프로즌>

 

일시 : 2015.07.10.~ 2015.07.26.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극작 : 브리오니 래버리(Byrony Lavery)

번역 : 차영화, 우현주

윤색 : 고연옥

무대 : 정승호

연출 : 김광보

출연 : 박호산, 이석준 (랄프) / 우현주(낸시), 정수영(아그네샤)

제작 : 극단 맨씨어터

 

박호산 캐스팅으로 보고 이석준도 궁금했었는데  

다행히 공연장을 바꿔 연장공연에 들어가서 이석준 랄프까지 챙겨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랄프 다 너무 좋았는데

개인적으론 박호산보다는 이석준쪽에 훨씬 집중이 잘됐다.

그런데 두 랄프가 달라도 정말 너~~~~무 달라서... 

 

박호산은 어릴적 폭력의 트라우마가 깊게 자리잡은,

그래서 마음 속에 자라지 않은 아이를 품고 있고 그 아이에 때때로 지배당하는 랄프고 

이석준 랄프는 이유불문의 확실한 사이코패스다.

다중인격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

게다가 박호산 랄프의 자살은 다분히 충동적으로 다가왔고

이석준 랄프의 자살은 아주 계획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선지 죽기 전 이석준 랄프가 주변을 말끔하게 정리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으로 보이더라.

 

좀 어이없는 말인데,

이 작품을 두번째 보고야 알았다.

내가 첫관람때 놓쳤던 부분들이 꽤 많았다는걸.

심지어 각 장이 시작될 때 전명 상단에 나오는 글자를 송두리째 날려버렸더라.

(도대체 눈을 감고 봤던 거니???)

굳이 변명을 하자면,

연기 잘하기로 유명한 세배우들에게 오롯이 몰입하느라

그 이외의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잔혹하기도 하고, 참담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러다 알았다.

이 작품의 제목이 왜 "프로즌"인지를...

 

* Forozen 

① 얼어붙은

② 냉담한, 차가운

③ 고정된, 불변의

④ 경직된

⑤ 얼어붙은, 꼼짝 못하는

⑥ 멈춘

 

나는 이 작품은 용서가 아닌 복수의 이야기로 기억하려 한다.

랄프도, 낸시도, 아그네샤도 크든 작든 모두 복수를 꿈꿨고

결국 복수에 성공함으로서 멈춰있던,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상태에서 벗어난다.

혹시 누군가 죽는게 벗어나는 거냐고 되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련다.

"확실히!"

랄프에게 낸시의 용서는 칼이 됐다.

그 칼날이 랄프를 몸짝달짝 못하게 만들었고 급기야 그의 육체를 난도질했다.

만약, 랄프가 죽지 않았다면

낸시는 그의 장례식에서 그렇게 평온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을까?

심지어 친한 친구의 남편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고백해야 하느냐는 아그네샤의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말하지 말라고, 그냥 고통을 견디라고...

그런 생각도 들더라.

이것 역시도 랄프의 면회를 끝까지 막으려고 한 아그네샤를 향한 복수가 아니었을까 하고...

(내 사고가... 너무 멀리 가버리긴 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면

참혹함은 참혹함만이 상대할 수 있다.

거기에 어떤 옷을 입힐지는 오로지 자신의 선택이다.

낸시도, 랄프도, 아그네샤도 예외는 없다.

 

그저 한 편의 연극이었을 뿐인데

꼭 인류의 빙하기를 건너온 느낌이다.

기분 참 묘하게 얼얼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18. 08:41

<공동경비구역 JSA>

일시 : 2014.02.27. ~ 2014.04.27.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원작 : 박상연 "DMZ"

극작, 작사 : 이희준

작곡 : 맹성연

연출 : 최성신

음악감독 : 변희석

출연 : 이정열, 임현수 (지그 베르사미) / 최명경, 이석준 (오경필)

        정상윤, 강정우,오종혁 (김수혁) / 임철우, 이기섭 외 

제작 : CenS

 

작년 12월 쇼케이스 공연때는잘 만든 창작뮤지컬 탄생에 깜짝 놀랐고

3월 본공연 프리뷰는 너무 많이 산만하고 지루해져서 깜짝 놀라고...

개인적으로 내게 두 얼굴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 되버렸다.

그래서 미리 예매한 이날 공연도 취소할까를 솔직히 좀 고민했다.

그래도 프리뷰 이후 분명 수정을 했을테고

무엇보다 출연 배우에 대한 신뢰가 있어 재관람을 결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

재관람을 하길... 잘 했다.

확실히 프리뷰보다 정리가 됐다.

이야기의 긴장감도 살아났고, 묻혀버렸던 복선과 암시도 다시 살아났다.

쇼케이스부터 함께한 임현수와 정상윤, 임철우는 물론이고

새롭게 오경필에 캐스팅된 이석준까지 다 좋았다.

남북 병사들을 연기한 8명의 건장한 청년들과 세 명의 연주자들까지도...

이들 덕분에 지난번 받았던 상처들이 회복됐다.

다행이었고 그래서 참 고마웠다.

 

맨 앞줄에서 본 덕에 배우들의 표정들이 너무 생생했다.

지난번 이정열 베르사미가 너무 토속적(?)이라 개인적으론 감정이입이 참 안 됐는데

임현수 베르사미는 여러 가지로 느낌이 좋았다.

