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2. 16. 08:14

 

<레베카>

 

일시 : 2016.01.05. ~ 2016.03.06.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류정한, 민영기, 엄기준, 송창의 (막심 드 윈터) / 김보경, 송상은 (나)

        신영숙, 차지연, 장은아 (덴버스 부인) / 최민철, 이시후 (잭 파벨) / 김희원,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종문, 허정규 (줄리앙 대령) / 이정화(베이트리체), 정수한 (가일스), 윤선용 (프랭크 크롤리), 김순택 (벤)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솔직히 말하면 난 이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뮤지컬보다는 오히려 원작이,

그리고 원작보다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가 훨씬 더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이번 시즌도 그냥 넘길 생각이었는데

뒤늦게 류정한이 막심으로 합류하게 돼서 이렇게 관람까지 이어졌다.

딱 한 번만 관람할거라 캐스팅 선택이 신중해지더라.

막심과 덴버스 당연히 류정한, 신영숙이고,

잭 파벨은 예술단을 나온 후 행적이 묘연했던(?) 이시후 배우로

"나" 지금까지 출연한 배우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송상으로 선택했다.

 

결론은,

괜찮은 선택이었다.

송상은 "나'는 김보경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확실히 더 풋풋하고 애띤 느낌이었고

잭 이시후는 다른 모든걸 떠나 다시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게 좋더라.

(물론 조금 더 비열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었고...ㅋㅋ)

김희원도 작품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했줬고

신영숙 덴버스과 류정한 막심은 비교 불능하게 탁월하다.

누군가는 이런 표현을 하더라.

두 사람은 넘사벽들이라고.

격하게 공감한다.

나 역시도 이 두 배우 때문에 이 작품을 본거니까 ^^

이쯤되면 두 배우가 못해낼 배역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사심 담은 캐스팅 제안을 해보련다,

류정한 헤드윅과 신영숙 이츠학!

살짝 낮설긴 하겠지만,

이 캐스팅이 실현되면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겠다.

그런데 더 중요한건,

류정한, 신영숙 두 배우 모두 한 치의 의심없이 매우, 심하게, 너무 잘 할 것만 같다.

아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최초로 50대의 헤드윅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쓰고 나니 정말 그래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스멀스멀...)

 

* 레베카로 시작해서 헤드윅으로 끝을 맺은

  내가 생각해도 심각하게 뻘쭘한 후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0. 23. 07:59

<뿌리 깊은 나무>

 

일시 : 2014.10.09. ~ 2014.10.18.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원작 : 이정명 <뿌리 깊은 나무>

대본, 작사 : 한아름

작곡, 편곡 : 오상준

연출 : 오경택

예술감독, 총안무 : 정혜진

출연 : 서범석(세종) / 임철수, 김도빈 (강채윤) / 최정수, 박영수 (무휼)

        이시후 (성삼문), 김백현 (가리온) 외 서울예술단원

제작 : (주)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의 새로운 창작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가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기념으로 10월 9일 한글날 기념적인 첫공연을 올렸다.

한아름, 오상준 콤비에 서범석과 임철수가 객원으로 참여한다는 소식에 "must see!"를 다짐했던 작품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공연 기간은 너무나 짧았고,

그래서 입소문이 제대로 나기도 전에 끝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사람은 다 본다.)

끝난 공연을 포스팅하는게 좀 뒷북같긴 하지만 그래도 짧게라도 코멘트를 남기련다.

 

작품은,

역시나 서울예술단이기에 가능한,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스러운 작품이었다.

그리고 확실히 서울예술단 단원들은 서울예술단 작품을 할 때가 가장 그들답고 아름답다.

그들이 함께 무대에 서면

주조연을 구별하는 것도, 출연분량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것도 참 부질없다.

내 앞에 펼쳐진건 그들 모두가 정성을 다해 그려낸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심지어 그 그림 속에는 아련하고 그윽한 향(香)까지 느껴진다.

최고는 아니지만 자기 자리에서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게 그대로 보여진다.

