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7. 29. 06:04
뮤지컬은 아닌데 이상하게 연극은 일본 작품들이 성황이다.
장기공연되고 있는 <웃음의 대학>,
유쾌하고 즐겁게 관람했던 <너와 함께라면>,
약간 몽환적이고 사이코스런 <기묘여행> ....
이것 말고도 일본 작품들을 꽤 본 편인데,
(참 변변찮은 기억력이라...)
지금껏 봤던 일본 연극들은 상당히 괜찮았다.
그야말로 오타쿠를 만들어낼 만큼 확실이 뭔가가 있긴 했다.

 

<키사라키 미키짱>
우리나라 <김종욱 찾기>처럼 무대위에서 먼저 인정받은 작품이다.
2003년 일본에서 연극으로 발표된 이후 2007년에는 영화로 제작됐다.
그리고 이듬해 우리나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석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울만큼
영화 역시도 상당한 마니아층의 찬사를 받았다.
<미녀는 괴로워>, <고요테 어글리> 같은 뮤비컬에 멋지게 역주행한 작품이라 하겠다.
자살한 아이돌 여배우와 오타쿠 삼촌팬들의 조합이라...
어쩐지 좀 느물거리릴 것 같고 부도덕할것만 같은 우려와는 달리
이 다섯명의 오타쿠 아저씨들 정말이지 너무 귀여우시다!
우리나라도 걸그룹에 열광하면서 개인 컬랙션 소장에 혈안이 된 삼촌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그 심정 백번 이해하고도 남겠다.
처음엔 이게 왠 낮부끄러운 롤리타스런 작태인가 싶어 가자미눈을 뜨기도 했었는데
강동원, 현빈, 원빈, 유승호를 보면서
"누난 너만 있으면 돼!"라고 대리만족하는 이모팬들과 뭐가 다를까 싶다.
(아무래도 내가 나이를 먹긴 했나보다 ㅠ^ㅠ)

 <키사라기팀>

 <미키팀>


이제 막 뜨기 시작한 섹시 아이돌 여배우 "키사라기 미키"
어느날 그녀가 메니저에게 "이제 난 안 되겠어! 그동안 고마웠어!" 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기고
집에 불을 질러 자살한다.
시간이 지나서 사망한 1주기 되는 날,
그녀를 잊지 못하는 다섯 명의 오타쿠 삼촌팬들이 드디어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가진다.
외견상은 미키의 1주기 추모식이지만
그녀의 죽음이 자살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닉네임 기무라 타쿠야의 말에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졸지에 결정적인 용의자로 의심을 받게 된다.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긴장감이 넘치다가도 대책없는 폭소를 자아낸다.
(정말 오랫만에 박장대소 여러번 했다)
마지막까지 엎치락 뒤치락 전개되는 이야기는
관람하는 사람을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든다.
연기자들 역시 참 열심이다.
그 열심이 무대애서 때론 과장된 성량과 액션으로 나타나지만 
솔직히 뭐 어떠냐 싶다.
어차피 설명불가, 이해불능, 오매불망 오타쿠들이신데...
오랫만에 중장년층 배우들이 골고루 포진되어 있는 연극을 보는 재미는 정말 특별했다.
요즘 젊은 아이돌 일색의 무대에 아마도 내가 좀 치쳤었던 모양이다.

 