군인의 냉철함이 보였고 대사와 노래도 역할과 잘 맞았다.

(자세히 보니 입을 크게 벌리면서 노래하는 모습과 전체적인 표정들이 류정한과 아주 비슷하더라)

오경필의 이석준은 정말 무대 위에서 진심이구나... 가 느껴져서 감동적이

정상윤은 순간순간 감정을 빠르게 전환시켜야 하는데 그 흐름을 정말 귀신같이 잘 잡아서 끌고 가더라.

마지막 커튼콜에서 촉촉하게 젖은 정상윤의 눈동자를 보면서

이 작품이,정상윤이라는 배우가 갖는 진정성이 느껴져 참 뭉클했다.

내가 앉은 쪽이 운좋게도 김수혁 zone(?)이라 정상윤의 표정과 연기를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

특히 "엄마 생각"을 부를때 감정운 정말 좋았다.

프리뷰때 2막 시작이 너무 산만해서 정신없었는데

그 장면도 정리가 깔끔하게 잘됐고

거제도 포로 수용소 장면에서 동생의 랩(?)이 없애버린 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노랑머리 소령님"이 다시 "외국인 소령님"으로 바뀐 것도 정말 좋았다.

(별거 아닌 사소한 단어이긴 한데 나는 왜 이게 그렇게 내내 거슬렸을까?)

음악도 볼륨 조정이 잘 된 것 같고

조명은 정말 좋았다.

 

세상의 끝에서 숨겨진 진실 앞에 비로소 대면하게 된 김수혁.

그때까지 그가 선택한건 기억의 왜곡이었다.

의식적이었든, 무의식적이었든.

"이성을 마비시키는 건 증오가 아니라 공포"라는 대사.

너무나 정확해서 섬득하다.

그들이 얼마나 간절히 살아있고 싶어했는지

이날 공연을 보면서 비로소 알았다.

 

그리고 유무처럼 홀로 남겨진 오경필!

그는 과연 김수혁의 죽음을 몰랐을까?

나는 결코 그렇지 않았을거라 확신한다.

담배를 피우며 조용히 읖조리는 오경필의 마지막 곡을 듣고 있으면

그가 이 모든 진실을 다 알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 언젠가 좋은 날이 오면..."

그리고 행복했던 과거의 그들이 홀로 남은 오경필에게 손짓한다.

그 장면이.. 그 장면이...

나는 왜 그렇게 통곡처럼 아팠을까>

 

우리는,

정말 너무 아픈 역사를 안고 있었구나.

그리고 너무 자주, 너무 쉽게 그 상처를 잊고 있었구나.

조금만 기억해달라고,

상처가 상처에게 말을 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28. 08:21

<A Steady Rain>

일시 : 2013.12.21. ~ 2014.01.29.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대본 : 키스 허프 (Keith Huff)

연출 : 김광보

출연 : 이석준, 문종원 (대니) / 이명행, 지현준 (조이)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스테디 레인>

기본적으로 김광보 연출의 힘도 믿었고,

이석준과 이명행 배우의 힘도 믿었지만

이 정도까지 강렬한 작품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규모(?)를 떠나서 이 작품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대작이다!

솔직히 매혹, 그 이상이다.

2시간 동안 어두운 무대 위에서 대니와 조이가 쏟아내는 진술에 가까운 대사들을 듣고 보면서 온 몸의 숨톤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이석준과 이명행은 이 작품을 어떻게 감당하면서 매번 저 무대 위에 서있는걸까?

정말이지 이석준, 이명행 두 배우가 보여주는 신의 한수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두 배우의 놀라운 타이밍과 명확한 템포는 정말이지 황홀하다못해 일종의 성찬이었다.

솔직히 경건함마저 느껴지더라.

욕설과 과격한 행동이 난무하는 이 작품에 "경건함"까지 운운하다니...

그런데 어쩌랴! 이게 전부 다 진실인걸!

대니와 조이의 그 엄청난 분량의 대사들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버겁고 힘들더라.

말의 힘이 극대화된 작품.

시간과 공간의 개념마저 은근히 허물어져버리는 이 작품을 이해하는 관건은

개인적으로 "흐름"인것 같다.

대니와 조이의 관계에 대한 흐름.

두 사람의 감정이 변화되는 그 흐름,

그리고 두 사람의 지금 겪고 당하고 있는 사건들의 연속에 대한 흐름.

"도대체 상식이라는게 뭐냐?"는 대니의 비야냥같은 질문은

사실 아주 정곡을 찌르는 핵심이었다.

 

처음에 나는 대니와 조이가 한 인물인 줄 알았다.

거의 극의 중반까지도 한 인물의 내면에 있는 두 자아의 싸움이라고 의심없이 믿었었다.

내 안의 적과 적 안의 내가 지금 함께 있는 거라고...

그런데 이렇게 완벽한 자아의 교체와 합일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대니가 되버린 조이,

조이가 되버린 대니,

changing position!

완벽한 서스펜스에 다시 없을 공포의 최고치였다.

동일화, 내면의 자아...

대니를 연기한 배우 이석준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구나 싶었다.

...... 마지막에 남은 놈은 조이죠. 연출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조이는 치사한 인간이다’고. 조이는 손도 안대고 코를 푼 격이죠.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방치했던 놈입니다. 조이는 자신의 일부였던 대니가 날라가자, 일부를 버리고 일부가 갖고 있던 전부를 취한 거죠. 남은 사람이 나머지를 갖게 됐다고 이해할 수 있죠 ......

