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4. 1. 08:45
말콤 글래드웰.
요즘 너무 재미있게 그리고 열심히 버닝하고 있는 사람이다.
<티핑 포인트>와 <블링크>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매력적이라 황홀할 지경이다.
이 사람의 생각 그 밑바닥까지도 나는 궁금하고 알고 싶다.
번득이는 재치와 그러면서도 핵심을 꼬집는 예리함이 때론 너무 정확하고 명확해 두렵기까지하다.
동시에 대단히 유쾌하기도 한 책.



작은 아이디어를 빅트렌드로 만드는 티핑 포인트.
다양성과 개성의 현대에 가장 필요한 기법이자 필수요소다.
그걸 적절한 용어와 사례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9회말 2아웃 동점상황에서 멋진 끝내기 홈련을 보는 기분이라면 그 느낌이 전달될까?



이 책 역시도 언제가 자료로 충분히 쓰이고도 남을 것 같다.
좀 자세히 정리를 해서 남겨본다.
말콤 글래드웰의 책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꼼꼼히 정리를 해봐야겠다.
이 사람 확실히 뭔가가 있다.
상위 1%의 성공비결을 분석한 <아웃라이어>와
인재경영과 관련된 그의 최신작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도 가슴 뛰게 궁금하다.
나는 지금 분명 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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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How Little Things Can Make a Big Difference?
o Tipping Point?
  : 예기치 못한 일들이 갑자기 폭발하는 바로 그 지점
o 1994년 연간 판매량이 3만 컬레에 불과한 허시파피 신발을 단계적으로 처분하기로 결정 -> 맨허튼 이스트 빌리지
   와 소호에 사는 몇명의 청소년이 아무도 더 이상 이 신발을 신으려 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이용
   -> 1년 사이에 주문량 폭등하여 1995년 43만 컬레 판매되면서 다시 미국의 젊은 남성 패션의 기본 품목이 되다.
o 1990년대 뉴욕 범죄율의 갑작스런 하락
=> 전염되는 행동의 전형적인 사례들
o 티핑 포인트를 만드는 "전염"의 3가지 특성
  ① 전염되기 쉬운 행동들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② 작은 행동, 작은 변화가 커다란 결과를 초래한다.
  ③ 전염은 극적인 어느 한순간에 빠른 속도로 일어난다. ---> 가장 중요
o 모든 전염에는 tipping point가 있다.

* 유행(TP)을 만든 3가지 법칙
① 소수의 법칙 : 극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일을 저지른다. (20:80의 법칙)
② 고착성 요소 : 작지만 기억에 남을 메시지가 엄청난 결과를 부른다.
                     (당신의 거억 속에 고정되는 메시지)

③ 상황의 힘 : 환경의 작은 변화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o 사람들은 집단으로 있을 때 행동에 대한 책임감은 희석된다(방관자 문제) -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해 줄 것이다.

* 소수의 법칙
o 어떤 종류의 사회적 전염이든지 그것은 특별한 사회적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깊이 의존.
  ->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
o 여섯 단계 거리 : 여섯 단계만 건너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o 커넥터(Connector)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친구와 지인을 만드는 예외적인 재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
o 커넥터가 되기 위한 7가지 습관
 ① 아느 사람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이 아님을 기억하라
 ② 사람을 사귀는 데 있어 공격적인 자세를 버려라
 ③ 상대방의 깊숙한 곳에 위치하려고 하기보다는 단순한 관찰자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하라
 ④ 진심으로 사람들을 좋아하라
 ⑤ 사람들이 자신에게 계속 끌릴 수 있게 교제하고 상호 작용하는 패턴을 습득하라
 ⑥ 상대방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들을 기억하라. 이름과 주소, 어떤 상황에서 그 사람을 만났는지 자세히 메모
 ⑦ 일단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의 교제에 따르는 의무를 회피하지 말라. 단, 친하지만 무심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
     하고 무심한 만남을 즐겨라
o 커넥터들의 중요성은 그들이 알고 있는 사람수보다 그들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수행하는 기능에 있다.
   커넥터의 경우 수없이 다양한 세계와 접촉할 수 있는 능력은 타고난 것이다. (호기심, 자신감, 사교성, 정열)
o 약한 관계의 강한 힘 : 아주 친한 관계는 아니지만 안면 있는 사람의 숫자는 당신의 사회적인 힘을 드러내는 지표
o 커넥터로부터 입수문의 위력이 나타난다.

