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4. 23. 08:01

<M.Butterfly>

일시 : 2014.03.08. ~ 2014.06.01.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무대미술 : 이태섭 

연출 : 김광보

출연 : 이석준, 이승주 (르네 갈리마르) / 김다현, 전성우 (송 릴링)

        손진환, 정수영, 유성주, 이소희, 빈혜경

제작 : 연극열전

 

이석준 르네에 이은 이승주 르네 갈리마르.

SBS 연기자 공채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스스로 연극배우의 길을 택한 보기 드물게 용감한고 뚝심있는 젊은 배우 이승주.

솔직히 치기어린 객기라고 생각도 들었고,

TV 신인 연기자의 연기수업, 혹은 얼굴 알리기용 멘트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김광보 연출의 <내 심장을 쏴라>를 보니 그게 아니더라.

대선배 김영민에게도 밀리지 않았고, 작품에도 끌려다니지 않았다.

그 후 다시 이승주를 무대에서 본 건 작년 국립극단의 "삼국유사 프로젝트"에서였다.

처음엔 몰랐었다. 그가 그 이승주라는 걸.

<로맨티스트 죽이기>에서 그의 연기는 개인적으로 충격적일만큼 인상적이고 강렬했다.

불과 몇 년 만에 81년생의 이승주는 작품을, 배역을 온전히 책임지는 여엿한 배우로 무대 위에 서었다.

(개인적으로 <로멘티스트 죽이기>를 보면서 이승주에게 무지 열광했었다. 물론 혼자 조용히... ^^)

 

<엠나비>의 앵콜공연에 그가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출중한 외모때문에 당연히 "송 릴링"일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르네" 란다.

조금 이해가 안됐지만 모델을 빰치는 그의 기럭지가 아무래도 송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다 싶긴 하다.

이승주와 김다현이 나란히 무대에 선다면?

미모에 관한한 제대로 포텐 터지겠다.

그야말로 관객들 안구정화시키는 All kill할 외모들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은 이번에도 전성우로!)

 

이승주의 르네를 보면서 스스로 "엠나비"가 되어야만 했던 한 남자의 진실이

아주 절실하고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건 이석준 르네와는 완전히 다른 표현이었다.

81년생의 젊은 배우가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배역이었을텐데 놀랍다.

끌려가지 않고 이야기를 품고 가더라.

확실히 배우더라. 이승주는!

 

이승주가 표현한 르네는,

겶코 자신의 욕망에 속거나, 환상속에 살았던 인물이 아니다.

극단적이긴 했지만 그 결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확고한 "르네의 선택"이었다.

송이 남자였다는 사실을 르네가 정말 몰랐을까?

나는 아니라고 확신했다.

르네는 송의 정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고.

그래서 기꺼이 송의 "엠나비"가 되기로 작정했던 거라고.

그러니까 이 작품은 완벽한 여성을 만나 그 여자의 환상을 선택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했던 또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여자를 만나는 일이라는 르네의 말.

이 대사는 그냥 스치고 지나버릴 그런 대사가 아니었다.

적어도 이승주 르네에겐....

르네는 송 릴링에게 자신의 모든 수치심을 바쳤다.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그걸 이해한다면 르네도,

르네의 선택도 다 이해될 수 있다.

 

* 작품 속에 집중과 몰입을 다 바친 배우의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이날 온전히 소진(消盡 )된 두 배우의 커튼콜 모습은 

  오랜 여운으로 남겨질만큼 깊은 감동이었다.

  나는 두 사람이 훨씬 더 좋은 무대배우가 될거라는 걸,

  더  큰 책임감과 아름다운 진념으로 무대를 지켜낼거라는 걸

  추호의 의심없이 믿는다.

  작품도, 배우도...

  참 독하게 아름답다.

  두 배우가 무대 위에서 보여준 그 눈빛!

  두고두고 못잊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4. 3. 08:33

<M.Butterfly>

일시 : 2014.03.08. ~ 2014.06.01.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무대미술 : 이태섭 

연출 : 김광보

출연 : 이석준, 이승주 (르네 갈리마르) / 김다현, 전성우 (송 릴링)

        손진환, 정수영, 유성주, 이소희, 빈혜경

제작 : 연극열전

 

2012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초연 당시 정말 인상깊게 관람했던 작품.

다시 올려지길 나 역시도 바랐는데 무려 2년만에 앵콜이 결정됐다.

조금만 흥행에 성공헤도 바로 앵콜무대가 올려지는 요즘의 추세를 생각하면 앵콜까지 시간이 참 오래 걸린 셈이다.

초연이 워낙 인상적이라 그때 배우들을 다시 볼 수 있길 은근히 바랬는데 공개된 캐스팅은 김다현만 제외하고는 완전히 뉴페이스였다.

르네 갈리마리에 이석준, 이승주, 그리고 송 릴링에 전성우.

서운함과 동시에 와~~우! 를 연발하게 하는 캐스팅이라 망설임없이 예매했다.

이석준-전성우, 이승주-전성우 페어로...

(김다현 송 릴링은 이번에도 pass~~)

이 작품은 1986년 실제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브루시코'와  중국 경극 배우 '쉬 페이푸' 사이에서 일어난 세기의 로멘스(?)이자 스파이 사건.

두 사람의 이 기묘한 관계는 무려 20년 동안 이어졌다.

(어쩌다보니 요즘 내 관극의 화두가 '기묘(奇妙)"가 되버렸다)

작품 속에서 송 릴링은 르네 갈리마르에게 이렇게 말한다.

"중국 경극에서 남자가 왜 여자 역할을 대신하는지 아세요?

 어떤 여자가 진짜 여자다운지 남자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죠"

르네 갈리마르는 그 말의 의미를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진실보다 자신의 환상을 지켜내는 일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나를 속인 건 나의 욕망"

르네의 마음이 나는 또 어쩌자고 이렇게 이해되고 공감될까?

 

이석준의 갈리마르.

후반부로 갈수록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에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초연의 김영민과는 또 다른 르네다.

환상 속에 머물기를 선택한 남자.