 

<스테디 레인>

이제 고작 2회 공연만 남았다는 게 미치게 아쉽다.

두어번은 더 봤어야 했는데...

"피곤하신 날 극장에 오면 주무시거나 딴짓 할 수 잇으니 정신 멀쩡할 때 오세요" 라고.

이석준이 자신의 페이스북과 홈페이지에 이렇게 썼다는데 이 말은 완전히 틀렸다.

도무지 딴짓을 하거나 잠깐이라도 눈을 감을 틈을 주지 않는다.

단언컨데 이 작품 놓친 사람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거다.

한 번만 본 나도 이렇게 후회가 되는데...

 

* 배우 이석준이 김광보 연출의 새로운 뮤즈가 되려는 모양이다.

  <M. Butterfly> 르네 갈리마르네 이석준과 이승주가 출현한단다.

  두 배우다 김광보 연출의 작품을 했던 배우들이라 어떤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22. 08:51

<인당수 사랑가>

일시 : 2013.09.07. ~ 2013.11.03.

장소 :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대본, 작사 : 박새봄

작곡 : 김아람, 김준범

음악감독 : 신은경

연출 : 최성신

출연 : 임강희, 유리아 (춘향) / 박정표, 이창용, 전성우 (몽룡)

        이석준, 고영빈 (변학도) / 안치욱, 이상은 (심봉사)

        서정금, 정상희 (도창) / 이동재 (방자), 박경옥 (뺑덕)

        최명경, 김광만, 김하나, 이종원

 

예전에 이 작품이 소극장에서 공연됐을 때 두 번 정도 관람을 했었다.

처음 봤을 때 정말 깜짝 놀랐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에 여러 형태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을 그것도 썩 성공적으로 시도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작품을 보기 전에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었다.

<춘향전>과 <심청전>을 섞는다?

코믹한 마당놀이를 보게 될거라고 생각했더랬는데...

자그마한 극장에서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사랑가"와 "쑥대머리"가 나오니 눈과 귀가 동시에 번쩍했었다.

이야기 구성도 너무나 참신했고

젊은 배우들의 패기와 정성 가득한 연기도 인상깊었고

상식을 뒤짚는 변학도의 캐릭터 반전도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방자 이동재의 맛깔스러운 연기도, 도창 정상희의 구수한 소리도 신선하고 흥겨웠다.

이런 멋진 파격과 도전이라면 우리 고전도 경쟁력이 있겠구나 생각할 정도로

재미와 감동, 친근함과 새로움을 그야말로 적재적소에 질 배치시켜 만든 작품이었다.

내 기억에 이 작품은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출신이 주축이 됐던 걸로 기억한다.

졸업작품이었다는 말도 있고...

"한예종" 출신들이 이렇게 사고를 칠 때마다(?) 나는 아주 흐뭇하고 반갑다.

(그런데 요즘 "한예종"이 너무 조용하다.... 크게 사고 한 번 쳐줬으면 싶은데...) 

 

6년이 훌쩍 지나 다시 보게 된 <인당수 사랑가>는

역시나 참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작품에 대한 욕심이 너무 과해서

그 좋은 작품이 오히려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차리리 예전처럼 소박하지만 내실있는 작품으로 남아

소극장에서 롱런하는 작품이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좋은 작품이 너무 큰 공연장을 만나 객석의 일부도 온전히 채우고 못하는 걸 목격하니 너무나 안타까웠다.

무대도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게 아니라 너무 휑하니 텅 비어 불필요한 공명만 더 생겼다.

오케스트까지 추가돼서 음악이 확실히 풍성해지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소극장에서 도창과 고수 한 명으로 공연됐을 때가 훨씬 좋았다.

그래도 초연때부터 <인당수 사랑가>를 지켜온 방자 이동재를 다시 볼 수 있었던 건 정말 득템이다.

이동재처럼 작품에 깊은 애정을 가진 배우의 무대를 보는 건 언제가 큰 기쁨이다.

 

관람하면서 눈에 담겼던 배우는 춘향역의 유리아와 변학도의 이석준.

<두 도시 이야기> 초연때 눈여겨 봤던 유리아가 재연에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궁금했었는데

이 작품을 준비하느라 그랬나보다.

임강희가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를 하느라 유리아의 회차가 많아졌는데

자기관리를 성실히 했다는 게 무대 위에서 그대로 보여졌다.

아마도 이 작품을 끝내고나면 뮤지컬 배우로서 유리아의 입지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노래도 연기도 목소리 톤도 참 좋았다.

그리고 변학도 이석준!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꽉꽉 채워지는 이석준은 항상 묘한 "끌림"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배우가 배역 속에 드러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석준만은 예외다.

그가 만들어 내는 배역은 확실히 "이석준"만의 느낌이 있다.

이 작품 속에서도 휑한 공연장이 민망할 만큼 그의 연기는 좋았다.

독보적이만 결코 함부로 튀지 않으면서 작품 속에 풀어지는 이석준의 연기가 나는 참 좋다.

이석준은 분명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멋진 배우가 될 것 같다.

꽉꽉 차 있으면서 느긋한 여유가 느껴지는 그런 배우.

그래서 나는 지금보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

중년을 훌쩍 넘긴 이석준의 모습이 아주 궁금하다.