그리고 나는 서울예술단의 그런 모습이 언제나, 너무나 좋을 뿐이다.

 

 

얼마전에 예술단 단원이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연습하면서 서범석 선배에게서 후광을 봤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는 단지 후배가 선배에게 느끼는 존경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작품 속에서 세종으로 분한 서범석의 아우라를 실제로 보니 그 말의 의미가 충분히 이해되더라.

연기도, 노래도, 전체적인 위엄과 분위기도 진심으로 왕다웠다.

배우 서범석이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하는 군주의 모습이더라.

이 작품 보면서 서범석이 "화성에서 꿈꾸다"의 정조를 해도 정말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내 머릿속에서 정조는 only 민영기뿐이었는데...)

 

역시나 서울예술단 작품답게 타악기의 활용도, 배우들의 군무도 탁월했고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영상을 생동감있게 표현한 것도 참신하면서 흥미로웠다.

<소서노>에 이어 무대 바닥까지 꼼꼼하게 활용한 영상효효과도 좋았고

마지막 장면에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나비처럼 날아다니게 만든 연출은 베스트였다. 

그리고 2막 채윤과 성삼문의 격구장면 연출,

아주 멋졌다!

어린 채윤과 세종이 어른이 되는 모습을 오버랩시킨 것도 좋았고

무휼의 누나가 공녀로 끌려가는 장면에서 하얀 상여를 등장시킨 장면은 뭉클했다.

너무나 간곡하고 절실한 은유라서 많이 아프더라.

때로는 시같고 때로는 그림같던 무대였고 작품이었고 장면이라 여운이 깊다.

배우들 모두의 정성이 깊이 담긴 작품이더라.

심지어 어린 채윤역의 아역까지도 어쩜 그리 잔망지게 잘하던지...

공연기간만 충분히 확보되고 계속 피트백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은데...

짧은 공연기간이 내내 아쉽고 아쉬울 뿐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런 아쉬움이 서울예술단 작품의 매력이기도 하고!

작품의 완성도도 그렇고, 공연기간도 그렇고,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고

자꾸 뭔가 부족함의 여지를 남겨 아쉬움과 그리움을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묘한 힘.

그 빈 여백의 가능성이 나는 너무나 좋다.

그래서 작품이 끝나고 커튼콜이 시작되면 매번 자리에서 저절로 일어서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완벽함에 감동한 기립이 아니라

내가 본 가능성에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는 기립.

 

분명한건,

서울예술단 작품은 뭐가 됐든 끊임없이 발전할거란 사실이다.

그걸 믿기에 그들이 보여주는 작품에 매번 기쁘게 박수쳐줄 준비!

 나는 언제나 되어 있다.

 

커튼콜때 두 손을 곱게 모은 박영수 무휼이 서범석 세종을 바라보던 눈빛...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숱한 의미가 담겨 있던 그 눈빛.

   뭉클함이 느껴질만큼 참 아름다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20. 08:37

<푸른 눈 박연 - 하멜표류기>

일시 : 2013.11.10.~ 2013.11.17.

장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극본, 작사 : 김효진

작곡 : 김경육

연출 : 이란영

출연 : 김수용, 이시후 (박연), 김혜원(연리), 박영수(덕구) 외

제작 : 서울예술단 

 

개인적으로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시리즈를 너무나 좋아한다.

서울예술단은 올 해만도 <윤동주 달을 쏘다>와 <잃어버린 얼굴>에 이 세번째 작품<푸른 눈 박연>까지 참 쉼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잃어버린 얼굴>은 여행과 겹쳐지면서 관람을 못해서 내내 아쉬워하면서 지금 열심히 재공연 되기만을 기다리 중인데... 기약이 없다!

성남 아트센터...

서울예술단 공연이 아니라면 결코 거기까지 가진 않았을거다.

제발 부탁인데 서울예술단은 공연 기간 좀 길게 해줬으면 좋겠다.

서울예술단 공연에 기갈들린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러다 시위라도 할 판이다.