그리고 스스로 M.butterfly가 되어 영원히 그녀를 지켜내는 남자.

매일밤 머릿속에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연극을 만들어내는 것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었다.

당연하지 않나!

그녀를 만나서, 그녀를 사랑해서 인생의 모든게 완전히 바뀌어버렸으니...

"나는 상상 그 자체요. 그리고 그 상상 안에 영원히 머물겁니다!"

나는 이 대사가 르네의 최후변론처럼 들렸다.

그의 선택을...

나는 인정한다. 이해한다. 동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네의 자살장면은 너무 아프더라.

(이석준도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 보는 내내 안스러웠다)

이석준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섬세함과 다른 치밀함이 보인다.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는 느낌.

그러니까 배우 이석준이 내겐 <M.Butterfly>인 셈이다.

그래서 이석준이 연극 무대에 서면 나는 짜릿하다.

<스테디 레인>도 그렇고 <M.Butterfly>로 더 그렇고.

이석준이 김광보 연출의 새로운 뮤즈(?)가 됐음을 인정하게 된다.

(나야 너무나 좋지!)

개인적으로 배우 이석준이 연출에 도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는데

드디어 연극 <섬걸즈>에서 연출을 한단다.

게다가 정상윤이 이석준이 했던 남자 주인공을 한다니

이 작품 여러가지로 관람할 맛이 나겠다!

 

송 릴링 전성우.

사실 캐스팅에 이름이 올랐을때 좀 걱정했었다.

아직 소년의 느낌이 강한 전성우가 역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런데 이 녀석.

무대 위에서 참 진심이더라.

한참 선배인 이석준의 서포트를 받는 게 아니라 송 릴링 장면에서는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았다.

법정장면은 담담하면서도 너무 슬펐고

전체적으로 감정 컨트롤도 잘해서 놀라웠다.

(생각보다 여장이 어울리지 않은 것도 놀라웠고...)

화장을 지우고 남자의 모습으로 서있을 때는 전성우 특유의 미소년 느낌이 강했는데

개인적으론 그게 작품 속에선 나쁘지 않았다.

그것 역시도 르네의 상상이었을테니까...

몰입과 집중으로 작품을 꽉꽉 채워내는 배우의 모습을 보는 건

역시나 큰 기쁨이고 행복이다.

이 녀석과 이승주가 만나게되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숭주가 출연하는 연극은 어쩌다보니 거의 다 봤는데 

볼때마다 놀랐다.

SBS 공채탈렌트라는 타이틀이 있어서

그냥 잠깐 연극무대에서 연기수업을 받는가보다 생각했는데

그를 TV에서 본 기억은 전혀 없다.

본인 스스로도 연극이 자신과 잘 맞는단다.

혹시 이 배우의 정체가 궁금해 예매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무대를 너무나 잘 알고 아는 만큼 책임질 수 있는 배우라고.

이승주의 작품을 보고 나면

어느새 그가 당신의 M.butterfly가 되어 있을 거라고.

 

이승주 르네와 전성우 송 릴링.

아직 확인하지 못한 두 사람의 무대가

지금 내겐 진실을 품은 환상이다.

 

M. Butterflay!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22. 08:51

<인당수 사랑가>

일시 : 2013.09.07. ~ 2013.11.03.

장소 :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대본, 작사 : 박새봄

작곡 : 김아람, 김준범

음악감독 : 신은경

연출 : 최성신

출연 : 임강희, 유리아 (춘향) / 박정표, 이창용, 전성우 (몽룡)

        이석준, 고영빈 (변학도) / 안치욱, 이상은 (심봉사)

        서정금, 정상희 (도창) / 이동재 (방자), 박경옥 (뺑덕)

        최명경, 김광만, 김하나, 이종원

 

예전에 이 작품이 소극장에서 공연됐을 때 두 번 정도 관람을 했었다.

처음 봤을 때 정말 깜짝 놀랐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에 여러 형태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을 그것도 썩 성공적으로 시도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작품을 보기 전에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었다.

<춘향전>과 <심청전>을 섞는다?

코믹한 마당놀이를 보게 될거라고 생각했더랬는데...

자그마한 극장에서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사랑가"와 "쑥대머리"가 나오니 눈과 귀가 동시에 번쩍했었다.

이야기 구성도 너무나 참신했고

젊은 배우들의 패기와 정성 가득한 연기도 인상깊었고

상식을 뒤짚는 변학도의 캐릭터 반전도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방자 이동재의 맛깔스러운 연기도, 도창 정상희의 구수한 소리도 신선하고 흥겨웠다.

이런 멋진 파격과 도전이라면 우리 고전도 경쟁력이 있겠구나 생각할 정도로

재미와 감동, 친근함과 새로움을 그야말로 적재적소에 질 배치시켜 만든 작품이었다.

내 기억에 이 작품은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출신이 주축이 됐던 걸로 기억한다.

졸업작품이었다는 말도 있고...

"한예종" 출신들이 이렇게 사고를 칠 때마다(?) 나는 아주 흐뭇하고 반갑다.

(그런데 요즘 "한예종"이 너무 조용하다.... 크게 사고 한 번 쳐줬으면 싶은데...) 

 

6년이 훌쩍 지나 다시 보게 된 <인당수 사랑가>는

역시나 참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작품에 대한 욕심이 너무 과해서

그 좋은 작품이 오히려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차리리 예전처럼 소박하지만 내실있는 작품으로 남아

소극장에서 롱런하는 작품이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좋은 작품이 너무 큰 공연장을 만나 객석의 일부도 온전히 채우고 못하는 걸 목격하니 너무나 안타까웠다.

무대도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게 아니라 너무 휑하니 텅 비어 불필요한 공명만 더 생겼다.

오케스트까지 추가돼서 음악이 확실히 풍성해지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소극장에서 도창과 고수 한 명으로 공연됐을 때가 훨씬 좋았다.

그래도 초연때부터 <인당수 사랑가>를 지켜온 방자 이동재를 다시 볼 수 있었던 건 정말 득템이다.