무대 배우의 복지와 향후에 대해 그만큼 고민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책임감이라는게 무대 위에 있을 때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이석준이 항상 상기시킨다.

나는 그의 확신이 공연계의 화두가 될 날이 꼭 올거라고 확신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배우 이석준이 지금처럼 굳세고 곧은 청춘이길 바라고 또 바란다!)

 

영화배우 조성하를 닮은 멀티맨 최명경의 연기도 아주 맛깔스러웠고

심봉사 이상은의 감쪽같은 연기도 감탄스러웠다.

도창 정상희는 이 작품을 워낙 오래해서 그런지 제대로 한판 노는 재미가 쏠쏠했다.

몽룡 전성우가 오히려 부족하다고 느껴질 만큼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좋았는데

문제는 공연장이 너무 컸다는 거!

일요일 저녁 텅 빈 객석을 보면서 참 쓸쓸했다.

이 작품, 정말 정말 좋은 작품인데...

혹시 다시 예전처럼 소극장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아니면 최소한 동숭아트홀이나 연강홀 정도의 규모라도.) 

굳이 규모를 키우고 싶다면 공간을 채우는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으면 정말 좋겠고!

이 좋은 작품이, 이 좋은 배우들이 텅 빈 객석때문에

찬서리를 맞고 있는 것 같아 자꾸 걱정된다.

정말 좋은 작품인데...

정말 좋은 배우들인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12. 08:29

<Tomorrow Morning>

장소 : KT&G 상상아트홀

기간 : 2013.06.01. ~ 2013.09.01.

대본, 음악, 가사 : 로렌스 마크 와이트

연출 : 이성원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박상면, 박선우, 이석준 (잭) / 최나래, 이혜경 (캐서린)

        송용진, 정상윤, 이창용 (존) / 임강희, 김슬기 (캣)

 

솔직히 말하면 별 기대 없이 선택했다.

주말에 아무것도 안 보고 넘어가는게 어딘지 좀 나답지 않아서(?) 인팍에 40% 할인이 있길래 급하게 예매해서 했었다.

로코는 내 취향도 아니라 워낙에 관람예정작에 포함되지 않았던 작품이다.

게다가 공연장도 강남이란다.

망설였지만 그래도 이석준과 정상윤 두 배우를 믿기로 했다.

(두 사람이 나오면, 솔직히 여자 배우는 누가 나오든 상관이 없었다.)

그런 작품들이 있다.

아무 기대없이 공연장에 갔는데 의외로 재미와 감동을 받게 되는 경우.

오래전 <총각네 야채가게>가 그랬고,

<식구를 찾아서>가 그랬고 <콩칠팔새삼륙>이 그랬다.

(연극은 훨씬 더 많지만...)

아무래도 이들 작품군(郡)에 <Tomorrow morning>도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스토리나 내용은 충분히 예상가능했다.

무대 위에 두 커플이 나오지 사실 이들은 한 커플이라는 것도.

그런데 이 뻔한 이야기가 나는 왜 그렇게 재미있고 유쾌했을까?

아무래도 배우의 힘이 컸지 싶다.

일등공신은 역시나 이석준, 그 다음은 정상윤.

이 두 사람은 왠만해선 믿음을 저버리는 않는다. 

(이들이 나를 배신할 일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특히 잭 이석준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혹시 이게 정말 이석준의 모습은 아닐가 생각될 정도다.

작품과 배역에 너무나 편안하게 녹아들어있다.

배역과 배우 사이에 충돌과 거리감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에 대한 깊이와 배역에 대한 이해를 부른다.

이석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무대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건, 참 멋진 일이구나!"

아주 솔직히 말하자. 

작품 속에서 패션잡지 편집장 캐서린 역의 최나래는 어느 면에서 생각해도 커리어우먼의 이미지는 아니다.

(그동안 그녀가 상당히 아줌마스런 역을 많이 해와서 선입견에 생겻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그런데 이석준이 정말 너무나 잘 서포트를 해주더라.

이석준은 자신의 연기를 통해 상대역 최나래까지도 실감나게 끌어냈다.

멋지다, 이석준! 

 

<쓰릴미>와 이 작품을 함께 병행하고 있는 정상윤 역시도 발군의 실력이다.

혹여 <쓰릴미>의 "나"가 보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혀 다른 인물을 보여줬다.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매력적이다.

아직 30대 초반인 정상윤이 40대가 되면 어떤 존재감을 주는 배우가 될까?

참 많이 기다려지고 기다려볼만 하다.

김슬기 배우.

TV를 잘 안봐서 tvN "SNL 코리아"라는 프로가 뭔지도

거기에 출연하는 김슬기가 누군지도 전혀 모르지만

어쨌든 뮤지컬 첫데뷔라는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딕션도 괜찮고, 목소리 톤, 연기도 좋다.

솔로곡들은 잘 소화하는 것 같았는데 역시나 다른 배우들과 섞이면 발란스 조정이 약하다.

그래선지 "The secret tango"는 초반부는 아주 신선하면서 재미있었는데

네 명이 함께 부르는 부분에서 안타깝게도 중구난방으로 변해서 그야말로 깜놀했다.

그래도 뭐, 가능성은 확실해보인다.

