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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0 3월에 눈 내리는 마을
  2. 2010.01.05 41년 만의 대설
찍고 끄적 끄적...2010. 3. 10. 12:22
처음엔 까탈스런 노처녀의 심술 같았다.
방향을 알 수도 없었고
그리고 눈송이의 정도도 알 수 없었다.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는
3월의 눈 내리는 마을은
그렇게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론 당황스러웠다.
사춘기 소녀들의 구슬진 웃음처럼
즐거우면서 때론 마음을 심난하게 하는 눈.



마지막 눈일테지.
생각만으로 울컥 가여워진다.
희고 고운 백설탕을 정성껏 뿌려 놓은 것 같은
하얀 처녀지를 바라보며
햇빛을 반사되는 그 빛이 고와
자꾸 "미안하다 미안하다"만 반복한다.
장독대 위에 소담하게 올려진 눈을 손으로 밀어내
그 밑에 잘 익은 간장, 고추장, 된장을 퍼올리듯
그렇게 살아내고 싶었는데...



늘 어깨위로 털어내지 못한 눈을 소복히 올리고
살고, 살고, 또 살고...
어느날은 영영 겨울만 계속될 것 같아
차라리 눈을 꽉 감아버리고도 싶기도 했는데...
털어내지 못한 눈을 마음 위에 올리고
그저 바라보는 햐얀 생명은
수줍고 곱고
그리고 처연하다.
차가워서... 서늘해서...
그래서
꼭 내 맘 같기만 한 마지막 눈.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0. 1. 5. 06:21
거짓이라고 말해도 믿을 것 같았다.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도
소르라치게 쏟아지고 쏟어지던 하얀  눈.
서울에 내린 눈 25.8cm
1969년 1월 28일 25.6 cm 이후 41년 만의 대설이란다.
적설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양의 눈이 내렸다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표했다.
재설 작업을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든 눈 
눈이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때론 위태롭고 아슬아슬하다.
이상하지?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가 생각났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백색 공포에 온 도시가 휩쓸리는 이야기.
그 백색의 암흑에서 유일한 눈이었던 한 여자의 이야기...
어쩐지 내가 그 여자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장의 유리를 통해 보는 세상은
그러나 너무나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저 햐얀 눈 속에 오롯이 들어가 안기면
그대로 햐얀 온기가 스며들 것 같은 편안함과 그리고 따뜻함.
그건 단지 시선의 왜곡일 뿐인데,
한 장의 유리를 두고
나는 그 곳을 향해 끝없는 그리움을 보냈다.
오.도.카.니...
나 역시 장독대처럼 그대로 눈을 쌓고 싶다는 간절함.
조금 있으면 저것들도 흔적을 잃겠구나 하는 생각에
자꾸만 맘이 조급해졌다.
털어내야 하는데... 털어내야 하는데...
누군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을까???


나란히 빛과 함께 있는 눈은
그리고 또 한 세상이었다.
그 찬란함이 가늘게 몸을 떨게 한다.
단지 눈일뿐이라고, 풍경일뿐이라고
꾹꾹 다져진 위로를 건넨다.
이 눈발 속을 버텨내고 싶다면
단지 두 발의 단단함만 있으면 된다고...
그래서 그 단단함만
차곡차곡 눈처럼 쌓고 있던 시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