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2. 9. 08:36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5.11.26.~ 2016.02.28.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박건형, 전동석 (빅터& 자크) / 박은태, 한지상, 최우혁 (앙리 & 괴물)

        서지영, 이혜경 (엘렌 & 에바) / 안시하, 이지수 (줄리아 & 카뜨린느)

        이희정 (슈테판 & 페르난도), 홍경수 (룽게 & 이고르) 외

제작 : 충무아트홀

 

2014년 이 작품이 초연으로 올라왔을때 그야말로 엄청났었다.

정말 어디서 이런 괴물같은 작품이 나왔을까 싶었고

우리나라 창작뮤지컬이 이 정도의 수준까지 왔다는데 엄청난 자부심까지 느껴졌었다.

외국 유수의 라이선스 뮤지컬과 비교해도

넘버와 스토리 구성, 장면 연출과 무대, 조명과 의상까지도 부족할게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배우들은 단체로 내림굿이라도 받았는지 엄청난 내공을 쏟아내고 또 쏟아냈었다.

이런 창작뮤지컬이 다시 또 나올 수 있을까 의심하는 한편

외국으로 라이선스 수출을 한대도 이 작품은 크게 성공하겠구나 확신까지 들었다.

한마디로 "괴물"같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어서 빨리 재연이 올라오길 얼마나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던지...

 

그랬던 프랑켄슈타인이

드디어, 드디어 돌아와줬다.

류정한 빅터가 없다는게 아주 많이 치명적이지만 어쨌든 돌아왔고

나는 첫관람을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초연의 그 장중함과 비장함, 처절함이 단 한 번도 느껴지지 않았다.

초연때는 스토리를 눈으로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스토리를 장황하게 일일히 설명하고 부연한다.

스토리에 개연성을 주기 위해 수정을 했다는데

나는 그 친절함이 오히려 수다스럽게만 느껴졌다.

2막의 시작도 낯설고

넘버들이 여기저기 싹뚝싹뚝 잘려 이곳 저곳에 삽입되는것도 당혹스러웠고다.

초연 배우인 한지상과 이희정을 제외하고는 1인 2역에 대한 차별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씩 바뀐 장면들과 넘버들 역시 낯설고 또 낯설다.

전동석 빅터는 류정한의 오마쥬를 실현하는것 같았고

그마저도 이 작품, 저 작품 짜집기 형식이라 중심이 없었다.

예상은 했지만 전동석의 연기력과 넘버소롸력에 한계가 있더라.

하이톤의 자크는 볼성사나웠고

특히나 이혜경 에바의 하이톤과 섞이니 귀가 견디기 힘들었다.

(이혜경도 두 역할 다 안 어울리고...)

새롭게 캐스팅된 배우들이 생각보다 영 아니어서

초연의 배우 한지상이 탁월하게 돋보이긴 하더라.

(하지만 그의 변태스럽고 재외국인스러운 발음 역시 내 취향은 아니다.)

 

초연때처럼 여러 번 보겠구나 생각했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걱정 하나는 확실히 덜었다.

그래도 박은태 앙리는 봐야 하니까

12우러 18일 관람으로 이 작품과는 작별을 해야겠다. 

 

아무래도 창작뮤지컬은

초연이 진리고 정답인 모양이다.

아.. 프랑켄슈타인...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 8. 07:52

 

<Promise 2015>

 

부제 : 아름다운 약속, 내일을 기약하다

일시 : 2014.12.31.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출연 : 임태경, 민영기, 옥주현, 신영숙, 임혜영, 전동석

지휘 : 구모영

오케스트라 : Asian Classical Players(ACP)

주최 : (재)세종문화회관

 

사실은...

볼 수 없는 콘서트였고 보면 안되는 콘서트였다.

저녁 10시 30분 공연이 아니라면 그냥 날려버렸을 콘서트.

세종문화회관을 향하면서 스스로 그랬다.

'내가 지금 제정신은 아닌거지....'

표를 날리려다 몸이 좀 좋아지는 것 같아서 목도리에 털모자 마스크까지 칭칭 동여매고 3층 좌석에 앉았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다사다난한 한 해.

특히 올 해는 몸이 이래저래 고생을 많이 했다.

독립해서 혼자 살기를 시작하기도 했고...

이제 독거생활도 6개월이 넘어서 독거생활이 자리를 잡았다.

(물론 정리는 안됐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콘서트였지만

생애 최초로 가본 제야콘서트라는데 의의를 두려고 한다.

ACP의 클래식한 연주는 참 좋았지만

리허설이 충분하지 않았는지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어수선했다.

대형 모니터 덕분에 3층에서도 배우들 얼굴이 너무 잘보여서

1층 VIP나 R석을 예매한 사람들은 속이 좀 쓰렸겠다.

선곡된 곡들이 어떤 작은 테마로 부분부분 묶였다면 좋았을텐데

참 뜬끔없는 구성이더라.

출연진이 너무 좋아서 기대를 많이 했던게 탈이었나보다.

솔직히 기억에 남는 곡은... 거의 없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도 한 몫 했을테지만...)

 

앞으로 제야콘서트를 예매할때는

절대 부화뇌동하지 않고 신중하게 선택해야겠다는 교훈 하나를 얻었다.

그래도 뭔가 하나는 얻었으니 이 또한 의미있는 콘서트였다 하겠다.