오랫만에 당찬 여배우의 데뷔 무대를 목격한 것 같아 맘이 훈훈하다.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폭발적인 가창력이나 미친 성대를 지닌 배우보다는

무대와 배역에 편안한 배들에게 끌리게 된다.

이석준처럼!

그 편안함 속에서 잭이라는 인물은 또 얼마나 성실하고 세밀하게 표현하던지...

잭 = 이석준

마치 불변의 법칙처럼 각인됐다.

<Tomarrow Morning>

큰 기대없이 봤던 이 작품이 내게 특별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이석준 때문이다.

작품자체보다 배우 이석준이 남긴 감동이 훨씬 더 크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잔상이 남을 것 같다.

이석준의 잭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1. 28. 05:55
공연관계자들에게 월요일은 일요일이다.
주말동안 하루 2회 공연을 해야하는 그들에게 공연이 없는 월요일이란,
다가올 일주일을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푹 쉬어야만 하는 그런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석준의 뮤지컬 이야기쇼는 어쩌면 일종의 반란이자 일탈이다.
season 1 뮤지컬 이야기쇼가 막이 내린지가 벌써 4년 전 인가?
딱 1번 관람했었는데 그때가 season 1의 100회 특집이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초연팀이 꾸미는 무대였다.
배우들조차 그렇게 한 자리에 모여본 적이 없다면서 감격스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서영주 베르테르의 순간적인 감정 몰입은 엄청났었다.
노래 부르기 바로 전까지 박장대소를 하며 웃던 사람이
전주가 나오자마자 바로 베르테르가 돼서 눈가가 촉촉해지더라.
사회자였던 뮤지컬 배우 이석준에게도 감탄했었는데...
순발력과 재치, 그리고 출연진 한 사람 한사람에게 관객의 시선과 관심이 가도록 유도하는 진행솜씨란!
왠만한 전문 MC들도 울고 가겠다 싶었다



뮤지컬 이야기쇼는 재능 기부 공연이다.
공연 제작비를 제외한 수익금 전액은 "함께하는 사랑밭"이라는 곳에 기부된다.
"함께하는 사랑밭"은 소외층 구제 활동 및 올바른 기부 문화에 앞장서는 NGO 단체란다.
충무아트홀이 장소를 제공해서 주최를 하고
전문 공연 기획팀 ACT11이 제작에 참여한다.
이렇게 월 2회 콘서트가 열리면 초대되는 배우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게 된다
월요일이라 부담스럽긴 하지만
2주마다 티켓이 오픈되면 정말 빠른 속도로 매진이 된다.
티켓을 구하기 위해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동생이 예약한 모양인데 못간대서 내가 대타로 갔다. 전혀 예정에도 없었는데...)
출연진을 거의 당일 공개하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이야기쇼에 나올 정도의 배우라면 어느정도 기본기는 있는 배우라서
그다지 출연진 공개가 중요하지 않는 것도 있겠다.
공연 배우들의 의외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
여러가지로 매니아층을 엄청나게 확보하고 있는 팬텀 프로그램이다.
마지막 핸드폰 이벤트 역시도 이야기쇼만의 독특한 재미이기도 하다.



season 2 열 두 번째는 무대에서 감초역할을 하는 뮤지컬 조연배우 5명이 출연했다.
김남호, 김동현, 이훈진, 임기홍, 정철호.
다섯 명의 배우가 명품조연이라는 타이틀로 한무대에서 만났다.
실제로 한 작품 속에서 이들을 함꺼번에 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워낙에 개성이 강한 배우들이고 중복되는 캐릭터들이 많으니까...
무대 위에서 재미있고 유쾌한 배우들이라 2시간 반이 넘는 긴 시간동안 정말 즐겁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연으로서의 어려움과
캐릭터의 한계를 이야기할 때는 좀 짠해지기도 했다.
(주연만 대우하는 더러운 세상~~~의 한 단면을 봤달까?)
관객들은 작품 속에서 그들의 진지함과 심각함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건 일면 비극이다.
이들이 무대에서 아무리 진지한 모습으로 등장해도
이미 관객들은  코믹의 요소만 부지런히 찾아낼 뿐이다.
이런 캐릭터의 부딪침은 배우 입장에서는 여러가지로 참 속상한 일이지 싶다.
더블 캐스팅 없이 거의 혼자서 오랜 기간 공연하게 되니까 
부상을 당해도 그냥 공연을 해야하고 그렇게 생긴 각종 후유증에 대한 보상 역시도 전무한 게 현실이다.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말해 무엇할까?
공연 배우들의 처후 개선이 정말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이긴 하다.
배우라는 직업은 일종의 업(業)이란다.
힘들고 어려운 업이지만
그 업의 기쁨과 고통을 아는 그들이 이제 무대 밖에서도 좀 더 편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보는 우리도 더 편할 수 있을테니까.
편안하게 행복할 수 있다면,
정말 충분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1. 9. 06:14

