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1. 3. 30. 06:03
장하준의 글을 읽고 있으면
섬득하면서도 기분좋은 소름이 온 몸에 돋는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을 완전히 뒤짚는 명확한 논리와 설명앞에
무지함조차도 빈곤한 내 상식이 송두리째 드러남나는 것조차 전혀 부끄럽지 않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으면서도
경제학서적을 베스트셀러 소설처럼 읽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 너무도 놀라서 감탄을 입에 달고 있었다.
그의 책들을 뭐랄까?
결정적이고 분명한 개안(開眼)이었노라 정의하고 싶다.
자본주의!
자유 시장 경제학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자본주의 경제를 운영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장하준은 말한다.
그리고 자유 시장 자본주의는 이런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일 뿐이지
그 중에서도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란다.
자유 시장 자본주의자들는 주장과는 달리 지난 30년 동안
경제 성장을 늦춰졌고, 불평등과 불안정을 고조됐고, 금융 위기를 더욱 빈번하게 초래됐다는 그의 지적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자세해서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자유 시장 자본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어찌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같지만
책을 읽다보면 점점 그와 손잡고 동행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Thing 1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Thing 2 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 된다
Thing 3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Thing 4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Thing 5 최악을 예상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Thing 6 거시 경제의 안정은 세계 경제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Thing 7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Thing 8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Thing 9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Thing 10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Thing 11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Thing 12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Thing 13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Thing 14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Thing 15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Thing 16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Thing 17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Thing 18 GM에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Thing 19 우리는 여전히 계획 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Thing 20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Thing 21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Thing 22 금융 시장은 보다 덜 효율적일 필요가 있다
Thing 23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



책 곳곳이 좋은 지적과 생각할 담론들 투성이다.
가능하다면 모든 대학생들의 필독도서가 됐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경제, 경영학도들은 꼭 읽고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해봤으면 좋겠다.
한 줄 한 줄 정성들여, 그것도 몇 번씩 읽어도 얻을 게 그때마다 생길 것 같은 그런 책.
개발도상국의 빈곤,
고등교육에 대한 집착이 부른 학력인플레이션.
기회균등의 정확한 의미
글로벌이라는 탈국적의 허상들을 읽으면서
내 사고라는 게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 같고 표피적이었는지
부끄럽고 무안했다.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이제 불편해질 때가 왔다" 라고...
이 마지막을 읽으면서 나는 왜 문득 편안함을 느꼈을까?
두고두고 되짚은 현실로 가득한 이 책이
나는 너무나 고맙고 자랑스럽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 나라의 동일 직종 종사자들과 붙여 놓아도 지지 않는다. 정작 자기 몫을 하지 못하는 것은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그들의 생산성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말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나라 전체를 끌어내린다고 불평하기 전에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은 왜 부자 나라의 부자들처럼 자신들이 나라 전체를 끌어올리지 못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진정으로 초국적인 기업은 거의 없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여전히 대부분의 생산을 본국에서 한다. 특히 전략적 의사 결정이나 고급 연구개발 활동은 본국에서 이루어진다. 국경 없는 세계라는 표현은 엄청나게 과장된 표현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어린이들이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확장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교육 너머로 눈길을 돌려 제대로된 제도와 조직을 건설하는 데 신경을 쓰는 것이 진정으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구성원 개인의 교육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각 개인을 잘 아울려서 높은 생산성을 지닌 집단으로 조직화할  수 있느냐에 있다.... 교육은 소중하다. 그러나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잠재력을 발휘하고 더 만족스럽고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

지나치게 결과를 균등하게 하려는 것은 해롭지만, 이 '지나치다'는 것의 한계를 어디로 정해야 하는지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소한의 소득, 교육, 의료 혜택 등을 보장함으로써 최소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을 한다고 말할 수 없다. 100미터 달리기 시합에서 모두 똑같은 지점에서 출발한다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려야 한다면 공정한 경기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기회의 균등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진정으로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회를 건설하기를 바란다면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본주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은 장기 투자와 생산 구조를 바꾸는 기술 혁신이지, 풍선을 부풀리듯 이미 존재하는 구조를 팽창시키는 것이 아니다.