이동재처럼 작품에 깊은 애정을 가진 배우의 무대를 보는 건 언제가 큰 기쁨이다.

 

관람하면서 눈에 담겼던 배우는 춘향역의 유리아와 변학도의 이석준.

<두 도시 이야기> 초연때 눈여겨 봤던 유리아가 재연에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궁금했었는데

이 작품을 준비하느라 그랬나보다.

임강희가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를 하느라 유리아의 회차가 많아졌는데

자기관리를 성실히 했다는 게 무대 위에서 그대로 보여졌다.

아마도 이 작품을 끝내고나면 뮤지컬 배우로서 유리아의 입지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노래도 연기도 목소리 톤도 참 좋았다.

그리고 변학도 이석준!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꽉꽉 채워지는 이석준은 항상 묘한 "끌림"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배우가 배역 속에 드러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이석준만은 예외다.

그가 만들어 내는 배역은 확실히 "이석준"만의 느낌이 있다.

이 작품 속에서도 휑한 공연장이 민망할 만큼 그의 연기는 좋았다.

독보적이만 결코 함부로 튀지 않으면서 작품 속에 풀어지는 이석준의 연기가 나는 참 좋다.

이석준은 분명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멋진 배우가 될 것 같다.

꽉꽉 차 있으면서 느긋한 여유가 느껴지는 그런 배우.

그래서 나는 지금보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

중년을 훌쩍 넘긴 이석준의 모습이 아주 궁금하다.

무대 배우의 복지와 향후에 대해 그만큼 고민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책임감이라는게 무대 위에 있을 때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이석준이 항상 상기시킨다.

나는 그의 확신이 공연계의 화두가 될 날이 꼭 올거라고 확신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배우 이석준이 지금처럼 굳세고 곧은 청춘이길 바라고 또 바란다!)

 

영화배우 조성하를 닮은 멀티맨 최명경의 연기도 아주 맛깔스러웠고

심봉사 이상은의 감쪽같은 연기도 감탄스러웠다.

도창 정상희는 이 작품을 워낙 오래해서 그런지 제대로 한판 노는 재미가 쏠쏠했다.

몽룡 전성우가 오히려 부족하다고 느껴질 만큼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좋았는데

문제는 공연장이 너무 컸다는 거!

일요일 저녁 텅 빈 객석을 보면서 참 쓸쓸했다.

이 작품, 정말 정말 좋은 작품인데...

혹시 다시 예전처럼 소극장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아니면 최소한 동숭아트홀이나 연강홀 정도의 규모라도.) 

굳이 규모를 키우고 싶다면 공간을 채우는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으면 정말 좋겠고!

이 좋은 작품이, 이 좋은 배우들이 텅 빈 객석때문에

찬서리를 맞고 있는 것 같아 자꾸 걱정된다.

정말 좋은 작품인데...

정말 좋은 배우들인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6. 17. 09:53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정상윤, 전성우 (나-네이슨) / 송원근, 이재균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지난 6월 1일 관람 후 피아니스트까지 포함해서 완전히 다른 캐스팅이다.

(곽혜근의 피아노 연주도 궁금했었는데 다행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재균의 리차드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없었다. 

대신 전성우가 도대체 네이슨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궁금했다.

사실 걱정을 하는 중이었다.

<쓰릴미>라는 엄청난 작품을 과연 이 두 배우가 잘 표현할까 싶어서...

이 불안감은 비단 두 배우가 여려서만은 아니다.

단지 그들이 배우로서 보여준 이력이

무시무시하게 섬세하고 치밀한 이 작품을 감당하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런 나의 뒷통수를 쇠막대기로 세차게 내려친다면!

정말이지 나는 기꺼이 뻗어 줄 용이가 있었다.

(염산까지는 감당 못하겠고...)

 

1924년이라는 배경을 굳이 살리고 싶었을까?

두 사람의 외형은 몹시도 촌스러웠다.

(특히 그 머리 모양... 이건 답이 없다)

이해가 안 됐다.

정상윤, 송원근 페어가 아주 잰틀하고 세련된 모습이어서 더 의아했다.

어쨌든 지금 진술을 하는 시점은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 34년이나 지났고

과거든, 현재든 시간의 개념은 이미 그들에겐 의미가 없어진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성우는

일부러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려는 듯 애써 나이든 목소리를 낸다.

마치 아이가 어른의 옷을 몰래 입고 외출한 듯한 어색함.

고운 미성의 미소년9?) 전성우가 감당하기엔 영 어정쩡한 설정이다.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데 일부러 센 척하는 이제균의 리처드 역시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

그래서였을까?

두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위에서 어른의 눈치를 보는 주눅든 아이같다.

은밀하고 위험한 계약이 아닌 철없는 아이들의 한때 장난질에 질타를 받는 아이.

그럴거면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소년의 이미지로 극을 이끌어갔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표현이 되지 않았을까!

(심지어 피아니스트의 연주까지도 눈치보는듯 너무나 조심스럽다.

 근데 솔직히... 피아노... 좀 심각하시다... 어쩌나...) 

 

둘은 또한 소리의 효과도 이번 시즌의 의도만큼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했고

그래서 조명까지도 어정쩡해져버렸다.

(빛과 소리의 애매함)

때때로 표정과 감정은 불필요할 정도로 과장되게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두 사람은 <쓰릴미>라는 작품이 갖는 극도의 긴장감과 반전의 묘미를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

이재균에게 이 작품은 아무래도 성급한 결정이었다.

특히 리처드의 독백 장면은 너무나 대책없이 무너져버렸다.

그건 인물의 중심을 잡아내지 못한 배우가 보이는 빈틈이었다.

유괴장면도 너무 과도하게 조심스러웠고 두려움에 차있었다.

리처드는 그래서는 안 되는건데...

리처드는 관객마저도 깡끄리 속여야 했다.

그래야 레이의 마지막 반전이 충격적일 수 있을테니까.

레이와 리처드는 서로의 해석본이자 올가미이며 반전이다.

차라리 두 사람이 역할을 바꿔서 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

극의 인물과 연기하는 배우가 서로 융합되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걸 목격해야 한다는 건,

글쎄... 좋은 기억은 아니다.