난 정말 이 작품이 너무나 좋다.
사랑스럽고, 이쁘고 그리고 애뜻하다.
서글프게 아름답고 눈부시게 따뜻하고
너무 포근하고 깊은 꿈처럼 행복해 영영 그 잠에서 깨고 싶지 않을 만큼 너무 많이 좋고 좋다.
꼭 양지바른 곳에 앉아 천천히 녹는 눈을 혼자서만 독차지하고 대면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다시 공연이 되면 캐스팅이 누가 됐든간에 어쨌든 꼭 봐야겠다고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내내 기다렸는데 고맙게도 다시,
그것도 겨울을 지나는 시간에 올려진 <The story of my life>
"스옴마" 폐인을 양산할만큼 초연때도 참 많은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초연때는 류정한-이창용 페어로 1번, 류정한-이석준 페어로 또 1번,
이렇게 두 번을 봤었다.
올해는 고영빈과 카이가 새로운 토마스로 무대에 서고
이석준과 이창용이 작년에 이어 앨빈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약간 뒤늦게 합류한 조강현 토마스와 정동화 앨빈까지...
(내가 살짝 기대하고 있는 New face ^^)

고영빈-이석준, 카이-이창용, 조강현-정동화.
주로 이렇게 페어가 나뉘어지는 것 같은데
나는 절묘하게도 고영빈 토마스에 이창용 앨빈으로 봤다.
(초반엔 이런 조합이 좀 있더니 점점 갈수록 크로스 캐스팅이 거의 없다. 카이-이석준을 한번 보고 싶은데...)
개인적으로 초연때 류정한-이창용 페어가 너무 괜찮았었고
그때 받은 이창용 앨빈의 순수하고 깨끗한 느낌이 참 인상적이었다.
한참 대선배와 함께 공연하는거라 긴장도 됐을텐데 앨빈역을 너무 잘해서 무지 이뻤다.
이석준 앨빈은 좀 순화해서 표현하면 어른아이같아서 보면서 좀 민망했다.
노래를 너무 힘겹게 부르는 것도 안스러웠고... 
<레인맨> 이후 한동안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고영빈의 컴백작.
미안한 말이긴 하지만 뮤지컬 배우 고영빈에게 노래에 대한 기대치는 그닥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영빈 토마스를 챙겨본 건,
연륜과 느낌을 믿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1년여 동안의 떠남이 뭔가 그에게 남긴 게 있을 것이라는 기대.
그런 것들이 이 작품과 참 잘 맞지 않을까 싶었다.

 



고영빈 토마스는 초반엔 조금 조급했다.
특히나 노래를 부를 땐 박자를 살짝 앞서가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그게 나빴다는 뜻이 아니라 왠지 의욕적으로 보여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고영빈이라는 배우가 이 작품에서 갖는 매력(?)이라면
능숙하고 편안한 노련함보다는 의외의 신선함인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가 배우 고영빈에게 오랫 연륜에서 비롯된 노련함을 꼭 보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창용 앨빈은 내가 기대했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 작품에서만큼은 이창용이 선배 고영빈을 이끌고 가는 게 확실히 보인다.
아마도 배우 이창용에게 스옴마는 평생 그의 손가락에 꼽히는 몇 안되는 작품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확실히 초연때보다도 한층 편안하고 여유롭다.
<The Stroy of My Life>라는작품이 한 배우를 멋지게 성장시키는구나 싶어 왠지 흐뭇하고 대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연때와 어쩐지 좀 다르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넘버들 음이 전부 한 음씩 다 낮아져서 그랬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류정한 토마스의 역량과 흔적이 느껴진다.
덕분에 배우들은 별로 힙겹지 않게 넘버를 부를 수 있게 되긴 했다.
(그래도 또 다시 보고 싶다. 류정한 토마스를...)

 

<The Stroy of My Life>와 <Thrill me>
젊은 남자 배우들이라면 꼭 하고 싶은 작품.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참 많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2인극 두 작품!
너무 좋은 건 올 겨울에는 이 두 작품을 전부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덕분에 올 겨울엔 버티기가 한결 수월하겠다.
딱 스옴마의 넘버 그대로다.
2011년은 2010년 보다 더, 훨씬 좋았어요...

<1876년>

1876년!
자동차도 없고  라디오나 TV 영화 다 없던 때였죠.
또 지금은 없는 병들도 많은 때였는데
그 때 누가 쓴 이야기를 우린 아직까지 읽어요.
1876년!
화장실도 없었고 또 지금과는 엄청나게 달랐었데요
매일매일 새로운 과학기술이 나와도
그 옛날에 쓰여진 글이 살아있어요.
난 책은 그저 글씨뿐이라고 생각했죠
근데 이 책을 읽을 땐 톰 소여가 보여
한번 나타난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아.
긴 세월을 넘어 영원토록 남아있어.
언젠가 이런 얘길 쓰는 게 내 꿈이죠.
1876년 작은 촌에 살던 한 사람이 이 모든 모험을 적었죠.
그 모험들에 숨을 불어넣어줬기 때문에
76년은 75년 보다 더, 훨씬 좋았어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16. 06:09


어쩌다보니 요즘에 예술의 전당 발걸음이 잦다.
조만간에 한가람 미술관도 찾아가봐야하는데...
예당의 자유소극장은 규모나 음향시설이나 딱 맘에 드는데
문제는 너무 멀다는 사실...
그래도 지금까지 자유소극장에서 본 작품들은 다 느낌이 좋았다. (주로 연극)
음악이 있는 연극 <미드썸머 Midsummer> 역시도.
OD 뮤지컬 컴퍼니가 벌써 10주년이 됐단다.
나름대로 기념(?)을 하고 싶었는지 "아주 특별한 2인극" 3편을 기획했고, 그 첫 작품이 바로 연극 <미드썸머>였다.
다른 두 작품은 10월에 공연될 뮤지컬 <The Stoy of My Life>와 연극 <The Blue Room>
(두 작품 역시나 기대중인 1인 ^^)
10년만에 처음으로 소극장 연극에 도전한다는 OD는 꽤 괜찮은 시도라를 한 셈이다.
대형뮤지컬 기획사 OD가 왠일이지 싶다가다 역시나 신춘수 대표가 참 영리한 사람이란 생각도 하게 된다.