<경제 시스템을 재설계할 때 명심해야 할 8가지>
1. 자본주의는 나쁜 경제 시스템이다. 그러나 다른 모든 시스템은 더 나쁘다.
2. 인간의 합리성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는 인식 위에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3. 인간은 이기심 없는 천사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의 나쁜 면보다 좋는 면을 발휘하게 하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4. 사람들이 항상 '받아 마땅한' 만큼 보수를 받고 잇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5. '물건 만들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6. 금융 부문과 실물 부문이 더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7. 더 크고 더 적극적인 정부가 필요하다.
   (더 좋은 복지 국가, 더 나은 규제 시스템, 더 우월한 산업 정책 등이 필요)
8. 세계 경제 시스템은 개발도상국들을 '불공평하게' 우대해야 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1. 1. 26. 18:21
눈이 펑펑 내린 지난 일요일,
대학로에서 연극 한 편을 보고 삼청동을 향했다.
우연히 보게 된 북카페 <내서재>
삼청동 시작길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보이는 내서재는
지금까지 내가 가본 북카페 중에서 가장 탐나고 포근한 곳이었다.
카페 이름 그대로
누군가의 서재를 옮겨놓은 느낌.
작고 조용조용한게 오래 앉아 책을 읽기에 딱인 곳이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눈치주지도 않는 것 같고...
세 분 정도가 함께 일하고 계시던데 틈나는 대로 책을 손에 잡고 읽는 모습도 따뜻했다.



솔직히 구ql된 책들을 보고 많이 놀랐다.
장하준의 최근 베스트셀러에서부터
왠만한 소설책들도 신간으로 다 구비하고 있더라.
그리고 민음사와 창작과 비평 시집들도 한켠에 나란히 꽂혀있고....
박노해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가 꽂혀있는 걸 보고는
정말 화들짝 놀랐다.
종교, 인문, 소설, 미술, 시, 고전...
분야별로 다양한 책들을 구비하고 있어
가만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주인장의 다정한 손길이 느껴졌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몇 장은 괜찮단다.
"참 좋은 책들이 많네요" 라고 말했더니
정기적으로 책을 사서 비치하고 오래된 책들은 기부도 하고 그런단다.
흐뭇하게 책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니까 왠지 모를 부러움이 울컥울컥 올라온다.
막무가내로 발버둥치며 우기고 싶어졌다.
이제부터 여기서 살겠노라고...
갑자기 어디선가 굴러들어와 꽉 박힌 돌이 되고 싶은 심정이다.



카페를 감싸는 음악도 너무 좋아 염치 불구하고 또 다시 물었다.
역시 웃으며 CD 케이스 하나를 건네준다.
하지메 미조구치.
귀에 가득 담기지도 않으면서 책을 읽는 집중도를 높이기에 딱 적당한 음악이다.
잊어버릴까봐 CD도 한장 사진으로 담았다.
진한 핫초코 한잔을 주문하고
가지고 있던 은희경의 신작 <소년을 위로해줘>를 펼쳤다.
이런 표현 이해될까 모르겠지만...
꿀같이 달디단 책이 단잠처럼 솔솔 잘 읽혀졌다.
 


아쉬운 게 있다면 차맛이 조금 더 좋았으면 싶은거랑
차 향이 더 그윽했으면 좋겠다는 거.
그리고 조금 더 바란다면 1번 정도 리필이 되면 좋겠다는 거...
그런데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당히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있으니까
카페를 유지하려면 좀 야박하더라도 어쩔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눈치 안 보고 오랫동안 책을 볼수 있는 곳을 찾았다는 것만도 어딘가 싶기도 하고...
혼자 가서 책 읽어도 절대 어색하지 않을 그런 곳.
정말 내서재로 홀딱 만들어 버리고 싶은 곳이다.
아마도 앞으로 이 곳에 찾아가 단잠같은 책읽기 하는 날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내서재>
힘들 때 위로 받을 곳 하나 생겼다.
내가 "찜"한 곳. <내서재>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8. 7. 06:17
오랫만에 읽은 경제학서적 <넛지>
재미있고 그리고 특별한 접근과 해석이
어렵게 느꼈던 경제학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책
그래도 역시 내가 읽은 최고의 경제학서적은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
미국에서 교수를 하고 있고 영어로 몇 권의 책을 집필한 사람.
<나쁜 사마리아인>을 읽지 않았다면
훨씬 더 신선하게 다가왔을 책 <넛지>



nudge   : 옆 사람의 팔꿈치를 툭 쳐서 넌지서 어떤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
noodge :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는 것, 성가신 사람, 골짓거리. 끊임없이 불평하는 사람
생각하게 한다.
나는 nodge를 가진 사람인가, noodge를 가진 사람인가...



아주 사소한 작은 것 하나를 툭 치는 것으로
엄청난 경제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
이 책 속에서 그런 예들을 무수히 많이 만날 수 있다.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정치 혹은 국가적인 부분까지...
여기 나온 그대로 할 수 있다면
달라질 것들 참 많으리라는 생각.
 


나는 단지 자동시스템에 의해 행동하는 Human인가?
아니면,
숙고시스템에 의해 행동하는 Econ 인가?
어쩐지 Human이기도 참 어렵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미래의 생각의 진화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