특이 <쓰릴미>에서는 더더욱.

두 사람은 레이의 넘버 그대로 정말 너무 많이 가버렸다.

way to far!

이 두 배우가 조금 더 경력을 쌓은 후에 이 작품을 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땐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를 보여주지 않을까?

(그래주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내가 본 <쓰릴미>중 지금까지 가장 인상적이었던 페어는

역시나 김우형과 정상윤이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 둘의 기억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페어가 언젠가 나타나기를...

조만간 새로운 캐스팅이 공개될 것 같은데.

그들이 나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까?

 

아주 은밀하고 Thirll하게 그들을 기다려보련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2. 22. 08:16

<여신님이 보고계셔>

일시 : 2013.01.15. ~ 2013.03.10.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출연 : 최호중, 이준혁 (한영범) / 전성우, 신성민, 윤소호 (류순호)

        임철수 (이창섭), 지혜근 (조동현), 최성원 (신석구)

        주민진 (변주화), 이지숙 (여신님)

연출 : 박소영

대본 : 한정석

작곡 : 이선영

제작 : 극단 연우무대

 

3주만에 다시 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프리뷰 공연만 본 거라 이 작품이 어떻게 자리를 잡았나 확인하고도 싶었고 피터팬 전성우의 네버랜드를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이 녀석이,

내게 "피터팬은 여전히 살아있음"을 계속 믿게 해줄까?

어쩌면 인간이란 절망과 고통 속에서

유일하게 환상을 현실화하는 종족인지도 모르겠다.

그 상황을 부정하고 싶어서든, 혹은 벗어나고 싶어서든.

그래서 환상은 때론 간절한 희망이고, 유일한 삶이고, 그리고 마지막 구원이다.

그걸 믿든, 혹는 믿는척만 하든.

뭐가 됐든 간절하면 환상은 현실이 된다.

여신을 믿는 척 하다, 여신을 만나고, 여신이 된 유순호처럼... 

 

사실 좀 지루할까봐 걱정했었다.

익숙해진다는 건 가끔 졸음같은 나른함과 게으름을 동반하기도 하니까...

그런데 작품이 좋아선가?

또 다시 깊게 빠져서 관람했다.

배우들은 조금 지쳐보이고 그래서 노래도 좀 불안해졌지만

그런 모습이 극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꽤 그럴듯한 효과를 냈다.

특히 순호가 "악몽에게 빌어"를 부를 때는

전성우의 그 예쁜 미성이 살짝 갈라지는데 오히려 그게 더 절망적이고 간절하게 느껴졌다.

"그대가 보시기에"에서는 또 그렇게 해맑고 순수할 수가 없다.

피터팬이 전성우 순호의 "그대가 보시기에"를 보면 무릎을 꿇었을거다.

맑아도 맑아도 그렇게 찬란하게 해맑을 수가 없다.

여신과의 듀엣곡 "보여주세요"는 팽팽한 대결구도처럼 진행되다가

일순간 긴장감이 녹아내리는 듯한 평온함을 준다.

이제 모든 게 제대로 되겠구나... 싶은 안도감.

이지숙의 미성과 전성우의 미성이 섞이니 더 매력적이다.

이지숙 여신.

<여신님이 보고계셔>인데 매번 여신님에 대해서 쓰는 걸 잊었다.

에피소드마다 다섯 남자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아픔과 상처로 나와 스스로 보듬고 위로해주는 그녀.

정말 예쁘고, 다정하고, 따뜻하다.

모두가 잠든 사이 꿈결처럼 나타나 "꿈결에 실어" 부르는 모습은 정말 여신의 모습이었다.

아름답고 해피앤딩한 동화의 서막을 알리는 느낌이랄까!

이지숙 목소리.

참 좋다.

지금껏 언급하지 못했던 게 너무 많이 미안할 만큼... 

 

너무나 사랑스럽고 이쁜 넘버들.

그것 때문에라도 이 작품은 잊기 참 힘들 것 같다.

짝사랑 누나와의 장면과 마지막 남북 병사들이 헤어지는 장면에서는

최성원때문에 참 슬펐다.

원캐스팅이라 많이 힘들텐데...

작품에 대한 배우 최성원의 깊고 진한 애정의 정도가 눈에 보인다.

예쁘고 또 예뻤다.

무뚝뚝한 지혜근 배우가 표현한 더 무뚝뚝한 조동현의 가슴 깊은 상처에도 가슴이 아팠고

목소리가 맘에 들지 않았던 주민진 변주화도 충분히 이해돼서 진심으로 연민했다.

남자 배우들이 이렇게 단체로 예쁠 수 있다는 걸,

이 작품을 통해서 또 한 번 느낀다.

 

다행이다.

이쁘고 고운 창작 뮤지컬이 만들어져서...

그래선가!

초연의 이 느낌이 재공연 될때도 절대 변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아니, 아주 정중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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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3. 1. 30. 08:16

<여신님이 보고계셔>

 

일시 : 2013.01.15. ~ 2013.03.10.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출연 : 최호중, 이준혁 (한영범) / 전성우, 신성민, 윤소호 (류순호)

        임철수 (이창섭), 지혜근 (조동현), 최성원 (신석구)

        주민진 (변주화), 이지숙 (여신님)

연출 : 박소영

대본 : 한정석

작곡 : 이선영

제작 : 극단 연우무대

 

2011 CJ creative minds 선정작

2012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 최우수 선전장

2012 창작뮤지컬 육성지원사업 선정작

 

미시여구에 가까운 화려한 이력보다 오히려 훨씬 더 착하고, 성실하고, 가슴 따뜻하고, 뭉클한 작품이다.

30분 분량의 예그린 동영상만으로도 기대감dl 너무 커서 오히려 점점 걱정이 되려던 찰나였다

너무 큰 기대감때문에 혹시 작은 실수 하나에 우루루 혼자 쌓아올린 탑이 무너질까봐.... 

물론 몇가지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정말 잘 만들었다.

그야말로 갑(甲)이다.