나는 나는 음악 (뮤지컬 "모차르트") - 전동석

Once upon a dream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 임혜영

The winner takes it all (뮤지컬 "맘마이마") - 신영숙

Time to say goodbye - 민영기, 신영숙

온 세상이 내 것이었을 때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 옥주현

Gethsemane (뮤지컬 "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 - 임태경

황금별 (뮤지컬 "모차르트") - 신영숙

사랑이야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 - 옥주현

신이여 (뮤지컬 "레베카") - 민영기

대성당들의 시대 (뮤지컬 "노트르담드파리") - 전동석

The prayer - 옥주현, 전동석

The impossible dream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 임태경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2. 26. 08:03

<해를 품은 달>

일시 : 2014.01.18. ~ 2014.02. 23.

장소 :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

원작 : 정은궐 "해를 품은 달"

대본, 연출 : 박인석

작곡, 음악감독 : 원미솔

무대 : 오필영

안무 : 정도영 

출연 : 김다현, 전동석, 규현 (이훤) / 린아, 정재은, 서현 (연우)

        강필석, 조휘 (양명), 주민진, 최현선, 박시현 외 

제작 : CJ & M (주), (주)쇼플레이

 

고작 10여일 정도 공연을 못본것 뿐인데 금단현상이 왔다.

그러던차에 인터파크 모닝티켓으로 이 작품이 올라왔다.

그것도 60% 라는 아주 은혜로운  할인율로!

숨 좀 쉬자는 생각에 망설임없이 예매했다.

전체적인 무대를 보고 싶어서 일부러 2층을 예매했는데

조명과 무대, 의상은 정말 좋더라.

무대를  깊게 사용한 것도 너무나 인상적이었는데

대신 깊이때문에 생긴 소리의 울림을 제대로 잡지 못한건 내내 아쉽다.

음악과 음향의 발란스가 안맞는 것도 아쉽고...

뮤지컬이 아니라 <쇼뮤직뱅크>를 보고 온 것 같은 이 느낌은 도대체 뭘까?

배우들의 등퇴장도 너무 많고 음악은 너무 과하다.

비유를 하자면 소극장에서 너무 욕심을 내서 대극장 스케일의 음악을 퍼부어댄 느낌.

이해될까???

넘버들은 어딘선가 많이 들었던 후크송같은 기시감까지 느껴진다.

심지어 <겨울왕국>의 "Let it go"도 생각나더라.

15초짜리 CF를 연달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론 좀 한국적인 느낌을 주는 곡들도 있었으면 싶었는데

스페니시 기타로 시작되는 인트로와

광활한 초원을 뛰어다니는 야생마을 떠올리게 하는 사바나 느낌(?)의 음악에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다.

그러니까 의상과 작품 속 이야기의 배경만 한국적이었던거였다.

아마도 "쇼뮤지컬"쪽으로 분류해야 할 듯.

 

캐스팅을 일부러 뮤지컬배우들로만 선택했는데 그건 탁월했다.

제일 먼저 염두에 뒀던 캐스팅은 앙명 강필석,

탁월한 건택이었고 역시나 과장없이 참 잘하더라.

넘버들에 감정을 넣는 것도 좋았고 대사와 액션의 타이밍도 늘 그렇듯 정확하고 자연스럽더라.

양명이라는 역할이 강필석이라는 배우를 만난 건 이 작품 최고의 행운이지 싶다.

연우 정재은도 좋았다.

역활과도 정말 잘 어울렸고 노래도 연기도 신인같지 않게 좋았다.

아게 칭찬일지는 모르겠지만 임혜영을 잇는 "공주과" 여배우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예감.

(그래도 제발 공주과의 배우로만 머물지는 말아줬으면...)

사실 훤을 제일 고민했어야 했는데 선택의 여지가 참 없었다.

김다현의 과장된 연기와 목소리톤은 적응이 도저히 안될 것 같고

슈주의 규현은 그냥 감당이 안되니

소리와 노래가 좋은 전동석만 남더라.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소리와 노래만 좋다는 게!

일부러 설정을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리틀 김다현을 보는것 같았다.

도대체 대사를 왜 변사톤으로 한거지?

노래도 연기도 따지고 보면 나쁘지 않았는데

대사만 나오면 "이수일과 심순애" 아니면 "신성일"로 빙의되버려서 보는 내내 난감했다. 

내 기억에 예전엔 분명 이렇지 않았었는데...

(제발...제발... 설정이라고 해주라.)

 

배우 활용도가 주연 3인에게만 너무 집중된 것도 좀 아쉬웠다.

허염과 민화공주, 왕과 설희, 운 단지 병풍에 불과했고

민화공주와 운은 드라마의 설정을 그대로 카피하기만 했더라.

백댄서로 둘러쌓인 가수.

아마도 그래서 더 뮤직뱅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바나 주술사를 스카웃한 무녀도 너무 거했다.

자꾸 밀림에 와있는 느낌이라서...

뮺;칼 넘버도 적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딱히 기억에 남는 넘버가 없다는 것도 단점이다.

(양명의 넘버들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정도)

 

금단현상만 아니었다면 아쉬움으로 가득했을 작품.

그래도 오랫만에 숨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걸로 충분하다.