제대로 이룬것 하나 없이 대충 살아온 조직의 똘마니 밥 역에 서범석, 이석준이
쿨한  이혼 전문 변호사 헬러나 역에 탤렌트 예지원이 캐스팅됐다. 
출연진도 꽤 괜찮지만 궁금했던 건 양정웅 연출이었다.
세익스피어의 원작 <한 여름 밤의 꿈>을 새롭게 구성한 작품이라니
아마도 양정웅 연출이 딱이다 싶긴 했을거다.
한국 연극 최초로 런던 바비컨 센터에 초청돼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젊은 연출가 양정웅은
연극계 대표적 스타일리스트로 불리면서 독창적이면서 파격적인 감각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그에게도 첫 상업 연극 도전이라 어떻게 연출했을지 많이 궁금했고 기대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공을 하루 앞두고서야 겨우 보게 됐다니...)


밥과 헬레나를 연기하는 두 배우는 2시간여 동안 시종일관 바쁘다.
무대를 한 번도 떠나지 않으면서
해설과 연기, 통기타연주, 의상, 심지어는 무대 셋트까지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부산스러울것 같은데 역시나 여우같은 두 배우는 순간순간 잘도 요리하더라.
극 중간에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대한 두 사람의 에드립 연기도 너무 재미있었다.
기타 어깨끈이 빠져서 다시 끼우는 서범석의 능청스러운 앙탈에 관객들도 박장대소하더라. 
연극의 묘미는 그런 것 같다.
같은 작품이지만 그날의 상황이나 실수에 따라 즉흥적이고 본능적으로 대처하는 배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
(아무래도 뮤지컬은 연극보다는 그런 면에서는 실수가 훨씬 적으니까...)
물론 실수가 너무 잦으면 배우로써의 역량과 자질이 심히 의심스러워지겠지만
이날의 공연은 즐기기에 딱 적당한 정도여서 유쾌했다.
<미스터 마우스>의 인우를 떠올리게 하는 서범석의 자폐 연기도 반가웠고...
늘 느끼는 거지만 서범석의 딕션은 참 정확하고 느낌 있다.
별 볼일 없는 조직의 똘마니 역은 또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
25살의 서범석은 또 얼마나 꽃미남이던지... 하하하!


예지원이 TV나 영화말고 무대 연기를 예전에 했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가끔 무대에서 그녀를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밥은 그래도 더블 캐스팅이지만 헬레나는 예지원 원캐스팅이었다.
이 작품에서 진정한 멀티맨(멀티걸?)의 모습을 보여주던 배우 예진원!
딕션도 얼마나 좋던지 정말 깜짝 놀랐다.
물론 작품 자체가 그녀의 전문분야라고 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물이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배우 예지원을 새롭게 발견했다.
노래도 정말 느낌있게 잘 불러서 또 다시 놀랐다.
‘Change is possible’
극에 등장하는 이 말이 그녀에게 정말 딱 어울린다.
그야말로 팔색조의 모습을 보여주던 예지원은
스스럼없이 객석으로 뛰어들어 관객을 연극 속으로 직접 끌여들인다.
과장된 연기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선을 잘 유지하는 균형감각도 너무 좋았다.
원캐스팅으로 2달 동안의 공연을 너무나 멋지게 잘 끌어온 배우 예지원은
큰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멋진 배우, 예지원!


midsummer는 일년 중 밤이 가장 짧은 하지(夏至)를 말한다.
꼭 사랑이니 청춘이니 인생이니 이런 거창한 것들이 아니어도 좋다.
살면서 짧게 지나가는 게 어디 이것들 뿐일까!
모든 건 다 잠깐이다.
그래서 바로 지금이 제일 좋은 순간이라고 연극이,
밥과 헬레나가 무딘 나를 향해 말하는 것 같다.
‘Change is possible’
생각하지도 못한 뜻밖의 일탈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에 이루어지는 거라면
그래, 그게 전부인거다.
그게 제일 좋은 거다.

사랑은 아프게 해. 사랑은 널 다치게도 해.
사랑은 마음을 아프게 해. 어떻게든 애써도.
사랑은 아프게 해, 사랑은 널 다치게도 해.
사랑은 마음을 아프게 해. 가끔씩 다시 원해도. 

이렇게 바로 곁에 있는듯한 우리,
거기에 멀리 보이는 산만큼의 거리.
이렇게 멀리 느껴지는 우리,
거기에 커다란 바다와 도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3. 20. 14:02

<디너>
원작: 도널드 마글리즈(Donald Marguiles)
연출: 이성열
공연기간: 2011. 3. 4 ~ 4. 3
공연장소: 대학로 예술극장3관
출연: 이석준, 정승길, 우현주, 정수영


작년에 산울림 소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꼭 보자고 생각하고 어이없이 놓쳐버린 연극이다.
미국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는 도널드 마글리즈(Donald Margulies)의 "Dinner With Friends’가 연극의 원작이다.
이 작품은 1998년 휴마나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이후 2000년 퓰리처 희곡상을 비롯해 루실 로르텔 상, 드라마티스트 길드 상, 미국 평론가 협회 신작희곡상 등을 수상했단다.
(참 모르는 이름의 상들이 많기도 많다...^^)
이후 미국 여러 도시에서 공연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단다.
물론 이런 이력들이 작품의 질을 전적으로 말해주는 건 아니겠지만(특히나 그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경우엔...) 제목만 들었을 때도 느낌이 좋았었다.