이제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지는 한국전쟁을 모티브로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누군가는 장진의 <웰컴 투 동막골>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다른 상상력이 주는 뜻밖의 감동이고 결과물이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문학을 포함한 모든 예술 분야에서 "한국전쟁"에 많은 빚을 질 수밖에 없다.

왠지 숙연해지면서 점점 기억에서 잊어지는 게 죄스럽게 느껴진다.

겪지 않은 그 시간들이 이렇게 다시 수면으로 떠오를 수 있게 만들었다는 거!

이 작품이 고마운 숱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예그린 때 참여했던 박해수,문상현,최호승 배우가 함께하지 못한 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다.

그래도 최호중과 전성우, 최성원이 중심을 잡아줘서 다행이다.

북한군 이창섭(임철수), 조동현(지혜근)은 사투리톤이 많이 어색했다.

특히나 임철수는 북한사투리 외에 본인의 고향 사투리톤이 간간히 드러나서 순간순간 더 어색했다.

관람하면서 계속 임철수와 지혜근의 배역이 서로 바뀌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임철수 배우가 너무 코믹한 느낌이라서...

진지하고 무표정한 지혜근 배우가 이창섭을 했었다면 의외의 부분에서 웃음이 터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두 사람의 키차이 때문인지 지혜근 배우가 더 선임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두 사람의 에피소드를 보면서는 더 절감했다.

둘을 바꿨어야 했어....라고.

(나중에 연출님이 좀 진중하게 고민해보심이 어떨지!)

연출적인 부분에서 개인적인 바람 하나 더!

모든 잠들었을 때 저기 멀리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신님이 강림(?) 하는 장면에서

여신이 자고 있는 류순호에게 손을 뻗칠 때 류순호가 눈을 번쩍 떴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정면에서 서로를 직접 대면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극적이었을 것 같다.

(그녀는 그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제일 아쉬운 점은,

무대가 너무 작았다는 거다.

박소영 연출의 말대로 이 작품은 중극장 규모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동숭아트홀이니 연강홀 정도에서 공연됐으면 무대 활용도나 셋트가 훨씬 더 풍성하고 신비감이 있었을텐데...

(어여어여 무럭무럭 자라 더 큰 극장으로 옮겨가거라~~~)

 

최호중과 전성우는 역시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최호중은 때로는 맛깔스럽게 때로는 진중하게 이야기를 잘 끌어간다.

목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노래에 감정을 아주 잘 담아서 보는 내내 자꾸 동화되버리게 된다.

나도 뭔가를 진희한테 주고 싶고...

안녕이라고 손흔들고 싶고...

새가 자꾸 우는 것 같고...

요즘 최호중 배우의 매력을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

게다가 계속 내 기대치를 조금씩 조금씩 끌어올리기까지 한다.

아름다운 미성을 가진 소년의 이미지 전성우.

그가 표현하는 "악몽에게 빌어"는 정말 압권이다.

두려움에 가득한 표정과 떨리는 음성, 아프고 힘든 그 절절한 심정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이 장면에서 연출력과 조명 정말 끝장이다.

쿵쿵 울리는 발박자에 이어 전쟁터에서 시체가 나뒹굴듯 한 명씩 쓰러지는 배우들.

거울이 바닥에 깨지는 것 같은 느낌의 조명효과..

보면서 참 무섭고 두렵고 섬뜩했다.

(정말 숨통을 조여오는 느낌, 그것이었다)

 

너무나 이쁘고 즐겁고 사랑스러운 넘버들.

"여신님이 보고계셔"와 "그대가 보시기에"는 금방 입에 붙는다

제대로 된 후크송에 아주 제대로 낚였다.

거기다 보고 있으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는 귀염성 있는 그 이쁜 율동(?)들.

(이거 엄청나게 중독성 있다)

"꽃나무 위에"와 "꽃봉오리", "꿈결에 실어"는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자장가 같았고

"보여주세요"는 잔잔하지만 거센 울림이 있는 작은 혁명가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넘버들를 히나하나가 전부 주옥같아서 놀라울 정도다.

작지만 크고 깊은 작품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 크고 깊어질 작품이기도 하다.

너무나 막무가내로 이쁘고 사랑스러운 작품이라서 엄마미소가 절로 나온다.

전쟁 중에 만나게 된 여섯 남자의 무인도 표류기(?)

정말정말 잘 컸으면 좋겠다.

 

요즘 한국 창작뮤지컬의 선전!

정말 멋지다!

그리고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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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2. 12. 26. 07:54

<삼천 - 의자왕의 여인>

일시 : 2012.10.26. ~ 2013.01.20.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작,연출 : 서윤미

음악감독 : 김창환

안무감독 : 안영준

무대 디자인 : 김종석

의상 디자인 : 김혜진

조명 디자인 : 구윤영

출연 : 정상윤(의자왕), 전성우(진장군), 박해수(예식장군)

        최주리, 홍지희 (연화) / 구민진, 태국희(화야)

제작 : PMC 프러덕션 

 

뮤지컬 <삼천> 세번째 관람.

11월까지 예정된 공연을 마치고 며칠동안 close하더니 12월부터는 일부 내용을 수정해서 새롭게 올린단다.

그래서 뭐가 어떻게 바뀐건지 또 궁금해서 조카와 관람을 했다.

한 시즌 안에서 내용을 대폭 갈아엎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했으니 어떻게 새로워졌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 작품은 서윤미의 전작 <블랙메리포핀스>에 비해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오랫만에 감성적인 작품이 만들어진 것 같아 좋았었다.  

포스터도 확 바뀌었고,

부제도 "망국의 꽃"에서 "의자왕의 여자"로 바뀌었다.

좀 짐작은 된다.

예전보다는 로맨스(?)쪽이 더 부각되겠구나 하고... 

 

사치와 향락, 미색에 빠져 결국 백제를 패망의 길로 이끌었다는 의자왕!

그런데 당시 백제의 도읍 부여는 삼천 명의 궁녀를 둘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단다.

역사는 어디까지나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되고 전해지는 법!