최고의 작품은 물론 아니었지만

최악의 작품도 아니었으니 그걸로 됐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24. 08:18

<A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시드니 칼튼)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 (제리 크런처)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네번째 관람.

이 작품은 고전적이고 장엄하며 동시에 선하고 착하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정화되면서 일종의 씻김굿을 한 듯한 후련함과 맑은 비움이 느껴진다.

Heart to Heart

모든 걸 그저 놓고 순수하게 교감하면서 마음으로 본다는 건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작품.

적어도 내게는 참 장하고 참 착한 작품이다.

그래서 나는 또 눈을 뗄 수가 없다.

 

다른 건 다 빼고 오늘은 맘에 오롯이 담긴 넘버 이야기를 해보련다.

"You'll Never Be Alone"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를 만나서 부르는 루시의 노래.

최현주 루시의 음색은 떨렸고 그리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맘속에 오래 담아놓은 그리움을 그대로 꺼내놓는다.

루시는 그동안 참 아팠고 외로웠지만 정말 잘 견디며 자랐구나.

이 곡을 들으면서 나는 혼자 견뎌낸 루시의 아픈 성장기가 한번에 읽히는 느낌이었다.

또 다른 떨림의 노래 "Without a Word"

앞의 노래에서 루시의 과거를 읽었다면 이 노래에서는 미래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르는 최현주 루시는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한 곡 안에 상승하는 감정의 변화를 너무나 잘 표현했다.

사랑받는 아름다운 여자가

아내로써, 엄마로써 모든 건 지키고 감내하겠노라 다짐하는 모습은 참 숭고하고 눈물겹다.

최현주 루시는...

감정표현이 정말 아름답다.

그녀가 루시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그녀 자체가 정말 루시같다.

참 대단한 배우다. 최현주는!

 

전동석 다네이와 김도형 마네트 박사의 "The Promise"

아내와 연인을 생각는 두 사람의 심정이 참 절묘하게 교차되는 노래다.

서로의 목소리톤도 상당히 잘 어울리고 뭐랄까 뭔가 따듯하게 보듬는 느낌이랄까?

전동석은 프리뷰 공연때보다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여줘서 관람이 즐거웠다.

전동석은 김도형과의 듀엣곡과 솔로록이 시드니나 루시와의 듀엣곡보다 개인적으로 훨씬 듣기 좋다.

특히 Gabelle의 편지를 받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는 노래 " I Always Knew "는 정말 최고다.

감정표현이 점점 좋아져서 이 녀석의 "젊은 베르테르 슬픔"이 조금씩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Let Her Be a Child"는 깊은 고뇌를 표현하기에 아직 전동석의 나이와 경력이 너무 젊다.

목소리는 참 좋은데...

솔직히 한 번도 이 녀석에게 가능성을 본 적이 없었는데

<엘리자벳>과 <두 도시 이야기>를 보고 난 뒤에는 10년 뒤가 참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점점 뮤지컬 배우로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 중인것 같다.

 

류정한 시드니 칼든.

세번째 류시드니 관람이었는데 점점 감성적으로 완숙해지고 뭐랄까 그윽해졌다.

액팅과 대사가 아니라 감성 자체로 무대를 채운다는 건 또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정한 시드니는 내게 새로운 기쁨과 충만함을 안겨줬다.

"Reflection"

꼭 사춘기 소년 같았다.

진심으로 좋아하지만 좋아한다고 말도 못하고 일부러 아닌 척하면서 혼자 부정하는 모습.

결국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체념하는 모습.

순수하면서도 어리석은 사춘기 소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I Can't recall"

환희와 기쁨이 가득찬 자심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

과연 사람이 일생에서 몇 번이나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그대로 100% 드러낼 수 있을까?

이 노래는 시드니 인생의 반전이 시작되는 아주 결정적인 노래다.

류정한은 보고 있는 사람마저도 참 벅차오르게 만들만큼 이 한 곡에 이 모든 간정의 변화들을 담았다.

사춘기 소년에서 아예 순진무구한 아이로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다.

불혹을 넘긴 배우가 보여주는 순수한 모습은 감동적이었고 신선했다.

"If Dreams Came Ture"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여인을 다른 남자에게 보내야만 하는 시드니의 심정.

그 여인의 곁에서, 그 여인의 행복을 지켜보며 절망하고, 분노하고 그리고 인정하는 모습.

기쁨과 환희에 찬 다네이와 쓸쓸하고 아련한 시드니의 목소리는 서로 대비되면서도 절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남자들의 듀엣, 황홀할만큼 정말 멋지다!)

"Let Her Be a Child"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제일 감동적는 노래.

어린 루시의 자장가에 이어지는 시드니와 찰스의 듀엣곡.

가사도 너무 가슴 아프고 멜로디로 그렇고, 두 사람의 음색도 너무 아프다.

같은 기도를 하고 있지만 다른 선택과 결심을 하는 두 사람.

이 노래 때문에 얼마나 여러번 가슴이 무너졌던지...

시드니는 이 노래는 혼자만의 정화(淨化)와 결단의 의식이었다.

참 아픈 노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노래다.

 

칼튼의 편지에서 이어지는 처형 장면.

재봉사 클로단의 노래는 일종의 평온이고 안식이다.

진심으로 모든 걸 놓고 평온해질 수 있었다.