o 메이븐(Maven) : 지식을 축적한 자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이들이 가장 중요한 사람)
 ① 메이븐은 수동적인 정보 수집가가 아니다 (그들은 최선의 거래방식을 알아낸다)
 ② 메이븐은 시장의 조력자가 되기를 꿈꾼다.
 ③ 메이븐은 사물보다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을 좋아하기 때무에 그들의 결정을 도와주려고 한다)
o 메이븐은 입소문으로 전염시킬 만한 지식과 사회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
   메이븐을 다른 사람과 구별시켜 주는 것은 지식을 어떻게 전파하는가에 달려 있다.

o 세일즈맨(Salesman) : 메시지 설득자 (메이븐 - 메시지 제공자. 커넥터 - 메시지 전파자)
o 성공적인 세일즈맨이 되기 위한 7가지 습관
 ① 언제 어디서나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고객들을 대면하라.
 ② 고객을 제 2의 가족으로 여겨라.
 ③ 지루하지 않은 어투와 적절한 템포로 대화하라.
 ④ 고객을 수단으로 여기지 말라,.
 ⑤ 고객의 요청에 결코 "NO" 하지 말라.
 ⑥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주장을 펼쳐라.
 ⑦ 긍정적인 사고를 하라.
o 사례 : 레이건을 당선시킨 ABC 앵커 피터 제닝스의 얼굴 표정
           해드폰 작동 실험을 가장한 등록금 인상율 조사 (기준 587달러 - 좌우, 상하, 무동작)
o 무엇이 세일즈맨을 위해하게 만드는가?
 ① 사소한 일들이 큰 차이를 가져온다.
 ② 비언어적인 것이 언어적인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③ 설득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날 수 있다.

* 고착성 요소
o 세서미 스트리트
  - 취학전 아동들에게 읽고 학습하는 기술을 향상시킨 텔레비전 프로그램(고착성 발휘하여 성공)
  -  취학 전 어린이들의 시청 습관을 관찰하여 프로그램의 고착성 결정
o 정보의 홍수 시대에는 고착성의 문제가 중요 (그러나 메시지가 가려지는 고착제는 피하라)
o 블루스 클루스 ("블루"라는 강아지와 카키색 바지에 럭비 셔츠를 입은 진행자 "스티브" 등장)
  - 1996년 방송을 시작해서 <세서미 스트리트>의 시청률을 뛰어넘은 교육 프로그램
  - 지금까지 만들어진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고착력 있는 텔레비젼 쇼 (수수께기 제시하고 실마리 제시)
  - 어린이들이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는 말장난, 코미디를 생략하고 이야기의 형태로 가르치는 프로그램
  - 성공 열쇠 ① 어린이들의 적극적이 참요 유도 ② 메시지를 끊임없이 반복 ③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다

* 상황의 힘 1
o 전염성은 그것이 발생한 시대와 장소의 조건과 상황(환경적인 요인)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o 깨진 창문 이론 : 깨진 창문 하나가 더 많은 창문을 깨지게 만들어 무질서 공격적인 범죄를 불러일으킨다.
o 뉴욕 지하철의 낙서와의 전쟁 (1984~1990) -> 무임 승차 분쇄 (단속에서 조사) -> 지하철 범죄 극적으로 감소
  -> 뉴욕시에 적용(깨진 유리창 수리. 노상방뇨, 공공 음주 행위, 차닦이 앵벌이 단속) -> 범죄율 감소
  => 외관상 사소한 생활 범죄의 속성(상황)과 같은 것이 폭력 범죄의 티핑 포인트
o 환경이 행동을 결정한다 (루시퍼 이펙트)
o 사람들이 처한 직접적인 상황의 세부적인 것들을 변화시키는 것으로도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o 조그맣고 사소한 상황 변화가 전염성을 점화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o 환경적인 티핑 포인트는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이다.

* 상황의 힘 2
o 전염력 강한 집단을 잡아라.
o 작고 밀접한 단위의 집단들이 메시지나 사상의 감염 잠재력을 확대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o 전염시키기에 효과적인 집단을 구분하는 원칙은? - 150의 원칙
o 150이라는 숫자는 진정으로 사회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개인적인 숫자는 나타낸다.(공동체 생활)
o "150의 법칙"의 대표적인 기업 고어(Gore) - 공장당 150명의 종업원이 회사의 목표
o 150명 이하의 집단일 때 명령이 잘 이행되며 제어하기 힘든 행동도 개인적인 충성심과 인간 대 인간의 직접적인 
   계약에 근거하여 통제될 수 있다. (상호 교류가 가능)
o 고어가 창조한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보가 조직 주변을 돌면서 쉽게 "점화"할 수 있도록 만든 조직화된 메커니
  즘이다.(감염시키기 위해 소규모의 작은 운동을 먼저 창출)

