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7.18 <아가미> - 구병모
  2. 2010.01.22 <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 - 안희진
읽고 끄적 끄적...2011. 7. 18. 06:01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으면서 느꼈던 그 짜릿함 즐거움을 아직 기억한다.
제 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읽으면서도 이 작품이 청소년 대상이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주변에 참 많이 이야기해서 읽게 만들었던 책인데...
구병모의 신작 <아가미> 소식을 들었을 때
제목과 표지가 주는 카툰적인 느낌에 좀 망설이긴 했었다.
(요즘 책표지들 참 맘에 안 든다.
 차라리 단색에 제목만 하나 강렬하게 써놓는 게 훨씬 고급스러울 것 같다)
그러나 역시 구병모는 탁월하고 환상적인 판타지 작가다.
이런 상상을 일상으로 끌어와 살아 숨쉬는 인물로 만들어낸 그녀의 필력이 눈부시다.


목과 귀 사이에 깊이 패어 있는 상처가 있는 아이,
등과 허리에 불규칙하게 돋아난 사문암 같은 무늬의 비늘을 가진 아이 "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 물고기 아이 "곤"이 측은하고 안스러워 아팠다.
정말로 도마위에 올려진 작고 어린 물고기 한 마리를 마주 하고 있는 것 같아 당혹스럽기도.
그리고 난데없는 식욕과 허기가 죄스러워졌다.

...... 장자의 첫 장에는 이런 얘기가 있거든요. 북쪽 바다에 사는 커다란 물고기, 그 크기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고 한다...... . 강하는 당신의 아가미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으로서 이거야말로 이 아이한테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하지만 그래 놓고는 당신의 이름을 부른 적이 거의 없었죠. 그건 그다음 장에 있던 한 줄이 일종의 예언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이 물고기는 남쪽 바다로 가기 위해 변신하여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을 붕이라고 한다. 그의 등은 태산과도 같이 넓고 날개는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과 같으며 한번 박차고 날아오르면 구만 리를 날아간다고요 ......

해류가 곤에게 들려주는 강하에게 들은 이야기는
슬픈 전설같이 몽환적이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마저도 물에 흠뻑 젖어 있다.
모든 인간은 처음엔 물고기였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그 물 안엔 생명이 담겨있을테다.
눈물로 맞이하고 눈물로 보내는 그 생명!
하여 그 물 속에서 살기위해서는 누구라도 아가미를 움직여야 한다.



그리 길지 않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참 많은 것들을 잘 담았다.
그리고 읽고 난 후엔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물고기 인간.
어쩐지 어딘가에 정말 그런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물 속에서 꺼져가는 누군가의 생명을 다시 건져내고
잃어버린 물건을 다시 사람들에게 돌려보내고 있는지도.

산다는 건,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금단의 구역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여정이다.
이제 나는 <아가미>라는 금단의 구역에서
금단현상에 깊게 깊게  빠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판타지도 현실도 아닌 그 어딘가의 중간쯤에서 잠시 헤매다보면
또 다른 세계를 우연처럼 만나게 될런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 22. 06:05
공자를 흔히 이상주의자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나는 장자가 공자보다 훨씬 더 이상주의자같다.
공자의 말은
그래도 성인군자로서의 행동을 시행해 봄 직도 하지만
장자의 말은 인간세상에서 성인군자를 넘어 도통의 경지에 이르기를 바라는 것 같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고 좋은 말이긴 한데
이걸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은 도저히 아무것도 하지 말고
무심(無心)의 경지가 되야만 한다.
아무 마음 없이 세상을 살 수 있을까?
(정확히 말하면 사심과 욕심없이)



깨끗함이 드러나는 사람은 진정 깨끗한 사람이 아니다. 장자의 관점에서 보면 그는 깨끗함에 집착하는 사람일 뿐이다. 집착하는 사람은 그 반대되는 것을 의식하고, 더 나아가서는 반대되는 것을 부정할 것이다. 지나치게 깨끗한 옷차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남의 더러운 옷차림을 이해하지 못하는것처럼, 마음의 깨끗함이 '훌륭한 것'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작은 오점을 용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았다. 장자가 보기에는 이런 사람은 진정 깨끗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효도와 형제애, 박애와 정의, 충성과 신의, 지조와 청렴 등의 가치는 원래 인간의 내면에 있는 자연스러운 품성의 발현이므로대단하다고 할 만한 것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런 것이 드러나 보이면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이 머릿속의 생각만으로 추구하는 가치란 아무리 숭고한 것이라 해도 상대적인 것이며, 결국에는 무너지기 쉬운 허상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사람을 세상 속에서 버티게 만드는 건 어느 정도 "집착"의 힘이 아닐까?
결국에는 무너지기 쉬운 허상이며 관념이라는 장자의 말은
그러나 지독히 이기적인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책 속에 "관념"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눈에 띈다.

생각으로 자리잡은 "관념"이란 편견에 불과할 뿐이다.
관념은 대개 주관적이고 편협적이다.
진정한 실체는 인간이 생각하는 한계와 표현하는 범주를 넘어서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가치라도 머릿속에 관념으로 자리 잡히는 순간 본질이 훼손도고 만다.
진실을 보지 못하는 원인이란 정형화된 기준이 "관념"이 되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정한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개념화된 언어와 문자의 폐해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변화하는 사물의 표면에 얽매이기 때문이다.
관념의 덫과 껍데기에 머무는 오류는 세속적인 것에의 탐닉 때문이다.


관념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는 "통찰"을 언급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새로운 차원의 눈으로 현실을 보는 통찰.
결국 장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첫째는 "있는 그대로 두라"는 것이고,
두 번째의 것은 더 나아가 "자신을 쓸모없는 상태로 두라"는 것이다.
모든 감관(感觀)의 작용을 멈추고 자기 자신의 존재조차 잊는 "좌망"의 존재가 되자고 말하는 장자.
사랑이나 정의 등도 인간이 설정한 일정한 기준에 불과하다.
이런 기준은 그보다 더 큰 기준으로 넘어설 수 있지만 자신의 육신의 존재를 잊고 감관의 작용을 넘어서는 일은 어려운 일이란다.
거기에 "나"라고 하는 자의식과 지식까지 버리고 자연의 섭리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지고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는...
이렇게 살게 되면 장자의 말처럼 삶의 기술과 도가 합쳐지겠구나 싶기는 한데,
아무래도 불가능 그 이상의 일 같다.
(불가능, 그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다면 대략 난감...)

언젠가 지적 능력(?)이 지금보다 월등해지면(?)
해석본이 아닌 제대로 된 장자와 한 판 붙어봐야 겠다..
비판자가 될지, 동조자가 될지 스스로 궁금해지기에...
아직 그의 이론은 내겐 그저 "한여름밤의 꿈" 같다.
그런데 가능할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