의자왕과 관련된 역사 역시 당나라와 연합하여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의 <삼국사기>의 기록에 철저하게 비롯됐다.

실제로 의자왕은 성군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위민정치를 펼쳤던 인물이었단다.

어쩌면... 정말로...

의자왕은 전쟁때문에 백성들의 삶이 궁핍하고 피폐화되는 걸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스스로 당나라에 항복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 누군들 제대로 알겠는가!

그 시대의 정확한 현실과 시대 상황을...

 

예상대로 의자왕-연화, 진장군-연화의 애뜻한(?) 장면이 조금 더 부각이 됐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의자왕이 좀 찌찔한 캐릭터로 표현된 부분이 생겼다.

개인적으론 이전이 훨씬 더 설득력있어 보인다.

'정치 - 여자 - 정치'의 흐름이라서

마지막 장면쯤에 의자왕이 예식에게 "왜 이길 수 없다고만 생각하느냐!" 고 울부짖는 장면이 좀 생뚱맞아졌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연화 생각만 하겠다는 분이 갑자기 절규하시니...

(예전 장면에서 군왕의 비애와 절망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는데.)

두 장군에 대한 무게중심은 수정된 공연에선 어느 정도 수평을 이룬 것 같아 보기에 좋았다.

예전에 진장군을 실질적인 주인공처럼 느껴졌는데

이번엔 예식장군에게도 무게가 어느 정도 분산됐다.

확실히 예식의 본심과 충심은 예전보다 훨씬 잘 드러난다.

사실 진장군보다 예식 장군의 비애가 더 크고 무거운편 아닌가!

예식장국의 충심이 그래서 나는 더 슬프고 아팠다.

음악은 전체적으로 훨씬 더 풍성해지고 조금 더 격해졌다.

(아마도 북소리가 메인으로 치고 나오는 부분이 많아서이리라)

소극장 규모에서는 살짝 오버되는 장중한 느낌의 편곡도 몇 곡 있긴 한데

전체적으로는 이전보다 좋았다.

마지막 부분에서 연화가 하얀 소복(?)을 입고 절벽을 오르면 장면 연출은 잘 바뀐 것 같다. 

바닥엔 드라이아이스가 깔리고 하늘엔 하얀 꽃가루가 흩뿌려져서 사뭇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마치 생과 사, 그 모호한 경계를 보는 것 같다.

그와 반대로,

백강암자 장면과 궁남제 장면은 이전 표현이 더 마음에 든다.

백강암자에서는 마치 연화가 진장군에게 작업을 거는 느낌이라 좀 거부감이 들었고

(이 부분에서 최주리의 연기가 어색해서 더 그랬는지도...)

궁남제 장면은 또 반대로 의자왕이 작업남처럼 느껴진다.

궁녀에게 작업거는 왕이라니... 찌찔해도 너무 찌찔해~~

(그래도 왕인데! 작업씩이나 거시다니!)

 

작품 자체가 대폭 바뀐 건 아니지만

프리뷰 기간도 아니고 한창 공연 중인 작품을 잠시 중단하고

과감한 결단으로 수정을 했다는 건 참 이례적인 일인 것 같다.

감춰져있어서이해도가 떨어졌던 부분은 살려내고

불필요한 장면들은 과감하게 잘라낸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데...서윤미, 좀 아팠겠다!)

그러다 보니 감성적인 부분들이 좀 줄어든 것 같아 그건 좀 아쉽긴하다.

그래도 안 좋게 수정된 건 아니라서 다행이다.

 

예전에 최주리 연화를 봤을 때

춤과 노래가 기대보다 못해서 좀 실망했었는데

이번 관람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배역 소화를 잘했다.

춤도 어색하지 않았고 노래가 정말 좋아졌다.

특히나 초반부 의자왕과 연화가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무대와 조명, 의상과 헤어는 뭐 두 말 할 필요도 없고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관람이었다.

 

사담이긴한데,

정상윤은 이렇게 변한 의자왕 캐릭터에 혹시 불만은 없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좀 불만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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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2. 11. 21. 08:20

<삼천 - 망국의 꽃>

일시 : 2012.10.26. ~ 2013.01.20.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작,연출 : 서윤미

음악감독 : 김창환

안무감독 : 안영준

무대 디자인 : 김종석

출연 : 정상윤(의자왕), 전성우(진장군), 박해수(예식장군)

        최주리, 홍지희 (연화) / 구민진, 태국희(화야)

제작 : PMC 프러덕션 

 

프리뷰 이후 두번째 관람.

태국희의 화야와 최주리의 연화는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했고,

프리뷰 이후 어떤 모습으로 작품이 깊어졌는지도 궁금했다.

백제 의자왕과 삼천 궁녀.

그 몰락하는 왕가의 마지막이 서윤미라는 작가를 통해 뜻밖의 상상력와 감성으로 새롭게 태어난 뮤지컬 <삼천>

 

누구에 의해서도, 무엇에 의해서도 결코 위로받을 수 없고, 정복되어 질 수 없는 의자왕의 황폐함.

역사 속의 의자왕과 작품 속의 의자왕은 그렇게 내겐 다른 의미로 담겨졌다.

서윤미는 역사의 숨겨진 틈을 비화(悲話)로 멋지게 비화(飛化)시켰다.

(훔치고 싶을만큼 탐나는 재능이다.) 

 

어리석어 그런 것이오.

지키기위해 무너뜨렸으나 지키지 못했고

지키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다시 세우고자 했으나...

이 모든 게 다 어리석음 때문이오.

그렇게 어리석고 무모한 것이오.

한낱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작품의 처음과 마지막 진장군의 대사가 뚜렷하게 각인되는 건,

아마도 이해와 공유에서 비롯된 일체감이리라.

무모하고 어리석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옳다! 옳다! 너무나 옳다!

 

기대했던 태국희 화야와 최주리 연화는

먼저 본 구민진, 홍지희 캐스팅보다 오히려 몰입이 덜 된다.

두 사람 모두 춤이 너무 어설펐고 노래도 좀 불안했다.

