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1. 17. 13:54

헬부른 궁전에서 25번 버스를 타고 다시 종점인 중앙역으로 돌아왔다.

비는 계속 내리고 옷을 흠뻑 젖고...

숙소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은 후

잘츠부르크 구시가지로 향했다.

잘차흐 강을 따라 걷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모차르트 생가.

잘츠부르크에는 모차르트 생가가 2곳인데

모차르트는 태어나 17살까지 살았던 집이 게트라이데 거리에 있는 노란색 건물이다.

지금은 모차르트가 사용한 피아노, 바이올린,

그리고 주고받은 편지와 가족들과 관련된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인상깊었던건 모차르트 skull.

천재의 머리는 죽어서도 이렇게 조각조각 나뉘는구나... 싶어서... 씁쓸했다.

아인슈타인의 뇌, 모차르트의 머리뼈...

skull 조각은 챙기면서 모차르트의 무덤은 왜 끝내 찾아내지 못했을까 생각하니,

것도 참 쓸쓸하다.

마치 전리품 수집 같아서...

그러고보니 아인슈타인이 일화가 생각난다.

어떤 사람이 아인슈타인에게 "당신에게 죽음이 무얼 의미하느냐?"고 물었단다. 

아인슈타인의 대답은,

"더이상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걸 의미하지요"

천재가 사랑한 천재 ^^ 

 

 

골목의 상점마다 업종을 상징하는 모양을 간판처럼 달고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

중세시대 문자는 "권력"이었다.

인쇄술은 연금술의 일환이었고

성당을 중심으로 극히 일부의 사람에게만 철저하고 비밀스럽게 독점됐다.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그림 간판들.

잘츠부르크의 명소로 유명세를 떨치는 게트라이데 거리의 이면엔 이런 비화가 있다.

뭐 지금은 글자가 많이 보이긴 하지만!

하긴 중세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으니까...

 

 

대성당지구로 들어섰다.

성당 문지기(?) 아저씨가 빨리 오라고 손짓해주셔서

문 닫히기 일보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갔다.

우리 뒤로 온 패키지팀들은 못들어왔다는...

가이드가 사정사정 하는데도 아저씨 완전 단호박이시더라.

우리를 향해서는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럭키"를 연발하셨다.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는 빼놓고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도시다.

대성당 역시도 모차르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1756년에 이곳에서 유아셰례를 받았고

20대 초반에는 오르간 연주자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는 참 싫어했다.

그가 사랑한 도시는 이곳이 아닌 빈.

"My profession the best place in the word"

계속되는 대주교와의 불화가 잘츠부르크를 멀리하게 만든 요인이 되기도 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모차르트는 시대를 잘 타고 난걸까? 아닐까?에 대한 생각.

그가 요절하지 않았다면 레퀴엠 같은 명곡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요절을 영생과 바꾼 음악가.

어쩌면 모차르트의 유해를 찾지 못하는건 그의 의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대성당을 둘러보면서 내내 떠나지 않았다.

 

아름답고, 화려하고, 새롭고, 기괴하고, 장중했던,

모차르트와 그의 음악을 위하여!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1. 15. 09:14

헬부른 궁전은...

생각해둔 일정은 아니었다.

운터베르크가 통행이 금지되는 바람에 급하게 내린 결정이고 행보였다.

어차피 구시가지로 되돌아가려면 25번 버스를 타야 하고,

그 중간에 헬부른 궁전은 있고,

잘츠부르크 카드가 있어 교통비 부담은 없고,

뭐 겸사 겸사...

 

 

비가 오면 어디를 가든 사람이 없다는게 신의 한 수.

이 넓은 궁전의 주인이 마치 우리 세 사람 같았다.

내리는 빗방울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색을 뿜어내는 노란 건물들.

노란과 초록의 대비가 잔득 흐린 하늘까지 몰아낸다.

사진으로만 봤을땐 눈이 피로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 안에 있으니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물의 정원 분수투어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 박물관을 둘러봤다.

궁전을 만든 대주교 마르쿠스 시티쿠스(Markus Sittikus)의 유물이 가득하다.

그야말로 wasser, macht, spiele(water, poser, play)라는 3요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곳이다.