 

<푸른 눈 박연>

조선시대 최초 귀화 서양인 "얀 얀스 벨테브레(Jan Jans Weltevree)" 이야기.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느낌이었고

영화 <월컴 투 동막골>과 뮤지컬 <쌍화별곡> 떠올리며 엄마미소를 짓게 만드는 작품이다.

스토리 자체는 크게 매력적이진 않았지만

(너무 뻔한 이야기라서...)

장면 전환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춤은 역시나 서울예술단 가무극 시리즈답게 좋았다.

<바람의 나라>같은 웅장한 임펙트와

<윤동주 달을 쏘다>같은 비장미는 없었지만 "맑음"을 생각케하는 작품이다.

아주 성실하고 기본에 충실하다는 느낌.

서울예술단이라는 브랜드에는 솔직히 좀 못미치는 작품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의미있고 흥미로운 작품임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일부러 이시후 박연으로 봤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윤동주 별을 쏘다>에서 발음의 기억때문에 살짝 망설이긴 했지만

작품과 배역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발음도 그동안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고 넘버소화력도 너무 좋아 솔직히 여러번 감탄했다.

주연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못알아볼 정도로 살이 너무 많이 빠졌던데 그만큼 이 작품에 모든 걸 던졌던 모양이다.

그의 엄청난 열정과 노력이 결국 단점을 장점으로 일으켜 세운 셈이다.

확실히 서울예술단의 F4들은(이시후,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 뭘 하든 인정을 받을 수밖에 없겠다.

게다가 이시후는 오랫동안 무용을 해서인지 몸의 움직임과 선의 흐름이 정말 너무나 좋다.

이건 배우로서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 될테고 여기에 연기력까지 믿을 수 있게 됐으니

조만간 다른 단원들처럼 외부작품 러브콜이 오지 않을까 싶다.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한 금은동(최정수, 김도빈, 조풍래)은 극의 양념같은 존재들이었고

덕구 박영수는 칭찬을 안 할려야 도저히 안 할 수 없다.

그의 덤블링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바람의 나라> 괴유가 또 너무나 보고 싶어졌다.

몸이 어찌나 가볍던지...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엽고 순수한 바보라면.

정말이지 평생 감자만 먹고 살아도 충분히 행복하겠다.

박영수는 대사톤도 노래부를 때 톤도 너무나 좋다.

(이런 목소리는 보험들어서 보호해야 하는데...)

아주 진지하고 그리고 똑똑한 배우.

주조연을 막론하고 작품 속에서 자신의 포지셔닝을 귀신같이 잘 찾아내는 배우다.

fade in, fade out 에 정말 능해서 이 녀석이 나오는 작품을 볼 때마다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만든다.

(아마도 이 녀석 때문에 "요셉어메이징"도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뭔가 큰 걸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어쩌면 기대보다 못한 작품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눈과 마음이 오래 머무는 참 고운 작품이었다.

늘 웅장하고 감동적이고 화려할 필요는 없다.

서정적이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도 충분히 의미있고 가치있다.

<푸른 눈 박연>이 딱 그랬다.

처음엔 스크린을 이용한 무대가 좀 조잡하고 휑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야기와 배우들에 빠져서 보다보니 그것도 또 의외의 소박함이 있더라.

풍속화를 보는 듯한 친슥함도 느껴지고...

넘버들은 전체적으로 아주 좋았고,

음악과 춤이 약간씩 어긋나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음악은 장중한데 춤이 가볍거나 혹은 그 반대)

그래도 서울예술단의 군무는 확실히 기대치를 갖고 보게 된다.

흥겨운 놀이판 같은 장면도 항상 들어가고...

서울예술단 공연에서 군무가 돋보이는 이유는

오랫동안 함께 손과 발을 맞춰온 사람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결속력과 끌림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적인 소재를 찾아내 새로운 형식의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저력은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고!

서울예술단은 정말이지 기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게 만든다.

아무래도 조만간 유료회원에 가입하게 될 것 같다.

이토록 사랑스럽고 조용하게 위대한 도깨비들을 어이 할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