이 연극은 모델출신 연기자 김남진의 무대 데뷔작이기도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얼마전엔 연기자와 감독들이 공연장을 많이 찾는다는 후크성 기사도 봤다.
역시 연예인이라는 인맥의 힘을 무시하진 못할 것 같다.
김남진이 속해있는 키사라기팀은 안봐서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미키팀 공연은 상당히 재미있고 유쾌했다.
(그렇다고 뭐 굳이 두 번 찾아볼 정도까자는 아니고...)
이해제의 각색과 연출은 역시 실망을 안겨주지 않는다.
일본의 오타쿠문화를 어떻게 한국적으로 해석하고 보여줄지 좀 궁금했었는데
거부감없는 깜찍 발랄(?)한 작품을 만들어낸 것 같다.
장기공연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서울 공연은 8월 초에 곧 끝나는 것 같다.
초연치고는 입소문도 제법 난 작품인데 이게 혹시 전부 김남진 효과였을까?
그랬다면 좀 씁쓸할 것 같다.
그러기엔 김남진이라는 배우가 인기있는 스타급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엔 미키팀 공연날 관객이 너무 적고...
이 작품으로 김남진도 많은 걸 배우고 즐기게 됐다고 하는데
그의 배우 인생도 덕분에 업그레이드 됐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TV에서 가끔 봤던 연기자 김남진은 어색한 연기와 표정때문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쪽이었다)
그래서 진정한 오타쿠를 양상하는 그런 배우로 거듭날 수 있기를...
(보지도 않고 이런 말 하려니 조금 민망하긴 하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8. 3. 06:16


오랫만에 연극 한 편을 봤다.
<연극열전3> 여섯 번째 작품 <너와 함께라면>
연극 <웃음의 대학>을 쓴 일본 작가 미타니 고우키의 작품으로 역시 코믹이다.
연출은 내가 좋아하는 이해제,
출연 배우들도 탐나는 배우들이라 미리부터 예매했던 작품이다.

기간 : 2010.07.23 ~ open run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
출연 : 서현철(아버지), 추귀정 (어미니), 
         큰 딸 (이세은). 작은 딸 (김유영)
         남자친구 (송영창), 남자친구 아들 (박준서)
         이발소 직원 (조지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무지, 엄청, 유쾌하고 황당하게 재미있는 연극이다.
보는 내내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마치 웃음소리를 계속 틀어놓은 시트콤처럼...)
2시간 동안 시종일관 사람을 쥐고 흔들면서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모든 상황이, 모든 대사가, 모든 행동이 전부 다.
그런데 그게 억지스럽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있다는 사실.
사실 코믹물은 억지스런 짜맞추기 같아 개인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 이 연극은 전혀 그렇지 않다.
너무나 황당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 상상을 해보자.
내가 부모인데 28살 꽃다운 나이의 큰 딸내미가
어느날 결혼을 하겠다며 애인 사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인다.
가족들이 "청년 사업가"로 알고 있는 
그 사람이 사실은 "청년 사업가"가 아니라는 거다.
그 오해의 부분이 차라리 "사업가" 라는 부분이라면 천만 다행일텐데
문제는 "청년"이 아니라는 부분에 있다는 거다.
딸의 남자친구는 73세의 파파 할아버지.
딸의 할머니와 같은 해에 태어난 분으로 엄연한 경로 우대증 소지자시다.



어찌어찌해서 아빠와 여동생에게는 이 사실을 밝혔는데 문제는 엄마!
엄마에게 사실을 말하려고 하는 게 
오히려 거짓말에 거짓말 꼬리 잡기가 되고 만다.
노령의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와
한참 젊은 예비 장인(?)에게 "아버님!, 아버님!"을 연발하며 점수를 따기 위한 필살기 중이시다.
(섬뜩섬뜩한 귀엽성이 있더라. ^^)
설상가상으로 노인의 아들까지 찾아와 이야기는 더 꼬인다.
아들은 엄연히 남편이 있는 그 집 어머니를 자신의 아버지와 사귀는 분으로 착각하고
구렛나루를 휘날리며 "엄마! 엄마!"를 연발한다. 
급기야 건장한 아버지는 이웃집 게이 남자로 둔갑해 버리고
이발소 종업원의 멀쩡한 눈은 졸지에 사시가 되버린다.



