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3. 15. 15:48

 

<미저리>

 

일시 : 2018.02.09. ~ 2018.04.15.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원작 : 스티븐 킹 <미저리>

번역 : 송병준

연출 : 황인뢰

출연 : 김상중, 김승우, 이건명 (폴) / 길해연, 이지하, 고수희 (애니) / 고인배 (버스터)

제작 : (주)크리에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

 

18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 배우 김상중.

공교롭게도 그의 마지막 연극 무대가 바로 여기 연강홀이었단다.

아마도 감회가 남다를듯 ^^

영화로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공연을 하는 배우 입장에선 불편한 작품일 수 있겠다.

등장인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장소로 한정되어 있어서

소위 말하는 배우의 밑천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라 하겠다.

특히 남자주인공 "폴"은 교통사로로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라 움직임에 제한이 있어

배우로서 포현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인물이다.

움직임이라고 해봐야 버둥거림이 전부이고

목소리와 표정으로 이 모든 것들을 다 전달해야만 한다.

그래서 김상중이라는 배우가 이 역할을 하게 된거로구나 싶다.

 

작품은,

영화만큼은 아니었지만 재미있었다..

김상중의 연기는 두 말 할 필요가 없긴 했지만

금방이라도 "그런데 말입니다!"가 튀어나와야만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럴땐 익숙하다는게 실(失)이 되지 싶다.

이지아는 설정이 그렇게 한 것 같긴한데 너무 up set 됐다.

개인적으론 김상중 폴과는 "길해연" 애니가 더 좋았겠다.

길해연 특유의 갈라지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극의 긴장감에는 더 효과적일 것 같아서....

하지만 이 모든건,

못 본 캐스팅에 대한 막연한 아쉬움일 뿐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2. 6. 06:15

<The Vagina Monologues>

일시 : 2011.12.02. ~ 2012.02.10.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출연 : 김여진, 정애연, 정영주, 이지하
원작 : 이브 엔슬러 (Eve Enster)
연출 : 이유리
프로듀서 : 이지나


1998년 뉴옥 초연 이후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는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어느새 한국 초연 11주년이 됐다.
2001년 초연 당시엔 파격적인 소재와 대사로 특정 단어를 블라인드로 처리해서 보도하고 일부 관객은 음란물과 다를 바 없다며 항의하기도 했단다.
지금 이런 이력을 들으면 격세지감이 느껴지지만 초연될 당시엔 공연계에 꽤나 큰 이슈가 됐었다.
지금같이 음난물의 홍수 속에서야 이런 내용쯤은 그저 코웃음거리에 불과하겠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어 제목을 아무렇지 않게 발음하기엔 솔직히 난감함이 있다.

연극이 유명해지기 전에 책으로 먼저 읽었었다.
솔직히 그때는 별 감흥이 없었다.
연극으로는 어떨지 궁금했는데 11년이 지나서야 겨우 보게 됐다.
처음 공연했을 때는 출연하는 배우가 한 명이었다는데
지금은 세 명의 배우가 나온다.
(마치 공개방송 토크쇼같은 느낌이다.)
정애연, 정영주, 이지하.
배우 정애연이 다른 두 명의 출연자에 비하면 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상당히 좋았다.
딕션과 감정표현, 말의 톤과 속도도 잘 조정하는 것 같다.
20년 가까이 뮤지컬만 했다는 정영주가 선택한 첫번째 연극 작품!
역시나 작품의 액센트 역할을 여기서도 여지없이 해낸다.
(정영주가 없었다면 다분히 밋밋하고 심각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극단적인 감정 연기가 필요한 부분은 배테랑 연극배우 이지하가 꼼꼼히 채워준다.



신비한 우주, 보지 - 산부인과 의사가 들려주는 이야기
음모 - 30~40대 중산층 여성의 이야기
그가 그것을 보고싶어했기 때문에 - 20대 커리어우먼과 그녀를 사랑한 남자친구 이야기
작은 짬지 - 동성애자 이야기
홍수 -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70대 할머니 이야기
보지 워크샾 - 처음으로 경이로운 오르가즘을 경험한 40대 여성 이야기
긴 머리 남자 - 남편에게 폭행당하는 아내 이야기
말하라 -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
My angry Vagina

9개의 모놀로그 중 개인적으론 이지하 부분이 제일 맘에 들었다.
이 사람 참 연기 잘하는구나 다시 한 번 절감하면서...
핀 조명 하나를 받으면서 
덤덤하게 책을 읽어가다가
점점 격양된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솔직히 나는 조금 더 적나라하고 솔직한 작품이길 기대했다.
11년의 내공이 쌓인 작품이니 조금 더 그랬어도 돼지 않았을까?
의도적으로 연출된 몇몇 장면들은 기름과 물처럼 이질감이 느껴진다.
누가 봐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 분명한데 절대 안 짰다고 우기는 그런 구성들.
그리고 작품의 클라이막스에 해당되는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 "말하라"는 
너무 교육적(?)이라 오히려 불편했다.
너는 왜 이런 진실을 다 잊고 사니!
너 참 나쁜 사람이구나! 
꼭 손가락질하면서 책망하는 것 같아서...
(당신들도 그렇게 살았쟎아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기대가 너무 컸었나?
어쩌면 이날 느닷없이 펑펑 내린 흰 눈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커다란 창가에 앉아서 한참을 바라봤다.
순간 땅으로 떨어지는 하얀 눈이 글처럼 읽혔다.
또박또박, 그 행간의 여백들이...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기형도가 떠올랐다.
그걸로 어쩌면 모든 건 이미 끝난 건지도 모르겠다.
눈 속에서 나는 나만의 모놀로그를 읊고 있었다.
총.총.총.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