섞어가는 사과의 조형물 위에는 쓰여있는 글자는

(영어, 독어, 하나는.... 모르겠고!)

Jetzt gehe fort, und lerne zu sterben!. 

"계속되는 현재에서 죽음을 배워라!" 쯤!

3면의 벽에 프레스코화가 그려진 방의 붉은색 쇼파는 360도 회전한다.

앉아만 있어도 방의 그림들을 다 볼 수 있다.

거대한 세라믹 난로 앞에서는 쉰부른 궁전에서 느꼈던 소유욕이 또 다시 올라왔고,

헬부른 궁전의 그린 그림을 보면서는 엄청난 규모에 놀랐다.

그리고 아주 인상깊었던 음악의 방.

거대한 조형물 앞에서 입이 턱 벌어졌다.

하늘 저 높은 곳에서 음악이 빛처럼 쏟아지는 느낌이랄까?

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답다.

 

smooth and flowing.

Cantabile... Salzburg!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1. 12. 08:33

운터베르크에 입구에서 그냥 내려오는 바람에

좀 뻘줌하고, 아쉽고, 섭섭했다.

다시 올 일이 없을거라 생각하니 궂은 날씨가 많이 원망스러웠다.

"OO에서 한 달 살아보기"

언젠가 이런 호사를 한 번쯤은 꼭 누리고 싶다는 바람이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면서 더 간절해졌다.

어쩌면 현재까지의 내 모든 여행은

그 단 한 곳을 찾기 위한 짧은 사전답사인지도 모르겠다.

 

 

케이블카에 내려 바라본 풍경.

멋지다.

가을과 겨울의 중간 어디쯤에서 만난 특밖의 풍경.

산이라는 몸체에 혈관처럼 흐르는 물줄기.

얼핏 봤을땐 얼음이나 눈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물이 흘러서 놀랐다.

곱게 물들기 시작한 키 나무들.

키를 세운 나무 옆에 고요히 서있는 나무보다 키 큰 성당,

그리고 출발을 기다리며 나란히 정차한 몇 대의 버스.

따지고보면 참 별 거 없는 풍경인데

이 풍경이 가슴에 사진처럼 담겼다.

 

조급한 마침표에 집착한 내게

여유있는 쉽표를 선물한 곳.

운터베르크, 그 아래.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1. 11. 14:10

잘츠부르크 여행시 가장 먼저 할 일은,

잘츠부르크 카드 구입이다.

이 한 장의 카드로 거의 대부분의 입장료와 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다행히 호텔에서 카드를 판매해 바로 구입했다.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는 운터베르크(Untersberg).

이곳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국경에 자리잡은 1800미터의 산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1시간 반 정도의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곳.

중앙역에서 25번 버스를 탔을때까지만 해도 멋진 풍경을 보겠구나 싶었는데

비는 계속 내리고, 날은 흐리고, 바람은 불고, 기온은 점점 차가워졌다.

혹시 악천후로 케이블카가 운행되지 않을까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 이곳이었기에...

 

 

어찌됐든 칼은 뽑혔으니 무라도 자르자는 심정으로 25번을 타고 종점에서 내렸다.

내리니 머리 위로 바로 보이는 케이블카 탑승장.

천만다행으로 운행중지는 아니었다.
날이 추운 덕에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 줄도 서지 않고 바로 탑승했다.

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걱정은 현실이 됐다.

뿌옇게 흐린 하늘과 점점 더 크게 들리는 바람 소리.

직감했다.

트레킹은 불가능하겠구나....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예상대로 트레킹 코스는 통행금지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밖은 안개가 가득해 한 치 앞도 분간이 안된다.

호기롭게 문을 열고 나갔다가... 몇 걸음 못가 다시 되돌아왔다.

추위도 추위지만 후두둑 쏟아지는 우박들이 매섭다.

하릴없이 의자에 앉아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것도 나쁘진 않더라.

쉽표같은 시간을 보냈으니까...

 

 

원래는 이런 모습을 기대했지만 ^^

십자가가 보이는 곳까지 저 곳까지의 트레킹은,

꿈 속에서 이루는 걸로!

그래도 운터베르크 입구까지 가보긴  했으니

참 다행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