* 에어워크의 티핑 포인트
o 신발 제조회사 에어워크의 TP는 기막힌 광고 전략 때문이었다.
 ① 에어워크는 아이디어를 전화시켜 대중을 움직였다.
 ② 에어워크는 혁신자 통신원을 통해 시장을 파악했다.
 ③ 에어워크는 문화적 계기를 포착하여 공감지대를 형성했다.
o 아이디어의 전염성을 돕는 "전환"의 3단계
 ① 1단계 : 불필요한 세부 사항들을 제거하고 이야기를 단순화하라
 ② 2단계 :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항들을 정교화하라.
 ③ 3단계 : 아이디어를 포착하고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로 전환하라
o 선도자(몽상가) -> 초기 수용자(몽상가) -> 초기 다수파 -> 후기 다수파 -> 느림보층

* 자살과 흡연의 티핑 포인트
o 남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 섬의 자살율이 1980년대 말 급격히 상승 (10만 명당 160명 - 미국은 22명)
  - 거의가 10대 후반의 남자 (오락에 가까운 실험)
  - 자살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 그 생각 자체가 팽배히지고 점점 더 어린 소년들에게 감염
o 젊은이들이 실험이자 모방과 반항의 기분으로 참여하는 자기 파괴라는 감염적인 파급 효과
o 10대 금연 캠페인
  - 흡연에 대해 반대하고 흡연의 위험에 돤해 설교를 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어욱 흡연은 원하는 10대
o 자살이 자살을 불러오고 흡연이 흡연을 불러온다
  - 마릴린 먼로의 죽음 뒤에 일시적으로 전국의 자살 비율이 12% 증가
  - 유명한 자살 기사가 실린 그 다음날 교통 사고 사망자의 숫자는 평소보다 평균 5.9% 상승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방식의 하나로 고의적으로 단독 충돌 사고를 내는 것)
o 일종의 모방 행위
o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자살한 사람들은 자살의 감염에서 티핑 포인트로 기능한다.
o 젊은 사람의 자살에 관해 이야기가 나오면 젊은 교통 사고 사망자가 증가하고 나이든 사람들의 자살 이야기가 나오
   면 나이든 사망자의 수가 증가.
o 흡연은 특정한 형태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연관되어 있다.(세련된 어떤 것을 연상하게 한다)
o 흡연이 멋진 것이 아니라 담배 피우는 사람이 멋있었어서 담배를 피우게 된다.
o 10대 흡연의 전염성은 단지 소수의 법칙을 입증한 것만이 아니라 고착성을 보여주는 탁월한 본보기이기도 하다.
  - 전염성 : 10대들이 흡연 습관에 감염되는 과정은 부모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또래 집단과 연결되어 있다.
  - 고착성 : 흡연과 우울증의 상관관계(담배가 우울증을 치료하는 값싼 방법) 우울증 치료하면 흡연율도 하락
                니코틴 함량(용량)을 중독의 문지방 이하로 감소시킨다.

* 누구나 티핑 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
o 티핑 포인트의 교훈
 ① 전염성을 퍼뜨리려면 핵심적인 몇 군데 지역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 당뇨와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 장소 변경 : 교회 -> 미용실
 ② 세계는 우리가 원하는 것처럼 우리의 직관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③ 성공적인 전염성의 토대가 되는 것은 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과 적절한 추진력이다.
o 티핑 포인트는 변화를 이한 잠재력과 이해할 만한 행동의 힘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28. 19:38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인간의 공포심과 잔혹함, 그 인간성의 바닥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단언컨대, 제가 아는 최고의 공포소설입니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보다도 더 공포스럽게 다가오죠. 헉슬리가 말한 세계는 그래도 SF적인 요소가 있어 “에이 설마...”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데 이 소설은 그냥 그 자체가 정말 너무나 현실로 다가와 사람을 섬뜩하게 만듭니다.

3년 전이네요.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게...

처음 친구에게서 이 사람의 이름을 들었을 때, 일본 사람인가? 했더랬습니다.

1922년 포르투갈 출생으로 아직까지 건장하게 활동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대가 중의 한 분입니다. 1998년 95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하구요.

2008년에도 자국에서 <작은 기억들>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네요. 9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끊임없이 작품을 써내려가고 있는 그가 사실 더 공포스럽긴 합니다.

지난달 드디어 이 원작을 토대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죠.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러스는 원작을 조금도 훼손시키지 않고 그대로 살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하네요.

그는 주제 사라마구 단 한 사람을 위해 포르투갈로 직접 날아가 특별 시사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주제 사라마구가 오랫동안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동영상을 통해 우연히 보게 됐는데 제 가슴까지 찡해졌었습니다.

대가에 대한 깊은 헌사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작품이 영화화 된다고 했을 때, 정말 가능해?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만들겠다는 거지?

설마 원작에 상처를 주게 되는 건 아닐까?