최주리는 <빨래>에서는 못느꼈는데 사투리 톤이 자주 느껴졌고

태국희는 특히 천신제 장면에서 춤이 너무 어설펐다.

(꼭 물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 거리는 느낌이라서 좀 당황스러웠다) 

박해수는 첫번째 관람때보다는 확실히 더 좋아졌고

정상윤, 전성우는 역시나 멋진 페어의 모습을 보여줬다.

정상윤은 노래는 조금 흔들렸지만 감정과 표정이 너무나 좋았고

(이 사람의 섬세함의 끝은 어디일까?)

전성우는 늘 그렇듯 기량의 기복없이 최선을 다해준다.

(이 배우 점점 믿음이 짙어진다.)

배우들의 의상과 머리도 역시나 눈길이 많이 갔고

(의자왕이 머리를 제대로 하고 나오니 훨씬 보기 좋더라)

단순한듯이 보이지만 시간과 공간이 적절히 분리되는 무대도 참 좋았다.

이번 관람에서는 특히 퓨전국악 밴드의 음악이 더 깊어진 것 같아 극에 훨씬 더 몰입이 됐다.

가야금과 북소리가 어찌나 가슴을 치고 울리던지...

 

공연을 보고 나오는데 

찬바람 속에서도 외롭지가 않았다.

잠깐이었지만 내 마음 문 앞에도 누군가 서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위로받을 곳이 있다는 건 참 다행한 일이다.

비록 가파른 절벽 끝에서 끝을 눈 앞에 두고 있더라도

누군가에게 위로받은 기억이 있다면

아찔한 추락의 순간에도 아주 잠깐 외롭지 않을 것 같다.

 

뮤지컬 <삼천>은 내겐 위로이자 흔적이었고,

속깊은 다독임이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1. 5. 07:44

<삼천 - 망국의 꽃>

일시 : 2012.10.26. ~ 2013.01.20.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대본 : 서윤미

연출 : 서윤미

음악감독 : 김창환

안무 : 안영준

무대 디자인 : 김종석

출연 : 정상윤(의자왕), 전성우(진장군), 박해수(예식장군)

        최주리, 홍지희 (연화) / 구민진, 태국희(화야)

제작 : PMC 프러덕션 

 

올 상반기에 만들어진 서윤미의 <블랙메리포핀스>를 아주 인상깊게 봐서인지 뮤지컬 <삼천>도 기대가 많이 됐었다.

백제를 멸망의 길로 인도한 의자왕과 삼천 궁녀 이야기.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삼천 궁녀가 사실은(작품 속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뜻한 三天이라는 이름의 한 명의 궁녀라는 설정!

서윤미는 도대체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소란스럽지 않으면서도 기발하고 참신한 발상.

게다가 우리나라 고대사를 끄집어 낸 젊은 작가의 쉽지 않은 도전이 세삼 대견스럽다.

<블랙베리포핀스>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 역시 시선을 끈다.

특히 정성윤과 전성우는 서윤미의 뮤즈라고 불러도 되겠다.

두 배우의 목소리톤은 비슷하면서 또 묘하게 다른다.

부드럽고 세련되면서 시니컬한 정상윤과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강함이 묻어나는 진성우의 목소리 톤은 서로 의외의 조화와 대립을 이룬다.

동성애스러우면서도 서로 적대적인 관계.

둘의 목소리는 그런 대립과 조화가 있어 긴박하면서도 의외의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화려한 무대와 극적인 클라이막스, 폭발적인 노래에 익숙한 관객의 눈과 귀엔

이 작품이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이 작품이 은밀한 비밀은 나누는 것 같아 좋았다.

감정과 시선, 그리고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이 작품이 방식이 참 신선하고 아름답다.

4인조 국악밴드의 연주도 수다스럽거다 소란스럽지 않고 극에 잘 융화된다.

국수가락 늘어진 것 같은 무대(쓰고 보니 참 염치없는 표현이긴 하다)도 의외로 신비감을 주면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물들의 중첩과 대립을 아우르고 가려주는 효과가 있어 인상적이다.

단순하면서고 깊이감과 속도. 그리고 절박함가지 느껴지는 무대다.

절벽의 끝을 향해 걷는 의자왕과 연화의 심정이 무대의 가파른 경사 안에 오롯이 담겨있다.

아득했고 그리고 황량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정성이 가득했고 진중했다.

아직까진 예식장군 박해수와 연화 홍지희의 노래가 조금 불안하지만

아직 초반이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거라 생각된다.

그래도 박해수의 연기와 순간 집중력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연화 홍지희의 춤사위는...

배우 자체가 어색함을 이겨내야 할 것 같다.

이 작품은 분위기와 뉘앙스가 중요한 작품인데 연화의 어색함이 자꾸 극 속에 묻어난다.

경력과 시간이 지나면 좀 달라질거라 믿고 기다려보련다.

정상윤은 역시나 참 멋진 배우다.

자신이 드러날 곳과 배경이 되어야 하는 곳을 영리하게 잘 찾아낸다.

개인적으로 목소리에 감정을 담는 법을 잘 알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니컬하고 이중적인(넓은 의미에서) 분위기의 역할을 정상윤만큼 잘 소화하는 배우도 드물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서윤미의 안목은 참 정직하고 정확하다.

(서윤미-정상윤 페어의 작품이 앞으로 몇 편이나 더 나올지지 궁금하다.)

작품을 보면서 의자왕만 왜 머리가 현대식이지 했는데 프리뷰때만 그랬던 것 같다.

(아니면 혹시 설마 지각??? ^^)

전성우 진장군.

참 멋진 미성을 가진 배우다.

그 미성이 또 의외로 강단지고 탄탄하다.

사춘기 소년 같기도 하고, 산전수전 다 겪어 무심해진 사람 같기도 해서 야뉴스적인 매력이 있다.

이 배우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점점 더 궁금해진다.

 

뮤지컬 <삼천>의 스토리 자체는 솔직히 흥미롭거나 치밀하지는 않다.

심지어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라의 운명과 직결되는 음모와 계략(?)조차도 참 성실하게 술술 고백한다.

(참 착하고 죄책감 많은 인물들이시다.)