그건 체념이나 좌절이 아니라 완성과 이룸의 완결이었다.

어쩌면... 어쩌면...

정말 사랑이라는 게 불가능을 가능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을, 그의 주변을 위해서 내 모든 걸 다 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선택한 시드니의 죽음은 단지 한 여자를 위한 희생은 아니었다.

"또 그녀의 딸과 그녀의 가족을 위해서..."

이런 삶...

불가능한 이 삶을 어쩌자고 다시 꿈꾸고 싶어진다.

위험한 삶을 기대하게 한다.

비록 잠깐의 시간 동안만이라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8. 31. 07:50

<The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시드니 칼튼)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제리 크런처)

        배준성, 임재청, 김용수, 전국향 외

 

그래, 내가 바랐던 게 이런 거였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극적인 스토리.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 앙상블에게까지 골고루 시선을 주면서 집중과 이완, 완급의 호흡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

게다가 음악은 장엄하면서 기품있어 마치 한 편의 웅장한 교향곡을 듣는 듯한 충만감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

<A Tale of Two Cities>는

조금씩 무뎌지는 내 오감을 깨우는 일종의 반란같은 작품이었다.

황홀하고 그리고 매혹적이다.

보는 내내 옴짝달짝하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끈질기게 매혹적인 작품.

처음엔 분명히 천천히 끌렸을 뿐이었다,

그러다 급격히 쏠리고, 결국에는 어쩔 도리없이 일방적으로 완벽하게 홀리고 만다.

매혹은 위험하다.

매혹당하는 자 뿐만 아니라 매혹하는 자까지도 치명상을 입기 때문에...

지독하다.

이런 매혹은.

정말이지 견뎌내기가 참 힘겹다.

슬픔이든, 절망이든, 사랑이든, 아픔이든 그것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그래서 말하련다. 

견딤을 위해...

 

유혹 중 가장 강한 유혹은 닿을 수 없는, 결코 닿아서는 안 될 것에 사로잡혀버리는 경우다.

그리고 인간은 결국 파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유혹과 싸운다.

시드니 칼튼이란 인물도 이 치명적인 유혹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결국은 그 유혹과 싸우기를 스스로 포기한다.

아주 당당하고 고결하게...
눈으로 봐야만, 손으로만 만져야만 믿을 수 있는 사랑은 단수가 낮은 사랑이다.

그리워하는 마음이 보고 만지는 마음보다 훨씨 깊고 곡진하다.

오직 그 순간, 단 한 번만 들을 수 있는 생의 연주를 남기고 시드니 칼튼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이게 정말 가능한 사랑인가?

결국 사랑은 어찌됐든 환영(illusionism)이다.

환영은 모든 디테일이 완벽할 때에 생겨날 수 있다.

환영을 보는 사람은 그런 이유로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것까지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세세하고 완벽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환영을 보는 사람은 환영만이 유일한 현실이고 삶이다.

나는 결코 환영을 보는 사람이 아니다.

연극과 뮤지컬을 보면서 늘 저건 단지 극일 뿐이라고.

그러나 이번엔 좀 다르다.

이런 현실이 제발 어딘가에 있어주기를 꿈꾼다.

제기랄!

다시 사랑을 꿈꾸기 시작했다.

 

류정한의 시드니 칼튼은,

광활하고 처연한 비가(悲歌)였다.

놀랐다.

이 사람이 이렇게 섬세하게, 이렇게 세밀하게 표현하는 배우였던가!

그에게 일종의 변화가 왔음을 나는 눈으로, 귀로 확인했다.

(나, 류정한이란 배우를 안지 그래도 나름 꽤 오래됐다)

그렇다면 그에게 무대 배우로서 이런 변화가 온 계기가 도대체 뭐였을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었던 그 선택이 이유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표정이 훨씬 풍부해졌고 그리고 자유로워졌다.

지금껏 나는 배우 류정한을

섬세함조차도 크게 표현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큰 표현 속에 섬세함을 담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두 도시 이야기>에서 배우 류정한의 표현은

너무나 섬세했고 또 섬세했다.

무대 위 그가 보여준 시드니 칼튼의 감정은 비현실적인 인물을 성큼성큼 내 눈 앞으로 현실로 느끼게 했다.

얼마나 놀랍던지...

1막이 런닝타임이 너무 길어서 지루하다는 평이 많은데

개인적으론 시간의 흐름 따윈 의식되지도 않을만큼 깊게 집중할 수 있었다.

reflection, I can't recall, If dreams came true

시드니 칼튼의 부르는 1막 넘버들은 한결같이 오래 그리고 깊게 기억에 담긴다.

특히 If dreams came true는 눈물이 저절로 흐를만큼 처연하고 슬펐다.

자신에게 온 가장 큰 행운이었던 한 여자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한 남자의 처연함이라니...

찰스 다네이의 행복에 겨운 목소리와 대비되는 칼튼의 목소리는

단 한 곡의 노래로 한 남자의 일생 전부를 다 토해내는 것 같았다.

아, 참...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아파온다.

결코 폭발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감정을 쥐고 흔드는 류정한의 시드니 칼튼은 참 힘겹고 힘겹다.

이런 힘겨움에도 불구하고 류정한은 이 작품으로 자신이 힐링(heeling)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음악감독 김문정이 이끄는 22인조 오케트라라는 웅장했고

뮤지컬 넘버들은 아름답고 격동적이었다.