거기다 박정환을 오랫만에 뮤지컬이 아닌 연극 무대에서 볼 수 있어서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놓쳤다!
그의 게이브를 놓친 건 아무래도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아무래도 이래저래 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보게 될 것 같다. 
 순전히 박정환 때문에...
 그가 부르는 이영훈의 노래들이 무지 궁금하다. 윤도현이나 송창익, 김무열 보다도 더...
 옛날 가요를 부르는 박정환의 모습은 참 좋다. 
 생각해보니 뮤지컬 <동물원>을 본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다.)

 
12년 차 부부 이야기!
산전수전에 공중전, 그리고 원수같은 지겨움과 묘한 동지애 등등등...
참 설정 자체만으로도 할 말 많기도 그리고 할 말 없기도한 구조다.
신선함도 떨림도 흥미진진함도 난해한 숨은그림 찾기 처럼 점점 찾기 어려워지는 시간의 경과!
사랑이라는 거, 부부라는 거, 가족이라는 거...
더불어 개인이 갖는 인관관계 전반에 대해 되집어 생각하게 만든다.
이 모든 것들을 소처럼 우직하게,
그리고 꾸역꾸역 되씹게 한다.

벌써 다섯 번째 커플 연기란다.
이석준과 정수영의 탐과 베스.
추상미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 두 사람, 정말 부부같다.
그것도 징글징글한 부부!
그러면서도 이 부부의 관계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공감된다.
분노가 최고의 최음제가 될 수 있다는 탐(이석준)의 대사도 어떤 의미인지 알겠다.
10년 이상 된 부부들을 보고 있으면
일상이 싸움같과 그 싸움은 또 어이없는 슬랩스틱 코미디스럽다.
끝장과 새로운 시작!
뫼비우스의 띠처럼 참 오묘한 관계다.

 

게이브 정승길.
예전에 남산에서 <내 심장을 쏴라>에서 철학자로 나온 모습이 그와의 첫 대면이었다.
그때도 참 느낌이 좋았었는데
<디너>에서는 정말 맞춤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
(정승길의 <루시드 드림>을 봤어야만 했었다... 또 다시 때늦은 안타까움이라니...)
사실을 고백하자면 작품을 보면서
공감이 가장 많이 됐던 인물도, 그래서 위태로움을 가장 많이 느꼈던 인물도 게이브였다.
끝장을 선택하는 부부보다 피아노를 배우는 걸 선택한 게이브가 나는 더 측은하고 안스럽다.
그래도 그런 선택이 부부를, 가족을,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온전하게 유지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탐과 베스, 게이브와 카렌.
두 부부 중 누구의 가치관과 선택이 옳은 건지는 알 수 없다.
또 옳다 한들 꼭 그게 정답이 될 수도 없다.
막막하지만 그게 삶이고 일상이다.
함께 식사를 하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놀라고 괴로워하지만
다시 또 다시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밥을 넘기게 되는 게 일상이다.

사랑과 음식!
이 두 가지는 공통점이 많다.
준비하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고, 적당한 장식으로 시각적인 즐거움도 줘야하며, 유쾌하게 함께 나눌 이야기도 한두개쯤은 꼭 생각해둬야 하고, 그리고 결국엔 꽉 찬 포만감으로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다 유효기간이 지났음을 알게 되면,
선택이라는 것도 해야 한다.

‘사랑이...어떻게 안 변하니?’
영원히 함께함의 공포!
포스터의 문구들은 순간순간 그 선택이라는 걸 섬득하게 만든다.

부부라는 건,
그리고 부부로 산다는 건,
더 이상 남자와 여자라는 생물학적인 성의 결합이 아니다.
어쩌면 부부는 제 3의 성(性)으로 새롭게 분류되어야만 할지도 모르겠다.
탐의 선택도 게이브의 선택도 나는 결코 인정하지 않으련다.
그리고 베스와 카렌도...
문득 차가운 물을 벌컥이며 사납게 마시고 싶어진다.
왠지 목구멍으로 달게 넘어갈 것 같다.
그들의 식탁속에 내가 잠시 끼어 앉아있었던 게
잘 한 짓이었을까? 아니면 그 반대였을까?
많은 생각을 두서없이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부부(夫婦)라는 인간관계의 접경지대가 문득 불모지처럼 황량하다.
불모지엔 생명이 없으리라는 확신은,
그러나 매우 위험하고 옳지 않은 믿음이다.
뜻밖의 일은,
어느 곳이라도 의외의 모습으로 파고들 수 있다.
그러니 확신은 끝장보다 더 황폐한 불모지다.

* 암전 속에서 끊임없이 그러나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무대 크루들의 모습은 상당히 아름다웠다.
  소음에 유난히 민감한 몹쓸 귀를 가진 나지만,
  이들이 내던 무지 조심스럽고 정성이 담긴 소음은 달콤한 디저트 같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