그래선지 긴박감, 긴장감은 여간해선 느끼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서술방식과 무대 활용은 이 작품은 상당히 독특하고 신선하게 한다.

게다가 배우들의 의상과 머리모양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 무대 조명도 좋다.

음악이 좀 밋밋하지만 이런 스토리에 격정적인 노래가 이어지는 것도 좀 언발란스할 것 같다.

개인적으론 독특하고 색다른 느낌이라 괜찮았다.

1달 후, 2달 후 작품의 깊이와 배우의 몰입도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기꺼이 지겨보고 싶을 만큼 마음이 가는 작품이다.

11월 17일.

다시 보게 될 <삼천>이 은근히 기대하되고 기다려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6. 11. 08:26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2.05.08. ~ 2012.07.28.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

대본, 연출, 작곡 : 서윤미

안무 : 안영준

프로듀서 : 김수로

제작 : 아시아브릿즈컨텐츠

출연 : 정상윤, 장현덕 (한스) / 강하늘, 전성우 (헤르만)

        임강희, 송상은, 정운선 (안나)

        김대현, 윤나무 (요나스)/ 추정화, 태국희 (메리 슈미트)

 

<블랙메리포핀스> 두번째 관람.

개인적으로 <풍월주>보다 이 작품이 스토리도 노래도 구성도 짱짱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더 좋다.

 

첫번째 관람 때는 장현덕 한스에 송상은 안나였고 이번엔 정상윤 한스, 임강희 안나로 관람했다.

그래서 강하늘, 김대현, 추정화의 연기는 현재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캐스팅 보드가 있는 지도 몰랐는데 이번에 보고 혼자 깜놀했다.

메리 슈미츠에 태국희, 추정화말고 제 3의 배우가 뒤늦게 캐스팅 된 줄 알았다. 

누구세요???

너무 심하게 포샾처리를 해서 배우 태국희에 태국희 아닌 사람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라첸 슈워츠 박사는 캐스팅 보드에 왜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니, 뭐 별 중요한 건 아니고... 캐스팅 보드 보다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정상윤 한스.

역시 정상윤은 이런 배역에 잘 어울린다.

조금 시니컬하고 찌질하지만,

명철하고 정확하게 계획적하는 지적인 인물.

그러다가 한없이 무너져(소위 한 방에 훅 가는) 측은함과 연민을 무더기로 안기는 그런 인물.

그의 한스는 예민하고 섬세했으며, 주도적이기고 단단했다.

그리고 동시에 비겁하고 유약했다.

1열 관람이라 정사윤의 표정과 여백을 최대한 볼 수 있었다는 건 큰 행운이었다.

확실히 <풍월주>의 열보다 <블랙메리포핀스>의 한스가 그에게 더 적격이다.

(<쓰릴미>의 "나"를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센 척하는 장현덕의 한스와는 확연히 다른 표현이고 해석이었다.

기억 저편의 트라우마를 알코올을 의존해 잊어보려는 한스의 어지럽게 파괴된 내면을 배우 정상윤은

썩 잘 표현하고 전달했다. 

특히 마지막 대사 표현은 압권이다.

울먹이면서 오랜 시간 여백을 두고 각인하듯 말하던 마지막 대사.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과 기꺼이 동행하겠습니다!"

 

임강희 안나.

송상은 안나가 너무나 인상적이라 처음엔 좀 당황했다.

뭐랄까?

송상은은 안나는 순수하고 여려보였는데

임강희 안나는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가 보여주는 노쇠함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

마지막 Silent Wednesday 장면에서 임강희 안나는 압도적이고 폭압적이었다.

마치 엄청난 사건을 실제로 겪고 있는 사람같다.

안나는 홀로 고요하게 폭발하고 있었다.

그대로 무대로 뛰쳐나가 그녀를 부둥켜안고 숨겨주고 싶을만큼 강렬한 두려움과 공포와의 대면이었다.

이야기의 공포가 그대로 내게 전해져 섬득하고 떨렸다.

초점없는 무너지던 안나의 눈동자는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기로 작정하기에 충분한 공포고 아픔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아마도 안나를 맡은 배우는 탈진상태가 되지 않을까?)

첫번째 관람때 신선한 충격이었던 전성우 헤르만은 역시나 이번에도 인상적이었고

윤나무 요나스는 첫번째 관람에서는 미처 못 봤었는데 표정이 정말 좋았다.

확실히 1열 관람은 여러가지로  더 깊은 이해와 목격을 가능케 한다.

특히 이 작품은 가능하면 앞자리에서

배우들의 표정과 미세한 동작 하나하나까지 보면 더 깊고 집요하게 몰입할 수 있다.

휴대용 술병을 든 한스의 떨리는 손과 입매,

수첩을 넘기는 헤르만의 거칠고 간절한 손.

혼돈된 기억을 되살리며 두려움에 떨던 요나스의 손.

그리고 찢기고 폐허가 된 안나의 상처받은 손동작.

무언가를 끝없이 밀어내고 밀어내고 또 밀어내던 그 손의 막막함.

이 작품에서 "손(hand)"은 그러니가 묵시로적인 "언어"의 다른 형태다.

결코 입으로 말 할 수 없는 엄청난 상황을 고발하고 고백하는 수단으로 선택된 손.

손의 언어와 그림자 놀이.

이 둘은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라고 할 수 있겠다.

 

첫번째 관람에서는

단지 오랫만에 좋은 창작 뮤지컬이 만들어졌다며 감탄했었는데

두번째 관람에서는 인물들에 순간순간 동화가 돼 보면서 많이 힘들었다.

(배우의 집중과 몰입도 엄청나지만 나의 집중과 몰입도 엄청나다) 

그렇다면 세번째 관람에서는 나는 또 어떤 걸 보고, 느끼게 될까?

<블랙메리포핀스>

참 많은 걸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 더 궁금하고 끌린다.

그래서 아직까지 내겐 "비밀의 화원" 같은 신비로운 작품이다.

7월 1일,

예정된 세 번째 관람.

그 새로운 대면을 기다리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