특히 남자들의 하모니(김도형-전동석. 류정한-전동석)가 주는 울림이 크다.

배우들은 앙상블까지도 너무나 환상적이고 훌륭했다.

솔직히 이들을 조연이라고, 앙상블이라고 칭하는 건 참 미안한 일이다.

그 순간들 만큼은 누가 뭐래도 완벽한 주연이었고 완벽한 무대 장악이었다.

배우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최대한 정확히게 셋트를 이동시키는 무대크루들 모습도 감동적이다.

(뒷모습을 보이며 앉아있는 무대 크루를 보면서 나는 참 따뜻하고 믿음직스러웠다) 

아! 그리고 푸른색(런던)과 붉은색(파리)의 조명도 압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 이 작품의 첫인상에서 한 발도 빠져나오 못한 상태다.

다시 보게 되면 객관적인 시각을 조금은 갖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오랫만에 웅장하고 거대한 작품을 만난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좀 걱정스럽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한 달에 한 번만 보자는 원칙을 정했는데...

아무래도 이번에는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 

 

* 공연장을 나오는데 소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한 귀절이 계속 떠올랐다.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번만 오는 거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7. 05:48

드디어 <Elisabath>이 우리나라에 공연됐다.
그동안 매니아들 사이에서 기대작으로 손꼽히며 라이센스 공연을 기댜려온 작품이다.
우리나라 공연이 결정되고 캐스팅이 발표나기 전까지 나 역시도 기대반 걱정반으로 기다렸었다.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후 정확히 20년만에 우리나라에 공연되는 뮤지컬 <Elisabath>
1994년 버전을 유투브를 통해서 봤는데 몇몇 장면의 순서만 바뀌었지 변한 게 전혀 없다.
그만큼 탄탄하다는 증거일까?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엄청나긴 한 것 같다.
<Wicked>의 오리지널 무대와 <레미제라블> 라이센스 공연도 지금 대기중이지 않는가 말이다.
그러고보니 미국과 프랑스의 왠만한 작품들은 거의 소개가 된 것 같다.
이제는 유럽 작품으로 서서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걸 보니.

<Elisabath>
뮤지컬 역사상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란다.
캐스팅 발표후 솔직히 많이 놀랐다.

다른 작품들은 도대체 어쩌나 싶을 만큼 뮤지컬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배우들 거의 전부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출연료만으로도 제작비의 상당부분이 할애되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과하다 싶을 만큼 화려한 무대 장치와 의상, 조명까지.
원작 공연에서도 무대 장치에만 무려 1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다는데 과연 헛말이 아니었구나 싶다.
주,조연을 망라하고 거의 고음으로 이루어진 넘버들은 듣고 있으면 감탄의 연속이다.
엄청난 화려함과 계속되는 고음의 페레이드가 이 작품의 장점이긴 하지만
반대로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가령,계속해서 움직이는 이중 회전무대는 산만한 느낌을 줄 수 있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호흡과 체력을 극도로 소모시킬 수도 있다.
(특히나 엘리자벳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무대효과중 하나가 어긋나기라도 하면 공연의 집중력이 전체적으로 흐트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공연 초반에 조명, 음향 등 무대효과의 타이밍이 어긋나고
토드가 서있는 크레인도 완전히 내려오지 않아 원성을 사기도 했단다.
루케니가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할 때는 줄이 끊어지는 대참사(?)도 발생했다나?
화려한 무대와 조명, 의상 등이 눈의 피로를 가져올 수 있다면
주,조연을 망라하고 계속되는 고음의 향연은 감탄을 넘어 귀의 피로를 증가시킬 수도 있겠다.
솔직히 현재는 첫번째 관람이라 피로보다는 경의로움이 크다.
드디어 류정한과 민영기가 한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게는 <Elisabth>라는 작품이 충분히 의미있고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박은태 루케니 - 류정한 토드
류정한 토드 - 김선영 엘리자벳
류정한 토드 - 전동석 루돌프
류정한 토드 - 민영기 요제프
민영기 요제프 - 김선영 엘리자벳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매력적인 조합이다.
그렇다면 나의 첫 관람은?



엘리자벳 김선영.
40이 넘은 김선영이 16살부터 61살까지의 나이를 연기해야한다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었으리라.
그런데 우려와는 달리 의외로 극 속에서는 그렇게 어색하진 않았다.
아쉬움이 있다면 배역 자체가 워낙 고음의 곡들이 많아서 노래 잘하는 김선영에게도 힘겨워 보였다.
가성과 진성을 오가가면서 감정을 전달하는 그녀의 모습은 충분히 아름답다.
그러나 곡 자채가 워낙 높아 소위 말하는 삑사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래도 김선영은 누가 뭐래도 김선영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배역보다 엘리자벳이 트리플 개스팅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직 공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좀 힘겨워 보인다.
회전하는 무대에서, 그것도 움직이면서 노래한다는 게 보기에도 안스럽다.
회전무대의 속도도 관객이 보는 것 보다 상당히 빠르다는데...
무대에 등장하지 않을 때는 머리와 의상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엘리자벳은 전혀 쉴 짬이 없단다.
체력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는 배역이다.
그래서 신영숙을 사람들이 많이 원했던건지도 모르겠다.
이날 김선영의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아 넘버들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한 게 개인적으로 아쉽다.
특히 "나는 나만의 것"이 내내 아쉽다.
그래도 확실히 류정한과 많은 공연을 해서 그런지 둘의 호흡과 하모니는 끔찍하다.
솔직히 저릿저릿 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2% 부족한 듯한 이 느낌은 도대체 뭘까?

