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의 검은 잎'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2.11 <정거장에서의 충고>
  2. 2009.03.15 봄 나들이...
읽고 끄적 끄적...2011. 2. 11. 06:22
한때 기형도의 시를 몽땅 외우리라 작정한 때가 있었다.
그때는 나도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인 시절이었고
(그렇다고 지금이 뭐 다채로운 색채를 띄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래서 아무도 나를 들춰보지 않았던 때였을지도 모르겠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그의 시집이 너덜거릴 때까지 읽으면서
마지막 시작노트까지 깡그리 외우자 작정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시작노트는 달달 외우기도 했었다.
그는 한번이라도 생각했던 적이 있었을까?
그가 29의 나이에 신화가 되리라는 것을...
기형도의 시는 참혹할만큼 아름답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읽으면 누구라도 신병(神病)을 앓게 된다.
그는 우리에게 신내림의 형벌을 남긴채 차가운 삼류극장 그 싸늘한 자리에서 세상과 이별했다.
그가 세간의 말처럼 동성애자였는지 아니면 평소처럼 밤거리를 헤매다 발을 쉬기 위해 잠시 들른 곳이
하필 그곳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죽음 자체도 이미 하나의 원형(原形)이 되버린지 오래다.
한창 기형도에 빠져있을 때 성지순례하듯 종로의 낙원상가 뒤 그 극장을 배회했던 적도 많았다.
생각했었다.
그렇게 축축하고 가엾고 힘들고 아름다운 시를 썼으니 몸이 남아나지 않았을거라고...



"기형도의 삶과 문학"이라는 부재가 달린 이 책은
2009년 3월 기형도의 사망 20주기에 맞춰 발간된 책이다.
성석제, 이광호, 박해현 등 그와 특별한 인연이었던 친구 혹은 후배 문인에 의해 만들어진
일종의 헌정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쓸쓸하게 아파서 도대체 이 책을 다 읽을수나 있는건지 의심스러웠다.
겨우겨우 다 읽고 났을때도 또 다시 오랫동안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원래 계획은 바로 이어서 그의 <입 속의 검은 잎>을 다시 읽자는 마음이었는데...
아무래도 그 시집은 3월 그의 22주기쯤에나 시도해야 할 것 같다.
내리 앓을 자신이 너무 없어서...
솔직히 그 시집의 책장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자신이 도저히 없다.



제 1 부,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를 읽는 시간
제 2 부, 기억할 만한 지나침 - 기형도와의 만남
제 3 부,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  기형도 다시 읽기 


제일 읽기가 수월한 부분은 2부였다.
그를 알고 있던 지인들이 추억처럼 들춰낸 이야기.
편안하지만 아프게 읽은 부분.
기형도가 좋은 음성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도
그래서 노래를 잘 불렀었다는 것도
(실제로 동료 문인의 결혼식 축가도 불렀단다)
결벽증에 가까운 글쓰기 습관을 가졌었다는 것도
술을 거의 못마셨었다는 것도...
(이제 그는 모두 과거시제가 됐다)
김훈, 이문재, 임우기, 성석제가 쓴 글 속에는 기형도에 대한 벗으로써의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그를 실제로 알지 못하는 나조차도 기형도를 생각하면 아득한데
이들은 얼마나 아득했을까?
이 글을 쓰면서 그들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니 안스럽다.
기형도에 대한 학문적인 평론을 모은 3부는,
상당히 전문적이고 심도있는 글이라 어렵고 지루할 수도 있지만
기형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봤을 글들이다.
그래서 한 곳에 모여있는 이 글들이 나는 다행스럽고 기쁘다.
특히 신화비평에 탁월한 남진우의 글은 다시 읽어도 새롭고 흥미롭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다 읽고 한참 방황(?)하고 있던 때에
시나리오 작가였던 최고은(32)의 타계소식을 들었다.
요즘 세상에 설마 사람이 아사(餓死) 할 수도 있을까 생각했는데
어쨌든 그녀는 믿기지 않게도 굶주림으로 사망했다.
그녀가 문틈에 남겼다는 쪽지...
“창피하지만 며칠 째 아무 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과 김치가 있다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달라......”
만약 이 쪽지가 일찍 발견됐다면 그녀는 지금 이 세상에 있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랬을 수도,
아니면 그렇치 않았을 수도...

작가의 궁핍은...
여전히 맹수처럼 잔인하고
오랜 지병처럼 서럽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3. 15. 22:35

겨우내 많이 움츠려 있었네요.
보약 한 첩 지으러
봄 나들이 갑니다....


먼저 어떤 약이
겨우내 허해진 몸에 맞을지
진맥을 보는 중입니다.


소설 코너에서
약기운 느껴지는 책이
두 권 발견되네요.


비소설 코너에선 1권이 레이다 망에 포착
그런데 좀 망설이는 중입니다.
얼마전에 오바마에 대한 센 약을 자가 처방했기에...
(좋은 여운이 아직 약기운을 발휘하고 있거든요)


오랜 고민 끝에
이렇게
세 권의 책을 자가 처방했습니다.


<죽음의 중지>
2004년도 발표된 책을
최신작이라고 말하는 출판사의 대담성에
약간의 실소를 머금게 되지만
"주제 사라마구"와 "정영목"의 조합이라면
이쯤은 다 용서할 수 있습니다.


<오두막>
미쿡 땅에서 이슈가 됐던 책이라고 하네요.
얼마전에 번역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렇게 서점에 나와있길래
한 권 처방했습니다.
괜챦겠죠?
혹시 국적에 따른 부작용은 없을런지.....


스치듯 지나갔는데도
그 작은 사진 속 얼굴을 보고
그대로 걸음이 멈춰졌습니다,
첫사랑을 다시 만난 것 같네요.
살짝 두렵습니다.
그와 관계된 새 책이 나오다니....

과연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요?
"기형도" 그 위대한 천재 시인을... 
벌써 20주기가 되었다니...
<입 속은 검은 잎>
그는 알까요?
그의 시집을 넘기면 손 끝이
아직도 얼얼한 사람이 있다는 걸...


세 첩의 보약을 안고 돌아오는 발걸음엔
이미 약효로 가득합니다.
눈에서 머리로,
그리고 다시 온 몸으로
이 놈들의 약효가 본격적으로 퍼지면
어쩌면 조금은 더 현명한 사람이 되어 있진 않을까요...

행복한 봄나들이 끝에
눈이 먼저 설렙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