마치 탁구 경기를 보는 것 같다.
서로 받아치는 대사들은 탄력성 있고 하나하나 똑똑 튄다.
(원래 거짓말이라는 속성이 그렇긴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감탄스러울정도로 능청맞다.
늙은 남자친구 역을 맡은 송영창이 예비 장인을 향해 날리는 필살기는 은근히 귀여운 게 중독성이 있다.
큰 딸 역의 이세은은 첫 연극 무대 데뷔인데 사실 좀 놀랐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 틈에서 대략 묻어가겠거니 했는데
딕션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철없는 표정연기가 일품이더라.
작은 딸 김유영은 <스프링 에웨이크닝> 이 후 두 번째 작품인 것 같은데 신인같지 않은 안정감이 있다.
약방의 감초같은 역할...
거짓말의 퍼레이드는 오히려 그녀의 입에서 더 부풀려지고 한층 업그래이드 된다.
story-maker 역할이 바로 그녀인듯 싶다.
커튼콜때 그녀의 코에서 튕겨나온 땅콩은 내 손에 정확히 맞았다. (브라보~~)



연극에서 누구보다도 돋보였던 사람은 역시 아버지 역의 서현철.
예전에 <판타스틱스>라는 뮤지컬에서 유랑극단 대표로 나왔을 때도
얼마나 맛깔스럽고 재미있게 연기를 하던지 연신 감탄하면서 봤었는데
이번 연극은 서현철이라는 배우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케 하는 작품인 것 같다.
소위 "물 만난 고기"라고나 할까?


말투와 표정, 행동들 하나하나가 전부 다 재미있고 유괘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것도 억지스러운 게 아니라 너무 자연스러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맨발에 파자마 바람, 헝클어진 머리로 편안한 일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는 아빠에게
쓰나미같이 벌어지는 가공할만한(?) 상황.
상당히 불편하고 거북스런 상황을 이렇게 유머와 위트로 만들 수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하다.

출연하는 배우들 7명 모두가 아주 똑 떨어지게 연기를 잘 한다,
과장스럽긴 해도 그 과장이 어디까지나 이 연극속에서는 오버처럼 느껴지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
그래서 2시간 동안 충분히 즐겁고 유쾌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다시 보라고 해도 처음 보는 것처럼 큰소리로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야말로 <너와 함께라면>
분명히 재미있고 유쾌한 시간을 다시 한 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랫만에... 오랫만에...
박장대소하면서 기분 좋아지는 연극 한 편을 봐서 아직까지도 흐뭇하다.
끈적끈적해서 불괘지수 높아지는 이 여름에
시원한 청량감마저 느껴지는 그런 연극 한 편을 만나다.
<너와 함께라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14. 23:11

 

오랫만에 대학로에 나가 연극 한편 봤다.
내가 좋아하는 연출가 이해제의 작품 <설공찬전>
고전소설 <설공찬전>을 각색한 연극,
고소설은 귀신이 강림해서 저승에 머물면서 들은 이야기로 현실을 비판한다는 내용이란다.
지금 연극에선,
사촌 아우의 몸을 빌려 이승으로 돌아온 설공찬이
아비에게 못다한 효를 행하기 위해 권력을 얻으려 하는 내용이다.
재미있다. 충격적이고 실랄하다.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꼭 보게 만들고 싶은 연극,
솔직히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두 진짜 빙의된 자들은 아닐까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그런데 그건 확실히 아닌 것 같다.
그려려면 최소한 해학이나 풍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순전 막가파들의 투전판 같으니....



아비보다 먼저 저승으로 떠난 아들 설공찬은
효를 행하기 위해 20일의 기한을 받아 사촌동생의 몸을 빌어 이승으로 돌아온다.
관직에 오르기 위한 숙부와의 거래.
그러나 현실의 부정함과 아비의 간절함을 깨닫고 부패한 사람들의 몸 속을 넘나들며
거침없는 비판과 독설로 투전판같은 세상을 휘젖는다.
오늘날의 위정자들께서도 아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더 가지려고 아둥바둥하지 마시라고.....
그런 빙의된 모습으로 살다가는
언젠가 영매에게 쫒겨 쥐고 있던 모든 건 훌훌 놓고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손 안의 것 전부 가지고 가지 못한다면,
당신네들은 그 손을 여기 두고 가실텐가????
아무리 가지려고 쥐고 또 쥐어도
당신 손이 거머쥔 것이라고는 "귀신놀음",
그 뿐이라는 걸 저기 저 사람들이 모두 알았으면 좋겠네.

"가진 손보다 빈 손이 더 무겁구나..."
무섭고 두려운 말이 아닌가 !
투전판 위의 당신들에겐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