프란츠 요제프 민영기.
신념 강한 왕(정조)이나 영웅(이순신, 삼총사)을 주로 연기해서 그랬을까?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그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다.
개인적으로 그의 목소리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민영기의 역량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속상하다.
배역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는 없을테지만...
그래도 2부 후반부에 류정한 토드와 함께 '엘리자벳~~~"을 외치는 장면은 환상이었다.
두 배우 모두 균형을 맞추면서 각자 목소리로 강약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륜과 경력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절감했다.
김선영과의 듀엣곡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는 생각보다 애절하지 않아 아쉽다.



무정부주의자 루케니 박은태.
이 작품을 통해 현재 엄청난 칭찬과 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잘한다는 말엔 나역시 이견이 없다.
루케니의 넘버 대부분이 박은태의 장점을 극대화해줄 수 있는 곡인 것 같다.
다행스럽다.
지금껏 내가 본 박은태 모습 중에서 제일 괜찮았다.
그런데 너무 열심히 해설자의 입장에만 머물러있다는 게 문제다.
좀처럼 극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에서 충실하게 해설자 역할만 담당한다.
그래서 극의 초반과 마지막에 루케니가 적극적으로 개입되는게 오히려 생경스럽게 느껴진다.
중간중간 본인이 너무 흥에 겨워하는 것도 약간은 이물스럽다.
흥없는 방관자보다는 흥있는 방관자가 100배쯤 낫지만 
이 작품 속에서 루케니는 방관자이기만 해서는 안 될텐데...
어찌보면 루케니가 토드의 대리인이기도 한데 그런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정말 충실한 해설자, 그 자체였다.
그래선지 milk보다 Kitsch를 부를 때가 더 실감(?)나고 극적이다.
NDP에서 그랭그와르를 할 때는 그래도 꽤 극 속에 개입했었는데...
어쩐지 작정하고 개인기에 목숨을 걸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내가 본 박은태 작품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
입 속에서 오래 머물려 웅웅대던 대사도 많이 개선된 것 같고..



루돌프 전동석.
요즘 한찬 뜨는 뮤지컬 배우다.
(하반기에 공연될 뮤지컬 <루돌프>에 강력한 후보라는 설이...)
분량이 너무 적어 뭐라고 평가하기가 솔직히 어렵지만 노래는 꽤 괜찮다.
류정한 토드와 부른 "그림자는 길어지고(The Shadows Grow Longer)"는 용호상박이다.
좀 대견스럽다 ^^ 
개인적으로 어버지 요제프와 대면하는 장면은 좀 더 완강했으면,
어머니 엘리자벳에게 도와달라는 장면은 더 간절했으면 하는 바람이...

대공비 소피 이정화.
<해어화> 이후로 정말 오랫만에 그녀를 무대에서 봤다.
엄격하고 냉정한 대공비를 기대했었는데 내가 본 건 고집장이 심술꾼 시어머니 모습이었다.
(죄송한 말이지만 대공비 같지는 않더다)
나이 든 역할을 표현하기 위해 목소리를 일부러 그렇게 낸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딕션이 조금 무너져버렸다.
(나만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특히 초반에 루케니가 그 시대의 사람들을 불러낼 때 이정화의 소리는 들리지만 목소리는 거의 묻힌다.
좀비스런 느낌이지만 정말 멋진 장면인데...
(예전 DVD를 보니까 이 장면이 공동묘지처럼 연출됐던데 느낌이 훨씬 강해서 개인적으론 좋다.)



토드(tod) 류정한.
할 말 많은 이 사람을 어찌할까?
영화 <기적>이 촬영 자체가 무산된건지,
아니면 스스로 배역을 하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해에 이 영화 때문에 류정한은 <몬테크리스토>를 제외하고는 어떤 작품도 하지 못했다.
1년여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뮤지컬 배우 류정한!
사실 루케니에게 소개된 토드의 첫 노래를 듣고는 깜짝 놀랐었다.
무대에서 언제나 영리한 여우였던 류정한이 너무 오랫동안 무대를 비웠나 싶어서...
지금까지 그가 낸 소리와 확실히 다른 소리여서 당황스러웠다.
왠지 늬들끼리 어디 한 번 잘 해봐라 하는 다른 곳에 있는 듯한 느낌!
실망감 비슷한 당혹감은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류정한은 역시 여우일수밖에 없구나 절감케 한다.
이야기 전체를 토드가 가지고 논다는 느낌이랄까!
늬들이 아무리 배후와 동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어도
어차피 이 모든 건 내 손바닥 위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는 거만하고 완벽한 handling.
류정한의 토드은 치밀하고 계획적인 control 이라기보다는
질투와 본능에 의해 감각적으로 표출되는 handling에 가깝다.
그리고 다분히 디오니소스적이다.
넘버 중간중간 웃는 웃음소리라든가
(그 웃음의 의미를 하나하나 쫒는 것도 특별한 재미였다)
성마르면서도 관능적인 그의 노래는 순간순간 전율을 일게 했다.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잠깐이라도 무대 위에 서면 여지없이 뮤지컬 <엘리자벳>은 뮤지컬 <토드>로 변한다.
아마도 오랫만에 무대에 서는 거라 본인의 흥분과 감격 지수도 상승됐겠지만
3월 중반 이후에는 좀 다른 표현의 토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예상해본다.
(반갑다! 류정한! 당신만큼 당신 무대를 기다린 사람들 정말 많다!)
솔직히 나는 배우 류정한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를 포기해버린지 이미 오래다.
그러기에 배우로서 그는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지금은 단지...
이 아름다운 배우를 드디어 다시 무대 위에서 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마냥 황홀하다.
(그래서 더 객관적이지 못할수도 있겠다)
그가 특유의 발음으로 "엘리~~~자~~~벳"을 부를때마다
당치않게도 내가 엘리자벳인냥 대답하고 싶어진다.
더 나은 현실 속으로 인도해주겠다는데...
영원한 안식처를 주겠다는데...
도대체 이 유혹적인 부름에 누군들 감히 마다할까?
무한 애정의 정도가 깊다고 손가락질 한대도 어쩔 수 없다.
어쩌겠는가...
죽음이 죽음으로 죽음을 말하는데
어찌 죽음을 따르지 않으리요...