특별한 느낌을 갖게 한 책에 대한 걱정과 우려. 그리고 그냥 책으로 남겨두면 안 되나...하는 개인적인 바램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정말 괜찮은 영화가 만들어졌더라구요...

(저, 개봉하는 날 냉큼 달려가 봤습니다. ^^)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은 읽은 이를 긴장하게 만들기로 유명합니다.

소설 속에 쓰이는 문장 부호도 오로지 마침표와 쉼표뿐입니다. 대화나 독백 같은 대사조차 따로 구분해서 쓰지 않고 그대로 계속 문장 안에 포함시켜 버리죠. 그래서 처음엔 당혹스런 느낌마저 갖게 됩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은 만날 때 느끼는 불편감이라고 할까요?

지금은...

그러한 문단 자체가 작가의 의도를 해석하는 하나의 포인터였다는 걸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의 글을 읽을 때 긴장하지 않고 읽는다면 아마도 대번에 책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 쉬울 겁니다.

읽는 사람의 몸도 마음도 송두리째 몰입도록 이끌기에 그의 이름 앞에 대가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건 아닐지......(솔직히 작가에게 끌려 다니는 것도 등장인물들에게 끌려 다니는 것  만큼이나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어느 날,

사람들이 하나 둘씩 아무 이유도 없이 눈이 멀게 됩니다.

“백색 공포”가 도시 전체를 뒤덮게 되죠.

정부는 급기야 그 사람들을 따로 격리하고 관리하기로 결정합니다.

여기에 눈이 멀지 않은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 여자는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어차피 나도 곧 남편처럼 감염될 테니까......

이곳에서 여자는 눈이 먼 사람들의 모든 눈이 되어 생활합니다.

도무지 약자와 강자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인간의 탐욕은 장하게도 강자와 약자의 권력을 명확히(?) 분리해냅니다. 게다가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한 체 새로운 권력이 휘두르는 잣대에 그대로 따르게까지 되죠.

“먹을 것을 원한다면 당신들의 여자를 바쳐라”... 도대체 이런 상황에 성이라는 요소가 끼어들 자리가 과연 있는 걸까요? 그런데 정답은 어이없게도 “그렇다!”는 사실입니다.

눈 먼 남편들은, 애인들은 그들의 눈 먼 여자들을 줄 세워 보냅니다.

그리고 눈 먼 그녀들이 몸으로 얻어 온 음식물을 그들의 목 안으로 삼키죠.

아마도 그 순간, 그 곳의 사람들은 그들의 눈에 이어 그들의 입(말)조차도 잃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됐던 균형감이 왠지 깨지는 소리가 들리네요.

상황이든, 사람이든, 뭐든 달라지겠구나 하는 예감...

예감은 적중합니다.

수용소에 불이 나고 눈 먼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집니다.

아무도 그들을 제지하지도 돌아가라고 명령하지도 않습니다.

이미 그들 세상 모두가 “백색 공포”에 감염된 상태였으니까요.

거리는 온통 끔찍한 형상으로 변해 있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기에 대소변을 아무 곳에서나 보고. 질서는 무너지고 도시는 쓰레기와 똥, 오줌으로 뒤덮입니다.

차라리 인류 심판의 날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네요.

행렬이라는 거, 줄이라는 거, 이 책에서는 마치 생명줄의 연장선처럼 보입니다.

단 한 명의 눈에 의지해 서로의 어깨를 잡고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세상을 사는 방법은 단 사람에 의지해서이고, 그들의 생명도 또한 단 한 사람에 의해서만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들에겐 절대자, 즉 구세주가 되는 셈이죠.

눈 먼 무리들을 이끌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그들을 위해 먹을 것을 구해오고 더러운 몸을 씻기고, 옷을 세탁합니다.

힘들었겠죠, 지치고 그리고 그만두고 싶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그녀는...


이유 없이 눈이 멀었던 것처럼,

다시 이유 없이 한 사람씩 시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읽는 사람도 공황 상태로 몰고 갈 만큼 갑작스런 상황이라 조금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눈이 보이게 된 사람들 중간에 서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던 그녀는 눈이 일시적으로 하얗게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갑작스런 공포로 이제 내 차례인가 중얼거리는 그녀의 눈 속에 도시는 다행히 그 모습 그대로 보여집니다.

이 모든 끔찍한 것들을 오로지 혼자서만 보고 경험한 그녀가 말합니다.

......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 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건...

그들의 눈을 멀게 만든 그들 내부에 있는 이름 없는 뭔가에 대해서였을 겁니다.

그 뭔가는 바로 우리 자신이죠.

다행히 그들은, 아니 우리는 회복됐습니다.

그러나 누군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Posted by Book끄-Book끄