캐스팅 보드를 자세히 살피지 않아서 이날 루돌프 아역이 누구였는지 모르지만
아역까지도 잘하더라.
침대위에서 "엄마 어디 있어요"를 부르는데 깜찍하면서도 너무 안스러웠다.
아직 어린 꼬마인데 감정을 담아서 부르는 것 같아 놀랐다.
<해품달>에 이어 아역이 아역이 아닌 시대가 뮤지컬계도 오려나보다.
긴장해야겠다. 성인연기자들 ^^

공연장에서 프로그램북을 사본지 백만년이나 돼서 찾아보지 못했는데 
번역을 누가 했는지 궁금하다.
음악감독 김문정도 참여한 걸로 알고 있는데 상당히 깔끔하다.
EMK 작품들을 볼 때마다 매번 느끼는건데 번역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억지로 가사를 구겨넣은 느낌도 없고
적절한 단어를 잘 찾아 귀신같이 잘 사용한다.
덕분에 넘버의 리듬도 살고 가사의 내용도 산다.

도대체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괜찮은 대극장 뮤지컬을 보게 된 게.
덕분에 갈증이 조금 해갈됐다.
가능하면 자제하려고 하겠지만 앞으로 서너번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전 캐스팅 크린까지는 아니더라도 송창의, 김준수 토드는 보고 싶다.
이들이 표현하는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옥주현 엘리자벳도 궁금하고,
3명의 루케니도 궁금하다.
(자제하겠다더니 점점 점입가경이다)
이렇게 궁금해하면 안 되는 건데...
궁금해하면 지는거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1. 5. 10. 20:43
지금 고민하고 있는 작품!
괜찮은 뮤지컬인데 공연하는 곳이 성남이라서...
넘버가 워낙에 좋고 캐스팅도 초연멤버가 그대로 포함되어 있어서 기대가 되긴 한다.
작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됐을 때도
임태경과 박은태 모차르트로 두 번 관람했었다.
올 해에도 보게 된다면 아마 이 두 사람 정도!
(김준수, 전동석은 아예 처음부터 제외다. ^^)
아직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는 중이다.
성남아트센터!
참 멀긴 멀다 ^^

4인 4색 모차르트들의 맛보기 넘버들.
그리고 백작부인 신영숙의 <황금별>까지.
넘버들은...
정말 참 괜찮은데...
민영기, 서범석, 신영숙, 정선아...
캐스팅까지도...
이게 뭐라고 괴롭다 ^^


                                        
                                     임태경 <나는 나는 음악>

 
                                    
                                  박은태 <내 운명 피하고 싶어>

 
 
                                 
                                 김준수 <왜 날 사랑하지 않나요>


 

                                     전동석 <나는 나는 음악>



                                            신영숙 <황금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3. 24. 06:35
볼까 말까를 정말 많이 고민하다가
어찌어찌 막공으로 본 <천국의 눈물>
50% 할인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냥 지나쳤을 뮤지컬이다.
그리고 브래드 리틀이 출연하지 않았다면
50% 할인의 유혹이 아무리 강렬했더라도 결코 보지 않았을 작품이다.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가 세계진출을 목표로 만든 야심작 <천국의 눈물>
출연진과 스탭진은,
이보다 더 할 수 없을만큼 화려하고 완벽한 드림팀이다.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
<스위니토드>의 연출가 가브리엘 베리
무대 역시도 세계적인 무대 디자이너 데이비드 갈로가 맡았다.
그리고 JYJ 의 시아준수가 남자 주인공 준을, 
역시나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이 제임스 대령을
개인적으로 노래와 연기 잘 하는 여배우라고 생각하는 윤공주의 린까지...
티켓파워야 엄청났다.
1층 전석이 좌석 등급 구분없이 13만원이라는 파렴치한 가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표는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김준수가 출연하는 회차만 그랬지만... 어쩐지 씁쓸하다...)
덕분에 김준수 회차가 아닌 날도 티켓 예매하기가 힘들었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이렇게 슈퍼스타급의 아이돌이 캐스팅되면
예매 날짜를 따로 했으면 좋겠다.
(농담 아니다. 예매하기 정말 힘들다....)


개인적으로 <쓰릴미>때 정상윤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기대가 컸는데
아무래도 그는 소극장 무대가 더 적절한 것 같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라울을 보면서도 무지 속상했었는데...그랬더랬는데...)
연기는 괜찮은데 노래가 솔직히 많이 약하다.
감정 몰입이 되면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1막에서는 많이 흔들리더라.
2막에서 린이 떠났다는 걸 알게 된 후 부르는  "can you hear me"는
슬픔을 절제하고 감내하는 느낌까지 들어서 좋았다.
막공이라서 "준" 역할이었던 김준수와 전동석이 중간중간 액스트라처럼 출연하기도 했다.
그래서 1막이 전체적으로 붕 뜨고 산만해져버린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 공연에서 배우들의 애드립 출연을 보는 것도 막공의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긴 한데
이게 "김준수"가 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아무래도 주연배우보다 그가 나올 때 더 큰 함성이 나오니까.
(자주 콘서트장 분위기 연출되더라...)
거기다가 현해탄을 건너온 일본팬들이 김준수의 공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지 환호하더라.
쓰나미때문에 일본이 난리가 났다는데,
아무래도 김준수는 그 쓰나미조차 이겨버리는 것 같다.
커튼콜 때 김준수 보겠다고 뒤에서부터 앞으로 100m 달리기하듯 달려나오는 수많은 인파를 보면서
이러다 지진나는 건 아닌지 진심으로 걱정스러웠다.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본사람들이 자꾸 와서 인사를 하더라.
(뭐지 싶었는데 아무래도 김준수 부모님이었던 듯 싶다)


음악은, 역시나 프랭크 와일드 혼 작품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에 넘버마다 강렬한 크라이막스가 있다.
메인 테마라고 할 수 있는 "Can you hear me"는 여러번 나옴에도 불구하고
들을 때마다 매번 감탄하게 된다.
브래드 리틀이 장렬하게(?) 자살하면서 부르는 "whithout her" 역시도 강렬하다.
그런데 만약 이 노래를 만약 다른 사람이 불렀다면...
매번 이 사람의 무대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브래드 리틀의 존재감은 가히 압권이다.
궁금하다.
왜 브래드 리틀은 이 공연에 참여하게 됐는지...
그가 친구 프랭크 와일드 혼에게도 함께 하자고 했다는데...

 



세계 진출을 위해 만든 작품이라는데
솔직히 이 상태로 세계 진출하면 죄송하지만 욕먹을 것 같다.
어째든 <미스 사이공>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무엇보다 스토리가 진부하고 그리고 지루하다.
(따지고 보면 진부한걸로 치면 <미스 사이공> 스토리도 만만치 않은데...)
일단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 존재감없이 사망한다.
결국 마지막에 흰 옷 입은 귀신들만 수두룩 등장하는 꼴이 되버리니 일종의 살풀이처럼 느껴졌다.
또 다시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된다.
만약 김준수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천국의 눈물>이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 물음 앞에 자신있게 "Yes!'라고 답하기는 막막할 것 같다.


무대 연출이 좋았다는 사람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실망했던 게 무대였다.
경사진 무대와 군인들이 전쟁터로 떠나는 장면에서 블랙홀같이 연출한 부분은 좋았는데
나머지는 너무 스크린으로만 해결하려고 한 것 같다.
특히나 수시로 저 혼자 들락날락하는 문짝은 어이없기까지 했다.
(이 공연의 최다 출연자는 그 문짝이 아닐런지....그래도 색은 3가지 정도 되더라...) 
제작비가 어마어마했다는데 그 돈은 다 어디에 쓰고 그 넓은 무대를 황량한 벌판을 만들어놨는지...
수시로 등장하는 스크린에 비쳐진 그림자도 신선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러기엔 너무 많이 남발했다)
1막 앤딩의 "이렇게 사랑해 본 적 없어요"에서의 조명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덩그라니 놓여있던 침대와 두 배우를 정신없이 비추는 시골 변두리 노래방같던 조명이란...
(이 노래 애절하고 절절한 노래 아닌가?  그런데 트롯트에나 어울린 이 정체불명의 조명은 뭐냔 말이다.)
2막에서 학예회 무대같던 비행기 뒷모습은 급기야 안스럽기까지 하더라.
미국으로 간 린과 쿠엔이 공원에서 이야기 나눌 때,
옆에서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여성인권(?) 시위 비슷한 걸 하는 장면은
80년대 코미디 같았다.
(늬들 정체가 뭐냐???)
이 부분 너무 부끄러워서 내 고개가 절로 숙여지더라.
짝퉁도 이런 짝퉁이 없는 것 같아서...
정말 외치고 싶었다.
"양키! 고잉 홈!" 이라고....



                         - 정상윤 "준"과 이해리 "린" -



 
                               - 김준수 "준"과 윤공주 "린" -




충격이 좀 크긴 했지만
어쨌든 고민했던 <천국의 눈물>을 봤다.
세계진출을 준비한다니 걱정이 태산이다.
(내가 뭐라고...)
그 전에 이 좋은 넘버들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제발 손 좀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특히 무대는 더 많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